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숑숑 1 : 고조선으로 빨려들다 - 고조선 편 역사 속으로 숑숑 시리즈 1
이문영 지음, 아메바피쉬 그림 / 토토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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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기'의 어려움

대치동과 강남을 누비며 논술강사 생활을 3년 하면서 논술문제집도 많이 만들어 보았지만, 가장 난감한 부분은 '난이도'였다. 어렵게 만드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쉽게 만드는 게 어려웠다.
쉽게 만든다고 쉽게 만들어도 문제를 푸는 학생들(대부분 강남 아이들)은 반도 못 맞혔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너무 쉽게 접근했구나 하는 점이다.
문제를 쉽게 낸다는 것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사물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상황과 교육 과정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이때 어른들의 '교양장벽'은 쉽게 넘을 수 없는 철옹성이라는 것을 꺠닫게 된다. 애초부터 '쉽게 만든다'가 아니라 아이들과 눈높이를 가까이 하고 전혀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토토북의 <역사속으로 숑숑> 시리즈(이하 숑숑, 고조선 편)는 성공작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어른인 내가 보았을 때 뻔하고 쉽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에게 이 책을 보여줬더니 앉은자리에서 후딱 다 읽고 <3권>은 언제 나오냐고 독촉할 정도니 출판사가 들으면 기분 좋을 만한 뉴스다^^. (현재 숑숑시리즈는 2권까지 나온 상태다) 독자로서 성에 차지 않지만, 아이들 대상의 학습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보면 그것이 정답이다. 이제까지의 역사 판타지와 이야기 학습물이 실패할 수밖에 없어던 이유는 과도하게 교육적인 관점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숑숑>은 교육적인 내용을 많이 담지 않았지만,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다. 스토리에 완곡하게 녹아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당대의 권력관계와 시대상황을 받아들 수 있다. 예컨대 해우와 해우네 마을 사람들이 리아와 지대로 아저씨를 경계한 이유는 자신들의 땅을 빼앗고 내쫓은 연나라 때문이다. 리아와 지대로를 연나라 첩자라고 오해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난 '열이'라는 남자친구의 입을 통해서 고조선이 한나라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당대의 시대상황과 문맥, 이해관계를 무리없이 스토리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 숑숑시리즈는 잘생긴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주인공 리아와 책벌레 지대로 아저씨가 다양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경험하는 것을 주된 글감으로 삼았다.



<숑숑시리즈>로 역사신문 만들기를 하면 좋겠다

<숑숑>은 주인공 리아와 책벌레 지대로 아저씨, 납치당한 리아의 동생 지아, 지아를 납치한 항아가 밀고당기며 스토리를 이어가고, 시대와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구도로 되어 있다. 지아가 납치된 것은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항아에게 동생과 언니가 없어져도 좋다고 동의를 했기 때문인데, 이것은 사소한 계기일 뿐 아직까는 이야기의 개연성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작가가 아니라 스토리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역사책을 찢고 오려서 딱지치기를 한다든지 유물을 패대기친다든지 하는 행동을 한 죄로 우리의 역사적 과정을 다 살펴봐야 하는 '벌'을 받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끌고 가면 주인공들에게 일어난 신상을 변화가 더 잘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스토리 안에 역사적 사실이 쉽게 녹아 있으면서 중간에 각주나 역사 들여다보기(정보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권말부록에는 관련 연표와 그림이 첨부돼 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다루기 때문에 단군신화 부분은 넣지 않았고, 그 대신 동이전과 사마천 사기열전의 <조선 열전> 등 역사적으로 검증됐다고 판단한 사실을 이야기로 담았다. 때문에 단군조선설과 기자조선설에 관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 내가 다시 학원강사가 돼서 초등학생들을 이 책으로 가르치게 된다면 '역사신문 만들기'를 시도해볼 것이다. 연나라에게 쫓겨난 해우나 하란마을 사람들을 전격 인터뷰하거나 사설을 이용해서 한나라와 연나라의 행위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광고 등을 제작하게 해서 각 모둠이 역사신문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등의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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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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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드디어 나와바리에 도달하다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은 우리 시대에 '현장의 문제'에 가장 민감한 촉수를 들이대는 지식인이다.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학 시절 동아리방에서 유명한 구라꾼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마 그는 이 시절 후배들을 괴롭히며 내공을 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는 헛소리를 좋아합니다. 헛소리란 게 참 놀라운 거거든요. 백마디 헛소리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진리에 도달하게 되지요." - <죄와벌>의 라주미힌

