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가 되는 길은 고되고 길다. 길어서 길인가부다 ㅋ

1. 동시 쓰기


어려서 병약했다. 한달에 여러 번 병원에 갔던 것으로 기어하는데, 나는 보물섬 세대여서 병원에 비치된 최신 보물섬을 보았다. 누가 그 책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아픈 데가 더 아픈 것만 같았다. 보물섬에서 즐겨 보던 부분은 뒤에 나온 사컷만화, 독자가 허접하게 그린 그림이라 애정이 갔다. 나도 집에서 종이에 십자를 그어 놓고 그림을 그려 보았으나 포기했다. 의사가 부르면 마음 속으로 '다음에 아프면 또 와야지'하고 의사방에 들어가곤 했다.
그래서 아이들처럼 뛰놀지는 못하고 동시를 썼다. 그때 쓴 시를 생각하면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은 못 되는 것 같다. 이오덕 선생에게 내 시를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뭐 이런 식이다.
5월은 / 어린이 달 / 우리의 푸른 세상 //들로 산으로 / 뛰쳐 나가자...노래하자 다 함께 / 얏호
이에 대한 이오덕 선생의 평은 "이것은 초등학교 1학년이 아니라 6학년이 썼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말이 아니다. 이 글에는 어린이의 마음이 없고 삶이 없다. 어른의 말이요 구호요 개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 시절 반공이야기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국군 아저씨가 공산군의 탱크 아래나 적군의 바위 기지에 바싹 다가가 수류탄을 던져 깨뜨리는 장면에 아주 통쾌해하던 아이, 대응댐에 모금을 해야 한다며 엄마를 조르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요즘도 자주 는실난실 끼어든다. 그리고 7.5조라는 이상한 법칙에 매여 제대로 내 생각을 풀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처음으로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지.


2. 백일장 시 쓰기, 시인과의 만남, 축시 쓰기


고등학교 때 문예반에 들어갔다. 책읽기를 싫어해서 단 한 권의 시집도 보지 않았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시 실력이 형편 없었다. 도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 가면 가작 이상은 입선할 수 없었다. 그때 부모님에 관한 시를 썼는데, 지금도 얼굴이 확 달아오를 정도로 추상어 투성이었지만, 이모는 그 시를 보고 우셨다고 한다. 엄마도 매우 흡족해 하셨는데, 그 시가 어떻게 사람을 울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내가 시인이 아니라 우리 이모와 엄마가 시인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지금도 시인이다.
대학은 공대를 들어갔지만, 문학동아리에 발을 붙였다. 전공을 비실비실하다가 국문학과로 전과를 했다. 그때 선배들의 영향으로 많은 책과 시집을 읽었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나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참 내 이야기와 같아서 감명을 받았다. 박노해 식 시쓰기의 세례를 받고 사회문제에 관한 시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도현을 만났다. 안도현의 감성적인 시들은 나를 흥분시켰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같은 시는 당시 산문시 중심으로 썼던 나의 시 쓰기에 하나의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하면 빼뜨릴 수 없는 시인이 그로테스크의 요절 시인 기형도가 있었다. 기형도는 하나의 유행이었던 것 같다. 특히 메모하듯 써내려가는 시어들이 시가 되는 모습이 환상적이어서 그와 비슷한 시를 쓰려고 막 흉내를 냈던 것 같다. 천상병의 아이 같은 시도 좋았다. 천상병의 출세작을 보고 우연히 천상병 주제의 연극(최초로 본 연극)을 보았는데, 시인의 인생이 마음에 들어오는 듯했다.


