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을 감싸는 두 가지 뉴스, 두 가지 이미지


▲ 유니세프와 함께 한 북한어린이돕기 서울시향 콘서트 포스터. 정명훈은 어린이 음악교실 해설자나 초중고 예술교육 강사 등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역할에 유독 집중한 활동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중에서 예술가의 인권이나 처우 등에 대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활동을 보이고 있지 않다.


레디앙과 참세상을 통해서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예술가 정명훈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국립오페라단 전직원 해고 사태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활동가들을 '계집애'라고 부르며 문전박대한 사건은 이제까지 그가 촛불집회에 대해 가진 생각, 예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까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충격적인 일화였다.
한국에 정명훈 같은 사람이 있는 것에 대해서 자긍심을 느낀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으니까. 뉴스에서도 정명훈은 너무나 예쁘게 그려진다. (뉴스 링크함)

정명훈씨, 어린이 음악교육 해설자로 나서<한국일보>

- 문화부, '아름다운 만남' 프로그램 예술가와 학생이 함께하는 예술만들기<세계일보>
조수미·정명훈 초·중·고 예술교육 나선다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로 3월부터 활동 <대한민국 정책포털>

레디앙과 참세상을 통해서 충격적인 뉴스는 앞선 뉴스들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뉴스 링크함)

파리서 만난 예술가 정명훈의 슬픈 본색(참세상)
충격, 지휘자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더니 이제와 촛불?"

그를 만난 활동가들이 순진했다. 정명훈을 아는 프랑스 예술가들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정명훈이 절대로 동의를 하지 않을 거라고 귀띔을 해준 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그의 예술가적 양심에 호소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예술가적 양심? 이 수완 좋은 예술가에게는 예술가적 양심이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에 이들의 만남은 충격적인 파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합창단이 없어졌다고, 그 합창단을 살려야 되겠다고 지금 여기 와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사람들을 꼭 구해야 돼요? ”
“합창단 하나 없어졌다고... 이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그리고, 도대체 나더러 뭘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서명하라구?”
“그러니까, 당신들이 그 100만 명이나 촛불 들고 거리에서 서서 미국 쇠고기 안 먹는다고 시위하는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죠? 40년 전에는 미국에서 뭐 안 갖다주나 하면서 손벌리고 있더니, 이제 와서는 미국산 쇠고기 안 먹겠다고 촛불 들고 서 있는 그 사람들.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말이나 되는... 알았어요. 알았어.”
“도대체 제 정신을 좀 차리세요. 공부 좀 하란 말이야. 세상이 그런게 야니야. 이 계집애들이말야. 한 밤 중에 찾아와서.”


이제까지 뉴스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정명훈의 이미지를 만나게 되었다. 정명훈은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 돕고 싶으면 저기 아프리카나 가서 도와줘요. 여기서 그러지 말고.”라고 말했는데, 과연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활동이 언론에 자세하게 보도돼 있었다. 나는 올 1월 말에 보도된 정명훈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 이번 뉴스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정명훈은 "진정한 음악은 세상을 구원하는 것"라고 말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아프리카 베냉의 시장 골목으로부터 시작되는 뉴스는 정명훈의 표정을 세심하게 비추며 동선을 따라갔다. 이탈리아 수녀가 설립한 한 학교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아프리카 전통 악기 연주자들과 어울려 춤을 추며 어울렸는데, 배고픈 아프리카 아이들과 북한 어린이들을 돕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 돕고 싶으면 저기 아프리카나 가서 도와줘요. 여기서 그러지 말고.”(레디앙 보도)

정명훈이 아프리카의 예술가라면 이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나 지식인은 당대의 현실에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위선적인 지식인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폐단은 집안에서는 전혀 존경을 받지 못하면서, 밖에서만 존경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정명훈이 말하는 '구원'과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구원'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짓뭉개버리는 행위는 타당한가?

정 감독이 꿈꾸는 이상적인 오케스트라는 어떤 단체일까. 그 답은 단원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가족 같은 교향악단`. (매일경제 보도)
“이봐요. 내가 서울시향에 있는데 거기서 일 년에 5~6명씩 해고당해요. 여기만 해고당하는 사람들 있는 거 아니예요.”(레디앙 보도)

그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그가 한 언행들을 되짚어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정치인의 수사가 발견되고, 처세가의 면모가 보인다는 점이다.

