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과의 첫 만남은 제주도 한라산이었다.
멀리서 사슴이 달아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자유롭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몰래 본 것은 아니고 텔레비전에서 보듯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라 감흥이 없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몰래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주대학교의 중앙도서관에 108 계단에서 사슴과 조우했다. 새벽에 갓 동이 틀 때 사슴 한마리가 사뿐사뿐 발을 옮기며 계단을 가로질렀다. 거기에는 사슴과 나뿐 없었다. 나에게 사슴이란 무척 예민한 동물이다. 잎사귀가 미세한 바람에 쓸리는 소리에도 사슴은 예민하게 반응해 잔뜩 경계를 했다. 나는 사슴을 오랫동안 보기 위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야 했다. 사슴은 나를 의식했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았는지 예의 사뿐한 발걸음을 보여주며 갈길을 계속 갔다.

하지만 일본의 사슴공원(나라 국립공원과 동대사 일대)에서 온통 사슴 세상이 펼쳐진 모습을 보고 사슴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뒤집혔다. 이 노회한 사슴의 무리들은 내가 150엔에 사슴과자를 샀다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나에게로 몰려들었다. 혹은 볕 좋은 데서 낮잠을 자고 있는 늙은 사슴은 내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도 눈치채지 못한 듯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삐끼 사슴과 어르신 사슴



사슴이 잔뜩 그려진 버스를 타고 사슴공원에 놀러 갔다.



왼쪽에도 사슴



오른쪽에도 사슴이다.



삐끼 사슴. 150엔짜리 사슴과자 하나 사면 안 잡아먹는다고 말하는 것 같다.



노회한 사슴들은 우리가 사슴과자를 샀다는 것을 알고 어슬렁 어슬렁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한 입 잽싸게 베어물었다. 녀석들은 절대로 과자를 떨어뜨리는 법이 없다.


어른신 사슴 한마리가 길 한켠에 누워 있다.



얼마나 곤하게 잠들었는지 얼굴 앞에 카메라를 갖다 대도 세상 모르게 잔다. 사슴과자를 푸짐히 먹은 모양이다.




아마 인간이었으면 큰대자로 누웠을 것 같았다.




사슴과 셀카 찍기

사실 사슴들은 '사슴과자'만 아니면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가까이 가든 말든 사람들의 욕구만 채우면 되는 거다. 잡아먹힐 걱정도 없으니 그냥 무관심한 표정만 지어주면 된다.


사슴과 여러 차례 셀카 찍기를 시도해 보았는데, 사슴의 비협조로 잘 찍지는 못했다. 사슴공원 짬밥을 오래 먹었어도 사람과 셀카는 많이 안 찍어봤는지 되게 수줍어 했다.



사슴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사슴공원 테두리에 도랑이 놓여 있다. 사슴이 맛있게 물을 잡수시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눈치챘는지 '뭘 째려보슈' 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주시한다.




테러범 사슴

사슴의 테러 방법은 다양하다. 뿔로 받거나 뒷다리 공격하기. 하지만 이런 공격은 화가 무지 났을 때만 사용한다. 대개 사람은 다가가서 들이대거나 핥아주거나 하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별 힘 들이지 않고 당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종이 같은 것을 사슴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사슴과자를 먹으면서 훈련을 해온 사슴은 귀신같은 실력으로 종이를 덮썩 물고는 놓아주질 않는다.



사슴이 작업을 걸고 있다. 혀로 살색 부위를 살짝 핥아주는 것이다. 딴에는 사슴과자를 내놓으라는 모션인 듯하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머리를 들이대 부비적거리기도 한다. 부비적거리기 공격을 받으면 나도 부담스럽다.



테러범 사슴의 우두머리가 단체사진 찍는 현장을 덮치고 있다. 종이를 본 것이다. 이 사슴은 사슴과자를 하루종일 못 얻어먹고 화가 단단히 났음이 분명하다.



조카 학교숙제로 제출해야 하는 팜플렛을 한입에 뜯어버렸다. 겨우 반쪼가리만 건질 수 있었다.




조카도 몹시 봉변을 당한 듯하다. 애랬던 조카가~



사슴에게 제대로 당한 듯하다. 사슴만 가까이 오면 마구 도망가고 있다.



장난감을 주며 달래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테러를 당했길래. 좀더 비싼 장난감을 사준다고 약속한 후에야 울음을 멎게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슴과 조카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조카야, 이게 갖고 싶었던 거니 ㅠㅠ 혹시 벌써 사슴의 언어를 터득한 것은 아닐까 몹시도 궁금했다. 나도 어릴 때 사슴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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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2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아리따운 분미 바로 승주나무님의 꽃사슴?(아 유치하다...)
조카 참 귀엽네요~
'다시 태어나면 사슴으로' 하던 생각 취소할래요. 왠지 처량해 보입니다.

