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9일자 조선일보 기사. '증인폭행 피의자'라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서 솔직히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언소주에 대해서 악의적인 왜곡보도를 해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객관적인 '헤드'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의 이른바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과 관련한 재판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소동 사건이 벌어졌고, 이 사건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조선일보는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영장전담부장판사의 판시를 인용 ""계획적 범행으로 보이지 않고 심문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광고주 '협박'이라고 공공연히 보도해온 언어습관에서 한발 물러서 '압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조선일보가 '이 산이 아닌가벼~'라는 판단을 재빨리 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 사건이 크게 부각된 11월 20일자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보면

19일치 지면에서 조선은 사회면 4단 머리기사로 “조·중·동 광고중단 협박 공판 증언 나선 여행사 직원, 재판전 피고인측 방청객한테 폭행 당했다”고 크게 다뤘다. 동아도 같은 날 1면에 “광고주 협박 피해 증인 “피고인측이 폭행”이란 제목의 기사를 2단으로 배치한 데 이어 “수십 차례 협박 전화…살해 위협 느껴”라고 제목의 사회면 머리로 해설기사를 올렸다. 중앙도 2면 3단 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 한겨레, 광고중단운동 단체 “조중동 보도는 소설”

뿐만 아니라 동아, 중앙, 세계일보는 사설에까지 이 내용을 다뤄서 이슈화를 시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와 피해자를 보았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피의자는 50대 후반의 노인이었고, 피해자는 180센티미터 80킬로미터의 건장한 30대 초반 청년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매우 재미있으니 기회가 되면 자세히 다뤄볼 예정입니다.

정말 재밌는 것은 조선일보 독자님들의 댓글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 두 개만 공개합니다. 나머지는 직접 보시기를^^

기각시킨 판사 누군가 끝까지 추적해서 실명에 옯긴다음 사상검증을 철저히 하자  [2008.11.29 17:44:56]

무슨 영장기각이란 말인가, 불필요한 온정의 판단이 결국 서서히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존립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음을 판사는 알아야 한다. 자유시장 경제원칙과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뻘개들의 준동을 단호하게 엄격히 처벌하지 않으면 제2의 광고중단운동 일어난다. 좌빠들이 무너뜨린 법치주의를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이 세워야 할것이다.  [2008.11.29 17:08:53]



▲ 11월 28일자 한겨레 기사.

정말 예상 외였던 것은 한겨레 신문이었습니다.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겨레와 언소주의 관계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팩트'만을 생각했습니다.
기사에도 밝히고 있듯이 재판에 출석한 증인을 폭행한 혐의로 50대 회원에게 영장이 신청된 건이므로 당연히 '때린 혐의'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때린'이라고 그대로 끝내버려서, 독자로 하여금 50대 회원이 30대 증인을 진짜로 때렸다는 판단을 주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한겨레가 언소주 회원들에게 우호적으로 기사를 써주는 것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상식과 이성을 가진 신문으로서 기사의 단어선택, 그것도 가장 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헤드'를 이렇게 뽑을 정도라면 어떻게 '정론'이라는 수식어를 한겨레에 붙여줄 수 있을까요.

한겨레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같아서 잠을 못 이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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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1. [현장] 언소주 재판 증인 폭행(?) 사건의 전모

2. 조선일보, 아무리 '보복성' 기사라지만...


3. [언소주]조중동에 정정보도 요구 공문을 보냈습니다.


4. 광고불매운동 재판정 소동 사건,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 사이"


경찰이 50대 언소주 회원을 연행하기까지의 과정

지난 18일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공판에서 롯데관광 측 증인과 마찰을 빚었던 50대 회원이 오늘 경찰에 의해서 전격 연행되었습니다.
그 회원님과 함께 이었던 회원이 보내온 내용입니다.


