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늘빵 >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려면(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2007. 2. 6.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02/h2007020518013024370.htm

[아침을 열며]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려면


21세기를 맞이하여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졌고 또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 여행은 고사하고 서울 구경이 평생의 소원인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요즈음은 초등학생들도 외국 여행을 수시로 할 정도로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서로 왕래가 잦고 또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세계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 정보화시대에 살아남는 길

이러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경제적 의미의 국경은 소멸되어가고 있으며 무한 경쟁의 상황에서 적자생존의 법칙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존의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단순한 암기능력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력이 중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1997년에 개정 고시된 이후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근간이 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시되고 있는 능력은 창의적 사고력이며, 비슷한 시기에 교육 현장에 도입된 수행평가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창의적 사고력이다.

그리고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입학전형에서의 논술고사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창의적 사고력이다. 나아가 신입사원을 선발하거나 승급, 승진심사에서도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창의적 사고력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력을 신장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여행을 많이 한다거나, 신문의 칼럼이나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을 많이 보거나 듣는 것 등이다.

이것들은 모두 좋은 방안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방안들은 자칫 학생 스스로가 노력하기만 하면 충분한 것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 창의적 사고력은 학생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의적 사고력도 다른 능력과 마찬가지로 유능한 교사의 가르침과 지도 하에 지속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비로소 신장ㆍ발전되는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창의적 사고력 교육에서도 교사의 관련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력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담당 교과 안에서 안주하는 닫힌 마음이 아니라 교과 간의 장벽을 허물고 모든 교사들이 함께 노력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교사들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수ㆍ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협의회를 한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310개 나온 반면, 권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겨우 29개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그 아이디어들을 평가해 본 결과, 전자의 경우에는 평균 36.3개의 아이디어가 상품화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겨우 6.5개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 교사의 질이 곧 교육의 질

요컨대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국경 없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신장ㆍ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교육 당국에서는 관련 전문성이 높은 교사들을 우대하고, 교사들은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수ㆍ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과 암기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토론식 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거나 쓸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각에 대해 전문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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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사태 ‘권력싸움’ 변질
입력: 2007년 02월 06일 07:59:19
 
고려대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시비가 ‘권력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논문 표절 여부를 밝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대신 파벌다툼과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특히 논문 표절 여부 판정을 위임받은 교수의회의 입장 유보 방침에 대해 자정기능과 학문적 양식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고려대 내부에서는 “불과 몇달 전 위기에 빠진 인문학 부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바로 그 교수들이 맞나”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5일 고려대 교수의회 소속 일부 교수는 교수의회 의장단에 대한 해임안 발의를 결의했다. 한 교수는 “논문 표절 여부를 가리는 교수의회 토론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제기됐는데도 몇몇 의장단이 무리하게 표절로 몰고갔다”고 해임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음모론이 또 등장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사학인 고려대의 논문 표절 사태는 우리 대학 사회에 구조적 문제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학문연구와 인재육성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가진 ‘지성의 전당’이 학연과 패거리 문화가 스며든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개탄이 나올만 하다.

지난해 12월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고려대는 진실을 가리기보다 내부다툼을 되풀이해왔다. 교수들이 이총장에게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는 것처럼 중환자실에 입원하라”고 제의하는가 하면 이총장은 “사퇴압력을 받았다”며 맞서기도 했다. 대학의 양식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는 “학내 인사들이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대립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치권과 똑같은 권력 싸움의 양상으로 비쳐진다”며 안타까워했다.

고려대 인문학 교수들은 지난해 9월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을 비판했다. 당시 “인문학자로서 잘못된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정신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창조정신을 고양하자”고 부르짖던 교수들의 모습은 지금 고려대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이번 고려대 사태는 그동안 내연해 온 학내 갈등이 논문 표절 사태를 계기로 표출됐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문 연구보다 연구비 확충에 더 힘을 쏟고, 학문적 양심보다 학교권력을 추구하는 그릇된 대학 풍토가 낳은 일그러진 대학의 자화상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4·19를 이끈 대표 사학 고려대의 총장 선거 갈등이 연고주의와 도덕성, 학문적 엄격성이 뒤섞인 양태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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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담론의 공간이 불안하다

