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지도라는 말이 참 거창하기는 하다.

나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한번 개략적으로 그려봤다.

 

신(神), 즉 허구/환상의 세계

 

 

 

 

밝은 세계

 

 

 

 

 

 

 

 

 

 

 

 

공자

 

 

 

 

↓나(승주나무)

 

 

 

 

↓라 로슈푸코

 

 

 

 

↑도스또옙스끼

 

 

↑진중권

 

 

 

 

 

 

 

 

↓조승희

 

 

 

 

 

 

 

 

 

 

 

 

 

 

 

 

 

 

 

 

 

 

 

 

어두운 세계

 

 

 

 

미지의 세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 도표는 '이분법'이 아님을 밝혀둔다. 밝은 세계는 좋은 세계, 어두운 세계는 나쁜 세계라는 선악의 이분법으로 만들어진 표는 아니다. 인간은 선과 악의 조합물이며 어느 순간에라도 두 물질이 섞여 있다. 테레사 수녀님이라고 해서, 성인이라고 해서 악의 이물질이 끼어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를 신, 즉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인물이라고 판단한다.

'밝은 세계'는 현실이 기대고 사는 가공의 세계이다. 사기업이나 정치꾼이라고 하더라도 '명분'을 높여 한몫을 잡는데 이 세계가 활용된다. 그만큼 가식이 많이 묻어나고 빈틈이 많은 세계이기도 하다. 상식 역시 이곳에 머무른다. 이와 같이 밝은 세계는 '결코' 좋은 세계가 아니다.(이 말은 중의적으로 사용되었는데, 1.나쁜 세계이다. 2. 좋은 세계인 것만은 아니다) 때문에 밝은 세계의 상위에는 허위와 환상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만큼 허위와 모순이 범람하기 쉽다. 사기꾼들 역시 이 세계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등쳐먹는다.

'어두운 세계'는 차라리 솔직하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결코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이다. 현실인들이 피했으면 하지만, 누구나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세계이다. 밝은 세계는 사람들이 쫓아다니는 세계이지만, 반대로 어두운 세계는 사람들을 쫓아다닌다.

사람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한 쪽에 완전히 머무를 수는 없다. 때문에 '방향'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이 보인 궤적이 그 사람의 위상을 결정하며, 그 사람이 보이는 방향성이 그 사람의 가능성을 예견한다. 그리고 어디가 최고의 포지션인지는 저마다의 가치판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논할 주제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각각의 위치에 놓아 보았는데, '진중권'은 좀 애매하긴 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없고 그 사람이 그 위치에 놓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가장 싫어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진중권'을 '현상'으로 파악해서 드러난 내용만 가지고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따라서 여기에 표시된 진중권은 진중권이 아니라, 진중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평판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알라딘 내에서는 '굶자'님이 이 위치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그분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공식적으로 위치시키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내가 친한 척하는 '아프'님은 제 위치에서 화살표를 위로 하고 있는 모양으로 표시하고 싶기는 하다.

상자를 이원화한 것은, '선악관념'의 영향력을 표시하기 위함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스스로 선악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도스또옙스끼나 라 로슈푸코는 선악관념을 초월했느냐 묻는다면 '그들은 최소한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글로 시도했다'는 대답으로 대신하고 싶다. 내가 화살표가 아래로 향하는 것은 도스또옙스끼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스또옙스끼는 알려진 대로 '어두운 세계'를 소설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소설 '죄와 벌'은 '악인을 사적으로 단죄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화두를 실행하기 위해 젊은 지식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통해 고통받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서, '어둠의 세계'를 보여주는 알려진 소설이지만, 그보다도 '악령'이나 '지하생활자의 수기', '카라마조프 형제들' 같은 소설이 그의 '어둠'을 확실히 보증해준다고 생각한다.

