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세계의 지도자들의 경쟁상대가 되고자 한다면

“국내에 더 이상 경쟁자는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사가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이 말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주도권 경쟁과 관련해서 떠오른 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경선과 대선을 통해서 정권을 획득했으니 이제 더 넓은 경기장에서 더 센 상대를 대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 말이 논란이 된 이유 역시 분명하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만 세계 지도자의 경쟁상대일 뿐,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의 정치 지도자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몸소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정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토사구팽하는 것이다. 자신들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측근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대통려으로 만들어준 토건CEO의 이미지와 이제까지'고만고만한 정치지도자'로서 보였던 정치 스타일을 혁파하고 국가 원수의 면모를 찾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중 상징적인 단면은 바로 '위원회 정치'다. 수많은 위원회를 신설하고 예산을 배정하면서 비효율을 자처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많은 위원회를 만든 것은 당시의 필요에 의해서이기도 했지만, 공신(功臣)들에게 보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의 최근의 정치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 중의 하나가 바로 대통령 전후를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에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토사구팽'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토사구팽은 정권을 획득한 지도자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경영해야 한다는 환골탈태의 교훈을 말해주는 고사다.

 

 

 

 


토사구팽은 다름아닌 지도자의 환골탈태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

토사구팽은 한(漢)나라의 건국의 일등공신 한신이 한고조 유방에게 처결되면서 남긴 말이다. 유방은 초나라와의 팽성 싸움에서 져 달아났지만, 한신의 공으로 큰 승리를 거두어 승기를 잡게 된다. 나아가 한신은 군사를 이끌고 위, 조, 연, 제나라를 모두 평정하여 항우를 포위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유방에게 안겨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유방의 측근세력에 의해서 숙청되고 만다. 어찌 보면 권력의 비장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토사구팽을 감성적으로 보면 충분히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 통일 이후의 한나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토사구팽은 개인적 차원의 배신이 아니라, 필연적인 역사 과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나, 어찌 말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居馬上得之, 寧可以馬上治之乎?)인데, 이것은 탁월한 이론가요 달변가로서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육가(陸賈)가 유방에게 제시한 충고다. 육가에 의하면 말을 타고 국가를 얻는 방법과 말에서 내려 국가를 지키는 일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수성(守城)이며 문치(文治)이다. (《사기열전》 <육고열전>) 이것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대입해 보면 이명박 정부는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지만, 말을 타고 국가를 얻는 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자꾸 파열음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최측근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는가 하면 최근에는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냈던 구본홍 씨를 뉴스전문채널 YTN의 사장으로 앉히는 등 흥청망청 인사를 낭비하고 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여명기에 한신과 같이 주군을 원망하는 곡소리가 울려퍼져야 하는데 그런 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으니 대한민국 국민은 불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트 토건CEO는 후버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라

경향신문 6월 4일자 경제칼럼에서 단국대 조명래 교수(사회학)는 토건 CEO 출신인 미국의 31대 후버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경제대통령의 맹점을 지적했다.
후버 전 대통령은 토목업과 광산업 분야에서 성공한 CEO로 대통령까지 되었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지나친 도그마에 빠져 현실경제를 제대로 진단,처방하지 못했고 결국 증시 폭락과 경기 악화, 유럽 발 보복관세 역풍,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책실패로 갈 요소들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으며, 그것들을 제거하지 못한 상태다. 자신의 성공신화에 지나치게 빠져서 회사의 CEO와 국가의 대통령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회사의 경영 철학을 국가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국민을 직원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
기회비용을 외부화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아 왔던 기업의 고질적인 마인드는 국가경영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는 값싸고 맛있는 쇠고기를 온 국민이 왜 그토록 반대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회사의 손익계산서에 잡히지 않는 것이 있는데, 예컨대 기회비용 같은 것이다. 회사가 벌목을 통해서 이득을 취하지만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며,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회사의 재무제표는 개선될지 모르지만 직업불안정성이 높아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 광우병도 동일한 이치다. 쇠고기 수입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광우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며, 실제로 이를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업자라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국가경영은 비용을 외부화할 수 없고 여러 가지 기회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CEO의 마인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재단하려는 위험한 사고도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방송사 토론회를 가급적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죽했으면 "최고의 방송토론 전략은 방송토론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다양한 의견이 부딪치는 토론을 통해서 최고의 방법에 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뜻을 정해 두고 이에 맞추라는 입장이다.
이것은 한정된 인원으로 구성된 회사의 CEO나 서울시장 정도의 위치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다. 민주주의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전 국민이 구성원이 되었을 때는 민주주의 외에 좋은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논란꺼리만 있으면 '토론하자'며 달려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왜 이렇게 오버랩이 되는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의장수, 김밥장수, 촛불장수의 영업전