"OOO님이 프레스센터 로비에서 서초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서초경찰서 2층 지능팀으로  연행되었습니다

OOO님은 출국금지 통지서를 어제 가지고 오셨고 왜 그것이 발부되었는지에 대해

서초경찰서에 문의하자 형사 담당자가 전화할테니 OOO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 후 형사가 로비에 와서 전화를 했고 저와 함께 나가서 이야기 하던 중

갑자기 체포영장을 보이며 협박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경찰이 이번에 언소주의 50대 회원을 체포하게 된 것은 11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관련 24인의 재판이 있었던 날에, 증인으로 출석 대기하고 있는 롯데관광의 증인과 시비가 붙어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증인은 협박과 폭력을 받았다며 증언을 못하겠다고 증언거부를 했습니다. '폭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폭행의 당사자가 50대 여성회원과 50대 남성회원이었는데 그들은 180cm 이상의 건장한 30대 청년에게 폭행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협박을 일삼을 정도의 양식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조중동 광고주불매운동을 하는 언소주의 회원들은 검찰과 경찰, 조중동이 알고 있듯 범죄인집단이 아닙니다. 누가 우리 나라의 척박하고 가련한 언론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자신의 사비를 털어가며,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가며, 식구와 회사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언론소비자운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름대로의 문제의식과 소신, 그리고 교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협박이 있었다면 이권다툼이나 뭔가 구린 것을 있는 재판이어야겠죠. 하지만 이번 재판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희귀한 불매운동에 대한 재판입니다. 불매운동은 선진국 어느 나라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자성의 기회를 삼는 캠페인입니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언소주 회원들이 죄를 지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조중동이 정상적인 언론활동과 영업행위를 해야 합니다. 조중은 신문고시에 정해놓고 있는 법률을 밥 먹듯이 위반하면서 우리나라의 신문시장을 거의 학살하다시피 하고 있는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사기업'에 불과한데, 그들이 법의 정의를 운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요. 그래서 재판을 받는 24명의 언소주 회원들은 죄인이 아니기에 떳떳합니다. 오히려 조중동과 검찰이 죄인처럼 벌벌 떨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판 결과가 혹시라도 부정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판에 목숨걸고 있습니다. 때문에 10월 28일 2차 공판에서 조선일보 증인이 혹시라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할까봐 신문사항, 즉 예상문제지를 미리 짜맞추고 재판을 진행하다가 변호인에게 발각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왜 경찰은 '출두'가 아니라 '체포'를 택했나?

경찰의 행동에 모순이 있습니다.
만약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체포를 해야 했다면 11월 18일 당시나 그 다음날 현행범으로 체포를 했어야 합니다. 경찰이 당시 체포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안이 그만큼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열흘 만에 '출두 요구'가 아닌 '체포'라는 형식을 쓴다는 것은 열흘 전의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표적수사'나 '정치적 탄압'으로 의심을 살 만한 여지가 충분합니다.

'체포'라는 것은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내릴 수 있는 조처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사건 10일 후에 갑자기 50대 언소주 회원을 체포해야만 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갑자기' 판단을 내린 듯합니다.

경찰은 두 가지에 대해서 답변을 해야 할 것입니다.

1. 체포라는 방식을 쓸 만큼 50대 회원의 행위가 중대했었나?
2. 만약 체포를 할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였다고 판단했다면 왜 10일이라는 시간을 흘러보냈나? 그것은 경찰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아무리 대한민국 사법제도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하다고 해도,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범죄자'로 몰고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재판정 소동 사건은 한 쪽은 폭력사건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쪽에서는 폭력행위나 협박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특정한 편의 주장만 수용해서 처벌을 하는 것은 
사법부가 사법부의 존재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위의 링크와 아래의 오마이뉴스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오마이뉴스]조중동 광고불매 재판정 사건, 이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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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의 한 약국. (자료출처 : M.K.Choi)



실화입니다.