 

라 로슈푸코는 17세기 프랑스의 고전작가·공작. 당시 살롱에서 유행하던 문학양식에 따라 저술, 발표한 작품이《잠언과 성찰》(1665)이다. 간결·명확한 문체로 인간 심리의 미묘한 심층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잠언과 성찰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인간의 본성이나 감정, 심리에 대해서 너무 잘 드러내서 당대의 살롱인들이 불편한 심기를 많이 내비췄다고 한다.
라 로슈푸코적이라 할 수 있는 글귀를 몇 개 소개한다면 "만일 우리들에게 결점이 없었다면 남의 결점을 깨달을 경우에 이렇게까지는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당한 사람은 용서할 수가 있다. 하지만 당하게 한 사람은 당한 사람을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늙었음'을 말해주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주위에서 '나이를 거꾸로 드시네요' 같은 아부성 멘트도 들으면 왠지 서글프다는 의미를 날카롭게 지적) "미덕은 강의 흐름이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가듯이 사욕(私慾)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
밝은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로슈푸코의 문장이 다소 거북할 수 있지만, 어둠의 세계에 있는 사람은 매우 열광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글이 많다. 어두운 세계에 계신 분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조승희'는 총 두 자루로 대학교수와 같은 대학 친구들을 몰살시킨 충격적인 유학생이다. 지금 이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는 '조승희류'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중에서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이들이 화살표를 위로 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화살표를 아래로 향하고 있다면 이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나도 역시 화살표를 아래로 하고 그곳에 가야 한다.  
조승희류의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매우 많을 것이다. 원체 말이 많은 데다, 나 같은 사람은 관념을 드러내놓고 하기 때문에 공격에 취약하며 공격에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내가 피하고 싶은 이유이다. 하지만 조승희류의 수사는 일종의 스크럼에 빠져 있기 때문에 다수의 동의를 얻기는 어렵다. 간혹 동의를 얻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그것은 논증 과정에서 '일리 있는 부분'이 있을 때다. 하지만 그것은 좋게 보려고 하거나, 전혀 문맥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이다. 어떤 주장도 '완성'을 짓지 않는다면야 그것이 '말'로서 가치가 있겠는가.
그래서 세상에는 만들어진 말보다 '비아냥'이 수천배 많은 것이다.

참고로 어둠의 세계 아래에는 미지의 세계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절대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를 본 적이 없다. 만화책 '몬스터'에서 요한이나, 도스또옙스끼의 소설 '악령'에서 '스따브로긴' 정도가 절대악을 의식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인간은 언제나 미완성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근사한 인간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밝음의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넘나들어 '근사한 조합'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공자를 결코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중의적 표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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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직접 그리신 거예요? 승주나무님의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페이퍼군요.
:)

승주나무 2007-08-24 18:13   좋아요 0 | URL
초안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부터 자꾸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림으로만 보면 제가 '무신론자'인 것처럼 보이는군요.. 저도 아직 결론을 못냈고, 그것이 결론을 낼 문제인지조차 모르겠어서요..^^

마늘빵 2007-08-24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승주나무 2007-08-2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의 이유를 대충 알 것도 같네용~~
 

시사IN 고재열 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지면을 설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2면의 편집권을 독자에게 주고 싶다고 한다.
독자편집위원회를 꾸며서 기획을 하고 추진해줄 수 있겠냐고 한다.

"시사IN은 독자로부터 편집권을 이양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 표시로 독자의 란을 만들어서 독자가 만들어가는 지면을 담으려 한다는 취지를 설명해 주었다.

예컨대 기사나 칼럼, 기자 모니터링 등에 독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편집국은 지면 디자인이나 편집, 교열, 미술 등만 서포터스를 해준다는 입장이다.

한겨레21에는 독자리뷰란이 있지만,
시사IN이 독자에게 2면을 요청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실험적인 사례가 될 것 같다는 말에 부담이 백배로 늘었다.

그러니까 내가 느낀 부담은 잘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독자의 위상과 권리를 외치면서
정작 제대로 된 목소리 하나 모으지 못하고,
지면을 흐지부지 날려버릴 경우
시사인의 용감한 결정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을 하나 세워두자.
지면의 필자가 되어 최고의 글을 써보내는 것은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가장 최고의 시나리오는 독자의 열의와 끓어넘치는 끼를 흘리지 않고,
지면에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막막하다.
삼성에서는 이학수의 힘이 너무 세졌다지만,
알게모르게 내 영향력이 너무 세진 게 아닌가.
기자와 독자가 만나는 모델도 나보고 짜보라고 한다.
지면에 대한 위원회 구성이나 기획도 나한테 의뢰를 한다.

나는 좋게 말해 다소 활동에 자유를 갖는 프리랜서일 뿐이고,
그보다 안 좋게는 '백수'일 뿐인데..
생활의 압박을 남 못지 않게 느끼는 소시민 생활인일 뿐인데..