 

 

 

그때 매문이라는 것을 처음 썼다. 문학동아리의 집행부를 맡고 있었는데, 항상 자금이 바닥이다. 그러면 주요 전략은 '축시 비지니스'
나도 결혼을 해봐서 알지만, 결혼식 이벤트로 축시는 제격이다. 제법 운치도 있고, 손님들도 부러운 눈치로 본다. 대충 노래부르거나 하는 것보다는 훨씬 격조 있지 않느냐.
축시를 쓰면서 시 쓰기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꼈다. 나의 시 쓰기는 그래도 엄격했던 모양이다. 둘은 좀처럼 섞이기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든 축시든 그 사람에게 기쁨이 되고 소용이 된다면 외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최근에 썼던 축시는 돈 안 받고 마음으로 쓴 가족축시였는데, 나보다 "한 살 어린 일본인 손윗동서"(허걱~길다)와 일본으로 시집가는 처형을 위해 일본의 개국신화를 바탕으로 시를 지었다. 내가 시를 쓰고, 처제는 그림을 입히고, 큰 처형의 가족들은 열심히 낭송을 연습했다. 큰 처형이 시낭송 모임의 회원이기 때문에 그 가족은 시적인 향취가 대단하다. 조카 둘은 일본인 손님들을 감동시켰고, 처형은 일본에서 잘 지내고 있다. 시 하나로 가족이 하나되는 경험은 그 전의 시 쓰기에서는 보지 못한 체험이었다. 만약 내가 축시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었다면 이런 체험에 도달하기는 어려웠겠지. 암튼 대학 때 만났던 시인들이 지금은 다른 시인에 의해서 모두 헤어지게 되는데, 그 시인은 다음 회차에 공개한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아이들


시작 : 승주나무 (손아랫동서)
낭송 : ***, *** (조카)
시화 : *** (처제)






        처음에는 파란 하늘이 마냥 좋아
        거기 서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차분한 마음이 땅에 닿았고
        또 한 사람은 뜨거운 열정이 하늘에 닿았습니다.
        둘 사이로 지난 여름처럼 뜨거운 계절이 지나갔습니다.
        힘센 태풍이 혼돈의 바다 같은
        두 사람의 마음을 쓸어내는 동안
        그들은 파란 하늘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물방울로 땅과 섬들을 만들던 그때의 기억으로
        섬처럼 튼튼한 아이들이 나고 자라는 동안
        파란 하늘은 감귤빛으로 익어가고 있었고
        그들은 아직도 거기 서 있습니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아이들이 서 있던 땅에는
        오늘도 잘익은 하늘이 비추고 있습니다.



- 2008년 1월 27일 둘째 처형과 손윗동서 형님의 결혼을 축하하며

※ 이 시는 일본인 가족을 위해 일본 개국신화를 토대로 재구성했으며,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부부를 상징하는 개국신이며 우리나라의 단군왕검에 비유할 수 있다. 부부는 음양을 상징하므로 뜨겁고 차가운 이미지를 대비시켰고, 이들이 물방울로 땅과 섬을 만들었다는 모티브를 활용해 가족의 번성을 기원했다. 감귤빛 하늘은 제주 특허이므로 차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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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요즘 책세상 문고에서 나온 <한국정치 웹2.0에 접속하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정치적 쟁점이 집중되는 시기(선거나 국회 회기 등)가 아니라도 인터넷이 우리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터넷을 사용하며 소통하는 일상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의사소통의 구실이 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강원택 교수는 경향신문에 필자로 자주 모습을 보여 익숙한 인물이라 더 믿음이 갑니다.

 

 

 

 

1. 한국 정치 웹 2.0에 접속하다(책세상 문고, 강원택 저)

이 외에 인터넷 민주주의에 관한 책(사실은 인터넷과 민주주의에 관한 책)을 소개받고 싶습니다.

