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진탕 먹은 다음날 술약이랑 같이 드시면 좋으셈~~
P.S. 웬디양(만나기 클릭) 님의 진지한 충고에 따라 제목을 <김수영의 낙타과음>에서 <음주페이퍼의 효시>로 바꾸다. 바꾼 이유는 역시 낚시에 있지 않을까 사료됨


駱駝過飮


Y여, 내가 어째서 그렇게 과음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예수교 신자도 아닌 내가 무슨 독실한 신앙심에서 성탄제를 축하하기 위하여 술을 마신 것도 아니겠고, 단순한 고독과 울분에서 마신 것도 아니다. 어쨌든 근 두달 동안이나 술을 마시지 않다가 별안간에 마신 과음이 나의 마음과 몸을 완전히 허탈한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
나는 지금 낙타산이, 멀리 겨울의 햇빛을 받고 알을 낳는 암탉모양으로 유순하게 앉아있는 것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이는 다방의 창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Y여, 어저께는 자네집 아틀리에에서 춤을 추고 미친 지랄을 하고 나서 어떻게 걸어나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어떤 자동차 운전수하고 싸움을 한 모양이다. 눈자위와 이마와 손에 상처가 나고 의복이 말이 아니다.
오늘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누워있는 곳은 나의 집이 아니라 동대문 안에 있는 고모의 집이었고 목도리도 모자도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 머리가 무거웁고 오장이 뒤집힐 듯 메스꺼워서 오정이 지나고 한참 후에까지 누워있었다.
옷이 이렇게 전부 흙투성이가 되었으니 중앙지대의 번화한 다방에는 나갈 용기가 아니 나고 나가기도 싫고 몸도 피곤하여 여기 이 외떨어진 다방에나 잠시 앉았다가 집으로 들어갈 작정이다.
인제는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데가 내 고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서 어떻게 앉아있어도 쓸쓸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몹시 쓸쓸하다
B양의 생각이 난다. B양이 어저께 무슨 까닭으로 참석하지 않았는지? 그러고보니 나는 어제 억병이 된 취중에도 B양을 보러 갔던가?그렇다면 이렇게* 이 외떨어진 다방에 고독하게 앉아서 넋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B양에 대한 그리움이 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B양의 눈맵시, 그리고 그 유닉하게 생긴 입에 칠한 루즈가 주마등과 같이 나의 가슴을 스쳐간다.
Y여, 그리고 자네의 애인인 림양이 춤을 추다 말고 나와서 외투와 핸드백을 집어들고 B를 부르러 간 것도 아주 먼 옛날에 일어난 일같이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이 머리 안에서 마치 안개 속에 숨은 불빛같이 애절하게 꺼졌다가는 사라진다.
나는 지금 무엇에 홀린 사람모양으로 이 목적 없는 글을 쓰고 있다.
이 무서운 고독의 절정 위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겠나?
자네의 모습이며 림양의 모습이며 B양의 모습이 연황색 혹은 연옥색 대리석으로 조각을 하여놓은 것처럼 신선하고 아름답고 부드러워 보인다.
이 아름다움으로 사람에게 느끼는 아름다운 냄새를 나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좋을지 모르겠다.
사람에게 환멸과 절망을 느낄수록 사람이 더 그리워지고 끊임없는 열렬한 애정이 솟아오르기만 하는 것이 이상하다.