승주나무 2008-06-23 09:38   좋아요 0 | URL
네~ 꽃사슴 몰래 올렸습니다 ㅋ

웽스북스 2008-06-2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슴 귀여워요 흐흐흐

승주나무 2008-06-23 09:39   좋아요 0 | URL
사슴 눈은 황소 눈처럼 참 예쁜 것 같아요^^

모과양 2008-06-23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행복해보여요^^

승주나무 2008-06-23 09:39   좋아요 0 | URL
^^

무스탕 2008-06-2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끼 사슴을 참 이쁜 녀석으로 골랐네요 ^^

승주나무 2008-06-23 09:39   좋아요 0 | URL
네~ 나라 국립공원 삐끼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사슴이라죠 ㅋㅋㅋ

전호인 2008-06-2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슴에 대한 좋은 상상만 있었는 데 님의 글을 통해 환상이 깨졌어요. ㅎㅎ
이 글을 계기로 님이 사슴들로부터 왕따를 받지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승주나무 2008-06-24 00:27   좋아요 0 | URL
사슴과 좀더 친해지면 새로운 인상이 생길 거에요~
나중에 거기 한번 더 가면 이번에는 좀더 찐한 포즈로 사슴과 함께 할래요 ㅋ

프레이야 2008-06-24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사슴이 제 외투에 묻혔던 콧물이 생각나요.
처음엔 좋아하다가 나중엔 겁이 나서 울던 작은딸도 생각나구요.
조카 마지막 사진, 흐뭇해 하는 게 넘 귀엽네요.
사슴과의 모종의거래 ㅎㅎ

승주나무 2008-06-25 00:42   좋아요 0 | URL
앗~ 혜경님이다^^
조카가 그날 잭팟을 터뜨렸더랬죠 ㅋ

2008-06-25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5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음 블로거들도 지금 의견광고 행렬에 가세하고 있어요. 경향신문이 날마다 기다려지는 이유^^

블로거 의견광고 봇물


경향신문, 한겨레 등 정론매체에 대한 의견광고 경쟁이 시작됐다.
이제까지 개인이나 단체 등의 의견광고는 많았지만, 블로거들의 의견광고는 많지 않았다는 점이 의아했다. 그런데 책 커뮤니티인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블로거들이 먼저 일을 냈다. 6월 19일 경향신문 2면에 알라딘 누리꾼 63명의 명의로 된 의견광고가 올라갔다.



6월 16일 경향신문 2면에 게재된 63명의 알라딘 누리꾼 명의로 된 의견광고. 재정과 예산을 분담한 누리꾼을 중심으로 일 주일 간의 입금과 문안작업을 통해 광고를 싣게 되었다.

이에 경쟁 커뮤니티인 예스24 블로거들이 자극을 받아 의견광고 작업에 돌입했다. 예스24의 의견광고는 아예 입금에서 문안, 제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A~Z의 모든 작업을 도맡아서 하기로 했다. 즉 <광고제작팀><입금확인팀>, <광고완성팀>, <신청접수팀>으로 작업을 분류하고 진행상황을 페어퍼에 계속 올려놓으면 블로거들이 댓글을 통해 의견을 조율해가는 구조다. 현재 약 40명에 가까운 블로거가 입금을 완료했으며 시안 작업에 열중 중이다.

<광고제작팀>을 맡고 있는 아아디 'operion'에 의하면 의견광고는 (1) 카피와 이미지 중심으로 갈지, (2) 헤드카피와 텍스트 중심으로 갈지 논의중이라고 한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1)안은 시인성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고, (2)의 경우 시인성은 포기하는 대신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겠지요."라고 설명했다. <신청접수팀>을 맡고 있으며 이번 의견광고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디 'propharm'에 따르면 예스24 블로거들만의 결과물을 낸 후에 알라딘 등 다른 독서 커뮤니티와의 공동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알라딘 누리꾼들은 72만6천원으로 1차 광고비를 집행하고도 60만원 가량이 남아 2차 광고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2차 광고는 한겨례나 시사IN이 될 확률이 많다.


▲ 한겨레 2008년 2월 11일 10면 / 신문 실제 촬영 (사진제공 : 커서님)

블로거들 중에는 이미 의견광고를 낸 팀이 있고, 지금 한창 의견광고 작업을 하고 있는 팀들도 있다. 그 중에서 먼저 의견광고를 냈던 아이디 '미디어한글로'는 "신문 1면 광고처럼 엄청난 금액의 광고는 개인이 내지 못하지만, 이런 운동이 일파만파로 번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다른 팀도 블로거 팀도 의견광고 작업이 한창이다. 블로거기자인 아이디 'peter153'는 충청신문 기자이며 14년째 언론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의견광고를 독려했다. 하지만 유사 사기 사례가 적지 않아 몇몇 블로거들은 그에게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평소 블로거에 이따금씩 들려서 글을 올리다 보니까 촛불집회에 관한 글들은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 신문에 다음블로거님들 이름으로 나오는 의견광고는 없더군요"라고 아쉬워했다. 21일 현재 9명이 51만원의 성금을 보내주었다.


