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글을 시작할까 어제 오늘 고민을 많이 했다.

시비돌이 님이 인터뷰한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내가 생각한 내용이 언급됐다.
그러니까 장하준의 정체가 무어냐 하는 부분이다.

   
  "장 교수님은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제가 얘기할 때는 경제에서는 세 가지 기준이 있을 텐데요. 우선 노동자 편이냐, 자본가 편이냐, 아니면 돈 있는 삶 편이냐, 돈 없는 사람 편이냐는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은 둘이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거기서는 중도고요. 또 하나는 국가냐, 시장이냐는 건데 저는 국가가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 면에서는 좌파고요. 또 하나의 기준이 뭐냐면 온건과 급진이 있거든요. 전통적으로는 온건이고 좌파는 급진이에요. ...
저는 그런 면에서는 우파거든요. 저는 점진주의자예요
. - 76~77쪽
 
   


가만히 보면 장하준에 대한 독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예전에 그리스철학(희랍/헬라스철학)에서 보았던 소크라테스의 모습과 흡사해 보였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등에다. 사람들의 생각에 붙어서 타당성을 끝까지 물고늘어져 괴롭힌다"
장하준을 '소크라테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철학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했던 역할을 장하준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문장은 바로 "장하준은 등에다"이다.

   
  정운영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 책을 리뷰하시면서 저더러 '등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를 좋게 봐주시고, 제 갈 길을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등에로서의 역할을 계속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 178쪽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장하준은 박쥐 취급을 받거나 좋지 못한 평판을 들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장하준의 저작을 거의 '전작주의'로 살펴보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장하준은 인내심을 갖고 귀기울여야 하는 텍스트다. 기존의 인식 틀로 분류하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인식 틀을 반성한다는 의미로 바라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들의 '흑백논리 병증'은 생각보다 심중한 상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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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1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부터 '인사주간'을 정해서 서재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페이퍼도 쓰지 않았는데,
방문객이 묵직하다.
결국 아무리 할 말이 많아도
사람들과 통하는 것은
말을 걸어주는 것과 듣는 것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작년에는 새해인사인지 송년인사인지를
하루나 이틀에 다 끝냈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사무적이고 반복적인 인삿말이었다.
그건 나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에게 인상을 남긴 분들을 중심으로
인사를 다니기로 했고,
특별이 인상이 없는 분들은
2008년을 기약하기로 한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잊어버리고 미처 찾지 못한 지인도 있겠지만,

2007년에는 이렇게 다소 소극적으로 보내기로 하였다.

P.S.
장하준에 꽂혀 있다. 일단 주요 서적들은 모두 구매를 해놓고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책 2권을 끝냈다.
내 의지대로 된다면 정해진 시간 안에 3권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장하준의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의 진정성과 애정, 그리고 이로부터 나오는 주장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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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12-3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이 아니라 광화문이나 남대문 부근에서도 뵐 수 있답니다. 제가 요즘 남대문 근처에서 근무하는데 1월중순이 지나면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마무리돼 여유가 생길 것 같네요. 그런데 3월 이후엔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어서 일자를 잘 맞춰야 할 듯 합니다.
승주나무님의 활약을 조용히 잘 지켜보고 있는데 새해에도 계획하시는 일 잘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2007년에 얼마나 알라딘 생활을 소홀히 했는지
인사를 다닐 사람이 많이 없구나~
그래도 작년 말에는 정신 없이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하고는 했는데,
인사를 하던 몇몇 분은 없어지고,
남아 있는 몇몇 분과는 소중한 인연을 키우지 못했으니,
지금 인사를 한다고 해도,
좀 쑥스러운 일~~~

혹 제가 인사를 드리지 못한 즐찾님들은
2008년에는 열심히 댓글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2007년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꾸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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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2008년에도 댓글로 함께 해요~ ^^

승주나무 2007-12-30 17:32   좋아요 0 | URL
네.. 신비에 쌓여 있는 엘신 님..
엘신님의 인형(대문그림)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용~~

비로그인 2007-12-30 19:54   좋아요 0 | URL
아, 주니어 엘신이요. 네 알았습니다.^^

stella.K 2007-12-30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나한테는 왜 안 오는 것이냐?ㅜ.ㅜ

승주나무 2007-12-30 23:07   좋아요 0 | URL
누님.. 아직 2007년이 안 갔잖소.. 원래 주인공은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야 ㅋㅋ