"세계 어디에 있어도 내 마음은 언제나 서울시향에 있다"
"외국 유명 음대 박사학위를 받아도 프로 연주자로 성공하기 힘들어요. 그래도 아들의 열정이 대단해요. 베이스 기타와 더블베이스, 피아노, 바이올린을 두루 배웠고 교회 합창단으로도 활동했어요." (매일경제 보도)

정명훈에게서 뼈아픈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정명훈과 언제 한번 터놓고 대화를 해본 적 있을까? 우리는 그저 뉴스를 통해 정명훈을 본 것뿐이고, 정명훈은 언론을 통해 우리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왔을 뿐이다. 레디앙과 참세상의 기사를 보면 이제까지 정명훈에 대해서 과도하게 포장된 이미지와 그에 대한 기대, 나아가 예술가의 본질인 자유주의를 체득한 현인의 모습까지 보인다.

정명훈에게 순수한 예술가적 양심을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정명훈에 대한 배신감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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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명훈,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from 하민혁의 민주통신 2009-03-23 21:01 
    올블로그에 잠깐 들렀다가 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정명훈 관련 글 몇 개가 베스트로 내걸려 있었다. 웬일인가싶어서 관련 글들 몇 개를 찍어봤더니, 아뿔싸~ 또 저 지겨운 천둥벌거숭이들의 마녀사냥이다. 걸배이 근성이 뼛속까지 배인, 딱 아메바 수준의 뇌를 가진 듯싶은 단세포들이 벌이는 마.녀.사.냥. -_-정명훈,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뭐 자세한 내용이야 생략한다. 굳이 보고싶은 이들이 있다면, 레디앙에 올라온 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충격, 지휘...
 
 
2009-03-23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5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승주나무 > 마르크스 열풍에 대한 국내 시장의 반응은?


▲ 1989년에 출간된 <자본론> 시리즈(총5권)은 지금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초에 출간된 자본론 해설서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조사일 : 2009년 3월 17일)



마르크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 실제 판매는 어떨까?

중국에서는 한 달에 많아야 2~3질 정도 팔리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영 신화통신과 각종 매체에서 이슈로 다룰 정도다. 마르크스의 고국 독일에서는 자본론 판매량이 이미 지난해보다 3배나 늘었다고 한다.
국내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칼럼니스트들이 마르크스를 자주 입에 담았고 마르크스 해설서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흐름을 관찰하던 중, 인터넷 서점에서 자본론 관련 서적들을 검색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민주화운동 직후인 1989년 초에 출간된 비봉출판사의 <자본론> 시리즈가 아직도 심심찮게 팔리고 있었다. 인문분야 독자가 많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7천 대의 sails-point를 기록했다. (Sails-point(알라딘), 판매지수(예스24)란 인터넷 서점이 각자의 산출방식으로 매출실적으로 표시하는 지수) 하지만 뒤로 갈수록 판매지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출판영업의 관점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1권과 다른 권의 판매가 도서구매자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르크스와 자본론에 대한 호기심으로 첫 번째 권이나 두 번째 권을 펼쳤지만 도저히 다섯 번째 권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혹은 처음부터 한 질을 모두 구매했을 수도 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출간된 지 불과 3~4개월도 안 된 두 권의 책이 20년간 누렸던 '원전' 자본론의 기세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의창 출판사에서 출간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임승수, 2008년 12월),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지승호, 2009년 1월)는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묵직한 원전을 들고 있을 만한 여유가 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달래주는 패스트푸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원전보다 해설서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작가 임승수 씨가 80여 명의 대중들 앞에서 책의 앞 장부터 끝장까지 차근차근 개념을 '강의'하고 있다. 


원전보다 해설서가 각광받는 시대

몇 달 전부터 자본론을 읽기 시작했다. 마르크스를 오랫 동안 연구해온 세미나공간에서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윤독과 발제를 번갈아 가며 힘들게 진도를 따라간 지 3개월 정도 됐다. 특히 1-1권에 있는 1편~4편이 자본론의 정수이자 가장 건너기 힘든 '대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수 차례 도하를 시도했지만 끝내 넘지 못했던 첫 번째 권은 오랫동안 자본론을 읽어온 대학원생들에 의해 설명을 들으며 일독 정도 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3월 12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시대의창 출판사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작가와의 만남>(장소 : 신촌 아트레온 토즈)은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효용 가치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자본론 1-1의 주요 개념들을 '선행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원전의 무게를 견디지 않고서도 어디 가서 마르크스에 대해서 '아는 척'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임승수 씨도 "내가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썼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은 철저히 자본론 원전 이해에 충실하고 있다. 자본론 1-1권에 부딪힌 독자라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1~6강을 훑고 재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자본론 서두에 등장하는 난해한 개념을 작가는 아주 쉽게 설명하는 범상찮은 기술을 선보였다.