미디어 소비자 운동의 양대 축

회원수 2만5천여 명인 조중동폐간 국민캠페인은 매일같이 일명 '오늘의 숙제'라는 게시물을 올린다. 거기에는 조중동에 광고를 낸 기업들의 정보와 광고담당자 전화번호가 빠짐없이 올라가 있다. 그리고 '오늘의 숙제'가 올라갈 때마다 댓글이 수백 개 씩 달린다. 게시물이 올라가면 다음 아고라에 '펌글'이 올라가고 이것이 메인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확산의 확산을 거듭한다. 때문에 조중동에서는 광고매출액이 현저히 줄었다.'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누리꾼들이 광고주 압박 운동을 본격화한 이후 지난 9일(월요일자)부터 17일(화요일자)까지 8일 동안 발행된 지면수를 살펴보면, 조선의 경우 하루 평균 49면을 발행하는 데 그쳐 16면이 줄었고, 중앙은 하루 평균 46면(10면 감소), 동아는 하루 평균 44면(10면 감소)을 발행하는 데 그쳐 10면 이상의 지면이 줄었다.
때문에 조중동은 광고주 압박 운동에 대해서 민형사상 대응을 계획하는 한편 검찰과 한나라당에서도 광고주 압박 운동을 엄격히 단속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조중동이 광고매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불똥이 경향과 한겨레 등에게도 옮겨붙고 있다. 대기업의 광고주들이 조중동의 복수를 두려워해 경향과 한겨레에도 광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광고주 압박 운동에 대해서 찬반 논쟁이 매우 뜨겁다.
광고주 압박 운동이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면 소액 광고주들의 의견광고 물결은 포지티브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의 경우 6월 보름 동안만(6/2~6/14일) 총 24면(전면광고 1건)의 하단광고에 독자들의 의견이 쇄도했으며 단독으로 하단광고를 게재한 단체는 14개에 달한다.

하지만 대체로 카페나 대학교 동문, 개인 등에 국한되며 누리꾼이 광고의 주체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누리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아가는 '온오프 일치'와는 다른 현상이라 아쉬움을 더해 왔다. 그러다가 '누리꾼은 자기 주장만 강하고 실제 지갑은 열려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의견광고와 알라딘 서재지기들의 의견광고 행렬에 이어 예스24와 타 블로거들의 의견광고 행렬이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2008년은 미디어 소비자운동의 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다. 안티 조선일보 운동이 시작된 지 매우 오래 됐지만, 조중동이 위기감을 느낄 만한 파괴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캠페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커뮤니티 할 것 없이 의견광고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진실한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열망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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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2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견광고로 가장 하고픈 건, 조선일보에 "조선일보 폐간하라"라고 아무 배경없이 내보내는거에요. 큭큭.

승주나무 2008-06-24 00:27   좋아요 0 | URL
그건 아마 가장 비쌀 듯~~

몽당연필 2008-06-22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승주나무 2008-06-24 00:28   좋아요 0 | URL
^^

2008-06-22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6-24 00:28   좋아요 0 | URL
네~ 어쩐지 좀 허전하더라니깐요 ^^

순오기 2008-06-2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먼저 하는게 중요해요. 알라딘 아자아자!
'조선일보 폐간하라!'최고에요~~~ㅋㅋㅋ

승주나무 2008-06-24 00:28   좋아요 0 | URL
서재지기는 선빵을 중요시합니다. ㅋㅋ
 

촛불문화제가 한창이던 6월5일~8일 동안 일본 여행을 했습니다.
거리로 다니고 촛불문화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 사진들을 묵혀 두었습니다. 감히 올릴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주말에 좀 짬이 나서 올립니다.

간사이공항을 이용해 난바시트 근처의 '슈퍼호텔'이라는 곳에 머물렀습니다. 슈퍼호텔은 일본 호텔 체인점인데 값이 싸면서도 시설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라 국립공원과 동대사, 오사카성, 오사카 시립박물관, 텐포쟌소핑몰, 빅카메라, 난바거리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했습니다. 서울과 비슷한 것이 참 많았는데, 서울과는 다른 독특한 것들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서울에 있었으면 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우선 숙소입니다. 일본의 치약은 참 실용적인 것 같습니다. 몇 번 쓰지 않을 것이니 우리나라 치약처럼 양이 많을 필요는 없겠죠. 딱 하루 정도의 양을 담고 있습니다.


소방대 진입 전용 입구입니다. 불이 나면 이쪽으로 소방대원이 창문을 깨고 들어옵니다. 역시 안전제일대국 답게 비상시의 장치들이 섬세했습니다.



