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우리에게 참으로 친근하다.
친근하다는 것은 가까이서 오래 있었다는 점도 있지만,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미친다는 점에서 친근하다.

인쇄기가 없었을 때도 책은 있었다. 책의 발달은 인류 의지의 표현이다. 앎에 대한 전일한 의지가 인쇄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어떤 이에게는 굴레이기도 했다. 나도 책을 베껴봐서 안다. 예전에 에티카를 읽을 때 감명깊은 구절을 노트에 정서로 베꼈는데, 덕분에 한 달이 가도록 다 읽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워드 속도가 엄청 빨라진지도 모르겠다. 
베끼는 사람, 채색하는 사람들은 일정한 틀 밖을 벗어날 수 없었다. 대개 책의 지면을 이루는 그림과 장식, 쪽표시공간, 글자 장식 등이 일관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성스러운 성서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하지만 이 안에서 장인들은 예술적 혼을 불살랐다. 그리고 책장을 돋보이게 하는 삽화와 이니셜, 장식 등은 중세만의 독특한 정취가 있다. 개구리가 뱀을 삼킨 그림을 누가 'R'로 생각하겠는가.

책이 귀한 만큼 애착도 집착도 심했다. 오죽하면 책주인이 젊은 독자에게 이와 같은 독설을 퍼부었을까.

손톱은 시꺼멓고 향수는커녕 쉬어터진 구린내를 풍기는 손으로 맘에 드는 대목에는 자국까지 내기 일쑤이다! 게다가 자기 기억을 붙들 수 없는 것을 표시한답시고, 여기저기 수북이 지푸라기를 꽂아놓는다. 책으로서는 소화시킬 도리가 없는 이 지푸라기들을 아무도 다시 뽑아버리는 이가 없으니, 그렇게 잔뜩 꽂힌ㅁ 짚북데기가 책의 아귀를 어긋나게 하고 결국에는 썩히기 시작한다.  - 67쪽

정말 경험에서 우러난 '불평'이다.
이 책은 인쇄를 할 수 없었던 시절에 사람들이 책을 읽기 위해, 책을 만들기 위해, 책을 꾸미기 위해 공들였던 시간이 기록돼 있다. 이 시절의 책은 그래도 행복했을 것 같다. 쌓여서 버려지는 책은 없었을 테니까. 
 전문 필경사가 온종일 책에 매달려 베껴도 하루에 두세 페이지밖에 쓸 수 없었다는 이야기, 대주교가 부임한 교회 도서관에 책이 달랑 5권밖에 없어서 필사실을 따로 만들고 평생 책을 베꼈지만, 20년이 흘러 퇴임하기까지 66권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오늘날과의 간극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 오랜 옛날 지식이 독점되지 않을 수 없었겠다는 푸념만 책장 언저리를 오갔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텍스트와 그림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준 점과 극적 서술이나 유머가 없어서 대체로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정말 책을 사랑하고 책의 체취를 구석구석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걸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중에 혹시 책을 쓰게 될 책을 위한 교훈을 얻었다.

책은 보고서가 아니다. 어떤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에게 읽힐 책이라면 보고서보다는 에세이와 같은 성격이어야 할 것 같다. 책의 제작 과정, 독자들, 필경사들, 채색사 들에 대한 일관된 해설은 백과사전을 보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볼 때는 백과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내용이 이 책에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자료뿐만 아니라 상상력까지 동원해서 그 당시의 이야기들을 복원할 수 있었다면, 나는 나의 시대와 그 시대를 즐겁게 비교하며 책을 읽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텍스트가 아니라, 그림에 의미를 둔다면 충분히 권장할 만한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평생 보지 못할 책이 있다. 지금도 채색가의 혼이 살아숨쉬는 책의 한 페이지는 몇 권의 책보다 가치가 있다. 책을 베끼고 꾸미는 것은 단순노동이 아니다. 그들의 인생은 비록 몇 권의 책으로 압축되지만, 그들은 진정 '세상'이라는 책에 글을 채워넣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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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2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예리하시네요. 처음에 별 셋이라 너무 짜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이 책에 너무 많이 흥분을 했었나 봅니다. 하나 깍을까요? 흐흐.