원제 : [퍼온글] 담론의 공간이 불안하다
로쟈님의 서재에서 퍼왔습니다. 펌글도 수정이 되는군요. 처음 알았어요 ㅋㅋ



제목은 좀 거창하지만 내용은 '문예지 휴간, 폐간 잇따라'란 부제에 그대로 들어 있다. 뜻밖인 건 지난 겨울 창간 5주년 기념호를 낸 <문학판>이 무기한 휴간을 결정했다는 소식인데, 그 기념호에 5주년을 기념하며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한 여러 편의 축사를 읽은 나로선 좀 황당하기까지 하다. 내부사정이 갑작스레 악화되었을 리는 없고 '기념호'란 게 마지막 불꽃놀이였나 보다. 물론 폐간은 아니지만 당분간도 아닌 '무기한' 휴간이라니. <비평과 전망>이 소식이 뜸한 지는 오래이고 <문학과 경계> 또한 인공적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있는 게 문예지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문학잡지가 너무 많다. 더불어, 계속 창간된다. 그리고 폐간된다. 일설에는 작가/필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잡지들을 발간한다고 하는데, 그러한 단행본 출판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문예지가 시장에서 생존/자립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노릇이다. 이러나저러나 여건이 그러하다. 변신하거나 전사하거나, 선택지는 많지 않은 듯하다.

 

컬처뉴스(07. 02. 06) 담론의 공간이 불안하다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내고 있는 계간 문예지 『문학판』이 최근 재정적 어려움으로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다. 소장 평론가들이 주축이 돼 지난 1999년부터 의욕적으로 발행해왔던 반년간지 『비평과 전망』 역시 사실상 폐간 상황에 처해있으며, 계간 『문학과경계』는 재정난으로 ‘2006년 겨울호’를 내지 못하다가 뒤늦게 편집인과 문인들이 십시일반 재원을 마련해 최근 겨울호를 발행했다. 

지난 2001년 겨울호로 창간된 계간 문예지 『문학판』은 ‘문학의 상업화에 맞선다’는 기본 취지 아래 대중적 감각과 지성적 이해를 결합시키며 평단에서 소외된 신인작가의 전위적 작업을 부각시키겠다는 포부로 시작됐다. 지난해 겨울호까지 통권 21호를 출간했으나 어려운 경제적 여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무기한 휴간을 결정한 것이다.

반년간지 『비평과 전망』은 2000년 이후 문단을 달군 ‘문학권력 논쟁’의 복판에 섰던 문예지로, 이명원, 고명철, 홍기돈, 엄경희, 최강민, 오창은 등 소장평론가들이 의욕적으로 현장비평의 장을 열었지만 역시 재정적 어려움으로 통권 9호(2005년)에서 멈춰있다.

통권 23호까지 나온 『문학과경계』는 ‘진보 담론의 새 공간을 제공하자’는 모토 아래 이진영 시인이 지난 2001년 가을 사재를 털어 창간한 잡지다. 지난해 가을 이진영 사장의 건강이 나빠지고 잡지사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부득이 폐간신고를 내기도 했지만 잡지를 이어가지는 데 뜻을 모은 편집인들과 문인들의 도움으로 뒤늦게 겨울호를 낸 것이다(*알라딘에는 21호까지만 올라와 있다).

과거 ‘문예지’는 신인작가 등단의 장이자 문학논쟁의 전초기지로 문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또 87체제 이후에는 군부에 의해 폐간되거나 휴간됐던 문예지들이 복간되면서 폭발적으로 ‘문예지’가 활성화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90년대 들면서 ‘한국문학의 위기’가 공공연해지고 외국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지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낮아졌다. 또 출판의 상업화와 물리면서 규모 있는 출판사에서 발간하고 있는 문예지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으나 독자층의 감소와 함께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 독립적인 문예지들은 문예진흥기금에 의존하거나 자체조달 방식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앞서 언급한 문예지들처럼 휴간하거나 폐간에 이르게 된다.

『비평과전망』 편집주간인 이명원 평론가는 “문학매체 안에서도 문학권력과 같은 카르텔구조가 성립되면서 자본을 동력으로 작가를 포섭하고, 작가들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 마이너 매체들도 출판시장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메이저 매체들의 방식을 따라가게 되고, 마이너 매체들이 메이저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독자적 시각을 펼치는 독립매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재원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하지만 어디서?). 하지만 현재의 출판시장에서 작품출판과 분리된 독자적 매체가 재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그런 의미에서 문예지 또한 지극히 기생적이다. 고상한 발언과 주장들을 앞세움에도 불구하고). 또한 이러한 배경에는 문예지와 대형 출판사 간의 ‘공조’로 창작과 비평의 폐쇄적인 순환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독립 문예지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측면도 있다.

기존 문예지와 ‘차별성’을 내세우며 등장한 독립 문예지들이 이 같은 출판시장의 거대 자본에 휩쓸리면서 방향을 잃고, 소멸되어가는 모습들이 오늘 우리 문학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다(위지혜 기자).