마노아 2007-12-3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도는 여러모로 투쟁하시느라 알라딘에서 마실 다닐 시간이 없었잖아요.
그치만 2008년도에도 바쁘다고 해도 나무라지 않을게요. 열심히 사시는 승주나무님 멋지십니다. ^^

승주나무 2007-12-30 23:08   좋아요 0 | URL
네~ 외유를 좋게 봐주신 점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일개 인터넷 서점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중요한 커뮤니티 중 하나지요~~
틈틈이 마실을 다니겠습니다~~

해적오리 2007-12-3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한테 와서 인사하심 되겠네요. ^^
 

 

"흥, 마시멜로 실망이야"

 

원본주소 :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0

 

 

도서정보 유통매체 리더스가이드가 기성 베스트셀러 목록을 대상으로 검증을 벌였다. 과대 포장된 베스트셀러, 논쟁의 대상이 될 만한 책들이 속속 도마 위에 올랐다.
[15호] 2007년 12월 24일 (월) 13:34:05 노순동 기자  lazysoon@sisain.co.kr

   
 
ⓒ시사IN 윤무영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에 꼽히는 책들은 책을 많이 읽는 독자들에게는 별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정보 유통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가 기성 베스트셀러 목록을 대상으로 검증을 벌였다. 과대 포장된 베스트셀러, 논쟁의 대상이 될 만한 책들이 속속 도마 위에 올랐다. 검증 대상은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재료로 재구성한 것이다. 2007년 1월부터 11월까지 베스트셀러에 대해 열혈 독자 65명의 의견을 물었다. 내친김에 대안 베스트 60을 내놓았다. 기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된 책도 있고, 새로 진입한 것도 있다(표 참조).

도서 포털 리더스가이드는, 2000년 설립된 (주)하다C&C의 사이트이다. 이곳의 독자들은 ‘알지(RG) 회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정선된 책 리뷰를 선보인다. 이번 작업을 진행한 리더스가이드의 오승주씨는 “베스트셀러는 마케팅에 일정 부분 좌우되기 때문에 사고 나서 후회하는 실패율이 높지만, 대안 베스트는 독자가 읽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추천한다. 일반 독자가 같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기 때문에 눈높이도 맞다.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베스트 도서 자격이 있다는 인증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교보문고 집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영어책이었다. 해커스 어학연구소에서 출판한 <해커스 뉴토익 Reading>이 판매량 선두를 달렸다. 100선에 오른 외국어 책은 영어책 8권, 일본어책 1권으로 모두 아홉 권이다. 판매 부수로 볼 때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어학 도서이지만, 순위 안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리는 분야는 경제와 경영서 분야이다. 100권 가운데 무려 31권이 경제·경영서이다. 정색한 경제·경영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즈미디어) <이기는 습관>(쌤앤파커스)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신문) 등 재테크, 처세나 자기 계발서가 주류를 이룬다. 그에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인 것인 소설 분야이다. 23권이 진입했다. 특히 한국 소설의 약진이 눈부셨다. 9권이 이름을 올렸다. <남한산성>(학고재) <바리데기>(창비)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 등이 주역이다.

이번 조사는 검증 항목이 별나다. 과연 베스트셀러인가. 이게 어떻게 베스트셀러인가. 그리고 당신이 베스트 도서로 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

그 결과 과대 포장된 책, 일명 ‘실망 베스트’로 <마시멜로 이야기> <연금술사>(문학동네) <커피프린스 1호점>(삼성출판사) 따위가 꼽혔다. 특히 <마시멜로 이야기>는 논쟁의 베스트셀러로 불릴 만큼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유혹에 대한 인내와 그에 따른 보상의 관계를 잘 짚고, 계획적인 삶의 중요성을 우화 형식으로 거부감 없이 표현했다’는 상찬이 있는 반면,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지만 그래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되고 과대 홍보된 책’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호평을 압도했다. 파울료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도 과대 포장된 책으로 꼽혔다. ‘좋지 않은 책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좋게 본 책. 베스트셀러 관성의 법칙을 대표하는 책’이라는 야박한 평가를 받았다. ‘뻔한 사고에 뻔한 결말에 뻔한 문장이 지겨웠다’는 짜증 섞인 평가도 있었다. 

많이 팔린 것이 당연하고, 좋다는 반응을 끌어낸 책은 ‘당연 베스트셀러’ 목록에 드러난다. 옷을 갈아입은 피천득의 에세이 <인연>(샘터사)과 소설 <향수>(열린책들) <남한산성> <바리데기> <공중그네>(은행나무) 등이 꼽혔다.

