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정리하며 적었던 글인데, 어느 친구가 고이 간직했다가 제게 보내주더군요.
관계맺기의 60점 과락 이론의 원전이 들어 있군요^^

 아~ 옛날이여어~~

1. 나의 활동복

물품에 관한 논리는 훈련소에서부터 그대로 적용된다. A가 B의 활동복을 입었다고 치자. B는 찾다가 찾다가 나의 활동복을 입는다. 나는 또 활동복을 찾다가 찾다가 A의 활동복을 입는다. 이 때 내가 입은 활동복은 나의 활동복이지 A의 활동복이 아니다. 군대의 물품은 \'관물\'이기에 돌고 돌고 돈다는 논리.

2. 점호와 보고

만약 내가 야근이나 어떠한 일로 점호를 받게 되지 못할 때는 신고를 한다. 신고를 하면서 점호를 고치지 않았다면 나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점호가 고쳐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착각이다.

3. 하나둘셋 유치원

군에서는 인간의 순수한 행위와 사고의 놀라운 집단화를 보게 된다. 얼마 전에 올라왔던 글에도 있었지만 누군가 대학시절 배웠던 \'바위처럼\'이라는 율동을 부대원들에게 가르쳐 준 적이 있다고 한다. 별 이유는 없었고, 심심해서 반 함께 할 것을 찾는 것 반 해서 한 것 뿐인데, 생각보다 부대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밖에서 묵을 기회가 있었는데 부대원들이 저희끼리 단체로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서로 틀린 동작을 보고 웃고 떠들며 순식간에 팀웍이 맞아가며 부대원 율동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마치 하나둘셋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체조를 따라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인간이 순수해질 수도 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글을 보고 \'스트레칭 7개 동작\'을 분대원에게 보급시켰는데 반응이 좋았다. 숙련된 조교도 정하고 실제 동작도 해보면서 같이 만들었는데, 분대원들이 진지하게 따라하는 것을 보고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아마 이것이 군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도 핵심적인 특징이 아닌가 한다. 이것을 전투적으로 부른다면 \'전투력의 심장\' 정도 될까.

4. 60점 과락 이론

이 이론은 내 군생활 최대의 위기가 가르쳐준 \'군생활 지침\'이다. 여기서 말하는 점수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점수도 될 수 있겠지만 \'관계의 점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군이라는 특수성은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형성조차 될 수 없고, 각 개인도 이 점을 간과했을 때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는 만큼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100점을 만점으로 하였을 때 나의 최고점수는 50점이고 상대방의 최고점수는 50점이다. 어떤 행동에 대한 평가를 할 때 60점을 과락으로 하고 60점이 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해보자. 나는 아무리 점수를 잘 준다고 하더라도 50점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 행동을 보고 10점을 주기도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군에서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옮길 때 나의 점수를 30에서 40 정도로 하고 상대방의 점수를 20에서 30 정도 끌어올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최상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좀 추상적이라 생각한다면 이것을 뒷받침하는 간단한 사례를 들고자 한다. 병영생활을 함에 있어서 특히 강조되는 사항을 위반했을 시 가해지는 \'절차에 의한 벌\'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A가 자신의 사익(私益)을 목적으로 B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부당하게 그러한 행위를 하였을 때 이 이론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A가 나름대로의 공익(共益)을 목적으로, 그리고 B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끌었으나 결과적으로 \'절차에 의한 벌\'을 받은 경우는 커다란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A가 받은 벌에 대한 이유가 얼핏 보아선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60점 이론\'으로 보자. A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점수라 한다면 50점이 된다. 현실적인 상수를 반영했을 때 40∼45점 정도로 형성된다고 했을 때, A는 B에게서 15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만약 A가 B를 납득시키거나 B의 동의에 의하여 \'강행군\'을 했을 때 B는 충분히 A에게 15점 이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공익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거나 B를 이해시키지 않고 이루어졌다면 15점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것이 A가 벌을 받은 명백한 이유가 된다.
만일 이러한 일로 고민하고 있다면 피해갈 방법은 있다. \'60점 딜레마\'에서 벗어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이 자신이 밟았던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굳이 경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해의 수준에서 그 사람이 피해갔으면 하고 나는 \'실천\'할 수 있다. 동양의 오래된 경전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두 번 이상 하면 의가 깨진다고 하여 \'쓴소리\'의 반복은 피하고 있다. 당신이 상대방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그가 밟게 될 \'고난\'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를 붙잡고 고난을 빠져나가려 한다면 자칫 \'딜레마\'를 밟는 일이 생긴다. 어차피 인생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며, 반드시 경험해야 할 것이라면 그것이 \'뼈아픈 일\'이 되더라도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지만) 당신의 선을 어느 정도만 지키고 그를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당신은 충분히 \'양심\' 앞에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왜 그것을 밟게 되었나\' 하고 누군가 \'잔인하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진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꺼린다.


