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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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 언론에게 영감을 제공하다


요즘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광고를 하고 다니는 책이 있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부동산 계급사회>반값아파트다 후분양 제도다, 규제완화다 정치적인 수사로 점철됐던 부동산 담론에 몹시도 허무해하던 차에 부동산 문제에 관한 실증적인 분석서이자 대중적인 책이 출간됐기 때문에 흥분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책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 책은 <법률사무소 김앤장> 이후로 후마니타스의 가능성을 보여준 책으로 평가한다. 후마니타스 영업 담당자와 대화할 기회가 좀 있는데, <김앤장>을 출간하고 나서 지식인 사회로부터 굉장한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후마니타스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었다는 것이 주된 칭찬의 내용이다. <김앤장>이 왜 놀라운 책인지 나는 어느 리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다), <김앤장>은 삼성보다 무서운 집단이라 언론사들도 함부러 손을 못 대는 곳이었다. 경향신문이 자사의 주간지인 뉴스메이커에 김앤장 비판기사를 썼다가 김앤장의 협박에 못 이겨 사과기사를 내보내고 유감표명을 하고 나서 경향에서 김앤장에 관한 기사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후마니타스에서 책이 출간되고 나서는 경향과 한겨레 등 여러 신문사에서 김앤장에 관한 신문사의 취재 내용을 덧붙여 서평기사와 취재기사를 절묘하게 왔다갔다하는 기사를 내보내었고 론스타 문제가 불거지면서 '김앤장'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 후마니타스의 <김앤장>이라는 것이 지식인 사회의 평가였다. 





기자도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를 4년 동안 캐냈다

<부동산 계급사회><김앤장>과 여러 가지로 닮았다. 국회의원과 현장전문가의 합작품이라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일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방패가 있기에 여러 가지 정치적인 압박이나 법적인 위협을 피할 수 있고, 유관기관에 자료요청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책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강점이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 씨는 4년간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현재 진보신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내면서 국회에서 근무했다.
여러 가지 정책을 개발하고 부동산시장의 문제점을 밝혀내기 위해 신문기사는 물론 정부통계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일반인과 언론사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까지도 손을 뻗칠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모든 것을 통계로 입증한다'는 필자 스스로 만든 원칙을 지키는 일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문제라도 통계를 찾아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 내용은 알찼지만 속도는 더뎠다. 1주일 걸려 A4 한 쪽 쓰는 일이 다반사였고, 일주일 내내 국회 도서관을 이 잡듯이 뒤져 겨우 통계 하나를 찾아내고 나서 혼자 만세를 부른 적도 있다.... 책상과 뒤편 책꽂이에 쌓인 A4 프린트물이 필자 키의 3배는 되는 듯했다.
- 이 책을 쓴 이유 중에서..

내가 눈시울이 젖은 부분은 저자가 자료수집이 난항에 처했을 때마다 먹었던 마음을 들려줄 때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필자를 다잡아 준 것은 지하방이나 비닐집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이들에 대한 부채감과 반성이라는 거다. 어찌 보면 소박한 계기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지만, 해마다 빼놓지 않고 들려오는 고시촌의 화재 소식이나 일 떠나 혼자 지키는 집에서 화재로 숨진 아이들의 이야기는 '부동산'이라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관통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조율의 책이 최소 5년 동안 탄생할 수 없으리라는 점이다. 심상정 의원도 원외로 물러선 상태에서 자료요청을 집요하게 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동네 어린애 쳐다보듯 무시하는 상황이라면 정부기관이 자료요청에 성실히 따라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최소 5년 동안 열심히 해도 부족할 만큼 많은 과제를 주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뉴스 30개만 추려 보면

이 책은 단지 저자가 사람 키의 3배에 달하는 자료를 가지고 썼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료들을 적절하게 녹여냈다는 것이 매력이다. 서문만 읽어봐도 저자의 센스나 문체, 진정성과 절박성을 모두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가지고 벌써 3개의 기사(블로거뉴스)를 만들어냈는데, 그 외에 뉴스가 될 만한 것이 무척 많다. 실제로 이 신문에서 뉴스로 다뤄진 내용도 많이 있다. 간략히 20가지만 추려서 나열을 해보면


