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그 동안 촛불집회 나가면서 시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그려낸 미친소의 여러 버전을 만났습니다.
촛불이 잠시 쉬는시간을 가졌지만,
마음속의 촛불만은 아직도 활활타오르리라 믿으면서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는 미친소 콘테스트를 개최합니다.
트랙백으로 좋은 사진을 걸어주시면 콘테스트가 더욱 빛나겠죠?
특히 이번 콘테스트를 위해서 일본에서까지 참가를 해주셨습니다.
우호관계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일자별로 정리하며 번호를 붙입니다.
댓글을 많이 받은 미친소가 진정한 미친소에 등극할 것입니다.
상품은 없고 청와대 게시판에 올릴까 생각중입니다 ㅋㅋ

※ 미친소 콘테스트에 참여한 국가는 한국, 일본, 미국이며 동물의 종류는 소, 고양이, 쥐 등등입니다.


[기호1번,뇌숑숑쿠멍티악(미국식발음)] 5월 29일 환경운동연합에 모셔진 미친소를 찍어왔습니다. 왼쪽에는귀는 미국국기, 오른쪽에는 USA, 뿔 하나는 도망갔고, 뇌는 송송구망탁하고 눈은 사팔뜨기로 표현했습니다. 상당히 예술성이 있는 작품으로 사료됩니다 ㅎㅎ


[기호2번, 미쳤소인형] 6월21일 광화문 촛불 앞에서 선 미친소입니다. (구름과연어 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미친소와 미쳤소의 차이가 확실히 뭔지 모르겠지만, 둘이 친척임은 분명합니다.


[기호3번, 쥐잡는국민고양이] 5월 31일 경찰이 대대적인 물대포를 난사할 때 만난 사진입니다. 만화가협회에서 '만화모금'을 해서 인쇄물을 돌렸는데 소장가치가 높습니다. 특히 쥐잡는 국민고양이가 듬직합니다.


[기호4번, 미친소아이스크림] 6월 5일 경찰이 미친소보다 미쳐 날뛰어다닐 때 잠시 일본으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미친소를 만났습니다. 미친소 아이스크림입니다.  

★ 기호5~7번은 명박산성 출신입니다.

[기호5번, 명박산성미친소1] 6월 10일 100만 촛불집회할 때 경찰이 2중으로 명박산성을 쌓아올린 거 기억하시죠. 그때 명박산성에 재주꾼들이 멋진 벽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그 주에서 미친소를 잡으려고 애쓰는 사람을 표현한 그림이 압권이었습니다. 



[기호6번, 명박산성미친소1] 이 미친소는 한쪽에는 협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사실은 한쪽눈이 시커멓게 멍들었거나 썩었네요.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호7번, 미친소아니귀여운소] 당시 많은 사랑을 받은 미친소아니귀여운소입니다. 6월이라 초여름인데 무척 덥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세례를 많이 받았고, 인터뷰도 10번도 넘게 했습니다. 

★ 기호8번부터는 아이들 그림입니다. 청와대나 딴나라당은 아이들이 좌파에 물들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아이들맘은 아무도 모르는 거이지요~~

[기호7번, 미친소미친교육5천원] "이 그림은 서울강서지역 어린이들이 '광우병 반대'를 주제로 경기도 한 미술관에 그린 벽화입니다"라고 써 있네요. 미친소와 미친교육을 잘 표현했습니다. 가격은 5천원입니다 ㅋ




★ 여성민우회에서 많은 선수가 참여했으나 '후보단일화'를 위해서 세 선수만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6월 21일 광화문에 전시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온 것입니다. 


[기호8번, 미친소아니취한소] 미친소인지 취한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꽃을 머리에도 달고 뿔에도 달았군요. 완전 인사불성입니다^^

[기호9번, 새우깡에왜왔니왜왔니왜왔니] "새우까엔 왜 들어갔니?"라는 말이 압권입니다. 특정인의 실명이 들어갔으나 이미 특정인이 아니므로 모자이크처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모자이크 처리를 할 줄 모릅니다 ㅋ) 쥐는 많이 활용해서 평범하지만 미국산 오랜지가 독창성 있습니다.


