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생선이다! 작은 곰자리 6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아무래도 결혼을 해서 그런지, 어린이책이 많이 땡긴다. 책읽는곰은 어린이책 출판사 중에서도 나랑 감수성이 잘 맞는 것 같다. 마음속의 어린애가 아직 떠나지 않아서 책곰이 오는 날이면 마음속의 어린애를 불러서 재밌게 놀곤 한다.



어릴적 바닷가 소년이었던 까닭에
아빠는 집에 올 때마다 목욕탕으로 들어가셔서 생선을 손봤고,

엄마는 해산물을 손봤다.

작은누나와 나는 생선에 소금을 치는 일을 도왔고,

아빠는 완숙한 솜씨로 내장을 골라내고 삽시간에 깨끗하게 헹궜다.

 

나도 생선을 만져봤지만,

우럭 같은 생선은 가시가 많은 데다 성질도 고약해서 파다닥거리는 통에

가시에 찔린 적도 많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한손으로 꾹 누르니 땅꾼 만난 뱀처럼 꽁지를 빼는 거다.






 

책읽는곰의 <야, 생선이다>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시장에서 사온 큼지막한 생선을 보고 재밌어 하는 모습을 그렸다.

어린이마다 말풍선에 생선을 본 느낌들이 담겨 있는데 천차만별이다.

무서워서 뒷걸음질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용감하게 생선대가리에 올라타는 아이도 있고,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의 여러 가지 반응들이 마치 활어처럼 파닥거리는 느낌을 준다.

 



 

생선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버릴 데가 없는데,

아이들에게도 생선은 버릴 구석이 하나도 없다.

큼지막한 생선이 파닥거리면 파닥거리는 대로 무한한 상상이 펼쳐지고,

다 먹고 뼈만 남은 생선을 가지고 또 한참을 놀 수 있다.

무서워서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생선뼈를 흔들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활기차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보면

생선은 아이들과 잘 맞는 것 같다.

바닷가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고,

파닥거리는 역동성이 무섭기도 하면서 또 재밌다.

한 접시 생선요리는 맛이 끝내주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해먹을 수 있으니까 맛난 반찬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1-03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그림도 재밌고 아이들이 좋아하겠는데요.
물론 애어른이 저같은 사람도요.^^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13일 홍대 근처 <상상마당>에서 김연수의 신작 소설 출간기념 낭독회(북살롱)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사운드트랙>이 있는 소설을 만났다. 북살롱에서는 자연스럽게 음악이 흘러나왔고 김연수는 여섯 쪽이나 되는 단원을 뭉텅이로 낭송하는 기술을 뽐냈다. (김연수 낭독회에서 들었던 음악이 듣고 싶은 독자들은 김연수 블로그에서 <아키라디오>를 클릭하면 된다) 독자들과 함께 한 낭독회는 시트콤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웃음'을 선사했다. 김연수는 남은 장작을 땔감으로 쓰듯 연변에서 품고 살았던 사진집과 자료집을 행운의 독자에게 선사했다. "소설이 다 끝났으니 제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져서요"라는 말과 함께. 선물을 받지 못해 아쉬운 독자들은 김연수의 목소리를 군불 삼아 '밤의 노래'를 되살리려 애썼고, 나는 지금 김윤아의 '야상곡'(夜想曲, 사운드트랙 두 번째 수록곡)을 들으며 다리 잘린 여옥이(김해연의 애인)를 회상한다. 
 


▲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예스24 북살롱에서 김연수는 신작 <밤은 노래한다>의 구절을 사운드트랙과 함께 낭독했다. 김연수는 독자와 함께 하는 낭독을 몹시 좋아한다. 낭독을 하면 시간이 잘 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1930년대가 아니었다면 등장할 수 없었던 인물


김연수의 신작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를 들고 나는 '1930년대'라는 질문에 맞닥뜨렸다. 1930년대는 현대사에서도 잘 소개되지 않는 대목이다. 1930년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은 대륙에 대한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다. 이들은 그 구실을 만들기 위해 봉천(奉天; 현 瀋陽) 외각의 류타오거우에서 스스로 만철(滿鐵) 선로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측 소행이라고 트집잡아 32년초까지 거의 만주 전역을 점령하고, 같은 해 3월 1일에는 일본의 괴뢰국가(傀儡國家)인 만주국의 성립을 선포하여 만주를 일본 침략전쟁의 병참기지로 만들었다. 괴뢰국가 수립 이후 전방(동만, 즉 간도)과 후방(조선)의 항일연합투쟁을 두려워한 일제는 '간도(間島)에서의 조선인 자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민생단'을 창설해 중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민족배타주의에 빠져 조선인을 탄압할 빌미를 제공했다. 때문에 항일 유격근거지 내에서 조선인이면 일단 민생단의 스파이라고 한번쯤 혐의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간도 전역에서 민생단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반민생단투쟁이 대대적으로 전개돼 최소 500여 명의 한국인 항일운동가들이 체포·살해되거나 도망가야 했으며, 많은 하부조직들이 마비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일제와 중국 공산당, 심지어 같은 조선인에게 공격을 받게 된 조선인들의 기막힌 사연과 그 잔인한 시간을 수진무구하고 별볼일 없는 청년 김해연이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 소설의 이야기틀이다.