이것은 병가의 오래된 법칙이자, 동서양 모럴리스트들의 필수 수칙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를일종의 \'타인\'이나 \'적\'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연인에게도 이러한 전략을 쓸 수 있을까. 인간은 어떤 사람이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점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것만큼 확실한 인간애의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누구나 진심을 감춘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누구보다 병법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나로서 \'그것\'을 밟기에 앞서서 망설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끼고 사랑한다면\'

이것을 애정표현이라 한다면 비웃을 텐가. 다음에도 이것은 나로 하여금 \'타인\'을 \'경계\'하도록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입을 막을 권리는 없지만 내 귀를 막을 권리는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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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팔고 돈을 벌었다.
그것은 고의가 아니었다.
당연히 시인은 응모를 해야 하지 않나.
시를 응모해서 당선이 되었다면 그 영광은 나의 것이요,
그 상금은 시의 값은 아닌 것이다.
그냥 따라오는 것이다.
대학시절 개교기념 문학상에서 당선으로 50만원을 덜컥 쥐었다.
당장 헌책방으로 달려가 '철학사전' 두꺼운 것과
그동안 사고 싶었는데, 총알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것들을 다 사고 나니
반이 없어졌다.
ㅋㅋ
언제 한 번 충동구매 해보겠어.
책 앞에서 거만스런 표정으로 '얼마면 돼' 할 수 있겠어.
암튼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후로 나의 '문학시간'은 정지해 있지만.......



양단수兩斷水*





그 애와 이곳에서 물수제비를 떴네
물살을 한 번도 쳐내지 못하는 조그만 손에
나는 자꾸만 달덩이 같은 조약돌을 쥐어 주었네
산 그림자 이웃 산에 걸리고
물살과 자갈은 서로 급히 뒹굴기 시작하네
구르는 돌 틈으로 물살 같은 세상이 자꾸 흘러가네
나는 물수제비를 그만두고 싶네

얕은 물에 달이 와서 노네
상류부터 따라온 조약돌 평온하게 뒤척이는데
여린 내 마음 끝내 두 줄기로 갈라지지 못하네.









*兩斷水는 경남 德山에 있는 물 이름으로 주위는 구곡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옆에는 南冥先生의 사당이 모셔진 德川書院과 洗心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하류에서 두 줄기로 갈리므로 양단수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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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4-1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생각하게 만드는 시네요. 제목도 멋지고, 함축성있는 내용. 추천~ ^ ^

하늘바람 2006-04-1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 아무나 주는거 아니군요. 정말 멋집니다. 시에 철학이 담겨있는듯합니다

승주나무 2006-04-1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추천 감사합니다. 옛날에는 생각이 많았어요. 지금은 더 많구요. 근데 시는 안 나오네요^^;;
하늘바람 님//철학은 아니구요. 애틋함이라고나 할까요^^
 