지하철입니다. 지하철은 거의 다 자동인 것 같습니다. 우리처럼 상시 직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시직원은 자판기 가지고 장난치거나 어떻게 할지 몰라 하고 있으면 불쑥 나와 이용자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저기가 문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하철 출입구입니다. 승차권을 넣었을 때 뒷사람을 대기시키기 위해서 승차권 투입구에 '정지(停止)라는 팻말이 쏙 나타납니다. 일정 시간이 되었을 때 자동으로 사라지게 돼 관리가 자동으로 됩니다.


손잡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키에 맞게 올망졸망하게 늘어져 있었는데 노약자석 쪽으로 갈수록 낮은 손잡이가 많이 달렸습니다. 이런 거는 우리나라 지하철에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약자석에 대한 안내도 상세했습니다. 왼쪽부터 지팡이를 든 노인, 만삭의 임신부, 갓난아이 어머, 목발을 짚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장애우, 천식이나 상사병(?) 걸린 사람들이 이 자리에 앉게 돼 있습니다. 좌측 상단에 휴대폰 사용 금지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일본의 친지에게 물어봤더니, 지하철에서 휴대폰 통화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있은 후로부터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푯말이 붙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문 수거용 쓰레기통이 있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중학생 이하 청소년은 요금의 거의 공짜였습니다. 심지어 중학생 이하 청소년과 동석하면 어른 요금을 할인해주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대선 때 선관위가 나눠준 투표증으로 시끌시끌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하루 밖에 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디서는 쓸 수 없었지요.



우산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비밀을 씌워서 갖고 들어가지만, 이렇게 열쇠로 보관하면 참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개국어로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한국어가 가장 아래 있네요^^



이 사진을 왜 올리느냐구요~ 오른쪽 하단에 보면 어디서 제공했는지 정보가 적혀 있었습니다. 워낙 눈여겨 보아서 이런 게 보였겠지만, 우리도 이런 거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인지 아니면 일본인들의 기본 습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저만 그렇다구요^^;




우리도 일반택시와 모범택시가 있듯이 일본에도 택시마다 기본 가격이 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모범택시에 얼마를 더 줘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무서워서 타질 않습니다만, 이렇게 안내판이 있으면 모범택시도 탈만 할 것 같습니다. 싼 택시와 조금 비싼 택시의 외양이 확 차이가 납니다.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병원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엘레베이터에 점자로 된 단추가 있었습니다. 이거는 우리나라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횡단보도에는 이런 점자 안내판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버튼으로 횡단보도가 켜졌는지 알려주는데, 일본은 이렇게 점자판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횡단보도에 그려진 사람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조금 나이들어 보였습니다. 역시 노인의 천국인 일본이라 횡단보도도 중년의 신사로 해놓은지 모르겠네요.


아기자기한 구석에서 일본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일본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실용정부가 이제 섰으니 이런 실용적이고 세심한 부분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여행은 즐거웠는데, 이런 장치들을 거리에서 만나면 기분이 또 좋아졌습니다.


일본여행후기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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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6-2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님의 조곤조곤한 눈길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상사병이 아니라 심장병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저 우산 꽂이가 마음에 들어요, 매번 건물 들어갈 때마다 비닐 너무 아깝잖아요, 저는 가급적 안쓰긴 하지만 말이죠 ;;;

승주나무 2008-06-21 22:45   좋아요 0 | URL
우히히!
우산 꽂이는 한국에 떼서 가져가고 싶더래니까요^^
상사병은 농담입니다. 저도 심장병 징후가 있는데, 상사병이 걸리면 몹시 심하게 앓더군요^^

웽스북스 2008-06-21 22:59   좋아요 0 | URL
아 사실 저는 처음에 쓰신거 보고,
일본 너무 낭만적인 나라잖아 막 이랬다는 거죠 ㅋㅋㅋㅋ

승주나무 2008-06-23 09:40   좋아요 0 | URL
낭만적인 도시임은 사실인 것 같아요.
구걸하는 노숙자는 별로 없고, 다들 기술 하나를 가져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지하철도 참 깔끔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잡상인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

paviana 2008-06-2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12일부터 15일 까지 간사이로 들어가서 오사카 교토 나라등을 다녔어요. 사진정리해서 올려야 되는데 이래저래 맘만 바빠 여태 컴으로 옯기지도 못하고 있네요.
동대사의 초를 보니 다시금 동대사가 생각나네요. 이번 여행 중에서 제일 놀랐던 곳이 그곳이었거든요.
승주나무님의 후기 계속 기다릴게요.
참 이번에 여러가지로 수고하셨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요.