승주나무 2006-03-2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세개와 네 개 사이에서 고민했답니다. 끝내 감흥을 얻을 수 없어서.. 네 개는 줄 수 없었죠^^
 
 전출처 : 라주미힌 > 성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아십니까?

[화제의 책] 줄리아 우드의〈젠더에 갇힌 삶〉

 

 

 

 

젠더에 갇힌 삶> (한희정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의 저자 줄리아 우드는 "강간은 섹스 행위를 포함하지만 강간은 성적 욕망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강간은 성욕보다 다른 사람을 굴욕시키고 지배하기 위해 고의로 계획된 공격적인 행동"으로 본다.
  
  그는 "강간 같은 폭행은 성적 평등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회에서 가장 낮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믿고 성별에 따라 계층이 나뉘는 문화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강간의 각본(rape script)"
  
  또 다른 고정관념은 "이미 '성립된 관계'에서는 강간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부부나 연인, 친구 사이에서는 강제된 성교를 강간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다.
  
  줄리아 우드는 "강간이 널리 퍼진 이유 중 하나는 상당수 남성들이 강제된 섹스를 용인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1998년도 연구에 따르면) 강간 사건의 75% 이상은 희생자를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강간은 낯선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폭력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 모두 데이트 상대와 친구는 강간할 수 없다고 믿는 '강간의 각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강간의 많은 희생자들은 이러한 강간을 신고하면 자신들이 부정적으로 여겨질 것을 걱정하거나 가족들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까봐 고발하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매 5분마다 한 여성이 강간당한다"
  
  강간은 '젠더 폭력(gendered violence)'의 일부다. 대부분 '젠더 폭력'이라고 하면 강간, 성희롱을 떠올리지만, 이 말은 보다 많은 형태의 폭력을 포함한다.
  
  부부나 연인 등 가까운 파트너에 의한 폭력, '여성에 대해 큰소리로 음탕한 말을 하거나 집적대는' 젠더 위협, 여성 할례 등의 성기 훼손,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종종 일어나는 신부살해와 같은 젠더 살해 등이 이에 포함된다.
  
  흔히 '가정폭력'이라고 표현되는 '가까운 파트너에 의한 폭력'은 한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줄리아 우드는 "여성의 최소 28%에서 최대 50% 정도는 가까운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또 부부관계뿐 아니라 연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 또한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가까운 파트너에 의한 폭력은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른다. 1995년 여성 살인 희생자의 26%는 남편이나 남자 친구에게 죽임을 당한 반면, 남성 살인 희생자의 3%만이 부인이나 여자친구가 저지른 사건이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 12초마다 한 여성이 가족이든 친구든 가까운 사람에게 구타당하고, 매일 10명의 여성이 가까운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사망한다. 더 많은 여성이 가까운 사람에게 구타당하고 죽임을 당하지만 그들의 사건은 신고되지 않거나 우발적인 부상이나 죽음으로 잘못 분류된다.
  
  미국에서 매 5분마다 한 여성이 강간당하고 있고, FBI는 강간의 단 36%만이 신고된다고 추정한다. 이는 미국 여성의 25%는 살면서 강간의 희생자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여성을 무시하고 공격적일 것을 요구받는 '남성적 젠더'
  
  이러한 폭력은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줄리아 우드는 "다른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폭력은 남성성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이러한 폭력에 있어 젠더는 성별보다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해석은 이 책에서 그가 줄곧 사용하는 '젠더 정체성'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남성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현대 사회가 남성성에 대해 기대하는 여러 요구조건을 설명한다.
  
  일단 남성성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건은 '여성적으로 되지 말라'는 것이다. 어릴 때 대부분의 소년들은 소녀나 여성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거나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강요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알수 있다.
  
  또 남성은 '보다 공격적이 되라'는 사회적 지시를 받는다. 우리 사회가 은연중에 소년들에 대해 싸움이나 누군가와 맞서는 것을 피하지 말길 바라는 기대를 갖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렇게 공격적으로 길들여진 남성성은 이성에 대한 폭력과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남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어서, 줄리아 우드에 따르면 자신의 파트너를 폭행한 여성 또한 강한 남성적 젠더 지향성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젠더는 하나의 사회적 제도
  
  이렇듯 젠더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성(sex)과 달리 한 시대의 가치, 문화, 고정관념 등을 반영해 사회적, 심리학적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줄리아 우드는 "엄밀하게 젠더는 개인적인 특성이라기 보다 성의 사회적 의미를 규정하는 상호 복합적인 문화적 사고"라고 규정한다.
  
