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이에스시 -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
<Esc>를 만드는 사람들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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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전쟁'이군




갑자기 임권택 감독의 1997년작 <노는 계집 娼>이라는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제목에 '놀다'는 말이 있지만, 정작 노는 계집은 전혀 재미있지 않았던 영화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놀아나는 계집'이라고 몰래 써놓았다. '재미', '논다'는 것은 한켠에서는 재미 없는 일이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서 재미를 희생하는 싸늘한 냄새도 난다. 재미를 위한 책에 <창>을 붙인 것에 대해서 양해를 구한다.
'재미'에 대한 7인7색을 보면 고경태 편집장은 "그저 '재미'"를 김은형 기자는 "노는 게 전쟁이군"를 주장한다. 나에게 한표를 하라면 후자에 던지겠다. 김중혁 소설가도 결과의 명사가 아니라 과정의 명사로서 "그냥 재미로"를 말하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닿기가 쉽지 않아서다. 재미는 창조이기 때문에 녹록치 않다. 재미없는 인간들이 재미 없는 게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유머나 농담의 기술을 한동안 익히려고 설쳐댔던 적이 있었는데, 정곡을 찌르는 유머 한마디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단숨에 녹여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할 때 '말 한마디'는 '농담'일 거라고 확신한다.

ESC는 나에게 별세계다. 촌놈이라서 더욱 그렇다. 도시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책을 좀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촌놈이 읽기에는 재미의 벽이 단단하다. 하지만 재미에 대한 역발상은 충분히 매콤한 맛이 있었다. "하늘의 출입구 공항 사귀기"는 인천공항에 대한 인상을 바꾸어 놓았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가려고 인천공항에 간 적이 있었는데 책의 내용과 같아서 정말 재미있었다. 주방에 대한 이야기도 나를 환기시켰다. "주방은 집안에 펼쳐진 캔버스다."(232쪽) 이 말은 얼마나 멋진가. 주방의 세계관을 바꾸어 놓을 만한 매력적인 화두다.

중간에 분명히 ESC를 눌렀을 만한 부분이 자주 걸렸지만, 나는 ESC를 누르지 않고 드레그를 멈추지 않았다. 어쨌든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준 것은 감사할 만한 일이니까.



재미를 강요하는 수도권 거주자를 위한 지능형 광고?


이번에는 이 책에 대해서 좀 까칠한 인상을 담으려고 한다. 너무 까칠해서 악플 수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겸손하게.. 이 책이 '재미'를 표방하면서 거기에 제대로 이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재미가 들어가는 핵심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고경태 편집장은 재미론에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전우익 선생의 책을 가리키며'여민동락'(與民同樂)을 표방한 듯 보였지만, 실제 재미의 기록들에 가서는 그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었다고 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여민동락의 핵심은 나와 너와 우리일 텐데, 이 책에는 '나'보다는 '유행'이라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쓴 듯 보였다.
<홀랜드 오퍼스>(1995)라는 영화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거츄드 랭은 클라리넷을 참 재미없게 분다. 홀랜드는 그 점이 못마땅해 재미를 일깨워 주려고 무진장 노력한다. 재미를 주기 위해서 악보를 던져버리고, 형편없는 밴드의 멋진 음악을 들려준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머리색을 닮은 저녁 노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거츄드 랭이 재미를 찾는 과정이다. <ESC>에서 그런 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를 동반하지 않는 재미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소외'를 만들지 않을까? 기자들이 열심히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기는 하지만 내가 함께 해볼 만한 것을 찾기가 현실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쯤 되면 '미를 위한 조건'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ESC의 연재가 다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쇠똥 냄새 나는 시골 판 ESC가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다음은 지능형 광고 논란이다. 책의 내용이 '소개'다 보니,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그보다는 광고주의 입장에서 서술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돈 없이 즐기는 것은 많지 않고, '소비 친화적'인 내용이 많다. ESC 매거진의 색깔이 이와 같으면 할 수 없지만, 좀더 소비자의 입장에서, 또는 비소비의 입장에서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돈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거 없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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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욕망공화국 - 어느 청년백수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
신승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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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품업체의  '짠돌이 기부금' 명품대학의 시간강사 급여 