연이틀 비가 온 것을 가장 기쁘게 여길 사람은. 이명박 정부? 틀렸다. 우의 파는 아줌마들이다. 우의를 파는 상인은 지하철 시청역에서만 10여팀이 넘었다. 김밥아줌마, 촛불아줌마들이 신이 났다. 이명박 정부가 또 하나의 시장을 열어준 셈이다.


지하철 시청역에는 우의장사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우의 파는 아주머니에게 "오늘 얼마 팔았느냐"고 물었더니, "바빠서 셀 시간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민들의 손에는 우의가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아예 세 개씩 손에 쥐고 팔기도 하고, 배낭 한두 개에 가득 담아서 팔기도 한다.


백화점형 상인도 등장했다. 이 아주머니는 김밥도 팔고 떡도 팔고 심지어 우의도 취급한다.



시민들이 우의상인에게 산 우의를 입으며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빠질 수 없다. 긴 우산 짧은 우산 크기에 맞게 진열해 두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갔다고 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길가에서 양초를 파는 아줌마. 이 아줌마도 청계천의 '촛불잔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시국을 틈탄 장사꾼들이라고 욕할 것 없다. 운동회나 큰 잔치때는 이런 노점상들이 잔치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내 얘기 좀 들어봐요" 시민단체의 캠페인 전쟁

상인들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비좁은 지하철역사에서 시민단체들이 부스를 만들어 자신들의 뜻을 전하는가 하면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느라 분주하다. 오늘 저녁에는 비가 오다가 그칠 것이라고 예보했으니, 비가 그치기 전에 모여 있는 시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유치하느라 무척 치열한 모습이었다.


한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뜻을 알리기 위한 부스를 설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도우미가 서명을 받기 위해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시민단체의 회원들이 시민들에게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캠페인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은 서로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를지라도, 뜻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시민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비오는 날의 지하철역사'는 또하나의 전장였다.


집회에 때맞춰 내린 비에 피켓의 새로운 패션이 등장했다. 이름하야 '피켓우산(혹은 우산피켓)'이다.



지난 주 토요일(5월 31일) 경찰이 살수포를 뿌리고 과잉진압을 시도하자 험악해졌던 집회 분위기가 촉촉한 빗줄기를 맞으며 다시 축제분위기로 바뀌었다. 한 시민은 이러한 흐름을 두고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이것이 2008년 대한민국의 언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08-06-04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 참 대단하죠? 저 언어를 무시하고 있으니

웽스북스 2008-06-04 19:17   좋아요 0 | URL
이명박은 대한민국의 언어보다 타국의 언어를 사랑하잖아요

승주나무 2008-06-05 09:53   좋아요 0 | URL
네~ 일부러 안 듣는건지 정말 안 들리는 건지 ㅡㅡ;

글샘 2008-06-0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맹이죠. 등신외교의 달인... 등신 이명박.
저기 배후 보이네요. 양초파는 아줌마. 물대포 과잉진압으로 우의 아줌마도 배후가 되었군요. ㅎㅎㅎ 이메가가 여럿 먹여 살린다.
이러다 보면 경제가 살아나겠는데요. 맨날 김밥 사먹어, 초콜릿 사먹어. 우의 왕창 팔려~ 컵에 촛불에... 사람들이 많이 걸어서 건강해져~ 고마워요 등신 선생~~~

승주나무 2008-06-05 09:53   좋아요 0 | URL
네~ 확실히 운동은 되는 것 같아요..
발이 좀 아프기는 하지만^^

마늘빵 2008-06-0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요. 크크. 우산 피켓 아이디어 좋네요.

