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 Breathl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영화 <똥파리>의 한 장면. 상훈(오른쪽)은 사랑하는 애인에게도 한 번 웃어주지 못할 정도로 폭력에 깊이 노출돼 있었다.


<똥파리>가 상기시켜준 가정폭력의 기억

"세상은 엿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영화 카피처럼 온통 욕지거리 투성이 영화를 보고 나는 점집에 가서 무당에게 욕바가지를 한껏 얻어들은 것처럼 후련함을 느꼈다. 

 책이나 영화 중 유독 글로 남기고 싶은 작품들은 대체로 자기고백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똥파리>를 보았을 때 영화가 보여준 '폭력의 언어'가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결손가정'이라는 말이 대한민국에서는 참 우습다. 결손하지 않은 가정이 어디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나오는 폭력이 끝에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10초 남짓한 장면이 모든 '폭력'을 설명해 준다. 아들(상훈)이 아버지를 때리는 근친폭력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다.

단지 나는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휘두른 폭력의 실체를 모두 알고 있지는 못하다. 다만, 날마다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울먹이며 "승주야 너는 커서 아내를 울리지 마라, 아내를 때리지 마라"라고 하신 말씀이 평생 남아 있다. 그래서 결혼한 후에는 공처가가 됐고 아내의 눈물에 심장이 오그라들 것만 같은 못난 남자가 됐다. 유년 시절 가정폭력의 경험이 얼마나 생생하냐면 어머니가 들려준 묘사가 한순간도 빠짐없이 지금도 남아 있다.

뱃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배삯을 받는 날은 노름방에 직행한다. 그 날도 노름방에 들어가는데 술까지 한잔 해서 뒷주머니에 수표가 반쯤 나와 있었다. 동네 사람이 어머니에게 제보를 해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표'를 빼내기 위해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말도 못할 만큼 폭력을 휘둘렀고 어머니는 그 매를 다 맞으면서 끝내 수표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어머니는 그 일로 한동안 숨어 다녀야 했다. 아버지의 폭력을 내면으로부터 밀어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고, 얼마나 많은 책을 소요한지 모르겠다.

나는 일상의 폭력을 일상의 집요함을 통해 극복한 케이스이지만, <똥파리>의 '상훈'은 그렇지 못하다. 극단적인 폭력과 극단적인 사건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뽑아 버렸다. 극단적인 사건은 한 사람의 전 인생을 억누르는 경우가 있다. 상훈의 경우가 그렇다. 
 


똥파리의 언어는 바로 '폭력' 그 자체

 <똥파리>는 첫장면부터 충격적이다. 뉴스나 블로그 등을 보면 첫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다. 어떤 남자가 한 여자를 흠씬 패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가 남자를 때려눕히고 여자에게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거기다 침까지 뱉는다.

이 장면은 '폭력'을 언어로 이해하지 않으면 좀처럼 해석되지 않는다. 즉, 상훈은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도 '폭력'이며, 자신의 사랑표현조차도 '폭력'을 쓴다. 육체폭력이 되지 못하면 '언어폭력'이라도 쓴다. 폭력이라는 알파벳이 새겨진 것처럼 그의 폭력적인 문자는 영화 전체를 헤집고 다닌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사채빚을 받으러 간 집에서 한 남자가 가족들을 사정없이 패고 있을 때, 동생들에게 '작업'을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남자를 때려눕히면서 "밖에서는 X도 아닌 것이 집에서만 김일성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무능력자와 김일성, 폭력을 한 문장에 담아내면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베어냈다. 폭력이란 행위 그 자체에서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미 징후를 드러낸다. 말이 들어갈 수 있다면 폭력이 낄 수 없다. 고립과 무능력만큼 폭력에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영화는 당시 정치상황과 사회구조를 설명하는 어떠한 장면도 남기지 않았고, 단지 사적인 공간만으로 사회 전체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모습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예컨대 가족을 죽인 죄로 15년을 복역한 상훈 아버지의 모습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한창 때는 가족들에게 허구헌날 폭력을 일삼다가 감옥에 들어갔다 출소한 후에는 아들에게 밤마다 폭력을 당해야 했다. 아버지의 폭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가 자해를 한 것이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폭력을 쓸 수 없는 처지'에 대한 욕구불만에서 나온 '자기에게로의 폭력'으로 이해한다. 죄책감에 의한 자살시도로 해석될 만한 근거장면을 찾을 수 없다. 폭력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할 때 처할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를 상훈의 아버지가 보여주었다면, 더 이상 폭력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작정할 때 처할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는 바로 주인공 '상훈'이 보여준다.

