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밴드 Dorothy Band 1
홍작가 글 그림 / 미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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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만화책 나이테는 중학교 때 아이큐점프에 나오는 드래곤볼 시리즈로 끝났다가
대학 때 잠시 살아났다. 몬스터, 천재 유교수의 생활, 바르세르크 등등
미야자키 하야오 사단의 만화에 감동받으면서
우리는 왜 이런 만화를 만들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패니메이션의 나라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터치 기술은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광에 봉사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민족감정을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멋과 개성을 살린 만화 유전자가 아이들과 어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일 뿐이다. 그러니까 <도로시 밴드> 같은 만화가 몹시도 그리웠다는 말이다.

80년생 젊은 작가 홍작가는 도로시를 사랑했고 그래서 도로시의 아픔과 상처의 기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대신 도로시의 분신들인 친구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굴레를 가지고 왔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들이 등장하는 모든 작품은 굴레와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도로시 친구들의 특징이 참 재밌다. 허수아비(guitar)는 "애드리브의 달인. 뇌가 없어서 곡을 암기하지 못한"단다. 나와 비슷한 캐릭터다. 나는 잊어버리는 것을 건망증이라 부르지 않고 '잊어버리는 기술'이라고 부른다. 좀더 갖다 붙이면 토마스 쿤의 '축적형 지식을 극복한' 창조적 지식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지식이 머리에서 발효된다는 점에서는 기억보다 나는 망각을 선호한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곡 잊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야. 머리가 아닌 어딘가에 남아 있거든. 작은 단어 하나가 삶을 바꾸곤 하는 법이지. (181)  
   

이런. 흠흠.. 내가 너무 허수아비만 편애했나 보다. 강철나무꾼(base)은 "말을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 녀석. 정확한 리듬을 타지만 감정이 없다"고 한다. 사자(drum)은 "엄청난 무술실력을 자랑하지만 무대 위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소심남"이다. 설정이 참 재미있다. 이런 병통들이 있으니 인물들이 사랑스럽다.
도로시가 신내림을 받은 이유는 좀 엉뚱하지만, 도로시는 억눌린 사람들의 마음을 깨우는 것만으로 충분히 '신내림'을 받을 만하다.

   
  "버스 손잡이에 껌 붙여논 자식 언놈이야!!
넌 내 정신을 치유불가 상태로 만들어 버렸어!
아침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나의 하루에 사형선고를 내린 거야!!
그치만 주식이 올랐지! 내릴 곳을 지나쳤어!♩♪" (214~215)
 
   

일상 속에서 온갖 떠오르는 단어를 아무렇게나 조합하듯 도로시는 가사를 거의 '시뿌리'지만, 듣고 보면 속 시원한 구석이 있다.

작품의 기본 구성은 뻔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를 섞어 놓은 듯한 스토리 원형에다가 우리나라 현대사의 이야기를 섞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지 않게 만드는 힘은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기발한 전개방식이다. 이 이야기가 만약 소설이었다면 이 정도 재미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구? 이것은 '만화'니까. 만화의 형식으로 소설을 써넣은 '그래픽 노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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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아이와 함께 '정치 이야기' 해요
-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철수와영희)의 저자 고성국 박사 강연회 취재기


 

우리 가족은 정치 이야기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요

  

"저는 여기 오기 싫었는데요 엄마가 억지로 끌고 왔어요. 그러면 엄마는 독재를 하는 건가요?"(아이)
"본인이 원치 않겠지만, 본인을 위해서 좋은 거라면 '선의의 독재'는 용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엄마)

"역대의 모든 독재자들이 자신의 독재를 '선의의 독재'라고 불러 왔습니다."(강사)

"하하하!!"

아니, 아이들이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을 줄이야. 나는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내 눈을 의심했다. '정치'라고 하면 으레 딱딱하고 재미없고 맨날 싸우기만 해서 아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강의를 듣는 눈빛이나 쉬는 시간에 부모님과 토의를 하는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예정 시간을 30분 넘기면서 질문을 한 사람 중에 어른은 별로 없고 죄다 아이들의 질문들이었다. 목동에 사는 박혜미 학생(11)은 가족들과 함께 강연에 즐겨 참여한다고 말했다. 동생과 엄마, 아빠와 함께 나란히 한 자리에 앉았는데 혜미 가족과 같이 온가족이 동참하는 경우가 많았다. 4~50명이 앉아 있는 자리의 대부분이 가족 단위의 방청객들이 차지했다. 혜미 학생은 '정치' 하면 생각나는 것은 TV에서 어른들이 무엇인가를 자꾸 집어던지면서 싸우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있었던 이명박 특검법 발의 당시의 난장판이 생각났다. 1시간 넘은 강연을 듣고 나서 질문 시간에는 "솔직히 정치 이야기가 너무 어려운 데 정치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해 달라"라는 질문으로 강사를 긴장시켰다.