[기호10번, 삽질이제그만] 그림이 참 유아틱해서 좋습니다. 어이없는 요즘 상황에서 웃고 있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삽질에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은 어떻게 즐거우셨나요?
한길사에서 나온 '축제의 정치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프랑스대혁명이 역사적 가치를 가지게 된 이유는 단순히 왕을 처형시킨 거이 아니라 폭력적인 혁명의 특징은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폭력 대신 조롱을 사용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기발한 상상력의 작품들이 많이 태어나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아래서부터 흔들어놓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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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8-0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봤습니다. ^^
 

국방부가 책을 잘 안 읽어본 것 같다.
'불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밍밍한 책들을 추천도서로 올려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방부는 불온서적 선정과 차단 조처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다음 번에는 좀더 확실한 불온서적을 선정해줄 것을 바라며, 몇 권 추천해보려 한다.



<문학>

 

우선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불온서적으로 꼽은 데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 하고 많은 현기영 작품 중에서 가장 온건한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지상의..>이기 때문이다. 4.3을 제대로 파헤치고 비판한 책으로 손색이 없는 것은 단연 <순이삼촌>이다. 순이삼촌은 4.3을 겪고 살아남아 온갖 악몽에 시달리는 순이삼촌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국방부 불온서적 2차 목록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다.



 

불온하기로 따지면 문학가 중에서 김수영만한 사람이 없다. 최근에 발견된 미팔표작의 제목이 '金日成萬歲(김일성만세)'일 정도로 국방부로서는 1순위로 경계해야 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자가 이 책을 미처 읽지 못한 것 같다. 그는 살아생전에 조선일보에 남긴 칼럼 <實驗的인 문학과 政治的 自由>에서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고, 모든 살아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거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 책 안에는 "<不穩>性에 대한 비과학적인 억측"이라는 작품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불온도서의 표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
 

 
우석훈의 책들은 대체로 '불온'한데 국방부가 너무 봐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블로그에는 반성문까지 올라왔다. "이 시대착오의 세상에 너무 말랑말랑하게 쓴 것이 아닌가" 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봐도 불온할 뿐만 아니라 일정 정도 수입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이민갈 것을 진지하게 제안하고 있다.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발언까지도 담고 있는 책인데 국방부가 이를 용인하다니 안타깝다. 안 그래도 녹색평론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재판을 찍을 수 있도록 국방부가 좀 힘써주기 바란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우석훈의 책을 꼭 하나 넣었으면 좋겠다.

 
국방부는 국방의 의무에만 힘쓸 게 아니라 교육에 관해서도 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페다고지는 이명박의 교육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책이다. 페다고지의 저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순응주의 교육을 '은행저금식 교육'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이런 오도된 제도에서는 누구나 창조성, 변화, 지식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학생들은 더 이상 유순한 강의 청취자가 아니라 교사와의 대화 속에서 비판적인 공동 탐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철저한 복종과 순응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군대에서 상관에 대한 비판적 인식만큼 위험한 사상이 또 있을까.


 
얼핏 보면 <맹자>는 동양고전이니 양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에 대해서 상당히 극단적인 생각을 전파하는 불온서적이다. 맹자는 왕이 실정을 거듭했을 때는 죽여도 좋다고 가르쳤다. 이명박이 여기서 잘못을 더 하면 내쫓으라는 말과 같다. 뿐만 아니라 촛불에 대한 강경한 진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말을 남겼다. "힘으로 누르면 한때는 누그러질지 모르지만, 힘이 떨어졌을 때는 여지없이 뒤집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누르려면 마음으로 복종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인터넷이나 촛불,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벌이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한 심각한 반항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온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중국에서도 한동안 금서였으니 금서로 지정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제목만 봐도 이 책은 이명박의 <영어 몰입교육>에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을 포착하면서 언어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세계관과 지혜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어가 줄어드는 만큼 인간이 멍청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영어 몰입 교육>에 전 국민이 열광한다면 전 국민에게는 영어라는 한 가지 언어밖에 없을 테니 그만큼 집단 무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비록 중국어에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세계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영어에 대해서 이만한 모욕이 있을 수 있을까? 국방부는 영어몰입교육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당장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