승주나무 2008-06-05 09:54   좋아요 0 | URL
날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우산 피켓은 정말 눈에 확 띄더래니까요^^

무스탕 2008-06-0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바기는 청맹과니가 맞다니까요!

승주나무 2008-06-05 09:55   좋아요 0 | URL
저는 반거충이에도 한표 던집니다 ㅋ

순오기 2008-06-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 살리겠다고 큰소리치더니~ 이런 방법으로~~~ 청맹과니에 한표!
하여간 비가 오든 날이 좋든 수고하는 님들께 고맙고 미안하고~~~

승주나무 2008-06-05 09:56   좋아요 0 | URL
아녜요..우군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이명박이 밀리고 있어요.
하지만 배쩨라고 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죠 ㅡㅡ;
 

지난 달 초만 해도 일주일에 몇 개의 리뷰를 쏘아올렸었다.
책읽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고, 하는 일도 출판 관련된 일인지라 그렇게 됐다.

쇠고기가 벌겋게 익으면서 나의 독서 생활은 완전 엉망이 됐다.
현실이 허망해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온다.
책을 들고 싸울 수는 없고,
무엇보다도 책은 침묵해서 바라보아야 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현실상황에서는 너무 맞지 않다.

그래서 나의 리뷰는 아직도 103이다.
리뷰를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거리로 뛰어나가 사람들의 숨소리를 한줄이라도 더 느낄 것이다.

최근 투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이것이 나의 본모습인 걸 어찌하리~~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6-04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이에요~ 읽어도 쓸 수 없는 상태요.

승주나무 2008-06-05 09:56   좋아요 0 | URL
네~ 머릿속에 항상 그 생각뿐이죠^^;

하늘바람 2008-06-04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그랬다가 너무 밀려서 하는 수없이 간단한 몇개 올렸지요

승주나무 2008-06-05 09:56   좋아요 0 | URL
참 고욕이죠~~
안 나오는데 쓰려니^^;
 


한 주간의 페이지뷰를 분석해본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쇠고기 국면을 맞아 약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리에서는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가 수위...조중동은 꼴찌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전라도 아이들에게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정동영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는 거리에 가면 언론사의 영향력이 완전 뒤바뀐 것 같다. 하나 같이 '조중동은 언론사도 아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신문사는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 방송사는 MBC'라고 평가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50대 주부는 "얼마 전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18원씩 송금하고 영수증은 등기로 받자는 운동이 전개됐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않느냐? 그런데 조선일보에서는 '심재철 의원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쓰더라"라고 하며 어이없어 했다.

집회장에서 만난 대학생은 "<조선일보>에만 가면 집회 숫자가 1/10로 줄어들어 있더라"며 참여자 숫자 보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30대의 한 직장인은 "얼마 전 <조선일보> 인터넷판 메인 화면에 '시위대 3000명이 밤을 새워 농성'이라고 제목을 달아놨더라. 제목으로 따져보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날 집회에 3000명 정도가 참여했는지 끝까지 밤을 샌 사람이 3000명인지 모르게 해놨다. 보도행태가 몹시 교묘하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낱낱이 지적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행진이 조중동 앞을 지나갈 때면 "조중동은 찌라시" "불꺼라" 따위의 구호를 꼭 하고 지나갔다. 6월 1일 벌어진 광화문 충무공상 앞 집회에서 경찰 버스 위로 기자들이 올라가 있었는데, 시민들이 "조중동은 내려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한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가해 사과 성명을 받는 등 조중동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는 왜 그렇게 좋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40대 주부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를 지면에 담으려고 한 것이 가상했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직장인은 "집에서도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것을 해줘야 하는데 아쉽다"며 오마이뉴스의 현장 생중계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매체들이 해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심층보도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거리의 민심을 따라다니기만 하지 말고 뭔가 내놓으라는 것이다. 