<86 : 목동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박혜미 학생(왼쪽)과 동생 박승재 군이 엄마 아빠와 함께 강연장을 찾았다. 어머니 이혜경 씨는 예전부터 이런 강연을 많이 다닐 뿐 아니라 대화를 자주 해서 아빠가 정치 이야기를 해도 거리감이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치가 무엇인가요


강연에 나선 고성국 박사는 자리에 앉아 있는 어린이를 많이 의식한 듯 최대한 쉬운 단어로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인간이란 존재가 탄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엇인가에 지배되지 않은 상태가 없다는 말로 정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연의 노예, 신의 노예, 인간의 노예상태를 거쳤지만 노예상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예컨대 1970년 뉴질랜드 여성에게 투표권은 없었고, 1980년 남아공 흑인 역시 투표권이 없었는데, 당시 남아공의 흑인은  전체 인구의 90%였다. 우리 나라 역시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1945년 광복 이후에야 누군가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었으니 고작 60년 동안만 누군가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그마저도 1987년까지는 독재자나 군인에게 주인된 권리를 빼앗겼으니 우리가 진정 나라의 주인이 된 시간은 여러분의 나이일 거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치란 고성국 박사의 말대로 '권력을 둘러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둘만 모이면 관계가 형성되고 거기에 '정치'가 내재하기 때문에 이 게임을 피할 수 없다. 이제까지 사람들이 게임을 피해왔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한 사례로 고 박사는 '막걸리와 고무신'을 들었다. 막걸리나 고무신으로 대통령을 뽑던 1940~1960년대에 정치인들은 “이런 상태의 국민이라면 함부로 업신여겨도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3,000여 명의 군인들이 갑자기 탱크를 몰고 와서 자기들의 1만배나 되는 3,000만명을 지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무도 저항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든 군인 몇 명의 불법적인 쿠데타에 저항하지 못하였고 지적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1961년 5월 16일 벌어졌던 5.16 군사 쿠데타이다. 정치라는 '게임'을 피한 결과로 1961년~1987년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죽고 그 자리에 독재정치가 생겨나게 되었고 회고하며 고 박사는 현대사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주었다.

<84 : 76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가 2년간(전두환 정권) 감옥생활을 하고, 15번 경찰서에 끌려가 모진 고문으로 두 번 입원신세를 하였던 기억 때문에 지금도 전화벨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고성국 박사. 때문에 그는 자신이 민주주의를 안 지키면 언제 죽을지 잘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고 말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죽을 수도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
법전에 새겨진 핵심적인 명제 중 하나이다. 고 박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보호해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참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말로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1961~1987년 동안 실종, 사망 등 희생한 사람들이 1,000여 명에 달하는데, 칠레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한다. 1971년 피노체트라는 군인이 총들고 나타나기 전 당시 인구 1,000만(71년)이었다. 하지만 1971년 한해 동안만 30만의 인구가 줄어들었다. 이 중 25만명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5만명은 안데스산맥을 넘어서 도망갔다. 5년 만에 100만명이 줄었으니 5년새 인구의 1/10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단지 칠레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결과이며 '정치'라는 게임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더욱 심하다고 한다. 1948년 5월 10일 남한의 단독정부 선거가 있었는데, 선거를 하면 완전 분단이 될 상황이었다. 제주에서는 공산당과 좌파를 중심으로 선거 반대 운동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제주 4.3이 발생했는데, 당시 인구가 25만명이었다. 그런데 1년 후에 인구 8만명이 죽었다. 1/3이 죽거나 사라진 것이다. 이 역시 대부분이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당시 제주에서는 곳곳에 시체를 아무데나 버렸다. 대표적인 처형장과 시체 유기 장소는 정방폭포와 1,000여개에 달하는 화산 동굴이다. 정방 폭포는 바다와 통하는 우리나라 유일한 폭포였는데 당시 4.3을 진압하려는 사람들이 총칼이 아까워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뒤에서 밀어 죽인 것이다. 군사법정 같은 것은 당연히 미미했다. 한라산의 기생화산은 368개인데, 제주는 화산 지형이기 때문에 현무암이 많고, 이런 지질 자체 때문에 동굴들이 많다. 대략 1,000개 이상으로 예측되는데 동굴마다 시체가 즐비했다. 지금도 그 동굴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뼈가 자꾸자꾸 발견된다.

