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성별 정정 어떻게…대법 첫 심리

 출처 :
경향신문
입력시간: 2006년 05월 18일 18:09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들의 성별정정 문제와 관련해 일관된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대법원 심리가 18일 한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상고심에 계류 중인 성전환자 3명의 호적 성별정정 신청사건을 결정하기 전에 사회 각계 여론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이무상 교수와 국가발전기독연구원 박영률 원장(목사)을 불러 비공개 심문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1, 2심에서 다뤄진 호적 성별정정 신청사건은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내려지면 향후 하급심에 일관된 법률적 잣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신청은 2002년 가수 하리수씨의 성별정정이 허가된 이후 신청자가 매년 잇따르고 있으나 재판부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기각되기도 하는 등 들쭉날쭉한 상태다.

2003년에 서울가정법원을 비롯한 18개 지방법원에서 성전환자 22명이 성별정정 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04년에는 성전환자 호적정정 신청이 22건 접수돼 10건이 허가됐고, 지난해에는 26건의 신청 중 15건이 허가됐다.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대법원은 다음 달 중 전원합의체 회의를 한차례 더 열어 심리를 진행한 뒤 1, 2심에서 호적정정 신청이 불허된 이들 3명에 대한 호적상 성별 전환을 법적으로 허가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권재현기자 jaynews@kyunghyang.com〉

- 찬성 “태생적 질환…행복추구권 보호 마땅”-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사람의 성은 성염색체, 성호르몬, 성기 등 생물학적 요소 외에 정신의학적·심리적 요소가 함께 결합해 결정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2차 성징 또는 양육, 교육 과정에서 타고난 신체적 성과 다른 성 역할을 반복 경험할 수 있으므로 외형상 성별을 반드시 정신적 성별과 일치시키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이무상 교수는 “염색체만을 성별(性別)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의학, 유전학 발전으로 이제는 평범한 지식이 됐다”며 “성전환증은 태생적인 질환이라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회로부터 외형상 성 역할을 강요받는 데다 신체적 성별과 인식하는 성별의 불일치로 엄청난 혼란과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성전환수술이 의학적, 정신분석학적 전문가의 합리적인 판단하에 정당하게 시행됐다면 법률이 이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엔 성적 극소수자들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존재이므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헌법이념에 따라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성별정정 신청인 ㄱ씨의 대리인인 이태화 변호사는 “현행 관련법률이나 호적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어 특별법 제정이나 호적법 개정을 통해 성전환수술에 따른 성별정정을 허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입법이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성전환자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에 비춰 너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반대 “후천적·인위적 변경 法으로 인정 안돼”-

‘성전환 법적 허용’에 반대하는 주장의 근거는 ‘성전환 수술을 해도 의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별은 출생시부터 성염색체 등에 의해 고정되는 것이고 성전환수술을 통해 타고난 성별을 후천적, 인위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을 법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고려대 예방의학과 이은일 교수는 “남자가 여성스럽게 살고 싶다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세상이 그를 여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성전환수술이라는 게 짙은 화장과 얼마나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 정정은 병역법, 민법, 형법 등 각종 법률관계와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는 중대사안이므로 법원이 사법부 적극주의를 통해 나설 게 아니라, 국회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입법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발전기독연구원 원장 박영률 목사는 이날 비공개심리에서 “성전환을 허용한다면 아직 가치관이 성숙되지 못한 청소년들을 비롯, 호적 정정 신청이 봇물터지듯 밀려들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목사는 “성전환자들의 정신적 혼란과 고통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절대 다수의 인권과 행복추구권 또한 훼손될 수 없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관념에 위반되는 성전환을 법으로 허용할 게 아니라 정부, 의료계, 종교계 등이 모두 나서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정신적·심리적 치료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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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19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목사 말씀에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1."아직 가치관이 성숙되지 못한 청소년들을 비롯" --> 이 말씀은 가치관이 제대로 잡힌 사람은 절대 성전환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2."호적 정정 신청이 봇물터지듯 밀려들어" --> 수십만(아니 수백만정도는 되야 "봇물터지듯 밀려들어" 란 표현을 쓸 수 있겠죠)의 성전환희망자들이 단지 호적 정정 신청을 안 받아 줘서 못하고 있다는 말씀?
3."절대 다수의 인권과 행복추구권 또한 훼손될 수 없는 가치” --> 성전환자가 왜 절대다수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장애가 되는지요?
또한 절대 다수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을 위한다면 소수의 인권이나 행복추구권은 전혀 가치가 없다는 뜻인지? (옛날에 많이 듣던 논리군요)
4."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정신적·심리적 치료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완전히 정신병자로 몰아대고 있군요

chika 2006-05-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 읽기가 상당히 괴롭습니다. ㅠ.ㅠ (폰트가...;;;;;)