<대한민국 욕망공화국>(해피스토리)의 저자 신승철 씨와 콩나물해장국을 먹었다.
글쓴이가 이 책 안에 담긴 글을 쓰던 시점은 '방황기'라고 하는데, 그 당시 나와 같은 학원에서 근무했으니 우리는 방황기를 함께 보낸 셈이다. 요즘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강의료는 1년 전에 비해 40%나 올랐는데 시간당 3만5천원이다. 갑자기 며칠 전에 봤던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명품업체의 기부액에 관한 내용이었다. 예컨대 구찌그룹의 지난해 기부금은 전년 대비 160%의 어마어마한 증가율을 보였다. 그해에 영업이익은 39%였는데, 기부액을 보면 더욱 놀랍다. 전년도 5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80만원 오른 것이다. 영업이익이 106억6998만원이니까 기부금 비중은 0.012%이다. (경향신문 4월 22일자 보도) 그는 이른바 대한민국의 '명품 대학'에 다니는데, 대학이 벌어들이는 강의료 수입에 비하면 강사의 급여는 명품업체의 기부금 액수에 못지 않게 경쟁력(?)이 있다. 저자가 강의하고 있는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500~550만원 정도다. 한 학생당 7과목 21학점을 13주 동안 듣는다고 했을 때 한 학기에 총 273시간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등록금으로 나누면 시간 당 2만원 정도 된다. (입학금이나 기성회비 등 복잡한 내역은 반영하지 않은 단순 수치임을 밝혀둔다.)
한 강의당 50명이 수업을 받는다고 할 때 3시간 짜리 1강좌의 수업료는 약 300만원 정도다. 글쓴이가 강의하면서 가져가는 돈은 10만5천원인데, 나머지 289만5천원은 대학의 수입이다. 대학의 수업료 수입과 강사 수입료의 비율은 96.5% 대 3.5%다. 혹자는 루이뷔통 기부금인 0.012%보다 훨씬 많은 비율이 아니냐고 따져물을 지도 모르겠지만, 비교하기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저자가 월 100만원 미만의 수입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집안권력(?)에서 밀리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으로 밥값은 당연히 내가 내야 하는데, 기어코 자기가 낸단다. 옆에서 계산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교직원 복지카드'가 나왔다. "그래도 교직원 복지카드도 나오고 괜찮네요?"하고 농담삼아 말했더니, 동거인이 대학병원 홍보 계장이라 빌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시간강사가 복지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란다. 또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욕망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생명에너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최근에 떠오르는 관심사는 바로 '욕망'에 관한 내용이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대통령 선거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들이 보여주었던 10년의 욕망을 보라. 그 밖에 통합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진영에서는 '절실함'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주의란 크고 작은 욕망들의 고른 분배일 텐데, 진보 진영은 유권자들의 다양한 욕망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중용(中庸)>이라는 책의 유명한 구절 중 하나가 바로 '불성무물(不誠無物)'인데 '정성이 없다면 어떠한 것도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성'은 근원적인 기제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정성을 다하는 주체가 필요하며, 그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욕망'이다. 공자나 예수, 석가모니라고 해서 과연 욕망이 없었을까.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욕망,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그들은 욕망덩어리 그 자체였고 욕망의 선구자들이었다.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은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욕망에서부터 범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선택된 욕망에 이르기까지 욕망의 사례들을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냈다. 책 안에는 '폰섹스' 이야기나 '화상채팅' 같은 '야릇한 이야기'에서부터 국무회의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관한 점잖은 내용까지 그 안에 담긴 욕망의 구조를 낱낱이 해부했다. 글쓴이에 의하면 욕망은 유아기의 자연스러운 1차적 욕망과 어른이 되면서 주류 사고에 젖어 드는 2차적 욕망이 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자 같은 좀 잘 살아보고자 하는 욕망은 대부분 자본주의에 의해 손상된 욕망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아무리 기승을 부리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더라도 1차적 욕망은 근원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예컨대 우리가 회사에서 메신저를 한다는 것은 휑하고 답답한 사무실의 감옥을 도망쳐 외부의 영토에서 삶의 활력을 획득하고 접속하기 위한 욕망의 발현이다. 상급자에게 깨지고도 모니터를 보면서 눈에 빛이 날 수 있는 이유는 메신저 안의 친구와 함께 신나게 상급자 욕을 해대기 때문이다. 그러면 영화관에서 휴대폰을 꺼놓지 않고 진동으로 해두는 사람들은?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 상태로 늘 존재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언제든 나는 누군가로부터 열려 있으며 걸면 반드시 걸리는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의 책은 자본주의에 왜곡된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 숨쉬는 소박한 욕망들을 일깨우고, 이를 괴롭히는 구조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그리하여 '욕망의 민주화'를 예견한다.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 문화 민주화에 이어서 '욕망의 민주화'라. 그 말이 참 인간적이고 마음에 와닿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자본주의와 노처녀의 욕망방정식

