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학과에 다닌다는 최00라는 분이 매스미디어의 의제설정과 그에 관한 사람들의 의식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나답게 '말의 홍수'로 대처했지만, 어떻게 해서 나를 알고 그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하고 재밌다. 하기야.. 그렇게 나댔으니~~



1. 최근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 그리고 승주나무 님의 그러한 생각에 언론이 영향을 미쳤는지요?
3. 승주나무 님께서 생각하시는 그 문제에 대한 중요도와
언론이 보도하는 중요성의 정도는 같습니까?



1.이명박 비리와 삼성 불법승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삼성 문제가 우리 사회의 근본 시스템과 관련이 있으므로 더 중요하다 하겠지요. 이명박은 이에 비하면 1/100도 안 되지요. 정치인은 누가 되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언론이 제 생각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뒷북이지요. 책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문제의 중요도를 스스로 생각하고, 언론을 통해서는 이를 확인하는 정도이죠. 언론은 너무 느리고 수동적인 데다가 각종 조작이 행간에 난무하는 누더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 판매부수 기준으로 '언론'이라고 하기 어려운 '시사인'이나 '경향신문'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3. 2에서 많이 대답한 것 같은데 좀만 덧붙입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의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을 '핵심의제'와 '주변의제'로 나누어 보는데, 핵심의제에서는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습니다. 삼성 문제를 '떡값'을 누가 받았는지 등과 같은 주변적인 문제만 파고드니까 의제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거죠. 제가 보는 중요도는 예컨대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삼성 시스템을 분리하고, 이재용에게 부여된 지위를 '이건희 씨 아들'이라는 이유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듯이 이건희 씨나 이재용 씨도 삼성에서 당연히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환타지 같은 이야기겠죠. 이 문제는 언론이 다루기에는 다소 위험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언론의 본분은 위험한 일을 보도하고, 사회는 기자들에게 어느 정도 완충벽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송의 남용 등으로 취재활동을 제한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이나 한겨레처럼 광고주에 영향을 많이 받거나 프레시안처럼 법적 소송에 휘말리거나 시사인처럼 사장에 의해서 기사가 도려지거나 '취재제한조치' 등에 의해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제가 생각하는 중요도는 '이상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핵심의제 부분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몰랐던 삼성 기흥공장 직원들의 백혈병 사례나 이에 대한 구제를 외면하는 사측의 행태 등을 보도하여 의제를 환기하는 것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포털에 비해서 종이신문은 다양한 의제와 편집 의도 등을 볼 수 있으니까 좀 낫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기능은 '주변 의제 기능'으로 제한해서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실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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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많이 바쁘시죠?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

승주나무 2007-11-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감사합니다. 요즘은 언론 관련이 아니라 생업 때매 많이 바쁘답니다.
엘신 님도 건강하시고, 오프에서 한 번 뵈요^^

비로그인 2007-11-25 15:15   좋아요 0 | URL
부끄럽게 어떻게 오프에서 봐요! 퍽퍽 ( >_>)

2007-11-25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5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5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5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5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5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만길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될 때 목숨 걸고 싸웠던 반일투사는 5000여명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정의를 위해 몸 바치는 5000여명의 의인들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의인 10명만 있어도 하느님의 엄한 심판을 면할 수 있다는 창세기 18장 32절의 말씀을 새삼 마음에 되새깁니다.
- 함세웅 신부 인터뷰 중

 

책임있는 국가기관과 책임있는 기업, 그리고 나
우리가 이런 배를 함께 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몹시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요즘처럼 깊은 좌절감을 느낄 때가 없다.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입'을 볼 때이다.
국가기관이나 언론이나 기업에서 나오는 말, 그 속에 꽈리를 틀은 '악마의 입'을 본다는 것은 고욕이다.
악마의 입 중에서도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악마의 입'이 가장 악질이다.
그런 악마의 주둥아리에 주먹이라도 하나 날리지 못하는 나는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 삼성 이건희 일가의 비리의 편린이 담긴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뿐.

한나라당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가 거듭날 수 있는 성장동력 세 가지
'언론, 교육, 법률'이 정비되고 궤도 안으로 안착하고 나서도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10년도 더 필요하다.
이번 삼성의 전선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이 낱낱히 밝혀지고,
예측 가능한 모든 낙관적인 결과가 찾아와도 10년이라는 거다.
나는 무엇인가? 시민인가?
나는 시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시민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좌절을 극점까지 떨어뜨리고 처절한 바닥에서
나의 할 일을 생각해봐야겠다.

