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제주 사람들은 사투리와 표준어를 절대 헷갈리지 않는다. 서울 사람들과는 철저히 표준어를 쓰다가도, 제주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 외국인처럼 대화한다. 아주 가끔 실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주 사람들은 '외국어'(표준어)를 완벽히 구사한다.

내일 작가와의 미팅이 있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다.


제주1 님의 말 :

오날(오늘) 예약 잡주?(‘잡는게 어떨까?’라는 권유형 어미).. 성석제 아저씨 만나래 가게

제주1 님의 말 :

오날 말앙 낼 촬영 있댕(오늘 말고 내일 촬영 한다더라)

제주2 님의 말 :

내 스케줄은 잘 모르크라(모르겠다)

제주2 님의 말 :

간만에 서울1님 만날 겸 먼저 예약허십주게(‘예약하셔야 하지 않겠소’ 하는 농담형)

제주2 님의 말 :

나가 해주카?(내가 예약 해줄까?)

제주1 님의 말 :

이너넷으로 예약해민(하면) 1만원이랭 했나?(1만원이라고 했느냐?)

제주2 님의 말 :



제주1 님의 말 :

……

제주2 님의 말 :

그 사이트 들어강(들어가서) 예약해불라(예약해 버려라)

제주1 님의 말 :

사이트 어느 구멍에 들어강 해살껀고(들어가서 해야 할까).. 어제 들어가 봐나신디(들어가 봤었는데)

제주2 님의 말 :

기~?(그래?) 맨 위에 써 이시지 안 허여(써 있지 않아?)

제주2 님의 말 :

맨 위 오른쪽 상단

제주1 님의 말 :

커뮤니티에서 예약해살꺼라?(해야 하나?)

제주1 님의 말 :

회원 가입 먼저 해사킁게?(해야겠네?)

제주2 님의 말 :

일단 회원가입만 해서봐

제주2 님의 말 :

그 담에 서울1님한테 문자보내

제주2 님의 말 :

“저도 가려고요. 사이트에서 예약 먼저 해야 할까요?”

제주2 님의 말 :

영 물어봐봐봐봐봐(이렇게 물어봐봐봐봐봐)

제주2 님의 말 :

게믄 뭐 알지 않으카게?(그러면 뭐 알지 않을까 하는데)

제주2 님의 말 :

나도 잘 모르커라(모르겠네)

제주1 님의 말 :

너 안 가민.. 나도.. 안 가젠(너 안 가면 나도 안 갈래)





중간에 '표준어 문자 내용' 압권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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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6-2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성석제 아저씨 만나나 보지? 좋겠다.
정말 완벽한 제주 표준어네. ㅋㅋ

antitheme 2007-06-2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경상도, 전라도, 표준어가 함께 울려퍼져요...

승주나무 2007-06-2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 누나//껄렸네.. 어케 아셨을까.. 머리도 아프고 간만에 입담이나 서늘하게 쐬고 와야것소..
antitheme 님//예전에는 향토말 살리기 운동까지 했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사투리가 다 죽게 생겼어요.. 사투리가 많이 울리는 antitheme 님네 가족은 멋쟁이~ 훗훗훗!!

향기로운 2007-06-2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말은 홍수맘님하고 해적님때문에 조금씩 맛보고 있어서 대강은 짐작이 가네요^^;; 진짜 첨들었을땐 외국어마냥..그렇게 느껴져요^^

승주나무 2007-06-26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님//ㅣ짐작이 가시죠. 근데 자꾸 듣다 보면 편안해진답니다. 한 5년만 듣다 보면^^;
 

 

금권에 갇힌 언론자유
[인터뷰] 시사저널 단식 농성장에서 만난 이숙이 기자
                                                                                                   오승주(dajak97) 기자

 




▲ 2007년 6월 20일, 심상기 회장 자택 앞 시사저널 단식 농성장
ⓒ 오승주



기자가 시사저널 기자들의 단식농성장에 간 날은 다행히 구름이 햇볕을 가리고 있었다. 오늘(20일)로 단식 3일째가 되었지만, 둘째 날 33도가 넘는 불볕더위로 단식 기자들이 몹시 괴로웠다는 전언을 들은 후라 그 점이 몹시 걱정이 되었다.