국방부가 군인들의 정신과 문화를 검열하기로 했다면, 응당 이것을 정부 차원으로 확대해서 전 국민의 뇌를 검열하는 것은 어떤가 제안해 본다. 군인들은 군생활이 끝나면 사회인이 되고, 사회에서 군대로 들어오는 데, 군대에서만 도서를 검열하면 검열 효는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안 그래도 정부가 인터넷이아, 언론, 심지어 사람들을 잡고 있는데 강력하게 요청하면 '금서'가 다시 등장하는 모습도 보기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국방부의 2차 <불온도서 목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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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방부 여러분~! 우리 책도 충분히 불온하거든요~!
    from 진보생활문예 『삶이 보이는 창』 2008-08-11 15:53 
    어제 신문에 국방부가 금서 목록을 만들어서 수거에 들어간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른바 23종의 책들에 불온서적이란 딱지를 붙인 것이다! 기사를 살펴보다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 책이 하나도 없지? 국방부가 분류한 세가지 기준인 , , 중에서 에 들어갈만한 책은 아주 많고 에 들어갈만한 책도 여럿있을텐데, 왜 우리 책은 명단에 하나도 안들어갔을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좀..
 
 
마늘빵 2008-08-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요고 제 이벤트 페이퍼로 연결하삼요. 큭큭.

승주나무 2008-08-01 23:39   좋아요 0 | URL
아~ 그게 또 있었군요 ㅋㅋ

바람돌이 2008-08-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불온도서 목록 만든것들은 그 책을 읽기나 했는지 궁금하다구요. ㅋㅋ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깜소 2008-08-0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다 잊혀져 갔지만 서당에서 저는 빨갱이 사상에 물든 거군요....그 때가 아홉살인가 그랬다는...허허 참ㅋㅋ 국방부야~!! 맹자를 꼭 뽑아줘라~!!
국방부에 의견 제출하면 어떤 반응 보일지 무지 궁굼해져서 다시 로긴 해서 댓글 덧붙입니다..하하하

마늘빵 2008-08-02 08:25   좋아요 0 | URL
맹자는 윤리 공부하는 고딩들도 읽는다는. 윤리 교과서에서 맹자를 지워라. 큭큭큭큭. 그보다 더 불온한 묵자도 있고요.

순오기 2008-08-02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국방부 선정도서보다 불온할 것 같은데요~~ ㅎㅎㅎ
2차 목록엔 시비돌이님 책도 들어가야 한다고 남겼던데... 2차도서 완전 기대만땅! ^^

BRINY 2008-08-0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원서(!)로 읽으라고 해서 한학기내내 엄청 고생했던 기억밖에 안나는 '맹자'에 그런 깊은 내용이!

새벽여행 2008-08-0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자.. 원서로 읽으면,, 이해가 떨어지겠죠?
그냥, 해석된 걸로 읽어야 겠군요. ㅋㅋㅋ
잼있으면 원서로 한번 더 go

이구 즐거운 여름휴가가 될거 같아요.
엔돌핀이 마구 돕니다.. ㅋㅋㅋㅋ 국방부야,, 고맙다.
이렇게 재밋는 책들을 마구 알려줘서,,

제 3차 4차도 나오는 거지?ㅋㅋㅋ

조선인 2008-08-0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영씨도 불온작가였는데. 일사부재리 때문에 다시 불온작가로 등록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요? ㅋㄷㅋㄷ
 



알라딘 의견광고가 실린 경향신문 신청해주신 분께 배달을 완료하였습니다.
배달은 알라디너이기도 한 찌리릿님이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찌리릿님은 신청하시는 분이 더 있으면 또 배달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망설이신 분이 있다면 비밀댓글에
성함, 주소, 전화번호를 기입해 주시기 바랍니다.
덕분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게 됐습니다.