아! 나는 왜 이런 일들을 모른 채 지나칠 수 없는가. 한탄스럽다.
 


 






"삼성-언론-국기기관, '먹이사슬' 끊어야
검찰, 정의에 기초하지 않으면 범죄집단"
[인터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

장윤선 (sunnijang)


 

 





  
함세웅 신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안홍기
함세웅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이 전 언론에 행한 로비와 모함을 언론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그 치졸한 방법을 왜 언론은 고발하지 않습니까?"

 

87년 6월 민주항쟁의 주역 함세웅 신부. 20년 전과 달리 그는 '원로 신부님'이 됐다. 20년 전 독재타도 때와 달리 삼성의 불법행위를 적극 고발하지 않는 언론을 볼 때마다 답답증을 토로하던 함 신부가 20일 저녁 언론에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정말 슬픈 것은 삼성과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재경부, 청와대, 국회의원…, 모든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먹이사슬이 얽혀 있다는 것"이라며 "이걸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언론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인들의 비리를 같이 부끄러워하는 성찰운동이 언론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일보>를 보면 악마의 존재와 그 실체를 감지하게 된다"며 "거짓과 왜곡이 죄악의 뿌리"라고 말했다.

 

언론의 성찰을 촉구한 함 신부는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삼성이 사기업으로 공공기관을 능멸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대죄"라며 "사익집단이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공동체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가기관을 돈으로 좌우하려는 것은 기업의 타락"이라며 "그것은 기업이 자멸로 가는 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직후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지 않은 점에 대해 함 신부는 "정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면 국가도 강도집단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검찰이 깊이 되새겨야 한다"며 "검찰이 정의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범죄집단"이라고 비판했다.

 

함 신부는 "일정 기간 자수기간을 둬서 삼성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검찰, 언론, 국세청, 금감원 등 모든 분야에 있는 분들이 자백하는 운동을 펼쳤으면 좋겠다"며 '자수운동'을 제안했다.

 

"청와대 386들도 삼성 불법행위 관련... 깊이 반성해야"

 

또한 그는 "청와대 386들도 삼성의 불법행위에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삼성의 영향 하에서 돈을 받거나 불의한 일을 했다면 검찰과 언론 못지않게 청와대 386 당사자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함 신부는 "전두환 독재시절 안기부와 기무사는 한 개인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존재했다"며 "이건희 부자의 무절제한 소유욕을 위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서 "독재정권의 정보기관과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사익의 노예일 뿐"이라며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신부는 "삼성은 이 은총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20년을 고백하면 쉽게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며 평등한 한 시민으로서 법을 어겼으면 고백해야지 자꾸 딴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함세웅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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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기
함세웅

- 지난달 29일 '삼성의 불법행동'에 대한 사제단의 1차 양심고백이 있은 뒤 3주가 지났습니다. 21일 오후 4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는데요. 어떻게 이 사건과 함께 하시게 됐나요.
"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저는 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그 창조적 가치를 화두 곧 묵상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4일 박종철군 20주기 추도식에서 그의 아버님은'‘나는 이제 한 아버지로서의 울음을 멈추겠습니다. 박종철은 내개인의 아들이 아닌 시대의 아들입니다. 박종철이 염원했던 세상을 후배들이 이뤘으면 하는 꿈을 지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년 전 평범한 공직자였던 박군의 아버지는 당시 몹시 괴로워했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박군의 죽음이 사건화 되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는 그분을 설득했고, 결국 이 일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독재정권의 화신이었던 경찰, 안기부,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조작하고 은폐했는지 그 내용을 이미 다 아실 겁니다.

 

저는 올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한 청년학생의 순수한 죽음이 결국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바꿨구나, 그래서 박종철군의 죽음에서 순교의 의미를 확인하곤 합니다. 이한열군의 죽음도 마찬가지죠. 87년 6월항쟁 당시 독재타도를 외쳤던 그 거리에서,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젊은 청춘남녀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걸 보고 저는 큰 감회를 느꼈습니다.