김은남 기자(시사저널 노조 사무국장)는 "단식을 견디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땡볕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기자가 인사하자 김은남 기자는 드링크를 건네며 "이것은 접대용으로 놔둔 것이다"라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한 기자의 묘사와 같이 정희상 기자(시사저널 노조위원장)의 얼굴은 새카맣고 김은남 기자는 도인처럼 얼굴이 맑아지면서 미색이 돌았다. 단식 첫 날 사측 직원들의 행패가 있었던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아 있었다.

시사저널 투쟁 과정에서 기자들은 안팎의 일로 지쳐 있었다. 1년간 수입이 끊긴 것은 물론 기자 가족들의 우환이 유난히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의 표정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숙이 기자도 가족 중에 편찮은 분이 있어 참여가 힘들었을 텐데 모습이 보였다. 이숙이 기자는 자신들의 싸움을 '상식의 싸움'이라고 규정했고, 작금의 '언론자유 담론'은 분열돼 있다고 비판했다. 즉 현재의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는 자유를 획득했지만, '경제권력'으로부터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시사저널 사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숙이 기자 인터뷰 전문.

경영진과 기자들의 언론관 차이가 현재의 사태를 불러

-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 요즘 힘든 일이 많을 텐데 참 어려운 걸음을 하셨다(가족 중 편찮은 분이 있어 이숙이 기자는 투쟁의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시간이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소중하게 쓰고 싶다.”

- 기자들의 표정에 피로가 역력하다.
"아무래도 투쟁이 장기전으로 가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웰빙 투쟁으로 즐겁게 싸우자, 자해(?)는 하지 말자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웃음)"

- 이번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있다면?
"언론관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취재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력, 자본 권력, 종교 권력, 이익 집단을 가리지 않고 감시의 시선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영진은 이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기사도 '팔 수 있는 상품'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 편집권 갈등은 어느 언론사나 있는 것 아닌가. 기자는 삼성을 까고(비판적으로 취재한다는 속어), 광고부장은 삼성의 광고를 따오는 것이 언론계의 일상적인 풍경이라면, 일정한 긴장 관계는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그 '관계'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타 언론사에도 편집권 갈등은 있지만 대체로 회사 안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금창태 사장은 우리 기자들에게 '복종'을 주문하고 있다. 기자들은 사주에게 복종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언론계의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 그 '관계'에 대해서 묻고 싶다. 사장이 비상식적인 행동, 즉 뒷구멍으로 기사를 삭제하도록 용인한 것은 편집 실무진과 경영진의 관계설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처음 금창태 사장이 부임했을 때부터 그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있었다. 당시 심상기 회장이 발행인을 겸하고 있었는데, 건강상의 문제로 금 사장에게 발행인의 권한을 부여한 점이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이를 의식해 심상기 회장은 기자들에게 금 사장은 오로지 경영에만 관여한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하지만 금 사장은 기사 작업에 대해서 하나 둘 간섭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여러 번 갈등도 있었다. 한 번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물론 '관계 설정'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수시로 바뀌는 경영진의 입장이 사태의 주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 그러면 '회사 안에서의 합리적 해결'이 성사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말인가?
"'편집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영진에게도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경영진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기자들에게 설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만약에 금 사장이 편집국장을 설득해서 기사를 보완하거나 수정하도록 설득했다면 분명 기자들도 받아들였을 것이다. 문제의 기사에 대해서도 기자들은 '빼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금 사장이 기사를 보지도 않고 '빼자'는 결론을 미리 정리했다는 데 있다.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데, 대화나 타협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는가?"


시사저널 기자들은 경영진보다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 '기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 보면 편집 실무자와 경영진 사이의 갈등과 보도의 어려움 등이 진솔하게 서술돼 있다. 이숙이 기자가 보기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보도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는가?
"두 가지 환경을 얘기할 수 있다. 누구나 체감하듯이 갈수록 자본의 힘이 강력해지면서 기자들이 경영진의 눈치를 보면서 기사를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도 환경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기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 그것은 기자들 스스로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때로는 경영진과 국민의 입장이 부딪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경영진보다는 국민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와 도덕적 잣대에 맞추기 위해 '위험한 기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그 때문에 이와 같이 상처를 받게 되지 않았나 생각하면 몹시 씁쓸하다."

- 타 신문사 기자들이 사사저널 기자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나?
"다른 기자들이 우리를 보면 미안해 한다. 이 문제가 시사저널만의 문제가 아닌데, 시사저널 기자들이 고생을 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들이 이에 대해서 뭔가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자책에 괴로워하는 기자들도 여럿 봤다."