 

"어떻게 해서 '욕망'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 가따리의 책 중에 <욕망과 혁명>이라는 책이 있다. 거기서 결론으로 삼고 있는 선언은 "자본주의적 욕망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혼재돼 있는 여러 가지 욕망 속에서 순환할 수 있는 건강한 욕망에너지와 이를 방해하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생태주의자들은 욕망을 줄이자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는 욕망에 대한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태도다. 욕망은 역시 생명에너지인데, 여기서 그들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쓴 시점이 '백수 시절'이라고 하는데, 사회에 대해서 '로그오프'한 백수의 입장에서 사회와 함께 '욕망'을 할 수 있었나?"
- 얼핏보면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백수에게 욕망이 없어 보이지만, 사회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망,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욕망 등 누구보다 건강한 욕망으로 넘쳐난다. 백수보다는 좀 '덜 쳐주는' 장애인의 경우를 보자. 그들은 노동가치의 관점에서 노동하지 않으므로 욕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애인들 역시 노동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 장애인이 되어 보지 않고 어떻게 그들의 욕망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이라는 말에서도 암시되는 부분이지만, 저자는 자본주의를 욕망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저자의 말로 이야기하면 생명에너지로서의 욕망과 도착적 욕망으로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리지 않았던 과거에는 어떤 욕망관계가 있었나?"
- 중국의 이탁오(이지)는 욕망이론을 세웠는데, 그는 어린아이의 예를 들었다. 어린아이는 욕망으로 똘똘 뭉친 존재였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이탁오의 책을 몰래 수입해서 모티브로 삼았는데, 역시 주는 아이라는 욕망적 존재가 건강한 생명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본주의가 없었던 시절에도 '주류사회'의 '주류적 사고'가 있었다. 도착적이고 협착한 욕망을 2차적 욕망이라 한다면, 2차적 욕망이 생기는 자리에서 건강한 생명에너지인 1차적 욕망이 죽고 만다. 과거의 주류 사고는 무엇이겠는가? 바로 유교적 사고방식이다. 어른을 닮아가고 어른에게서 배우라는 패러독스가 자본주의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니까 '선택하는 존재'와 '선택된 존재'의 차이를 말하는 것인가?"
- 그렇다. 선택된 존재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법관이나 재벌, 정치인, 교수 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서 한번도 자신이 선택하는 인생을 살아가기 어렵다.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자발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주류사회에서 점점 밀려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88만원 세대가 배틀로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류 사회게 제공하는 매뉴얼에서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생명 에너지로서의 1차적 욕망이 이 순간 사망한다.