승주나무 2006-05-1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뿡뿡 님//헤헤~ 글쓰 크기 조정했습니다. 더 크게 해드릴까요^^ 말씀만 하샘~

라주미힌 2006-05-2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개인성과 사회성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텐데요. 반대하는 입장은 후자에, 찬성하는 입장은 전자에 가깝겠죠. 다수의 질서냐, 소수의 행복이냐...
이것을 선택의 문제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선택의 문제는 불가피한 상황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충분히 포용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걸림돌이 될만한 것 중에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겠죠. 비용의 문제를 관념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봐요. '치료'가 필요하다는 그들의 시각 자체가 병적인 것입니다.
이상적인 사회를 꿈꾼다면 우리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인간의 개체수만큼의 정체성이 모인 사회이기에 마땅히 개개인에 대한 존중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고요. 질서는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지, 질서를 위해 인간의 삶을 억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질서는 유연해야 합니다. 유연한 질서를 무질서와 혼동한다면 인간의 역사에 진보는 없었얼 겁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욤... 쩝.. '누가' 이런말 했더라 인용하고 '데이터' 가져오고 막 그래야 하는데.. ㅎㅎㅎ 알라딘 성향상... '보수'적인 시각은 별로 없을 듯...

승주나무 2006-05-20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 님//'토론의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토론'에서 멀어질 수도 있고, '토론'과는 관계가 없어질 때도 있습니다. 토론이라 하면 대립되는 사람끼리 만나서 지지고 볶고 얻어터지고 하다가 씩씩거리며 끝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 생각하는데요.
저는 거기다가 하나를 더해서 '사이비 토론론'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거창히 말하면 '정반합'이고, 소박하게 말하면 '빈칸 채우기'라고나 할까요. 대개 쟁점을 가지고 달려드는 토론자의 논의를 합쳐 보면 하나가 다 안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토론자들이 줄기차게 자신의 칼날에 피범벅이 되도록 휘두르다 보면 '가끔은' 빈칸이 오롯히 채워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베팅을 거는 곳은 바로 그 지점입니다.
일단 여기서 한쪽으로 천착하는 것이 토론의 전제이지만, 그 끝도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논의보다는 대법원에서 '성전환자 성별 정정'을 했을 때 그 하위 법령까지 감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대법원의 판례만 수립하고 하위법령은 그대로이니 현실적으로 법의 은택을 받기에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만약 대법원이 이를 결정한다면 가족 부양이나 혼인, 호적 등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선남선녀가 따르는 모델에 선남선남이나 선녀선녀의 모델을 온전하게 추가해야 된다는 말입죠^^
알라딘은 너무 온건해서 피가 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라주미힌 2006-05-20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론은 말꼬리 잡기도 재미있는데 ㅎㅎㅎ 암튼...

법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고 하는 것도 불온하다고 봐요. (물론 가장 현실적인 문제겠지만...) 법망에 벗어난 것들은 또다시 소외되기 마련이겠죠. 사회적 소양을 배양시키는게 궁극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타인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당신과 내가 왜 달라야 하는가...

근데...
RG 홈페이지 맛이 완전히 갔네요... 내일 나올겁니까? ㅎㅎㅎ

승주나무 2006-05-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나갑니다.
회사에 뻥도 쳐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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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신부·스님도 근로소득세 내야 마땅?

 출처 :
경향신문
입력시간: 2006년 05월 07일 18:07

최근 국세청과 민간단체가 목사·스님·신부 등 종교인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서를 재정경제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돼 재경부의 유권해석 결과가 주목된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는 종교 관련 단체들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으로 지금까지 조세당국은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며 세금을 물리지 않았다.

7일 조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종교인에 대한 과세 가능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재경부에 보냈다. 국세청이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질의서를 재경부에 보낸 것은 처음이다.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도 “현행 세법에는 종교인의 근로소득세에 대한 면세조항이 없는데도 일부 종교인을 제외하고는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6일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와 관련한 민원을 국세청·재경부·청와대 등에 제기했다.