이 모든 결과를 '민주주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의 횡포를 견제하지 못해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는 '정치 게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설명에 청중들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고성국 박사는 화창한 일요일 죽은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우리가 주인 노릇을 잘 해야 역사의 이런 비극이 다시는 안 일어난다고 말했다.

<89 : 1시간 강연이 끝나고 질문지를 적어서 제출하기 전에 엄마와 아이가 질문지를 작성하기 위해 토론을 하고 있다. 나는 쉬는 시간 동안 인터뷰를 요청할 계획이었지만 모두들 너무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 통에 한 가족밖에 만나지 못하고 사진을 찍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다음은 아이들과의 일문일답

조은아 친구
"공산주의 반대가 민주주의인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그것은 나쁜 의도로 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이다. 다수가 통제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극소수가 통치하는 것은 독재이다. 하지만 독재를 숨기기 위해서 공산주의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공산주의의 진정한 반대는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는 시장을 중심으로 운용되는데, 공산주의는 국가가 국민에게 필요한 만큼 나눠주는 형태이다. 즉 시장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시장이 있는 자본주의이며, 독재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건너왔다.

 

오승민 학생
"이 자리에 오기 싫었는데, 엄마가 억지로 데려왔습니다. 엄마는 독재를 한 것인가요?"
※ 승민이 엄마 :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선의의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독재자들이 주로 써먹은 말이 바로 '선의의 독재'다(웃음)
인간의 불완전함도 단계가 있다. 어른이 되기 전에는 소양과 판단이 되지 않을 때 판단한다. 판단능력이 제한되므로 권리는 유보된다. 이는 투표권 제한 등으로 나타난다. 아직 그런 선택을 할 만한 주인이 안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12~13세에는 좋아해도 결혼자유권을 안 주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어른의 경우도 정상적 판단 못하는 사람들에게 투표권 등 권리를 제한하는데 금치산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은 철저히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을 주제로 삼았다. 대통령은 왜 양복을 입는지, 왜 여자 정치인은 없는지 하는 사소한 물음에서부터 민주주의, 독재, 권리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목차를 구성했다. 이 책의 저자인 고성국 박사는 어릴 때부터 정치감각을 길러야 현실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책을 집필했노라고 밝혔다>


 

김민아 학생
"공부를 꼭 해야 하나?"
공부를 잘 안 하면 제대로 된 구실을 할 수 없다. 학교공부는 꼭 해야 할 것만 압축해놔서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다른 재미있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 책 읽고 토론하기, 어떻게 하면 재밌게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해 보자. 영국의 위대하 수상 처칠은 공부를 못해서 낙제 경험이 있지만, 공부를 못 했기 때문에 수상이 된 것이 아니다. 학교공부는 낙제했으나 총리가 되려는 공부는 아주 열심히 했다. 공부를 하려면 처칠처럼 해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이소윤 학생
"우리 학교는 교복을 안 입는데, 다른 학교의 친구들은 다 입는다. 이것도 어떤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가?"
유니폼이 편한 데가 있고 아닌 데가 있다. 유니폼은 높낮이를 표현하는데, 이는 위계서열을 의미한다. 학교는 높낮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입힌다.
높낮이가 필요 없는 곳에서 높낮이를 만들어서 통치하려고 입히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조선학교 사이에서도 3학년이 2학년들을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다가 전두환 정권 들어오면서 폭력으로 집권했던 사실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자신들도 국민에게 자유를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고 요식행위로 교복을 폐지한 적이 있다. 유니폼은 반미주, 반교육, 반인간적인 유물이므로 유니폼을 없애야 한다.

 

박혜미 학생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려웠는데, 쉽게 말해서 정치가 뭐냐?"
정치는 권력을 둘러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두 사람 이상이면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그 안에 정치가 내재해 있다. 이와에 정치 안에서 산다면 정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권력을 갖기 위한 게임이다.