상훈이 자신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연희와 사랑을 쌓아가며 점차 폭력의 언어가 치유되고 폭력 자체를 폐기할 수 있게 된 상황과 폭력의 언어를 버렸을 때 상훈이 감당해야 할 상황은 일종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결말을 봐야 하는 영화의 배열 자체를 가지고 (상훈의 슬픈 결말에 대해서) 한탄을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로 인해 폭력 언어를 포기했을 때 사회로부터 어떤 단죄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더욱 분명하게 느꼈다는 점을 소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리얼리티 <똥파리>의 활주로 역할을 해준 <워낭소리> 고마워

뉴스보도에 따르면 <똥파리>는 <워낭소리>보다 흥행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다. <워낭소리>는 300만이라는 기적적인 숫자를 바라보다가 막을 걷었고, <똥파리>가 새로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보도는 <똥파리>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만 나는 다른 방식으로 <워낭소리>의 가치를 평가하고 싶다. <똥파리>라는 독립영화가 등장할 수 있도록 텃밭을 일궈준 공로자이기 때문이다. 춘추시대 연나라의 '곽외'라는 사람이 생각난다.

연나라 소왕(昭王)이 천하의 현자를 구하자 곽외가 "먼저 이 곽외부터 쓰면 저보다 현명한 사람들이 어찌 천리길을 마다하겠습니까?"라고 자천했다. 연 소왕이 곽외를 스승으로 삼자 악의(樂毅)가 위(魏)나라에서 오고 추연(鄒衍)이 제(齊)나라에서 오는 등 많은 현자들이 몰려들었다.
- 사마천 <사기> 연소공세가(燕召公世家)


<워낭소리>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텔링과 드라마타이징으로 훈훈한 감동을 주는 독립영화이지만, <똥파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작품이다.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리얼리티가 살아날 수 있도록 활주로 역할을 해준 <워낭소리>에 대해서 <똥파리>의 관객들은 고맙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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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4-2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파리가 이런 느낌의 영화였군요. 날 것 그대로의 충격이라니, 심호흡이 필요하겠어요.

승주나무 2009-04-23 21:53   좋아요 0 | URL
한번 기지개 펴시고 보세요^^

프레이야 2009-04-2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까말까 망설여지는 영화에요.
독립영화의 활주에 박차를 가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선 끌리지만
보고나면 하루종일 그놈의 욕설과 폭력적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보고싶은쪽으로 더..

승주나무 2009-04-23 21:54   좋아요 0 | URL
요즘 위선을 벗고 까놓고 이야기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김앤장의 변호사님들처럼 젠틀하게 웃으며 세상에서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보다 대놓고 폭력쓰고 언어폭력쓰는 이 영화가 더 정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직한 폭력...멋있잖아요 ㅎ
 

미네르바 1심 판결 "일단 안심"


인터넷에 정부 정책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0일 오후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미네르바에 대한 1심 재판이 '무죄'로 결론나면서 각계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 네티즌들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반면 '준법'을 구호로 내걸고 '미네르바' 구속을 준법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정부의 시도가 제동을 받는 분위기다.
족벌신문들은 판결 결과에 몹시 불편해 하면서도 대놓고 이야기를 하진 못한다. 그러면서도 미네르바를 “경제학을 전문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던 30세의 무직 청년 박씨” 따위로 폄하하기에 바쁘다.
가장 분통이 터지는 사람들은 검찰이다.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3차장은 "판결문을 본 결과 재판부가 증거의 취사 선택을 잘못해서 사실관계에 대해 오인했고 박씨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배척해 공익침해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미네르바 1심 판결을 맡은 유영현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그것만으로는 유죄라고 하기에 부족했다”고 밝혔다. 오직 법리로만 판단했다는 판사에게 법리문제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했으니 두 사법 기관의 자존심 대결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제2미네르바에 대한 대비, 어디까지 진행됐나

지난 4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저작권 개정안은 정부의 야심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 저작권 위반이라고 하면 원저작자와 저작권 침해자(침해 의심자) 양자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의 경우 저작권자와 저작권 위반자, 심지어 양자와 상관 없는 저작물 유통 관리자(포털 등 게시판 관리자)를 모두 정부의 손아귀에 넣은 것이다. 