  젠더는 여러 다른 사회적 제도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삶을 억압하거나 트렌스젠더나 동성애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만들어낸다. 또한 젠더는 다른 제도와 마찬가지로 그 관습적 규정에 반발하는 이들에 의해 깨어지거나 다시 재편되곤 한다.
  
  예를 들면 줄리아 우드가 설명하는 남성성의 새로운 경향이 그러하다.
  
  그는 "현대 남성들은 전통적인 관점의 '진정한 남자'가 되는 것과 동시에 섬세하고 평등주의적인 남성이 되어 전통적 관점에 맞서는 아이러니한 기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남성들은 조직이나 남성 집단 내에서 "과묵하고 거칠며 독립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도록 요구"받는 반면, 가정이나 연인 앞에서 "집안을 꾸리고 어린아이 양육에 완전히 참여하는 파트너가 되고 보다 정서적으로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 과연 대화할 수 없을까
  
  줄리아 우드의 책 〈젠더에 갇힌 삶〉은 이러한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젠더뿐 아니라 각 개인의 사적 관계에서 작용하는 젠더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성과의 관계에서 불화를 겪고,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줄리아 우드의 분석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책의 일부를 인용해보자.
  
  
"관계에 대한 이야기 :
  
  "우리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까요?" 오해와 상처로 끝나는 수많은 대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언급해야 할 특정 문제가 있을 때만 관계에 대해 논하는 데 관심을 둔다. 대조적으로 여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조차 (또는 특히 그럴 때) 중요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남성적 말 공동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반면, 여성적 말 공동체에서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긴다. 여성 파트너들이 '관계에 대해 논의하길' 원할 때 많은 남성이 회피하거나, 남성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릴 때 여성은 자주 관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자주 느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서 서로가 다른 젠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상에서 '남자가 알아야 할 여자에 대한 10가지 이야기'나 '오래가는 연인의 비법'이라는 식의 이성 간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한 여러 팁들을 알려주는 글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러한 임시방편의 기술이 아닌 '젠더에 갇힌 삶'을 사는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맺는 관계들의 한계?되짚어 볼 기회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성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아십니까?
- [화제의 책] 줄리아 우드의〈젠더에 갇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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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안정증권
(monetary stabilization bond, 通貨安定證券)

선진국의 경우 시중의 유동성을 간접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공개시장조작의 대상증권으로서는 국채 및 정부보증채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공채의 발행 및 유통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공개시장조작과 유사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이 특별유통증권을 발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통화 안정증권이다.

즉 한국은행은 통화공급의 수축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통화안정 증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할 수 있으며 통화 공급의 증가가 필요한 때에는 이를 환매하거나, 만기전에 상환할 수 있다.

통화안정증권은 일반은행의 유휴자금 흡수및 금리 보조의 목적 으로 1961년에 최초로 발행된 이래 주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발행· 상환이 이루어져 왔으나 66년부터는 주로 유동성흡수를 목적으로 매년 발행되고 있으며 70년대 후반부터는 일반 공모방식으로 도 발행되고 있다.

발행한도는 총통화의 50%로 돼있는데 발행방법과 한도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다.

금리는 시장실세에 따라 할인되며 원금은 만기에 일시 상환된다.
<출처 : 매경용어사전>

#사례
지난해 말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이 2004년 말보다 12조 4천억원 늘어난 1백55조2천억원으로 이에 따른 이자만 6조 1천4백억원이다. 외환당국이 환율을 방어할 목적으로 달러를 사들이므로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자본금이 마이너스가 되면 대외신인도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향, '06.3.7, 16 경제면'한은 작년 1조8700억 적자 사상 최대>


정치자금법 개정(2004년)
개인이 10만원 이하 후원금을 기부할 경우 연말정산 때 후원금 전액과 후원금의 10%를 추가로 돌려받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미군단'의 기부가 크게 늘고 있다.