 

"정치가 꼭 좋은 거냐?"
꼭 그렇지도 않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5년 동안 국민의 심부름을 한다.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심부름 잘 하고, 그 사람이 잘 하면 5년 후에 비슷한 사람을 뽑고, 못하면 다른 사람으로 뽑는다. 그러나 꼭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중간이라도 그 자리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
대통령이 일일이 다 못하니까 보조를 두는 데 그것이 장관이다. 다만 마음대로 하지 말고 이런저런 기준에 맞춰서 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이것저것 캐묻는 제도를 협의해서 정했다. 국민이 원하는 기준에 충족하는지 묻는 것이 바로 '(인사)청문회'이다.


<122 : '철수와영희'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주최한 이번 강연회에는 4~50명의 좌석이 꼬박 들어찰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주로 '월간 작은책'이나 인터넷 카페 '캠프나라'와 같이 가족 단위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회원들이었다> 



학부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민주주의가 좋은 말은 아니었다. 플라톤 시대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당시는 철인 통치가 이상화된 정치체계였다. 18세기 시민혁명 이후에는 민주주의는 좋은 것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갖다 붙인다. 우리는 자유민주, 북한은 인민민주, 유럽은 사회민주주의 하는 식으로….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 다수가 중심이 돼 다스리는 정치를 말한다. 국민 전체가 주인 노릇을 하는지 아닌지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 주민들은 과연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걸까?

 

학부모
"민주주의를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교실에서 시작해야 한다. 교실에 독재자가 있나? 우리는 은근히 독재자를 관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디서든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해서 지배하려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군림하려 한다면 독재가 있는 것이고, 우리는 독재에 순응하는 사람이 된다.한마디로 주인노릇 못하는 사람이 된다. 한 대 맞더라도 행동을 할 때 민주주의가 시작된다.
집이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의 학교가 될 수 있다.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과의 관계에서 정치의식이 만들어진다. 저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매맞으면서 비민주적으로 컸다. 우리 아버지가 못나서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 세대가 그랬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실천 안 되면 실현은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의 의무라고 하는데 바로 지도층의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Cambridge Trinity College)는 뉴튼 사과나무가 있는 유명한 대학이다. 대학교 정문 앞에 이름이 빼곡이 새겨져 있는데, 대부분이 이름 앞에 'sir'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이름은 바로 전쟁이 났을 때 나가서 죽은 사람을 순서대로 새겨놓은 것이다. 전쟁 발발시 자원입대해서 전사한 학생들 중에 2/3 이상이 바로 'sir'을 쓰는 귀족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진정한 의미이다. 선진국 지도층의 덕목이자 책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옛날에는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다. 임진왜란 등 난리때 의병을 일으킨 사람은 전직 고위관료 등 지도층이었다. 호남의병장 고경용은 당시 70의 고령이었는데, 평생 활 한번도 잡아보지 못한 뼈속까지 문인인 사람이었다. 이 사람뿐만 아니라 식구나 마을사람, 하인들은 모두 손에 무기를 쥐었다. 하지만 전쟁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칼을 차고 말을 타고 가다가 죽게 된다. 하지만 호남 최고의 지식인이 의병장이 되었기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과 백성들이 이에 동참했다. 이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할 수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많은 수의 의병장으로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남명은 평생 벼슬을 거부하고 재야사학자로 남아 후학을 가르쳤는데, 의병장 곽재우 등 걸출한 제자를 양성했다.
남명은 항상 허리춤에 칼을 차고 다녔다고 하는데, 조신시대 지식인과 지도층은 전쟁이 나면 언제든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로 오면 이런 전통이 와르르 무너진다. 6.25가 터지자 이승만은 서울은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라고 공언하였지만, 본인은 야반도주를 해버렸고 이 말을 믿고 서울에 남아 있던 국민들은 대부분이 폭격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5.16 군사쿠데타가 발발하자 당시 총리였던 장면은 죽을까봐 겁먹어서 수녀원에 3일 동안 도망가 있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의 오늘날의 모습이다. 지금도 뇌물이 사라지지 않고 부패지수가 세계적으로 '최고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옛 전통이 무너진 채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위인전을 많이 볼 텐데, 출세적인 위인전이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자기 것으로 익힐 수 있는 위인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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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7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대인 - 유대인은 선택받은 민족인가 고정관념 Q 8
빅토르 퀘페르맹크 지음, 정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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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큰 솥 주위를 빙빙 돌아라, 독 있는 내장을 집어넣어라…… 도롱뇽의 눈알과 개구리의 발톱, 박쥐의 털과 개 혓바닥, 독사의 혓바닥과 맹사의 가시, 도마뱀의 다리와 올빼미 날개, 무서운 재앙을 일으키는 부적이 되게, 지옥의 국과 같이 펄펄 끓어라……