한편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 있지 않으나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으로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 <뿌리깊은 나무>(밀리언하우스) 등이 꼽혔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기아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서, 어떤 이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며 그 구조가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상세히 일러준다는 평을 얻었다. 정조의 암살 기도라는 가정을 중심에 놓고 당시 시대정신을 화공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 <바람의 화원>은, ‘한국의 다빈치 코드. 우리도 이렇게 좋은 팩션을 쓸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는 칭찬을 들었다. 훈민정음 창제를 둘러싼 이야기를 미스터리 방식으로 풀어낸 <뿌리깊은 나무>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피천득 <인연>, 여전히 공감대 넓어

설문을 진행한 오승주씨는 열혈 독자일수록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책을 잘 읽지 않는 독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열성 독자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반감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10%는 “베스트셀러는 아예 잠시 제쳐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분석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될 만한 것을 잣대로 출판 경향을 평가해본 점이다. 이번에 잣대로 삼은 것은 신자유주의이다. 정면으로 신자유주의를 토픽으로 삼지 않더라도, 그런 세계관이나 경향이 드러난 책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 내놓았다. 신자유주의를 감취진 키워드로 보고, 가치보다는 효율성을, 집단 해법보다는 개별 해법을, 실용주의 등을 대변하는 책을 이 범주에 넣었다. 분석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00권 가운데 45%가 신자유주의 키워드에 잠식되고 있다. 에세이와 처세·자기 계발, 재테크 서적은 물론이고 아동 도서에도 우려스러운 경향이 발견된다는 것. 그는 그 사례로 <마법 천자문 시리즈>(아울북)를 꼽았다.

그는 “그나마 신자유주의를 비판과 성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저항하는 장르는 인문·사회가 유일하지만 전체 베스트셀러 중에서 이 영역 비중이 4%에 불과할 정도로 몰락한 상황이다. 책을 통해 알게 모르게 신자유주의 가치관이 유포되고 있는 현실에 경고음을 울리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대안 베스트 도서로 꼽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왼쪽)와 ‘실망 베스트셀러’로 꼽힌 <마시멜로 이야기>(오른쪽).  
 
열혈 독자가 뽑은 대안 베스트 60

<12번째 카드><88만원 세대><검은 꽃><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굿바이 게으름><그 숲에는 거북이가 없다><기다림><나 제왕의 생애><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남극산책><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노름마치><눈물 1,2><대화><도쿄 밴드왜건><독서가 행복한 회사> <딥스> <라일락 피면><만들어진 신><면장선거><무진기행><미스터 에버릿의 비밀><바람의 화원1,2><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별사><부모로 산다는 것><빵점맞은 날><뿌리깊은 나무1,2><사람의 아들 붓다1,2><사랑해 사랑해><사조영웅전><생존자><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소금꽃나무><소유 상/하><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시친의 지구연대기1,2><신조협려><아웃1,2><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아틀라스 중국사> <알도와 떠도는 사원> <완전한 진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위대한 캣츠비> <의천도룡기> <인간과 동물> <인생><작은 책방><제비를 기르다><졸업><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철들지 않는다는 것><친절한 복희씨><테메레르><플루타르크영웅전><하루15분 책 읽어주기의 힘> <한눈에 반한 우리미술관><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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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을 받는 데 나서는 성격은 아닌데,
올해에는 기를 쓰고 사인을 받아냈다.
아직도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낯이 뜨거워진다.
오로지 이 글을 쓰기 위해 그렇게 아득바득 줄을 섰다면
그래도 수지 맞는 일 아닌가.
그보다 사인을 받기 전에 책을 다 읽고 리뷰도 제법 공들여 썼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사인 밑에는 간단한 작품평과 함께 리뷰/인터뷰를 덧붙인다.

 

사인을 받으면서 느낀 점은 작가 개인에 따라, 또는 직업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단에 따라 개성이 다르더라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문제이지만, 사인한 날짜를 쓰는 것도 특징이었다. 승주나무는 그래서 사인을 한 사람들의 세 가지 분류로 나누었다. 은둔형, 지식인형, 투사형..이렇게~

 

1. 은둔형

 

은둔형의 특징은 좀처럼 메시지를 남기려 하지 않고

사인한 날짜도 모호하게 표시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는 점이다.

은둔형은 아무래도

고독한 작업가들인 문인들이 나타내는 특징이다.

 

승주나무는 황석영을 '차가운 은둔가형'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사인을 하나 한 것 갖고 평가를 하기는 좀 뭣하지만 황석영의 사인을 받으면서 나는 '독자'라기보다는 그저 길게 늘어선 지네의 한쪽 다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황석영에 대해서 쓸쓸한 생각이 들었고,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따뜻한 생각이 들었는데, 최종적인 입장은 '쓸쓸함'이다.