 

다만, 오늘의 젊은이들이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기쁨이 누구의 덕분인지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배세대들의 민주화?인권을 위한 피눈물 나는 희생의 결실임을 꼭 알고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주제인 '역사에 대한 기억', '고통에 대한 기억' 곧 기억투쟁이 더 큰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걸 함께 되새겼으면 합니다.

 

그러던 참에 김용철 변호사가 몇 분의 동료들과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삼성에서의 자신의 삶을 고백하더군요. 그분이 양심선언을 하겠다는 뜻을 전해 듣고 저는 그분께 서면으로 모든 내용을 정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제단에게 보내는 호소문과 함께 양심고백의 글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 변호사에게 앞으로 법조세계, 재벌세계, 언론과 검찰을 정화하는 시민운동가로 거듭나자고 약속했습니다."

 

- 김 변호사와 만난 뒤 어떤 대화가 오갔나요?
"그때 우리는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고, 몇 가지 핵심질문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분이 먼저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했고,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감옥에 갈 각오가 돼 있냐고 물었더니 너무나 명쾌하게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와 만난 뒤 저는 동료, 선후배 사제들과 면담했고, 최종적으로 현재의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신부님들, 교구 상임위원들과 상의하게 됐지요. 그 과정에서 20년 전 박종철군의 죽음의 진실을 알렸던 사제들이 또 다시 시대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금까지 오시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검찰은 부끄럽게도 삼성과 공범자가 돼서 먹이사슬로 연계돼 있습니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본독재의 영향권 아래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더 어려웠던 점은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뜻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국세청, 재경부, 검찰, 금감원 그리고 부분적으로 청와대까지 삼성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어 하느님께 9일기도를 올렸습니다. 저는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 시대의 하나의 징표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개인이나 민족에게 더 큰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성서적 가르침을 되새기며 깨달았습니다.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호소는 시대의 명령이었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신앙인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돈으로 안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삼성 성장 할 것"

 

- 막강한 삼성이 많은 로비를 해왔을 텐데요.
"아무리 삼성이라는 기업이 돈으로 모든 걸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링컨의 유명한 격문을 기억합니다. 일부 사람을 얼마간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가르침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려는 삼성의 경영정책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깨달음 속에서 신부님들이 이 일을 결단하게 된 것입니다."
 
- 직접 삼성그룹의 고위간부들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찾아온 삼성인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을 보낸 분을 직접 모셔오시오. 선생님들과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상부에 전하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돈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꾸라고 말했습니다. 돈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삼성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걸 책임자에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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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기
함세웅

- 어떤 목표로 움직이시나요?
"우리의 목적은 고발이나 공개가 아닙니다. 삼성이 회개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삼성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받는 기업으로 태어나야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부패로 물들고, 그 부패를 모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오염시키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요. 김 변호사가 사제단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안 삼성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해 김 변호사를 모함했던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또 언론은 그걸 알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책무를 게을리 했습니다. 삼성과 유착된 언론의 고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고백을 듣지 못했습니다."

 

- 삼성 불법행위 보도와 관련, 언론보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사제단이 4번째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동안 언론은 뭘 하셨나요? 사제단이 발표하는 걸 따라 쓰는 것 말고 어떤 심층취재가 있었는지 자문하시기를 바랍니다. '검찰의 뇌물명단'이 있냐, 없냐 하는 비본질적 이슈에만 관심을 표명했지요.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이 전 언론에 행한 로비와 모함 등을 언론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그 치졸한 방법을 왜 언론은 고발하지 않습니까?”

 

- 언론이 잘못하는 가장 큰일은 무엇인가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폭행사건이나 신정아-변양균 사건을 다뤘던 언론이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얼마나 뛰고 있습니까. 삼성과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재경부, 청와대, 국회의원…, 정말 슬픈 일은 이 모든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먹이사슬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걸 끊어야 해요. 저는 언론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언론인들의 비리를 같이 부끄러워하는 성찰운동이 언론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선일보>를 보면 악마의 존재와 그 실체를 감지하게 돼요. 거짓과 왜곡이 바로 죄악의 뿌리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창간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민족 앞에 저지른 많은 죄를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 삼성은 사제단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것 같은데.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은폐하기 위해 무서운 돈의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직도 조작을 일삼고 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조작을 하고 있는데, 삼성이 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일은 고백입니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아야지요. 그리고 삼성이 사기업으로 공공기관을 능멸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대죄입니다. 또 삼성은 정부기관을 능가한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익집단이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공동체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그러한 기업은 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삼성은 이 점을 깊이 깨닫고 회개해야 합니다.