마녀의 미라와 게걸들린 상어의 밥주머니와 창자, 밤에 캐낸 독 있는 당근의 뿌리, 신을 모독하는 유대인의 간장(肝臟), 터키인의 코, 타타르인의 입술, 창부가 개천에서 낳자마자 목을 매어서 죽인 갓난애의 손가락, 제 새끼 아홉 마리를 먹어 버린 암퇘지의 피를 퍼부어라. 살인자의 교수대에서 흐르는 기름을 불길 속에 집어넣어라.

- 셰익스피어, <맥베스>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맥베스에게 치명적인 저주를 가하기 위해 넣은 교수대의 기름이나 독사의 혓바닥과 같은 성질의 재료로 묘사되는 바와 같이 유대인은 역사상 가장 오랜 세월 동안 고난을 겪으면서 지독한 저주에 시달렸다. 그보다 가깝게는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유대인은 나치의 학살에 대해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장면이 유대인을 비판하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무기력한 모습’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나의 고향 제주에서는 1948년을 기점으로 수년 동안 인구의 1/3인 8만명 정도가 ‘무기력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개처럼 취급되었는데, 어린 시절에는 총 한번 빼앗아보지 못했던 희생자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해본다면 살아남은 가족의 안위가 달려 있는 상황에서 저항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홀로코스트에 직면한 유대인 역시 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유대인에 대한 지나친 관념화와 차별, 폭력은 유대인과 이웃하는 사람들의 공포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치의 히틀러도 유대인에 대해서 피해의식을 가졌던 듯하다. 가까운 예로 ‘제노포비아(xenophobia)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러시아와 유럽에서 일기 시작한 외국인 혐오증과 이를 실천하는 조직적 움직임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주로 이민자들과 현지의 저소득층 간의 갈등이 인종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경기침체와 실업문제, 양극화 등의 사회문제의 원인을 이민자들에게 덮어씌우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고정관념Q> 시리즈의 하나인 <유대인 편>을 보면서 나는 유대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상황은 물론, 유대인들이 왜 그렇게 ‘안보’에 목숨을 걸고 ‘적’에 대한 적대감이 분명한가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대인을 옹호하는 듯한 몇몇 구절이 거슬렸는데, 이것이 나의 독해 부족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런 느낌을 받는 사람이 나 한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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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정치학 - 고성국 박사가 들려주는 정치와 민주주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
고성국 지음, 배인완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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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과서를 읽을 기회가 많이 있는데, 학창시절에 읽었던 교과서에 비해서 내용이 구체적이고 세심하고 재밌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때는 얼마나 무서웠던지. 하지만 내 학창시절에 비해서 청소년들의 기대치와 수준도 그만큼 높아졌을 테니 아마도 청소년들은 내가 느낀 불만을 그대로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과서마다 그에 어울리는 일반 단행본이 반드시 출판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철수와영희)나 <나의 권리를 말한다>(전대원)은 ‘10대를 위한 사회교양서’라고 이름붙일 있겠다. 교과서와 사회교양서는 각각 바다 위로 보이는 ‘부표’와 ‘빙산’에 비유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부표든 빙산이든 같은 높이로 보이지만, 누군가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해본다면 ‘부표’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세워둔 표시에 불과하지만, ‘빙산’은 해저 밑바닥에서부터 뿌리를 두고 바다 위로 솟구친 자연의 모습이다. 2월 23일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의 저자인 고성국 박사의 강연회에서 고성국 박사는 “교과서란 우리가 살면서 꼭 알아야 할 것만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역사든 과학이든 인류의 위대한 발명과 발견을 교과서는 주마간산 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으로서는 ‘암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대를 위한 사회교양서’는 청소년이 원하기만 한다면 위대한 발명과 발전의 인과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읽는 과정은 고단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암기’가 아니라 ‘이해’라는 새로운 문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 만하다.