"상품이라는 녀석의 특징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쓰기 위해서 물건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상품이 아니다. 상품은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이 때 팔 수 있는 상품은 유용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상품의 사용가치에 해당하며, 그것에 값을 매길 수 있을 때 이를 교환가치라고 한다. 두 개의 전제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상품이 성립된다."

상품과 사용가치, 교환가치 같은 어려운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며 화폐와 노동, 자본에 대해서도 곧잘 정리했다. "수많은 상품 중 하나가 튀어나와 화폐 역할을 하게 되는데, 거래가 늘어나고 재화가 발생하면 화폐의 등장은 필수적이다"라는 설명은 화폐가 상품에서 비롯되었다는 자본론의 요지를 온전하게 설명했다.
강연장에는 80명 넘는 인파가 몰려 뒷자리 보조좌석과 바깥에까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나이는 대학생부터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강연의 콘셉트는 책의 기획의도에 충실했다. 강사는 1강~15강까지의 챕터를 리플레이해주었다. 현장에서 강연의 분위기와 내용을 지켜보며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지만, 약간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 60석 남짓한 좌서에 빈틈이 없었다. 이것은 앞칸의 모습에 불과하다. 뒤쪽에는 보조의자를 긴급투입했으며 옆방에서까지 강연내용을 지켜볼 정도였다.



되살린 마르크스의 기억, 씨앗은 언제 꽃필까?

"자본론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공감하려면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책은 단지 거기에 사다리를 하나 놓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임승수 씨는 자신의 책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겸손하기보다는 당당한 멘트로 이해됐다. 구체적인 양태나 방법이 어찌 되었건 간에 우리나라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유의미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것이 현실의 고질적인 모순을 분쇄하는 무기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대중강연장이 아니라 '헌책방'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 자본론 원전 이해를 위해 헌책방에서 발굴한 책들이다. 자본론의 오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론'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데, 그 때 이영협의 <경제학>이 쓸모가 있고, 자본론의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제사적 관점을 길러야 하는데 일반경제사요론을 구할 수 있으면 좋다. 마르크스가 특히 공을 들이던 주제는 '소외'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이를 포함해 소외에 관한 전반적인 담론을 살펴보고 싶다면 정문길의 <소외론연구>를 권할 만하다.


현재의 전방위적인 위기상황은 현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수천년에 걸친 모순들이 엉키고 설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단지 대중적인 담론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지성을 통해서 전승된 맑은 담론, 거친 음식과 같은 원전을 힘겹게 소화해야만 미래의 문이 열린다.

요컨대 우리 사회가 마르크스에게 시사점을 얻기 위해서는 젊고 노련한 지성에 의해서 연구되고 비판되어야 한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류의 해설서는 철저히 기능서로 분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페이퍼에 참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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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9-03-17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계자료에 대한 해석에 약간 의문이 드네요. 알라딘과 예스의 회원 성향이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자료인 것 같아요. <원숭이도>와 <김수행> 이 두 권의 판매량만 놓고 볼 때, 알라딘과 예스가 거의 2배차이가 나는데요, <자본론>의 경우는 역으로 2배 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어요. 이를 좀 더 확대해석하면 알라딘과 예스의 회원수의 차이가 전자에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아시다시피 예스가 알라딘에 비해 회원이 크게 많잖아요? 그렇게 볼 때 알라딘 독자들이 <자본론>을 무시무시하게 사들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위의 자료를 두고 알라딘과 예스를 일괄적으로 통합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보여요. 3권의 절대 판매량이 예스가 많지만, 알라딘에서의 판매비중이 훨씬 놓을 거라는 판단에서요.

위의 글에서의 통계자료에 대한 해석에서 현재 <자본론>에 대한 판매량보다 다른 2권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셨는데, 이는 <자본론>이 전5권이라는 점, 출간된지 20년이나 됐다는 점 등을 너무 간과하시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알라딘만 놓고 봤을 때, 출간된지 20년된 책이, 게다가 어렵다고 소문난, 제1권만도 7000부 이상 팔렸다는 건 <원숭이도> 8000여권쯤은 비할바가 아닌거 같은데.