좀 막막하다.
이를 어찌 해야 하나.
사람은 어떻게 만나고 이야기는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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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08-22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쟁이 알라디너들 많잖아요...

승주나무 2007-08-22 10:49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도 포함.. 접수해 두지 모.. (온라인 반말 ㅋㅋ)

라주미힌 2007-08-22 12:30   좋아요 0 | URL
사진 언제 줄꺼야 ㅎㅎㅎ

승주나무 2007-08-22 13:36   좋아요 0 | URL
응 지금 포**님하고 교섭 중이야.. 글쎄 이 양반이 400원을 아직도 입금하지 않네 그려 ㅋㅋ

마늘빵 2007-08-2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부담백배.

승주나무 2007-08-22 10:50   좋아요 0 | URL
흐흐..아프님이 부담이라는 얘기죠^^?

마늘빵 2007-08-22 11:33   좋아요 0 | URL
-_- 혹시라도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지금 하는 것도 당분간 그만두어야겠는걸요.

승주나무 2007-08-22 13:37   좋아요 0 | URL
ㅋㅋ 아프 님//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하시는 거 공들이시면서 머리도 식히실겸 우리 하는 거 지켜봐주세요. 그러다가 필 꽂히면 합류하는 거죠 뭐!!ㅎㅎ

비로그인 2007-08-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사람은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느껴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들게 되죠.
승주나무님 그날 관상을 척 보아하니(?) 아주 잘하실 것 같던데요 :)
알라딘에 지원병들 많잖습니까. 심려마시고 일단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건승을 빕니다! ^^/

승주나무 2007-08-22 10:50   좋아요 0 | URL
아니 체셔 님 제 관상도 보셨단 말입니까.. 그때 말좀 해주시지~~
알라딘의 지원병에게 많이 의지하겠슴다~~

chika 2007-08-2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담부담부담부담~ 헤헷,, 부담 느끼라는 글이 아니라.. 잘 하실꺼예요~ ^^

승주나무 2007-08-23 16:55   좋아요 0 | URL
치카 님 댓글이 '그대이름은 바람바람바람'으로 들리네요.. ㅋㅋ

승주나무 2007-08-2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감솨~ 일꾼들 모아서 이야기하든지 해야지.. 머리 터질 지경임다 ㅠㅠ

프레이야 2007-08-2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부담 상당히 되겠지만 의미있는 일이 되겠습니다.
건승 질주하시리라 믿습니다.^^

승주나무 2007-08-23 16:55   좋아요 0 | URL
혜경 님//함께 완주해요~~ㅎㅎ

Mephistopheles 2007-08-2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보통 부담이 아니겠군요..잠은 잘 오십니까 승주나무님..^^

승주나무 2007-08-23 16:5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요즘 3시까지 핸드폰 고스톱 치다가 잠들어요 ㅋㅋ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가슴이 떨린다. 자본의 횡포에 이의를 제기한 이유로 1년 넘게 싸워야 했고, 8개월간 이곳저곳을 전전한 끝에 새둥지를 찾은 시사IN 기자들이 오늘 공식적으로 첫 출근을 한다고 한다. '전 직장'의 사장이 직장폐쇄를 단행해 거리로 나앉은 이후, 언론재단 빌딩의 언론노조 사무실, 용산의 노조사무실, 목동의 언론노조사무실로 전전한 끝에 끈질긴 역마살을 물리치고 이제야 제 둥지를 찾았다. 독립문역에 위치한 부귀빌딩 6층이 바로 시사IN 편집국이다. 시사기자단 사무실임을 알리는 쪽지 대신 문마다 시사IN의 표시가 붙어 있다. 편집국과 회의실, 사장실과 판매부 사무실이 시사IN의 일터다. 문을 열고 들어간 편집국 사무실은 분주했다. 한켠에서는 빨간 작업용 장갑을 끼고 편한 복장을 한 기자와 직원들, 서포터스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고, 책상 위에는 수첩이나 필기구 대신 드릴과 망치, 드라이버들이 자리를 차지했지만 저마다 활기찬 분위기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독립문역에 위치한 부귀빌딩  6층의 시사IN사무소 입구, 문마다 이곳이 시사IN임을 말해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시사IN 사무실 전경. 백승기 사진기자에 의하면 친환경적 소재를 이용해 인테리어를 꾸몄다고 소개했고, 한 독자가 보내준 스크린 덕분에 회의때 멋드러진 브리핑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 곳, 자유언론의 전진기지