- 예전에 한 일간지에서 기획특집으로 다룬 내용 중 이런 글이 있다. 미국의 예산정책연구센터(CBPP)는 대기업의 경영과 재정을 가혹하게 감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운영비의 거의 100%를 피감 기업인 '포드, 록펠러, HP'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 낭비에 반대하는 시민들’(CAGW)은 보잉사로부터 기부를 받은 뒤에도 국방부의 보잉 급유기 도입 문제를 물고 늘어졌는데, 이는 “재단들이 공익 목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절 조건을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경향신문, 2005년 6월 2일자 보도) 한국에서는 이러한 언론 환경이 언제쯤 가능할까?
"건강한 비판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침을 맞으면 아프지만 병이 치유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매체가 건강한 비판기능을 잃으면 암담해진다. 기업도 역시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씹어도 광고 주고, 책도 사주고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삼성이나 한화의 경우를 보자. 8000억원의 사회기부금과 재단을 만들고 '삼지모'(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만들었지만 시사저널 사태를 만나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에 커다란 침해를 받았다. 한화 역시 최근까지 CI 작업(기업의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에 수십억원의 투자가 진행되었는데,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건 한 건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은 언론의 환경은 기업과 국민, 언론 모두에게 윈-윈 하는 방향이다. 기업들이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언론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금권(金權)에 갇힌 언론자유

- 당국의 기자실 폐쇄 및 언론정책과 관련하여 언론에서 '언론자유 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2007년 6월 1일자 보도, '언론자유' 외치면서 <시사저널> 사태는 외면?)와 프레시안(2007년 6월 15일자 보도, <시사저널>과 기자실, 울림 없는 '언론자유' 외침)이 꼬집었듯이 '언론자유 담론'에서 정작 시사저널 사태는 외면받는 세태는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요 신문들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금의 언론자유는 분열돼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정치권력이 '보도지침'을 하달하면서 언론에게 엄청난 통제를 가했다. 하지만 오늘날 정치권력에 대해 보도하지 못하는 언론은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본권력'에 대해서만은 '예외'로 둔다는 것이 문제이다."

- 결국 같은 언론자유가 아니라는 말인가?
"요즘 신문에서 쏟아내는 '언론자유'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이다. 우리 시사저널 기자들이 싸우는 자유는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이다. 어떤 언론자유가 더 크고 중요한가. 하지만 신문들은 자본권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론자유'를 주장하지 않는다. 결국 '언론자유'는 '금권'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요즘 언론(정신)은 없고 언론사만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과 자본의 논리만 언론에 주로 반영되고 있으며 시사저널 사태가 이러한 경향의 단적인 예라고 본다. 그리고 '광고'에 있어서는 진보매체는 이미 실종됐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대체로 진보적인 논조를 갖췄다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광고와 관련해서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와 같이 언론에 대한 자본의 침식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한겨레가 (지난 해 7월 말과) 올해 1월 현대차 금속노조의 의견광고를 거부한 사건과 경향신문 역시 동일한 의견광고를 거부한 사건을 보았을 때 우려를 금할 수 없다(한겨레는 올해 4월에도 FTA 체결위원회의 광고를 싣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해 광고를 실었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더 큰 자본이 그보다 작은 세력을 짓누르는 현상이 진보매체의 광고면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FTA 반대광고도 정부에 의한 압력이라고 하지만, 기실 더 큰 자본의 횡행이 아니겠나? 이러한 사태는 기업 간의 균형이 깨지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IMF 이전만 해도 삼성의 위상은 '4대 기업' 혹은 '10대 기업' 안에 있었다. 하지만 사태 이후 삼성은 '위험한 1인자'가 되어 한국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건강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오랜 시간 동안 이숙이 기자를 잡아놓지 못했지만, 결국 인터뷰의 결론은 '삼성'을 향하고 있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또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언행을 살펴보는 동안 '삼성'에 대한 반감보다는 일반 국민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삼성에 대한 애정'이 짙게 배어 있었다. 삼성은 어쨌든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는 대한민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위상을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삼성은 진정한 세계 리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삼성 때문에 거리에 나앉게 됐는데 삼성에 대해 이렇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 삼성은 혹 알고 있을까? 
  



                                                                  2007-06-21 10:2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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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1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삼성 앞에 다녀왔습니다.