갈 데가 없으니 다방에라도 가서, 여기가 세상을 내어다보는 유일한 나의 창이거니 생각하고 앉아있는 것인데,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은 언제나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있는 난로 가장자리는 아니고, 몸이 좀 춥더라도 구석쪽 외떨어진 자리를 오히려 택하여 앉기를 즐겨하는 나다. 이렇게 앉아서 고드름이 얼어붙은 창을 어린아이같이 내다보는 것이다.
창을 내다보며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무슨 무기체와 같이 그냥 앉아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창밖에는 희고 노란 빛을 띤 낙타산이 바라보인다.***
지금 내 몸은 전부가 공상의 덩어리가 되어있다. 내가 나의 작은 머리를 작용시켜서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전신이 그대로 공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거추장스러운 말을 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것이 사실인즉 미안하지만 자네는 이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목적이 없는 글이니 목적이 없는 정서를 써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나는 스스로 자인한다.
어느 거리, 어느 다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계집아이들.
붉은 양단저고리에 비로오드 검정치마를 아껴가며 입고 있는 계집아이들. 내가 이 아이들을 볼 때는 무심하고 범연하게 보고 있지만 이 아이들이 생각에 잠겨있는 지금의 나를 볼 때는 여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걸세.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공연히 엄숙한 마음이 드네. 그리고 그들이 스치고 가는 치맛바람에서 나는 온 인간의 비애를 느끼고 가슴이 뜨거워지네.
술이 깨어날 때 기진맥진한 이 경지가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이 좋으이.
이것은 내가 <안다는> 것보다도 <느끼는> 것에 굶주린 탓이라고 믿네. 즉 생활에 굶주린 탓이고 애정에 기갈을 느끼고 있는 탓이야.
그러나 나는 이 고독의 귀결을 자네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네.
거기에는 너무 참혹한 귀결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
내 자신에게 고백하기도 무서워. 이를테면 죽음이 아니면 못된 약의 중독 따위일 것이니까.
자네는 나를 「잊어버린 주말」에 나오는 레이 미란드 같다고 놀리지만 정말 자네 말대로 되어가는 것같애.
운명이란 우스운 것이야.
나도 모르게 내가 빠지는 것이고, 또 내가 빠져있는 것이고 한 것이 운명이야.
실로 운명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야. 그것은 말할수없이 가벼운 것이고 연약한 것이야.
Y여, 자네의 집에서 열린 간밤의 성탄제 잔치는 화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아하고 구수한 것이었어.
나는 이대로 죽어도 원이 없을 것 같으이. 이것은 결코 단순한 비관이 아닐세.
낙타산에 붙어있던 햇빛이 없어지고 하늘은 금시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이 무거우이.
Y여, 나의 가슴에도 언제 눈이 오나?
새해에는 나의 가슴에도 눈이 올까?
서러운 눈이 올까?
머릿속은 방망이로 얻어맞는 것같이 지끈지끈 아프고 늑골 옆에서는 철철거리며 개울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네.
이렇게 고통스러운 순간이 다닥칠 때 나라는 동물은 비로소 생명을 느낄 수 있고 설움의 물결이 이 동물의 가슴을 휘감아 둘 때 암흑에 가까운 낙타산의 원경이 황금빛을 띠고 번쩍거리네.
나는 확실히 미치지 않은 미친 사람일세 그려.
아름다움으로 병든 미친 사람일세.