정부여당의 독소조항으로 유명한 사이버모욕죄조차도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할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라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지만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울트라 독소조항'이라고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예컨대 정부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유통하는 누리꾼과 주요 게시판을 모두 제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가 많이 올라오는 게시판에 인력을 고용해 감시활동을 벌이고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발생할 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명의의 명령을 내리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장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도 있다. 이번 개정된 저작권법을 '언론검열'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저작권법 개정안에 '반의사 불벌죄'와 같은 장치를 두지 않으면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법을 집행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게시판이 어디까지 해당하느냐는 문제를 두고도 논란이다. 개인 블로그가 게시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유권해석으로 충분히 '저작물을 올리는 모든 웹 공간'으로 법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블로그는 포털사이트와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의 위법사항을 근거로 포털에 대해서 제재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누리꾼의 입장에서 보면 '불펌'으로 메일확인 등 포털의 기본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미네르바는 출소 후 인터뷰에서 "도전받는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미네르바가 글을 쓸 때는 전과 같은 상황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선 기사나 도표, 정보 인용을 할 때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원 저작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게시자를 제재하거나 게시판 자체를 폐쇄할 수 있는 무서운 조항이기 때문에 미네르바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해서 글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표 인용 같은 것은 제약이 많을 것이다. 도표를 분석하고 그 요지를 싣든가 아니면 새로 도표를 그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네르바를 포함해 앞으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은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연구를 면밀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독소조항만으로도 인터넷은 완전 정복된 상태다.


MBC는 헛발질, MB는 환한 미소


이명박 정부는 여러가지 다양한 경로로 언론탄압과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KBS와 YTN 낙하산 사장 임명과 MBC PD수첩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 통제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해 그런 의지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탄압대상은 MBC인데, 요즘 아주 우스운 꼴이 되었다. 신경민 앵커의 하차 문제로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의 이사들은 이사회에 해암안을 제출한 상태다. 방문진 이사의 구성 면면을 봤을 때 부결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해임 여부와 상관 없이 이번 경우는 MBC의 패착이자 정부에게는 요행이다.
엉뚱하게 앵커 문제를 가지고 MBC가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은 정부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 이 기회에 엄기영 사장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자면, 그는 원만한 처세로 사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원만한 자세 때문에 공적이 된 좋은 반면교사다. 엄기영 사장이 앵커 교체를 반대하고 신경민 앵커를 지켰더라면 MBC와 반MBC의 전선이 명확하게 펼쳐질 수 있었을 텐데, 신 앵커 문제에 개입하면서 전선이 왜곡됐다. 엄기영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만약 YTN 사장처럼 MB맨이 된 것이라면 그의 처세가 나쁘지는 않겠지만, MBC맨이라면 패착을 범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모든 경황을 놓고 봤을 때 미네르바 출소 후 이전의 영향력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네르바가 옥고를 치르는 동안 별도의 전략을 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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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앵커의 하차와 PD수첩 제작진의 긴급체포 등 최근 현안과 관련해서 엄기영 사장이 대처는 물론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 : MBC)



정권교체에 상관 없이 원만한 관계를 통해 일신을 보존하는 유형이 있고, 원칙을 지키며 머뭇거림 없이 돌아서는 유형이 있다. 어느 면으로 보나 원칙주의자는 단명하고 원만한 자는 장수한다는 상식이 증명된다.
하지만 원만한 관계의 유형이 단명하는 사례도 있다. 엄기영 사장 이야기다.

엄기영 사장은 명분도 실리도 잡지 못하고 신경민 앵커를 하차시켰다. 그 배경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집권자들을 밤9시마다 불편하게 하는 뉴스 진행 스타일, 즉 저널리즘에 충실한 앵커를 정치적인 이유로 퇴진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본인이 앵커 출신이면서 앵커의 앞길을 이렇게 막아버리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지만, 엄기영 사장이 정연주 사장처럼 교체되지 않고 순수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궁금한 것이 PD 수첩 같은 프로그램은 왜 진작 폐지하지 않았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신경민 앵커의 하차 문제로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의 이사들은 이사회에 해암안을 제출한 상태다. 방문진 이사의 구성 면면을 봤을 때 부결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해임 여부와 상관 없이 이번 경우는 MBC의 패착이자 정부에게는 요행이다.

