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구독운동하면서 시민에게 외면당해 속상했던 날
언론 시민운동을 하면서 자긍심도 많이 느꼈지만, 현장에서 굴욕감 비스무리한 감정도 많이 느꼈습니다.
<시사IN>이 창간했을 때 기자들과 시사모 회원들과 함께 창간 소식을 알리고 자발적 구독운동을 이끌기 위해 홍보활동을 했습니다. 일종의 정기구독 운동이었죠. 돈을 모아 휴대폰액정클리닉과 서류철 등 기념품, 시사인 창간호보다 빠른 <시사인 독자편집판>을 1만부씩 만들어서 전국 20여 지역에 돌리면서 정기구독을 권유했습니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였지만, 판매팀장님이 엄청 즐거워하시더라구요. 자발적 구독운동 기간에 정기구독자가 많이 늘어서 일찍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지금은 3만 독자를 바라보고 있고, 한겨레21을 위협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기구독운동은 '통하는 캠페인'이라는 것을 이때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광화문에서 팜플렛을 배포하는 일을 하면서 시민들의 외면을 받자 그것이 속상했던지 일주일 내내 앓았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 시사저널 파업기자들이 언론사 파업사례로는 유일무이하게 새매체 <시사IN>을 창간했을 때 이들을 지원하는 시사모라는 모임의 이름으로 광화문과 전국 20개 가까운 지역에서 배포운동을 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광화문 출근행렬을 대상으로 수 회에 걸쳐서 배포활동을 했습니다. "시사IN이 좋은 매체니까 정기구독해주세요"라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적이었습니다.

▲ 천만블로거로 유명한 <독설닷컴> 고재열 기자의 저력은 오프라인에 있지 않을까요. 취재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아침 일찍 광화문에 나와서 배포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기자와 독자가 광화문에서 함께 배포활동을 했을 때 행복하더군요. 기자들은 독자들에게 너무 먼 당신처럼 보였지만 시사저널 사태와 시사IN 창간을 겪으면서 기자들과 독자들이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독설닷컴>의 천만 블로거 등극을 축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업적으로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취지와 의미가 분명히 있는 캠페인인데 시민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고 부아가 치밀더군요.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바쁜 발걸음을 잡아채는 것이기 때문에 반가울 리가 없겠죠. 그리고 캠페인의 취지를 강요할 필요도 없는 것이구요. 광화문 배포를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자 시민이 외면해도 별로 상처받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힘 있게 전단지를 잡아쥘 때 손의 느낌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 시사저널 사태 알아요. 그 기자들이 새매체를 만들었군요" 하면서 반갑게 맞아줄 때는 하늘로 날아오른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해는 언론운동하면서 새매체도 창간하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철거'라는 걸 경험해봤어요
언론운동을 한 지는 3년쯤 됩니다.
저의 언론관도 많이 변화하고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시사인을 창간하거나 조선, 중앙, 동아일보 광고불매운동을 할 때도 부끄러운 마음은 없었지만, 웬지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침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있어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거대담론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보급하고 지역의 소소한 목소리를 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라는 단체에서 지역언론을 만들기 위해 신도시 <판교>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아이들이나 어른들을 만나면서 고민거리를 듣고 이를 뉴스로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 언론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거금을 들여 솜사탕 기계를 구입해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동네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동네 아이들도 솜사탕이 안 오는 날은 섭섭해서 따질 정도로 친해졌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 성남시에서 공무원들이 와서 솜사탕 기계를 철수하지 않으면 압수를 하고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짜고짜 기계부터 치우라고 윽박을 지르는 까닭에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들에 따르면 우리들이 도로교통법을 어기고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했습니다.
공무원 아저씨들이 화난 표정으로 다가와 다짜고짜 솜사탕 기계를 치우고 철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희는 사정을 알기 위해 이유를 여쭤봤지만 "치우라면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지 왜 이렇게 말이 많으냐"며 강압적으로 말했습니다.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하면 강제로 집행하고 벌금을 물리겠다고도 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연배가 많아 보였는데, 한 분은 저희들 중 한 명에게 "당신은 말하는 태도부터 고치라"며 훈계를 하였습니다.
도로교통법을 어겼다고 하니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시민운동의 취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시설 일체를 자진 철거했습니다. 한 동료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언론캠페인을 하면서 철거를 당해본 적은 처음이라며 속상해 했습니다.
언론운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창피도 많이 당하고 속상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좋은 취지로 다가가는 활동이기 때문에 참고 설득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성남시 공무원들 같은 경우에는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치우라며 강압적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철거를 하면서 그 들 중의 리더급인 분에게 '네잎클로버'를 건네며 "이것도 인연인데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드릴게요"라며 말을 건넸습니다. 그 공무원은 그제야 미안한지 부드럽게 이야기를 합니다. 반대쪽 도로에는 교회에서 부스를 차려 놓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정기구독운동>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시사IN, 창간 당시 자발적 구독운동을 했던 것은 매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지갑을 열고 구독을 해주자는 취지였습니다. 판교에서 하는 캠페인도 일종의 정기구독 운동과 언론운동 전반을 말하는데, 공무원들은 특정 신문의 판촉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식으로 이해했습니다. 만약 인쇄물이나 플래카드 같은 것이 있었다면 좀더 근사해 보였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참으로 속상했던 것은 대화의 여지 없이 철거를 당했다는 점과, 다른 곳은 가만히 있는데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속으로는 "이런 취급까지 받아가면서 언론운동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안을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옳은 행동이라면 장애요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슬픈 하루였습니다.
공무원 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도 상식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가르쳐주십사 하는 점입니다. 죄인취급을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공익캠페인이든 판촉행위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정이 있기 마련인데 최소한 이 점을 사려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