책세상 문고의 부록면에는 이 외에 관련 도서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네요. 제가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소개말만 요약해서 올립니다. 혹시 이 책을 읽으셨던 분들은 평가를 바라며, 이 외에 다른 좋은 책이 있다면 댓글이나 먼댓글로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런 콘셉트의 책에 관한 리뷰를 쓰셨던 분들은 리뷰를 게재한 주소를 댓글이나 먼댓글로 소개해주시면 경청하겠습니다. 혹시 이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즐공유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 강원택, <인터넷과 한국정치 : 정당정치에 대한 도전과 변화>(집문당, 2007)
이 책의 관점은 정당이 인터넷을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인터넷이 우리나라 정당의 주변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3. 김용철, 윤성이, <전자민주주의 :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모색>(오름,2005)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검토부터 의회, 정당, 선거 운동, 투표, 시민운동 등 정치 과정에서 인터넷이 어떻게 활용되고 또 어떤 정치적 결과를 낳고 있는지 분석하여 한국 정치에서 전자민주주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명한다.


4. 김종길, 김문조, <디지털 한국 사회의 이해>(집문당, 2006)
우리나라 정보 사회의 변화에 대해 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연구서. 전자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적 현상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기업 문화, 안티사이트, 붉은 악마, 사이버 공동체, 아바타 등 흥미로운 사회 현상에 대한 연구도 포괄하고 있다.

 

5. 노리스, 파파,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 정보불평등과 시민참여>(후마니타스,2007)
인터넷으로 말미암은 정보 격차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즉 정보 활용의 격차가 민주주의의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전 세계에 걸쳐 179개국의 경험적 자료를 대상으로 인터넷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6. 빔버, 브루스, <인터넷 시대 정치권력의 변동 : 미국 민주주으의 역사적 진화>(삼인, 2007)
정보화가 미국 정치 제도와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정치세력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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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8-05-1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깜찍한 승주나무님 같으니라구!!
그런데 이 분야에 대해 아는게,,,ㅠㅠ

승주나무 2008-05-14 12:35   좋아요 0 | URL
아니 벌써 신호를 ㅋㅋ
한 번 필 받으면 막 들이대는 성미라 ㅎㅎ
 

대우사태와는 비교도 안 될 상황이 올 수도

"축구선수는 축구만 잘 하면 되고, 영화배우는 연기만 잘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삼성은 돈만 잘 벌어오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가 된다?"

가벼운 반팔 차림으로 강단에 선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삼성의 공적이 너무 신화처럼 되어 있는 모습을 우려했다. 그날 청계천에서는 촛불문화제가 크게 열렸지만, 그는 '손님'이었다.
5월 9일 영풍문고 지하에 마련된 갤러리에서는<삼성왕국의 게릴라>(프레시안북)의 출간을 기념하여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와 영풍문고, 프레시안북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3회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삼성왕국의 게릴라>(프레시안북)는 삼성문제에 대해 '피를 토하듯 파헤치고 고쳐보자고 나서는' 일곱 게릴라, 즉 김용철 변호사, 김상조 교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상호 MBC 기자, 심상정, 노회찬 의원,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에 관한 취재와 인터뷰집이다. 이 중에서 심성정 대표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프레시안 기자들이 그날 연사와 토론자로 참여해, 정치권에 대한 삼성의 끈질긴 로비 실상과 무노조 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삼성의 집요한 행태가 이 문제를 직접 몸으로 맞부딪친 당사자의 입을 통해 생생히 전해졌다.


45 :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삼성의 공과를 균형 있게 전달하는 것이 삼성과 국민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심상정 대표가 삼성문제에 대해서 매우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릇 모든 기업이나 조직에는 공과가 있을진대 삼성은 공만 너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의 신화에 취해서 만약 삼성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고 심 대표는 경고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예로 '대우사태'를 들었는데, 삼성에 만약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대우사태와는 비교도 못할 만큼 큰 혼란이 온다는 것이다.
삼성은 4월 22일 이른바 '쇄신안'을 발표하며 은행소유 포기를 공식 선언했지만, 심 대표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미 삼성은 많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은행을 가지고 있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금융사의 지급결제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삼성은 보유하고 있는 보험지주회사를 통해서 충분히 금융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 심 대표의 관측이다. 심 대표가 말한 '대우사태와는 비교도 안 될 상황'이란 것은 무엇일까? 이미 금산분리 원칙도 현저히 완화된 상황에서 삼성 앞에는 금융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린 것이나 다름 없다. 이에 관해서는 KDI의 유종일 교수가 <한국경제 새판짜기>(미들하우스)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피노체트가 군사쿠데타로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신자유주의학파라고도 부르는 '시카고 보이스'(Chicago Boys)를 중용해 완전한 금산결합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해 거대한 복합투기자본이 되었지만, 마침내 1980년대 초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3년 만에 GDP가 15%쯤 축소되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결국 가장 극단적으로 시장정책을 시행했던 나라가 역설적이게도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하여 은행이 다 국유화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통해서 사실상 모든 나라들이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11 :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프레시안 취재진이 독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정치권이 삼성의 포로가 되는 과정 씁쓸히 지켜봐