 

- 활동의 타깃이 이건희 회장 개인인가요?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공공법인이라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편법, 탈법, 불법으로 아들에게 세습하려는 것은 차단시켜야지요. 우리가 양심고백을 한 뒤 많은 정치학자들을 만났는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공적 기관을 능멸하고, 국가를 능가하려는 생각을 했다는 착각을 교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기업이 공공질서를 위한 국가기관을 능멸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을 돈으로 좌우하려는 것은 기업의 타락입니다. 그것은 기업이 자멸로 가는 것입니다.”

 

-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가요?
"검찰이 법과 질서, 원칙 따라 수사한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법과 원칙이 통했나요? 사제단이 삼성의 이른바 차명계좌 번호까지 제시했는데도 수사에 착수 안했습니다. 금감원과 국세청 모두 공범자입니다. 검찰의 직무유기는 공동체 앞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죄입니다. 국가도 만일 정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강도집단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노의 말을 검찰이 깊이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검찰이 정의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범죄집단일 뿐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고 싶습니다. 자수운동을 펼쳤으면 합니다. 일정 기간 자수기간을 둬서 삼성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검찰, 언론, 국세청, 금감원 등 모든 분야에 있는 분들이 자백하는 운동을 펼치자고요. 정화기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한철 검사장이 특별수사감찰본부를 맡았습니다. 수사가 잘 될까요.
"비록 늦었지만 검찰이 그나마 감찰본부를 설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본부장 선정을 위해서 삼성의 영향 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요. 문제는 언론도 우려한 바대로 신임 검찰총장과 대학 동기라는 점이지요. 친밀관계에서 자유로운 분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특별수사감찰본부가 그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좋겠어요. 참으로 정의로운 검찰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검찰 내에서의 자정운동을 기대하며 수사검사도 삼성의 관리와 뇌물에서 자유로운 분들을 공모했으면 합니다."

 

-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특검은 국회의원들의 의무입니다. 이미 3당의 대표 정동영-문국현-권영길 대표가 공식 합의한 대로 준수하기를 바랍니다. 특검에 대해 한나라당이 묘하게 방해하고 통합신당도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다는 기자들의 말을 듣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삼성특검에 대해 소극적인 정당과 국회의원일수록 삼성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죠. 이번 회기 내 꼭 특검이 설치되기를 바랍니다."

 

"선거용? 도둑이 제발 저린 것... 모두 자수하라"

 

- 양심고백 이후 김 변호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처음에 그는 생존에 대한 억울함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인 동기였지요. 그러나 우리와 만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고, 삼성에 관계된 모든 분야의 잘못과 불의를 공개함으로써 삼성이 정화되고 검찰이 새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속죄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 변호사에게 앞으로 법조세계, 재벌세계, 언론과 검찰을 정화하는 시민운동가로 거듭나자고 약속했습니다."

 

- 삼성은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니라 부인하고 있는데요.
"선량한 모든 국민들은 매일 세금을 냅니다. 저희도 세금을 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큰 기업이 불법으로 세금을 안 내고, 뇌물로 적당히 하려고 했다면 정말 문제이지요. 아마도 그간 불법 로비하느라 쓴 돈을 정상적으로 세금 내는 등에 썼다면 어땠을까요. 불법로비자금이나 세금이나 똑같은 규모가 될 것 같아요. 불법로비자금이 훨씬 더 들었을지도 모르지요. 정치인과 관료, 언론 등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삼성의 부도덕은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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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기
함세웅

- 작은 것에도 발끈하시는 노 대통령이 이번에 참 조용하십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2002년 대선자금에서 일정 정도 밝혀지기는 했지만, 기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청와대 386들도 삼성의 불법행위에 관련돼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이 되는 분들은 회개하고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386세대를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 충직한 건강한 386세대가 있고 이른바 정치권에서 때 묻은 몰염치한 386이 있습니다. 언론과 국민이 이걸 식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의 영향 하에서 돈을 받거나 불의한 일을 했다면 검찰과 언론 못지않게 청와대 386 당사자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 이번 활동을 시작하실 때 단기 목표가 있었는데요.
"단기 목표라기보다는 그때그때마다 기도하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습니다. 박정희 독재시절의 중앙정보부와, 전두환 독재시절 안기부와 기무사는 한 개인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이건희 부자의 무절제한 소유욕을 위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재정권의 정보기관과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공익보다는 사익의 노예일 뿐입니다. 때문에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해체돼야 합니다. 그때에 비로소 삼성이 더욱 번영할 것입니다."