얼마 전 개마고원 출판사의 영업자가 한탄을 늘어놓았다. 우석훈의 한국경제대안시리즈 제1권인 <88만원세대>(레디앙)의 압도적인 영향력 때문에 중요하기로는 그보다 밀리지 않는 제2권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와 제3권인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가 부각을 못 받고 있어서다. 인터넷 서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다른 출판사 책(88만원세대) 이야기만 하니 죽을 맛이었을 거다. 나는 다른 의미로 울상이다. 88만원세대의 프레임이 비단 출판사의 이해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우석훈의 진면목을 붙잡는 굴레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석훈의 진짜 전공은 통상협상과 기후협약 등 국제적인 문제이다. 그는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녹색평론사)를 쓰면 논쟁의 한가운데에 들어갔다. "한미 FTA가 강행된다면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봉급생활자와 그 4인 가족들은 이민을 심각해 검토해 봐야 한다"는 유명한 말은 이 책의 결론이다. 그리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를 번역하며 세계 기아의 실상과 구조를 쉽고 명쾌하게 소개했다. 대안시리즈 1,2단계는 국내문제에 제한된다.

3권에서 처음으로 그는 '국제적 문제'를 이야기했다. 대외의존도가 80% 넘는 우리 사회에서 국내 문제란 곧 국제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석훈은 처음부터 국제문제를 건드리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희망인 10대'만'을 위하여

우석훈의 4부작(4부는 현재 집필중)이 대체로 현재인을 무시하고 쓴 경향이 있지만,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현재적 가치는 거의 제로(0)에 가깝다. 그것은 철저히 의도된 방향설정에서 기인한다. 쉽게 말해 우석훈의 이 책은 30년 후에 보내는 편지이다. 우석훈은 386 세대에 위치해 있지만 386을 가장 미워하는 386 중의 하나이다. 동시에 386 친구들에게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작가일 것이다. 이런 반감이 아니더라도 386 이상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보아야 하겠다. 우석훈이 기다리는 30년 후의 지도자들이 나타나기 전에 이들이 말아먹는다면 사정이 또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갈 확률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서문에서도 작가는 이 책을 10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구성에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우석훈 강연회에 좇아가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항상 '통계'나 '도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듣게 된다. 도표를 불가피하게 넣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지만, 도표를 넣는 것과 책의 판매가 정확하게 반비례하기 때문에 도표 처리가 가장 힘들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도표를 최소화했다. 분량도 최소다. 300쪽을 거뜬히 넘는 이전의 시리즈(대체로 330쪽 내외)보다 50쪽 이상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취지를 따라서 나도 리뷰를 좀 쉽게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불만이 있다면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설명이 썩 개운하게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소 간단하고 쉬운 예를 덧붙여 본다. 고우영 화백의 '십팔사략'이라는 만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이란 사마천의 '사기'를 필두로 중국 각 시대의 정사로 꼽히는 18가지의 역사서를 간추려 편집한 다이제스트판 역사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제는 '고금역대 십팔사략(古今歷代十八史略)' 몇 번째 권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흉노나, 동호, 동월, 갈족 등 중국의 이민족(오랑캐라 불리는)은 처절한 흥망성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약소국 백성의 정부인을 함부러 빼앗아 아내로 삼는다든지 욕을 보이고, 파리목숨처럼 쉽게 죽인다든지 약육강식의 결정판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강국의 입장에서는 재미를 볼 수도 있었겠지만,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절치부심하며 뼛속까지 치욕감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때 약소국 젊은이의 가슴 속에 담겨 있는 생각은 폭력 없는 세상이 아니라, '얼른 힘을 길러 저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이다. 때문에 약소국이 강대국이 되더라도 인권유린과 겁간, 약탈 행위는 영원히 반복되었고 그만큼 오랑캐라는 편견도 쌓여 갔다. 너무 멀리 간 듯 하다면 군대생활을 한 병사들의 예를 들 수도 있다. 쫄병 때는 선임병에게 시달리며 '내가 선임병 되면 괴롭히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다들 한번쯤 하게 된다. 그런데 선임병이 되었을 때 이전보다 더 후임병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문득 발견하게 된다. 선후배 군기가 좀 있는 남자 학교라면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체'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고, 자신이 아픈 부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만약 선임병이 후임을 괴롭힌다면, 힘 센 족속이 약한 족속을 괴롭힌다면 그것은 '괴롭히는 구조'부터 해결해야 할 일이다. 단지 마음이 나빠서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계급차이든 상황의 차이이든 대립적인 관계가 펼쳐지는 패턴을 관찰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사실 이것은 지적인 능력은 물론 개혁에 대한 열의와 성실성이 담보되어야 해결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인데 니체가 말한 '권력에의 의지'이든지 굴종이든지 피억압자는 억압자를 닮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기 마련이다.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라는 책에는 이러한 과정이 세심하게 소개돼 있다.