심 대표에 의하면 17대 원내의 구성은 2/3가 초선으로 이들은 당론에 신경을 잘 안 쓰고 열의가 상당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2004년 국정감사 때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에 어려움이 없었으나,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이 외국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2005년 때는 참으로 논란이 많았다고 술회했다. 결국 표결로 이건희 회장의 증인 채택을 결의했지만, 그때 역시 이건희 회장은 출국한 상황이라 증인으로 참석할 수 없었다. 그나마 2006년부터는 증인채택이라는 말도 못 붙일 만큼 분위기가 싸늘했다고 한다. 결국 논란 끝에 이건희 회장 국정감사 증인채택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졌지만, 단 2명의 찬성 표만 나왔다. 이때 이건희 회장은 당당히 귀국, 아니 '개선'을 했다고 심 대표는 말했다. 2007년에는 표결조차 하지 못하였고 심 대표 혼자만 증인채택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삼성에 대해서 발언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심 대표는 '완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삼성의 눈밖에 나는 순간 사실상 간사나 당권에서 배제된다고 한다. 후원금조차 끊기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생명의 위기가 찾아온다. 현직 국회의원 중에서 이러한 결과를 감내하며 삼성문제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의원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렇듯 삼성공화국의 성벽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는 심 대표의 표정에 어둠이 잔뜩 끼어 있었다. 심 대표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는데, 이는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의원에게서 처음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홍 씨에 의하면 '공화국'이라는 말은 인류가 만들어낸 몇 안 되는 좋은 성과인데, 어떻게 '삼성'이라는 말을 '감히' 앞에 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심대표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협의를 통해 '삼성왕조'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라는 책에서 '왕국'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심 대표는 삼성국면에 대해서 "이건희가 숨긴 돈을 합법적으로 세탁해주고, 이재용 세습 역시 합법화시켜주는 좋지 않은 결과가 됐지만, 이건희 왕국에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몇 명 안 되는 삼성저격수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저격수가 되어야 민주주의의 발전의 기본 과제를 이루어낼 수 있다"며 삼성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25 : <삼성왕국의 게릴라들과의 대화>에 참여한 토론자와 독자들이 대화가 끝난 후에 기념촬영을 했다