 

-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양심고백이 터져 나와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지요. 그렇게 비판하시는 분들이 모두 자수했으면 좋겠어요. 정의는 대선이나 총선과 관계없이 언제나 실현돼야 할 가치입니다. 삼성 불법행위가 범죄라고 인지되면 그때 바로 척결돼야 할 사안입니다. 그걸 일부 정치인들과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이 음해하고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새로운 죄악일 뿐입니다."
 
-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 대국민 용서를 구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모든 고백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백은 아름다운 용기입니다. 톨스토이는 '하느님의 나라와 정의를 먼저 구하라'(마태오6,33)라는 성서말씀을 늘 되새겼습니다. 정의를 구하면 모든 게 저절로 이뤄집니다. 정의구현이 기초입니다. 삼성은 이 은총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20년을 고백하면 쉽게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한 한 시민으로서 법을 어겼으면 고백해야지요. 자꾸 딴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삼성이 이 사건 이후에 <한겨레> 등 몇몇 언론에 대해 광고를 유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것은 21세기 현대판 새로운 유형의 광고탄압입니다. 유신독재 때의 광고탄압이 떠오릅니다."
 
- 미선·효순사건 때처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한데 왜 그럴까요.
"국민들이 매사에 다 나설 수는 없습니다. 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살아있는 소수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면 국민들이 더욱 깨어 정의의 행진에 더욱 많이 함께 할 것입니다. 강만길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될 때 목숨 걸고 싸웠던 반일투사는 5000여명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정의를 위해 몸 바치는 5000여명의 의인들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의인 10명만 있어도 하느님의 엄한 심판을 면할 수 있다는 창세기 18장 32절의 말씀을 새삼 마음에 되새깁니다. 무엇보다도 바른 가치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11.21 08: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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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2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밥 먹으러 갈 때,
내가 들으려 하지 않아도 옆 테이블에서 이야기가 들린다.

근데 하는 이야기들이 다 똑같다.
물론 대선 이야기이고,
'노무현을 잘라내야 한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 운운..
어째 신문의 내용을 그냥 읊을 수가 있는 건지,

원래 책을 읽든 신문을 읽든 독자의 입장이 있는 거고,
자연스럽게 재해석하면서 단어 몇 개 정도는 바뀌게 돼 있는데,
단어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면
신문이 오히려 사람의 머리를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노무현 정부를 '실정'으로 판단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10년 동안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이해를 하지 않으면,
분명히 이번 5년 역시 '잃어버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옆 테이블의 사람 말대로라면 5년 후는 반드시 잃어버린 15년이 되겠지.

김종철 씨의 녹색평론 머리말을 보니 옆 테이블이 그러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부분을 인용한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정신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지식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술가나 문인들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러한 사람들의 공개적인 발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의 하나는 예컨대 작가 이청준의 발언일 것이다. 그는 연전에 어느 일간신문에 기고한 글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에서, 지난 수십년간 고심참담 끝에 이룩한 한국의 '국부(國富)'가 현 정권의 소위 개혁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더이상 나눌 것이 없는 상태로 이어지는" 불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5년 11월 2일자)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우리 경제력이 어제 오늘 이 세대가 이룬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찍부터 값싼 섬유제품과 신발류 등속으로 출혈 수출을 시작한 소기업부터 북태평양 얼음바다로 원양어선 타고 나간 우리 어업인들과, 사막의 모랫바람을 몇해씩 견디고 돌아온 중동 건설근로자들과, 심지어 용병 소리까지 감수해야 했던 월남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이 기틀을 마련해준 덕이다. 오늘 지구촌 곳곳의 시장을 누비게 된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해운업의 발전도 이역만리 독일에서 파견 광원들과 간호사와 이 나라 대통령이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 속에 다짐했다는 서러운 결의와 종잣돈이 주춧돌을 놓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위에서 열거된 지난 세대의; 일들 가운데, 그 경제력의 신장 과정에서 자행된 인권유린도, 농민 공동체의 해체도, 도시 변두리의 판자촌과 창녀촌도, 전태일의 죽음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자연 훼손도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균형감각의 결핍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 녹색평론, 11-12월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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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11-2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부모님의 경우를 보면, 그냥 습관처럼 보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십년간 습관처럼.

