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군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네요.

군복무를 소위 '땡보'처럼 해서 신문 볼 기회도 있었죠.

참모부의 '정훈공보부'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자꾸 패스를 줬어요.

조선, 중앙, 동아, 경향 등은 볼 수 있었죠.

'경향'을 그때 처음 보았는데, '이런 신문도 있구나' 싶은 정도로 논조가 균형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편해질 때부터는 신문을 오려서 '스크랩'을 했습니다.

신문 스크랩 하나 하려면 1~2시간은 걸려야 했고, 그것도 주말을 이용해서

밀린 신문들을 정리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저의 보물 3호쯤 되지요.

그러나 '사회'에서도 그런 '스크랩'이 허락될 수 있을까요.

인터넷 서핑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언론재단(http://www.kinds.or.kr/)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거기에 '스크랩'이 지원되더라고요.

블로그 스크랩과 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언론재단'의 스크랩은 '5000건'으로 한정이 되어 있었어요.

10년 20년 스크랩을 할 저로서는 5000건이 아니라 50만 건이라도 한정이 있으면 불편하지요.

그런데, 다행히 '경향신문사'에서 '드림위즈'와 블로그를 통합해서 '무제한 블로그'를 제공하더라구요.

그래서 6월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사를 스크랩하고 있구요.

폴더도 10개 남짓에서 지금은

이렇게 많이 늘었어요. 스크랩을 하다 보니까 '분류'라는 것이 몸에 배더군요.
처음에는 '구독'을 하지 않았어요. 구독은 위험한 거잖아요.
한 두 달 정도 가판대에서 사서 보았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을 사서 읽는 나를 발견한거죠.

그래서 구독 신청을 했는데, 운 좋은지 아니면 우리나라 신문 시장을 교란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3개월 무료로 받아보는 혜택까지..^^;(민언련 관계자분 지송)

요즘처럼 일이 많을 때는 쉬는 날 몰아서 정리하곤 하는데, 언젠가는 200건의 기사를 한꺼번에 스크랩한 적도 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오늘도 87건의 기사(4일치 신문)를 스크랩했네요.

이렇게 해서 하루도 빼지 않고 스크랩했다는 것은 저에게 큰 자부심입니다.

신문 스크랩을 하면서 여칭에게 '갈굼'도 많이 당했습니다. '불필요한 시간'이 아니냐구요.
제가 스크랩을 하는 목적은 물론 사회 돌아가는 것을 저의 관점으로 알기 위한 기본적인 것도 있고, 논술선생이라 강의 자료 확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소설을 위해서' 스크랩을 합니다.

스크랩을 하다보면 우리나라의 현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포착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인물을 넣으면 완벽한 리얼리티를 무장하게 되는 것이죠. 제가 좋아하는 도스토예프스키도 신문광이었다고 해요.

블로그 주소는 : http://blog.khan.co.kr/97dajak

이구요. 여기는 알라딘처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지만, 이웃을 만들어서 일대일로 나눌 수는 있죠. 신문 스크랩을 세세하게 하는 것을 아는지, 요즘에는 3~4백 명 가량의 방문객이 찾는 것 같아요. 이들이 무슨 목적으로 제 블로그를 방문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렇게 하면서 기자들이랑도 친해졌어요. 사진기자 한 분과는 농담도 트는 사이이구요, 기획취재부의 기가에게 기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보니 '참여'도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올린 적이 있지만, 다른 신문도 그러나요. 경향신문에 오탈자가 많이 보여서 '경향신문 오탈자보고서에 들어갈 자료들-1'을 작성한 적이 있어요. 6개월에 걸쳐서 오탈자를 잡아냈죠.

이번에는 방향을 좀 수정해서 '경향신문 오탈자 보고서에 들어갈 자료들-2'를 작성하고 있어요.
예전처럼 오탈자만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 오탈자가 왜 이렇게 위험한지 저의 생각을 넣어서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저의 관점이 가미된 신문 스크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왜곡이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신문사가 신문기사를 쓰더라도 어느 정도의 왜곡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스크랩할 뿐이죠.

어때요? 블로그 스크랩. 재미있어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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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3-1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강추. 꾹.

승주나무 2006-03-1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님//아직 열정 죽지 않았다구요^^강추 감사합니다^ㅆ^

주리 2006-03-21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열성이시네요! 여자친구도 지금쯤이면 은근슬쩍 좋게 봐주지 않을까요? 헤헤..

승주나무 2006-03-2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리 님//반갑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기야 이제는 스크랩 하고 있어도 "공부해라!!!"고 안 하더군요^^
 

독해진 황사 대책은 “외출자제”
입력: 2006년 03월 10일 18:10:51 : 0 : 0
 
봄철 불청객 황사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일 우리나라를 급습한 올 첫 황사의 경우, 미세먼지 속에 납과 카드뮴, 크롬 등 7가지 중금속과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일선 학교의 주5일제 확대 후 맞는 ‘첫 놀토’가 황사로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뒤덮는 봄철 황사는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고 황사에 함유된 오염 미세먼지가 평상시보다 최고 27배 늘어났다.