 

언젠가 ‘대안교과서’ 열풍이 불었을 때 <살아있는 교과서> 시리즈를 관심 갖고 지켜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기존 교과서의 레이아웃에 사진이나 흥미로운 기획물을 덧붙인 수준에 불과해 실망이 컸다. 결국 ‘내용상의 대안교과서’는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등이 대안교과서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앞으로 어른들이 10대와 대화하려는 시도를 자꾸자꾸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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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2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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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26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26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26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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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아니 법 전문 로비사무소 김앤장

여론의 중심이 된 <법률사무소 김앤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두 조직이 현재 여론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삼성그룹은 김요철 변호사라는 내부고발자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라는 상징적인 세력의 주도로 특검까지 진행중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또 하나의 권력인 '법률사무소 김앤장'(이하 '김앤장')은 이보다는 덜 요란하게 여론의 중심으로 들어왔는데 최근 '김앤장'과 관련된 쟁점은 세 가지 정도이다.

1. 한승수 총리내정자가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했던 경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04년 6월부터 최근까지 월 1천만원씩 총 4억2천만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으나 본인은 답변서에 '일한 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또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한승수는 소버린이 SK와 경영권 분쟁을 하던 2003년 소버린 측이 지명한 5명의 사외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고, 이듬해 론스타가 비슷한 사건을 저질렀을 때 이를 돌봐주던 '김앤장'의 고문이 되었다. (한승수 내정자의 고문 경력은 책 <법률사무소 김앤장>(이하 <김앤장>) 154쪽에 표로 정리돼 있다.)

2. '김앤장'이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보통 기업의 세무조사는 5~6년에 한번씩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김앤장'은 '성실납세자 우대 관리 규정'을 이용해 사실상 세무조사 면제를 받았다. 즉, '납세자의 날'에 표창을 받은 법인 혹은 개인들에게는 수상일로부터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는데 김앤장은 제도가 시행된 8년 동안 정확히 네 번의 성실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앤장> 117쪽에 있다.)

3. 국회에서 김앤장 사무소 문제가 토론회 주제로 올랐다. 서서히 공론화가 시작된 것이다. 고위공직자 출신의 인맥들이 김앤장의 고문을 맡다가 다시 정부 요직으로 발탁되는 행태가 김앤장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데 대해서 모두가 동의했고 고위공직자의 취업규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촉구했다. 삼성문제나 론스타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패권자들에게는 언제나 김앤장이라는 책사(또는 모사가)가 따라붙는다는 점에서 김앤장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앤장 관련 회전문,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김앤장> 162~164쪽에 걸쳐 소개됐다.)


이상의 세 가지 논의는 <김앤장>에서 중심적으로 논의되었던 문제들이었다. <김앤장>은 후속 보도와 법률을 이끌어낼 동력이 되고 있는 '탐사보도'에 가깝다. 현재 시사IN의 탐사팀장인 정희상 기자는 우리나라 탐사보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직장을 여럿 옮기면서 탐사했던 결과물은 언론의 지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발족(2006. 8. 18)을 이끌었던 것은 16년에 걸친 '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 매국노 후손의 매물 장물 찾아가기 소송 연쇄 추적 보도' 때문이었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발족 (2005. 12. 1)은 17년에 걸친 '한국전쟁 전후 은폐된 전국의 민간인 학살 사건 발굴 추적 및 통합특별입법 촉구 보도',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설립 (2006. 1. 1)은 8년에 걸쳐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 추적을 매개로 한 군대 의문사 탐사 보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탐사보도 <김앤장>이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고위공직자의 취업규제 강화라는 다소 엉뚱한 결론인데, 그 이유는 <김앤장>이 알려줄 것이다.

'법률사무소'가 아니라 '법 전문 로비사무소'다

김앤장이나 론스타, 지난번에 국부를 수조원이나 퍼가면서도 세금 하나 내지 않은 뉴브리지캐피탈 같은 '패권자'들이 사법당국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법당국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저항할 수 있지만, '패권자'들은 법의 테두리는 물론 그 경계에서 활보하기 때문이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격이 문제가 돼 재경부의 질책을 받은 '김앤장'은 결정권한이 있는 금감위의 규정을 바꿔서라도 방법을 가져오겠다고 공언했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론스타가 금융업자로 인정받는 방안'(1안)과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방안'(2안) 중에 하나로 풀어야 하는데, '김앤장'은 62조 6,033억원의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기 위해서 '감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리고 이제는 누구나 알게 된 전문용어 'BIS 자기자본비율'을 '부실은행' 수준까지 낮춰서 결국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조건을 성립시켜 준다.