한편 잡업장(?) 맞은편에는 기사를 쓰고, 취재원과 통화하고,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그룹이 매우 분주했다.
"박근혜 씨가 좀 억울한 측면이 있겠어. 당원 투표에서는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집혔으니 오늘 이후의 분위기를 예상치 못하겠는걸."
이숙이 기자는 정치부 기자답게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 대해서 논평했다.
국제부를 담당하게 된 신호철 기자는 "8개월 만에 제 자리로 돌아와서 홀가분하다"며 기자에게 취재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벽면에는 독자들이 보낸 듯한 화분이 놓여 있었고, 화분마다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여기가 자유언론의 전진기지"
"만세! 시사IN!"
그렇다. 여기가 바로 자유언론의 전진기지이다.
맞은편에는 "굿바이시사저널展"에서 선뵈었던 캐리돌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고 '시사IN'이라는 대형 간판 아래 '시사저널 편집국' 현판이 눈에 띈다. 시사기자단이 밝힌 바에 의하면 그 사연은 이렇다.

사무실 한켠에는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떼어온 '시사저널 편집국'이라는 현판이 놓여있습니다. 저희가 지난 6월26일 결별 기자회견을 할 때 떼어온 것입니다. 그 때 '양고집'이라고 불리는 창간 멤버, 양한모 미술부장이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현행법상 기물 절취에 해당하지요. 그러나 18년 동안 <시사저널>의 정신을 일구고 가꿔온 기자들이 모두 쫓겨나오는 마당에 그 정도 기념품은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이름. 그러나 아직도 입에 올리자면 가슴이 저릿한 그 이름, '시사저널 편집국'이라는 현판은 저희 사무실에 있습니다.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 홈페이지 게시글 "굿바이, 시사기자단!">

<시사IN 대형간판 아래 '시사저널 편집국' 현판이 눈에 띈다. 시사IN 기자들이 결별기자회견을 하며 '기물 절취'에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기념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독자들의 집

어느 독자의 말처럼 이곳을 '자유언론의 전진기지'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나는 '독자들의 집'이라고 부르고 싶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독자들이 자본에 이의를 달 수 있었던 것은 '뜨거운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거리에서 기사를 쓸 때도, 경영자의 집 앞에서 단식투쟁을 할 때도 독자들은 그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PD수첩에 기자들의 사연이 보도되고 기자단이 새매체 창간을 선언했을 때 독자들은 태산이 '티끌'이 쌓여 이루어졌음을 증명해 주었다. 때문에 시사IN과 독자들의 관계는 각별하다. 그날 기자단 내부 회의에서는 "독자들이 만드는 고정 지면을 만들자", "까다로운 질문 위원회를 만들자"는 의견에 이어 아예 "독자자문단을 구성하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독자에 대한 예우나 배려가 아니라 '새매체 시사IN'이 독자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그것을 정체성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독자들은 '진품시사저널 예약운동'을 벌이다 시사저널 회사로부터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를 당해 검찰에 다녀왔고, 경영자의 집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고, 지금은 '서포터스'를 구성해서 그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주로 '몸'으로 도왔다면, 이제부터는 몸과 머리와 입을 통해 시사기자단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시사기자단의 문정우 단장은 "독자 위원회든 독자 필자든 독자 지면이든 아직 명확히 결론내기에는 이르지만 중요한 것은 독자와 기자가 쌍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새매체의 기본 원칙이다"고 천명했다.
시사기자단에서 독자와의 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오윤현 기자는 "취재가 시작되거나, 새매체 창간 이후부터는 독자들의 참여가 더욱 두드러지게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시사IN의 아이템 회의는 돌아오는 수요일(22일)이며, 그때부터 새매체의 지면을 위한 본격적인 취재활동에 들어간다.

'독자들의 집'에서 독자들은 할 일은? 기자를 꿈꾸는 예비기자들은 기자들에게 취재 아이템을 제공하거나 공동취재를 할 길도 열릴 것이다. 까다로운 독자라면 새매체에 대해서 '가혹한 모니터링'으로서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시사기자단에서도 우려하는 것은 '주례사 논평'이다. 자신들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므로, 장단점을 제대로 꼬집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방에 있는 독자라면 제보나 사실확인 등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기존언론 환경에서 독자들은 대개 소외되고 호도되고 무시당하는 위치에 있었다. 여론을 선동하고 감정을 자극하고, 근거 없는 보도가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언론의 비양심적 처사에 앞서 독자의 위상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시사기자단의 '독자와의 쌍방향 원칙 천명'은 모험적인 실험이 될 수도 있다. 이 실험을 통해 독자들이 달라진 위상을 한껏 드높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대목 장이 섰다. 그곳으로 가자. 그곳은 바로 '독자들의 집'이다.