중국 내륙의 사막화와 중국의 공업 발전에 따른 대기오염 등으로 우리나라 황사 발생일수는 80년대 연평균 3.9일, 90년대 연평균 7.7일이었으나 2000년 이후 12일로 80년대의 3배로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황사 내습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시간당 최고 753ug/㎥으로 평상시 평균 58ug/㎥에 비해 13배 높았다. 황사가 가장 극심했던 2002년 4월에는 서울대기의 미세먼지 농도가 시간당 최고 2,070ug/㎥을 기록, 평상시에 비해 27배나 많았다.

중금속 오염도 심해 지난해 4월 서울지역을 덮친 황사에 들어있던 중금속은 망간 0.2463ug/㎥, 철 5.8335ug/㎥, 니켈 0.0156ug/㎥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황사가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 대기 중금속 함유량의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기상청은 올 봄에 황사가 중부 지방은 12일, 전국적으로는 평균 3.6일 찾아와 평년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한층 지독해져 상당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황사 엄습을 전후로 노약자와 어린이 호흡기질환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외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안경과 마스크, 긴소매 의복을 착용하고 과일과 채소류는 반드시 깨끗한 물에 씻어 먹을 것을 권고했다. 외출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눈을 씻고, 양치질로 입안을 청결히 하고, 반드시 샤워를 할 것을 주문했다.

〈경향신문, 오승주기자〉

아이, 일년 동안 기적적으로 감기 걸린 적 없는데, 호흡기가 약한 나는 어째!!ㅠㅠ

※ 경향신문 오승주 기자는, 승주나무 오승주와 동명이인이며 전혀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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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1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하시군요. ㅎㅎㅎ

월중가인 2006-03-1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사 심한것같아요.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느낌일 수도 있지만 오늘따라 서울이 엄청 뿌옇고,, 약간은 노랗기까지 한 느낌..ㅋㅋ

승주나무 2006-03-1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고맙습니다. 신문의 내용을 인용했을 뿐이지요.
메이크업 님//'화사'라고 하니까 서정주의 '화사'라는 시가 생각나는군요. 엑스타시에 빠져서 쓴 시. '대가리를 내밀어라', '스며라 비암'


화사(花蛇) --- 서정주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辨)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쏘면서, 사향 방초(芳草)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물만두 2006-03-1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요~

승주나무 2006-03-1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황사 조심하세요^ㅆ^
 

성추행…골프…與野 “남탓” 공방
입력: 2006년 03월 09일 22:17:10 : 1 : 0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가.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카드로 갈라서 ‘돌격 앞으로’만 외치는 여야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책임있는 답변과 자성, 진실 공개는 소극적이고 서로의 상처만 물고 늘어지는 ‘반쪽 공세’에 대한 질타이다. 제 눈의 들보는 눈감고, 남의 티끌만 보는 행태인 셈이다.

참여연대와 민언련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여기자 성추행의 당사자인 최연희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철훈기자
방일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언론사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국의 총리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 국민의 지탄을 받을 사안”이라며 “한두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반복돼서 국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총리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의 표명도 한 만큼 대통령의 순방후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이총리의 사퇴를 압박했다. 박대표는 그러나 최의원의 성추행 파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과 당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격만 선택한 간담회였다.

당에서도 이총리 해임건의안과 국정 보이콧(거부)이라는 초강경 애드벌룬을 띄우고 여론탐색에 나섰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총리가 사의 표명을 하지 않고 대통령도 유임시킬 경우 해임건의안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이도 안된다면 총리의 국정 운영을 전면 보이콧(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임하면 중대국면이 올 것”(허태열 사무총장)이라는 설명이다. 정작 잠행 중인 최의원 소식은 밖에서 나왔다. 최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무소속으로 7월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으나 최의원측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실정법 위반을 세탁하려는 편법”이라는 여타 정당의 공세가 쏟아졌으나, 한나라당은 사실 규명이나 입장 표명없이 침묵 중이다.

이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진 열린우리당도 최의원을 겨냥한 반쪽 공세가 도마에 올랐다. 최의원의 성추행이 이뤄진 ㅁ음식점에 대한 현장답사에 대해 당안팎에서 ‘과잉 대응’이라는 혹평이 따라붙은 것이다. 당 성폭력·성추행 대책위 소속 김현미·김형주 의원과 당직자들은 9일 현장답사후 기자회견을 갖고 “ㅁ음식점이 내부를 새로 도배하고 매출전표나 영수증도 보여주지 않았다. 사진도 찍지 못하게 했고, 종업원도 입막음했다”며 “한나라당과 이 음식점이 사전 조율해 축소·은폐하려는 의혹을 갖게 됐다”고 공격했다. 이들은 “성추행이 이뤄진 노래방은 이 음식점과 길로 연결돼 있다가 지금은 차단해 놓은 옆 음식점”이라며 ‘불법시설’ 의혹을 제기한 뒤 “한나라당이 성추행 현장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장 답사에 대해서는 성추행을 이슈화하려는 ‘이벤트성 언론플레이’라는 비판도 당내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당 성폭력 대책위 소속 한 의원은 “성추행 사실이 다 공인된 상황에서 현장을 찾아가 음식점에 부담줄 일이 있느냐. 지나친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 이기수·박영환기자〉

