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우리말을 살려 쓰려고 오버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기특하구만요^^



고미다락 讚歌






어제까지 짝을 못 얻은 귀뚜리가
작정한 듯 들피진 홀몸 끌고 고미다락에 올랐다
이왕이면 터진 곳에 자리를 잡고
이슬 먹은 목청으로 밤새껏 운다
'사랑도 집착도 다 일 없어라.
가득한 밤하늘만 같아라.'
잔잔한 보꾹 외벽으로 별똥이 물둘레를 만드나보다
적막을 어지르는 사위가 제법 함초롬하다
창문 너머 남새밭 패(牌) 짝하여 앵앵거리고
달빛은 그 위를 저음으로 휘돌다
나도 벽 너머로 소네트 일장을 놓아보고 싶지만
끼 없어 여러 번 뒤척일 따름이다
새벽 罷宴할 때까지
목 부러진 선풍기도 끄덕 끄덕 장단만 잘 맞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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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6-05-0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은 아니구요. 그냥 M.C.(文靑)^^
 

오늘 출근길은 어김없이 북적댔지만 매우 즐거웠습니다. 평소에는 어른들로 북적댔지만 어린이들이 가득 매운 적은 없었기 때문이죠. 어린이들은 손에 풍선이며 과자며 들고 가슴에는 이름표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어린이들의 표정을 보면 정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티없이 맑은 표정은 내가 죄를 꽤 많이 지었음을 말해 줍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에어쇼를 벌이던 공군기가 추락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공군비행사의 명복을 빕니다.




수원비행장서 에어쇼중 전투기 추락(종합2보)

블랙이글 에어쇼 장면
5일 경기도 수원 공군10전투비행장에서 1대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지난해 9월 오산 미군기지 에어쇼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사회/ 2006.5.5 (수원=연합뉴스)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drops@yna.co.kr (끝)
조종사 사망..민간인 피해 없어

    (서울.수원=연합뉴스) 이상헌 차대운 기자 = 어린이날을 맞아 수 천명의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진행되던 에어쇼 도중  항공기가 활주로에 추락해 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5일 오전 11시51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공군 10전투비행단 비행장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진행되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곡예비행 도중 A-37 전투기 1대가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했다.

    추락 전투기 조종사 김모(33) 대위는 비상탈출에 실패해 사망했으나 활주로  주변에서 에어쇼를 구경하던 방문객 3천여명의 피해는 없었다고 공군은 밝혔다.

    이날 사고는 전투기 2대가 연무를 내뿜으며 마주 다가와 'X'자 모양으로 엇갈리 는 곡예비행 도중 날개가 서로 스치면서 발생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공군은 "항공기 2대가 교차하는 곡예비행 순서를 마치고 회전하는 도중 700m상공에서 원인 미상으로 기지 내 활주로와 보조활주로 사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던 터라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기체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기지개방 행사가 열린 공군 수원비행장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찾아와 활주로 주변에서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에어쇼를  관람 하고 있었다.

    공군은 사고 직후 모든 행사를 중단하고 관람객들을 대피시킨 뒤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블랙이글 소속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199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에어쇼를  앞두고 고난도 곡예비행 연습을 하던 중 전투기 2대의 날개가 서로 부딪히면서 1대가  추락한 것을 포함해 이번이 2번째다.

    honeybee@yna.co.kr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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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5-0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저런...ㅠㅠ

비연 2006-05-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일본은 우리가 성명을 낼 때마다 맨날 '국내용'으로 치부하곤 한다.

엄정한 발언도 역사의식도 없는 주제에...


....<중략>

감독 : 야 그럼 나쁜 녀석들은 bad boys
: 나쁜 녀석들이 bad boys지 않습니까? 감독님!!

옆에 있던 호나우담요 끼어들며

호나우담요 : 아냐, 나쁜 녀석들은 '고이즈미즈'!!


(박수)

- 어제 생방송 웃찾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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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그들이 문 밖에 있습니다.

1박2일간...

340여명 정도 되는 지역의 인사들을 인솔하고, 말은 인솔이지만 외부 시찰을 다녀오는 행사를 치렀습니다. 말은 인솔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시고 다녀온 셈이죠. 고백건대 이런 일을 한 차례 치를 때마다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곤 합니다. 반(反)도스토예프스키적인 딜레마일지도 모르겠는데, 여러 사람들을 인솔하는 행사를 치르다보면 인간의 맨얼굴이 드러나는 기분이 듭니다. 인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한 개인을 사랑하고 이해하기는 어렵다는데, 저는 도리어 그 반대란 생각을 합니다.