<기자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기자들은 새둥지를 만난 그쁨과 새매체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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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2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홧티잉!!!

승주나무 2007-08-21 20:08   좋아요 0 | URL
비연 님//저도 하팅입니다.^^

마늘빵 2007-08-2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그 분들 곧 본격적으로 작업하시겠군요.

승주나무 2007-08-21 20:08   좋아요 0 | URL
이제 우리들도 본격적으로 작업할 것 같네요..ㅋ

비로그인 2007-08-2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뜨거운 여름을..몸소 느끼고들 계시네요.많은 기대를 해봅니다.승주나무님,도 여름 잘 견뎌내세요..

승주나무 2007-08-21 20:09   좋아요 0 | URL
흑백TV님 감사합니다. 늦여름이 매우 뜨겁네용~

비로그인 2007-08-2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할 일입니다. 건승하시길 바라는 맘이예요 :)

승주나무 2007-08-21 20: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근데 내가 왜..? 건승은 제가 하죠 ㅋ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중복리뷰 논쟁을 보면서 느낀 점.
중복리뷰에 대한 가치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중복리뷰를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책에 대한 정보를 알 수도 있지만,
반대로 중복리뷰 때문에 가독성을 잃어버리거나 불이익을 받는 독자들이 있지 않을까
반문하게 된다.

일련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문제제기는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끼나
안타깝게도 문제제기자 혹은 문제제기자들의 행동들이 일을 그르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들의 논리를 나름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말고',
'내편 아니면 적'과 같은 '선그으기'는
이상하게도 이 논쟁의 국면을 '중복리뷰 옹호파'와 '중복리뷰 분쇄파'로 구분지어 버렸고,
나도 본의 아니게 '중복리뷰 옹호파'로 분류되어 버린 것 같다.
이러한 프레임은 내가 바란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의제가 될 수 있는 문제를 그르친 그들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정당한 의제라면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쓰는 리뷰에 대해서 '수정작업'을 하려고 한다.
전에 썼던 리뷰들까지 모두 손질하기는 버거울지라도
앞으로 쓰는 리뷰들은 출처나 중복게재에 대한 정보 정도는 붙여두려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순전히 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이다.
어쨌든 나도 '세상의 반쪽'이며 '1/N'이기 때문이다.

※ 이 책은 알라딘 서평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며 알라딘과 예스24, 블로그에 함께 게재하였습니다. 동일한 글을 보시기를 원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이 점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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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9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7-08-19 11:44   좋아요 0 | URL
님//비밀 댓글로 하는 것이 옳으나 저의 의견 정도는 밝혀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남깁니다. 이것을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런 행동이 '그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그렇게 비춰질 수 있습니다. 중복리뷰를 올리는 것은 그 책이 좋았을 때입니다. 책이 좋지 않았다면 리뷰조차 쓰지 않았겠죠.
저는 읽는 책 중 리뷰를 올리는 비율이 6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논란이 너무 가열되어 있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어떤 것들을 증명한다고 보일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글을 번갈아 보고 짜증을 낼 독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의 실천을 알림으로써 묻고 싶은 겁니다. 만약 이러한 행동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대열에 동참할 수 있겠죠.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실천 역시 나 스스로의 억측이었다는 것이 증명될 테니, 그때 접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때 가야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생각이 바뀐 것은 없습니다. 위의 글처럼 내가 '1/n'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생각을 작게 표시하는 것일 뿐입니다.

2007-08-1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8-1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평단에서 받은 책은 리뷰는 언급하는 편이었거든요. 그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요. 어차피 저야 서평도 몇개 없고 잘 쓰지도 못하는 영양가 없는 허접 리뷰니까 상관은 크게 없겠지만;; 승주나무님 생각에는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 세상의 반쪽, 그리고 1/n 이라는 표현요 ^^

승주나무 2007-08-21 12:30   좋아요 0 | URL
네 세상의 반쪽.. 소중한 원칙이지만, 너무나 쉽게 어겨버리는..