쌈짓돈 된 '벤처기금' 운용 실태 - 10億받아 24일만에 고의부도

[경향신문]2005-06-22 45판 04면 1460자 종합


감사원이 21일 발표한 '벤처 전용 P-CBO(프라이머리 회사채담보부 증권)' 발행 및 운용실태는 이른바 '무늬만 벤처인'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 보증을 배경으로 평균 27억원을 조달한 벤처인 가운데 일부는 이 돈으로 개인 부동산이나 골프장 회원권을 샀으며, 해외로 빼돌리기도 했다. 보증금액 목표 달성에만 급급했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준비부족과 사후관리 부실이 그 빌미를 제공했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조만간 기술신보를 통해 3년간 10조원을 보증한다는 내용의 '벤처기업 중소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증을 받은 지 1년 이내에 보증사고가 발생, 기술신보가 30억원 이상 갚아준 기업 97개 가운데 48개 기업은 지원받은 1천9백11억원 가운데 7백56억원을 주식투자 등에 유용했다.

나머지 31개 기업의 대표는 9백16억원을 지원받았지만 부도가 나자 부동산 등을 매각하고 해외로 도피하거나 이민을 가버렸다.

2000년 매출실적이 전혀 없었던 ㄱ사는 2001년 기술신보의 P-CBO 보증으로 1백74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이 돈으로 10억3천8백만원짜리 부동산과 1억8천만원짜리 골프장 회원권을 사는 등 쌈짓돈처럼 사용했다. 그는 지난 2월 부동산과 골프장 회원권을 매각, 싱가포르로 잠적해 버렸다. 이 때문에 기술신보는 1백47억원을 대신 갚아줘야 했다.

전해 매출 2억7천만원에 불과하지만 차입금이 2백64억원에 달했던 ㄴ사도 기술평가 없이 36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자신 소유의 다른 회사 3곳 명의로도 33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7개월 만에 주택 등 부동산 3건(6억6천4백만원)과 골프장 회원권 등 재산을 팔아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그가 빌렸던 69억원의 변제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10억원의 보증지원을 받은 지 24일 만에 회사를 부도내고 해외로 달아난 사례도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술신보는 눈뜬 장님을 자처했다. 신용평가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807개 업체 가운데 717개(88.7%)는 아예 기술평가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기술신보는 지난해 도래한 P-CBO 만기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369개 기업의 7천5백50억원을 일반보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기술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사후관리도 문제투성이였다. 기술신보는 P-CBO 보증 기업들에 대한 사후관리업무를 6개 자산운용회사에 맡기고 수수료 1백63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자산운용회사들은 10억원 이상 보증사고가 발생한 기업 268개 가운데 48개(17.9%)에 대해 부도발생 시점까지 정상업체라고 보고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때 일부 벤처인들이 테헤란로 주변 유흥가의 밤을 밝히며 뿌린 돈이 사실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왔던 것"이라며 "허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해먹을 위치에서 해먹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악의 유형이다.

이들에게 세계나 세계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가 해먹고 자기 배를 불리는 순간 그것은 세계의 완성이자, 인생의 마지막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해먹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해먹지 못하는 사람만 바보되는 관리 시스템과 분위기이다.

해먹는 것이 이익이 되지 않고, 손해가 된다는 사고는 이 세계에서는 굉장히 낯설다.

 

벤처가 모든 이들을 배부르게 하리라는 단순무식한 논리의 파이프로 혈세가 고스란히 빠져나간 셈이다.

악과 악은 겹쳐 있고, 항상 커넥션이 있다. 다만 그 커넥션의 성격이 다를 뿐이다.

하나의 악이 다른 악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악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중간중간에 섬세하게 놓여진 '악'의 일부만 단속할 수 있었다면,

이와 같은 허무맹랑한 '악의 작품'은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악'에 전염돼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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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을 나서며 필진으로서 책마을이라는 책 커뮤니티 회원들을 위한 마지막 칼럼이었습니다. 군대의 냄새가 물씬 풍길 것입니다. 저는 군인이자 이론가이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사회인이자 실업자이자 이론가입니다.^^



 


이 글은 아래 저의 칼럼 '군대이야기' 중 60점 과락 이론 부분을 자세하게 다룬 글입니다. [이론가]는 널리 통용되는 이론도 아니고, 저명한 이론가의 이론도 아니지만, 세상을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한 방편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이에 관해 좋은 말을 했군요.