승주나무 2007-11-21 11:38   좋아요 0 | URL
수십년간의 습관은 버리기 어렵지요. 수십년간 옆에서 똑같이 떠들어댄 사람들이 더 문제입니다. 독자를 바보로 만들고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 들기 때문이죠

Mephistopheles 2007-11-2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하여 J일보 전대사장이 자칭 자신을 "밤의 대통령"이라고 떠벌이고 다녔겠어요...
하루빨리 걷어내야 할 문제들인데 세대가 바뀌면 구독자가 줄어들까요?

승주나무 2007-11-21 11:40   좋아요 0 | URL
절차민주주의의 맹점을 잘도 이용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권력이라면, '권력'이라는 말은 도대체 '이익'을 위한 무력 외에 어떤 뜻이 있겠습니까. 권력과 권력의 짬짜미가 아니라, 권력과 권력의 상호견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크.. 또 진지 모드^^;
 

<88만원 세대>만 가지고 리뷰를 두 번 썼다. 물론 똑같은 콘셉트로 쓴 건 아니다.

http://blog.aladin.co.kr/booknamu/1699198 (처음 꺼)

http://blog.aladin.co.kr/booknamu/1701376 (두번째 꺼)

나는 신문을 자주 보는 편이다. 모두 보지는 못하고 경향하고 <시사IN>은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책 읽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때는 신문에 하루하루 집착하는 게 무슨 유익함이 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나름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끈을 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다.
웹스크랩까지 한지 3년이 넘었다.

어느 날 리뷰를 쓰다가 문득 생각했다.
'리뷰'라는 것은 세상에 대한 기록이 아닐까.
책은 물론, 영화나 정치, 세상의 모든 일이 리뷰의 대상이 된다면
어찌 '시사'가 리뷰에서 빠질 수 있을까?
세상의 일과 책은 함께 돌아가기 마련이다.
책에도 시의성이란 게 있다면 신문과 친척인 셈이다.
이것이 책과 시사를 함께 엮게 된 첫 번째 이유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훗날 내가 리뷰를 다시 보게 될 때 당시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88만원 세대에는 '삼성비자금'의 내용을 넣었다.
물론 책의 내용에 시사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는 않는다.
관련성이 있는 글만 <시사, 리뷰>로 선택될 거니까.
이게 두 번째 이유다.
그리고 88만원 세대에 대해서 두 번이나 리뷰를 남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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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6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8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우석훈이 자꾸 하고 싶었던 말은 '짱돌'이나 '바리케이트'는 아닌 것 같다. 사회적 협의니 세대간 연합이니, 구조니, 시스템이니 하는 말을 자주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의 문제를 '개체'의 문제로 보려는 경향이 많다. '88만원 세대'의 문제는 상식적으로 보아도 '구조'의 문제가 맞지만, 386세대나 그 앞 세대가 '못난 놈'으로 매도하는 것은 사실 '구조'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비겁한 수사에 불과하다.
당장 삼성의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1차 저지선은 삼성 계열사 사장이 책임진다. 구조본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게 지상 명제다. 이들이 총대를 메지 못하면 최종 저지선은 김인주, 이학수 등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를 사수하는 게 구조본의 절대 목표다.
- 시사인 9호, 12쪽,김용철 변호사 증언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스스로 징역에 들어가더라도 절대로 지켜야 하는 지상 과제가 있다. 그것은 국민들에게 '구조'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이 싸움은 '본질'과 '개체' 간의 피말리는 결전이 될 것이다. 삼성은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번 사건이 개별 사건으로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일신을 도모하는 일이다. 구조가 낱낱이 드러나면 이제까지 편법, 탈법, 위법으로 만들어놓은 모래성이 다 무너지기 때문이다.

靑 “‘삼성 특검’ 수사대상 너무 광범위” 거부권 시사(기사클릭)

신당 ‘삼성 특검안’ 수정 시사(기사클릭)

'88만원 세대'에서 피해야 할 대목과 주시해야 할 대목이 있다. 피해야 할 대목은 프랑스와 영국 등 사회적 타협을 이뤄낸 나라들, 아니면 최소한 일본 같은 나라를 당장 롤 모델로 삼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우석훈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 국가들이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단 몇 쪽으로 설명하는 바람에 젊은 독자들로 하여금 현 정부와 386 이전 세대에 대해서 공분을 갖게 만들었는데, 이것은 아니라고생각한다. 사회적 협의에는 비용이 따르는데, 우석훈이 예시로 든 나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값을 치렀다. 영국만 놓고 보자.