특히 종비련은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도 국세청이 수십년간 세금을 거두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조세당국은 종교인들이 불특정다수로부터 기부금(헌금)을 받았다면 일종의 후원금에 해당돼 과세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회·성당·사찰 등 종교인이 속한 기관에서 후원금을 ‘수입’으로 잡은 뒤 종교인들에게 ‘임금’ 명목으로 지급한다면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과세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세법 검토작업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구재기자 good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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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1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자가 넘 작아 안보여욧!

승주나무 2006-05-1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도의 어르신께서 도를 닦으러 산으로 갔으나 이제는 도를 닦으려면 사람들에게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후로 종교인들은 사람들과 기거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내려온다는 말은 사람들의 생활을 대부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와 같은 논리라면 종교인이 살인을 해도 처벌할 법조항이 없다. 법률에 종교인은 면책특권이 있다는 명시도 없을 뿐만 아니라 면세특권 또한 없다.

종교인이 세상에서 사람들을 교화하고 함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헌법에 명시한 국민의 의무에 동조해야 한다. 단, 개인에게 소득이 돌아가지 않고 기금으로 축적이 되는 종교재단 자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기부'의 의미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금'에서 급여를 받는 종교인들은 마땅히 소득세 대상에 포함해야 하며, 하루빨리 이에 대해 공론을 이루어 과세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승주나무 2006-05-19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 님//안녕하세요. 복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그럴 때는 컨트롤키 누른 상태에서 마우스 휠을 드르륵 아래로 굴리시면 되어요^^ 반갑습니다.

비로그인 2006-05-1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말이죠. 울 사장님은 매년 수천만원을 교회에다 기부했다고 영수증 받아와서는 세금혜택받아요.
이게 말이 되나요. 그러면 사장님이 목사님을 고용해서 교회를 하나 세운 다음 수입을 다 기부했다고 하면 될까요?

비로그인 2006-05-1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나
스님이나 목사님이 무슨 재산이 있어 세금을 걷겠습니까
설사 급여를 받는다 할지라도 영세율 이하일테고 그나마 헐벗은 중생들을 구제하는데에 다 쓰고 계실텐데요.
이런...혼자 토론한다...

chika 2006-05-1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제가 아는 한 신부님들은 세금을 냅니다. 임금 명목으로 (생활비, 로 나가지만) 월급여를 받고 있으며, 그 금액은 세무보고 됩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천주교 사제, 인 경우는 총소득액이 적거나 연말정산으로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0원인 경우일것입니다.
천주교 사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몇몇 돈을 착복하는 종교인들때문에 이러는 것 같습니다. ㅡ,.ㅡ

연말정산으로 제가 아는 신부님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으며, 같은 금액을 받는 다른 신부님은 카드도 사용하지 않고 연세가 많아 국민연금 납부도 하지 않아서 삼만원정도의 세금을 내셨습니다.
- 증거를 대! 라고 하시면 세무서 가서 알아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지만, 이곳에 오시는 서재지기님들은 저를 믿어주실거라 생각하겄슴다.

라주미힌 2006-05-20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득이 있는 곳엔 세금이 있다...
정당한 소득이 있는 곳엔 그에 합당한 세금이 있어야겠죠.
문제는 어떻게 소득을 파악해서 걷을 것인가 아닌가요.
경제활동 x나게 열심히 하는 '자영업', '전문직'은 냅두고, 못(안)하는 건지 안하는건지. 그것들부터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ㅎㅎㅎ

수백억짜리 절, 교회 짓는 목사, 스님들 ...
그들은 종교인들이 아닙니다. CEO입니다. ㅎㅎㅎ

하늘바람 2006-05-2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세금을 안 낸다 말이에요?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게다 목사님들은 결혼해서 다른 사람들하고 아이 낳고 똑같이 살잖아요
 

바람직한 토론 문화와 알라딘의 배고픈 논객들의 욕구불만을 위로하고자 살벌한 토론장을 개장합니다.

의제야 제가 능력이 있나요.

쟁점이 될 만한 신문기사를 따다가 의견을 달고, 댓글을 통해 피를 튀기는 방법이지요.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여방법은 물론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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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생일선물 4호 세트 도착 (마지막)

생일선물 4호 세트 도착 (마지막)

내가 갖고 싶다고 한 책 전권을 선물받았다. 한 권도 안 빼놓고... 가격을 추산해보지는 않았는데, 남들이 그러는데 대략 30만원어치 정도는 된다고 그러더라... 에효, 이 놈의 인기는 시들지도 않아...