승주나무 2008-06-23 09:42   좋아요 0 | URL
paviana 님~ 사진 얼른 정리해서 올리세요~
우리 이러다가 일본 여행 홍보대사 되는 거 아니에요^^
동대사도 좋지만, 저는 오사카 성이 제일 맘에 들어요.. 그때는 참 험악했겠지만..
글구.. 수고라뇨~ 여러 가지 수고를 이제 해주실 텐데요^^;

마노아 2008-06-2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심한 눈길로 바라보니 더 많은 것들이 보이나봐요. 2탄도 기대할게요. ^^

승주나무 2008-06-23 09:43   좋아요 0 | URL
와~ 마노아 님의 성원에 힘입어 2탄 벌써 올렸습니다.
사진을 한 3,000장 정도 찍고 왔는데
스토리텔링을 좀 고민하고 있습죠 ㅎㅎ

일터 2012-08-2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기 있는 지하철 픽토그램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조사단을 파견했을 때 한국의 좋은 점을 본받자고 해서 만든 것입니다. 알고보면 ... 무지 슬픈 사연이 있는 픽토그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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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있는 지하철 픽토그램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조사단을 파견했을 때 한국의 좋은 점을 본받자고 해서 만든 것입니다. 알고보면 ... 무지 슬픈 사연이 있는 픽토그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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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있는 지하철 픽토그램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조사단을 파견했을 때 한국의 좋은 점을 본받자고 해서 만든 것입니다. 알고보면 ... 무지 슬픈 사연이 있는 픽토그램임.

일터 2012-08-2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기 있는 지하철 픽토그램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조사단을 파견했을 때 한국의 좋은 점을 본받자고 해서 만든 것입니다. 알고보면 ... 무지 슬픈 사연이 있는 픽토그램임.

일터 2012-08-2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기 있는 지하철 픽토그램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조사단을 파견했을 때 한국의 좋은 점을 본받자고 해서 만든 것입니다. 알고보면 ... 무지 슬픈 사연이 있는 픽토그램임.
 

기득권 보수세력의 예봉을 꺾은 촛불

답답하다. 촛불국면이 좀처럼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촛불 수십 개가 100만 개의 거대한 행렬을 만든 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과 세계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경찰의 과잉 대응이 공헌한 바가 있었지만, 촛불은 구린내 나는 세태를 비틀며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색깔을 달리했다. 이 점이 주효했다. 이를 전쟁에 비유하자면 일단 예봉을 꺾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득권 세력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두어 보수의 전성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다들 예측하였고, 이에 맞서는 세력들은 연이은 패배로 좌절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겨룰 만한 상대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이명박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시민사회는 촛불문화제를 통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자체적으로 불상사를 예비하기 위한 준비까지 갖추어 대오를 유지했다. 비폭력이라는 명분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 공헌했다.

하지만 선봉에서 적의 예봉을 꺾었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는 정부나 기득권 세력에 비해서 세(勢)가 약하기 때문에 그들이 진열을 갖추게 된다면 의외로 싱겁게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 이미 몇몇 부분에서 이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보수 단체들은 촛불시위를 막기 위해서 맞불 시위를 열거나 폭력행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경찰은 거대한 컨테이너로 시민들의 '물리력'을 사전에 봉쇄했다.

이 시점에서 두 개의 전쟁 역사를 돌아보면서 촛불문화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촛불문화제는 상대가 명확한 투쟁이므로, 전쟁의 관점에서 쓴다.

실패한 '동학농민전쟁'

동학농민군과 아테네 연합군은 모두 상대에 비해서 현저하게 세력이 적은 '약자'였다. 이에 맞서는 상대는 관군과 페르시아 대군이다. 하지만 동학농민군은 실패했고, 아테네 연합군은 성공했다. 전쟁의 국면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동학농민전쟁은 1894년에 일어난 민중의 무장 봉기를 가리킨다. 동학은 서학에 맞선다는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수탈이었다.
고부는 전라도에서도 으뜸가는 곡창 지대였는데 그 때문에 수탈과 폭정이 잦았다. 군수 조병갑(1844-1911)의 폭정이 심해지자, 1894년 1월에 전봉준(1854년-1895년)과 수백 명의 농민들은 고부 관아로 진격하였다. 이에 놀란 군수 조병갑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았고, 농민들은 수탈에 앞장섰던 아전을 처단하였다. 하지만 농민군이 사후 대책을 세워 놓지 않아 우물쭈물대는 사이에 관은 회유책을 쓰는 척하면서 관련자들을 혹독히 탄압하는 꼼수를 사용하였다.
이에 분개한 농민들은 다시 군대를 정비하여 관군에 맞섰다. 농민군은 관의 수탈에 고통을 겪고 있는 민심을 기반으로 정읍, 흥덕, 고창, 무장 등을 점령한 데 이어 장성 황룡촌 승리, 전주성 입성까지 파죽지세로 내달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관군은 완산에 머물면서 발전된 무기로 포격을 하는 한편, 봉기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고부군수, 전라감사, 안핵사 등을 징계하였으며 앞으로도 관리의 수탈을 감시하여 징계하겠다는 것을 밝혀 봉기의 명분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해 청군이 이미 당도했고 일본의 군대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출병하였다. 동학군은 이런 상황에 따라 폐정개혁 12개조를 요구하고 전주성에서 철병했으나 이미 끝난 전투였다.
동학 농민군은 탄압과 수탈에 대한 대항이라는 수세적인 탄생배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엄청난 민심의 지지를 기반으로 일어난 이후에도 수세적 성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명분싸움에서 진 것이 첫 번째 패인이다. 동학 농민군이 수탈의 구조적인 모순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패인은 상대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점이다. 오히려 관군이 농민군의 움직임을 모두 간파하고 복합적인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성공한 '페르시아 전쟁'