황석영은 강연에서 자신은 형식실험을 멈추지 않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나는 그의 '형식실험'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자 한다.

그는 '자기파괴형 실험가'라기보다는 '축적형 실험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의 글쓰기는 고통 그 자체는 아닌 것 같다.

'삼포 가는 길'에서 만난 황석영은 나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는데,

'바리데기'는 읽지 않는 것이었다. 무척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나는 '청년 황석영'에 한해서 그를 받아들이려 한다.

그 전에 모셔둔 장길산이를 완독해야겠다~

황석영의 실험이 자기배신이 아니라 자기파괴가 깃들기를 바라며~

 

<황석영 관련글>
청산유수의 완숙한 고난길(리뷰)
황석영의 이야기를 듣다 (강연 후기)

 

 

은희경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것이 아쉽다. 새의 선물이나 그밖에 초기 작품들을 읽었다면 할 말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의 책보다 책 외적인 일일 것이다. 은희경은 '예비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이라는 나의 질문에 대해 '그것이 반드시 써야 할 것인가 판단하라. 독자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것이 정말 써야 할 것이라면, 그것은 반드시 독자와 만나게 된다'는 요지의 말을 전해 주었다. 나중에 등단을 하게 된다면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내가 그에게 맛있는 것을 사게 되기를 바란다.

<은희경 관련글>
은희경을 갑자기 만나다(리뷰)
은희경의 이야기를 듣다(강연 후기)

 

 

김연수는 우연히 발견한 작가다. 지인의 동생인 것 때문이 아니라 최신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으면서 그의 문장이 내 몸을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적이며 싸움상대는 자신이며, 등장인물을 악하게 그리지 못했다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며 괜히 가깝게 느껴졌다. 리얼리즘에는 가깝고 마술적 리얼리즘과는 좀 먼 김연수 무슨무슨 리얼리즘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연수 관련글>

김연수, 나는 너무 착한 작가다(강연 후기) 

 

2.  지식인형

 

지식인형이라는 말은 좀 그렇다. 그렇다고 교양인형이라고 하기도 좀 뭣하다. 지식인형부터 투사형은 '절박함'이 매력이다. 나는 한번도 은둔형이나 '작가'를 동경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철이 좀 들어서부터는 거기서 도망치려 했다. 지금으로서는 평생 동안 작품을 하나도 쓰지 않거나 그래서 못할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말보다 글보다 펜보다 발이 더 바빠야 한다고 언제부턴가 확신했다. 그래서 사회적 인사들과 사회적 투사들의 말이 더 와닿는다. 이들에게 더욱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며 따뜻하다. 예술가들이 대인기피 성향을 보이는데, 왜 사람들을 기피하는지 설명을 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육필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뭍어난다.

 

 

안타깝게도 홍세화 단독의 단행본을 완독해본 일이 없다. 그 흔하다는 '택시운전사'도 목록에서 저만치 뒤로 가 있다. 그래서 나에게 남은 인상은 '강연회'의 모습뿐이다. 홍세화는 웃지 않는다. 웃기지도 않는다. 청중들이 꺼리는 '논리적인 강연'을 한다. 하지만 청중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논리에서 나온다기보다는 '절박함'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논리가 불가능한 영역까지 영향권 안에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호칭, 메시지, 자필서명, 서명 날짜. 많은 작가들의 사인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홍세화'가 왜 세심한지 알게 될 것이다.


<홍세화 관련글>
[80%와 88만원]<1부>그들은 왜 비관주의자, 한탕주의자가 되었나(취재)
[80%와 88만원]<2부>홍세화, 탈의식을 위하여(강연 후기)
 

 

먼저 우석훈 씨와 일잔을 할 기회를 마련해준 지승호 님(인터뷰어, 시비돌이)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우석훈 씨는 일찍이 알게 된 작가다. 일찍이라고 해봐야 한참 FTA 논쟁이 붙었을 때 'FTA, 폭주를 멈춰라'에서 그의 쌈빡한 문장을 확인했다는 말이다. 88만원 세대 이전에는 녹색평론이나 시사인에 가끔 볼 수 있었는데, 88만원 이후로는 시사인에 고정 칼럼니스트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좋다. 그의 주장은 현실에 닿아 있으면서도 '경제학자'로서의 기질이 좋다. 무덤덤하면서도 현실밀착형 언어를 쓰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우석훈 관련글 >
할당량세대(88만원세대) 한 아웃사이더의 독백(리뷰)
88만원 세대의 진용은 강건한가(리뷰)
[80%와 88만원]<1부>그들은 왜 비관주의자, 한탕주의자가 되었나(취재)
[80%와 88만원]<3부>우석훈, 짱돌과 바리케이트의 조건(강연 후기) 
 