클리오
가을산
파란여우
BRINY
마노아
하루(春)
해콩
paviana
몽당연필
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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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7-3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수고가 많으십니다.
^*^

승주나무 2008-08-01 23:37   좋아요 0 | URL
네~ 이제 거의 다 끝난 것 같네요^^

BRINY 2008-07-3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내일쯤 받을 수 있겠네요.

승주나무 2008-08-01 23:37   좋아요 0 | URL
아직 안 갔나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바람돌이 2008-07-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끝까지 수고가 많으세요. 찌리릿님께도 감사를 보냅니다. ^^

승주나무 2008-08-01 23:37   좋아요 0 | URL
네~ 찌리릿 님이 많이 보살펴 주셨습니다.

마노아 2008-08-0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받았어요. 처음엔 뚜껑 열고 이게 뭐지? 했어요. 2부 넣어주셨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승주나무 2008-08-01 23:38   좋아요 0 | URL
2부씩이나..알라딘에 충분히 갔으니까 친구들과 나누삼^^;

2008-08-01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8-01 23:38   좋아요 0 | URL
넵~~ 그렇게 할게요~ 님도 건강히^^

몽당연필 2008-08-0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

승주나무 2008-08-01 23:39   좋아요 0 | URL
잘 도착했나보군요. BRINY 님보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사시는 모양이에요^^

paviana 2008-08-0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뻔뻔한거 같아 부탁도 안 드렸는데 이렇게 보내주시다니..넘 감사해요.
찌리릿님에게도 감사 전해주세요.^^
 

미스트리스 - 태양에 가까이 다가간 연인들
- 이카로스論




2000년 10대 소녀의 성적 각성을 위트 있게 그려낸 <팻걸>의 카트린 브레야 감독의 시선이 1835년 왕정복고시대의 프랑스 파리로 옮겨졌다. 영화 서두에서는 "잘난 신사와 귀부인들이 남몰래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를 읽고 있을 무렵"이라고 소개되는데, 소설의 주인공 '발망이 아이들을 다 버려놓은 시대'(극중대사)다. ‘예술 포르노’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성적 상상력에 천착해온 감독에게 매력적인 공간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사랑'의 이미지를 획득했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서사논리에 합당하고 복장과 극본, 갈등구조, 조연들의 기여도는 놀랄 만큼 다채로운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이카로스 연애론이다.

이카로스는 유명한 신화 '다이달로스 이야기'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미노스 왕에 의해 크레타섬에 갇힌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 탈출하였다. 이카로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하여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높이 날아올랐고, 결국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이 모티브를 이용해 <미스트리스>의 그림을 설명할 수 있다. 사랑은 태양처럼 활활 타오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황홀함에 빠지게 만든다. 사랑은 태양보다 강력한 인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태양에 실제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데, 실제로 그것을 감행하는 사람들은 이카루스의 후예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하게 된다. 때문에 사랑에 관한 두 개의 언어가 그림 안에 펼쳐지게 된다.


▲ 유혹적인 미모와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벨리니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극찬을 받은 아시아 아르젠토

이카로스족은 사랑의 황홀함에 취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다. '늙은 정부'라는 의미의 미스트리스인 벨리니에게 화려한 아름다움과 나약한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소유한 애인 마리니는 전쟁터의 말의 비유를 전하는데, 그것이 곧 이카로스 선언이다.

“전쟁터의 말은 대검에 얕게 찔리면 쾌감으로 느끼고 더 달린대. 그러다 심장까지 뚫리는 거지”

 


▲ 마리니 역을 맡은 후아드 에이트 아투는 국내의류 광고에도 출연해 잘 알려져 있다.