엉뚱하게 앵커 문제를 가지고 MBC가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은 정부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

한자에 명철보신(明哲保身)이라는 말이 있다. 지혜를 다해 일신을 보존한다는 뜻이다. 단지 권력자에게 아첨한다고 해서 일신이 보존되는 것은 아니고, 원칙을 고수했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권력자의 뜻에 좌지우지되다 보면 이용당하다가 팽당하는 꼴을 보기 십상이다. 정연주 사장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조직적인 공작에 의해서 희생량이 되는 형태로 사퇴가 되었기 때문에 보폭에 여유가 있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물론 정연주 사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엄기영 사장은 참 딱한 처지다. 방문진의 해임 의결과 상관 없이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또다시 비판을 듣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근행)은 "오히려 사장이 사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혹을 오히려 하나 더 짊어진 것이다. 엄기영 사장의 진로는 점점 딱한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한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연주처럼 '희생자 이미지'도 얻지 못하고 정부와의 일전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멍에만 남게 된다.

몸을 사리면서 정부의 비위를 맞추는 인사들은 엄기영의 사례가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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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지 석달이 되어 간다. 판교의 주민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입주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다. 상가에 대한 분양전이 본격화됐지만 시민들에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동판교에서는 주로 슈퍼나 문구점 등 상가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았고, 서판교는 단연 주차 문제다. 동판교는 서영 사랑으로 아파트와 B5-3BL 아파트 건설공사 20공구를 중심으로, 서판교는 봇들마을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 기자 주


서판교는 현재 "커다란 주차장"

동판교에 들어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차난이었다. 실제로 판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주차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시공사의 공사차량과 딸린 인부들의 차량이 한쪽 차선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서 오가는 차량이 1개의 차선으로만 아슬아슬하게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인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계석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민이 지나가면서 드러난 철골 위를 넘어갈 때는 위태로운 감마저 들었다.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여기를 지나던 시민은 아예 인도를 포기하고 차도로 갔다. 안 그래도 부족한 차도에 사람과 차가 함께 쓰고 있는 꼴이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은 취재를 하고 있는 나를 붙잡고 인도 마무리 부분은 꼭 써 달라고 부탁한다. 철골이 흉하게 드러난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개선이 안 된다는 거다.




▲ 서판교(위 사진, 4월14일-0538)는 주차난이 심각하다. 대부분 공사차량이 한쪽 차선을 차지했는데 공사차량을 위한 주차공간이 없어서 길가에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동판교는 공사차량을 위한 주차공간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었다. 주차공간은 시공사가 마련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감독주무부처도 제어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 서판교(위4월14일-0553)와 동판교(아래4월16일-011)의 도로 모습. 서판교에는 곡괭이와 장갑, 대못 등이 어린이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노출돼 있어서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있었다. 서판교는 펜스로 가로막아 비교적 안정감을 주었다. 서판교 어린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아직까지 맨홀에 빠지거나 못에 찔리는 등의 안전사고는 없다고 말했다.




▲ 서판교 부영 사랑으로 아파트 주변의 인도에는 오랫동안 경계석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 주민이 위태롭게 골조를 통과하고 있다.(위 사진) 아예 차도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가뜩이나 공사차량 때문에 차량 통행에 불편한데, 1차선을 가지고 차량과 주민이 함께 쓰는 꼴이다. 입주민에 따르면 이 현장은 꽤 오랫동안 마무리되지 않아 통행에 불편함이 많다고 한다.



감독관청 "5월부터 단속한다"는데...

주차문제와 안전사고 위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분당구청 교통지도과와 판교입주상황실에 문의했다. 안전문제 등의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주무관청은 시공사에 요청공문을 보내고 시공사가 조치 후 확인서신을 주는 방식으로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담당자는 현재까지 안전사고에 관한 민원은 별로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단 주차문제에 관해서는 판교의 전 구역을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고시 전까지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분당구청 교통지도과는 16일 판교 전역에 18장의 현수막을 게첨했으며 안내문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 분당경찰서는 판교 전역을 주정차금지 및 견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고시를 발표했다. 판교의 주차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자료 :  판교 포털 커뮤니티)