체험의 특정한 단계에서 피억압자는 억압자와 그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 생활방식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소외 상태에 있는 피억압자는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 억압자를 닮고자 하며 모방하고 추종하고자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중산층 피억압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상류층의 저명한 인물들과 동등해지기를 갈망한다. <페다고지, p79>

우석훈이 말하는 '빌어먹을 386'과 기득권, 보수세력들은 약자인 십대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따라오게끔 유혹하며, 착취하고 패고 억압하는 구조 자체를 이식시키려 한다. 그것이 '교육 파시즘'의 기본 방향이다.


평화와 욕망의 밀월관계를 꿈꾸며

이 책의 부제는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이다. '평화'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다름아닌 우리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점과 함께 '평화'라는 의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석훈은 사람들이 평화에 투자하지 않고 그 대신 전쟁에 투자하게 되는 과정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자기 울타리에서만 아니라면 전쟁은 큰 돈을 벌게 해주므로 환영할 만하다는 것이다. 결국 남의 울타리가 자기의 울타리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단견이기는 하지만, 군산복합체가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문제와 군대가 민영화되고 있는 문제(블랙워터라는 용병그룹은 이라크에서 무고한 인명을 파리처럼 살상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일로 법정에 오르는 일도 많았다)를 특히 우려했다.

평화에 투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뭘까? 나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고 본질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물이나 공기, 가족과 같은 가장 고맙고 소중한 존재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다. 성폭력이나 폭력사건 피해자 10명 중의 1명이 친족에게 당하며 80% 가까이가 동료나 친구 등 아는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최근의 보도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참다 못한 맹자가 이렇게 한탄했다.

"닭이나 개가 달아나면 이를 찾을 줄 알지만, 마음이 달아났는데도 찾을 줄 모른다."(맹자, 고자상)

이런 예도 들었다. 사람이 손가락 하나가 구부러지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 사방 천지, 외국까지 안 가는 곳 없이 찾아다니지만, 마음이 구부러지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중을 알지 못하고 본질을 알지 못하는 세태라고 비판했다. 맹자는 고담준론에 기대며 이런 비판을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인간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석훈은 결론에서 '파토스'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는데, 이는 '욕망'을 뜻한다. 대학 시절 이성과 감정의 우위에 대해서 친구와 늦도록 토론했던 기억이 나는데, 결론은 감정의 절대적 우위였다. 물론 처한 상황에 따라서 하는 역할이 다르지만,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것은 대개 감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거지 같은 상황이 어떻게 연출되었나. 왜곡된 이성과 무식한 욕망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왜곡된 이성은 무식한 욕망에 논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호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에 대항하는 세력들은 '이성'이라는 초라한 무기로 대항했다는 점에서 비극이 있다. 그에 비해 우석훈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맞불'을 놓으려고 한다. 지금은 흘러간 개그 코너인 '사모님'에서 사모님은 민망한 자세로 서 있는 김기사를 보며 '난 이 각도가 너무 좋드라~~'라고 희롱하는데, 우석훈의 욕망이라는 결론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 글을 밤새도록 쓰고 있다. 전쟁에 대한 욕망 못지 않게 평화에 대한 욕망도 강렬하다는 것쯤은 우석훈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으면 알 수 있다.

"평화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잘 잊지 않는다"(261쪽)

 

☆『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석훈 지음ㅣ개마고원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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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8-07-1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호 시사IN에 우석훈씨 글이 실렸던데, '386을 가장 미워하는, 386에 가장 미움받는'이란 부분이 이해가 가는군요.^-^

승주나무 2008-07-16 18:21   좋아요 0 | URL
예~ 저도 시사인에서 우석훈씨의 글을 자주 보게 되는데,
발랄한 글을 맛에 계속 길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한번 버럭을 해봐야겠어요
386부분은 만날 때마다 그가 강조하는 내용이었지요.

