어려운 이웃들에게 복지 혜택을 늘리고, 경쟁에서 뒤떨어진 사람들을 위해서 사회 안전망을 더 넓고 튼튼하게 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무엇이 바람직한 복지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 안정망인지에 대한 견해 차이에 있을 뿐이다.
사회 복지 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나라는 복지병으로 경제 성장의 동력을 잃기도 했으나 어떤 나라는 성장과 복지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장론자들은 전자의 경험을 강조하고, 분배론자들은 후자의 성공담을 내세운다. 분배론자들이 성공적 복지 국가로 흔히 예시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복지비 지출을 많이 하면서도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스웨덴의 경험을 살필 때 유의해야 할 것은 복지비 지출의 구조와 재원조달의 원천이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에 중점을 둔 복지비 지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복지비는 실업수당, 기초 생계비 지원, 노인연금 등이다. 그런데 스웨덴의 경우는 다르다. 스웨덴 복지 지출의 중점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에 있다. 공교육, 직업 전환에 필요한 재훈련이나 실업자에 대한 직업 알선, 공중 보건, 공공 유아원 시설 등에 대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스웨덴 복지 정책의 특징이다. 이러한 지출은 노동생산성과 노동의 이동성, 여성의 노동 참여율 등을 제고시킴으로써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지출을 위한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는가. 스웨덴의 세입구조를 보면 근로소득세, 소비세 등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법인소득, 배당, 이자, 재산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세금을 부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세입구조는 세금이 기업활동에 주는 부담을 가볍게 해주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세입구조 또한 성장지향형인 셈이다.
이러한 복지비 지출 내용과 세입 구조에 대해서 스웨덴의 노조(LO)는 반대의사를 표시했고 지배 정당인 사회민주당(SAP) 또한 불만스러워 했다. 그러나 해외로의 자본 이탈(Capital Flight)이 가져올 경제에 대한 파괴적 영향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한 스웨덴 국민들은 이러한 선택을 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현명했다.
일하는 사람에 더 큰 혜택을 주는 생산적 복지 70년대에 스웨덴의 노조연맹은 기업 이윤에 대해 중과세해서 그 세입 자금으로 근로소득자 기금(Wage-earner's Fund)을 조성하여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했을 정도로 강했다. 또한 스웨덴의 장기 집권당은 사회주의적 성향의 사회민주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비 지출이나 세입구조를 설정함에 있어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노는 사람보다는 일하는 사람에 더 큰 혜택을 주는 내용을 선택했다. 바로 이것이 생산적 복지 아닐까.
스웨덴 정부는 대기업들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 황금주를 인정하고 있고, 소유 집중을 문제 삼고 있지도 않다. 대기업이 국유지를 활용하여 사이언스 파크를 조성하는 것을 허용했고, 그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그 단지에 공과대학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래도 특혜논란은 없다. 스웨덴의 은행들 또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구하는데 적극적이다. 이것이 복지국가 스웨덴의 사회 분위기이다.
성장지향형 복지제도와 기업지원형 사회 분위기가 성장과 복지의 병행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이러한 원동력의 정착 없이 성장과 복지의 병행은 어렵다고 보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시대적 상황과 집권 세력의 정책 이데올로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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