1.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금메달(클릭)
2. 1가구3주택 이상만 과세해도 신도시 50개 생긴다(클릭)
3. 지하방의 기원(클릭)
4. 스타벅스 커비값이 비싼 이유(33~35쪽)
5. 부동산 스트레스를 아시나요?(46~47쪽)
6. 투기 앞에 무력한 중앙정부(52~53쪽)
7. 말죽거리 투기 잔혹사 - 3년간 20배 상승(71쪽)
8. 기업 연구개발 투자 <<< 부동산 투자(72~73쪽), 자본이익보다 토지이익에 열올리는 대기업(116~118쪽)
9. 부동산 5적의 투기동맹(74쪽)
10. 토지 이용권과 토지 소유권(82~83쪽)
11. 주택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104~105쪽)
12. 주택이 고령화사회에 미치는 영향(106~107쪽)
13. 토지문제가 제조업 공동화에 미치는 악영향(108~110쪽)
14. 전체 경제에서의 건설업 비중 위험한 수준이다 (114쪽)
15. PIR - 도대체 집값이 연봉의 몇 배야?  (152쪽)
16. 미성년자에게 빌려준 담보대출이 363억원이라고?(153~154쪽)
17. 은행지점당 인구수, 非강남이 강남의 6~7배(160~161쪽)
18. 아파트 값이 서울대 합격생 수와 수능 점수를 결정한다(162~163쪽, 166쪽)
19. 부동산값이 싸면 사망률이 올라간대요(171~173쪽)
20. 집먹는 하마의 매직 - 주택보급률33.5%↑, 자기집5.7%↑, 셋방살이5.5%↑(188, 190~191쪽)
21. 국가별 집 안심률과 집 걱정률 비교(195~196쪽)
22. 서울 한강 이남의 부동산 수익률은 주식,저축 투자이익의 3~5배(200)
23. 세계 비싼 아파트값 올림픽 대회서 삼성동 아이파크 당당히 1위(평당 5,000만원)(204쪽)
24. 판자집, 움막, 동굴에 11만명이나 산다(218~221쪽)
25. 전,월세 말고 '일세'도 있어요(229)
26. 집 50채 가지고서는 부동산 부자 100등 안에 못 들어(241쪽)
27. 역대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 조장 아니면 일시적인 투기 자제의 반복(294쪽)
28. 임대사업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특혜 문제다 (310~312쪽)
29.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해야 한다(313쪽)
30. 자기 동네에서 쫓겨나는 사람들(329쪽)


편의상 30개를 추렸지만 이 외에도 뉴스거리는 무한하다. 기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주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겠지만, 향후 100년은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에 관한 건강한 담론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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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8-08-2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_+

승주나무 2008-08-30 21:37   좋아요 0 | URL
그럼요.. 부동산문제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자유가 뭐예요? - 초등 4학년 국어활동 3 교과서 수록 도서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3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양진희 옮김, 프레데리크 레베나 그림 / 상수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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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추천한 책도 바로 ‘시크릿’이다. 당시 이 당선인은 “겹겹이 둘러싸인 역경과 어려움에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할 수 있었던 힘은 ‘할 수 있다, 해 보자’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믿고, 이미 받았다고 믿고 감사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것이 바로 꿈을 현실로 바꾸는 위대한 비밀이라고 알려주는 책”이라고 ‘시크릿’을 소개했다." - 2008 01/15, 뉴스메이커758호


이명박 아저씨, 새로운 자유주의(신자유주의)는 자유로운 건가요?

이명박 아저씨(사실은 할아버지)가 추천한 책은 놀랍게도 2008년 상반기 베스트셀러를 휩쓸었다고 해요. (출판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100만부를 팔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기세로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 ‘크리스찬을 위한 시크릿’, ‘3분 시크릿: 생각편’, ‘3분 시크릿: 실천편’등 다양한 아류작들이 나와서 꾸준히 팔려나갔다고 해요. 요즘 서점에 가면 어린이책 베스트셀러라며 '마법천자문'이나 '어린이 시크릿'을 소개해 주더군요. 특히 대통령에게 당선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신화는 없다> 같은 책도 내셨으니 어린이를 위한 책을 한 권 소개해주실 만 한데 그런 뉴스가 들리지 않아 아쉬워요. 이명박 아저씨는 주로 도전이나 모험 같은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어린이도 도전정신과 경쟁심을 고취하면서 유년시절을 살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신(新)자유주의라는 말이 요즘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고, 이명박 아저씨 자신이 신자유주의의 사도라고 많이 그러는데,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자유주의'니까 '어린이'에게 어울리는 자유주의 아닌가요? 새로운 자유주의가 어떤 건지 직접 물어보고 싶은데, 아마도 이명박 아저씨는 "어린이가 알 것 없다"고 으름장을 놓지 않을까 무서워요. 혹시 몇 년 전에 공부에 시달리다 자살한 어린이의 유서를 읽어보셨나요?