마노아 2008-07-1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88만원 세대를 지금 읽고 있어요. 보니까 출간 1년 정도 됐더라구요. 지각생이에요^^;;
근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우석훈씨 번역이 아닐 텐데요. 앞에 '해제'만 쓰지 않았나요?

승주나무 2008-07-16 18:21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근데 왜 저는 번역을 했다고 생각했을까요.
해제가 너무 강렬해서이거나..
아니면 제가 진짜로 '우빠'겠죠?
우왂!!ㅎ
 
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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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친절한 조선사>가 되려면

- 26인의 리뷰어 집단평가

지난 한 달 동안 26명의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친절한 조선사>(미루나무)에 대한 집단평가를 진행한 결과 두 가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첫째는 역사가 될 수 없었던 것을 역사로 끌어들인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다. 둘째는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가공하고 그것을 사회문화적 의미로 확장하지 못했을 때 독자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배가된다는 사실이다. 신선하고 다양한 소재와 친숙하고 흥미로운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조선사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에게는 매우 시사적인 대목이다.



<<친절한 조선사>는 듣도 보도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찬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더스가이드 독자들은 흥미로운 조선사 이야기를 친절하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이렇게 재미있는 소재들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거나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 문맥 안에서 소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못내 아쉬워했다>

육아휴직 받는 남편, 임진왜란 흑인용병 등 새로운 소재 흥미 느껴


리더스가이드 아이디 '술패랭이'가 <친절한 조선사>라는 이 책의 제목을 <숨겨진 조선사>로 바꿔불러야 어울린다고 말했듯이 이 책은 엄밀한 의미의 미시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수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홍어장수 이야기나, 욘사마를 능가하는 조선통신사, 임진왜란 흑인용병, 살인죄로 귀양 다닌 조선의 코끼리 등의 소재는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다지 서민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정치사나 전쟁사 등 거시적인 역사가 주는 위압감 속에서 위안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천재 임금 정조의 정치력을 그리는 대신 '골초' 혹은 '담배 예찬론자' 정조를 그리고 있는데다, 안경을 쓰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이야기가 아니라, '술고래' 두 아들에게 술 좀 끊으라는 야단을 치고 있는 인간적인 다산을 만나는 이야기다. 아이디 '술패랭이'는 "정약용이 그의 아들에게 과음을 걱정하면서 술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당부글 등은 생소하기에 이름난 사람들도 자신의 자식에 대한 당부나 혹은 당시의 요즘 아이들을 걱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군..하면서 웃음짓게 된다"고 평가했다.

저자의 특이한 이력도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아이디 '봄햇살'은 "무예24기 시범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무예에 대한 소개에서는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열정도 느껴진다"고 썼다. 무예에 대한 삽화와 글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독자들이 생소해 하는 분야인 만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책에서 볼 수 있었던 풍부한 삽화도 이 책의 대표적인 덕목으로 평가됐다. 아이디 '공주엄마'는 "김홍도 신윤복으로 대표되는 우리 옛 예술작품들을 풍족하게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화려한 구성이 되었다"고 호평했으며, 아이디 '타오'는 딸에게 그림설명을 해주면서 당시의 문화나 분위기 등을 소개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활용법'도 나왔는데, 아이디 'jade'는 "학생들에게 국사 보조자료로 읽히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즉 오늘날의 상황과 관련지을 수 있는 주제들, 이를테면 조선시대의 형벌제도와 현재의 형벌제도, 육아휴직제도, 술/담배에 대한 기록 등에 관해서 토론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집요하고 치밀한 '프로페셔널 사관'의 모습이 아쉬워


소재나 삽화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리뷰어들의 전체적인 평가는 '아마추어리즘'이다. 아이디 '라주미힌'은 먹거리를 다루는 소제목 '임금의 수라에 올라갔던 음식의 양과 비용은?'을 예로 들어 아무런 가공도 없이 데이터만 나열해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 당시 서민이나 양반의 음식 소비량과 비교라도 했으면 의미라도 있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마치 신문기사의 목차를 보는 듯한 신선한 타이틀들은 한편으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이디 'jade'는 "소제목들이 너무 '화려'해서 정작 읽다보면 시시해진다"고 썼다. 제목이 화려한 만큼 과장과 꾸밈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각 단락의 제목만큼이나 읽고 나서의 공복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모습을 보인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대중들의 입맛을 추종하였기 때문'(아이디 '책나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디 '책나무'는 한마디로 이 책은 "흥미로우나 이면의 구조를 놓친 에피소드의 서술"이라고 평가했다. 즉 "사회사적인 논거를 세우고 나서 면밀하게 서술한 것이 아니라 우선 독자 대중들에게 기발한 에피소드를 소개할 목적이 강했던 측면 떄문"이라는 것이다.