보들레에르
김붕구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어떤 책은 그야말로 "소년의 로망"과 관련이 있는 책들이 있다. 김붕구 선생의 보들레에르는 내가 8살 때 세상에 첫선을 보인 책이다. 내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아마도 중학교 3학년 무렵이던가 할 것인데, 그때 이 책을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아직 어린 내가 갖기엔 너무 어려웠고, 그보다는 돈이 안 되었던 책이다. 그리고 한 동안 나는 이 책을 몹시 갖고 싶었으나 갖지 못한 책으로 분류해두었다. 책과의 인연도 사람과 같아서 한 번 인연이 안 되면 다시 제 인연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벽초 홍명희 연구 
강영주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 어떤 사물 혹은 사상, 역사, 기타 여러가지 인간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산출해낸 모든 문명과 문화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물, 사상, 역사를 배우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내가 택한 방식은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먼저 사람을 알고나면 나머지 것들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란 믿음이 내겐 있었다. 물론 현재까지도 이런 내 방식이 꼭 옳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벽초 홍명희는 우리에게 임꺽정을 작가로, 독립운동가로 그리고 해방 이후 북한의 부주석으로 기억된다. 그 한 사람에 대해 어찌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리오만... 그 첫 걸음은 족히 되리라 믿는다.

 

히틀러 평전 1.2 | 원제 Hitler
요아힘 C. 페스트 (지은이), 안인희 (옮긴이) | 푸른숲

- 요아힘 C.페스트는 이 책으로 최고의 히틀러 전문가가 되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히틀러에 대한 여러 평전 가운데 현존하는 으뜸의 것으로 놓아둘 만하다. 히틀러라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냉정한 정치가이자 나치즘 정치 지도자, 그리고 학살자... 그로 인해 수많은 것들이 생겨났고, 정작 그 자신은 소멸되고 말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히틀러란 인물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그를 존경한다거나 따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그와 관련한 여러 종의 책을 읽었으므로 그에 대해 나는 나름대로 잘 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책 한 권쯤 거뜬히 쓸 수 있을 만큼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좀더 잘 알게 되려나...

지구의 딸 지구시인 레이첼 카슨 - 이유인물선 1
김재희 (지은이) | 이유책

-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 그리고 나는 그녀에 대한 평전도 한 권 구입해두었다. 이제부터 알아가고자 하는 이 레이첼 카슨.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을까? 그건 나와 타자가 세상을 후손들로부터 빌려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우쳤기 때문이다. 이제 더 많은 걸 알게 되겠지.

 

 

보르헤스 문학 전기  
김홍근 (지은이) | 솔출판사

- 보르헤스가 위대하냐고? 글쎄... 눈 먼 장님에 가까운 우파 작가에게 내가 뭐 찾아먹을 게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겠나? 하지만 보르헤스는 위대하다. 왜? 그는 오래 살았고, 많은 걸을 배웠고, 많은 것을 생각했으며 많은 것을 써냈다. 그런데 그 많은 것들을 피하고서야 어떻게 현대에 들어올 수 있을까? 장자를 읽는 보르헤스를 말이다.

 

 

축복과 저주의 정치사상 - 20세기와 한나 아렌트
김비환 (지은이) | 한길사

- 한나 아렌트에 대해 나는 특별한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망명한 유대 지식인들은 종종 편협함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이 설령 나의 선입견이거나 편견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현재까지는 나의 이런 선입견을 일거에 거두어낼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내 학자가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에 대해 연구한 연구서이다. 한나 아렌트에 대한 나의 편견을 교정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 신과학총서 1
프리초프 카프라 (지은이), 이성범 (옮긴이) | 범양사