"아빠는 이틀 동안 20시간 일하고 28시간 쉬는데 나는 27시간30분 공부하고 20시간30분을 쉰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시간이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
  (2002년 11월 자살한 어느 초등학생의 유서)


이번에 교육감이 되신 어떤 아저씨는 교육감에 뽑히자마자 공개석상에서 “초등학교부터 경쟁을 해야한다”라고 하셔서 사람들을 질겁하게 했다죠. 그 아저씨는 이명박 아저씨가 '소신대로 밀고가라'고 했다며 자랑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일제고사라는 것을 치르고 그 성적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었는데, 앞으로 놀랄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네요. 


저도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이명박 아저씨가 새로운 자유주의라는 것을 주창하시니 '자유'에 대해서만큼은 우리가 서로 통하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자유'에 대해서 이명박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책값은 1만원도 안 하니 인터넷을 통해 구입해주시길 바라고, 혹시 구입이 어렵다면 제가 청와대로 보내 드릴게요.





우리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심지어 하늘을 날 수도 있죠. 돈만 있으면 사람들이 비행기를 만들어줄 테고, 땅을 파서 기름을 제공해 줄 거에요. 집이 하늘에 닿고 싶다면 옆 동네 있는 사람들이 햇볕을 보지 않으면 되고, 집을 1,000개씩이나 가지는 것도 주위에 있는 사람 1,000명만 집이 없이 살면 되죠. 이명박 아저씨에게 자유는 무척 쉬운 것 같아요. 옆에 있는 사람들의 자유를 많이 빼앗아서 내 자유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거니까요.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런 모양이 아닐까요?




▲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게 담벽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공간도 좁게 만드는 자유 아닌가요. 담벽 안에 산해진미를 갖춰놓고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을 두고 혼자만 누리는 자유라는 게 과연 누릴 만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새로운 자유주의라는 것도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데, 이익 무한경쟁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들을 무시해도 좋다고 하는 게 '자유'라면 얼마나 무시무시할까요? 열쇠구멍을 점점 더 크게 하는 사람을 보니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린이들도 자유를 얻고 싶다.

1959년 11월 유엔총회에서 어린이 인권 선언을 제정한 50돌 되는 해가 바로 내년입니다. 어린이 인권 선언의 내용을 보면

제2조 어린이는 신체적으로,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정상적인 방식과 자유와 존엄 가운데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나 다른 방법으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자유가 보장된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요? 


 







▲ 어린이에게 자유라는 것은 부모(어른)의 기준에 끼워맞춘 자유 아닌가요. 어른들은 "다 널 위해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사실은 날 위해 그러는 거란다'라고 말하지는 않나요? 다음 세상은 분명 어린이들이 주인이 되는데, 지금 어른들은 갑자기 세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른 마음대로 해치워버리는 것 아닐까요? 자연이 파괴되고 사회가 험악해질 대로 험악해졌다면 어린이들도 그런 사회에 복종하고 살아야 하는 건가요. 이것이 어른들이 바라는 미래인가요?


어른들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이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고민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참된 자유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알고 선택하는 것"(<자유가 뭐예요?> 56쪽)이니까요.
어린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세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뚝 떨어진 세상을 가꾸기 위해서는 자유라는 걸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뚝 떨어진 세상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줄 어른들은 그때쯤이면 편안히 저세상에 떠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조금씩 '자유연습'을 시켜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싸우지 않고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하다 못해 저녁메뉴를 선택할 때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위해서 주장을 하고 논쟁을 해야 하는데, 각자 입장이 다른 세상 사람들이 서로 토론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온전한 자유가 생길 수 있을까요? 자유를 얻기 위해서 싸우는 게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어린이에게 자유의 권리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법치와 권한을 강조하고 이에 도전하거나 저항하는 사람들을 적대시한다면 '자유'란 그저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것 아닐까요? 이명박 아저씨, 그리고 어른들. 제발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자유를 가르쳐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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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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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목동점>


대형서점의 미운오리새끼

"부동산 책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다.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어 '부동산'을 치면 단행본만 5,000권이 넘게 뜬다. 대형 서점에는 대부분 부동산 관련 책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도서 시장에도 부동산 열풍은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의 저자 손낙구 씨가 자신의 책 머리말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4대 인터넷 서점에서 '부동산'을 쳐봤습니다.