# 사례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당·국회의원 후원회에 후원금을 기부한 건수는 총 44만9천4백38건으로 2004년(18만6천6백38건)의 2.4배에 달했다. 반면 1인당 평균 후원액은 9만8천4백10원으로 2004년(26만6천6백21원)의 36.9%에 불과했다. 소액후원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점도 제기됐다. 각종 이익단체와 대기업들이 임직원 및 가족명의 등을 동원, 관련 상임위 위원들에게 ‘10만원 기부’인 양 편법기부토록 하는 사례가 상당수 드러났다. 선관위는 2004년 SK그룹 등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렸으나 편법기부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 '06.3.10, 종합 16면10만원 기부 '연말정산의 힘'>

문화지체    |  cultural lag   文化遲滯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적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문화간에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이 《사회변동론(社會變動論)》에서 주장한 이론이다.

한 사회의 문화는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문화변동의 속도와 관련해서 본다면 이 2가지 영역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실제로는 물질적인 영역에서의 변화가 앞서기 때문에 정치 ·경제 ·종교 ·윤리 ·행동양식 등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나 가치관의 변화가 이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비물질문화가 물질문화의 변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현상이 야기된다.

예를 들면, 현대의 도시문명은 과학 기술의 발달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은 여전히 전통적인 농경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차량의 수와 에너지의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통질서에 대한 의식이 약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며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이 결여된 소비문화가 여전히 도시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등 전통사회에서의 의식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이런 문화지체현상과 함께 도시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사례
운전중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시청을 금지하는 법안이 7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상용화될 신규 휴대 인터넷 서비스는 아예 법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국회의 정쟁과 정부의 무관심 탓에 관련 법에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벌점 15점과 함께 운전자에게 6만~7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DMB는 단속 규정이 아예 없다.

경찰은 DMB를 이용하는 운전자를 적발하더라도 “시청하지 말라”면서 계도만 할 뿐 단속은 못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관계자는 “운전 중 TV를 보면 지각능력이 떨어져 음주운전 다음으로 위험하다”면서 “특히 DMB 시청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나 흡연, 화장보다 훨씬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지난해 8월 ‘운전자는 자동차가 주·정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전 중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소속 상임위에서조차 단 한번의 심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이 5·31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밖에 없어 여야가 ‘특별한 의지’를 갖지 않는 한 다음달에도 법안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DMB나 와이브로 같은 이통통신 서비스는 눈길이 자주 가기 때문에 주의가 더욱 산만해질 수 있다”며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포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06. 3.27 경향신문 top면 "운전중 DMB시청, 국회 위험한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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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월드컵으로 선수의 주가가 올라가고, 경기 질이 올라가고, 흥행이 잘 되고 이러는 게 유럽 축구계의 실상 아닌가. 차출대가로 1조원을 낼 것이 아니라, 월드컵이 어떤 경제효과를 미치는지 냉정하게 분석해보아야 하는데 G14의 행태가 유치찬란에다 저질스럽기까지 하다. 뭔가 속내가 있음이 분명한데, 알고 싶지도 않다.

[인사이드 스포츠]“월드컵 차출대가 1조원 내라”
입력: 2006년 03월 23일 17:59:02 : 0 : 0
 
돈이 먼저냐, 명분이 먼저냐. 이 대답하기 쉽지 않은 논쟁에 월드컵축구대회가 휘말려들었다.

왕년의 프랑스 축구스타 미셸 플라티니(51)가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을 상대로 1조원대 소송에 나선 18개 유럽 명문 축구클럽들의 협의체 G14에 대해 23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발단은 FIFA를 상대로 한 G14의 소송. G14는 지난 21일 FIFA에 대해 무려 8억6천만유로(약 1조1백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벨기에 법원에 냈다.

G14의 변호사인 장 루이 뒤퐁 변호사에 따르면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에 나서느라 소속 팀 경기에 못뛰었을 뿐 아니라 부상으로 인해 구단에 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

FIFA는 구단의 손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그는 또 “이번 독일월드컵에서도 25억유로의 수입이 예상되지만 선수와 구단에 돌아오는 돈은 단 1유로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FIFA의 대륙별 기구인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 플라티니가 이에 대한 반론을 내놨다. 플라티니는 먼저 G14가 돈만 따진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통성도 없는 단체인 G14가 FIFA에 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G14에 스포츠는 오직 돈을 버는 수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바람을 월드컵 등 국제대회 개최의 근거로 들고 나왔다. “선수들은 대표팀을 위해 뛰고 싶어한다”는 것이 플라티니의 주장이다.