시사저널 파업이 벌써 1년이 되었는데도, 변한 것이 없어서 답답한 심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정동에 있는 시사저널 본사에서 시사저널 기자들은 기자증과 회사에서 받은 상패를 반납하는 행사를 갖고 성명서 낭독과 경과보고 등을 했습니다.

삼성으로 이동해서 성명서를 읽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대표하는 독자로 삼성 앞에 섰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말을 정리했는데, 결국 횡설수설하고 만 것 같습니다.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부끄러운 독자이고 안일한 독자라서 시사모에서도 '안일'이라고 불립니다.
지금부터 제가 안일한 독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의 언론환경을 저는 '언론자유의 양극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주요 일간지에서 지방지에 이르기까지 요즘 언론자유를 부르짖지 않는 언론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1년째 싸우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언론자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습니다.
언론은 약자를 대변하고 강자에게 저항하고 감시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매일 보도되는 언론자유는 강자와 강자의 세 싸움에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외치는 언론자유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자유의 과잉이자, 언론자유의 빈곤이자, 언론자유의 왜곡입니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 시사저널 싸움이 대표성을 갖는 이유는
자본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대결전은
언론이 자본, 아니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지
반대로 삼성이 언론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싸움은 저와 같은 독자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토마토와 사과를 다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토마토만 먹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즉, '읽을 권리'가 무참히 살해당할지도 모릅니다.
독자는 '읽을 권리'를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사저널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기자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언론의 정의 같은 것은 모른다.
다만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무척 상식적인 말입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1년간 상식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이 싸움에서 무너진다면 우리는 상식이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합니다.
상식이 없는 시대에 사는 독자들은 '안일한 독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 무거워져 가는 '상식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힘을 덜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 '안일한 독자'라는 허명을 벗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연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평출처(경향신문 장도리) :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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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지음 / 보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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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대체로 억압받는다. 투쟁을 하는 것도 항변을 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을 때가 많다. 때문에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억눌린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고용주들은 비록 수개월째 월급을 밀리더라도 떵떵거리며 살아간다. 이러한 모순된 관계는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당연시된다. 체불 임금 회사를 ‘채무자’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면 서민들을 갉아먹고 사는 사채회사들은 ‘채권자’라는 말인가? 여기에는 하나의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힘의 논리’이다. 빚을 졌건 빚을 주었건 간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힘이 있는 자이다. 대한민국 최대 경제권력인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실패해 수조원의 빚을 지게 되었지만 채권자에게 당당한 것은 바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대체로 일반 백성들은 상대방의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 많으면 몸을 낮추고, 백 배 많으면 두려워하며, 천 배 많으면 그의 일을 하고, 만 배 많으면 그의 하인이 된다.”(화식열전)고 하여 자본의 본질을 꿰뚫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요원한 말이다.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누리는 사람,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안건모 씨가 매우 특이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저자는 순수하게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를 찾은 것이지만, 그는 동시에 노동자를 대표하기도 한다. 그의 거침없는 활동을 바라보고 있으면,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무지의 문제도 아니고 약한 힘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의지의 문제이다. 정확히 말해서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의 약한 의지와 단결하지 못하는 마음을 먹고 산다. 노동자가 한마음으로 저항하면 커다란 목소리가 생기지만, 슬슬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이익을 찾기 시작하면 영원히 고용주의 폭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저자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는 일하는 사람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거칠게 담아낸 작품이다. 그 안에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상에서 겪는 폭력이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때로는 낯 뜨거울 정도로 거친 용어나 육두문자가 튀어 올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버스운전사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처절한 상황을 더욱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면서도 외면했던 사소한 문제들에서부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궤적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대립과 투쟁을 펼친다. 이 책의 저자만 해도 삶 자체가 투쟁의 연속이다. 더욱이 그것이 젊은 날의 치기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향한 쟁취라면 그들에게 더욱 힘을 주고 연대를 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파업 때문에 버스가 늦게 온다거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만 잔뜩 늘어놓기 전에 가공할 만한 불합리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따져보면 어떨까 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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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6-1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읽었구나. 저자가 글을 너무 잘 쓰지 않니?^^

승주나무 2007-06-1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래요. 그리고 징계위원회에서 법리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너무 엄청나더군요^^