 

원주
* 뼈가 말신말신하도록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니된 것도 B양이 오지 않은 외로움에 못이겨 무의식중에 저지른 일종의 발악이었던가.
** 아무튼 나는 내 자신이 우습다. 한없이 우습기만 하다.
*** 낙타산은 나와는 인연이 두터운 곳이다. 낙타산 밑에서 사귄 소녀가 있었다. 나는 그 소녀를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약 십오년 전에 동경으로 갔었다. 내가 동경으로 가서 얼마 아니 되어 그 여자는 서울로 다시 돌아왔고, 내가 오랜 방랑을 끝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그는 미국으로 가버렸다. 지금 그 여자는 미국 태평양 연안의 어느 대도시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며, 영원히 이곳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편지가 그의 오빠에게로 왔다 한다. 나와 그 여자의 오빠는 죽마지우이다.

<195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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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주페이퍼의 효시 격이로군요, 대선배님!

승주나무 2007-12-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거 좋은 말이네요.. 당장 제목을 바꿔야겠따~~ 그러면 사람들이 좀 낚일 거에요 ㅋㅋ
 
음주페이퍼

술 엄청 먹고 기어들어오다.. 

웬디양 님에게 음주페이퍼의 전형을 보여드리려 했는데~

깨달은 거는 음주페이퍼를 쓰기 위해서는 술이 완전히 꼴아서는 안 된다는 거다.. 

난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다!!

술먹고 아침에 속쓰려 일찍 일어났는데,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만 말똥말똥 뜨다가

몸을 일으켜

여기저기 웹써핑하면서 글을 남기다~

사실 음주페이퍼보다 더 재밌는 거는 '낙타과음'(클릭하면 진짜 낙타과음)인데

낙타과음이란 시인 김수영이 바지가 찢어지도록 술을 엄청 먹은 다음에

노트에 써갈겼다는 글로,

김수영산문집에 나와 있다

나는 술 엄청 먹은 다음날 주로 낙타과음을 즐겨 읽다가

낙타과음을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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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타과음을 따라 그럼 누구에게 편지를 전하나요? ^^ 어제는 A양이 안나왔나요? ㅋㅋ
저도 어제는 술을 좀 더 마셨더니, 페이퍼는 커녕!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어버린사건 -_-
 

기일02 (忌日)
「2」『민』불길하다 하여 꺼리는 날.


유난히 '그날'을 송년회, 아니 망년회로 잡는 사람들이 많네요.
우리도 그날 송년회 하나 잡았습니다.
송년회 잡으면서 연락하신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이제 별 수도 없으니, 먹고 죽어불자!!"
혹시 '드라이버'라는 게임 해보셨나요?
처음에 속도를 내다가 점점 속력을 붙여서 마지막에는 절정에 도달하는 자동차, 오토바이 시뮬레이션 게임 있잖아요.
2002년에는 그래도 그런 느낌이라도 있었지.
이번에는 속도가 좀 붙을만 하면 번번이 접촉사고가 나서,
깨갱~ 깨갱~ 페달을 안쓰럽게 밟아야 하는 상황..
12월 18일은 취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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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무슨 소린가 했더니. 흐음, 과연 그렇군요. 적당한 비유법인데요.(웃음)

승주나무 2007-12-19 23:08   좋아요 0 | URL
정말 기일이 되어 버렸네요.. 엘신님~~~
이제야 술깬 승주나무 ㅋ

2007-12-18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관용과 열린사회
김용환 지음 / 철학과현실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제목 : 관용열린사회 
저자 : 김용환 지음
출판 : 철학과현실사 | 1997.08 


나는 '관용하는' 사람(관용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관용에 대해서 심각한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사실상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질환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사람에 따라서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내가 서두부터 이렇게 비관적으로 운을 떼는 이유는 수천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몇몇 사람만이 '관용의 자격'을 스스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상적으로 자유로운 사람, 이를테면 장자나 이탁오 같은 사람들만 그 가치를 향유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단에 갇혀 살았다. 일례로 '사생활'이라는 말도 동양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이것이 얼마나 생소한지를 설명하는 예화가 있다. 조선 시대의 '왕'은 사생활이 철저히 봉쇄당하는 불쌍한 존재였다. 심지어 간밤에 몇 번째 궁녀와 잤는지까지 기록될 정도였다. 우리에게 사(私)라는 것은 항상 공(公)과 상대되는 의미이며,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식인들이 정신에 비해서 '육체'를 하찮은 것으로 평가절하한 현상과 일맥 상통한다.
이 글은 책에 대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종알대기보다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1. 관용의 사전적 의미는 버려라

   
  관용03 (寬容)
「명」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 ≒아용(阿容). ¶관용을 베풀다/이번 한 번만 관용을 베풀어 주시면 개과천선하여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국립국어원>
 
   


'관용'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매우 재미 없는 녀석이다. 대부분 '목적어'로 사용되며, 그 수법도 '관용을 베풀다'는 식의 뻔한 관용구만 즐겨 활용된다. 때문에 우리는 '관용을 베풀다'는 뻔한 표현보다도 '아량을 베풀다'는 보다 근사한 표현을 사용한다. '관용'은 '베풀다'에 갇힌 단어이다.
관용이 목적어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관용하다'라는 동사 역시 표제어에 등록돼 있다.