'김앤장'은 법률사무소보다 법 전문 로비사무소에 가깝다. '김앤장'의 비지니스 영역 안에는 법률적인 부분보다 탈법, 편법적인 부분이 구분 없이 섞여 있다. 오히려 탈법적인 것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한다. 법무법인 광장 출신인 임성우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앤장'을 가리켜 "legal practice(법률적 활동)보다는 非legal practice(법률적 활동)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51쪽) <김앤장>에서는 '김앤장'이 위반, 배반하거나 그런 의혹이 있는 법률과 윤리규약이 적시돼 있다.
 

변호사법 제26조, 형법 제317조
"변호사는 직무상 알게 된 문제에 관한 사항을 타인에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김앤장 : 골드만삭스는 1997년 경영실패로 부도유예협약을 받았다가 김앤장의 도움으로 화의신청을 승인받았다. 재무 관련 컨설팅을 맡은 곳은 골드만삭스였는데 2003년 진로가 원금 변제의 일부를 이행하지 못하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기존의 화의를 취소하여 경영권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김앤장은 화의신청과 채권양도 업무를 대행하며 기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2~198쪽)

변호사법 제31조(수임제한)
"변호사는 당사자 일반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여하는 그 직무를 행할 수 없다." (쌍방대리 금지의 원칙, 상대방의 동의 받아도 역시 금지된다)

김앤장 :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인수하면서 외환카드가 '보험 대리업점'을 운영하며 라이나생명 등 보함사로부터 받던 수수료 100억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김앤장은 '수수료 수취를 금지하는 근거는 없다'는 법률자문을 해주었다. 김앤장은 이미 5년간 라이나생명과 거래를 해오던 상황이므로 쌍방대리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61쪽)

변호사 윤리장전 제14조(위법 행위 협조금지 등)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 행위 기타 위법 행위에 협조하여서는 아니 되며,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범죄 행위 기타 위법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때에는 즉시 그 협조를 중단하여야 한다."
김앤장 : 흥국생명은 "2년 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하고 1년이 지나지 않아서 4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나섰다. 단체협약을 어길 경우 실질적인 제재 조처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김앤장의 법률 해석에 따른 방침이었다. (231쪽)

 
우리는 김앤장을 통해 공법조차도 무자비한 약육강식의 법에 철저히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법'이란 모르는 사람에게는 두렵고도 두려운 것이지만, 이를 잘 아는 자들에게는 '제까짓거'가 된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법이란 '입법'과 '집행'으로 나뉘어지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집행'이다. 근래에 국회가 입법 발의한 사학법, 비정규직보호법 등이 여야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누더기가 되어 버린 것을 생각할 때 법 집행만큼 국민들에게 직접 닿는 것은 없다. 법 집행을 책임지는 국가주체를 '사법당국'이라고 한다. '사법(司法)'이라는 글자를 보면 '司'는 관직이나 관리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신 앞에서 깃발을 들고 입으로는 기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아는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예를 들면 이 글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말은 잘 관리하면 하루에도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가고 일국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엄청난 기능을 하지만, 관리를 잘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모이를 주고 훈련을 시키고 제때 일을 시켜야 제대로 된 말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의 담합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 교복값이 턱없이 올라도 떨어지지 않는 이유, 정유사가 이문을 엄청나게 남기는 행태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징금이 이익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작년 봄에 2005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담합 사례 16건을 분석한 결과, 주요 9개 담합 사건의 소비자 피해 추정액은 3조8480억원이지만 과징금은 7.7%인 2960억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2007.3.7일자 기사) 같은 해 교복 공동구매 방해나 가격담합 등을 주도한 교복업체와 대리점 12곳에 대해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1800만원에 불과했다. (경향신문 2007.5.20일자 기사) 정유사는 어떤가. 가격이 끝모를 정도로 치솟던 작년 5월 담합을 통해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남긴 정유사에게 당국은 1억~1억5천만원에 약식기소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부당이익 규모의 0.15%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향신문 2007.5.27일자 기사) 기업들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면서도 맘놓고 저지르는 이유가 바로 있었다. 하지만 기업 혼자서 이 사실을 알아냈을까. 혹시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검은돈을 받아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법률사무소는 법조인의 품위를 지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기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단지 법을 잘 알고 있다고 법률사무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브로커도 법관 못지 않게 법을 잘 안다. 김앤장은 과연 '법률사무소'라는 이름이 적당할까 '법 전문 로비사무소'라는 이름이 적당할까. 변호사법의 제1조항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법 제1조 :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제2조 :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행한다"