비로그인 2009-07-0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안건모입니다. 뒤늦게 리뷰를 쓴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 책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을 보니 그때 징계위원회에서 싸우던 생각이 생생하네요. 막 몰아부칠 때는 신이 났지요.
저는 지금은 월간 작은책 이라는 진보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에서 언론 운동, 문화운동으로 바꾼 셈이지요. 노동자들 소식을 전하는 책입니다. 사이트에도 들어 오셔서 구경하시고 구독 신청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www.sbook.co.kr
02-323-5391
 
 전출처 : 마늘빵 > [100℃ 인터뷰] 소설가 김훈

2007. 6. 8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people/200706/h2007060720552184800.htm

[100℃ 인터뷰] 소설가 김훈

"난 혁명을 믿지 않아… 세상은 부숴지지 않거든"
'인간다운 가치 건설' 이라는 꿈 좌파에 의해 실현될 것 같지 않아
물적 토대가 있어야 가능하거든 남한산성의 투항도 같은 맥락이지


고독한 무사의 진중일기 <칼의 노래>(2001)로 자신의 문장을 알린 소설가 김훈(59). 그가 이번에는 병자호란을 감당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묘파한 <남한산성>을 통해 삶의 영원성을 물었다. <칼의 노래>가 100만부, <남한산성>이 출간 한달 만에 10만부 이상 팔리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는 김훈을 한국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만났다.

극단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허무주의자, 보수주의자, 남근주의자라는 지적을 받아온 김훈은 그가 오랫동안 몸담은 한국일보 후배 기자들에게 높임말과 반말을 적당히 섞어가며 세상과 문학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대담=장병욱기자 aje@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지원기자eddie@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회경기자hermes@hk.co.kr

_<남한산성>에는 인조도, 심지어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의 칸도 정당성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왜 그들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습니까.

"서날쇠, 정명수, 뱃사공 같은 민초의 삶에는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화한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어요. 대장장이 서날쇠가 임금, 사대부가 남한산성에 들어오자 자신도 살아야겠다며 나가달라고 요구하는데 정당한 삶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역관으로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정명수는 세습 노비의 자식인데 그에게 조국이 있겠습니까. 그가 여자를 노략질하고 깔깔거린 것도 비난할 수 없어요."

_인조 등 병자호란을 초래한 집권세력의 잘못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았는데요.

"47일간 고립무원 상태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성안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었지. 싸우자는 자, 투항하자는 자, 오늘은 싸우자 했다가 내일은 투항하자는 자, 오늘은 투항하자고 했다가 내일은 싸우자는 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자, 살아야 겠다고 개구멍으로 성을 빠져나가는 자, 살자고 성 안으로 들어오는 자. 나는 그들에게 개별적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했어요.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는 아니니까."

_<남한산성>을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합니까.

"역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 나는 세계의 맨 밑바닥은 악과 폭력이며 그것이 전쟁을 통해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 같은 소설은, 역사적 전쟁을 소재로 삼은 것이지요. 나는 이 세계가 악과 폭력의 바탕 위에 세워졌다고 보고 있어요."

_세상을 그렇게 보다니, 너무 비극적인 생각 아닙니까.

"그것이 세계의 본디 모습이지요. 인류사의 거듭된 약육강식. 그것이 바로 악과 폭력이 세계의 바탕이란 증거 아닐까. 약육강식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인간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어. 내가 소설에 그린 세계도 그런 것이지."

_그럴수록 그 악과 폭력을 극복,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류 역사가 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의 바탕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에요. 프랑스혁명, 볼셰비키혁명, 동학혁명은 약육강식의 질서를 부수기 위한 것이지만 모두 실패했어. 어찌 보면 인류사는 실패한 혁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어. 혁명이 소용없다는 게 아니라 지나고 보니까 세상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이 안됐다는 뜻이야. 개선하려는 시도는 고귀하지만 많은 고통과 시간을 감내해야 합니다. 세상을 부수는 것이 혁명가의 몫이라면 나는 생활인이므로 죽지말고 살아 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현세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고. 구원, 초월, 내세를 말하는 작가를 나는 좋아할 수 없어요."

_'현세적'이라는 단어가 달리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세적이라는 말을 영어로 표현하면 'worldly' 즉 현실적, 세속적이라는 뜻입니다. 나는 일본의 메이지유신처럼 세속적, 현실적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도덕이냐 이익이냐의 딜레마에 빠졌을 때, 역시 이익을 추구해야 하겠지요. 이익을 포기하는 국가는 상상할 수 없어. 악과 폭력의 기반 위에 인간다운 가치나 아름다움을 건설하는 것이 미래의 과업이 될 텐데, 나는 그것이 좌파에 의해 실현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요. 물적 토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지. 남한산성에서 투항한 것도 물적토대가 없었기 때문이거든."