1위 : 교보문고(3,006건)
2위 : 알라딘(2,348건)
3위 : 예스24(1,685건)
4위 : 인터파크(1,435건)

과연 교보문고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또 얼마나 많은지 교보문고 목동점에 가봤습니다.












부동산에 관한 코너만 족히 10개는 돼 보였습니다.






이게 다 부동산 책들입니다.
하지만 돈이 되는 곳에 역시 책이 모여든다고 이렇게 쌓여 있어도 순식간에 팔려나가는 책이 부동산 책입니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내용을 보면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1963년 땅값을 100으로 놓고 계산해 보니 196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땅값은 1,176배, 대도시 땅값은 923배가 올랐다. 같은 도시 땅값은 22배가 더 오른 것이다. 소득에 비해서는 어떨까? 1965년부터 통계를 낼 수 있는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실질소득은 1965년 24만809원에서 2007년 350만,7091원으로 15배 증가했다. 따라서 대도시 땅값은 실질소득의 60배 이상, 서울 땅값은 70배 이상이 더 오른 셈이다. (책 25쪽)

성실히 일하고서는 절대로 부동산을 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질소득 말고 GDP와 비교해 보아도 세계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이 2001년 땅값이 GDP의 2.6배 규모였는데, 2007년 말 GDP(901조원)과 비교해 2008년 1월 1일 공시지가(3,227조)는 GDP의 3.6배에 달합니다. 국내 경제가 담당하기 힘들 만큼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거죠.

부동산이 이렇게 많은 수입을 거둬들이면서 세금을 잘 환수되고 있을까요?

21년 동안 땅값 상승으로 발생한 불로소득 1,284조 원에 비해서 환수 총액(이전과세+취득과세+토지부담금)은 총 113조에 지나지 않아 불로소득 대비 8.8%에 불과하다. (책 62쪽)

하지만 환수율 8.8%는 좋을 때 얘기입니다. 2003년은 공시지가 증가액 191조 원에 대한 환수율은 2.0%에 지나지 않으며, 2004년에는 1.4%로 또 떨어집니다. 결국 불로소득 중 극히 일부분만 환수되고 90% 이상이 사유화되는 현실 속에서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결국 엄청난 부를 보장해준다는 말이니 책이 잘 팔리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제 제가 찾으려는 책 <부동산 계급사회>를 찾을 차례입니다. <경제경영> 코너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부동산> 코너는 아닙니다. 부동산 책이긴 하지만, 부동산 재테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낄 수가 없는거죠. 결국 찾다 찾다 못 찾아 점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분명히 재고는 있는데, 찾을 수가 없으니 찾아달라며.
점원도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제게 책 위치를 안내해 줬습니다.





책은 경제경영 신간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오른쪽 맨 구석에 전혀 상관 없는 책들과 함께 꽂혀 있었습니다.
점원에게 다른 책은 없느냐 물었더니 그게 마지막 재고라고 합니다.
마지막 재고라는 말이 다 팔려서 재고가 되었는지, 처음부터 '마지막 재고'로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잘 팔렸다면 아래 있지 않고 빛이 잘 들어오는 코너에 있어야겠죠.

인터넷 서점들은 이 책을 어느 위치에 배치했을까요?

1위 : 알라딘(부동산 2번째)
1위 : 교보문고(부동산 2번째)
3위 : 예스24(부동산 29번째)
4위 : 인터파크(부동산 38번째)

교보와 알라딘은 부동산 키워드 수에서도 1~2위를 다투더니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인문사회서를 두 번째로 올려놓는 과감한 조치를 내렸군요. 다음은 분류체계입니다.