마늘빵 2007-08-1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글쎄,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데 제 입장도 한번 정리토록 하지요.

승주나무 2007-08-21 12:31   좋아요 0 | URL
입장을 잘 봤습니다. 진지한 만큼 상처도 많이 받지만, 분명 상처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별거 아닌 일에 관심을 갖다가 괜시리 상처받는 일이 많죠 ㅋㅋ

sweetrain 2007-08-2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도, 그 분들의 문제 제기 내용에 있어서는
완전히 공감하거나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그 분들의 태도는 너무나 공격적이고 무례하죠.

적어도 토론에 있어서 기본은 토론의 상대자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존중이란 걸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요.

승주나무 2007-08-21 12:32   좋아요 0 | URL
그 사람들은 아직도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 같아요.
'태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특징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하찮게 취급되는 경우는 말할 수 있는 건덕지가 별로 없지요~~
 
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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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알라딘 서평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며 알라딘과 예스24, 블로그에 함께 게재하였습니다. 동일한 글을 보시기를 원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이 점을 밝혀둡니다.



나는 정치적인 글은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하지만 책이 내포하는 프레임이 워낙 정치적인지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오늘날 정치세계가 '수사(修辭, rhetoric)의 전쟁 시대'에서 '행간의 전쟁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 한일합방을 위한 담판 회담이 열릴 때의 일이다. 우리측 사절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고 하는데, 시나리오는 이미 정해진 뒤였다.
회담이 끝나고 와서 국민들 앞에 하는 말, "불가불가(不可^不可)라, 나는 두 번이나 불가하다고 하였다."고 하여 둘러대지만, 정작 그 뜻은  "불가불가(不可不^可)라, 허락하지 아니할 수 없다"였다. 이런 초보적인 수사에서도 프레임이랄 게 보이기는 한다지만, 로크리지 연구소가 주지하는 것은 '행간'을 이용해서 국면을 전환하는 지극히 전략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이다.

프레임에 대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우리의 구조화된 정신적 체계"라고 거창하게 정의했지만, 나는 간단히 '사고의 다발', '수사의 다발', '인지의 다발' 등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싶다. 프레임은 단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1.언어 이전의 관습과 관념 혹은 상식-2.언어적 표현과 상징, 행간 등 언어의 사정거리-3.반복, 후속조치, 몰아세우기 등 언어와 언어에 담긴 의도를 완성하는 일련의 후속조치"라고 해석되는데 개별적으로 분석했을 때 이러한 개념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은 이러한 개념들을 종합하거나 특정한 의도에 맞게 기획하는 관점이다. 두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똑같이 이야기하지만 그 효과가 전혀 다를 때가 있다. 한 사람은 '얼음덩어리'처럼 금방 녹아버릴 수사를 구사하지만, 다른 사람은 마치 '빙산의 일각'과 같다. 철저히 계산된 행위와 언어이며, 심지어 농담까지도 시나리오에 따른다. 정치판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어느 나라를 방문하시든지 간에 그 나라의 정사에 대해서 소상히 들으실 수 있는데, 그것은 공자께서 요청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그 국가가 공자께 정보를 제공한 것입니까?
자공이 대답했다. "공자께서는 온화하고 진정성이 있고 공경하고 검소하고 겸손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실 수 있으신 겁니다. 설령 공자께서 그런 정보를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요청하는 것과는 다른 셈이지요."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
子貢曰:  ?夫子溫? 良? 恭? 儉? 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  <논어 학이>


공자가 어느 나라에 가건 그 나라의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의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말 한마디에는 천금의 무게가 담긴 것처럼 진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 좋은 위치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가장 비난하는 지점은 바로 진보주의자들의 매너리즘과 '중도'에 대한 환상이다. 이것은 정동영과 손학규의 지지율이 왜 지지부진한가를 보여준다. 나는 '중도가 환상이다'는 이 책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도는 존재하지만, 매우 쉽지 않은 길일 뿐이다.