겸사겸사 기사에서도 거명된 <비평과 전망>의 편집주간 이명원 평론가의 인터뷰 기사를 덧붙인다(며칠전 'TV, 책을 말하다' 이문열 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컬처뉴스의 신년인터뷰 연재 중 한 꼭지였는데, '담론의 공간'뿐만 아니라 직장(=밥통의 공간)마저 불안한 시대를 문학평론가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잠시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난해 서울디지털대 교수로 재직하다 학내 비리를 비판해 해직된 이명원 문학평론가

컬처뉴스(07. 01. 11) 집단적 '희망' 상실을 뛰어넘어야 한다

<컬처뉴스> 신년인터뷰 네 번째 손님은 이명원 전 서울디지털대 교수이면서 문학평론가다. 굳이 ‘전 디지털대 교수’의 직함을 사용한 것은 지난해 이 평론가가 재직했던 서울디지털대학교는 학내 비리를 비판해 온 이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킴으로 이 평론가에게 ‘해직교수’라는 영광의(?) 명찰을 달아줬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이 평론가의 재임용 탈락 사유로 “이 교수가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올렸고, 언론매체에 쓴 칼럼을 통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해교행위를 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불법행위를 한 학교가 그 시정을 요구한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물론 스스로 비판적 지성의 무덤임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평론가는 현재 대학을 상대로 ‘소송’ 중에 있다. 그를 만나 이번 해직 문제에 대한 심경과 올 한해 계획들에 대해 들어봤다. 

<컬처뉴스> 독자들에게 신년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올 한 해에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 의미 있게 충전되는 날들이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지난해 서울디지털 교수 해직 문제로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사건이었는지 간단히 설명해 달라.

재직했던 대학에서 2006년 한 해 동안 대학 정상화와 민주화를 촉구하는 일련의 상황이 전개됐었다. 2005년 부총장에 의한 교비횡령 사태의 ‘후폭풍’이었던 셈이다. 대학운영의 투명성과 민주화를 요구한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총장 불신임 선언 이후, 대학에 대한 감사를 촉구했었고, 사이버대학의 근거법률을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법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법률 개정 운동도 있었다. 대학당국은 이를 문제 삼아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에 대한 재계약거부와 중징계를 단행했고, 현재도 징계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교수협의회 회원이었던 나는 다른 교수들과 함께 재임용에 탈락되는 기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서울 서부지법에 교수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이와는 별도로 지위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 소송 1심에서는 패소했는데, 패소의 근거가 현행 법률상으로는 사이버대학 교수의 경우는,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교원의 권리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가처분 소송의 경우는 고등법원에 항고해서 계류 중이고, 현재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본안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1월 26일에 공판이 예정되어 있으니 3월 안에는 판결이 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착잡한 상태다. 그러나 나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많은 대학교수들이 학내분규 과정에서 징계와 해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사회가 민주적 언로를 차단당하는 시대착오적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을 볼 때, 지성의 위기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체감을 하고 있는 중이다.

동감한다. 개인적으로 새신랑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터져 걱정스러웠다. 혹 결혼생활에 지장은 없나?

신혼여행을 다녀오니, 재임용에 탈락했다는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그때는 잘못 도착한 속달우편처럼 느껴져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상황 자체가 나의 일상에 치명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나는 이런 상황을 거치면서, 사유하는 일과 경험하는 일의 차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실직을 하고 보니까, 또 계약제 교수의 현실을 몸소 체험해 보니까, 노동유연성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인지 또한 지성의 독립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예를 들면 비정규직 문제라든가 관료제의 불합리성, 지식생산 구조의 허약성을 머리로 생각한 수준이었는데, 뭐랄까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체화된 고민을 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행한 상황이긴 하지만, 나는 오히려 ‘문학에 대한 사유를 깊이 있게 하는 안식년이다’라고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역사적으로 좋은 지식인들은 다들 ‘파문’의 주역이 아니었던가. 이것이 나의 ‘스스로 힘내기’의 방식이다.

처음에 이 평론가의 ‘해직’ 소식을 듣고 ‘고난의 지식인’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닌가 하고 축하했던 것으로 떠오른다. 여전히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문학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지난 2006년도 ‘문학의 위기’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현장에 몸담고 있는 평론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인의 입장에서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문학의 위기라기보다는 더 넓게는 문화예술의 전면적인 위기인 듯하다. 크게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문화의 게토화 현상 때문이겠지만, 시민들이 이른바 삶에 대한 느린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만한 여유를 상실해가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희망이 없는 가난’도 참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지금보다 절대적으로 가난했던 과거에 문학을 포함한 예술적 성찰에 시민들 자신이 치열하게 몰입했던 것을 보면, 현실에 대한 시민들의 집단적인 ‘희망’의 상실이야말로 문화예술 위기의 주요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를 포함한 문인과 예술가 자신의 이완된 작가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쓴다는 행위, 창조한다는 행위에 대한 자기화된 예술론을 어쩌면 우리 스스로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또 공적 소통 체계 안에서의 문화예술의 존재근거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약화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의 자동화된 글쓰기와 예술행위에 나르시시즘적으로 몰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들곤 하는 것이다.