우산(牛山)이 처음부터 민둥산이었던 것은 아니다

우산(牛山, 춘추시대 제나라 동남쪽에 있었던 산 이름)의 아름드리 나무숲이 일찍부터 썩 아름다웠는데, 큰 나라의 근교에 위치한 바람에 벌목이 끊이지 않았으니 나무숲이 남아날 리 있겠는가. 밤기운의 맑은 공기와 새벽이슬의 윤택함에 싹이 자라나지 않을 리 없건만은 소와 양을 줄줄이 몰고와 방목을 해대니 결국 대머리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 그 후로 사람들이 이 산은 애초부터 민둥산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민둥산이 된 것이 어찌 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맹자 고자상)

지금은 민둥산이 되어 버린 옛 아름드리 우산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의 사법정의를 보는 듯하다. 법원과 검찰은 이미 자본의 손에 넘어가 우리는 사법정의라는 말이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사법질서가 이 지경으로 몰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낱 법조항에 연연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법당국은 옛부터 몹시 권위가 위태로웠나 보다. 도필-리(刀筆吏)라는 말은 '구실아치' 즉 아전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이는 아전이 죽간(竹簡)에 잘못 기록된 글자를 늘 칼로 긁고 고치는 일을 했던 데서 유래한다. 도필리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만큼 법 집행이 문란했다는 말이다.
그리스 시대 '스파르타'라는 나라는 성문법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전설적인 입법가 리쿠르고스의 가르침에 따른 것인데, 리쿠르고스는 "법률은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의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리쿠르고스의 법이 500년 이상이나 유지된 것은 바로 이 교육의 덕이다. 사실 모든 스파르타 인들의 생활은 리쿠르고스의 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법에 관한 소중한 가르침은 동양의 경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맹자는 "일반 백성들은 일정한 일자리가 없으면 상식을 품기가 어렵고 상식이 없으면 법에 저촉되는 일을 스스로도 멈출 수 없게 되는데, 제대로 된 법률을 시행하지 못한 당국이 법 조항에 따라 백성을 처벌한다면 이는 망민(罔民), 즉 백성을 그물질하는 꼴이 된다"고 경고했다. (맹자, 양혜왕 상) 그리고 공자는 자신의 제자 자로에게 법률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언론이 소통되지 않는다. 언론이 소통되지 않으면 일이 성립되지 않는다. 일이 성립되지 않으면 예와 악이 일어설 수 없고 예약이 없으니 형벌과 법률이 바로 설 수 없음은 자명하다. 형벌과 법률이 바로 서지 못하게 되면 백성들이 손발을 어디다 놓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논어 자로편)

민둥산이 된 우산을 다시 아름드리 나무숲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다시 나무를 계속 심는 일이다. 불법으로 방목과 벌목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사람들이 함부로 짓밟지 못하게 잘 보살피는 방법뿐 없다. 우산은 일부 사람들의 재산이 아니라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면서 돌아오는 결론은 너무나 식상한 '법의 기본'이다. 하지만 법의 기본이 허물어졌을 때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나는 식상함을 무릅쓰고 법의 기본을 결론으로 삼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혔던 한줄의 문장이 끝내 어색하게 남아 있어서 이를 마침표로 삼는다.

"재벌 총수에게 무죄를 선고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더라도 직접적으로 손해를 보는 당사자는 없다. 다만 법적 정의가 사라지고, 사회 질서와 도덕이 무너질 뿐이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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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3명의 리뷰어들이 논하는 &lt;법률사무소 김앤장&gt;
    from 승주나무의 면모 2008-05-08 11:44 
    , 독자들이 나섰다! - 23명의 리뷰어들과 저자가 논하는 도서정보 유통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는 지난 한 달 간 에 대한 집단리뷰를 실시했으며 23명의 리뷰어가 집단리뷰를 올렸다. 앞서 '함께읽기'를 했던 와 더불어 '경제민주화 읽기' 기획에 따른 것이다. 리더스가이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07년 17대 대선에서 '성장논리'에 막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