이번 시찰단엔 고급 행정공무원부터 국회의원, 지역의 시민운동가들까지 두루 포함된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일이다보니 뭐랄까요? 한 지역 사회의 내부가 실제로는 어떤 먹이사슬을 가지고 있고, 그네들이 어떤 의도와 구성을 통해 움직여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C.W. 밀즈의 "파워엘리트"를 책이 아닌 경험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라고 해야겠지요. 행정공무원은 국회의원이나 시의회 의원에게, 의원들은 시민운동가들에게, 운동가들은 언론인들에게, 또 언론인들은 자신들의 직장상사들이나 자본가들에게 자본가들은 다시 행정공무원들에게 돌고 돌아가는 먹이사슬의 연쇄 속에 놓여 있음을 봅니다. 그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사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공생하는 사슬 속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민운동가들은 행정관료, 정치인들과 적대적 공존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합니다. 입으로는 다들 시민을 말하지만 구체적인 한 개인으로서의 시민에 대해서 그들이 과연 얼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애초에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도 한 번 먹이의 연쇄고리에 오른 뒤에는 처음의 의도는 간 곳이 없어지고 여기저기 자신들의 입장이 추가되고, 삭제되는 과정을 통해 마치 원래 이 고기가 어떤 부위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스팸처럼 뭉그러지기 십상입니다.

뉴스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 많은 일들이 있었더군요. 박계동 의원의 몰카 사건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중요한 판단과 결정은 개방된 공식 행사가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인 폐쇄된 밤의 문화에 의해 결정됩니다. 밤의 문화에 한 패거리로 합류하지 못하면 낮에 일어나는 사건의 진실을 영구히 알 수 없게 되지요. 그래서 기자들의 중요한 취재의 대부분은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낙종하지 않으려면 술자리를 피하지 말아야하고, 시민운동가들, 정치인들, 자본가들이 낮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은 대외적으로 보여지기 위한 것이고, 밤의 술자리에선 이구동성으로 형님, 아우님 하면서 서로 어울립니다. 좋게 말하면 타협이고, 나쁘게 말하면 야합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도 실제로는 이 때인 것이겠지요. 서로가 적절한 수위와 명분을 찾아 조율합니다. 이른바 직업적 NGO들이 체제의 내성을 강화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민주주의라는 절차를 통해 획득한 정치적 정당성을 통해 4년 혹은 5년의 임기 동안 이루어지는 민주독재의 반복은 기존 체제에 늘 도덕성과 권위를 부여합니다.

올라오는 길에 평택의 넓은 벌판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평택 대추리의 소식을 들으며 가슴이 뭉개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땅에서 반미 구호가 나온지도 어느 새(1980년 12월 광주미문화원 방화사건) 30년이 되어갑니다만, 지역유지들 틈바구니에서 듣는 미국에 대한 이미지는 별반 바뀐 것이 없더군요.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경찰이고, 불량국가들의 핵개발을 미국이 막아주지 않는다면 세계의 평화는 지켜질 수 없다는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그 앞에 썩 나서서 그 개소리를 집어치우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그렇게 외치면 도리어 분위기 깨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우리 시대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죠.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하지만 제 느낌에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어느 경우에나 비극인 것 같습니다.

군이 투입될 것 같다는 전갈을 듣고, 저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현실적인 인간인지라 군의 투입이란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곽에서의 일 정도를 처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정권이 그런 짓을 광주항쟁이 있었던 5월에, 그것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런 미친 짓을 할 정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는 그런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밤사이 군이 투입되고 26년 전 광주도청에서도 있어선 안 될 일이 2006년 5월에 보란듯이 똑같이 반복되었다는 것이 현실이란 소식을 듣고 제 자신의 현실 감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1987년의 경험은 도대체 무엇이냐? 87년의 경험을 통해 이 땅에서 두 번 다시는 정부와 국가에 의해 시민을 학살해선 안 된다는, 군이 정치 일선에 나설 수 없으며, 나서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던 우리들의 정치적 믿음은 다 무엇이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이 미친 것이 아니라면 나의 현실 감각이 미칠 지경입니다.

피 묻은 손에 우리들을 때려잡을 총과 칼을 쥐고... 호시탐탐...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을 상실한 것에 분노하여 사학법은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빨깽이 칠을 하기 위해 학교를 장악하기 위한 술수라고 주장하는 그들이 있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유연성을 강화해야 하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생방송해주는 그들이 있습니다. 마치 200여년 전 산업혁명이 극성에 달했을 때, 농부들을 농촌에서 몰아내 도시의 프롤레타리아로 전락시켰듯 지금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다시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몰아내 실업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기술혁명은 산업생산력의 자리에서 더이상 과거와 같은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우리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들이 문 밖에 서 있습니다.

갈리아 땅을 정복한 로마인들이 가져온 평화의 구호, 문명의 구호 속에 학살당한 자리에 거대한 공중목욕탕이 건설되듯, 짓밟힌 땅 한반도에 골프장이 건설되고, 갈리아의 유지들이 공중목욕탕에 출입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듯, 골프장 회원권을 나눠가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들. 갈리아의 유지들이 저 멀리 게르만숲에서 울려퍼진 게르만인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로마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갈리아인들을 강제 동원해 창칼을 들고 달려가듯 이 땅의 그들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재배치되고 있는 한반도 미군 기지 확장 이전 작업을 돕기 위해 대추리에 군인들을 동원합니다. 갈리아의 공중목욕탕을 드나드는 그들이 비록 몸은 갈리아인의 것이나 마음과 정신은 로마인이듯, 대추리 작은 분교에 헬기와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는 그들이 비록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갈리아의 영주가 그러했듯 그들의 주인은 로마 아니 미국이 아닌가요. 그들이 말하는 조국의 실체는, TV에서 상업자본이 외쳐대는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 아닌가요.