문학의 위기를 넘어 문화예술 전면적인 위기를 말했는데, ‘위기’의 원천에 대해 ‘비평이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웃사이더 비평계의 주자로서 ‘비평’의 현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비평 역시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다양한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것들이 독자들에게는 지식인들의 ‘은어체계’처럼 느껴지는 듯도 하다. 내 생각에는 한국 문학비평이 ‘육성의 언어’를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 위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정제되고 발랄한 언어감각은 있는데, 그것이 비평가 개인의 삶과는 무관한 층위에서 개념어들의 홍수로 귀착되고 있는 듯한 감도 있다. 비평 역시 매력적인 읽기의 풍속이 가능해야 할 텐데, 그 점에서 읽히면서도 감동적인 비평적 형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 속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 한 해 문학계에 바라는 점이 있는가?

작은 글쓰기도 좋지만 큰 의제를 생산해내는 젊은 작가들이 출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1970년대에는 황석영이나 조세희, 최인훈, 이청준 같은 청년 작가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문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오늘의 젊은 문학은 과연 성숙한가. 나는 이 점에서 약간 회의적이다. 작가들이 나의 회의를 불식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올해 계획하는 일이나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말해달라.

2007년은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을 좌우의 진영과 무관하게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담론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한 언론사에서 그런 기획을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있는데, 생각해 보니 흥미로운 기획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국문학자로서 본연의 연구도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2006년 한해는 이런저런 복잡한 삶의 형국 속에서 공부다운 공부를 못했다는 생각인데, 2007년은 좀 달라져야겠다. 내가 속해 있는 민족문학연구소나 포럼X와 같은 연구모임을 중심으로 좀더 성실한 연구자와 비평가의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든다. <비평과전망>의 진로에 대해서도 사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과감한 해체냐 아니면 후배세대로의 이월이냐 이런 고민이다. 또 한 가지는 과거에 몇 권의 책을 낸 바 있는데, 2007년에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책의 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방학 동안에 책을 한권 쓸 생각인데, 원고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

2007년, 우리 사회에 대한 새해 희망이 있다면?

진보적 지식인 사회의 이완과 무력감이 커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같은 세대인 30대 중후반의 젊은 지식인들이 한국사회의 진보적 대안을 만들기 위한 공동체를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세대들은 이전 세대들에 비하자면 연대의 경험이 미약하고, 사회적 실천에서 다소 소극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 과거처럼 한 시대의 의미 있는 지적 담론을 생산해내는 데 다소는 방관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포스트 386 어쩌구 하는 표현을 들을 때면, 사실 이게 무슨 세대개념이냐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것이 문학이든 또 어떤 것이든 일단 장르나 실천의 장을 뛰어넘어, 한국사회의 현실을 고민해 보는 그런 장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정리 위지혜 기자) 

07. 02. 07.

P.S. 비슷한 연배인 탓에 생각하는 나로선 공감하는 바가 많다(칠공년 개띠면 동생뻘이긴 하지만). 차이라면 평론가가 훨씬 진지하다는 것 정도(나는 대개 반어적이다). 관심있으신 분은 문학평론가 이명원과 퍼슨웹과의 인터뷰 http://www.personweb.com/sub10/lee_mw/ymw1.html 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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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대선 게임’ 주사위 던졌다
입력: 2007년 01월 27일 09:18:08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정국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할말은 하겠다”며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온 노대통령은 이제 차기 대선에 분명한 역할을 할 것임을 공언하고 나섰다. 여권을 재결집시키고 대선구도의 지형을 새롭게 짜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여권에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공간은 충분하고 파괴력도 무시할 수 없는 구도다. 여야 모두 노대통령의 ‘대선 게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청와대는 26일 “대통령에 대한 정치중립 요구는 법과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공식 브리핑을 내놓았다. 지난 2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향후 대선구도와 열린우리당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정당인이므로 정치적 의견 표명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선거중립과 정치중립은 다르다. 노대통령이 정치중립까지 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노무현’으로서 노대통령이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대통령은 이미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헌법에 임기 1년 남은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느냐”는 반문이 그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불리한 여건속에서 역전을 노려야 하는 여권의 대선 전략까지 제시했다. 노대통령은 우선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통합을 주문했다. “대통령더러 나가라면 당적을 정리해주겠다”는 발언을 통해 진정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나라당에 맞선 여권의 통합에 훨씬 더 무게가 실려있다.