'시차'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살리에르'는 "여러 이야기들이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후기에서 전기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좀 헷갈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 전기, 중기, 후기 정도로 세분해서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들끼리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와는 좀 '다른 시차'이지만, 아이디 '진달래'는 '복날의 개고기' 이야기에 대한 서술부분이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이 책이 여름에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도 읽힐 수 있으므로 특정 계절에 대한 편향된 서술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친절한 조선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제안도 나왔는 데, 아이디 '치카'는 "이 책이 이 한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연작으로 출판이 되어 조선시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친절한 조선백과사전"이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출판사가 동의해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아무리 사소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적 문맥이 있다. 사관의 역할은 사소한 사건과 거대한 역사의 흐름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다. 목차에 담겨 있는 흥미로운 기사들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례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추적이 필요할 듯하다.


당찬 리뷰어들 저자와 직접 만나 열띤 토론회에 나서



한편 리더스가이드와 동국대학교는 4월 12일(토요일) 오후 2시부터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친절한 조선사>의 저자와 함께 토론회를 공동으로 열기로 했다. 토론회는 동국대학교 학생들과 리더스가이드의 리뷰어들이 참여하여 조선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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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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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독자들이 나섰다!

- 23명의 리뷰어들과 저자가 논하는 <법률사무소 김앤장>


 

도서정보 유통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는 지난 한 달 간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대한 집단리뷰를 실시했으며 23명의 리뷰어가 집단리뷰를 올렸다. 앞서 '함께읽기'를 했던 <한국경제 새판짜기>와 더불어 '경제민주화 읽기' 기획에 따른 것이다.

리더스가이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07년 17대 대선에서 '성장논리'에 막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경제 화두'를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고 밝혔다. 아이디 '책나무' 외 22명의 리뷰어가 작성한 리뷰를 분석한 결과 주로 다뤄진 화두는 ▲‘김앤장’이 불러온 공공성의 심각한 위기 ▲‘김앤장’을 낳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 ▲법 제도와 그 수행자들이 노출한 자기부정과 이율배반 행위 ▲법 자체의 모순점 비판 ▲법 제도와 그 수행자들이 노출한 자기부정과 이율배반 행위 ▲ 김앤장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안 등으로 요약된다. 이번 집체리뷰에 참여한 23명의 리뷰를 집중 분석했다. 

 


<인권을 수호하고 공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신자유주의 흐름에 편승해 거대기업의 사적 이익을 옹호하는 현상을 고발한 <법률사무소 김앤장>가 출간되자, 공교롭게도 책에서 다루었던 편법 과세 의혹과 고위 관료들의 회전문 인사 문제가 공론화되었다.>


공공성의 위기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법률사무소 김앤장,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토론자들은 ‘김앤장’의 막강한 인맥으로 사회질서를 뒤흔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정부 고위직과 김앤장 고문을 번갈아가면서 역임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김앤장’을 감시하는 데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없는 구조가 큰 문제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덕수 전 총리와 한승수 신임 총리는 모두 '김앤장'의 고문 출신이기 때문에, 공직 사회에서 '총리를 배출한' 김앤장에 대한 법 집행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이디 ‘들풀처럼’은 “법률이 정의 실현 수단보다는 한낱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하고, 재벌과 투기자본의 이익에만 봉사하게 된다면” 사회의 근간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이디 ‘나스카’는 “(책 속의) 어려운 법률 용어보다 오히려 ‘김앤장’의 행위를 정당하도록 만드는 모든 제도와 관료들의 부패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며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관료집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를 과도한 민영화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었다. 아이디 ‘라주미힌’은 냉전으로 돈을 번 무기자본들이 지역 분쟁을 조장해 이익을 쌓아 왔으며 미국의 국방, 외교 정책을 강경 노선으로 주도해 왔던 사례를 예로 들며 이를 법과 경제 분야에 대입시키면 ‘김앤장’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구조의 모순과 민주주의의 위기