 

"1차적 욕망과 2차적 욕망의 구분이 너무 어렵다. 좀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나?"
- 내가 아는 독신 여성을 예로 들겠다. 그는 돈 버는 것에 엄청 관심이 많고, 실제로 많은 돈을 번다. 그가 돈을 버는 이유는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그는 돈을 버느라 진짜 욕망을 놓치고 마는 팔자다. 결국 2차 욕망에 이끌려 1차 욕망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나는 그에게 충고했다. 돈 벌 생각 하지 말고 놀고, 남자 꼬시는 일에 전념하라고. 이 말을 들은 그는 노발대발 하면서 그렇게 하면 어떻게 남자를 만나느냐는 것이다. 오랜 설득 끝에 그는 돈 버는 것은 한동안 잊고 살았다. 남자를 만나고 함께 자고 술먹고 춤추고 그야말로 농탕질을 했다. 그러자 그의 욕망이 순화하면서 욕망의 본질, 즉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식대로 말하면 자본주의에 왜곡된 2차 욕망에서 이를 치유하는 1차 욕망으로 옮겨간 것이다. 사실 이 수준까지 오면 2차적 욕망은 부질없는 것이 밝혀진다. 자본주의 상처는 이 여자의 욕망과 같다. 내 책의 좀 야릇한 부분인 '폰섹스 편'에 보면, 전에 서로 좋아했던 여자가 밴쿠버로 떠나 현지인과 결혼한다며 전화를 했던 일이 기록돼 있다. 그녀는 대화를 이끌었고 슬프지만 드라마틱한 욕망이 두 사람을 휩쌌고 육체가 합일되는 것과 같은 쾌감을 느끼며 어떤 해방감을 맛봤다. 내가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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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한홍구 해제 / 검둥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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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전쟁 당시의 국제관계가 영화 한 장면처럼 그려져

 
제2차 세계대전 후 평화를 주 목적으로 하는 국제연합이 창설되고 한참이 지나 전쟁이 없을 것 같은 21세기가 도래하였지만, 전쟁의 참화는 멈추지 않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4명의 이라크인 중 1명은 가족 중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전히 전쟁은 내 이웃의 일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2007년 책따세 권장도서인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는 직접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저자가 전쟁의 참상과 전쟁이 일어나는 복합적인 이유를 분석해서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자세히 알아야 전쟁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쟁은 군인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되며, 국가와 국가 간의 억압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경제규모가 팽창하면 자국 내에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라도 부를 얻어 오고, 이렇게 생긴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국가 간의 증오심이 격해져서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 전쟁이 일어나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인간은 누구나 투쟁본능이 있지만, 그것을 억제하는 다른 본능도 있기 마련이다. 만약 상대방의 것을 빼앗고 싶은 욕망이 상대방과 타협하려는 마음을 누른다면 당연히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어렵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고 재밌으면서도, 전쟁의 핵심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1930년에 태어나 태평양전쟁에 소년병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는 저자 사토 다다오는 영화 비팽을 주로 하며 교육과 대중문화 등 폭넓은 범위에서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1990년부터 '아시아 포커스 후쿠오카 영화제'의 제너럴 디렉터 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영화에 대한 평론 기고, 소개, 연구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영화와 임권택>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한홍구 씨는 해제에서 "(전쟁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데,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복잡한 사건의 핵심에 다가서게 된다"고 소개했다. 저자가 영화인이라서 그런지 당시 국제 관계라는 복잡한 상황을 하나의 '컷(cut)'에 담듯 명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전달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러한 특징이 살아날 수 있도록 책의 내용을 토대로 가상의 인터뷰를 꾸며보았다. 

 