로마시대의 그리스 역사가이자, 신관인 플루타르코스가 비교영웅전의 형식으로 쓴 책이다. 1권의 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 제국의 전략을 예측해 주도면밀하게 대응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페르시아 전쟁(BC 492경~449경)을 보면 그리스 반도의 도시국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페르시아는 지금으로 따지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할 만큼 제국의 면모를 갖춘 국가였다. 이들이 아테네 연합군을 농락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워 보였다. 하지만 2차례에 걸쳐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에서 페르시아는 모두 패하고 만다. 첫 번째 패배는 그 유명한 '마라톤 전쟁'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전쟁은 두 번째 전쟁(BC480)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 <테미스토클레스 편>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 연합군의 해군 사령관이었고 그의 상대는 페르시아의 황제 크세륵세스였다. 1차 페르시아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병력이 그리스로 당도하자 연합국가들은 모골이 송연해 항복할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리스 연합국가는 이권 다툼이 극도에 달아 내전 상황이었다. 이 때 테미스토텔레스는 두 가지 대책을 세웠다. 첫 번째 대책은 아테네의 시민들을 모두 피신시켜 본격적인 전시 체제를 갖춘 것이다. 한편 이를 명분으로 아테네 연합군을 설득할 수 있었다. '배 200척으로 이루어진 도시'라는 말은 아직도 유명하다.

"우리의 도시는 그리스에 있는 그 어느 도시보다 더 훌륭하오. 그것은 우리의 배 200척으로 이루어진 도시요. 당신이 원한다면 그 배는 당신 나라를 지켜줄 것이오. 그러나 만일 당신들이 전과 같이 우리를 배반하고 줄행랑을 놓는다면 그리스(그리스는 한 국가가 아니라 반도 내의 공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 식대로 말하면 '동북아'와 비슷한 개념이다 - 글쓴이주) 사람들 중 오로지 아테네 사람들만이 소중한 영토와 자유가 넘치는 도시를 차지할 수 있을 뿐, 당신네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연합국가들은 연합군에서 이탈할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었다. 테미스토텔레스는 크세륵세스에게 역정보를 흘려 연합군의 이탈을 막고 '배수진'을 칠 수 있었다.

'그리스 군은 곧 후퇴하고자 한다. 충고하건대 그것을 막는 것이 좋으리라. 그들이 지상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해전을 통해 전멸시키도록 하라'

크세륵세스는 당연히 뛸듯이 기뻐하여 각 함대 사령관에게 연합군을 완전포위하라고 지시했고, 연합군은 목숨을 걸고 일전을 치르는 수밖에 없었다. 테미스토텔레스는 협소한 지형을 이용하여 페르시아 대군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고 페르시아 해군은 폭풍우와 게릴라 공격에 시달려 수많은 병력을 잃고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테미스토텔레스가 이 때 고안한 세 번째 대책이 전쟁의 성패를 갈랐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당연히 패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병력이나 모든 조건을 보았을 때 페르시아가 패배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테미스토텔레스는 크세륵세스에게 교묘한 심리전을 사용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패배와 좌절을 과도하게 해석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크세륵세스에게 결정적인 밀서를 전달한다.

"그리스 군은 해전에서 이긴 기세를 타고 헬레스폰트로 배를 몰고 가서 거기 있는 부교를 끊어버릴 계획이오. 그러나 테미스토텔레스는 대왕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이 사실을 알려드리는 바이니 대왕께서는 속히 그 다리를 건너 대와의 영토로 돌아가시라고 하오. 그 동안 이 사람은 그리스 군 연합함대가 지체하도록 시간을 벌어드리겠소."

이 말을 들은 크세륵세스는 매우 놀라 황급히 후퇴하고 말았다. 아울러 전쟁에서 테미스토텔레스에게 완전히 놀아난 황제가 되고 말았다.

테미스토텔레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전을 종식시키고 강한 상대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낸 점이다. 아테네 국내는 물론 그리스의 연합군을 일치단결시킨 것은 테미스토텔레스의 기지와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전쟁의 국면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카드와 상대방의 카드를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상대방의 카드에 따라서 자신의 카드를 바꿀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약한 것을 강하게 보이기도 하고,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전쟁의 가장 중요한 작전이다. 크세륵세스는 테미스토텔레스에게 예측되었기 때문에 패배했고, 테미스토텔레스의 작전은 예측을 불허했기 때문에 승리했다.


물리적인 촛불은 당연히 꺼진다.