구체적 전술도 제시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후보들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을 감안해 “경제정책으로는 차별화가 안된다”고 어깃장을 놨다. 대신 사회복지나 민주주의, 인권 문제 등을 통해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노대통령은 후보 선출시기에 대해서도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10월에 가서야 역전에 성공했던 사례를 들면서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말고 막판에 바로 올라와도 되지 않느냐”며 자신감도 불어넣었다.

노대통령의 ‘여권 복원 프로젝트’도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노대통령은 지난 24일 저녁 여당내 참정연 소속 김형주·김태년·이광철 의원 등을 청와대에서 만나 전대 쟁점인 기초당원제 수용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대통령은 “무엇보다 당을 살려야 한다”며 “당이 깨지면 국민은 대통령을 탓하지 않겠는가. 대통령 한번 좀 봐달라. 큰 뜻으로 가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는 나갔던 분들도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참정연의 양보를 호소했다. 당적 정리 건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물러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노대통령의 정치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노대통령이 거센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당부한 것은 한나라당 재집권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을 공개한 것과 같은 의미다. 노대통령은 벌써 한나라당에 대한 전선을 구축해두고 있다. 개헌발의가 첫번째 카드였다. 노대통령은 앞으로도 ‘경제 대(對) 사회복지’ 논란 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노대통령의 행보는 집안단속 효과도 가져올 전망이다. 더구나 현재 여권에는 노대통령의 행보를 당장 위협할 만한 뚜렷한 대선주자도 없는 상태다.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됐던 고건 전 총리는 이미 낙마시킨 상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 10%대에 머물던 지지율도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면서 “노대통령이 이를 바탕으로 범여권 결집과 정권재창출의 울타리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근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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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盧정권 무능·뻔뻔” 작정한듯 맹비난
입력: 2007년 01월 26일 18:14:00
 
“노무현 대통령은 말만 앞세웠지 뭐 하나 제대로 해결한 게 없다. 그런데도 뭐든지 잘했다고 강변한다. 노무현 정권은 무능하고 뻔뻔하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생 무능, 정치 과잉’으로 “손님들은 음식이 맛 없다고 난리인데, 식당에선 손님보고 입맛을 바꾸라고 우기고 있다”는 것이다. 강대표는 “모든 게 엉망이고 좌충우돌, 뒤죽박죽, 지리멸렬”이라며 “정권교체가 최고의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평가=강대표는 “지금 우리의 자화상은 우울하기만 하다. 모든 게 엉망”이라며 “지난 4년은 한마디로 ‘잃어버린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허울 좋은 ‘자주 외교’로 외톨이가 됐고, 탈북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정부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으며 편가르기와 집단이기주의로 법치는 실종됐다”는 것이었다. “집값, 일자리, 교육, 노후, 안보에 대한 걱정으로 국민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노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에 대한 어설픈 진단, 억지 논리, 짜깁기 통계, 무책임한 낙관론으로 잘못을 호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은 곧 퇴임하면 일자리 걱정 없고, 고향에 큰 집도 짓고 있으니 민생은 위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은 그렇지 않다”며 “민생은 파탄 직전으로 성장은 둔화되고 분배마저 악화됐다”고 퍼부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옹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결부시키지 말라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로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함께 정치하고 함께 심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을 두고는 “민심을 외면하는 세력”, “우물 안을 맴도는 세력”, “편가르기 코드 세력”,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무능한 정권”, “과거에 집착하는 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현안 비판=강대표는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 시 부결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개헌 요건인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될 것이 뻔한 개헌안을 내겠다는 게 바로 정략”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는 “대통령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개헌을 진심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었다면 지난해가 적기였다”고 주장했다.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추는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는 서로 어긋나게 중간쯤 있는 게 더 민심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자”고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두고는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구도를 만들기 위해 양 정상이 만나 정치적·민족적 결단을 내리는 게 본질”이라며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나라당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아무도 모르며 여권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강대표는 말미에 “정권교체를 통해 올해를 ‘희망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삼자”며 빈곤층 자활을 위한 ‘사회책임연대은행’ 설립, 사학법 재개정, ‘대학등록금 반으로 줄이기’ 5대 법안 추진,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 전향적 검토, 바다이야기 등 ‘3대 권력형 게이트’ 특검 추진, 2월 ‘비상 민생국회’ 운영 등을 ‘약속’했다.

〈박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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