- 나는 모든지 늦되는 사람인지라 현대 물리학도 잘 모를 뿐더러 거기에 동양사상을 결부시키는 유행 아닌 유행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지 못해왔다. 최신 조류엔 더욱더 둔감하다. 왜 과거의 명확히 규명된 것을 받아들이기에도 나는 숨이 턱에 차는 경험을 종종하기 때문인데, 이제 프리초프 카프라의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나름대로 이런 유행도 이젠 어느 정도 검증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현대문명의 봉착한... 한계를 동양사상으로 뚫어보려는 시도는 과연 가능할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 원제 The Same and Not The 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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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화학에 대해 쥐뿔이라도 아는 게 있을리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 집에서 나에게 줄곧 해주던 이야기는 네가 수학만 잘했어도 서울대에 갔을 거라는 말이었다. 난 이 방면엔 그야말로 깡통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깡통에 가까울 거다. 아마 이번에 과학 관련 서적들을 읽어야 할 목적 의식을 그때도 가졌다면, 내 인생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화학의 시인"이란 별명을 지닌 로얼드 호프만이 쓴 화학 분야에 대한 입문 교양서란다. 읽고 뭔가 알게 되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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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큰일 날 뻔 했다. 난 지난 3호 선물 세트 이야기할 때 분명히 글을 쓴 기억이 있는데, 아마 올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람돌이님이 화내실 텐데... 한국 작가가 아쿠다가와상 후보였었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동경제대 독문학과를 나와 아쿠다가와상 후보에 올랐던 김사량... 그러나 그에 대해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잘 알지 못한다면...그의 고향은 평양이었으므로 월북 작가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재북작가였다. 인민군 종군 작가였던 그는 결국 부르주아지 출신이란 이유로 숙청당하고 만다. 그에 대한 평가는 남한도 북한도 아닌 일본에서 먼저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평전조차도 재일교포인 안우식에 의해 쓰인다. 이제 기억 속에 그를 다시 부활시킬 때인가 보다.

* 그리고 밑의 책은 딸기사마가 준 선물...? 이거 생일선물인 건가? 글구 또 하나 생각난 거... 일본에서 사와서 나 준다고 했던 선물은 꿀꺽한겨?

서양 철학사 | 원제 The Oxford Illustrated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94)
데이비드 페어스, 로저 스크루턴, 스티브 클라크, 앤서니 케니, 폴 빈센트 스페이드 (지은이), 김영건, 서상복, 석기용, 유원기, 이상헌, 채이병 (옮긴이) | 이제이북스

- 흐흐, 이것 역시 "옥스포드판 서양철학사"다. 예전에 이야기한바 있지만 일단 옥스포드 어쩌구 하는 것들은 나름의 값어치는 꼭 해준다. 츨판사에서도 그 부분을 생각했는지 표지 장정을 스웨이드 가죽으로 했고, 지질 역시 아주 훌륭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질이다. 물론 내용은 내가 다 안고는 할 수 없어도 대충은 아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아마 재미나게 새롭다는 감각으로 읽기엔 좀 모자랄 듯 싶지만, "옥스포드판"이란 책들이 지닌 미덕은 정리를 엄청 잘 해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나도 이걸 읽고 서양철학사 좀 정리해보자.

 

* 이외에도 몇 권의 책을 선물받았고, 예쁜 옷도 받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돈 모아서 사준 DVD플레이어, 아내가 사준 선글라스... 말이라도 고맙게 축하해주신 분들, 아예 무시하신 분들... 혹은 말을 차마 걸지 못해준 분들... 뭐 모두모두 고맙다고 해야겠지. 몇몇 분에겐 특별히 더욱 고맙다. 사람 사는 일이 전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에 생략이란 없다. 생략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것들, 과감히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인생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들이었음을 나는 이제사 깨닫는다.

그건 내가 누군가에게 비록 밥 한 술 떠 넣어줄 수는 없어도, 지나가는 말로라도 "밥은 먹고 다니냐?" 물어주는 것, 그런 일들이다. 예술의 가장 큰 속성은 낭비다. 문학은 언어를 낭비하고, 미술은 색을 낭비하며, 무용은 행동을 낭비한다. 그러나 낭비로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과소와 과장을 넘나들며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부각시키고, 생략해 보여주는 것들, 그것이 예술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사사롭게 보이는 어느 하나도 결국 사사롭지 않은 일이 된다.

작지만 큰 마음을 내게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다음 기회에 여러분이 베풀어주신 만큼 혹은 그 이상 돌려드릴 기회와 능력이 내게 존재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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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낸 생일과는 너무 다르네요 ^^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주민 2009-05-1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풍부하고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이런 일들이 '인류공헌' 중 작은 하나 아닙니까.
감동: 중 3때 보들레르 평전 욕심. 대단하십니다. 저도 이 책을 좋아합니다.
유용정보: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김사량'.
계속 좋은 정보, 감동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 작업의 정석