   
  관용-하다02
「동」【…을】 =>관용03. ¶상사는 때에 따라 부하의 잘못을 관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국립국어원>
 
   



하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뜻은 나오지도 않았고 위의 관용03을 찾아보라고 안내만 써 있다. 그리고 예시 역시 '관용을 베풀다'형으로 썼다. 글쓴이는 '관용'의 출발을 '우리 모두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하자고 하였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는 '국어사전'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사전적 의미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관용'이라는 말은 권위주의의 가치를 담은 별 의미 없는 수사라고 할 수 있으며, 일종의 편견이다.
나의 사전에서 관용이라는 말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리는 관용을 권위자의 행위로만 인식했다. 사실 관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위자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다.

 

 

2. 조작된 공포감이 관용과 불관용 사이에 휴전선을 놓다.

 

관용은 사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운 것이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타협의 자세를 가지고 상대를 대등하게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등한 관계라면 분명히 자신이 양보를 해야 할 지점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득권 중에서 공자의 아래와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자가 말했다. 비루한 무리들과 어떻게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그들은 무엇을 얻거나 이루지 못하면 그것에 매달려 전전긍긍하며, 이미 얻었다고 해도 그것을 잃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구나. 만약 그들이 그것을 잃을까 노심초사한다면 세상에 못할 짓이 없을 것이다. <논어, 양화편>
子曰:  「鄙夫可與事君也與哉? 與,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苟患失之, 無所不至矣. 」
 
   

전쟁 이후로 우리는 불관용에 갇힌 상태가 되었다. 상실과 좌절, 패배, 틀림은 관용으로 가지 못할 정도로 공포감을 일으킨다. 이는 당연히 안정되지 못한 상태, 만족하지 못한 상태, 갈등이 증폭된 상태이다. 사실 이것은 기득권의 논리인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 보니 왠만한 사람들은 앵무새처럼 읊고 다니며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이에 비해 관용은 자유의 상태, 대등한 상태, 안정된 상태, 합의된 상태, 갈등이 해소된 상태를 가리킨다. 이것이 불관용과 관용의 거리이다.
이것은 비단 '집단'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오직 인자만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다. <논어, 이인편>
子曰:  「唯仁者能好人, 能惡人. 」
 
   

관용은 개인에게 엄청난 용기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사람은 스스로에게 매우 관용적이기 마련인데, 스스로에게 철저히 불관용하는 것이 관용을 실천하는 첫 번째 계단이다. 특히 관용은 '관계'를 전제한 용어이기 때문에 개인이 관용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느냐에 따라서 사회의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실 말하기는 쉽지만 스스로에게 불관용하기란 쉽지 않다. 나의 오류를 인정해야 하며,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1/2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궁극적인 반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글쓴이는 이것이 어느 한쪽의 자세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제1원리 : 내가 틀릴 수도 있고 당신이 옳을 수도 있다." 이 원리는 관용이 가능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다. 나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한 타자의 의견이나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간섭이나 방해 같은 부정적 행위를 자발적으로 중지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원리는 상호 호혜적인 진술일 때만 의미가 있는 원리이다. 즉 이 진술 안에는 자기 부정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이 틀릴 수 있다는 동시 반성의 고백이 함축되어 있어야만 한다. 나의 오류만을 인정하는 일방적인 진술일 경우 우리는 타자의 의견과 행위에 대해 관용할 아무런 이유를 발견할 수 없으며 오히려 타자의 의견에 동의해야 할 의무만이 발생한다." <관용과 열린사회, 62~63쪽>  
   



3. 관용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관용이라는 미덕을 붙인다고 했을 때, 끼워지지 않고 자꾸 튀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 이유는 관용을 학습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서구의 관용 문화나 발전된 합리적 사고 등을 예시하며 비판하거나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불필요하거나 문제를 더욱 풀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놈팽이와 사랑에 빠진 아는 여자' 또는 그 반대 경우인 아는 남자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명을 해주더라도, 이 모든 설명은 그가 '한번 대어 보는 것'만 못하다.

