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정말 간만에 들어온다.
내가 요새 글 안 남긴다고 다들 나를 잊은 것은 아닐까.
전에는 바쁜 회사 생활에서 나를 지켜주던 알라딘이었는데,
요새는 그런 짬도 없다.
게다가 나는 요새 독립투사처럼 살고 있기 때문에 얼굴은 퉁퉁 부어오르고,
가끔씩 메피 성님이 보내주는 음악을 들으며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수시 시즌이 옴에 따라 나의 항 우울 증세는 더욱 심해져 가고...
그래서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나에게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우리 작은 누나는 전사 같았다. 아니, 순교자라고 해야 옳다.
우리 집은 부모님이 매우 바쁘시기 때문에 일찍부터 일곱 살 많은 큰누나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서
매우 엄했다.
놀러 갔다가 좀 늦으면 나는 무서워서 옥상 위의 큰 '다라'(바께스라고 하기도 하는데, 물통에 가깝다)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도둑놈처럼 문을 천천히 열고 이불에 숨어서 '처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난 장소는 집 옆에 붙어 있던 노천 욕탕이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모기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살 뜯기고 땀나고 무섭고 어두워지고.. 아마 내가 맞은 최초의 지옥이었으리라. 욕탕 너머로 얼굴을 빼꼼 내미는 '엄마' 얼굴이 가장 무서웠다.
그때도 작은누나하고 같이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해가 먼저 돌아가 버린 것이다. 작은누나와 나는 걱정스럽고 무서운 마음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내가 집안을 빙 둘러본 결과 '큰누나'가 있었고, 매우 화가 난 듯했다. 들어가면 분명 많이 '맞을' 것이다. 누나와 나는 집밖에 숨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었는데, 그때 작은누나가 매우 의연한 표정으로 안절부절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나 먼저 들어가서 맞고 있을 테니까, 화 풀어질 쯤 되면 들어와!"
집으로 들어가는 누나의 걸음을 보며 누나 위에 펼쳐진 일출봉을 바라봤다. 누나는 산처럼 큰 존재였다. 내가 작은누나를 '순주'라고 부르지 않기로 잠시나마 마음을 먹었던 것은 그때가 최초이다. 누나는 내게 위대한 존재였으며, 이다.
우리가 우려했던 것과 같이 이후 곧 작은누나의 울음소리와 큰누나의 성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매우 무서워서 집을 떠나 동네를 배회하다가 아주 어둑해질 즈음,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나는 결국 엄마와 큰누나에게 더 많이 맞았다. 우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