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사만 알아도 띄어쓰기의 반은 넘은 셈 3
- 품사 휘두르기
우리는 앞서 자립성을 갖춘 오만한 명사족과 용언, 부사 등이 띄어쓰기의 요체가 되며, 기생의 왕 조사를 비롯해 말의 앞뒤에 붙는 접사(접미사와 접두사), 말꼬리인 어미가 붙여쓰기의 요체가 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떨 때 붙여 쓰고 어떨 때 띄어 쓰는 지 대강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실제의 세계는 이보다 복잡하고 헷갈립니다. 이 장에서는 그 중에 몇 가지만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하고 뒤에 가서 자세히 따져보겠습니다.
우리말이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졌듯이 품사도 알록달록, 올망졸망 모여서 말을 이룹니다. 즉 고르지 않게 분포되어 있다는 말인데, 같은 문장 성분이 중첩되어 쓰이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없지도 않습니다. 체언과 체언이 합하면 합성어가 되기도 하고 앞의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면서 뒤의 체언을 꾸미기도 합니다. 당연히 앞의 경우는 붙여 쓰고, 뒤의 경우는 띄어 쓰는 것이지요. 조사와 조사가 붙는 경우는 모두 합쳐서 조사의 구실을 한다고 보면 되고, 용언과 용언이 모이면 이 중 하나는 보조용언으로 활용되는 것입니다. 이때 붙여쓰기는 허용입니다. 즉 붙여 쓰거나 띄어 쓰거나 상관 없다는 말입니다.
가보다 O(가 보다 O), 해보다 O(해 보다 O), 먹어버리다 O(먹어 버리다 O)
부사와 부사는 어떨까요. 부사는 체언과 친척쯤 되는 모양으로 혼자 놀기를 좋아합니다. 조사가 붙지 않는 한 다른 성분과도 띄어 쓰고, 같은 성분끼리도 띄어 씁니다.
퀴즈를 하나 풀어봅시다. ‘하기는커녕’이라고 쓸까요? ‘하기는 커녕’이라고 쓸까요? ‘커녕’은 조사입니다. 조사는 체언, 용언, 부사, 조사에 모두 붙을 수 있다고 했지요? 따라서 붙여 써야 합니다.
어떤 말은 접사인지 체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말도 있습니다. 한자를 병기해야 밝아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① 총연습(總演習)
② 총(銃) 연습
①은 접두사로 연습을 꾸며 주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연습했던 것들을 모두 정식으로 한 번 해보는 것이지요. ②는 총이 관형사형으로 쓰였습니다.
반면 한자까지 보아도 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① 전(全)국민
② 전(全) 국민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립니다. 이때 사전이 필요한 것이지요. ‘전’은 전체를 나타내는 관형사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부사, 관형사, 의존명사 등은 대개 띄어 쓰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조사, 접사, 어미 등은 붙여 쓰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알아두고 다음은 품사를 이용하여 국어사전을 마술상자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