촛불세력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촛불문화제의 국면은 여러 모로 볼 때 동학농민전쟁과 유사하며 그 결말도 이와 같을지 우려된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명분으로 내세워 '명분싸움'이 벌어진다면 촛불세력은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청군과 일본군의 역할은 고엽제전우회와 뉴라이트연대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들에게 집회허가를 내줌으로써 촛불문화제를 '불법시위'로 보이게 하고, 보수 단체가 폭력적으로 대응할수록 당국은 미소를 짓게 된다. 왜냐하면 촛불세력이 흥분해 폭력으로 대응하면 이전투구의 양상 속으로 이들을 가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촛불세력은 국민의 지지를 점점 잃어갈 것이다.
세 번째는 장비다. 살수차와 휴대용 소화기, 대형 컨테이너와 수많은 닭장차로 무장한 경찰을 상대하는 촛불세력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일 수밖에 없다. 촛불세력은 이런 불안 요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6월 20일 광화문. 한 보수단체의 회원이 우산에 촛불시위를 반대한다는 피켓을 붙여놓고 계단에 앉아 있다. 옆에는 각목이 놓여 있다. 이것은 '의도된 폭력'이다. 촛불을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빠뜨리려는 낚시질용 몽둥이인 셈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집회를 허락했다.


촛불의 성격을 엄밀히 따져보자. 촛불을 일어나게 한 원인을 따져보면 일단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발이 직접적인 동기였고, 국민들의 지지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촛불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수세적인 기반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과 학계, 시민단체 등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만약 이명박 실정이 구조적인 모순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이 모순을 깨뜨릴 대안이 제시돼야 하며, 이명박 실정에 대한 반발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포장과 눈속임으로 실정을 감출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반발은 곧 수그러들 것이다. 촛불이 갇힌 프레임이다.
촛불은 비폭력을 무기로 삼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촛불은 물리력이다. 폭력을 쓰지는 않았지만, 초를 들어야 하고 거리로 나가야 하고, 거리행진을 하면서 차량의 이동을 방해하는 모든 움직임이 물리량이다. 하지만 물리력은 한계가 있다. '물리적인 촛불'에 갇힌다면 촛불은 당연히 꺼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빛깔로 분출돼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촛불이 계속 불붙을 수 있다.
비폭력과 물리력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건이다. 촛불이 과연 비폭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안하다. 만약 촛불이 고엽제 전우회 같은 단체와 맞서 폭력을 사용한다면 촛불국면은 매우 빠른 속도로 사그러들 것이다.


촛불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

후마니타스의 박상훈 대표는 경향신문, 진보신당 주최로 17일 서울 여의도 진보신당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시국 대토론회 제2차 ‘촛불집회와 진보정당의 과제’에서 촛불집회로 한국 사회 내의 구조와 제도로서 정치의 보수성이 해체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과 91년의 5월 정국, 97년 총파업, 2000년 촛불정국, 2004년 탄핵정국 등 대규모 운동의 개입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정치의 세계는 계속해서 보수적 독점체제의 지속으로 나타난 것을 주장의 근거다.  “광범한 대중적 참여와 운동의 시기에는 어떤 변화라도 가능할 것 같은 집합적 열망의 분출이 일순간 국면을 휩쓸다가도, 어느 순간 상황은 종결되고 탈동원화와 일상화의 주기로 돌아가 버린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싸늘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87년 민주화행쟁 이후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속물화되고 보수화됐는지, 그것도 민주화행쟁을 주도한 사람들에 의해서 그렇게 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자신이 386이면서 386을 정말 싫어한다는 우석훈 씨는 <88만원 세대>에서 386을 68세대와 비교해 비판했다.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386의 자기 결집은 사회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중략)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의 68세대들이 공교육 체계를 대학까지 연장시키면서 다음 세대들이 보다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고 20살에 독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은 반면 우리나라의 386은 학벌주의와 겨에엘리트주의를 더욱 강화시키는 반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지금 10대와 20대가 맞게 된 조금 황당한 상황들은 사실 이 386세대에게 상당한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77~178쪽>

내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촛불'이 '무덤의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우리는 87의 성과를 추억할 뿐, 실패의 폐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시민들이 꿈꾸는 세상과 변화에 대한 희망은 이미 죽어서 무덤에 묻혔는데, 무덤 앞에서 울면서 그 날의 상황을 추억하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2008년에도 신문지상에서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론지들은 촛불을 찬양하며 엄청난 지면을 촛불에게 바치고 있다. 촛불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매우 귀하게 됐다. 100만인 행진이 어떻다는 말인가? 100만인 행진은 그 결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 다시 속물화된 일상을 살아가면서 '나도 한때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누볐지' 하는 초라한 추억으로 자위를 하지 않으려면 이번 전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거리에서 타오른 물리적인 촛불은 반드시 다른 곳으로 옮겨붙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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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6-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혁명의 추억'입니다.
그 자신이 깨져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지만 추억으로 덧씌워졌으니 잘 안 맞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혁명의 추억'이라는 유령이 신문을 돌아다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람시에 대해서는 좀더 알아봐야겠습니다. 요즘 잘 걸리는 이름이거든요^^
 

 




찌리릿 님이 배송해준다고 할 때
"예 알겠습니다" 하고 토스를 했더라면 고생을 덜 했을 텐데,
눈치보면서 송장을 쓰고 보냅니다.