나의 이 현실감각이 버르장머리없다면,
너희들의 그 현실감각은 도대체 어딜 향하고 있는 것인지 내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문 밖에 서 있습니다.

국민과의 합의 절차도 없이, 국민의 정당한 우려와 항의를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자국민을 방패로 찍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는데, 국회에서는 한 목소리로 이를 한미안보동맹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로 추어 올리는 이 현실.... 나는 참여정부의 이 놀랍고도 용감한 행동이 그들의 진정한 주인이자 진실로 잘 보이고 싶은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의 현실감각을 교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너! 너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이 아니냐! 국민의 참여를 진실로 원한다면 이제 국민의 참여로 그대들을 적으로 규정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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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 악의 역사 2, 초기 기독교의 전통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11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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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없는 사탄, 사탄 없는 하느님??





- 어린 아이들의 참혹한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의로운 신이 존재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가톨릭의 목적이다.


악의 정체는 그렇게 간단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악은 있고 악마는 없느냐, 악도 없고 악마도 없느냐 등등 여러 가지 물음이 가능하다.

저자는 악을 인격의 악과 도덕적인 악으로 구분한다.

인격적인 악은 그야말로 루시퍼와 타락 천사들이 결집하여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악을 ‘방조’하는 듯 보인다.

그것은 기독교의 딜레마였다.

하느님은 세상에 사랑과 생명을 주시려고 오셨는데,

아이들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온갖 살인과 방화가 수시로 벌어지는 것은 하느님의 조화인가.

현실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선과 악, 종교와 무신론에 대해서만 정리하여도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되어버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악은 하느님의 책임 아래 세상에 온갖 악을 퍼뜨린다. 그 악이 구석구석 미치고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하느님의 ‘선’의 품격은 높아지는 것이다.

어제 아는 형과 술을 마시다가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형의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아버지는 목사님이시다. 그리고 그 형 또한 신학의 길을 갈 뻔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논쟁하는 중에

“아버지, 그러면 단 5분만이라도 이런 가설을 받아들여보시죠.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칩시다. 선과 악은 무엇입니까.”형은 선과 악, 하느님과 사탄의 문제가 썩 내키지 않아서 끝내 신학으로 귀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생각할 때 선과 악, 하느님과 사탄은 빛과 어둠, 음과 양의 구도로 봄이 안정적이다. 그리고 그럴듯하다. 플라톤은 악을 ‘결여’의 일종이라고 하였다. 중세의 신학은 플라톤의 ‘결여 이론’으로 악의 사고를 펼친다.

나는 선악 개념을 ‘거울 이론’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나의 얼굴은 선이자 악이다. 다른 사람은 내 얼굴을 보지만 나 스스로는 얼굴을 보지 못한다. 거울을 보아야만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얼굴은 선이며, 내가 거울을 통해 나를 보는 얼굴은 ‘악’이다. 선과 악은 가까이 붙어 있다. 때문에 알기도 힘들다. ‘신’의 문제는 내가 볼 때는 지성 너머에 있다. 단순히 불가시적인 대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지성’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무게까지 다 벗어던졌을 때 ‘신’에게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내가 평생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확인하지 않고 산다면 나는 ‘신’에 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인격적인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리스도가 사탄에게 보인 수난을 통해 우리들의 선이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악마는 아주 명확한 목적에 따라서 행동한다. 우리가 악을 보면 지레 겁먹고 배제하고 하는 순진함은 이제 벗어나야 하리라. 어떻게 본다면 ‘악’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기여한 일등공신이 아니었던가. 그 옛날 유학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주공의 애첩 달기*가 그러했던 것처럼.


* 달기 : 주공의 애첩. 얼마나 사랑했던지 자신의 이름 단(旦)에 여자라는 이름을 넣어서 달(妲)이라고 했다. 은나라 주(紂)왕은 매우 사악한 군주였는데, 주공이 애첩을 보내는 미인계를 썼다. 달기는 주왕과 죽이 잘 맞아 성인의 심장을 도려내거나 기름 묻은 기둥과 솟구치는 불길을 마련하여 죄인에게 지나가게 시키는 포락지형(炮烙之刑)을 고안해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된다. 결국 주나라 무왕은 혁명에 성공하고 일등공신 달기는 주공 단에 의해 무참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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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5-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읽고 또 읽으셨나요?

승주나무 2006-05-0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는 데블이고 이번에는 사탄이에요. 나중에 시리즈 리뷰 쓸려구요^^

stella.K 2006-05-0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세요. 전 루시퍼로 족했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