1위 : 알라딘 분류 : 홈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노동문제 > 빈곤/불평등문제
2위 : 교보문고 : 홈 > 국내도서 . 사회/정치/법 > 사회학 > 사회일반 > 사회/문화에세이
3위 : 인터파크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비평/비판
3위 : 예스24 분류 : welcome > 국내도서 > 사회 > 사회비평/비판
 
 알라딘이 비교적 구체적인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사회과학에서 노동문제나 빈곤/불평등문제를 카테고리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은데, 인문사회 전문서점답네요. 예스24는 좀 실망이네요. 사회비평이나 사회비판 등 추상적인 분류체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을까요? 인문사회 분야에서 알라딘을 제쳐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은데, 기본기에서 실력차가 드러나는 듯합니다.


향후 5년 내에 이런 책 나올 수 없다.


정말 사실입니다. 이 책의 저자 손낙구 씨는 심상정 의원이 현역이었던 당시 보좌관이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신분이 이 책을 쓰는 데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지난 4년간 일했던 국회의원실은 두 가지 점에서 부동산 문제를 분석하고 '자료와 통계로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나는 장서 규모를 자랑하는 국회도서관을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정부 각 부처에 자료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책 11쪽)

갑자기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이 책도 임종인 의원(현역일 당시)과 공동저자로 쓰면서 정치적인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에는 심상정 의원도 없고, 국회의원을 동네 꼬마아이로 생각하는 총리가 버티고 있으니 자료제출을 요구해도 제대로 협조해줄 리 만무합니다.

이제까지 투자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던 부동산에 대해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예컨대 부동산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정해지며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평균 수명, 심지어 스트레스 정도까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명쾌히 입증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기막힌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 '세금폭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빤한 속셈이 다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위험한 뇌관이기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그때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약간 메모를 해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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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8-2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동산 책 중에 유일하게 관심가는 책이군요. ^^

승주나무 2008-08-25 12: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정말 피로 쓴 책이라는 생각이 팍팍 드네요. 통계가 적절하게 녹아들고 있어서 보기가 좋네요^^
 
한국현대사 60년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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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가 사라진 하루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은 현대사가 사라진 하루였다. 아니, '인간'이 사라지고 '국가'만 남았거나, '생명'(국민)이 사라지고 시체(이승만, 박정희)만 남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디디에 앙지외(1999년 76세로 사망)는 ‘피부 자아(moi-peau)’라는 정신분석학 개념을 고안했다. 곧 “자아는 피부다”는 것이다. 우석훈은 이를 독특하게 풀이하는데, 나 자신을 나의 피부로 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회사나 집단을 피부로 대신 빌려오기도 하지만, 가장 불행한 경우가 '국가'라는 피부를 빌리는 것이다. '국가는 곧 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름아닌 자기정체성이라는 피부를 못만든다는 고백인 것이다. 이 증거는 헌법 제1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의 헌법 1조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인데, 헌법 첫머리에는 '민주'라는 정치체제와 '공화국'이라는 국가체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독일의 헌법 1조1항은 "인간의 존엄성은 신성불가침이다"이며 네델란드는 "네델란드의 모든 국민은 평등한 환경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종교, 신념, 정치적 의견, 인종 또는 성별 등의 어떠한 배경에 바탕을 둔 차별도 금지되어야 한다"라고 한다. 모든 제도와 법률을 뛰어넘는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대한민국 헌법정신에서는 국가 다음 순서다. 그러나 이것이 주된 비판점이 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체(國體)와 정체(政體)를 헌법1조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그리스는 의회권한 강조, 일본, 태국은 왕의 존재가치 부여(일본은 상징적 가치, 태국은 실질적 가치), 쿠바는 인권, 국체, 정체 가치부여)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의 주인공은 이승만과 박정희다. 국민행동본부·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청계광장에서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감사 한마당’ 행사를 벌였고, 거리는 온통 태극기와 함께 박정희의 상징 새마을기가 나부꼈다. 이승만이 누구인가? 끝없는 불법과 농단으로 국민적 분노를 자초한 끝에 1960년 4월 19일에 역사에서 퇴출당한 인물이다. 이승만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친일파뿐 없다. 반민특위에서 처단될 위기에 처한 자신들을 '테러'로 구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가 지켜주었듯이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광복절을 '친일절'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데 있다. 자신의 정파적 위치가 어떻게 됐든 간에 광복절은 전국민이 축하할 자리인 만큼 '국민통합'을 위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주었어야 할 자리에 편파적인 의견에만 귀를 기울인 것은 두고두고 악수가 될 수 있다. '건국절'과 '새출발'이라는 미명에 '현대사'가 정면으로 부정된 몹시도 슬픈 하루였다.