세상 밖이 감옥보다 더 큰 감옥 같다

덥수룩한 수염에 '삼성일반노조'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 책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직접 쓴 책을 팔려고 한 두루미를 들고 왔다. "서점을 통해서 팔면 인세 10%를 받지만, 직접 팔면 40%를 받기로 출판사와 협의를 했다. 이 돈으로 고생하는 노동자들을 도울 거다"고 말했다. 출소한 지 3개월 정도 지나 세상에 아직 적응이 안 된다던 김 위원장은 "세상은 어떻게 보면 더 큰 감옥이 아닌가" 하고 독자들에게 일침을 던졌다. 그의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삼성이라는 감옥에 영혼이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듯했다.
김성환 위원장은 2005년 삼성SDI의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기한 뒤 삼성SDI로부터 고소를 당해 '명예훼손' 죄로 실형 5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002년 받았던 4년의 집행유예가 취소돼 총 3년5개월의 형량이 확정됐다. 출소 예정일은 2008년 10월 7일이나, 2007년 12월 말 '갑작스런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게 됐다.
그는 삼성 노동자들의 분노가 자신을 이 자리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삼성이 노동자들에게 벌인 탄압을 가장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례는 "죽은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위치를 추적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노조'에 '원칙'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 역정을 내다시피 했다. '삼성'에 '공화국'이라는 말을 감히 쓸 수 없는 것처럼 '무노조'에는 '원칙'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건희 일가의 '고집'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임금문제, 구조조정,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의 현실에서 매우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삼성은 그 동안 무노조 경영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납치, 감금은 기본이고 경찰과 판검사에게 뇌물을 일상적으로 주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삶의 보편적 가치를 짓밟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삶이 보이는 창)의 내용을 예로 들며, 삼성의 불법성에 대해서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에서 1년에 518시간씩 20년 동안  일해온 40대 중반의 노동자가 있었는데, 결국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한다. 삼성은 그에게 지급할 상여금을 12개월수로 쪼개서 지급했으며, 과로사로 사망할 당시에는 310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돼 노동부에서 특별조사를 실시했는데, 단 2주 동안 근로감독 특별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1,000건 가까이 발생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것이 인간중심의 경영을 한다는 삼성기업의 실상이다"고 말했다.
아내가 현재 '자발적으로' 우유배달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김 위원장은 "생활은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어쭙잖은 소일로 시간을 축낼 바에야 차라리 삼성 문제에 헌신하는 것이 낫다며 삼성 문제에 끈질기게 투신하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문득 <논어>의 구절이 생각났다. "삼군(三軍)의 장수는 사로잡을 수 있어도, 일개 평범한 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자한 편)는 구절을 김 위원장에게 맞게 풀이하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이 사법부와 국세청, 청와대는 쓰러뜨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개 노동자인 김성환의 의지는 쓰러뜨릴 수 없다"

26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출소한 지 3개월이 되었지만, 세상은 더 큰 감옥 같다며 삼성이 선언한 인간경영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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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8-05-13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정말 엄청나게 큰 감옥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승주나무 2008-05-13 11:58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갇혀 있는지 모르는 영혼의 감옥이기에 더욱 심각하고 무섭네요
 

5월 6일 여의도 과장에서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을 취재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20대 직장인, 30대 아이엄마, 중학생을 둔 40대 엄마, 고등학생을 둔 50대 엄마 등 다양한 계층에게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물어 보았고, 그 내용을 다음날 새벽 2시경에 블로거뉴스에 게재하였다. 기사는 5월 7일 쇠고기 청문회가 열리던 점심 전후까지 블로거뉴스 메인에 올랐고, 그날 하루만 7만7천 건의 조회수에 509건의 댓글이 달려 이 문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댓글에 참여한 연령 역시 다양한 세대 분포를 보였으며 댓글의 내용은 쇠고기 수입에 대한 위험논쟁과 이 문제에 대한 책임논쟁, 촛불문화제라는 현상에 대한 논쟁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500여 개의 댓글을 일일이 분석하여 쟁점을 올려 본다. 댓글 주장의 특징을 한눈에 보기 쉽게 하기 위해 '00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 기자 주