김해연이라는 이름은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과 본인의 이름 김'연'수에서 따온 거라고 작가는 말했지만, '김해연'이라는 관광가이드를 통하지 않고는 이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김해연이라는 인물이 별로 맘에 내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스펀지처럼 사랑에도 잘 젖고 혁명에도 잘 젖는 듯 보이지만, 반대로 두 가지 모두 제대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김연수는 "김해연이라는 인물은 바로 현대의 여러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되는 영화 <모던보이>의 이해명처럼 탄탄대로를 달리며 부르주아의 모퉁이에서 별 유감없이 살아가는 만철의 '드문' 조선인 기사로 일하며 '이정희'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정희가 사실은 중국공산당의 당원으로서 첩보활동을 하고 있는 요원이었던 것이다. '이해명'이 사랑한 '조난실'과 비슷하다. 조금 더 오래된 영화를 원한다면 <플래툰>의 크리스 신병처럼 젊은 시절의 번민을 이겨내기 위해 살점이 찢기고 나부끼는 전쟁터에서 적군보다 더 두려운 동료들의 전쟁을 견뎌야 하는 잔인한 운명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이 사람(김해연)은 '아이'고 '소년'이다. 사랑을 하면서 소박한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세상이란 원하는 대로 돌아가 주지 않는다. 그는 '아이'의 세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만나며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다." 김연수의 인물평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와 우리들'이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김연수는 1930년대의 다양한 인물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공산당, 중국공산당, 국제주의자, 민족주의자, 친일파, 난봉꾼, '이상' 같은 아웃사이더 등 시대가 만들어낸 온갖 사람들이 살아가는 1930년대를 끝으로 김연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결별하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분법적 사고로 설명되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1930년대를 살아가는 '김해연'의 상황이다.  


▲ 소설을 쓰는 내내 품에 안았을 것 같은 사진자료집에 손수 사인을 해서 독자에게 선물했다. 김연수의 선물을 받은 독자 3명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소설가가 애착하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애착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내가 애착하는 사람은 고생고생하면서도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지도 못하고 누군가 기억해주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소설가는 이들의 인생에 묘하게 끌린다."

힘없는 약자와 기억될('기억할'이 아니라) 가치조차 없는 군상들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가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소설가의 펜끝에서 되살아난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선망의 눈빛으로 본 사람들은 '우리'가 아니다. 역사책 속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에 역사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우리들은 정체성에서 멀어지고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 틈으로 소설이 들어온다. 소설은 역사가가 쓰기 싫어하는 것을 다룬다.

서금원의 바이올린은 실명하기 전 그가 만들었던 사제폭탄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사람들은 그 가락에 맞춰 혁명가요를 부르며 학교 마당을 빠져나갔다. 지난 몇 주 동안, 반민생단 투쟁을 거치면서 모든 일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들 날창 하나면 38식 보총을 가진 적군 10명쯤은 상대할 수 있다는 듯 기세가 동등했다. 박도만은 적이 찹잡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반면에 여옥이는 벌써 부녀대원 사이로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밤은 노래한다>, 256~257쪽

항일전설집에서 연길작탄(깡통에 탄약을 넣어 수류탄처럼 터지게 만든 폭탄)을 만들어 혁명에 큰 보탬이 되었다던 송원금의 화신인 서금원을 비롯해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행동들과 넘치는 자신감은 꽤나 역설적이다. 작가는 매우 공력을 많이 들인 대목이라는 것을 강조하기라도 한 듯 자세히 설명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이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도 믿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그런 것(혁명 따위)을 믿었더라면 아무도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무척이나 탐이 났다는 소설의 제목 <사랑하라, 희망없이>를 예로 들었다. 소설의 결말과는 별개로 이곳이 자신이 도달한 지점이라고 김연수는 고백했다. 이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에 했지만, 소설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쓰는 동안 도대체 자신이 이 소설을 왜 써야 하는지 몇 번이고 되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못 상투적인 고백 하나를 더 보탰다.