투쟁본능이 있지만, 그것을 억제하는 다른 본능도 있기 마련
 

"옛날에는 대규모의 전쟁이나 살육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문명이 발전할수록 전쟁과 살육이 대규모로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인간들이 만약 모든 싸움을 맨주먹만으로 했더라면 싸움이 잔혹해지기 전에 적당한 방법으로 일단락 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물에게는 투쟁 본능이 있을 수 있지만, 살을 부딪치면서 싸우는 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억누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본능도 발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칼이나 총, 대포, 폭탄, 독가스, 생화학 무기, 원자폭탄 등의 도구를 발달시켜 감에 따라 고통 없이 손쉽게 상대방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싸움을 억제하는 본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맨주먹으로 상대와 싸움을 벌이거나 상대를 죽이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고 자신에게도 심한 고통이 따르는 데 비해 무기가 발달함에 따라 멀리서 단추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경제사정과 관계가 매우 깊은 듯하다."
- 경제는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게 된다. 자국 안에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는 점차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한 국가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이익을 빼앗는다면, 이익을 빼앗기는 국가의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을 것이며 불만이 높아 간다. 당연히 이익을 빼앗긴 국가와 이를 빼앗은 국가 사이에 증오심이 쌓이면서 분쟁이나 크게는 전쟁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정치인이 군인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민주주의와 전쟁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손자병법의 손무나 전쟁론의 클라우제비츠 같은 전쟁전문가들은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싸움의 가장 큰 기술이라고 했다. 즉 정치와 외교를 통해 타협하는 것이 우선이며,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전쟁이 필요하다. 때문에 군인은 정치인의 명령을 따라야 하며 정치인의 자리에 서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군인은 전쟁을 더 키우거나, 국민들에게 공포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으로 파견된 사령관은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키우기 쉽다. 중국을 침략하고 미국을 침공해 2차세계대전을 키운 일본은 군인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정치인이 군인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군국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전쟁을 키우고 수많은 사람들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갔다. 결국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터키-그리스,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 영국-아일랜드-북아일랜드, 미국의 흑인-백인 등 책 속에서는 여러가지 분쟁의 유형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와 해결책을 제시하자면?"
- 국가 내의 분쟁이나 국가 간의 분쟁은 대체로 가진 자나 힘센 자들이 약한 자들을 억누르려고 하기 때문에 불만이 증폭돼 생기는 것이다. 한 공간 안에 살고 있다면 분명히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힘도 다르기 마련이다. 특히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들에게 아무것도 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못 가진 자들의 불만을 이해하고 불만을 최소화하고 그들이 견딜 수 있는 정도까지 제안을 하고 양측에서 일정한 양보안을 제시해 타협을 해야만 분쟁의 뿌리를 없앨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한 토착 원주민과 야생 동물의 분쟁 사례가 흥미로웠다.  분쟁이 없는 국가관계가 되는 방식에 대해서 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가?"
- 원주민의 분쟁 해결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점을 보면 분쟁이 일어났을 때 구성원 전원이 참석해서 토론을 하고 합의점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경험이 많은 장로들은 현명한 대안을 제시해 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서로 만족하고 양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대체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무시할 때 분쟁이 커지는 것이다. 만약 어떤 분쟁이든 서로 테이블에 앉아서 협의할 자세만 갖춰져 있다면 분쟁의 상당부분은 테이블 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

동물들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하는 ‘최고의 원칙’이 있다.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가하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대결을 펼치면서 익혀온 본능이다. 한쪽의 희생이 많아지면 역시 다른 쪽의 희생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이 원칙을 인간의 세계에 적용하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규모 살상이나 살인은 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방법이 서로에게 고통만 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살폭탄테러나 핵무기 위협 등의 행동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 전쟁을 하려는 본능이 있다면, 당연히 전쟁을 하지 않으려는 본능도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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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4-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의 열정을 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승주나무 2008-04-19 16:03   좋아요 0 | URL
나~ 잡아 봐~~아라 ㅋㅋ

2008-04-19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9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구는 푸른빛이었다 -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로 가는 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지음, 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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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주여행 퍼포먼스'를 좀 비딱하게 보기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이소연'을 쳐봤다. 9,598건의 뉴스가 검색된다. 고산은 10,920건이나 됐다. 아마 초기에 우주인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리 가가린'은? 782건으로 협소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나온 데는 아마도 이소연 씨가 유리 가가린의 묘소에 참배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미디어들은 온갖 천박성을 드러내며 이소연과 김연아의 통화 같은 '우주놀이'를 긴급 특종으로 보도하였고, "함께 떡볶이를 먹자"고 한 말을 수십 개의 언론사가 그대로 받아적었다. 하기야 지금 구속돼 있는 신정아 씨가 "새우깡 먹고 싶다"고 한 말을 또 한참 받아적지 않았던가. 쇼맨십이 일품인 방송사 SBS는 발사 열흘 전부터 화면 구석에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발사 이후에도 그 카운트는 없어지지 않았다.