5월 7일 다음 블로거 뉴스에 <고교생, "우리가 나설 정도면 심각하다는 뜻">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사에 7만7천 하루에만 7만7천 건의 조회수와 509건의 댓글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쇠고기 위험 논쟁 - 사망확률론, 에이즈비교론, 생명우선론 등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입장은 대체로 광우병에 걸릴 확률에 관한 논의가 많았다. 아이디 '동관'은 "광우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을 1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떡 먹다 죽을 가능성은 4만3962배나 더 높고, 담배 피우다 죽을 가능성은 434만배나 더 높다"고 밝혔다. 또 ▲목욕하다 빠져 죽을 가능성은 38만4615배 ▲촌충에 감염돼 죽을 가능성 2만1690배 ▲말벌에 쏘여 죽을 가능성 1154배"라며 논쟁에 불을 당겼다. 아이디 '유가이'는 "에이즈 환자가 득실거리는 동남아엔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며 에이즈 균을 발라 오면서 아직 공식적으로 한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광우병은 전후사정 안 가리고 거품물며 반대한다는 게 넌센스 아닌가?"며 광우병을 에이즈와 비교해 논리를 폈다. 하지만 '반확률론'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디 '라임 오렌지'는 "99%로 이상이 없다해도 1%로 이상이 있다면..그리고 1%로에 내가 속한다면..나한테는 100%인것이다."며 확률논쟁이 무의미함을 역설했다. 에이즈와의 비교 주장에 대해서도 아이디 '그렇게 따지면ㅎ'는 "에이즈도 처음에15억분의 1인 3-4명이 시작이었지만 요즘엔 4천만명"이라며 광우병이 결코 에이즈보다 심각하지 않은 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염성에 관해서 재치 있는 댓글도 많이 보였다. 아이디 '솔직히'는 "초코파이 먹어도 충분히 감염될수 있다는 것이지. 키스 해도 전염 되냐고? 키스를 하는데 상대 입에 소고기 들어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중3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다똥'의 이른바 '믿다망할론'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는 "이런 말도안돼는 개정책을 하는 정부를 오냐오냐 하면서 믿어주다나 나라 꼴 망하는수가 있어요. 시민이 이럴때 정치참여를 해야죠"라고 주장했다.




5월 6일 여의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촛불을 전달해주는 모습

하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확률보다는 생명이라는 본질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디 '실비아'는 "고등학생으로써 교육정책에 관한 불만도 많습니다만, 버스 타고 집에 오는길에 들리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그것도 배부른 생각이더군요. 쇠고기 수입할거라는 뉴스가 나온 다음 날, 우리반은 한바탕 그걸로 시끌벅적했습니다. 부탁이니 음식이라도 마음놓고 먹게 해 주세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인생'은 연예인이나 미용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 여중생들이 서로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죽는날 얼마 남지 않았다'이거나 '인생15년도 못살았는데 벌써 죽어서 아쉽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닌다는 동생이 집에 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우리 이제 곧 죽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른들이 그 환경을 만들어 줘야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으니, 정말 학생들이 공부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5월6일 여의도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한 여학생. 침묵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