"제 인생의 긴 나날이 이 책에 묻어 있어서 특히나 정이 가는 책이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이라는 둔탁한 팻말을 만들어 그것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로소 작품에 헛된 의미를 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는 '현대사'나 '현실',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리는 소설가의 관점을 부여하려 하였지만,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어린애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김연수를 읽는다면 독자인 나도 어른이 될 방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 몹시 침울하고 멍한 듯하면서도 한 곳을 분명히 주시하는 듯한 어두운 표정의 남자는 어린애에서 어른으로 가는 잔인한 여행의 길잡이 김해연이다. 김연수에 의하면 소설가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과 작가 본인의 이름 '연'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김연수는 이 소설을 집필하며 두 가지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믿는다'와'혁명'이라는 것은 쓰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류학에 '빠진 고리'(missing link)라는 용어가 있다. 그것은 유인원과 인간의 중간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생물이 있다는 가정 하에 생겨난 상상의 응고물이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했던 '고리'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빠진 고리'라는 별칭을 쓴 것이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있는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빠진 고리'라는 주제로 <아버지들의 아버지>(열린책들)를 쓰기도 했다.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선물했다가 한참 뒤에 후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미 흘러간 옛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에 순수-참여문학 논쟁이 있었다. 말 그대로 문학이 현실에 개입해서 모순점들을 파헤치고 싸우는 전투병 역할을 하려는 게 참여문학의 목표였다. 물론 요즘은 '참여문학'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논쟁처럼 순수문학이 승리했다기보다는 참여문학의 수준이 봐줄 만한 정도가 아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산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수준이 과도하게 높고 금욕주의를 완벽하게 실천해야 하는데 인간으로서 이를 감당할 리 만무하다. 

가공의 작품이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고도의 완성도와 상업적 성공이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바에 한해서, 세계 문학사상 현실을 멋지게 변화시킨 사례가 두 번 있는 것으로 아는데, 미국의 <엉클 톰스 케빈>(엘리자베스 비처 스토우)과 프랑스의 <파리의 노트르담>(빅토르 위고)이었다.

1852년 3월 엘리자베스 비처 스토우라는 여류작가가 쓴 <엉클 톰스 케빈> 이라는 한권의 소설이 전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예들의 비참한 상황을 쓴 이 고발소설은 비인도적이고 반인간적인 노예제도의 폐지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파리의 노트르담>(1843년) 은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당시에는 중세의 예술에 대한 관념이 매우 불완전했는데,이 때문에 사람들은 고대의 건축물을 미화, 보존한다는 핑계로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다. 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서 중세 사회와 그것에 의해 창조된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관해서 구체적이고 생생한 관념을 독자들에게 심어줌과 동시에 이를 존중해줄 것을 간청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옛 건축물을 보존하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졌고 급기야 노트르담의 성당 역시 1850년 르 뒤크(Violet le Duc)에 의해서 복원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실미도>가 흥행에 성공하자 '71년 실미도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인권유린과 법률 위반 여부, 국가 책임 여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김연수의 신작 소설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를 이야기하면서 엉뚱한 작품들을 사례로 든 까닭은 이 소설 역시 현실에 한쪽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해제를 맡았으며 이 책의 배경이 된 1930년대 초반의 '민생단 사건'으로 박사논문을 쓴 한홍구는 사건에 감춰진 말 못할 사정과 상황논리, 공포와 욕망 등은 이미 역사서술의 경계를 벗어나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니까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현대사의 '빠진 고리'를 채워넣는 기능을 한다. 작가가 의도했든지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나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때부터 김연수를 읽기 시작했는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역시 1991년 여름 이른바 '5월투쟁'이 끝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대학생의 분열된 시선으로 역사적 기록의 틈새에 박힌 개인의 진실을 파고들었다. 김연수의 소설이 여타 다른 소설처럼 기발하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으면서 마니아의 층을 두껍게 하고 있는 이유다.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다'라는 상투적인 언어로 역사서술의 한계를 표현하듯이 역사 서술은 주관과 이해관계라는 웅숭깊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고 '기득권'이라는 소유자가 엄격하게 있기 마련이지만, 소설은 '형식'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이런 훼방꾼들이 차단된다는 점에서 현실을 노래하기에 적당한 언어다. 단, 노래를 하는 작가는 형식의 높은 장벽 위에 이미 올라설 만큼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김연수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몹시 민망하지만, 김연수의 신작은 최소한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혹은 착각)을 주기 충분한 몇몇 군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10-1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씨의 작품은 여행할권리와 함께 요 책 딱 두권 봤는데 앞으로 계속 주목해야 할 작가임에는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승주나무 2008-10-16 16:58   좋아요 0 | URL
저도 여행할권리와 네가 누구든..부터 봤는데~ 저랑 맞는 작가인 것 같아요..진지한게 ㅎㅎ

수양버들 2008-10-1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추천하고 갑니다. ^^
표지부터 심상치 않더니만 ....
 