주간지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시사IN과 한겨레21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으로 본 언론 매체의 인기도 분석

 
이런 현상은 인터넷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을 보면 가장 상승폭이 큰 매체는 뉴스메이커(3050)로 무려 1247단계 상승했다. 그 다음으로는 시사IN(2495), 671단계 상승했다. 이어서 한겨레21(1437)은 611계단 상승, 오마이뉴스(106)는 77계단 상승, 한겨레신문(145)은 57계단 상승, 경향신문(208)은 21계단 상승이다. 사실상 이 다섯 매체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조선일보(34)는 1단계 하락, 중앙일보(43)는 1계단 상승, 동아일보(71)는 1계단 상승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도표를 보면 5대 일간지의 페이지뷰 증가 양상이 대조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경향, 한겨레 등 최근 여론을 이끌고 있는 진보매체는 인기가 그야말로 '급상승'중인 데 비해, 조중동은 지리멸렬하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은 한 주마다 순위가 출렁이며 조중동의 절대 페이지뷰와 순위가 크기 때문에 변화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시적으로 드러난 그래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한편 경향신문의 주간지인 뉴스메이커와 한겨레의 주간지 한겨레21,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약동도 인상적이다. 특히 시사IN은 블로거팀을 가동해 정기구독자와 옛 시사모 회원들을 다시 불러모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사IN은 두 달만에 한겨레21을 따라잡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쇠고기 국면이라는 폭발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페이지뷰가 떨어지거나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도 미디어 영향력 변화 주시해

 
경향신문은 6월 2일자 24면 <설원태의 미디어돋보기>에서 "국내 미디어 세계에서 매체별 영향력의 서열이 곧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설원태 선임기자는 진보언론이 네티즌과 이슈를 공유하는 데 비해 보수언론은 괴담이나 배후음모론 등의 보도를 통해 반감을 산 데서 원인을 찾았다. 보수언론은 이미 '의제 설정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IN도 38호 <'그해 5월' 촛불정국 한복판에 경향신문이 있었다>를 내보냈는데, 지난해 하루 평균 9부에 그쳤던 경향신문의 정기구독 신청이 5월 15일에만 228부, 16일은 319부, 17일 417부 등 5월 한달 동안만 5000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 경향신문 송영승 편집국장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미FTA와 쇠고기 개방의 문제점을 비중있게 보도하여 오피니언 리더에게 신뢰를 얻었던 것이 이번에 일반 독자에게까지 넓혀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평론가 백병규씨는 "경향은 과도하다고 생각할 만큼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일찍부터 선명한 정체성을 확립해 갔으며, 2006년 9월 '진보개혁의 위기' 시리즈 등 지속적인 기획물을 통해 독자들의 인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같은 호에는 <네티즌에게 욕먹고 아마추어에게 밀리고, 조중동의 '잔인한 5월'>이라는 기사가 나갔다. 조중동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다음 아고라와 1인 미디어가 대활약을 펼쳤고 진보매체는 이런 목소리를 성실하게 보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조중동이 얼마나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지 비판했다. 조중동의 파워가 예전만 같지 못하며 특히 5월은 그 정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조중동에 대한 광고 불매운동과 경향,한겨례에 대한 응원광고와 자발적 구독운동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조중동의 아성은 아직도 건재하며, 진보매체와 네티즌들의 대약진은 조그마한 움직임을 보인 것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누가 더 잘 읽고 영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미디어지형의 운명이 결정난다는 사실이다.

조중동은 너무 늦고 네티즌은 너무 빠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8-06-0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승주나무 2008-06-05 09:57   좋아요 0 | URL
ㅎㅎ

웽스북스 2008-06-04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는 랭키닷컴인가요?

