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충남의 아파트를 돌며 시사IN 창간호를 열심히 알려준 빛의 잉칼 님의 두 공주님
시사IN 창간과 함께 한 달 동안 전국의 독자들과 알리기에 나섰는데,
소녀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충남에 사시는 독자분은 두 따님과 함께 창간호와 기념품을 곱게 포장하고
아파트마다 돌아다니며 배포를 해주셨습니다.
두 공주님은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다니며 씽씽 날라다녔습니다.
두 공주님의 아버지인 빛의 잉칼 님이 이 과정을 사진에 고스란히 담아주셔서 가끔 찾아보며 혼자 미소를 짓습니다.
또 한 소녀가 있습니다.
천안여고 2학년생인 그는 아이디 'sunbi'로 활동하며 배포운동은 한 부분을 맡아 주었습니다.
배포 신청자를 받는데 그가 300부를 보내달라는 겁니다. 300부면 박스 두 개가 넘는 분량인데, 여고생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150부만 싸서 보냈는데, 며칠 후에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돌리는 데만 동이 나 버렸어요. 왜 이렇게 조금 보내셨어요?"
문자로 야단을 맞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머지 150부를 또 보냈습니다.
그 소녀는 혼자서 천안여고 교무실과 각 교실, 천안시 중앙도서관 앞과 백화점 등 천안시 일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다 돌렸습니다.
장정도 하지 못할 일을 혼자 해낸 것이죠. 특히 선생님의 주선으로 학급 친구들 앞에서 시사저널 사태와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예사 인물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죠.
오랫동안 그 일을 잊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에게서 메일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작년 수능날 안일님이 제게 문자 보내주셨었죠ㅋㅋ
그 때는 2학년이었고 이제 정말 3학년, 85일 후에는 수능도 보겠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00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특기자전형으로 지원하거든요.
자기소개서에 시사인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증빙자료를 포함해야 한다고 해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후회가 되네요.
천안시 중앙도서관 앞과 백화점 앞에서 배포했었는데
혼자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시민들 반응이 시원찮아서
사진을 남길만한 여유가 없었지요."
자발적 구독운동은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실명을 쓰지 않고 아이디를 썼다는 점에서 그의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고, 게다가 그는 혼자서 300부를 다 배포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틈도 없었죠. 그렇다고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 그의 선행을 어떻게 증명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게 '확인서'입니다.

자발적 구독운동은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실명을 쓰지 않고 아이디를 썼다는 점에서 그의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고, 게다가 그는 혼자서 300부를 다 배포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틈도 없었죠. 그렇다고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
그의 선행을 어떻게 증명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게 '확인서'입니다.
확인서에는 그간 시사모가 했던 일과 창간과정에서 자발적 구독운동을 했던 일, 그 중에서 sunbi 님이 했던 역할 등을 기록하고 이 의미를 밝혔습니다.
확인서는 썼지만 그래도 두 가지 어려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사인을 해줄 것인가, 그리고 확인서의 효력이 있을 것인가.
모든 고민을 키핑하고 일단 막무가내로 시사인 편집국에 쳐들어가 고재열기자의 사인을 끝내 받아냈죠.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익일특급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이번 미션이 쉽지는 않았고, 논란도 있을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시민운동을 대입을 위한 도구로 쓴다고 비판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절박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 아닐까요.
궁극적으로는 '언론'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이기에 서로 돕고 공유하면서 가치를 더욱 키워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시 활동했던 내용을 재탕삼탕 자꾸 떠벌리는 것도 이런 가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편입니다.
옳은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옳은 일을 옳은 일이라고 평가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의 선행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앞선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