처제가 아이를 낳고 시골로 내려가 있었는데,
마침 해외출장을 마치고 작은동서(처제네 남편)이 시골로 내려가 간만에 부부가 상봉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해외출장으로 감기를 얻어 동네 약국에 약을 지으러 갔습니다.
집에서 한 50미터 정도 떨어진 약국이어서 집에 들렀다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건 좀 귀찮았나 보죠

작은 동서는 길가에 차를 세워 두고 약국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2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겁니다.
처제가 궁금해서 동서에게 전화했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동서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거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동서가

"할머니 지금 약 조제 중이셔."

조제실에 적힌 약의 목록들이 빼곡해서 정해진 약을 찾느라 한참 시간을 보낸 것이지요.
아무튼 20분 정도 걸려서 겨우 약을 조제했다고 합니다.
그 사이 처제와 동서는 5번 넘게 통화를 한 모양입니다.
실시간으로 조제 정보가 다 나옵니다.

그런데 또 10분을 기다려도 이 놈의 남편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처제는 답답하고 열불이 나서

"아니 거기서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왜 안 나오는데!?"
라며 화를 냈습니다.
동서는 당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지금 컴퓨터에 입력 중이야"

할머니가 컴퓨터를 보면서 조제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처제는 차에서 내려서 약국으로 갔습니다.
할머니 약사님은 자판을 보면서 정성스럽게 조제 정보 입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10분이 지났지만 아직 반도 못 채웠는걸요?

할머니는 손님을 일찍 놓아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정보 입력을 멈추고
카드를 받아들고는 카드 처리기를 켰습니다.
또 한참 동안 끙끙대더니 결국

"그냥 현금으로 1,500원만 주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

라고 하십니다. 할머니의 미안한 표정이 자꾸 그려져 안타깝네요.
약값은 최소 2,500원 정도인데,
할머니 약사님이 너무 미안했는지 결국 약값을 깎은 것이지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퐝당한 일이지만,
이 일을 들을 때는 상황이 막 그려지면서 웃어 넘겼지만,
좀 씁쓸한 기분도 들더군요.  시골 동네 약국의 현실을 보는 듯해서...

저도 이 일을 혼자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워서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할머니 약사님 너무 미안해 하지 마세요.
그리고 오랫동안 건강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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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1-2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리게 살아도 멋져요. 하하핫^^ 저도 파이팅입니다!

승주나무 2008-11-27 15:01   좋아요 0 | URL
글쿤요.. 느린 것에 대해서 저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L.SHIN 2008-11-28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할머니는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현대인들이 '빠른 시대'에 너무 익숙해서 '기다림'을 잊어가나 봅니다...씁.

승주나무 2008-12-02 10: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컴퓨터도 잘 해야 하고, 작은 글씨도 보아야 하고..혼자 하기에는 약국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반민특위만 제대로 처리했으면...


▲ 반민특위 투서함. 1948년 국회를 통과한 반민법에 따라 설치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반민족행위자를 검거하고 각지에 투서함을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벌였으나 이승만 정부의 방해로 좌절되고 말았다. 사진은 반민특위 전라남도 조사부에 설치된 투서함에 투서하고 있는 시민들(1948년 10월)



예전에 독일 패망하고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할 때 미국 애들이 전범 재판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처칠이 말했지.
"다 싸그리 끄집어내서 기관총으로 모조리 다 쳐 죽여 버리지.. 씨를 말려야 후환이 없는데."
역시 그 말이 맞았다. 이 염병할 놈의 나라
- 미네르바 글모음 2권, <17.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때 처칠이 말했지> 일부


미네르바의 말처럼 기관총으로 쳐 죽여버리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민특위법'법만 제대로 시행되었더라면 오늘날 이 꼴을 보지는 않았을 텐데.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친일파 처단은 국민의 가장 뜨거운 열망이었다. 때문에 제헌국회가 열리자 마자 반민특위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미군정을 등에 업은 이승만 세력이 끈질기게 협박과 방해, 회유공작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10월 23일 국회의 승인을 받아 반민특위가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승만은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승인된 활동에 대해서 단번에 뒤집어버림으로써 나라를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어버렸다. 그때 이승만이 제시한 근거는 아래와 같다.