승주나무 2008-06-05 09:57   좋아요 0 | URL
다음 디렉토리 검색을 참조했습니다~

Koni 2008-06-0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색 사이트 순위에서 요즘 네이버가 밀리고 다음이 뜬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포털조차 중립적이지 않다는 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걸요.
 

진중권 교수는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잠좀 자라", "일좀 하지 말고 그 대신 문화생활을 즐겨라"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대통령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좀 쉬라는 훈계로 들을 수 있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문사철(文史哲)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처럼 좀처럼 시문이나 경구를 인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친미 일변도의 인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동양고전의 문구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의 100일을 논평해보려고 한다. 이명박의 업무 스타일부터 외교정책, 언행 등을 주제로 연재한다 - 승주나무 주













노 홀리데이(No Holiday) => ‘식소사번(食少事煩)’, ‘일모도원(日暮途遠)’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가 내걸은 구호는 '노 홀리데이(No Holiday)'였다. 휴식 없이 일주일 내내 일만 하겠다는 포부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대견히 생각했다. 급기야 국무회의를 1~2시간 앞서서 열겠다는 이른바 '얼리버드(Early Bird)'에 가서는 공무원과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돼기 시작했다. 덮어놓고 열심히 하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국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소사번(食少事煩)’은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많다’는 뜻으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제갈공명이 위나라 명장 사마의(사마중달)와 대치하고 있을 때 나온 구절이다. 하루는 사마의가 촉(蜀)의 사자에게 “공명은 하루 식사와 일처리를 어떻게 하시오?” 하고 물었다. 사자는 “승상께선 새벽부터 밤중까지 손수 일을 처리하시며 식사는 아주 적게 하십니다”라고 하였다.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도 줄여가며 친히 매사를 살핀다는 제갈공명의 근황을 전해들은 위나라 군사 사마중달은 ‘식소사번이라. 아, 제갈공명이 곧 죽겠구나.’  하고 예측했고, 아니나다를까 오장원에서 제갈공명은 죽었고, 사마중달은 살아남아 새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 중의 하나가 '이명박 과장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가 하면 전봇대 하나까지 관리하다 보니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어의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절하다.

"군자가 귀하게 여겨야 할 도가 셋 있으니, 몸을 움직임에는 사납고 거만함을 멀리하고, 얼굴빛을 바르게 함에는 믿음직하게 하고, 말을 함에는 비루하고 도리에 어긋난 것을 멀리해야 한다. 제사그릇을 챙기는 따위의 일은 하급 관리가 도맡을 일이다." 《논어》<태백>

이명박 대통령은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일모도원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이명박 정부의 노홀리데이, 얼리버드를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 말은 연원을 따지고 가면 그렇지도 않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귀족인 오자서는 간신의 참언에 놀아난 왕에 의해 아버지와 형을 잃고, 절치부심하여 이웃인 오나라의 재상이 되어 군사를 이끌고 초왕을 공격하였으나 이미 왕이 죽자, 왕의 무덤에서 왕의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을 가한 후에 그만두었다. 그의 벗 신포서가 이 일을 강하게 나무라자 오자서가 사과하며 한 말이 일모도원이다. 일이 급하게 돼 절차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변명인 셈이었는데, 오자서는 이런 급한 성정 때문에 자신이 세운 왕의 눈에 벗어나 처형을 받게 되었다. 비록 무능한 왕이 충신 오자서의 충언을 외면하여 모함을 쓰기는 하였지만 파국을 초래한 이유 중 하나가 오자서 자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상 사만천의 《사기열전》<오자서>)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번거롭고 오래 걸리고 답답한 민주주의를 버리고 건설사 사장 시절 해왔던 제왕적이고 독단적인 업무스타일로 성과를 앞당기려 하다가는 대통령직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방송사 지지율 조사에서 KBS(17.2), SBS(19.4), YTN(17.1)에서 모두 2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중대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6-04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6-05 09:57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이런 걸 비밀글로 해놓는 님은 에뤼~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