이론이 비로소 사람들이 무엇을 볼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만만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만한 나름대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억지주장인 이론을 마구 만들어보았습니다.

60점 과락 이론은 '벌'을 주제로 다룬 이론이어서 협소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며, 벌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좀더 넓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그에 관한 직접적인 글을 쓰려고 합니다.


60점 이론은 사실 무관심 지수


60점 이론은 사람과 사람의 무관심을 나타내는 지수입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으로 인해서 벌을 받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것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예외적인 예로 군인이 휴가를 나와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건물 위에서는 어떤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고 뛰어내렸습니다. 결국 자살자는 죽지 못하고, 걸어가던 군인이 봉변을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실화가 이 이론의 예외가 되겠죠. 또한 뜬금없이 맞은편 도로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소풍을 마치고 귀가하던 행복한 가족들을 정면으로 받아서 일가족이 몰사한 더더욱 안타까운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나의 점수 30점과 알 수 없는 상대방의 점수 30점 해서 60점의 균형으로 벌을 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벌이란 군대에서 줄 수 있는 벌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안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죠.


만남으로 인해서 도전받는 무관심 지수


군대란 사람과 사람이 자의와는 상관없이 관계를 맺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60점의 무관심한 균형은 상대방에 의해서 도전받게 되어 있습니다. 개중에 끝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은 60점 균형을 유지하며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군대란 조직이고 조직 내에서는 함께 해야할 임무도 있고, 함께 한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관심은커녕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때문에 현실적으로 60점 균형이 무너짐에 따라서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좀 구체적인 사례들


가혹행위로 벌을 받는 사람들은 그가 한 악행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좀더 정확히 말하면 60점 이론에 의해서 벌을 받는 것입니다. 때로는 악행을 해도 그 분위기가 용인할 때는 온갖 악행이 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분위기나 앞으로의 시대가 부당함이 해소된 완전무결한 균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악행의 관습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겁니다. 때문에 어제는 용인되었던 것들이 오늘에 와서 벌로써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죠. 암.

규정에 의해서 벌을 받는 사람들의 지수를 살펴보면 최고의 점수는 50점에서 더 나아가도 55점을 넘지 않습니다. 그 점수의 대부분은 자기가 자기에게 매길 수 있는 50점입니다. 다른 사람은 그에게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30점을 기본적인 무관심 지수라 했을 때 상대방이 그에게 벌을 준 것이나 다름 없지요. 때문에 그 사람이 아무리 잘 했다고 생각해도 그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당연한 결말이나 이 결과로 가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즉 상대방이 나에게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상대방은 우리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으나, 점수를 아예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이 이론에서 '상대방'에 대한 개념이 다가오십니까.


좀 안타까운 사례들


악행을 해서 그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좀 복잡하고 안타까운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실제로 이 이론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좀 잘해보기 위해서 상대방을 다독이고 이끌고 하는 노력이 상대방에서 굴절되어 비쳐졌다면 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는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여기서 피할 수 없는 것은 나의 '일방적인 노력들'이 나를 벌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의 점수는 악행의 결과보다 오히려 낮은 분포도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불행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악행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에게 저조한 점수를 부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의 벌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당신의 후임이 공개적으로 당신의 비난을 하고 다닐 수도 있고, 당신을 아예 무시하거나 반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며, 악의적으로 당신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서 당신을 궁지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동양의 경전에는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친구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다. 그러나 너무 자주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꺼려야 한다. 인간은 감정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당신의 본심이 다가가기도 전에 '의'가 먼저 깨질 수가 있다.'<출처, 바가바드기타, 논어 등>


한비자의 대표적인 글에서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군주에게 유세하는 어려움을 적은 글(세난說難)인데, 당신이 군주의 행위를 칭찬하며 드날릴 때는 군주는 겉으로는 좋아하면서도 당신을 아첨만 일삼는 무리로 분류할 것이고, 반대로 군주에게 천하의 이치를 모아 곧은 소리로 가르치고자 할 때는 겉으로는 가르침을 달게 받는 척 해도 당신을 경계할 것입니다.