총 7분이 배송요청을 해주셨구요~
그 분들께 전국으로 배포했습니다.
서울대전대구 부산 많더군요~


경향신문 덩어리가 왔습니다.
30부, 역시 어김없이 수취인 부담으로요^^




펼쳐 보았습니다.
쫙~ 하니 멋지죠!!


제주 출신인데 경향신문을 지방에서 보기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경향이 좀 더 여유로워지면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23부가 남았습니다.


1. 추가 요청을 하시면 보내드리고

2. 월요일이나 화요일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으면 제게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3. 택배를 받는 즉시 확인댓글과 함께 10초 내로 주소와 연락처 정보를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blog.aladin.co.kr/booknamu/2144263

4. 추가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의견광고에 참여를 하지 않으셨더라도 괜찮습니다. 추가신청까지 받고 나서도 남은 분량이 있다면 기념으로 찌리릿 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고객영업이나 알라딘 포트폴리오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예스에서 자극을 받아서 자체적으로 의견광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지기들이 조그마한 흐름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고,
예스 블로거들의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주는 정신 없으면서도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 아프 회계이사 님을 위한 추신


수취인 부담 : 3,000원
배송비 : 7인 * 2처넌 : 14,000원
중간합계 17,000원입니다.

혹시 추가신청자가 있으면 더 나올 수도 있으니 나중에 최종보고할 때 결제해주시면 됩니다^^
아~ 그런데 수취인 부담으로 안 하고, 남은 거에서 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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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08-06-2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코 이런.. 착불로 해주시지요.
거금 내놓으시고 직접 사보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너무 송구스럽잖아요ㅜ
이것 참;;;;;

승주나무 2008-06-21 17:03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힘들게 만든 신문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그 분들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순오기 2008-06-21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모로 애쓰셨습니다.
우리는 20일자 신문을 동아일보 던져넣고 갔어요.
지국에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헉~19일자가 그리 됐다면 어쩔뻔했어요.><

승주나무 2008-06-21 17:03   좋아요 0 | URL
정발요~
저희도 신문주머니는 '조선일보'를 쓰고 있기는 해요
경향신문이 돈 많이 벌면 신문주머리 하나 갖다주었으면 좋겠는데^^

찌리릿 2008-06-21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힘드셨겠어요!
남은 건 저희 알라딘에 보내주시면 기념소장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승주나무님의 실행력에 항상 놀랍니다 ^^;

승주나무 2008-06-21 17:05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서재지기도 기념으로 하나씩 갖고 있고,
알라딘도 기념으로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실행하면서 정작 실행하지 못하는 일들이 잔뜩 있는걸요.
부끄럽습니다^^

해콩 2008-06-2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늘 무사히 받았습니다. 이 곳(부산)에서도 여전히 경향은 구하기 어렵더군요. 넘넘 감솨. 제 닉네임이 없어서 좀 아쉽지만 한겨레를 기약하면서... 옆자리 절친에게 자랑도 하고. 7시 집회가 있는데 비도 오고... 가지말까 하다가 가기로 맘 굳였습니다. 승주님의 글, 글샘님의 글의 힘이지요. *아! 느티나무님 덕분에 오마이뉴스의 기사도 봤어요. ^^

승주나무 2008-06-21 22:43   좋아요 0 | URL
벌써 도착했군요. 오마이뉴스 글도 읽으시구^^
2차에는 더욱 멋지게 만들어보자구요^^

지호 2008-06-2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오늘 오후에 신문 받았어요~다음주에나 올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로보니 더 신기하네요.흘흘^^ 감사합니다.

승주나무 2008-06-21 22:44   좋아요 0 | URL
garoora 님//도착했군요. 새벽에 문자 잘 받았습니다. 답장도 못 보냈군요. 그러고 보니~~

건조기후 2008-06-2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받아보았답니다. 직접 보니까 저절로 입이 헤벌쭉^^
승주나무님 끝까지 정말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승주나무 2008-06-21 22:44   좋아요 0 | URL
우히히!!
몸은 좀 힘들었지만, 보람은 넘쳐나는 한주였습니다.
나에게 큰 보람을 선사해준 건조기후 님^^

2008-06-2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6-24 00:33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이벤트 한번 거하게 하세요 ㅎ

Arch 2008-06-2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어요. 맨날 토닥토닥. 주물주물

승주나무 2008-06-24 00:33   좋아요 0 | URL
아얏 시원해~
손이 매우시군요^^

2008-06-24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