글쓴이는 서양에서 관용이 자리잡게 된 역사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했는데,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서구의 관용 문화는 피의 반성"이라는 것이다. 엄청난 피를 흘린 후에 그 반성으로 관용의 문화가 정착되기는 했지만 서양의 종교는 아직도 '이기적인 하느님'을 신봉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이든 동양이든 '종교'가 불관용의 본산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관용의 종교'라는 이례적인 사례도 있다.  특이하게도 인도의 철학에서는 '다른 신'을 인정하고 있다. 바가바드기타라는 책에는 "어떠한 신자가 신앙을 가지고 어떤 형태의 신을 예배하기를 원하더라도 나는 그의 신앙을 튼튼하게 해준다"(vii. 21)는 선언이 담겨 있다. 물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신앙이 완성도 있고 깊이가 있다는 것을 보이려 한 것이지만, 이런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동양의 문화를 기억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구호적으로 '관용' '관용' 하는 것이 관용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차라리 관용이 없음으로 인해서 무자비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피해를 보는 사례들을 수집해서 이 상황에 대한 개별 해법을 고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글쓴이(김용환)가 주장하는 관용이란 한국 사회에서 선언적 의미에 머무른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고백했듯 철학자가 '관용'에 대해서 접근하기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관용은 윤리적 문제라기보다 현실적이고 경험적인 문제, 즉 일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해괴한 일들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관용과 관용 사이에 간극을 좁히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동시 반성의 고백이라는 말도 이상론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쌍방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 그 구조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방장관 회담, 장성급 회담, 총리급 회담 등이 자꾸 열리지만 협의가 쉽지 않은 까닭, 6자 회담이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현재의 모습은 이를 충분히 증명한다. 만약 이 문제를 풀기를 원한다면 보다 실증적인 사례연구를 통해 성공의 사례와 실폐의 사례를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4. 관용을 '한다'는 것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관용'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다는 것을 말한다. 수천년 동안 쌓여 있던 고정관념을 드러내야 하고 스스로는 궁극적인 반성을 통해 관용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나와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관용 주파수'가 호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려운 까닭은 선교행위처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서, '관용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유롭다는 뜻이 아닐까? 세상의 온갖 너저분한 관습과 타성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몸과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관념의 먼지들을 털어내어 한껏 가벼운 상태가 아닐까? 나는 나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관용인'이 되고 싶다.

 

질문 :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관용을 실천하고 상대방의 관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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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스트셀러는 영어책, 재테크, 처세서 순
리더스가이드, 독자들이 뽑은 ‘대안베스트 60선’ 공개
 
박철홍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는 베스트셀러에서 외국어 학습서 같은 실용서적이나 재테크, 처세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베스트셀러 시장은 전체적으로 판매되는 절대량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분석. 또 20대로 내려간 처세서가 어린이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은 독서가 실용적인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는 것. 
 
베스트셀러 ⓒ리더스가이드
 
처세서에서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것들은 마케팅의 힘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설명이다. 또 실용, 처세서는 그 만큼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대부분의 책들은 우화를 이용하거나 읽기 편한 내용으로 쓰인 것이 많다는 것.
 
따라서 독자들의 수준에 맞춘다고 하더라도 너무 읽기 편하게 요리된 책들은 그만큼 큰 감동을 주기도 힘들뿐더러 손쉽게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
 
이러한 독서 편중이 우리 독서 문화의 대세가 되어가는 것에 대해서 리더스가이드는 “책을 항상 끼고 살아가는 마니아들의 의견이 그런 면에서 한번 독서의 흐름을 새롭게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베스트셀러 분석, 어떻게 조사했나
 
리더스가이드는 교보문고가 집계한 월간베스트 셀러 목록을 재료로 삼아 올해 베스트셀러를 분석했다.
 