숫자로 우주인 사업을 풀어 보자. 우주인사업의 총 예산은 260억원이라 전해진다. 이 씨는 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설치한 소형 생물 배양기에 독도에서 발견된 미생물인

‘동해아나 독도넨시스’와 김치유산균 ‘류코노스톡 시트리움’의 성장실험을 포함해 총 18개의 과학실험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와 기획 등 과학실험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예산의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이소연 씨를 띄우기 위한 각종 행사나 러시아에 제공하는 경비나 로비비로 썼다고 한다. 한국우주과학회장 양종만 교수(이화여대)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망원경은 보현산에 있는 1.8m로 외국에서는 아마추어들도 사용하는 크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 멕시코에 건설되는 대형망원경 사업과 7천억원 예산으로 미국·오스트레일리아가 중심이 돼 건설될 마젤란 망원경(GMT) 사업 참여도 예산 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특히 마젤란 망원경 사업은 단지 20억원의 국가예산이 없어 좌절됐다고 한다.

<시사IN> 28호에 보도된 고산 씨 교체의 배경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러시아에서는 첨단 우주과학 등 러시아의 기술력이나 지적 자원 등을 국가가 주도해서 통제하고 있는데, 이를 ‘수출통제’라고 한다. 특히 러시아 연방수출통제위원회 위원장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주요 정보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외국과의 항공우주 협력사업을 철저히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러시아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고산 씨는 이러한 정책노선의 '희생양'인 셈이다. '수출통제'는 서방국가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정책이다. 미국 역시 중국을 자국 기업의 공장으로 활용하면서도 양국 간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통제제도를 변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서방 국가들이 가장 역점에 두고 있는 사업이 '우주사업'이라고 할 때 그 틈바구니에서 기웃거리는 대한민국은 우주여행에 가는 버스에 승객 1명을 탑승시키기 위해, 또는 탑승객의 여행가방에 품목 1개를 더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셈인데, 그 모양새가 여간 서글픈 것이 아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담박한 자서전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갈라파고스)는 유리 가가린의 자서전을 옮긴 책이다. 동양철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김장호 씨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 출신으로 러시아문화원에 근무하는 릴리아 바키로바가 공동으로 번역했다는 점이 특색이다. 부록에는 한국 우주개발의 역사와 연표, 러시아 우주개발사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번 우주인 사업에 지원한 인원은 3만6206명이라고 알려졌는데, 가가린이 우주인으로 선발되었을 때도 이에 못지 않았다. 일상적인 정밀검사와 체력테스트, 각종 임무수행 평가 등을 통해 '최후의 1인'이 선발되는 과정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들이 어떤 테스트를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과정에서 탈락되었는지, 평가에는 누가 참여하는지 등은 우주인 이소연이 탄생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특히 아무도 가보지 않은 성층권 밖에서 생존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의학자들이 쏟은 열정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소련 의학자들에게 존경을 보냈다. 우주선 선실 내부에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는 조건을 명확히 한 것, 우주선, 안전한 우주복, 의학적 계측기록 장치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의학자들이었다."(39~40)

 

성층권 밖으로 올라간 최초의 포유류는 '개'였다. 생물학적 조건에 관한 연구를 위해 1957년 '라이카'라는 개는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위성궤도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온도 조정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스트레스와 과열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니까 가가린 대신 목숨을 잃었던 개는 러시아의 수많은 우표로 환생하였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또 연구에 매진하였다. 결국 '스트렐카'와 '벨카'라는 두 번째 '개 원정대'는 생물의 생존과 적응에 관한 확신을 주었다. 인간은 개에게 감사해야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우주에 첫발을 내딛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소개한 것이다. 마치 우주를 정복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떠는 언론에 무의식적으로 동요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실상을 이해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유익할 것 같다.

