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시간은 주로 새벽 세시다.
마약처럼 1~3시는 평화롭다.
덕분에 하루 취침시간이 5시간 남짓으로 줄긴 했지만,
이 정도는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인터넷에 쓸데없이 접촉해 있는 시간들을 좀 절약해야겠다.
그냥 끄고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나는 접속이라는 말보다 '접촉'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접속은 뭔가 드러맞아야 할 부분에 딱 드러맞은 것이지만,
우리가, 아니면 내가 언제 쓸모있게 '접속'한 적이 있나.
그냥 기분파처럼 접촉해 있다가 바보처럼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이다.
심상정과 노회찬이 떨어진 것 보면서 든 생각은,
첫째 '진보'라는 것은 매우 고차원적인 관념화이기 때문에 서민의 정서에 호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언제 우리가 계급투쟁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있었나? 천황에 순응하다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순응하다가 삼성, 현대, 특별검사 같은 것에 순응하다가 시간 다 보냈다. 언제 진보가 있었겠나? 나는 나름대로 '진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진보는 첫단추가 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든다. 이때 발상의 전환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유권자들이 투표하면서 가지게 될 이 거지 같은 기분을 헤아리는 쪽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진보든 보수든, 친박이든 한나라든 오합민주당이든 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유권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야말로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걸음" 이다.
가가린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그것으로 격론이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하기에는 체제에 대한 찬사가 많았다는 것인데, 그것은 미국이나 한국의 이소연이나 똑같다. 한국은 그 역의 체제를 떠벌일 것이 분명하다. 좀 야하게 말하자면, 지구의 성층권을 여성의 '질'로 본다면, 남근이 질을 통과하려면 그만큼 욕망이 충만해야 한다. 1961년부터 소련과 전쟁 간의 우주전쟁은 욕망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가가린은 그야말로 대변인일 뿐이지, 대표자는 아니다. 국가주의, 욕망, 우주, 영광이라는 키워드가 멋지게 연결된다. 이것을 좀 확장해서 서평을 써볼 참이다.
서중석 선생을 방문하기 위한 준비는 순조롭게 되고 있는데, 워낙 광범위한 활동 영역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 맘껏 떠들다가 올 생각이다. 교보문고에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나는 그야말로 당대의 지성에 대해서 전혀 까막눈이라 천상병도 한참 늦게 알았고, 권정생은 얼마 전에야 알았다. 서중석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는 말이다. 무덤에서 영감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나는 부지런히 뛰어다니려 한다.
세 시가 넘었다. 자라고 한다. 이오덕 선생의 유고작을 보고 있는데, 김광석의 '가객'이라는 앨범을 산 듯한 기분이었다. 윤도현 등 후배 가수들이 추모앨범이랍시고 만들었는데, 나는 그것을 듣고 비로소 김광석의 죽음을 확인했었다. 이원수 선생의 '삯바느질'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편집자가 조금만 애써 주었으면 아직도 번뜩이고 살아 숨쉬는 이오덕 선생의 문장들이 더욱 빛이 날 수 있었을 텐데 아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자꾸 돌아가신 분이나 할아버지뻘 되는 분들을 찾는 것을 보니 스승이 절실한 모양이다. 제주에서 나를 3년간 가르쳐 주셨던 훈장님 같은 선생님을 급구하고 있다. 이책저책 뒤적거리면서 나는 오늘도 헤매고 있다. 아~ 영혼의 안식처에는 왜 이렇게 그늘이 하나도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