하지만 주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민들은 서판교의 경우 주차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도를 침범하고 있는데, 주차공간 없이 단속만 한다고 주차문제가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무관청조차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차공간은 시공사가 마련하는 것이고 주무관청이 시공사에게 주차공간을 만들어서 차도를 침범하지 말라고 지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공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멀리 돌아서 주차를 할리 만무하고 별도의 주차공간을 만들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무관청도 주민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밖에 미세먼지 문제나 자전거 도로 문제가 서판교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이고, 동판교는 매점 등 편의시설에 대해서 불편함을 나타냈다. 이사오기 전의 동네에서는 금방 슈퍼가 있었지만 판교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차를 타고 멀리 나가 한꺼번에 사오기 때문에 음식이 썩는 경우도 많고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집하장도 약속대로라면 이미 설치가 됐어야 하는데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쓰레기 먼지나 이사 쓰레기, 길거리에 버리는 쓰레기 등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틀 동안 판교를 취재하면서 몹시 불편함을 느꼈는데, 이곳에서 몇 달째 살고 있는 판교 주민들은 오죽할까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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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차는 실제 글의 내용과는 다름(현장사진을 찍지 못해서...)

부수입 20만원 수익에 BMW 접촉사고 80만원 손해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일감을 구하고 있었는데 20만원짜리(세전)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아싸!" 하면서 글을 쓰고 있었죠.
그런데 이웃집 가족들이 나들이를 가려고 차를 빼달라고 하더라구요.
아내가 임신중이어서 운전이 서투른 제가 차를 뺐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죠.


차를 담는 중에 약간 스크래치가 났는데 차를 담고 집에 들어가고 나서도 스크래치가 난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나중에 전화가 왔더라구요.
알고 보니 옆에 세웠던 차는 이웃집 차가 아니라(원래 201호가 세웠던 자리) 아래층 세입자의 친구가 놀러 왔다가 잠깐 세워둔 BMW였습니다. 그것도 사업이 안 돼 차를 팔려고 전날 도배와 수리를 다 해놨다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그 분이 미안해 하시더라구요.

당장 보험사에 전화해서 기사님을 불렀어요.
기사님은 50에서 2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공인비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공인비란 도색을 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더군요.
못된 곳을 만나면 공인비가 엄청나게 높게 나와서 망하는 사람도 여럿 있대요.
다음날 전화가 왔는데 80만원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50만원이 넘으면 보험료 할증이 되기 때문에 30만원이라는 쌩돈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고는 한 번 펑크 맞고. 잉잉 ㅠㅠ
앞으로 3년 동안 재수없게 생겼습니다. (3년 동안 보험료 할인은 꿈도 못 꾸게 생겼다는 말입니다^^)

생각지 못했던 주가상승으로 100만원 수입

새옹지마 시즌2가 곧바로 이어졌습니다.
나우콤이라는 코스닥을 몇 장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묵혀 뒀죠.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50%가 수익이 난 거에요.
그래서 500주를 팔아버렸죠. 약 100만원 정도 수익이 난 것 같습니다.
재테크를 좋아하진 않지만, 생각지도 않은 수입 덕에 기사회생했습니다.

맹자의 한 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인생을 살다 보면 말이야.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올 때도 있고, 완벽을 기했지만 어이 없는 낭패가 찾아올 때가 있단 말이지
孟子曰:  「有不虞之譽, 有求全之毁. 」

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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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4-1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흑자!!
이야 배속에 녀석이 복덩이인가 봅니다.
벌써 돈이 들어오는군요..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아이가 복덩이인것은 인정 ㅋ

Jade 2009-04-1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뒷 이야기 없었으면 승주님 꽤나 배 아프실뻔 했어요 ㅋㅋ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네~ 뒷이야기가 저를 살렸어요^^

마늘빵 2009-04-1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을 바꿔야해. '주가상승으로 100만원 수입' 요렇게. 다행이네요 그래도. 면허증은 있지만 차를 가급적 안 몰고 싶어요. 저런 일 생길까봐. -_-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허허~ 그게 바로 조0(혹은 0선)일보의 행태라는 것이지요ㅋㅋ

감은빛 2009-04-1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초보시절에 가벼운 접촉사고 여러번 냈지요.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났네요. 대개는 더 더러운 꼴을 보게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주가상승이라! 멋지군요!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저도 초보 딱지 얼른 떼고 싶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