맥베스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잉충성과 권력의 방정식

"유모차 부대까지 수사하다니, 경찰이 과잉충성이나 하라고 정권 교체한 거 아니다." -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

과잉충성과 '공'(功)은 권력을 향한 손짓이다. 권력을 가지기 위한 몸짓임과 동시에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권력이라는 것은 실체를 정의하기 무척 어려운데, 이를 알기 위해서는 권력 앞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를 보면 된다.
왕 밑에서 떡고물만 받아먹던 사람들은 권력이 항상 남으로부터만 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권력은 빌붙은 권력이며 스스로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권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권력에 참여하고 있으며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행위 하나 몸짓 하나, 이렇게 인터넷에 쓰는 글 하나가 권력의 참여임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권력에 대한 오해의 첫 번째 특징이다.
권력의 두 번째 오해는 권력을 도구화하려는 행위에 있다.  쉽게 말해 권력만 생기면 당장이라도 엿바꿔 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청와대 청소부까지 끗발을 세우며 뇌물을 받아챙기며, 대통령의 일가친척들이 '권력 비즈니스'를 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여기서부터 권력누수현상이 생기고 레임덕이 생긴다.
권력은 피와 같아서 흐르지 않으면 종국에는 생명 자체가 멈추게 된다.
이 시대에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권력이 머무를 한뼘 땅이 없다는 거다.

 

동양에는 '한신', 서양에는 '맥베스'

주말 동안 <맥베스>(아침이슬)를 찬찬히 읽어 봤다.
맥베스에게 가장 강력하게 보이는 키워드는 '욕망'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욕망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맥베스의 전모가 드러난다.

"두려운가요 당신, 자신의 행동과 용기가 욕망과 같아지는 일이." - 맥베스 부인


동양에서는 '공이 지나치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교훈이 있다.
한고조 유방이 항우와 결전을 벌일 때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한신이었다.
하지만 한신은 토사구팽을 면치 못했다. 그것은 공이 지나쳐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맥베스는 서양의 '한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토사구팽당하지 않은 것만 빼면 크게 다르지 않다.

맥베스는 반란군을 진압하고 노르웨이와의 전쟁에서 눈부신 공을 세워 왕으로부터 작위를 받기에 이른다.

그대가 너무 앞서 가니 가장 빠른 보상의 날개도 그대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느리구려. 그대 가치가 덜했다면 감사와 보상 양쪽의 균형을 내가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 덩컨 왕(맥베스에게 살해당하기 전)

동양은 노회해서 공(功)이 선을 넘어서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지만, 덩컨왕은 선이 넘는 것을 자신의 덕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버린 것이 화근이다. 덩컨 왕, 당신은 정녕 듣지 못했는가? 욕망이 권력을 깨우는 소리를...


욕망과 권력에 관한 셰익스피어의 질문

권력은 욕망을 조작하고, 욕망은 행동을 조작한다. 권력이 얼마나 인간을 가지고 노는지는 맥베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맥베스는 덩컨 왕을 죽이고 나서, 뱅쿼 장군을 죽였다. 뱅쿼는 신실한 사람으로 덩컨 왕이 왕위를 물려주려고 한 인물이다. 맥베스의 강력하고 두려운 적이다. 벌써 두 사람의 목숨을 끊었지만, 권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갑시다, 잠을 자야지. 이 이상한 자기기만은 초짜의 두려움이니 가혹한 훈련을 해야지. 우린 아직 범죄의 나이가 어린 상태요. - 맥베스