당신은 먼저 당신의 세를 쌓을 필요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계별로 말을 하고 할 말만을 하도록 하며 진심을 쉽게 드러내면 안 됩니다. 군주에게 좋은 말만 해서도 안 되고, 군주를 너무 자극하는 말을 해서도 안 됩니다. 군주가 당신에게 호감이 갈 수 있도록 말을 잘해야 합니다. 당신은 신비한 존재가 되어야 하며, 군주가 당신을 보면 항상 궁금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람은 바른 말을 하는 것도 같고, 나를 존경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아첨을 일삼는 무리와는 다른 뭔가가 있다.


이런 확신을 조금씩 심어주었을 때 군주는 점점 당신을 신뢰하게 되고, 군주가 당신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면 당신은 무슨 말을 하든지 그것은 곧 국가의 말이 될 것입니다.


한비자의 말에서 중요한 점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단계적으로 정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대개 선임이 이런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후임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겉으로는 따르면서도 한켠에서는 불만들이 자꾸만 쌓여져 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여기 있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후임이 당신을 회상하면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가가 무서운 것이고, 후임이나 후배들이 정말로 무서울 때는 바로 그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50점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60점 이론으로 보는 나의 대인관계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옮길 때 나의 점수를 30에서 40 정도로 하고 상대방의 점수를 20에서 30 정도 끌어올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최상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 60점 이론의 모델들을 간단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60점 이론의 무게중심은 '상대방'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점수를 어느 정도 끌어들이느냐에 따라서 내 군생활의 대인관계 지수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어느 정도 의미를 주느냐, 어느 정도의 존재인가에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의 점수를 꾀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소유한 점수는 50점이지만, 무관심 지수 30점이라는 이론을 조금만 응용하면 얼마든지 나의 행동에 의해서 상대방의 점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만약 당신이 상대방과 굳건한 신뢰를 형성했다고 한다면 당신은 열정을 다해서 그에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신의 행동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신을 신뢰하기 때문에 위험한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당신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 계획이 고려되어 있다면 그 계획에 따라 상대방의 점수대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애정을 줄 수 없겠구나, 서로 상처만 받을 뿐이야 싶은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이런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지고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애정을 덜 가지는 것은 편애가 아닙니다. 사람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를 대우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내가 그의 점수대를 리드할 수 있는 것처럼 그도 나를 리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나와 그의 관계가 보다 분명해집니다. 나는 내가 만들어가고, 상대방은 자신이 만들어가지만, 그 이외에도 나는 상대방이 만들어가고, 상대방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이 관계입니다.


특히 군이라는 곳에서는 잘못 꼬여서 '벌'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쉽게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좀더 냉정하게 처신해야만 최악의 경우를 면할 수 있습니다. 좀더 안정된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통해 평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60점 이론의 함정에 빠졌을 때 거기에는 당신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군생활 잘하시고, 관계맺기를 통해서 좀더 안전한 내무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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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4-1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쓰실 때 미리 아웃라인을 작성하고 쓰시나요? 참고자료는 이용하시나요? 이런 글 보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마태우스 2006-04-1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반부가 이해가 잘 안가서 여러번 읽었다는...^^

승주나무 2006-04-1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 님//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웃라인이라기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글이라서 그렇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 이야기를 쓴 거거든요.
안타까운 후임에게 '행동'하다가 사무실에서는 '독재자'가 되었고, 부대에서는 '불량병사'가 되어서 징계까지 받았다는 슬픈 기억이...^^;;;

마태우스 2006-04-1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는 똑똑한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지요. 님의 징계는 그걸 잘 보여 주네요...