_김훈 소설의 허무주의는 결국 소설 너머 철학의 문제인 것 같네요.

"내 소설에는 악과 폭력도 나오지만, 세계와 처절히 싸우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왜 그것을 허무주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소설에 세상의 허무한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온몸을 던져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는 영웅도 함께 그렸는데 그들은 허무의 반대편에 있는 존재들이거든."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소설가 김훈씨가 한국일보 회의실에서 후배 기자들에게 자신의 문학적 성취, 세계관, 인생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_허무주의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허무라는 것은 주의가 될 수 없어요. 나는 혁명을 믿지 않고 진화, 전환을 믿는데 병자호란 이후 그 극적인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효종 때 조선은 병자호란의 수모를 갚고 치욕을 씻겠다며 군사력을 모아 청을 정벌하려 했는데 그것은 노론의 정치 기반 강화에 기여한 허구였어요. 대신 조선의 최고 엘리트들은 북벌에서 북학으로 전환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조선의 위대한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전환이 없었다면 우리는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중국이 혁명 없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한 것도 역시 역사의 위대한 순간이지요."

_평론가들의 지적은 경청하는 편입니까.

"그들은 틀린 말 하지 않아. 그런데 그것이 내게는 아무 도움이 안돼. 나는 나의 과오 조차 필연성이 있다고 생각해. 내게는 소설을 통해 보편적 진리를 말하고 싶은 허영심도, 도덕적 인격을 완성하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_그래서 허무주의자란 지적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아니 그럼 당신들은 도덕적 목표를 갖고 있나. 소설가는 그냥 소설 쓰고 안 쓸 때는 시시껄렁하게 살면 되는 거야. 도덕적 인격이 무슨 소용 있겠어."

_<남한산성> 끝낸 뒤 어찌 지냅니까.

"쉬고 있습니다. 나는 책을 내면 살짝 들춰보다가 후딱 덮어버립니다.이렇게 쓰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만 드니까. 책이 꿈에 보일까 무서워. 아예 만지지도 않아."

_이제 어떤 소설 씁니까.

"당대의 일을 쓰려고 그럽니다. 이승만 시대부터 내가 살아온 이 시대의 이야기."

_어떤 내용인데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가다가 자꾸 같은 자리에서 자빠지는데 그 문제 다루고 싶어요. 노사 문제라든지, 사교육 문제라든지. 사교육 문제는 박정희가 과외 하는 사람 감옥에 보내고도 해결하지 못했어요."

_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가 뭐라고 봅니까.

"평준화는 진짜 웃기는 수작 아닌가. 똑같은 사람 만들자는 것인데 그것이 국가의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대만 해도 세계 100위 권 밖의 대학인데 예산을 들여 일류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국가 목표가 돼야지 거꾸로 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어."

_평준화를 폐지한다고 해서 교육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일류 대학 만들어야지. 평준화는 최소한의 정책이어야지 마지막 목표가 돼서는 안돼. 아이들이 고생을 하겠지만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경쟁도 훌륭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_불평등의 원인이 타인이나 환경에 있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그럼 그럴 때 세상을 부수어야 하나. 그러나 세상은 부숴지지 않아."

_새로 쓰는 작품의 배경이 현대라면 불평등 문제를 다루지 않고는 리얼리티를 살릴 수 없을 텐데…

"불평등보다 부자유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아. 근대의 평등은 결국 법 앞의 평등이기 때문에 재벌 회장도 폭력을 행사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런 점에서 나는 법치주의 신봉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말 무법천지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침범하고 경찰차를 불지르고. 그런데도 처벌하지 않고. 이것이 관용이고 민주주의인가…광화문 다니는 사람은 다들 자기 밥 벌어 먹으러 바삐 움직이는데 그 거리 막아 놓고 시위하면 그들의 생업이 마비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 놓고 자기 주장하고 경찰은 방치하고. 그래서 무법천지가 되는 것이겠지."