 

<미스트리스>의 감독은 마리나와 벨리니를 이카로스 전설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벨리니를 가장 아름다운 스페인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시대상황이라는 제약에 국한하지 않고 15세기 팜므파탈 그리고 1900년대 중반 최고의 섹시스타 ‘리타 헤이우드’ 스타일을 입혔다. 페인 투우사와 이탈리아 공주의 사생아라는 이미지는 이카로스 선언을 끝간 데까지 몰고갈 만한 동력을 제공한다. 여성스런 외모와 섬세한 성격이지만 본능적으로 이카로스족의 피를 타고난 무일푼 신사 마리니 역시 연약한 모습뿐만 아니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불어넣음으로써 이카로스 전설을 완성시키는 한 축으로 설 수 있다. 벨리니를 얻기 위해 흔쾌히 결투를 벌이고, 벨리니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시도 등 일련의 저항은 이카로스 전설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양념 역할을 한다. 그에게 강력한 남성성을 부여해준 장면은 역시 결투 장면이다. 결투장면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게 없지만, 결투에서 마리니가 보여준 순간적인 행동 하나가 남성성을 증명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장면묘사는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한다. 단, 영화에서 그 장면을 놓치지 말기를..

 

태양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아프지만 뿌리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무서운 고통 속에서 이카로스는 결국 땅의 가장 깊은 곳까지 추락하고 말지만 그의 후예들은 태양을 꿈꾼다. 그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에..

태양에 다가갈 수 없는 자들은 '말(言)'을 이용해 올라간다. 말로는 태양을 열 번도 더 넘게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있다. 때문에 사랑의 실체보다 사랑에 관한 평판과 뒷담화가 성찬을 이룰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랑이라는 태양을 쬐고 사는 나라에는 이카로스족과 호사가가 무리를 이루어 산다. 호사가들은 태양에 가까이 갈 용기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대체로 이카로스족을 욕하고 공격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이카로스족을 욕해도 태양 자체를 보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호사가들, 즉 당시 귀족들의 모순이 <미스트리스>에서는 매우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카로스족이나 호사가들은 크게 보면 결국 태양의 후예들이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태양을 쬐고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태양을 동경한다.

누구나 이카로스가 될 수는 없지만, 동경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카로스족이 땅속 깊은 곳까지 추락하기라도 하면 그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진다. 이제까지 퍼붓던 욕바가지는 모두 '찬사'로 옷을 갈아입는다. 즉 이카로스족을 제외한 태양나라의 주민들은 이카로스에 대한 질투와 동경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산다. 마음 속으로는 모두 이카로스처럼 살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이카로스의 삶을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카로스 전설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우리들의 욕망은 '용기(또는 비겁)'에 의해서 합리적으로 통제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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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지독한 사랑, 미스트리스
    from 타인에게 말걸기 2008-08-06 23:40 
    회사 동료들과 함께 본 영화예요. 미스트리스는 "늙은 정부"라는 뜻이라는데, 또다른 뜻은 새디즘의 지배와 복종관계에서 지배쪽의 여성을 뜻한다고 하네요. 제가 느낀 영화의 코드도 새디즘적인 것이었어요. 영화를 소개하는 내용에는 프랑스 귀족사회 이면의 숨겨진 사랑에 대해 그리고 있다고 하네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19세기 파리라는 시대적인 맥락이 중요하게 다가오지는 않네요. 영화는 그야말로 지독한 사랑의 이야기예요. 새디즘 같은 부류의 사랑은 경험..
 
 
smirea 2008-08-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영화 봤는데, 굉장히 새로운 접근이네요.^^
음, 저는 사랑의 정신적인 부분을 배제한 육체적이고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부분들에 대해
담고 있다고 보았어요. 그것은 동물들의 교미와도 비슷하리 만큼요.

아름다운 것은 곧 추하기도 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트랙백 걸께요. :)
 



제목을 좀 쎄게 달아 보았습니다.

현재 언소주 카페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광고주 압박운동과 식당주 압박운동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부자신문의 아킬레스건인 광고주를 압박함으로써 부패언론의 행태에 타격을 가한 것을 시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광고주압박운동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 앞에 놓여 있습니다.


1. 출국금지를 당하는 등 제재가 가해진 열혈회원의 불이익은 누가 보상하는가?