 

국가ㆍ집단적 욕망의 결정체 = '우주정복'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바로 국가ㆍ집단의 욕망이다. 가가린은 공산주의 국가 소련의 공산당원이다. 때문에 그는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공산주의 체제에 속해 있다. 이는 자서전의 전면에 걸쳐 녹아 있다. 때문에 '위대한 지도자 레닌'이라거나 '흐루시초프'에 대한 찬사가 거북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체제보다는 국가와 관련성이 깊다. 뒤집어서 보면 아폴로 우주선의 미국인은 어떻게 그려졌는가? 이소연 씨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키워드에 종속돼 있는 표현수단일 따름이다.

헤르만 헤세가 그의 책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라고 기록했다.

알을 깨는 것도 신에게로 날아가는 것도 '욕망'이라는 거대한 동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주정복을 조금 거칠게 비유하면 '성층권'이라는 '질'을 통과하기 위해 '국가'라는 '남근'이 쏟아내는 온갖 욕망의 결정체이다. 때문에 가가린이 자서전에서 체제에 관한 찬양이나 언급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결국 공산주는 가가린에게 마땅히 존재의 근거가 되며, 때문에 이 책의 근거가 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의 한 면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나는 우연히 미국의 비행가 프랭크 에버리스트의 <누구보다 빨리 난 남자>라는 책을 입수했다. '우주정복'이란 제목이 붙은 13장을 읽고 나자 불쾌함과 혐오스러운 감정이 치솟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이렇게 썼다.
"나는 우주를 정복하는 자야말로 지구를 지배하는 자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은 반드시 강대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약소국이나 비교적 약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예를 들어 원자폭탄 몇 개를 발사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우주선과 핵무기 두 개를 동시에 수중에 넣은 나라는 아무런 반격도 받지 않고 우주로부터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승리는 확실하게 보장받는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소비에트 사람이 우주를 목표로 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 국민들을 노예로 삼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정부와 흐루시쵸프 수상의 각별한 노력은 전쟁준비가 아닌 평화옹호를 위함이다. (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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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BS방송 두어번 봤는데 볼때마다 한심해서...김연아 나온 날 방송보고 우리 아들녀석 하는말, "뭔 방송을 저 따위로 하는거야!" 이녀석 중3입니다. 애들도 수준이하라고 하는걸 방송하는 대한민국 서울방송, 정말 살 떨리게 싫어지는 우리의 현주소.ㅠㅠ

승주나무 2008-04-18 15:40   좋아요 0 | URL
SBS는 방송사 치고 참 격조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나 뉴스의 논조 등 거의 모든 방면에서요~
오죽하면 '티비조선'이라고 하겠습니까 ㅎㅎ
이명박 당선되었을 때가 압권~~
 
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3월 한 달 동안 26명의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친절한 조선사>(최형국·미루나무)에 대한 집단평가를 진행한 결과 두 가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첫째는 역사가 될 수 없었던 것을 역사로 끌어들인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다. 둘째는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가공하고 그것을 사회문화적 의미로 확장하지 못했을 때 독자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배가된다는 사실이다.

신선하고 다양한 소재와 친숙하고 흥미로운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조선사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에게는 매우 시사적인 대목이다. 

 
육아휴직 받는 남편, 임진왜란 흑인용병 등에 흥미 느껴

리더스가이드 아이디 '술패랭이'가 <친절한 조선사>라는 이 책의 제목을 <숨겨진 조선사>로 바꿔불러야 어울린다고 말했듯이 이 책은 엄밀한 의미의 미시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수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홍어장수 이야기나, 욘사마를 능가하는 조선통신사, 임진왜란 흑인용병, 살인죄로 귀양 다닌 조선의 코끼리 등의 소재는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다지 서민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정치사나 전쟁사 등 거시적인 역사가 주는 위압감 속에서 위안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천재 임금 정조의 정치력을 그리는 대신 '골초' 혹은 '담배 예찬론자' 정조를 그리고 있는데다, 안경을 쓰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이야기가 아니라, '술고래' 두 아들에게 술 좀 끊으라는 야단을 치고 있는 인간적인 다산도 만날 수 있다. 