"경찰을 체포하여 경찰의 동요를 일으킴은 치안의 혼란을 조장하는 것"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중에서

이것은 명분에 불과하고 이승만 식으로 풀어쓰면

"경찰을 체포하면 나(이승만)의 수족을 자르는 것이니 국가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될 것"과 같다.


▲ 1949년 반민특위에 의해서 반민족행위자로 확인된 인사는 547명이었으나 이승만의 탄압으로 인해 이에 대한 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들의 후손들이 대대손손을 이루며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친일파가 후쇼사 교과서로 현대사 강연한다면?


지난번에 나는 포스트(민주의식 '0점' 만드는 극우인사 고교 현대사 특강)에 현대사 특강에 나서는 사람들을 '극우'라고 표현했는데, "이 사람들이 친일파지 왜 극우냐? 자랑스런 '우파'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라며 엄청 욕을 먹었다. 욕을 좀 더 먹을 것을 각오하고 한 마디를 덧붙인다면 “역사 쪽을 본다면 진보학계는 학술적으로 민주화 이외에 대한민국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은 난점이 있었다”는 이병천 강원대 교수의 발언처럼 우리가 현대사에 대해서 좀더 폭넓게 이해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은 옳다.

『국사』가 일본 제국주의를 어떻게 신화화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수하다. 『국사』는 ‘무자비’ ‘잔인무도’ ‘교활’ ‘광분’, 또는 ‘약탈’ ‘강탈’ ‘착취’ 등의 용어를 내키는 대로 쓰면서 일제의 악마성(민족에 대한 억압과 수탈)을 논증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런 서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제는 민족사 발전을 저해한 절대 악으로, 그리고 민족 대단결은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민족사적 과제로 유추된다. 물론 일제의 억압과 수탈은 사실이었으며, 또 민족 대단결도 대단히 긴요한 정치적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역사적 실재로서의 일본 제국주의를 지나치게 초역사화하여, 역사 과정의 모든 부정성을 모조리 일제 탓으로 돌리는 식의 역사 서술은 여러 가지 자가당착적인 역사 인식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 지수걸, 「‘민족’과 ‘근대’의 이중주」

지금까지의 역사 서술은 다소 피해의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일제를 초역사화했던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제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

“해방 후에도 일제 때의 근대문명을 소중히 보존하고 발전시킨 우리는 일제가 제정한 모든 법률과 기구를 폐기함으로써 곧바로 문명의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고 만 북한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 서울대 이영훈 교수(뉴라이트 현대사교과서 저자)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는 오히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축복해야 하며 일본인에게 감사해야 할 것"
- 고려대 한승조 전 명예교수, 일본 극우 대변지인 '정론(正論)'에 기고한 글

 
친일행위의 정의와 친일행위를 한 인사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재인들이 친일행위와 친일파에 대해 죄과를 묻고 판결을 내릴만한 법적·도덕적 권위를 지니고 있지 않다"
- 복거일, 현대사특강 강사진


<뉴라이트 교과서 핵심 내용>

1. 본 정부도 인정하는 종군 위안부의 존재를 삭제하는 등 일제강점기 우리나라가 입은 피해상은 외면한 채 근대화라는 결과만을 부각
2. 일제 통치를 '강점' 대신 '합병'이라고 규정
3. 문화통치의 일환으로 발간을 허용한 신문과 잡지 등으로 인해 "20년대 한국은 문화 민족운동의 르네상스기를 맞게 되었다"