‘김앤장’이 단순히 ‘나쁜 변호사들’의 횡행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이디 ‘담쟁이’는 론스타 매각사건, 휴대폰 문자해고 사건, SK 분식회계 사건, 현대그룹 대북 송금 사건, LG 대선자금 사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국민들을 흥분시키고 허탈하게 만든 굵직굵직한 사건을 사실상 주도하고 정점에 있었던 집단이 ‘김앤장’이었지만 이 사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다가 ‘김앤장 문제’가 터지고 나서 분개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아이디 ‘jade’ 역시 신자유주의의 대세에 눈치 빠르게 편승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인 ‘김앤장’이라는 특정 실체에 분노하기 전에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사회구조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1%에 들어가려고 바둥바둥 애쓰는 모습, 400%의 수익을 낸 소버린은 비난하면서 고수익을 위해 주식/펀드에 열을 올리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키며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아이디 ‘노란가방’은 “민주주의를 유지시킬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공정한 법과 그 정신을 살릴 수 있는 공정한 집행에 있다”고 전제한 뒤 최소한 우리나라의 ‘귀족층’들에게는 민주주의가 ‘사익’에 비해서 매우 보잘 것 없다는 점은 분명하며 이것이 슬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아이디 ‘멜기세덱’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그것은 더 이상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말했다. ‘jade’에 의하면 “불법이라도 문제가 되거나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지 않으므로 상관 없으며, 변호사윤리규정 따위가 밥 먹여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시해주는 센스 정도는 있어야” ‘법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한 법이 아니라 ‘평등에 앞선 법’이 되었다는 데 대해서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도서정보매체 리더스가이드는 지난 한 달간 아이디 '책나무' 외 22명의 리뷰어가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가지고 집체리뷰를 진행했다. '경제민주화'라는 키워드로 이벤트를 진행한 리더스가이드는 앞으로 이와 같은 사회적 책읽기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 저자와 독자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김앤장’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회의 대부분의 영역을 장악한 ‘김앤장’에 맞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아주 없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리뷰어들의 중론이었다.

‘법을 아는 것’이 ‘김앤장’의 힘이라면, ‘김앤장을 아는 것’은 우리들의 힘이다. 아이디 ‘들풀처럼’은 부패한 관료의 문제가 한국경제의 새판을 짜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아는 데에 머물지 않고 이것이 “어떻게 생성되고 유통되는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아이디 ‘jjolpcc’는 “세상이 온통 조개로 뒤덮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또한 몸이 화석화되어 죽어간다”는 뮈사르의 유언(쥐스킨트의 단편에 나오는 인물)을 상기하면서 화석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저항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아이디 ’책나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계란을 가열차게 바위를 향해 집어던져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디 ‘승주나무’는 현재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맹자에 나오는 ‘우산(牛山)’에 비유했다.


우산(牛山, 춘추시대 제나라 동남쪽에 있었던 산 이름)의 아름드리 나무숲이 일찍부터 썩 아름다웠는데, 큰 나라의 근교에 위치한 바람에 벌목이 끊이지 않았으니 나무숲이 남아날 리 있겠는가. 밤기운의 맑은 공기와 새벽이슬의 윤택함에 싹이 자라나지 않을 리 없건만은 소와 양을 줄줄이 몰고와 방목을 해대니 결국 대머리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 그 후로 사람들이 이 산은 애초부터 민둥산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민둥산이 된 것이 어찌 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맹자 본문 중에서)


이처럼 사법정의가 애초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즉, 나무를 자꾸자꾸 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디 ‘나스카’의 말처럼 “귄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권리를 인식하고 행사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우산처럼 함께 민둥산이 되거나 몸 전체가 화석이 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리뷰어들의 원인분석과 문제제기, 해결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은 한결같았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처럼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당찬 리뷰어들 저자와 직접 만나 열띤 토론회에 나서

 

한편 리더스가이드와 후마니타스 출판사는 3월 15일(토요일) 오후 2시, 서교동 작은책 2층 강연실에서 <김앤장> ‘함께읽기’에 참여한 리뷰어와 독자들을 초대해 ‘저자와의 대화’를 열 계획이다. 20여 명의 리뷰어와 리더스가이드 회원 외에도 '김앤장 문제'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의 관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화’가 특이한 것은, 책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리뷰를 제출한 리뷰어가 주축이 되어 대화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이다. 리뷰 모음은 공저자들에게 전달되고, 리뷰의 내용을 토대로 저자 강연이 이루어진다.