 

 

대한민국 60년을 세계사적 관점으로 보여주는 책

 

한국 현대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는 작년에 87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아 광복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60년에 걸친 현대사의 큰 흐름을 <한국현대사 60년>(역사비평사)에 담았다. 민주화운동 특집 저작물인 만큼 학생운동, 노동자운동, 사회운동 등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열망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세계 정세와 현대사를 교접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예컨대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좌절시키고 친일파를 중용한 것은 미군정의 대한민국 점령정책과 궤를 같이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미소공동위원회는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끝내 좌절돼 10세기 고려왕조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분단돼 전쟁상황으로 치달은 상황은 당시의 한반도가 냉전의 최정점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규식과 여운형 등 중도세력은 미소공위보다 내부결속에 의한 좌우합작을 역설했기 때문에 친미정부가 들어서기를 원했던 미국에 배제됐고 이승만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 또한 한국현대사가 세계현대사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4월 혁명 이후 통일이나 자주국가의 문제가 활발히 논의된 것도 195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나 인도, 이집트, 유고슬라비아 지도자의 움직임, 쿠바 카스트로 집권, 알제리와 콩고 등의 반제국주의투쟁으로부터 영향받은 바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실이다.

1961년 박정희의 쿠데타가 있기 직전까지도 주한미군사령관과 주한미대리대사는 장면 정부를 지지했으나, 쿠바 침공 실패 등으로 쿠데타 지지로 돌변했다.

전두환의 신군부 정권에서도 일본과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는 걷히지 않는다. 특히 5.17쿠데타는 일본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게 확실한데, 국군의 작전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군지휘관들의 공공연한 쿠데타 결의나 20사단 이동 등은 미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본은 대놓고 신군부를 돕는데, 5.17 쿠데타 이전까지 최소 6차례에 걸쳐 출처가 의심스러운 북의 남침설 정보를 주기도 했고 광주학살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타국의 민주주의보다 자국의 이익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다.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과 거대자본이 제3세계의 독재정권을 지원하는 경우는 대개 이런 사정이 함의돼 있다.

 

 

한국의 현대사 덮어놓고 '새출발' 불가능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광복 63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새로운' 등과 같은 단어를 12번이나 사용하며 새출발을 강조했지만, 덮어놓고 새출발을 강조한다고 제대로 된 출발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사의 상처를 위로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용서를 구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을 해야 통합도 되고, 새출발도 된다.

극심한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던 6.25 당시 1,800명에 달하는 대전형무소 재소자 학살(미 대사관 문서, 책 40쪽)이나 최소 5만 혹은 10만에 달한다는 보도연맹 학살, 노근리, 거창 양민학살이나 좌익과 우익 간의 보복학살 문제 등을 밝히고 그 역사적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는 국민들을 달래는 순간 새출발은 시작된다.

우익이 정권을 잡았으니 우파(사실은 극우파)적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그러면 '건국 60주년' 행사와 사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 한국사연구회나 한국역사연구회 등 14개 역사학회가 모두 좌파에 함몰돼 있는 단체란 말인가? 역사에 관한 정파적 논쟁은 학계에서 이루어지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한쪽 입장을 들어주고 이를 국민 앞에 버젓이 내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정파를 초월하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아닌가. 현대사의 새출발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새출발이 점점 요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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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8-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혈청년 승주나무님....
부산에 잘내려왔습니다. 안그래도 오늘 TV 책을 말하다에 우석훈과 진중권이 나오데요. 승주나무님이 생각이 납디아.

사진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ㅋㅋ
다음번에 또 뵐 수 있길....

승주나무 2008-08-18 17:33   좋아요 0 | URL
드팀전 님의 소중한 휴가가 다 끝났나 보네요.
저도 드팀전 님을 봐서 해원했습니다^^

오늘 티비 봐야겠습니다. 다들 올림픽 본다 압박을 하겠지만...
즐거웠어요~~
 
역사 속으로 숑숑 2 : 광개토대왕을 구하라 - 고구려 편 역사 속으로 숑숑 시리즈 2
이문영 지음, 아메바피쉬 그림 / 토토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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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드러나는 <숑숑> 시리즈의 스케일