리더스가이드에 의하면 매월 판매량 집계 1위에서 100위까지는 각각 100점~1점이 부여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집계했을 때 1월에서 11월까지 만점은 1100점이 된다는 것. 예를 들어 황석영 작품 <바리데기>의 경우 7월 11위(90점), 8월 4위(97점), 9월 4위(97점), 10월 10위(91점), 11월 16위(85점)을 기록해 1월에서 11월까지 총점 460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간베스트와는 달리 ‘연간베스트’는 시간에 따른 제약이 있고, 기준이 되는 시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연간순위’는 무의미하다고 리더이스가이드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11월부터 해리포터 7권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 1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위의 조사방법을 적용했을 때 1월에서 11월 총점이 100점이 되는 셈이다. 100점이면 100위권 밖의 순위가 되고, 이를 그대로 연간 순위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1월의 출판구도는 ‘해리포터 대 반 해리포터’ 싸움이 되고 있는 양상을 보았을 때 당분간 출판시장의 해리포터 잠식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설명. 또 반영된 도서 장르는 모두 교보문고의 장르 기준법을 따랐다는 것.
 
올해 대한민국 베스트셀러는 ‘영어책’
 
상위 베스트셀러 100선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책은 ‘영어책’이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밝혔다.
 
해커스어학연구소에서 출판한 <해커스 뉴토익 Reading>이 판매량 맨 선두에 올랐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영어광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그밖에도 100선에 오른 외국어책만 해도 9권에 달한다(영어8, 일본어1). 그 뿐만 아니라 1월에서 11월까지의 집계에서 9권의 외국어 교재가 100위권에서 벗어난 경우는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월에서 11월까지 총 9권이기 때문에 99건 중에서 ‘장르 진입률’은 96%로 나타났다.
 
여기서 진입률(순위 진입률)은 해당 장르 또는 해당 종이 총 집계 결과 100위권에 진입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는 지표를 말한다. 이는 스테디셀러와 롱테일 법칙을 판단하는 참고자료가 되며 ‘장르 진입률’과 ‘종 진입률’로 구분된다. 
 
▲<표2> 2007년 베스트셀러 100선에 오른 장르순위    ⓒ 리더스가이드

리더스가이드에 따르면 <표2>와 같이 대중이 선호하는 장르는 ▲경제/경영 ▲소설 ▲비소설 장르이다. 외국어의 경우 진입률 96%로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더스가이드는 “이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소설의 경우, 한국소설이 9건으로 일본 외 서양소설과 함께 소설장르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한국 소설가들의 분발이 돋보이는 대목”이라며 “이외에 에세이가 20건으로 강세이며, 재테크와 처세/자기계발, 외국어 등 실용서적이 43%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대한민국의 출판시장이 ‘실용’과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양분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4> 2007년 베스트셀러 순위 개별진입 건수(비율)     ⓒ 리더스가이드

또 <표4>는 개별 진입 비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진입률 100%로 즉 11개월 동안 순위에서 빠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책은 11권이었고, 그 중에서 외국어가 6권이었다.
 
6개월 이상 순위에 오른 비율은 48%였으며 나머지는 6개월 미만의 작품이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로 봤을 때 베스트셀러의 목록은 고른 분포도를 보이는 추세에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분석했다.
 
“도서키워드에 ‘신자유주의’라는 키워드 없다”
 
리더스가이드는 “출판시장에 신자유주의가 거세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30대로부터 아동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의 스펙트럼이 매우 광범위해졌다는 사실이고, 도서키워드에 ‘신자유주의’라는 키워드는 없다”며 “신자유주의를 도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자유주의 기준에 따르면 ▲가치보다는 효율성을 ▲집단해법보다는 개별해법을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비판주의보다는 실용주의를 ▲진보보다는 보수를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전했다.
 