미리 질문지를 보내준 내용들을 분석해본 결과 대체로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질적인 대책에 초점이 모아졌다. 아이디 ‘노란가방’은 "책을 통한 고발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행동들도 함께 시도되어야 할 듯한데,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병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보내 왔고, 아이디 ‘리틀크리(littlechri)’는 "지난 5년간 우리나라 16개 중대형 로펌이 영입한 퇴직 후 3년 이내의 판사와 검사 161명 중에서 142명이 퇴직한 지 3개월 이내에 영입"되었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공직자윤리법’에 대한 재개정 방안을 질문했다. 이 밖에 고발성 내용이나 다른 탐사보도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좀더 심층적이고 구조적으로 ‘김앤장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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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
하재근 지음 / 포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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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오해를 위한 변명

<서울대학교학생선발지침>(이하 <서울대지침>)을 읽으면서 선뜻 떠오르는 오해는
첫째, 이 책이 마치 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서 마련된 지침서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이나 문구를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글의 전체적인 내용과 제목이 부조화인 것은 분명하다. 좀더 나쁘게 말한다면 자극적인 제목을 덧붙인 것 같은 느낌이다.
둘째, 교육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온통 신자유주와 경제문제가 나온 점에 대해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겨울 정도로 동어반복을 보이기는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하나의 환기가 될 수 있다. 교육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특수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현대사의 모든 욕망과 가치가 덧붙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교육문제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신자유주의 키워드를 지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재근에 관한 인상과 <서울대학교학생선발지침>에 대한 다소의 아쉬움

<서울대지침>에 대해서 말하면서 하재근의 인상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평소의 행보와 이미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문학비평으로 따지면 '작가론'의 영역일 텐데, 이 책은 '작가론'을 분석하면 좀더 내용이 잘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하재근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은 디워논쟁으로 100분토론에 나온 그를 보면서이다. 진중권과 맞서는 위치에서 디워에 대한 네티즌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그 자리에 나왔다. 하지만 내내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보이거나 딴지를 거는 듯한 인상이 아쉬움이었다. 그 때 내 주위에 들려온 말은 하재근은 말보다는 글이 낫다는 거였다. 혹은 글에 비해서 말은 정말 못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쓰촨성 지진에 관해 그가 써놓은 칼럼("누리꾼이 괴물이 돼버렸다")을 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는 쓰촨성 지진에 대해서 중국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한 기사에 관한 인상을 적어놓았다. 악플러들이 달아놓은 악성 댓글을 성토하는 내용이 골자였는데, 나는 다소 편파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글에는 3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는데,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비판하는 사람들이 혼재돼 있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괴물'이라는 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이었다. 그 글을 읽고 쓴 글이 "쓰촨성 지진사태에 대한 악성 댓글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는데, 거기서는 하재근이 악플보도의 문맥은 보지 않고 악플 자체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정을 넣었다. 중국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협의하기는 했지만, 중국은 한국에게 어떻게든 한방을 먹일 태세였다. 중국을 거의 왕따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미 일변도로 흐르면서 북한카드를 버렸고,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해 버렸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미국에게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가 돼버렸다. 한국 네티즌 악플에 관한 기사는 이런 문맥에서 나온 것인데, 이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는 것은 하재근이 이 이 문제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접근함을 보여준다. 만약 <서울대지침>을 400여쪽이 아니라 200쪽 미만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논리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함

<서울대지침>을 보면서 갑자기 '타짜'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거기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두 개 나온다.

1. 대학교수가 노름에 빠져 아들 병원비를 날려버렸다. 고니가 불쌍히 생각해 돌려주지만, 교수는 그 돈을 가지고 다시 노름판으로 달려갔다.
2. 정마담이 제대로 설계한 호구(권태원)는 정마담에게 이렇게 말한다. "노름이 뭐냐~ 파도 아니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거야"

대학서열제 중심의 입시체제에서 이미 판돈을 가져갈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판돈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돈만 허공에 날리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가난한 집의 사람들이 100만원을 벌면서 6~70만원을 아이들 학원비로 낸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10배~20배 넘는 부자들의 판돈에는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자신들의 판돈을 모두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비평준화로 가고 있는 지금 세태에서는 모두가 1등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상황이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평준화가 실현된다면 저 사람은 공부를 잘 할테고, 나는 만들기를 잘한다는 식으로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 창의성이 말살되고 있는 구조를 문제시한 점이 좋았다. 그리고 신문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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