다가올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던 19세기를 살았던 스튜어트 밀은 '생산의 원칙'과 '분배의 원칙'이라는 두 가지 경제 현상이 공존한다고 생각하였는데, 이 생각의 단초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영국 소녀들의 노동과 임금에 대한 그의 관찰이었다. 15세 소녀들의 노동이 성인 남성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대부분 1/3 혹은 절반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을 보면서 밀은 '분배의 원칙'이라는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요소들이 개입한다고 보았다. <책 54쪽>

존 스튜어트 밀은 신자유주의, 그러니까 뉴라이트 계보의 가장 상위에 링크된 인물이다. 중앙일보가 예전에 뉴라이트를 홍보하러 다닐 때 그 기원을 '밀'까지 타고 올라가는 계보도를 그린 바 있다. 하지만 우석훈은 존 스튜어트 밀을 극찬하여 말하길 "경제학사를 통틀어 단 한명의 천재를 고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밀을 꼽을 것이지만, 또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을 곱으라고 해도 역시 밀을 꼽을 것"이라고.

프랑스에 대해서는 자랑스런 68혁명의 세대들에 대한 예시가 소개되는 데, 386과 68세대를 매우 흥미롭게 비교했다. 68세대는 자신들의 투쟁을 사회적 협의로 승화시켰지만, 386은 한낱 허울 좋은 절차 민주주의 따위로 덮어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386은 샤르트르라는 지성이 부족했고, 지성의 저변도 부족했다. 이 책의 도움을 얻어 '존재와 무'라는 책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전국 서점에 모두 다 품절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구조에 한발 다가가기도 전에 두 발짝씩 퇴보하는 지금의 상황인데, 우석훈은 '인질'의 비유로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오랫동안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6년 동안 사교육에 붙잡혀 있던 사람들은 정상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중략) 지금 막 대학에 들어간 사람들이 완전하게 인질극이 된 6년간을 거친 첫 세대인데, 이들 중 좋은 대학에 간 소위 이 세대의 엘리트들이 대학에 드렁와서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 224쪽>

이 구절을 보고 요즘 대학생들이 홍대 앞에서 흥청망청 세월을 보내는 모습을 연상하는 것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 상투적이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서울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에서 인문대 남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학교측에 따르면 최근 2년간 10명의 서울대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신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2004년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상담을 받은 학생은 190여명이었으나 2005년은 280여명, 2006년은 300여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 보건진료소에서 직접 정신과 치료를 받은 학생수도 2004년 159명, 2005년 493명, 2006년 68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 6월까지만 해도 211명의 학생이 정신과를 다녀갔다.
- 경향신문 7월 13일자


물론 이 사건이 6년간의 트라우마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사교육의 완벽한 감시 아래 있었던 이른바 한국식 엘리트들이 겪고 있는 현상은 썩 건강한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3년간 논술강사로 일했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트라우마는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없지 않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21일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입시·보습학원 수는 2001년 12월말 1만3천7백8개에서 2006년 6월말 현재 2만7천7백24개로 5년 사이에 1만4천16개가 증가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말의 1만6천6백95개와 비교해서는 1만1천29개가 늘어 66.1%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학원 숫자는 전국 초·중·고교수 1만8백89개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연도별 증가를 보면 2002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2,987개, 2003년 2,120개, 2004년 3,243개, 2005년 4,044개가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경향신문 2006년 9월 21일자

내가 직장을 때려치우고 돈을 덜 받는 곳으로 가게 된 이유다. 채용이나 입시와 같은 선발은 결과에 좌우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문제는 선발시스템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숫자가 거의 모든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과정을 모두 왜곡하기 때문에 의식 있는 교사나 부모들의 열의를 모두 좌절시키고, 대신에 '위기감'을 키우는 데, 이것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심지어 부모에게 협박해서 돈을 뜯어먹는 것이 사설학원의 구조다. 이러한 현상이 교육부와 학원 간의 짬짜미의 혐의가 짙다고 책에 밝히고 있다. 일개 학원 강사였던 나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많은 강사들은 까놓고 사기를 치느냐 아니면 얼마간 견디다가 떨어져 나가느냐 하는 선택에 들게 된다. 직장 채용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업문화에 맞춰 모델링된 선발체계가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가능하다.