위의 자료를 보다 합리적으로 해석하자면, 알라딘의 <자본론> 전5권의 판매량 총합만 놓고 볼 때, 나머지 두권의 최근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도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우리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결론 도출를 위한 성급한 해석이 아니었나 싶네요. ㅎㅎ

승주나무 2009-03-20 10:11   좋아요 0 | URL
댓글 늦어 죄송해요. 제가 할 수 있는 통계치에서 적용해서 작성한 것이니만큼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나름대로의 근거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자본론이 그렇게 많이 팔렸다는 사실은 최근 출간된 2권의 위세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르크스 열풍과는 상관 없을 정도죠.

따끔한 지적 감사합니다.
 

기형도 작고 20년이 됐다.
모두들 기형도를 신으로 만들려고 난리가 아니다.

나도 그 흐름에 동조하기는 했지만,
기형도 작고와 현재 사이에 청년 한 명이 지나갈 나이도 됐고,
그 청년도 이제 성인이 되었을 법도 하니,
이제까지 보였던 신화적이고 약간 유치한 관점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기형도의 나쁜 점을 들춰보려 한다.
기형도 시인도 이에 대해 별 유감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구상중...

"도대체 무엇이 젊은이(기형도)로 하여금 이토록 단정적이고 단호한 언사를 사용하게 만들었을까" - 이문재




나쁘게 말하다 
 
 
                                      기형도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눈치 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 
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잠겼다. 
멈칫했다, 석유 냄새가 터졌다. 
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 
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 
담뱃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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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3-1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승주나무님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저는 시는 잘 모르겠고, 그의 소설은 확실히 별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승주나무 2009-03-13 14:04   좋아요 0 | URL
시간을 쪼개면서 까는 말들을 하나씩 만들어내보려구요...ㅎ21주년이 되기 전에~

2009-03-1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7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유 있는 항의

그냥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글을 잘 써서 그런다는 게 아니라,
후기를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남겨야 나중에 그걸 보고 나서도 후회가 덜 하거든요.

예전에 시를 쓴 적이 있는데
시를 쓴 다음에는 절대 다시 그 시를 보지 않고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그 시를 보면 감정은 누그러지고
시에 대해서 냉정하게 볼 수 있게 되더라구요.

일주일 후에도 살아남는 시는 단 하나도 없었죠.
다른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저 스스로에게 막 화가 나는 거 있죠.

기형도 추모행사에 다녀와서 후기를 남기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후기를 쓰신 것을 보고
혹 제가 당첨이 되면 참 민망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당첨 마일리지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쓴 후기가 당첨이 많이 되니까
행사가 있을 때 제 얼굴이 보이면
알라디너 분들이 많이 슬퍼하지 않을까 하여....


그래서 말인데,
이 글을 보고 있는 알라딘 관계자들은
제 후기를 당첨에서 제외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후기는 후기대로 올리지만,
열심히 글 남기신 다른 분들에게도 기회를 좀 주셨으면 합니다.
괜히 4만원 탔다가
은근히 원망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난감하니,

저에 대한 배려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알라딘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겠네요.
아니면 제 관심분야의 행사에 보이콧하는 수밖에 없겠죠.
저는 알라디너 이웃이 더 소중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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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3-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마지막 멘트에 닭살이 송송 돋았지만 참 예뻐요.

승주나무 2009-03-13 14:02   좋아요 0 | URL
요즘 예쁘고 귀엽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더라구요. 실제로 예쁘고 귀여워서 그런 것 같아요..^^

네꼬 2009-03-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 승주나무님! 원망이라뇨. ㅎㅎ 저는 상금을 말 그대로 '탐'냈다가 승주나무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후기에 놀라 반성하고 꼬리를 내린 건데요! (상처 받으신 거 아니죠? ㅎㄷㄷ) 제가 가졌던 사심도 부끄럽고, 또 그렇게 좋은 후기에 추천과 댓글만으로는 부족한 듯해서 트랙백을 달아보았더랬어요. 아니 글 잘 쓰시는 게 죕니까. 원망은 무슨 원망요. (질투라면 몰라도!) 하하. (((안녕하세요? ^^ 즐거운 마음으로 트랙백을 했던 네꼬 드림)))