2.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이 본의 아니게 겨레향 등 정론매체의 압박운동이 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1과 관련해서는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시사저널 사태때 언론소비자운동을 하다가 시사모는 검찰에 고발을 당해 '기소'를 당할 뻔했습니다. 서초동 검철청사에 가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등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회원들은 고발당해 취조를 받아야 했던 운영위원들에게 할말이 없었습니다. 비록 그들이 자처해서 십자가를 지긴 했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불이익은 모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속시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래의 기사는 그때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애독자 고발하는 언론사도 있나요?"

최근 금창태 사장으로부터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과 관련해 시사모 운영위원 5명과 함께 '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당했고, 오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첫 조사를 받는다.


[미디어오늘]금창태 사장이 고소한 시사모 '무혐의'

검찰, 운영위원 6명에 "증거 불충분"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으로부터 지난 4월 '모욕죄' 등으로 형사고소 당했던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 운영위원 전원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모욕죄' '업무방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고소된 조형근씨 등 시사모 운영위원 6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고 5일 통보했다.


2와 관련해서는 오래 전부터 그런 주장이 있어 왔고 실제로 겨레향이 불이익을 얻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광고주는 조중동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감히 광고를 대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겨레향에게도 무척이나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광고주 압박운동을 하면서 불이익을 당하신 분들을 보면서 참 안타깝고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합니다. 그분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키고자 했던 뜻이 오래도록 살아숨쉬기를 바랍니다.


현 시점에서 한 가지 전략이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지금 새롭게 꺼내는 게 아니라 수십년 동안 언론계에 고질적인 병폐였습니다. 바로 시장질서입니다. 조중동이 어떻게 컸습니까, 권력의 똥구멍을 빨아주고 불법적이고 약탈적인 경품이나 무가지 살포 등으로 신문고시를 무시하고 신문시장을 능멸하고 얻어낸 결과물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지금 문제제기하지 않으면 약탈적인 조중동의 불법행위는 상식이 돼버릴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신문고시 위반을 토설하는 전략이 유리한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1. 법 조문 따지기 좋아하는 조중동은 스스로 탈법 위에 있기 때문에 신문고시 위반, 불법경품 등에 대해서 행동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은 우리들의 프레임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집요하게 포착하고 고발하면 조중동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비정상적인 신문시장상황이 정상적으로 치유될 것입니다.

2. 불법경품,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공론화는 조중동에게는 광고주압박보다 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일 수 있습니다. 조중동은 피에 피를 섞어 가며(혈연관계를 통해) 수많은 광고주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중동이 뿌린 보도자료에서 '폭풍에도 우리는 건재하다'고 호언했던 것은 지지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광고주압박운동은 조중동을 위축시키긴 하겠지만, 결정적으로 숨통을 끊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공론화는 그들의 터전을 아래에서부터 허물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릅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런 상황을 파헤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겨레향 등 정론매체를 설득하거나 협박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불법의 뿌리를 확실히 뽑아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티조중동보다 더 오래된 불법,탈법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신을 가진 매체와 독자들이 협심해야 하며,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민언련(www.ccdm.or.kr)의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불법경품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추신
불법고시에 관해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죠. 시사모는 작년에 민언련이 주는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받았습니다. 만약 원한다면 제가 아는 채널을 통해 민언련에게 불법고시에 관한 상세한 강연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불법고시를 근절하는 것을 언론소비자운동의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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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소 2008-07-30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일반시민들은 불법행위들을 보거나 직접 당사자가 되어도 그냥 지나치거나 거부하기만 하더군요...증거를 수집해 신고를 하지는 않더라구요...제 주변이나 아고라에 올라온 글을 읽어 보아도 그렇습니다..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이 만연해 있습니다..이 번 촛불시위때 저는 그런 걸 더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승주나무 2008-07-30 16:55   좋아요 0 | URL
네~ 깜소 님^^ 신문고시 위반을 범죄시하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마음속의 키보드워리어를 데리고 광화문으로 나가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