맥더프의 아내와 아들도 살해된다. 맥베스의 권력에 위해가 되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셰익스피어가 권력의 본질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햄릿에서는 동생이 형을 살해하고, 리어 왕에서는 리어왕의 딸들이 모든 권력을 리어왕으로부터 회수하고 천둥번개 치는 광야로 리어 왕을 내쫓아 버린다. 맥베스는 왕의 친애하는 장군의 몸으로 직접 손에 피를 묻혀 왕위를 찬탈했다. 왕위와 권력을 빼앗은 자들의 행위를 탓하기 전에 극소수에게 밀집된 권력의 웅덩이에 자꾸 돌을 던져 파장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권력과 욕망의 합성어를 '권력욕'이라고 하는데, 타인과의 필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권력욕은 어린아이의 자잘한 수준에서부터 왕위를 찬탈하는 장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권력에 참여하기보다 권력을 소유하려 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데 있다. 한번 일어난 권력은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자잘한 인간의 능력으로는 '욕망'을 상대하기도 버거울 뿐만 아니라, '권력'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는 인간이 오죽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권력을 개인에게 주어 완전한 모습이 되게 하지 마라. 최대한 잘게 잘라서 권력이 전횡을 부리지 못하고, 나약한 인간을 더 이상 흔들지 못하게 하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8-10-07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전집을 사려고 하고 있어요..ㅋㅋ 서점에서 보니 판형은 작더군요.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5
남경완 지음, 정성화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0월
장바구니담기


돌아오는 10월 9일은 한글 창제 562돌 되는 날입니다.
자존심이 있는 민족일수록 자신들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애써 가꾼 우리말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가 하면

영어몰입교육이나 조기유학이다 하며 마음 속에서 언어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어에는 식물, 동물, 사람, 자연의 삶 일체가 담겨 있어서
편의에 따라 바꾸기 어려운 삶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기존의 언어에 다른 언어를 얹어놓는 것은 좋지만,
한글이 없는 빈그릇 상태에서 다른 언어로 가득 채워버리면 한글은 당연히 없어질 수밖에 없지요.
영어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영어 역시 영어를 기본언어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세대에서 세대를 거듭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언어 자체만을 빌려다가 우리에게 수혈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한글을 만든 이유는 당시 대중적인 언어가 없어서 사기피해나 형벌을 억울하게 당하던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약자들을 배려한 언어가 한글이었죠.
경고문을 볼 수 없으니 까막눈 백성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백성이 글을 모르고 법을 모르는데, 법률을 엄하게 적용하는 것을 가리켜 '망민'(網民)이라고 하는데
이는 백성들을 그물질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말하는 영어몰입교육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그물로 가두는 망민이 되지 않을까 두렵네요.

한글이 유치해서 쓰기 어렵다구요?
그것은 한글의 제작원리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한글은 한국인의 발음기관에 맞게 만든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기호입니다.
혀가 입 안에서 구부러지는 모습을 본떠 ㄱ과 ㄴ을 만들었고, ㅁ은 입 모양, ㅅ은 이 모양, ㅇ은 목구멍 모양이죠.
모음도 역시 하늘을 뜻하는 'ㆍ'와 평평한 땅을 뜻하는 'ㅡ', 똑바로 선 사람을 뜻하는 'ㅣ' 세 글자로 이루어졌는데, 하늘, 땅, 사람이 우주의 근본 바탕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지요.

하지만 이것도 옛날 이야기일 뿐일까요.
사람들이 한글에 대해서 도무지 관심을 갖지 않으니,
한글도 다른 제3세계의 언어의 운명처럼 사라질 날이 얼마 안 남은 걸까요.
한글뿐만 아니라 최근 200년 동안 반 이상의 언어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한글날만 되면 미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드는 까닭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0-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것을 이렇게 괄시하다간 낭패나지요~
정신이 제대로 있는 사람아라도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제대로 하자고요.^^

승주나무 2008-10-06 16:1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야겠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제대로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특히 유명한 정치인 중에서는 ㅎㅎ

바람돌이 2008-10-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 영어 수학은 좀 되지만 정말 국어가 안돼요. 어휘력도 떨어지고, 내용파악능력도 얼마나 떨어지는지 몰라요. 그러니 사교육으로 해결이 안되는 다른 과목들은 다 힘들어지는거지요. 단지 학습능력뿐만이 아니라 국어능력이 사고력의 깊이를 키워주는 것인데 말입니다. ^^

승주나무 2008-10-06 16:10   좋아요 0 | URL
영어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면 국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참 답답하네요

몽당연필 2008-10-06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아이 학교가 영어몰입시범학교라 그런지...
선생님이나 엄마나 영어에 사활을 걸었더군요.
교육방송 듣고 기록장을 적어라...고 하는데,
텔레비젼 치우고 컴퓨터도 금지인 저희집인지라 큰아이는 숙제도 못해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승주나무 2008-10-06 16:11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성과를 내야 하니 더욱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네요.
답답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