지난해 대기업 마케팅팀에 입사한 김모씨(29)는 최근 불안에 떨고 있다. 이력서에 기재한 ‘가짜 경력’ 때문이다. 김씨는 해외 배낭여행은 물론 동아리 활동 경험이 전혀 없었다. 4.0이 넘는 고학점 외에 뚜렷하게 내세울 게 없었던 김씨는 고민 끝에 친구들에게서 귀동냥으로 들은 배낭여행 경험과 동아리 활동, 아르바이트 경험을 모두 꾸미기로 했다. 근처에 가보지도 않은 영상 제작 동아리에서 주된 활동을 했다고 기록했다. 밟아보지도 않은 유럽에서 한달간 배낭여행했다고 자기소개서에 썼다. 화려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만든 김씨는 원서를 낸 대기업 세 군데 모두 합격했다.
- 경향신문 2007.8.12일자



그러나 이보다 더 위험한 상태는 스트레스도 없고 병증도 없는 편안한 상태의 이들이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가족아동학 전공팀은 다음주 서울대에서 열리는 ‘제11회 가족아동학 심포지엄’에서 위와 같은 조사자료를 발표했는데, 초등학생들이 다니기 싫은 학원을 억지로 다니고, 학원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들의 생각과는 딴판으로 오히려 만족도를 표시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서울대 우울증과 비교했을 때 더욱 절망적인 상태가 된다. 6년간 사교육을 받았던 지금의 대학생들이 '유괴'에 비유한다면, 사교육에 이제 발을 들여놓은 초등학생들은 '마약'에 비유할 수 있다. 이미 사교육에 최적화돼 버린 것이다. 영화 <이퀼리브리엄>에서 감정을 배제한 인간들과,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대량생산되고 세뇌교유과 쾌락에 만족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점점 닮아가고 있는 모습은 오싹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석훈이 결말에 던지는 화두는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 그는 이것을 '창조적 파괴'라고 하였다. 젊은이들의 선택은 두 가지가 있다.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룰'이라는 좁은 소로를 따라가면서 점점 로봇으로 변모해가느냐, 룰을 거부하고 가시밭길로 가느냐. 이미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나와 있다.

서울지역 7개 대학신문이 대선을 맞아 지난달 7개 대학(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학생 20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치·사회 의식 조사 결과 서울대생 응답자의 40.5%가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적’이라고 밝혔다.
- 경향신문 11월 12일자

"하이힐 위에서 혹사당하는 여학생을 위해 발 마사지기를 도입해야 합니다.”
의료기기 업체의 광고 문구가 아니다. 이번주에 시작된 서울대 총학생회선거 후보의 공약이다. 이 후보는 피곤에 지쳐 음악감상실이나 학교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남학생을 위한 남성전용 휴게실 도입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 경향신문 11월 7일자

자꾸 서울대만 예를 들어서 좀 뭣하지만, 신문에서 다뤄주는 대학이 서울대밖에 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젊은 사람들은 결국 로봇이 될 텐데, 젊은이들이 모두 로봇이 된다면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현실화될 것이다. 가진 자들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것이며 종국에는 벨기에처럼 무정부상태로 가다가 독립을 할지도 모른다.

벨기에라는 국가를 과연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플랑드르 지역인 알의 마크 데메스메커 부시장은 “우리가 벨기에에서 얻는 ‘부가가치’는 거의 없다”며 “차라리 분리하는 편이 낫다. 600만 플랑드르인은 스스로도 충분히 유럽의 부유한 소국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11월 13일자

우석훈은 싸우라고 하지만, 한마디를 덧붙여야 했다. 그것은 협상의 기술이다. 여기에 관련해서는 내가 '시사저널 사태'로 한창 기자들과 싸우고 있을 때, 백승기 발행인이 나에게 해준 말을 인용한다.
"전쟁터에서 총 들고 피터지게 싸워도 한쪽 테이블에서는 웃으면서 협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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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成勳 2008-01-1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굳ㅋ 잘 읽었습니다. 논문으로 발표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추천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