양로석에서 벌어지는 남과 여의 '추파'는 몹시 볼 만한 그림이었다. 특히 중년의 멋쟁이들이 나누는 '프로급'의 플레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지하철에 자리가 없으면 양로석이나 문 옆 모퉁이를 자주 이용한다. 기대서 신문을 보기 위해서다. 그날도 양로석 옆 벽에 기대 신문을 보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가래를 끓여먹으며 멀뚱히 서 있었다. 나는 몹시 예민한 성격으로 아저씨의 행동을 흘낏 주시하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플레이'는 그때부터 나왔다. 아저씨는 맨 모퉁이의 멋쟁이 아줌마가 몹시 맘에 들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미끼'를 찾기 위해 두리번 살폈다. 좌석 위 짐받이에는 무가지와 '국민일보'가 널려져 있었다. 아저씨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신문을 얼른 빼들어 구석에 앉은 멋쟁이 아줌마에게 주었다. 멋쟁이 아줌마의 '플레이'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내가 볼 때 멋쟁이 아줌마는 프로의 프로였다. 그 눈을 잘 알고 있는데, 매우 기대에 차 있고 재미있어 하며, 호기심어린 눈빛이었다. 멋쟁이 아줌마는 내숭을 떤다.

"어, 이거를 왜 제게 주시죠?"

황당한 말이 아니라 은근히 사람을 끄는 눈빛과 말투였다. 아저씨 왈

"멋진 아가씨가 신문을 읽어야지!"

"어머, 아저씨 멋쟁이다. 근데 어쩌죠, 저 까막눈인데."(쌩거짓말, 그러나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

"아냐, 멋쟁이 아가씨가 까막눈일 리가 없어."

"이야, 아저씨 사람 볼 줄 아신다. 암튼 고마워요."

멋진 아줌마에서 멋진 아가씨로 '진급(?)'한 그 아가씨는 신문을 받아들고 핸드백을 뒤적인다.
핸드백 안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이거 받으세요. 멋쟁이 아저씨에게 내가 명함을 드리지 않을 수 없지."

멋쟁이 아저씨는 명함을 챙긴다. 그리고는 근엄한 표정으로 아가씨에게 화답한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아저씨는 눈빛으로 '나 이 역에서 내려'를 보낸다.

"아저씨 연락주세요. 꼭 연락주세요."

아저씨가 내린 다음 나는 좌측 맨 옆에 앉았던 아줌마2가 그 아가씨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줌마2는

"그 사람, 아까부터 계속 가래 끓여먹던데, 어쩌자고..."

하면서 막 구박을 했다. 아가씨는 매우 여유로운 미소로 답했다.

그분들은 어떻게 통했을까. 아마 그것은 '프로의 눈빛'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쯤 그들은 경복궁 돌담길을 거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경포대 해수욕장이나. 그것도 아니면 아저씨는 집사람에게 일상적인 구박을 얻어들으며 '나만의 로망'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2. 할머니 감사합니다.

또 지하철. 역시 7호선은 한산하다. 하지만 아주 띄엄띄엄이라 나는 그냥 서 있으면서 빈 자리를 주시했다. 특히 나의 빈자리 의지는 지독하다. 그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건다.

"학생 저 자리에 가서 앉아요"

일반석의 할머니가 내게 '경로석'을 가리키며 말한 것이다. 경로석에는 두 분의 할아버지가 아주 여유롭게 자리를 정복(?)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할머니, 저 좀 있다 내리는데요 뭐. 그리고 저곳은 경로석이니까 제가 앉을 곳은 아닌 것 같아요"

할머니는 물러서지 않고 또 권한다.

"아니야, 빈자리에 사람이 앉는 게 맞는 거지. 경로석에 할아버지가 앉아야 경로석이지, 경로석이 빈자리면 그것도 별볼일 없는 거야. 가서 앉지 그래."

나는 할머니에게 연거푸 감사를 표시하며,

"그러면 저곳에 있는 빈자리에 앉을게요."

하고 그 자리를 피했다.

할머니가 매우 고마운 이유는 나에게 '인식의 전환'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이다.

'경로석과 빈자리'의 의미는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대체로 나이드신 분들은 경로석 일반석 가리지 않고 독식하는 것이 사실이다. '독식'이라는 말은 '젊은이들이 앉아야 할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양보한 자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앉는 것과 젊은이들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자리 양보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것이 '미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껄끄러운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이며 그것은 아마 할아버지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할아버지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다음에는 할아버지에게도 그런 권유를 들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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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5-1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이야기 보고 생각난 웹툰 ^^;

승주나무 2006-05-1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매지 님, 저 학상들 어쩌다 보니 개념이 없어졌군요^^;;;
실은 저와 할머니의 대화를 보던 할아버지 두 분의 표정이 저랬어요(무서버라)
한참 웃었습니다!!

마늘빵 2006-05-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