누구의 책임인가 - 정부책임론, 앙뚜와MB론, 이명박참선론, 언론책임론, 어른-20대-대학생책임론 등

과연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점도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다. 대체로 협상을 이끌어간 정부와 이를 왜곡 보도한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태가 이렇게 오도록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어른들이나 대학생, 20대들도 학생들의 날선 비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아이디 'giant'는 "협상문 원본을 보니 완전히 미국하자는 대로 도장만 찍고온 것 같다"며 정부의 협상전략을 '받아쓰기협상'이라며 비판했다.(받아쓰기협상론) 아이디 '하늘나라'는 "국민들의 behavior(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이종구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을 거론하며 "이종구란분이 미국산 소고기수입을 위해 우리 비헤이비어를 바꾸라고 한 뒤로 설렁탕 갈비탕집 매출이 폭락중이랍니다. 이제우리나라 전통 문화까지 말살해가며,미국산빼를 수입하겠다니 이게 진짜 우리나라정부,우리나라 사람들 맞습니까?"라며 한국인의 체질과 문화를 폄훼하듯 한 인상을 준 관료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21일 발언한 "싫으면 안 사 먹으면 된다"는 발언에 대해서 아이디 '로즈마리'는 굶주린 민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고한 프랑스의 마리 앙뚜와네트가 생각난다며 이른바 '앙뚜와MB론'을 펼쳤다. 이와 함께 '이명박참선론'도 네티즌의 재치를 여지 없이 보여준 주장이었다. 아이디 '우산'은 "이명박은 뭐하고 있는지, 눈,코,입 다 틀어막고 참선하나요..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안 들리나요..진짜 이 나라를 몰락시키려고 우주에서 보낸 외계인이 아닌지"라며 현직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책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아이디 '당신의견도 공감하고'는 "명바긔는 우리가 양보하면 자기도 물러서는 게 아니라 더 비키라고 우릴 때릴 인간임"이라며 이른바 '잔인명박론'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협상에 대해서 옹호하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냉정해집시다'는 다짜고짜 정부의 멱살을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물론 그누구의 의견도 묻지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린 정부에게 큰 문제가 있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정부도 미국소고기 개방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겠지요. 어쩔수 없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라고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ctharn'은 "잘못이나 책임이 있다 해두 새루 출발헌 정권에 대해 젊은이들이 1년 정도 기다릴 여유가 필요허다구 봅니다."며 정부의 대안을 기다려 보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지만,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이디 '랄리'는 "언론 느네들 다책임져라, 국론 분열시키고,정부,국민 이간질하고"라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 밖에 어른들과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거의 투표를 안 하다시피 했다는 20대는 '예비유권자'인 학생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기자가 '여의도 촛불문화제' 취재를 갔을 때 대학생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때문이었는지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배인 대학생들이 '정치부재'에 빠져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디 '하늘나라'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별 생각없이 게임하듯 참여한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놀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집회가겠나. 정말로 그아이들은 걱정이 돼서 나간 것이다. 거기 나간 애들은 적어도 게임중독이나,폭주족이나 이런애들이 아니다. 중간의 보통애들이라고 봐야한다"며 학생들의 참여에 대해서 높은 가치를 부여한 후 "그 아이들이 자기 판단에 의해 거기까지 갔을 때는 자기의 건강권을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 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우리 어른들이 각성해야 한다."며 어른의 반성을 촉구했다. 아이디 'Cristiano'는 "이번 총선 20대여성 투표율이 5%랍니다.. 이건 찍을 사람 없어서 안 찍은 게 아니라 아예 나라 돌아가는 꼴 자체에 관심이 없단 소리죠"라며 20대의 저조한 정치 참여를 비판했다. 하지만 올해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20대 여성 '유가이'는 여성을 비하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제기한 뒤 "어릴때부터 정치에 대한 생각은 ' 신문과 뉴스 첫머리 보도되는 아저씨 아줌마이들 싸우고 멱살잡는 것'이란 인상뿐인데, 어른들은 왜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안 갖으셨는지요?"라며 20대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를 이 지경으로 물려준 어른들에게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생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이디 '최화'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생들보다 낫네요~"라며 대학생들의 정치 무관심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주장에 바로 뒤이은 댓글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디 '씁쓸하지만'이 "대학생이지만 이 말이 약간불편하면서도 할말이 없네요"라며 이 주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대학생들이 좀더 책임을 느끼고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참여했다는 이담초등학교 5학년 이수정 어린이. 애독하는 어린이신문을 통해 쇠고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 부도덕한계론, 학생만나라걱정론, 삶즉정치론 등