승주나무 2009-03-13 14:02   좋아요 0 | URL
네꼬 님 덕에 당첨 마일리지가 날아가면 원망페이퍼를 쓸까 생각중입니다^^

모과양 2009-03-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될 것을 우려하여 알라딘 이웃들에게 피해가 없는 후기만 알라딘에 써요. 서재 외는 제대로된 블로그도 없지만 서도... 알리디너들이 제일 소중하니까요.ㅎㅎ

실은 알라딘에서 당첨 잘 안시켜 줘욧! ㅠ.,ㅠ

승주나무 2009-03-13 14:03   좋아요 0 | URL
"알리디너들이 제일 소중하니까요" 무슨 CF 광고멘트 같은데.. 재밌어요~
이런 페이퍼 쓰는 것도 잘난척으로 보일까봐 조심스러워요~

순오기 2009-03-1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유쾌한 사연이네요.
네꼬님 글도 진즉에 봤었거든요~~~ 알라딘은 당첨될 만한 글을 당첨시키겠지요.^^
알라딘은 서재인들의 둥지라서 소중하잖아요.

승주나무 2009-03-13 14:04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당첨될 만한 글을 당첨시키겠지요"
오~ 이 말을 기다렸습니다. 알라딘이 알아서 하겠죠..
저는 원망이든 선망이든 다 좋습니다. 무관심만 하지 않는다면 ㅋ
 
기자가 되고 싶은 막내~

순오기 님이 페이퍼에 질문을 남겨놓은 것을 찾았다.
그것도 심심해서 검색창에 승주나무를 쳐봐서 그때야 알았다.

언론인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추천하는 책이라..

손석춘 씨는 오랫동안 언론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언론에 관한 글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 '독자'에 관한 배려도 많이 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문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를 담은 글이지요. 일반독자에게 신문의 제작 과정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저의'를 알려주는 <신문읽기의 혁명>과 학생 독자들을 향해 직접적으로 쓴 최근작 <순수에게>를 추천합니다.


<순수에게>를 펴낸 '사계절 출판사'에서 목록집에 담은 글을 인용해둡니다.

오랫동안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사회적 진실을 공론의 장으로 내오는 데 앞장서 온 비판적 언론인 손석춘. 그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여러 권의 책을 내왔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십대에 띄우는 글을 썼다. 저자 손석춘은 십대들에게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순수함’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권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순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되새김질해야 할 열 가지, 곧 '순수 10계'를 내놓으며 우리 사회와 역사를 톺아본다.  -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추천도서 목록집 <아름다운 서재> 4호 일부

제가 언론운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것이지만, 앞으로 '언론'의 면모는 전적으로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손석춘 씨는 기성 언론을 대표하는 분이시지만, 순오기 님의 자제분이 언론인이 될 때는 언론의 패러다임이 변화돼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래의 언론을 생각해야 할 때이죠.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무너졌듯이 기자와 독자의 경계도 무너졌습니다. 호접몽보다 더 호접몽스러운 언론환경이 도래할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순오기 님의 자제분은 이미 기자가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이를 사람들이 보면서 반응을 한다면 하나의 언론, 즉 1인미디어인 것이죠.

1인미디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의 언론인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략적인 청사진이나마 제시하는 책이 미디어2.0과 <세계 1등 인터넷 신문에게 배우는 블로그와 커뮤니티 경영 전략>입니다. 후자는 가디언이라는 신문이 구독부수에 비해 인터넷 언론사 지존이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는 없을 겁니다.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면서 동시에 제가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기자'를 관찰하지 말고 '독자'를 관찰하라는 점입니다.

저도 3년간 고등학생 진학컨설팅에 참여해 왔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드러나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환상을 갖기 마련입니다. '기자'에 대한 동경도 어느 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 정도는 '자기'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금새 없어질 수 있을 겁니다.

좀 건방진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기자'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입니다.

넉 달 만에 이렇게 페이퍼를 쓰게 돼 민망하지만,
민경이에게 제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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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1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개월 뒤의 답변도 고맙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경이 기자는 벌써 접었는지, 2학년 장래희망란에 번역가라고 썼답니다.ㅋㅋㅋ
이 페이퍼 별찜해놓고 민경이도 보여주고, 저도 저 책들을 챙겨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 책들은 막내인 민경이보다 대딩인 큰딸이 더 관심있어 할 것 같습니다.^^

승주나무 2009-03-13 14:02   좋아요 0 | URL
민경이를 위해서 쓴 건데..그러면 대딩용으로 다시 써볼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