또 도서 장르 중에서 외국어, 처세, 재테크는 신자유주의의 기본 영역이고, 그 외에는 대부분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신자유주의를 비판과 성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저항하는 장르는 인문/사회가 유일하다는 것.
 
하지만 전체 베스트셀러 중에서 인문/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할 정도(장르 기준)로 몰락한 상황이고, 2007년 대한민국의 출판시장은 신자유주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지적.
 
특히 리더스가이드는 “개별 영역으로 살펴보면 아동 영역(세부 장르 기준)에서 <마법 천자문 시리즈>의 경우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동일하게 아동 장르인 <어린이를 위한 끈기>는 점차 단련되고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인성’이라는 가치를 심어주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한국소설의 경우, <바리데기>와 <남한산성>은 동일한 장르 내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는 것. <바리데기>는 ‘지구촌 공동체’라는 가치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반면, <남한산성>은 결론적으로 임금이 강자에게 쓸데없이 저항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치를 수 없었다는 결론을 은연중에 비치고 있다는 것.
 
이어 리더스가이드는 “신자유주의를 장르와 개별 도서에 적용해볼 수 있는데 요컨대 ‘신자유주의’라는 키워드는 한국 출판계를 전반적으로 잠식하고 있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다”며 “이와 같은 판단기준을 적용했을 때 2007년도 베스트셀러 중 45%가 신자유주의의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신자유주의 키워드 잠식 현황     ⓒ리더스가이드

또한 신자유주의가 출판문화를 잠식해 가는 현재의 상황은 하루 이틀 동안 벌어진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찰이 매우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강조했다.
 
열혈독자들, 베스트셀러에 대한 판단기준은?
 
리더스가이드는 자사 회원 중에서도 열혈 회원 65명을 대상으로 지난 한달간 다음과 같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이 도서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와 관련, ▲베스트셀러는 꼭 사본다 ▲베스트셀러는 가급적이면 사본다 ▲베스트셀러도 다른 책과 다르게 보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는 가급적 안 본다 ▲베스트셀러는 전혀 안 본다는 다섯 가지 문항을 제시해 그 결과를 분석했다.
 
리더스가이드는 65명 회원들에게 베스트셀러 100선을 모두 제시하지는 않았고, 영어책은 제외했으며 판단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히 사랑받은 55권을 장르 안배에 맞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베스트셀러 기준은 1월~9월이고, 지난 11월 1일부터 한 달간 조사가 이뤄졌다.
 
▲<표7> 리더스가이드 회원을 대상으로 한 베스트셀러 선호도 조사결과     ⓒ 박철홍


리더스가이드의 이번 조사 결과, 꼭 사 본다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절대 사보지 않는다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다.
 
‘베스트셀러는 가급적이면 사본다’의 이유와 관련, 출판사들의 언론플레이와 홍보효과가 있지만 서점 진열대에 화려하게 노출되는 것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베스트셀러도 다른 책과 다르게 보지 않는다’를 선택한 회원들은 대체로 베스트셀러보다 자신의 판단과 검증기준에 따라 책을 선별하거나 구매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꾸준히 읽어왔던 독자들은 눈높이가 높아졌고 욕구가 다양해져서 베스트셀러라는 획일적인 기준이 이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분석했다.
 
이중에 한 회원은 55권의 23.6%에 해당하는 13권을 읽었지만 감명을 받은 책은 단 2권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밖에도 ‘베스트셀러는 가급적 안 본다’를 선택한 독자들은 7명(10.8%)이었다. 그 이유로는 베스트셀러 분양의 책들이 주로 처세나 재테크 관련된 실용서 위주이기 때문이라는 것.
 
리더스가이드는 지난 11월 한달동안 베스트셀러에 대한 검증청문회를 열었다. ▲과연 베스트셀러인가 ▲이게 어떻게 베스트셀러인가 ▲베스트셀러 주고 싶은 책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질문을 했다.
 