<새역모 후쇼사 교과서 핵심 내용>

1. 임진왜란을 묘사할 때 한국에 군대를 보냈다고 두 군데서나 묘사하고 있음. 침략이 아닌양 보냈다는 식으로 서술. 
2.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강제연행이라든가 무단통치 이런 말도 쓰지 않았음
3.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강제연행이라든가 무단통치 이런 말도 쓰지 않음
4. 한국을 근대화 시켜줬다는 것을 4년 전 교과서 보다 훨씬 더 여러 가지 형태로 강조
5. 군국주의적인 것이 상당히 미화, 국가주의 강조, 예컨대 러일전쟁 같은 것은 2장으로 기술
6. 독도를 과거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하면서 사진을 실어서 묘사
7. 새역모가 만든 개정판 역사 교과서 검정 신청본에는 일제의 창씨개명 정책이 조선인들의 희망에서 비롯됐으며 1910년 일제의 조선병합을 조선인 중 일부가 수용했다고 기술
8. 일제의 창씨개명 정책이 조선인들의 희망에서 비롯됐으며 1910년 일제의 조선병합을 조선인 중 일부가 수용했다고 기술
9. 일제의 강제동원과 관련해 '징용·징병제가 확대 적용됐다'고만 돼 있을 뿐 조선인 강제연행 및 종군위안부 관련 내용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짐. 이는 '많은 조선인이 끌려갔다'고 기술돼 있는 현행본보다도 후퇴한 내용

다행히 뉴라이트교과서 이영훈 교수와 한승조 전 교수는 강사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강사진은 대체로 뉴라이트 계열이기 때문에 후쇼사의 한국판 강좌가 될 위험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이번에 고등학교 현대사 특강의 강사로 초빙된 복거일은 위에서 발언한 내용처럼 친일 행위의 불가피성을 설파하며, 인간의 도덕적 결함을 확대 적용해서 어떤 극악한 행위도 처단할 수 없다는 식으로 강의를 할 텐데, 그렇게 된다면 사실상 어떤 행위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다. 삼성이 다 해먹지만 돈 잘 벌어 오니까 처벌 못 하고, 친일파가 잘못했지만 우리도 역시 잘못했으니까 처벌 못하고 사실상 처벌의 주체를 '신'으로 돌리는 엉터리 주장이라면 현대사 교과서가 아니라 자신의 개인 강좌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뉴라이트 계열이나 친일파 인사들이 충심으로 우러나오는 애정으로 고등학교에 가서 강좌를 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그러면 3억원을 받지 말고 자비를 들여서 직접 강의를 하라고 하라. 괜히 국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을 축내지 말고. 그래야 '쇼당'이 되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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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1-2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일본에서 새역모 교과서 채택률은 1%도 안 나왔는데 우리나라의 교과서 포럼이 주도한 근현대사 교과서는 이 상태로 가면 엄청난 세력이 될 것 같다는 거죠.일본인의 산케이 신문 구독률과 한국인의 조선일보 구독률을 비교해보면...정말 답이 안 나옵니다.우리나라 교과서에 종군위안부가 나온 것이 언제인가요? 제가 학교 다닐 땐 없었습니다.우스개 소리가 하나 있는데 1980년대 일로 기억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은 왜 청소년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 종군위안부 문제를 안 넣느냐"고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없었다는..

승주나무 2008-11-27 15:00   좋아요 0 | URL
우리 교과서에도 위안부 문제가 언급 안 됐다는 말씀은 정말 충격적이네요.

생각해 보니, '촛불 청소년'과 '친일극우 현대사 강좌'가 상대가 되는 게임일까요. 어제 박은봉 선생 강연 갔었는데, 자신의 책이 교과서의 내용과 달랐을 때 어린이들의 충격이 없을까 하여 설문조사를 해봤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그거는 그거고 이거는 이거다'라고 대답했다더군요. 아이들의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것은 좌든 우든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사실 우리 어른들보다 더 똑똑하고 직관적이란 사실을 모르구서요.