천하의 국가를 고르게 다스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높은 직위를 고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심지어 날선 칼을 밟아 지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용은 이런 모든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도달하기 어렵다.
子曰 天下國家 可 均也 爵祿 可辭也 白刃 可蹈也 中庸 不可能也 <중용 2장>


이런 의미로 따졌을 때, 우리나라의 '중도'란 수학적으로 가운데 있는 점일 뿐이다. "중도통합신당"을 '프레임 전쟁'식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수학적으로 가운데점에 위치한 오합지졸의 정치인들이 급조한 정치집단." 이 책에서는 표층프레임과 심층프레임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빙산의 일각 중 드러난 부분이 표층프레임이며 수면에 담긴 부분이 심층프레임이다. 다만 '빙산'이 존재할 때에만 이 용어는 성립한다. 심층프레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통합신당은 무의미하다.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법'은 이를 낱낱이 증명한다. 이들은 비정규보호법에 담겨 있는 '수사'를 신경쓰느라, 이것을 인지하는 '반향'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프레임 실패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아예 프레임이 없는 경우다. 이들이 말하는 '중도'라는 것은 환상일 뿐만 아니라 '반거충이'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비참하게 깨지는 캐릭터가 누구인가. 악한이나 악녀는 나름대로 사랑을 받는다. 천사표 캐릭터는 진부하기는 하지만 '상식'과 통한다. 이 중간에 있는 '반거충이 캐릭터'는 양쪽에서 상식적 지탄을 받는다.

내친 김에 정치 이야기를 더 해보자. 민노당의 한계는 무엇인가? 그들은 프레임을 생산할 능력이 없다.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일단 그들 스스로의 굴레가 너무 지리멸렬하다. 그리고 스타정치인 한두명이나 수사에만 의존하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항상 수세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프레임을 구사할 공간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은 민노당을 외면하게 된다.

미국의 진보주의자들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이 책을 살펴보다 보면 그들이 지목하는 화자가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화자로 설정한 사람들은 '진보주의적 유권자'들이다. 민주당의 진보세력들 역시 유권자 안에 들어간다. 이 책에 의하면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과 '말꼬리 싸움'을 하다가, 그들이 쳐놓은 프레임에 빠져서 결국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고 논평한다. 연애를 하든 경쟁을 하든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은 '꾼'들이 피하는 일이다. 어떻게 되었든 분위기를 환기해서 자기쪽에 유리하게 전개하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로 책에 소개된 민주당 오버마의 프레임 생성법을 실습겸 흉내를 내본다.

신자유주의자들과 일반적인 대기업이 추구하는 방식, 그리고 미국 등 강대국이 추구하는 방향은 '우연성'을 가중시킨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자유주의는 사다리를 치워버린 자유주의이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의 돈으로 돈을 벌고, 남의 마당에 폐기물을 버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단규가 말했다. "나는 우임금보다 치수를 더 잘 할 수 있소." 맹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당신의 치적이 아니라 오히려 과오요. 우임금이 치수는 물길을 잘 살폈기 때문에 사해의 구덩이로 물을 고루고루 퍼뜨린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당신이 한 방법은 물을 이웃나라로 돌려놓았으니 이는 물길을 거스른 처사이지요."
白圭曰:  ?丹之治水也愈於禹. ? 
孟子曰:  ?子過矣. 禹之治水, 水之道也. 是故禹以四海爲壑, 今吾子以?國爲壑. 水逆行?  <맹자 고자-하>


자연재해는 우연성이 가중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연성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양극화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처럼 자산집중도가 점점 커지는 것은 자유주의자들이 볼 때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르겠지만, 그 수치 아래 깔려 신음하는 사람들의 행간을 읽지 못하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단순히 도의적으로 그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에 심화됨에 따라 '우연성'을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 우연성에서 폭동이나 테러, 여러가지 범죄 등이 태어난다. 어차피 인간은 '소비하는 존재'이다. 소비의 지표가 되는 것이 '엔트로피'인데, 엔트로피 분수령에 이르러서는 활용 가능한 에너지가 고갈되고 예상 불가능한 재해가 찾아올 수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 명확한 것은 그것이 결국 '우연성의 총량'이라는 것이다.
긴 길을 돌아서 왔는데, 새로운 것은 없는 책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재치 있는 분석을 보는 일은 유익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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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한개는 내꺼! :)

승주나무 2007-08-19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 님//완죤 땡큐~~

한잔의여유 2007-08-2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을 돌아보는데 서평중에서 가장 서평이 좋아서 추천합니다.^^

승주나무 2007-08-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토 님//감사합니다. 이런 댓글 받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제가 잘 써서라기보다는 좋게 읽어주셔서겠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