중복표를 허용했고 ‘확신베스트’는 60작품, 실망베스트‘는 49작품, 대안베스트에는 60작품이 추천이나 비추를 받았다고 리더스가이드는 전했다. 
 
리더스가이드 회원들이 뽑은 대표적인 논쟁작품은 <마시멜로 이야기>로 전체 13표 가운데 반대가 9표로 나타나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독자들이 많았지만 찬성은 4표로 나타났다. 청소년과 어른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눈높이에서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감명깊은 책이라는 것이 찬성쪽의 의견이다.
뒤를 이어 <바리데기>는 작품의 실험정신과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가 호평을 받았으나 이것이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것이 리더스가이드의 설명.
 
열혈 북마니아들이 추천하는 ‘대안베스트 60선’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에는 추리소설 마니아도 있고 판타지 마니아도 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동도서 마니아가 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리더스가이드의 대안베스트에는 ‘다양성’이 있으며 실제로 목록의 장르를 보면 청소년, 아동, 역사, 만화, 판타지, 인문사회 등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리더스가이드가 회원들의 추천 목록을 소개하는 이유는 베스트셀러의 한계를 극복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
 
특히 리더스가이드에 의하면 베스트셀러는 마케팅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고 나서 후회하는 ‘실패율’이 높지만 대안베스트는 독자가 충분히 읽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추천했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율’이 적다는 것. 베스트셀러는 실용서와 문학서와 같은 ‘돈 되는 책’ 위주로 소개되기 때문에 다양성을 가지지 못한 반면 대안베스트는 다양하고 구체적이라는 것.
 
또 베스트셀러는 출판사나 평론가, 언론사가 대중에게 소개하거나 또는 강요를 하는 수직적인 방향인 반면, 대안베스트는 일반 독자가 같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는 의미에서 수평적이며 쌍방향적이라는 것.
 
이 때문에 리더스가이드는 독자들이 아래의 목록에 있는 책 중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거나 흥미를 끄는 어떤 책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처럼 좋은 책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소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더스가이드의 독서마니아들이 뽑은 ‘대안베스트’ 60선(가나다 순)은 다음과 같다.
 
▲리더스가이드의 독서마니아들이 뽑은 ‘대안베스트’ (가나다 순)     ⓒ 리더스가이드

한편, 도서정보유통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는 2000년 설립된 (주)하다C&C의 사이트이고, 좋은 책정보를 널리 알리는 취지로 설립된 회사다.  ‘책들이 가장 어울리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리더스가이드는 만들어졌다.
 
몇몇 전문가 혹은 전문가 집단의 권위에 의한 일방향적인 책선정과 소개를 넘어 일반 독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여 판매도에 상관없이 숨어있는 책들,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가려서 알리는 이른바 ‘출판민주화’를 위해 노력을 해왔다고 리더스가이드는 밝혔다.
 
일명 ‘알지(RG)회원’이라고 불리는 리더스가이드의 회원들은 최소 5년에서 수십 년 동안 책을 좋아하는 생활인이자 북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은 직장생활이나 가사노동 등 생활인과 다름없이 바쁘게 살면서 ‘책’을 놓지 않는 사람들.
 
이 때문에 알지 회원들의 판단기준은 일반 대중들의 판단기준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리더스가이드는 전했다. 베스트셀러는 일반 대중들의 선호를 나타낸 결과라면 알지 회원들이 선호하는 것은 ‘좋은 책’일 뿐이라는 것. 
 
리더스가이드는 ‘쌍방향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 몇몇 전문가 혹은 전문가 집단의 권위에 의한 일방향적인 책선정과 소개를 넘어 서로의 눈높이에서 자유로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리더스가이드는 “이른바 베스트셀러 혹은 광고/홍보에 의해 널리 알려진 책만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 개개인의 취향과 성향, 처해있는 상황에 맞는 책을 권하고 읽을 수 있게 한다”며 “판매도에 상관없이 숨어있는 책들,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가려서 알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007/12/14 [02:42]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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