 

3. 투사형

 

2007년에 나를 구원해주었거나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던 것은 투사형 그룹들이다. 비로소 나는 내가 급진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완숙하게 익어야 하겠다는 것도 느꼈다. 투사형들은 절박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

사인을 하더라도 뒤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지만, 한땀 한땀 정성을 들이고 고민을 하면서 문장을 고르는 모습을 본다면 하루 종일 기다린다고 해도 서운할 것이 없다. 이들은 '투사형'에 새로운 향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기존의 '투사형'이라면 '운동권'을 연상하기 쉽고 구호적이고 선언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싸움을 벌임으로써 싸움의 국면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 건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승주나무가 2007년에 마지막으로 만난 투사형 인사는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다. 그를 투사형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례로 블로거뉴스에 올린 박원순 이사에 관한 나의 기사에 네티즌이 달아놓은 댓글에서 "행동하지 않은 박원순에게 무엇을 배우라는 건지"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가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네티즌은 '자신이 바라는 행동'을 박원순 이사가 하지 않았다는 것을, '행동하지 않은'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행동의 주체는 박원순 이사이며 그가 선택하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작년 말까지 '야만시대의 기록'이라는 시리즈를 출간할 정도로 정력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나의 의견과 다른 것은 '행동'이라는 것에 대한 우리들의 가치관 차이 때문인 것 같다. 강연회 때 가장 인상적인 말.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로 미개척 분야를 개척하라.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불모지가 많다'이다.

<박원순 관련글>
실패한 진보세력, 박원순에게 해법 구하라(강연 후기)

 

 

 

작게는 2007년, 크게는 나의 인생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전 시사저널 기자(현 시사IN 기자)들과 시사모 회원 등 시사저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몸을 던진 사람들이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직업을 바꾸는 계기가 시사저널 운동을 하면서 마련되었다.  두 번째 사인 그림에 김은남 기자가 '안일님'이라고 표시한 것은 내가 시사모 활동 당시 '안일(安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독립문역 사무실을 찾을 때는 모두 '안일이'라고 부른다. 안일이라는 말은 내가 2007년 3월 처음으로 시사저널 사태에 뛰어들었을 때 기자들과 시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자들도 안일했고, 독자들도 안일했고, 우리 모두 안일했다"고 울면서 퍼부었기 때문이다. 뒤풀이에서 문정우 편집장께서 이제부터 이름을 '안일'로 하라고 제안해서 그때부터 이렇게 써오고 있다. 하지만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내 인생을 바꾼 것은 바로 이 책일 것이다. '기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단행본을 통해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과 내가 몸을 던져서 뛰어들어야만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으므로, 이 책에 그리고 이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시사저널 사직기자 관련글>
가슴으로 쓰는 리뷰 (1)(서문)(리뷰)

 

 

작가와의 만남은 정확히는 2007년 여름부터였는데, 매우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것이다. 시작은 그렇게 했는데, 이제는 멈출 수가 없다. 2008년은 1월부터 여러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독대해서 인터뷰를 할 지위와 여건은 되지 않지만, 책을 성실히 읽고 강연이나 인터뷰의 내용을 곁들여 그 사람의 요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뛰어댕기는 승주나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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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2-2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넘 귀엽잖아! 그래도 되는 건가?흐흐

승주나무 2007-12-26 12:58   좋아요 0 | URL
누님 몇 번째 사진을 말하는 거에요.. 혹시 제 사진 ㅋㅋ
사인 중에서는 분명히 그것일 꺼야~~

stella.K 2007-12-30 18:56   좋아요 0 | URL
대문에 걸린 사진 말하는 건데...?

웽스북스 2007-12-2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원순님과 고재열 기자가 써주신 말이 인상적이네요 ^^

승주나무 2007-12-26 14:09   좋아요 0 | URL
저는 우석훈 님의 말이 가장 가슴에 와닿습니다~^^

마늘빵 2007-12-2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체에서 그 분들이 느껴지는군요.

승주나무 2007-12-26 22:2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지금 보니 개성이 묻어나는 사인인 것 같아요..
괜히 육필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듯 하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