양측의 싸움에서 현재는 FIFA가 조금 유리해 보인다. 프로축구선수연합(PFA)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축구서포터스연맹(FSF)이 G14의 요구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들에게 수십억원씩의 연봉을 주고 있는 G14가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다. 역시 큰 행사에서 돈에 대한 얘기는 빠질 수 없어 보인다.

〈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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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3-2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개팀이 왜 G14를 결성했을까요. 쥐18이 아니라...? 하여간 이상한 애들입니다

승주나무 2006-04-0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G14, G18 헛갈려요. 저는 나라 이름도 잘 모르겠어요^^
 

고교등급제가 뭡니까. 잘 살고, 유명한 학교에 가중 점수 더 주어서, 똑같은 성적이면 '물 좋은 곳'의 자원을 뽑겠다는 대학의 상술 아닙니까. 대학의 인재 선발권을 교육부가 너무 간섭한다거나, 일선 고등학교들의 학생부 작성을 믿지 못하겠다고 비판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꽁수를 쓴 것을 '재량권'이라고 해석한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의 개념은 退일보할 겁니다..

- 씩씩거리는 승주나무


檢 ‘고교등급제 무혐의’ 파장
입력: 2006년 03월 23일 17:55:39 : 0 : 0
 
검찰의 고교등급제 무혐의 결정을 놓고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대학이 신입생 선발때 특목고나 서울 강남 고교 출신자 등에게 가산점을 줘도 사실상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반발하며 고교등급제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할 것을 주장했다. 교육부는 검찰의 결정과 관계 없이 고교등급제 금지를 계속해서 유지할 계획이라면서도 법제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년5개월 만의 무혐의=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23일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가 전교조 등 4개 교육단체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된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총장과 입학처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3개 대학의 입학 업무는 학생 선발 재량권 범위 내에 있고 법리적으로도 등급제 적용을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등은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적용한다는 사실을 정식으로 공고하지 않은 채 2005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등급제를 적용해 일선 진학지도 교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들 3개 대학 관계자를 2004년 10월 고발한 바 있다.

교육부 감사 결과 이들 대학은 2002~2004년 고교별 수능성적 등을 정리한 자료를 입학 사정 작업에 참여한 교수들에게 나눠주고 활용하도록 해 정부의 고교등급제 금지 지침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반발하는 교육단체=전교조 임병구 대변인은 “이번 검찰의 결정으로 일선에서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과 교사들이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등급제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고측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윤기원 변호사는 “업무방해 혐의를 검찰이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고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학들은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교등급제 금지가 법 규정으로 명문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어겼다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등급제 금지는 계속 유지=교육부 이기봉 대학학무과장은 “고교등급제는 학생 개인의 능력 평가에 앞서 출신 학교나 선배들의 성적에 의해 평가하는 위헌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어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등급제 위반 대학에 대해 행·재정적 제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제화는 현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교등급제 금지’는 교육부 ‘대입전형기본계획’에 지침 형태로 들어있어 법적 구속력은 취약한 상황이다.

〈오창민·선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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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3-2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교 등급제 실시 자체가 문제시 되지만, 고교 등급제는 이며 수년간 실시된 제도입니다. 수시 모집에서 공부 못하는 학교 아이들이나 신설학교엔 절대적으로 불리하죠. 아예 대학 맘대로 학생을 뽑으라고 하죠. 키대로 뽑든 시력으로 뽑든, 재산으로 뽑든... 간섭이 많을수록 꼼수도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승주나무 2006-03-2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 님//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재량을 허용해야 하는 것도, 교육부가 시어머니처럼 간섭하는 행태를 버려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를 드신 대학들은 나름대로의 정당한 선발 방침이 서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대학처럼 '유명한' 고등학교에 웃점수를 주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대학의 자율성과는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글샘 님//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예 놔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대학의 재량권을 당국이 '엄포'를 해서라도 저지하려는 것은 엄청난 사교육비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보호하려는 취지가 있는 것 아닐까요.
교과 과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본고사형 논술같은 시험들을 주요 척도로 사용하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가르쳐주는 '비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