_법치주의의 동요 외에 통탄할 만한 일은 또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역시 양극화의 문제지. 경제 뿐 아니라 교육, 의료, 이념 등 광범위한 양극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잘한 것을 나는 한미FTA 체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FTA 체결하고 나니까 많은 언론이 이념적 일관성을 상실했다고 공격하던데 나는 그런 언론 정신병자라고 생각해요. 이념의 일관성이 대체 무슨 소용 있나. 밥 먹여주는 것도, 미래를 열어주는 것도 아닌데. FTA로 농민이 희생되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 아프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미래를 관리하는 태도가 아니지. 열강이 세계의 악을 대표한다 해도 그들과 싸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_문장이 너무 미문이라 삶의 비루함을 적은 글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다고 한 평론가가 지적했는데.

"<칼의 노래>를 수사적 장치를 전혀 동원하지 않고 주어와 동사, 문장의 뼈다귀만 갖고 썼어요. 그랬는데도 수사적이라고 하더군. 나는 스트레이트 문체로 글을 쓰려고 사력을 다하는데 그것 보고 수사적이라고 하니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지."

_그런데 왜 세간에서 그런 반응이 나올까요.

"스트레이트 문장이 오히려 탐미적으로 보였던 모양이에요. 나는 스트레이트 문장이 제일 좋아.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멋진 스트레이트 문장이 나옵니다. 전령이 와서 진주성이 함락되고 5만 명이 전사했다고 보고하자 이순신은 그날 일기에 이렇게 적었지.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 정말 '죽이는' 스트레이트 문장을 쓴 것이지. 만 마디 주절거리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_습작기의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칼의 노래>가 습작이라면 습작인데 그것 쓰면서 정말 힘들었어. 난방이 안 되는 후배의 작업실 지하에 책상 하나 놓고 썼는데 어찌나 고생했는지 이가 쑥 빠졌어. 아무 통증 없이 바람이 새 나가듯 하나하나 빠져 침 뱉듯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썼어. 소설 다 쓰고 나니까 8개가 빠졌더라고. 턱이 내려앉아 사람 몰골이 안될 것 같아 동인문학상 상금으로 임플란트 8개 하고 남은 돈으로 빚을 약간 갚고 술 먹었지."

_가족에게 미안한 생각은 없습니까.

"제 처는 남편이 하는 일에 감히 가타부타하지 않습니다. 좋은 덕성, 훌륭한 전통이지요. (인터뷰에 참가한 여기자를 향해) 그걸 배워."

_그렇게 말하면 반페미니즘 입니다.

"나를 남근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자가 여근주의 하면 페미니즘이고, 남자가 남근주의 하면 잔혹하게 매도되잖아. 나는 여자를 존중하지, 결코 학대하는 사람이 아니야. 여자를 보호하고 어려운 일 시키지 않는 것이 가부장적 덕성이지. 여자를 학대하는 남자는 가부장이 아니라 건달이야. 가부장적 제도 안에서 딸이나 이모들이 참 행복하게 살았어."

_여성이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수천 년 동안 하등하게 대접받았고 교육과 세상에 대한 경험,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능력, 수렵 기술 같은 것이 남자 위주로 전수돼 왔으니까 여성의 지위가 유전적으로 저열하게 평가됐지. 인류의 거대한 비극 중 하나입니다."

_여성 독자로부터 항의받은 적 있지요?

"단편 <화장>을 쓰면서 젊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묘사했는데 그러다 보니 기능이나 역할은 없고 인격도 잘 드러나지 않았어. 그 글을 읽은 여성 독자가 왜 여성을 그 따위로 그리냐고 항의하더군. 그렇다고 그 때문에 내가 마초인 것은 아니잖아."

김훈의 말말말

문장이 미문이다
"스트레이트 문체로 쓰려고 사력 다하는데 나보고 수사적이라니 어쩌라는 건지"

습작기 어려움은
"칼의 노래 쓰다가 너무 힘들어 이 8개 빠져 동인문학상 상금으로 임플란트 했지"

마초 아닌가
"남들은 그러는데… Let it be"

우리 나라의 미래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근데 운하, 그건 안했으면 좋겠는데"

_아니오. 마초라고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마초가 아니야. 남들이 마초라고 그러는데 그냥 내버려둡니다.해명하거나 항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Let it be."

_<언니의 폐경> 같은 소설을 보면 여성 심리를 매우 잘 그린 것 같은데요.