승주나무 2006-04-1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 님//제가 똑똑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오늘날에도 똑똑한 사람은 쓸모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적당히 똑똑하거나 적당히 멍청한 게 관리하기 편하다나^^
그래도 군에서 큰 거 배우고 왔습니다.^^;;
 

이 글을 본다면

아니 벌써 일어나서 알라딘에 충성글을 남기느냐고 할 수도 있으나

그것이 아침이 아니라 한밤중이라면 좀 의아해할 것이다.

더구나 직장인의 사고로 볼 때는 아주 '미친 짓'이 아닐까.

그러나 난 '직장인'이 아니니까.

나의 직업이 이동 중이다.

하면 너무 거창하고, 직장을 잡고 있는 중이다.

한 군데는 전에 있던 데와 좀 비슷하면서도 '정신'이 있는 곳이고,

한 군데는 편안하게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고,

한 군데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곳의 자회사이다.  

재택 첨삭은 2단계 첨삭 테스트지를 제출했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은 무슨 면접을 '태평로 본사'에서 본다고..ㅡ,ㅡ

내가 꼭 가고 싶었던 '책 많이 읽어야 하는 조건의 회사'는

두 번이나 이력서와 '현란한 문체의 자기소개서'를 보냈음에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5번 지원에 4개의 응답. 응답률 80%.. 음.. 이만하면 성공이다.

게다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숙제 하나 얻어왔으니 완전 돈독이 오른 셈이다.

애초부터 '포트폴리오 전략'을 생각했던 나의 고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금 '무급 수습'으로 다니고 있는 곳과 일감을 기다리고 있는 곳,

서류 테스트를 간단히 통과하고 2단계 테스트와 면접 테스트를 기다리는 곳,

그리고 '옛 정을 생각한 알바'를 감안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5'이다.

일주일을 5로 쪼갠다고 해도 모자랄 판국이니 어떻게 한담..

아직은 나도 분명한 선택을 하지 않고 있으니,

일단 벌려놓은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망한 다음에

투잡이든 2,3,4잡이든 해야 할 것 같다.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자야쥐^^ 자고 일어나면 많은 댓글꽃들이 피어있을까?? 내일은 동갑내기이지만 안지 2년이 넘도록 말을 놓지 못하는 다다음주 결혼한다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퍼뜩 일어날 수 있을까. 한강유람선을 타기로 했고, 갈 때는 '주전부리'를 꼭 챙겨오라고 했는데, 딸기를 가득 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앗! 완전 '의식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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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댓글 곷의 첫발을 띄웁니다. 호호 피곤하시겠어요. 그런데 잘되길 바랍니다. 태평로 본사라면 양대 신문사가 아닐가 추측해봅니다.
잘 되길 바랍니다.

마늘빵 2006-04-09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쪽이든 승주나무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됐음 좋겠어욤 ^^

날개 2006-04-0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무지 능력 있으신 분이로군요!^^

승주나무 2006-04-0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 님//어떻게 아셨어요^^
담뽀뽀 님//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프락사스 님//그저 잘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은 즐겁고 재미있게 되는 것입니다.
날개 님//그냥 자랑을 늘어놔서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현란한 문체에 속지 마시기를..부끄러워요ㅠㅠ

라주미힌 2006-04-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너무 잘나가시는거 아녜요? ㅎㅎㅎ
쏘세요~

stella.K 2006-04-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안하게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라...그런 곳에선 일할 사람 더 필요하지 않는답디까? 음~끌리네. =3=3

승주나무 2006-04-1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 님// 아직은 아니고, 좋은 결과가 나와야 잘 나가게 되는 것이지요^^ 쏘는 것은 좀 기다려봅시다용^^
스텔라 님//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결과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돈독 버전으로 가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