한국정치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사라지지 않는 구태. 이것이 계속 유지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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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권 첫 인정 판결
입력: 2006년 03월 10일 08:45:26 : 0 : 0
 
학교 부근에서 벌어지는 공사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다며 중학생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일단 중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법원이 헌법적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를 근거로 학교 주변 개발행위를 중지토록 결정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송진현 수석부장판사)는 9일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 3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한복판에 있는 원촌중학교 학생 222명이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ㅈ건설을 상대로 낸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해당 시공사는 낮 시간에 재건축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젼체 공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ㅈ건설은 학기 중 평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원촌중학교 경계선에서 반경 50m 이내에서는 공사를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학교 건물 내에서 측정한 소음이 학교 보건법 기준을 초과하고 13m 높이의 방음벽이 주는 폐쇄감이 학생들의 건전한 정신을 함양할 기회를 뺏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사 중 발생하는 먼지로 야외체육활동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헌법에 보장된 적절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건축조합은 당초 임시학교 건물을 만드는 대안도 제시했지만 방음벽과 이중창을 만드는 이외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촌중 학생들은 이달 초 서울행정법원에 ㅈ건설이 학교로 통하는 단지내 도로를 폐지하도록 허가해 준 서초구청을 상대로 별도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경향신문, 이인숙기자〉


누가 가르쳤는지, 몰라도 참 똑부러진 것 같다.
자신의 권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리도 배려해주는 사회가 올까?
원천중학교 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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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1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촌입니다~

승주나무 2006-03-1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원촌 애들이 아주 똑부러지네요^^
 
 전출처 : 하늘바람 > 소설가 K씨의 폭탄선언

소설가 K씨의 폭탄선언 [06/03/08]
유명 소설가인 K씨가 말했다. “앞으로는 (소설 집필) 청탁을 받지 않겠다. 대신 장편을 쓴 다음, 경매에 부치겠다.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겠다!”

소주잔을 부딪치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문화 상품의 유통에서 경매라는 제도가 중요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K씨의 선언은 조금 낯설었다. 물론 책은 문화 상품이다. 그러나 K씨는 이제 원고 단계부터 상품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원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신문 기사도 원고요, 시나리오도 원고다. 게임도 스토리 원고가 없으면 안 된다. ‘원고’란 다시 말해 ‘가장 기본이 되는 문화 콘텐츠’다. 책이 아닌, 콘텐츠를 가장 높은 가격과 조건에 팔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설가들은 사석에서 구두약속 비슷하게 출판계약을 하고 책을 내왔다. 알음알음으로 원고를 전달하기도 했고, 신인들은 출판사로부터 “놓고 가세요. 연락 줄게요”라는 기약 없는 대답을 듣고 돌아서야 했다. 대신 출판사 쪽에서는 독자들 반응이 좋은 유명 작가의 원고를 받기 위해 공을 들였다. 여행을 보내주기도 하고, 선인세(先印稅)를 듬뿍 안기는 경우도 많았다.

문학은 물론이고 순수 음악, 연극 같은 기초예술 분야는 전통적으로 그 작품들이 사고 팔리는 시장(市場)과 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문화계에도 ‘공연 쇼핑몰’이 생기고 제1호 쇼 호스트로 나선 이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공연할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예술가와 투자할 만한 콘텐츠를 찾고 있는 투자자 모두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작가와 작곡가, 연출가와 무대 디자이너를 ‘판다’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공연계의 복덕방’을 자처했다던데, 이 역시 일종의 경매 원리를 차용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미술계에도 화랑보다 경매시장이 활황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른바 ‘작가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작가들의 작품 값에 대한 기준치를 마련하고, 시장에서의 가격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근거를 내놓았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너무 상업화로 치닫는 것은 아니냐”고 얼굴을 찡그렸다.

따지고 보면 출판계가 한동안 베스트셀러 순위와 사재기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른 것도 비슷한 이유다. 문화적 소비자로서 선택을 할 때 독자들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그 무엇’에 기대고 싶어한다. 이때 ‘밀리언 셀러’라는 말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선택의 기준이다. 영화도 같다. ‘1000만 돌파’, 혹은 ‘연속 4주 전미 박스 오피스 1위’라는 말처럼 당기는 말도 없다. 가장 많이 낙찰된 작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형 문화 경쟁력은 모든 예술가들을 일단 상업주의 시장에서 철저히 발가벗기듯 계량화하는 경험을 한번쯤 가져본 이후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인 황지우 시인은 말했다. “내 삶 자체가 이미 시장에 편제되어 결정되고 있는데, 관념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위선이다. 오늘날 시장자체가 불가항력적이다. 그 어느 예술도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소설가 K씨의 말에 웃던 사람들이 웃음기를 거두고 허리를 세웠다. 완성된 ‘원고’뿐만 아니라 이미 아이디어와 집필 계획서 단계에서 사실상의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다빈치 코드’로 대박을 터뜨린 댄 브라운의 차기작 국내 판권이 수백만달러까지 호가하면서 거의 경매 상태에 있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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