저도 청소년들에게 배울 게 많다고 봅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2008 혜화동1번지 4기동인 페스티벌 2 극.장.전 중의 1부인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는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하는 동인제의 작품이다.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다.
촛불을 연극으로 구현했다고 하는데,
그 50만의 장중한 빛깔을 사유에 담아내기 위해 그 날고 긴다고 하는 학자들이 모조리 실패한 그 에너지를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척박한 예술 기반인 연극계에서.

일단 극은 광화문에 모여든 한 무리의 중학생 촛불 모둠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명바기를 욕하고(실제로 욕했다) 명바기를 찍은 투표권자 삼촌, 엄마, 아빠를 욕했다.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고 중딩들의 과외선생님부터 삼촌, 엄마, 아빠, 할아버지의 시대를 소환하기에 이름다. 

중딩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중딩들의 과외선생님, 즉 20대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20대의 참상은 <88만원 세대>에서 만났던 적나라한 장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꺾기라든가 취업 6종 세트, 성형수술 등의 조건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20대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20대 대학생들은 촛불 국면에서 중고등학생들보다 사회의식이 저질이라는 이유로 욕을 많이 먹었다. 
중고등학생들은 '공부'라는 의무이자 권리의 상황 속에서 어느 정도 완충지대를 얻을 수 있지만, 
대학생들은 학점과 취업이라는 절대목표에서 한 번도 자유로워본 적이 없다. 
그들이 어떻게 사회의 참여자가 될 수 있겠는가. 
여기서부터 연극의 문제제기가 시작된다. 

촛불에서 피어나지 못했던 불꽃인 '비정규직'과 
촛불에서 피어나지 못했던 세대인 '20대'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결합되기 쉬운 화합물이다. 
면접장에서 부모의 경제력을 추궁당하고, 
주유소, 레스토랑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21세기판 노예제도의 사슬을 짊어지는 세대,
학자금 대출이 승인되지 않아서 끝내 목숨을 끊어버린 친구와,
학자금 대출이라는 더럽고 치사한 제도를 뚫고 졸업에 성공해 수천만원의 빚더미에서부터 새출발을 하는 친구의 삶 중에서 어떤 것이 최악인지 점점 헷갈리는 세대.
촛불을 통해서 우리는 그런 20대를 욕했다. 왜 촛불을 들지 않느냐고. 왜 싸우지 않냐고. 왜 빙신처럼 공부만 하고 알바만 뛰냐고.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헤어나오기 어려운 20대의 처지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연극은 '타임머신'이라는 장치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려고 한다.
자신을 무능하고 의지도 없고 배짱도 없고 교양도 없다고 욕을 해대는 세대는 가졌지만,
지금의 20대는 절대 가지지 못하는 가치.
분명히 그것이 있다.

군 생활을 해본 남자라면 알 것이다.
병장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모든 병사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앞선 시간 군대에 며칠 더 있었기 때문에 군림하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대마다 애환이 있고 사연이 있지만,
말 그대로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알지 못하는 어른들의 편견이 상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갈 수도 없는 20대와 드디어 조우한다.

이 연극의 질문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누구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왜 이 질문이 중요한지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팔자대로 살아간다고 방치해 왔던 것일 뿐.

20대의 문제는 본인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의 과제가 당시의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과제가 아니었던 것처럼...



▲ <누가 대한민국...> 제작진은 위의 자료들을 저본으로 하여 극본을 재구성했다. 이번 기회에 이 자료들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연극의 재미를 주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탄탄한 극본, 중후한 연기력, 코믹한 장면, 멋진 음악과 춤.
지루하기 쉬운 파노라마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전개와 갈등, 해소의 흐름을 절묘하게 배치해 극적 긴장감이 극이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장면 장면에 힘이 넘치고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넉넉했다.
특히 신정현, 이소영, 권민영 등 여배우들의 연기력과 센스가 돋보였다.
하일라이트인 마지막 장에서 불법방송 디제이로 활약하는 신정현의 압도적인 포스는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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