이번 현상에 대해서 많은 네티즌들이 논쟁을 펼쳤다.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부도덕보다 경제살리기만 중시해 현재의 정권을 너무 쉽게 열어 준 것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인상적이다. 아이디 '둥근빛'은 "애들까지 나서서 저럴 정도면 이명박 정부는 실패한 것이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부도덕한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냐!"라며 경제에 대한 도덕성의 우위를 주장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성신문들이 쇠고기 협상에 관한 사안과 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에서는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기성 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이른바 '인터넷우위론'이다.   아이디 '고구마'는 "조중동은 없는 내용 만드는 신문이고 또한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 신문이고 여긴 국민 여론을 사실대로 알리는 인터넷 토론의 광장이라는 차이점이 있쥐"라며 기성 신문에 대한 인터넷 여론의 우위를 주장했다. 아이디 '이포' 또한 "인터넷 시대가 요즘은 거짓말 안속아 절대!!!!!!!"라며 이른바 '인터넷우위론'을 뒷받침했다.
이번의 집회는 초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 역시 찬반이 갈렸다. 아이디 '허니'는 "고등학생들, 공부하기 싫으니까 별 짓을 다하는구나. 20,30 대 형누나들이 왜 가만있는지 아냐? 어차피 모든건 정치논리로 끝나게 마련이다. 너흰 그냥, 반 이명박교 교주들한테 휩쓸려 다니는 노리개일뿐"이라며 이른바 '철부지고딩'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매우 뜨거웠다. 이 댓글에 바로 뒤이어 아이디 'U2001'은 "모든 건 정치논리로 끝나기 때문에 당신도 반(反)반이명박교 교주들한테 휩쓸린 채 그런 줄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일 뿐이다. 정치와 삶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자명한데, 이에 대한 현명한 대응은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올바른 정치적 시각을 갖는 것이지 그렇게 자신이 정치와는 상관없이 고고한 척 자기기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정치혐오와 무관심조차 정치적인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른바 '삶즉정치론'을 주장했다. 아이디 'pack369'는 "세계 어느나라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모여 집회를 하는데 그렇게 평화롭게 합니까? 좀 배우고 자랑스러워해야할 우리 자식들이고 조카들이고 동생들입니다!  제발 이런 학생들을 이상한단체니 불온한 세력 운운하며 이성을 잃은 정부가 오히려 이성을 찾고 왜? 우리아이들이 이러하는지 반성해야합니다!"라며 이른바 '학생희망론'을 주장했다. 아이디 '꼼꼼히 읽어요'도 역시 "셈 없는 애들 눈으로 보니 더 정확한 거구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나라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학생뿐이라는 이른바 '학생만나라걱정론'도 제기됐다. 아이디 '하늘바다'는 4.19혁명도 고등학생들이 먼저 나섰고, 대학교로 몰려가서 대학생형들을 동참시켰다고 설명한 후 "어른들이 집 한채 가진거 어떻게 집값올리까, 누굴찍어서 재개발로 이익을 볼까 고민하는 동안에. 나라걱정은 고등학생들의 몫이 되버렸네요"라며 어른들의 정치 무관심을 안타까워했다.
촛불문화제에 대한 많은 댓글을 분석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른과 학생들의 논쟁구도가 형성되리라는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는 사실이다. 일부 보수적인 어른들이 학생들의 과도한 정치참여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을 뿐 어른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학생들의 참여가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만이 희망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아이들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얼토당토한 논리라는 것이 이번 문화제 댓글 분석을 통해 입증되었다. 특히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충고한 댓글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다.


"저도 고딩이에요. 근데 집회가는건 나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근데 우리가 광우병에 대해서 좀더 잘 알고 가야할 듯해요
남들이 하니까... 눈에 보이는게 나쁘니까 해서 가는게 아니라
광우병에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갔으면 좋겠어요"(아이디 '와우')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 책가방이나 등 뒤에 태극기를 붙인 모습이 자주 보였다. 어느 한 학생 네티즌은 "집회에 참여한 우리들도 국민이고, 애국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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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을 지나거들랑
얼굴 한번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준비에서 진행, 뒤치다꺼리 모두 하느라고 고생 좀 했죠.
처음에는 타이밍을 잘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쇠고기한테 한방에 나가 떨어질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삼성이든 쇠고기든 여론에 가려졌다고 그 문제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때 오늘 이 자리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 한두시간 종각에 들러서
심상정, 김성환 님 이야기 듣고 싶은 분이 있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입장을 밝혀 온 시민단체와 인터넷 모임 등이 모두 참석해 서울에서만 최대 1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 1500여 시민단체와 인터넷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를 연다."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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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5: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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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0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1 15: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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