"그 소설에는 생리대, 헤어스타일, 패션, 화장품 등 여자에게 필요한 온갖 자질구레한 것이 다 나와. <알루아> <코스탄폴리탄> 같은 여성 잡지 보면 신제품 설명 자세하게 나오는데 빨간 줄 치면서 몇 달 동안 밤새 읽었어. 마누라가 한심하다고 했지만 내겐 매우 소중한 정보였어요. TV 홈쇼핑의 란제리광고를 메모하면서 본 적도 있어. 예컨데 브래지어를 보면 컵이 있고 와이어가 있는데 컵에서 중요한 것은 위의 봉긋한 데가 들뜨면 안되고 조금이라도 뜨면 팔 수 없다는 것이지. 그걸 메모하면서 소설은 나 같은 선비가 할 짓이 아니구나 싶었지."

_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고 메모를 합니까.

"나는 계통 없이 책을 읽습니다. 남들이 보면 왜 읽나 하는 책들도 읽어요. <화장>을 쓸 때는 해부학 책도 읽었지. 거기에 여자의 신체를 부위별로 해부한 사진이 있었어. 교보문고 기술서적 코너에 가서 용접공, 정비공, 연판, 배관, 항공기 조정, 선박 조정, 항해술, 비행술 같은 책도 보는데 아주 좋은 자료들이지. 요즘은 항해술 책을 보는데 반 정도 이해할까."

_항해술 책은 작품을 쓰기 위해 읽습니까.

"응. 거친 파도가 칠 때 인간이 그걸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하는지를 써놓았어. 사나운 밤바다를 헤쳐나가는 한 사나이의 근육이 떠오른다고. 그러니까 내게 항해술 책은 문학책보다 더 문학적인 것이지. 죽을 때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그런 것도 문학이지만 그런 건 미성년자들이 하는 것이고.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게 뭐야. (웃음) 어떻게 인간이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랄 수 있나. 좀 부끄러움도 있고 그런 것이지."

_벌써 여러 권 히트를 쳤는데 인세 수입이 꽤 되지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돈을 매우 좋아해. 돈을 경멸하는 사람을 나는 경멸해.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 돈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 글을 써서 수입이 생기면 다음 소설을 쓸 때까지 살 수 있어요.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교육 받은 사람을 많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내 책이 팔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금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독자를 길러내 준 사회에 대한 보답이지요."

_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데 운하, 그건 안했으면 좋겠더라. 그 분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것만은 안 했으면 좋겠어. 그 분은 왜 항상 토목공사를 얘기할까. 통일을 어떻게 하겠다 이런 얘기는 안하고. 나는 먼지 나는 거 싫어. 물은 다 제 길이 있는 건데. 지금 많은 건축토목학자, 지리학자, 수리학자들이 입다물고 언론도 운하 얘기만 쓰고 있어. 얼마 전 부산에서 어린 아이가 굶어죽었는데, 먹을 것이 넘쳐 나는 이 시대에 이런 일이 왜 생겨난 것인지. 신문에서 운하 이야기 그만 쓰고 이런 것을 써야지."

_소설 쓰는 것 말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여자 구두만 전문적으로 고치는 수선공이 되고 싶어요. 그 구두, 꽃 같기도 하고 나비 같기도 하고. 너무 예쁠 것 같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구두 낡으면 버리고 새것 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힘들 것 같아."

■ 김훈 약력

▦1948년 서울 출생

▦68년 고려대 영문학과 입학

▦73~90년, 99~2000년 한국일보 기자

2000년 시사저널 편집장

2002~2003년 한겨레신문 기자

▦장편 <빗살무늬토기의 추억>(1995) <칼의 노래>(2001) <현의 노래>(2004) <개>(2005) <남한산성> (2007)

▦소설집 <강산무진>(2006)

▦에세이 <풍경과 상처>(1994) <자전거여행 1ㆍ2>(2000, 2004) <원형의 섬 진도>(2001)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2003) <밥벌이의 지겨움>(2003) 등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 수상

 



* 퍼온이 주 : 난 소설가 김훈에 대해서는 판단중지 상태다. 그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할지 모르겠다. 시사저널 사태와 같은 자본의 압력 앞에서는 분노하면서 평소의 그의 발언은 나의 심기를 무척이나 건드린다. 본인은 아니라하지만 상당히 마초적이고, 친기업(친자본)적이면서, 정치,교육 등에 관한 시각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한나라당과 많은 부분이 일치하면서 이상하게 그의 주변인들은 오히려 민노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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