10부작 장편 역사판타지답게 <역사소으로 숑숑>의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애초에 리아를 위협하던 '항아'는 지령을 전달하는 전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더 세고 무시무시한 녀석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 

 


▲ 독수리로 변한 항아에 매달려 위기를 탈출하는 리아가 위태로워 보인다


1권에서는 다소 주변인에 머물렀던 리아와 지대로는 역사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연나라에 해우네 마을사람들이 쫓겨나고,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한나라에게 지배를 당하는 고조선의 역사에서 리아 일행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권은 고구려의 이야기다. 고구려는 광개토대왕이라는 영웅이 등장하고, 국가의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1권이 고조선 북쪽 마을의 해우와 역계경의 아들 열이라는 가상인물을 등장시킨 데 비해 2권에서는 고구려 제15대 대왕이 되는 을불과 제17대 대왕이 광개토대왕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리아 일행은 그들의 목숨을 지키는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된다. 물론 역사적 상황과 똑같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판타지의 요소를 가미해 임무를 주고 이를 해결하는 식이다. 터미네이터에서는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를 죽이려는 터미네이터와 이를 막으려는 터미네이터가 과거로 와서 결전을 벌이는 이야기인데, 리아 일행도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터미네이터, 아이템, 그리고 아이들

"그럼 고구려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전국의 육십만 수험생이 지금껏 외운 건 또 어떡하냐고! 아 큰일이네, 큰일."(고구려편, 59쪽)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은 누군가에 의해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걸 막는 거였어."(고구려편, 153쪽)

하지만 터미네이터의 역할이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 좀 아쉽다. 우리의 역사 중에서 현재에 위협이 되고 있는 점이 많은데, 온전한 역사적 사실에 위협을 가해 이를 돌려놓는 설정이 다소 무리하다는 느낌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위협이라든지, 점점 사라져가는 역사의 의미와 당시 국가를 경영했던 인물들의 뜻이 희석되는 현상을 모티브로 설정해 이를 구출하는 구조를 썼다면 훨씬 개연성이 있지 않았나 싶다.

터미네이터와 함께 흥미를 끌던 것은 아이템이다. 1권에는 도깨비 두건이 나왔는데, 2권에도 놀라운 아이템이 나온다. 

 

▲ 도깨비 두건을 쓰고 투명인간이 돼 못된 중국의 사신을 혼내주는 리아

 

▲ 신으면 하루에 3번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요술신발. 하지만 성질이 까칠해서 정확한 장소를 대야지만 데려다 주고 3번이 넘으면 들은 체도 안 한다.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아이템이 아니어서(지금까지는 1권에 한 개만 나온다) 더 흥미롭다. 전자오락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이템이 늘어날수록 '쎈 놈'들이 나온다. 이 책에서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점점 쎈놈들이 기다리고 있다. 작가를 졸라서 미공개 아이템 하나만 말해달라고 했는데 '깃털'이 나온다고 한다. 요술신발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아이템인데 원하는 시간대로 데려다주는 신비한 보물이다. 이걸 언제 써먹을지 기대가 된다.

이야기의 기본 틀은 판타지 스토리라는 기본적인 형식에 역사라는 소재를 빌려서 담았다고 보는 게 옳겠다. 일단 두 마리 토끼 중 '재미'를 먼저 잡아가겠다는 발상이다. 이제까지는 역사나 교훈, 의미 같은 토끼들을 잡으려고 하다가 실패한 전력이 많은 만큼 신선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역사적 인물들과 주인공들의 모험담과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항아와 '쎈 놈'의 훼방, 주인공들의 일상 이야기라는 세 가지 틀이 비빔밥처럼 섞어 들어갔는데, 주인공들의 일상 이야기가 사실감이 있다. 처음에는 지아와 리아의 싸움 때문에 항아가 벌을 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했기 때문에 권말에 가서도 리아 자매는 화해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2권에서는 친구들과 싸우고, 까칠한 리아의 진면모가 드러나는데, 그림자처럼 무시당하는 명호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감을 찾아가는지 저자는 세심하게 살펴주고 있다.

리아, 지아 자매와 거의 동갑내기인 두 딸의 아버지로서 역사학을 전공한 데다가 파워블로거이며, 게임기획사에 근무하며 삽화비를 아낀다고 손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역사소설과 그림책을 많이 만들어본 저자의 내공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궁금증은 더해간다. 이러다가 숑숑폐인이 되는 거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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