아이디 '술패랭이'는 "정약용이 그의 아들의 과음을 걱정하면서 (쓴)술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당부글 등은 생소하기에, '이름난 사람들도 자신의 자식에 대한 당부나 혹은 당시의 요즘 아이들을 걱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군…'하면서 웃음짓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 책엔 저자 최형국의 특이한 이력도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아이디 '봄햇살'은 "무예24기 시범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무예에 대한 소개에서는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열정도 느껴진다"고 썼다. 무예에 대한 삽화와 글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독자들이 생소해 하는 분야인 만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책에서 볼 수 있었던 풍부한 삽화도 이 책의 대표적인 덕목으로 평가됐다. 아이디 '공주엄마'는 "김홍도 신윤복으로 대표되는 우리 옛 예술작품들을 풍족하게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화려한 구성이 되었다"고 호평했으며, 아이디 '타오'는 "딸에게 그림설명을 해주면서 당시의 문화나 분위기 등을 소개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활용법'도 나왔는데, 아이디 'jade'는 "학생들에게 국사 보조자료로 읽히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즉 오늘날의 상황과 관련지을 수 있는 주제들, 이를테면 조선시대의 형벌제도와 현재의 형벌제도, 육아휴직제도, 술·담배에 대한 기록 등에 관해서 토론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집요하고 치밀한 사관의 모습이 아쉬워

소재나 삽화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리뷰어들의 전체적인 평가는 '아마추어리즘'이다. 아이디 '라주미힌'은 먹거리를 다루는 소제목 '임금의 수라에 올라갔던 음식의 양과 비용은?'을 예로 들어 아무런 가공도 없이 데이터만 나열해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 당시 서민이나 양반의 음식 소비량과 비교라도 했으면 의미라도 있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마치 신문기사의 목차를 보는 듯한 신선한 타이틀들은 한편으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이디 'jade'는 "소제목들이 너무 '화려'해서 정작 읽다보면 시시해진다"고 썼다. 제목이 화려한 만큼 과장과 꾸밈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각 단락의 제목만큼이나 읽고 나서의 공복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모습을 보인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대중들의 입맛을 추종하였기 때문'(아이디 '책나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디 '책나무'는 한마디로 이 책은 "흥미로우나 이면의 구조를 놓친 에피소드의 서술"이라고 평가했다. 즉 "사회사적인 논거를 세우고 나서 면밀하게 서술한 것이 아니라 우선 독자 대중들에게 기발한 에피소드를 소개할 목적이 강했던 측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차'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살리에르'는 "여러 이야기들이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후기에서 전기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좀 헷갈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 전기, 중기, 후기 정도로 세분해서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들끼리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와는 좀 '다른 시차'이지만, 아이디 '진달래'는 '복날의 개고기' 이야기에 대한 서술부분이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이 책이 여름에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도 읽힐 수 있으므로 특정 계절에 대한 편향된 서술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12일, 동국대 중앙도서관서 저자와의 토론회 열려

결국 <친절한 조선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제안도 나왔는 데, 아이디 '치카'는 "이 책이 이 한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연작으로 출판이 되어 조선시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친절한 조선백과사전'"이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출판사가 동의해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아무리 사소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적 문맥이 있다. 사관의 역할은 사소한 사건과 거대한 역사의 흐름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다. 목차에 담겨 있는 흥미로운 기사들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례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추적이 필요할 듯하다. 

한편 리더스가이드와 동국대학교는 12일(토요일) 오후 2시부터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친절한 조선사> 저자와 함께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는 동국대학교 학생들과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참석해 조선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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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4-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수 : 20000점
마이리뷰: 99편
의미있는 숫자군!
너의 100번째 리뷰는 뭐가 될까?^^

승주나무 2008-04-11 19:49   좋아요 0 | URL
지금 이게 100번째 리뷰인데요~~
26명이 쓴 리뷰 분석.. 손에 손잡고죠 ㅋㅋ
리뷰는 혼자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100번째 통합리뷰 ㅎㅎ

stella.K 2008-04-11 20:2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근데 내가 알지에 남겨 놓은 글 읽었지?
나중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