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 꽁꽁 묶였다. 삼성역에서 신설동역까지 논스탑으로 오는 2호선은 없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끝까지 얻지 못한 채 갈 때는 성수역에서, 올 때는 신당역에서 환승하느라 진을 다 뺐다. 홀몸이라면 가뿐했겠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안아달라, 무언가를 흘렸는데 찾아봐 달라, 칸쵸가 먹고 싶다는 둥 온갖 요구의 향연인 그녀를 대동했으니 길에서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몸이 힘들었다. 신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정말 이쁜 여자 아이가(난 이제 이십 대 초반은 아이로 보인다) 샤방샤방한 원피스를 날개처럼 흩날리며 걸어온다. 이 아이의 뒤에는 역시나 훤칠한 퀸카 왕자님이 보위해 주고 계신다.  

갑자기 스크린도어에 비친 내 모습이 들어와 박혔다. 그 음울하고 지치고 소녀와는 애저녁에 바이바이 해버린. 나에게도 저런 연애가 있었는데, 나도 지하철을 타면 바깥에 둘만이 마주볼 수 있는 동심원을 그려주는 관계가 있었는데. 기억의 왜곡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나는 되고 싶지 않았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과 자꾸 스치게 되는 과정인 것도 같다.  

책상에는 세 권이 책이 있다. 

 

 

백인 앵글로 색슨 계열의 금발 미녀가(게다가 기자이자 작가이며) 이혼하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로 훌쩍 떠나 삶과 자아를 진진하게 느끼고 탐구하다 마침내 여생을 함께 누릴 소울 메이트까지 얻은 자랑질에 불과하다,고는 절대로 얘기할 수 없는 사랑스럽고 심오한 책이다. 물론 그녀가 욕심쟁이이긴 하다. 인간의 삶이 가지는 이중적 영광인 세속적 즐거움과 신성한 초월성 모두를 원한다고 당당히 고백하고 있으니까.(다들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하지만 그녀는 이 욕구를 응시하고 충족시키기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재기어린 글발로 칙릿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을 몰랑한 얘기를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시킨다. 내면에 대한 탐구의 여정에서 약간 신비주의적인 코드로 접근해 가는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삶과 존재를 받아들이는 섬세하고 애정어린 모습은 자꾸 멈추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먹보야, 넌 매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할까 고르는 법을 배워야 해.-p.270  

장미꽃잎으로 만든 하트로 신혼부부의 첫날밤을 맞아 주는 고급호텔과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발리가 가지는 역사적 배경과 토착민들의 정서를 관조하는 대목은 그 이미지를 뒤틀어 속살에 닿게 한다. 관습의 촘촘한 매트릭스 안에 갇힌 사람들, 항상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좌표를 확인하고 고정시키고 싶어하는 발리인들에 대한 관찰은 그녀가 단순히 팔자좋은 유랑을 다닌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을, 자신의 삶을, 타인을, 타인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마침내 다시 내면의 생채기들이 아물어 꾸덕꾸덕해진 부분을 매만지는 그녀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우하고 삶을 어떻게 받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를 잡아주는 멘토 같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친정 아버지가 그 큰 입에도 불과하고 정말 미인이라고 상찬하는 줄리아 로버츠가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된다.  

문학 계간지는 처음인데 하루키의 인터뷰가 150여 페이지(일본 계간지 게재분)나 실려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면의 압박이 있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하루키를 오픈했다고 볼 수 있다. 말도 아주 논리적이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절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아껴놓은 것들을 풀어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지니고 있는 면이 인상깊었다. 지극히 내성적이고 금욕주의적인 생활을 견지하고 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샐린저,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카버 등에 대한 작가론도 무척 재미있다. 영어 번역을 꾸준히 하며 소설의 구조에 대하여 습득하고 감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는 것도 더불어 그의 필력과 서사의 힘으로서 작용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 인간관에 동의하고 기초한 인간형들을 창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선과 악의 준거점이 개별적이며 유동적이라는 시각은 그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고독하고 나약한 인간이 결국 의탁할 곳으로 사랑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김연수와도 만난다. 경로우대를 받아 천엔을 주고 멀티플렉스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하루키를 상상할 수가 없다. 사실이란다. 

오늘 고전 서가를 서성거리다 하루키의 추천을 믿기로 했다. 어느 서점엘 가나 <1Q84>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따지기보다, 지금 우리에게 뭔가를 '강요하고 있는 것,' 그것이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를 각각의 인간이 각각의 경우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죠. 그것은 아주 고독하고 힘든 일입니다.
                                                                                                                                                           -p.470 

고독하고 힘든 우리에게 하루키는 위로가 되나 보다.

 


댓글(3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09-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딴지같은 소린데...토욜에 광화문엘 갔다가 전철타고 오는 중이었거든요.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블랑블랑?거리는 소리가 나지 뭐여요.
오른 쪽에 젊은 연인 둘...느무나 멋져버린 프랑스 사내와 쬠 이쁜 울나라 뇨자.
둘이 엄청 사랑하나 봐여~~
사랑하는 둘 사이가 부러운 게 아니라...갑자기 불어가 배우고 싶어졌어.
그 여자 전철 밖으로 밀어버리고...그 남자 한테서 말이죠.
주땜므, 주부잼므...정도는 나도 속삭일 수 있는데...ㅎ

푸히히~~상상은 내 자유죠, 그쵸?

blanca 2010-09-01 11:0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마기님, 안그래도 분위기가 국제 커플이 참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저도 외출할 때마다 꼬옥 마주치게 됩니다. 교보문고 광화점에서는 브래트피트를 봤는걸요 ㅋㅋㅋ 역시 이쁘고 동양적인 한국인 여자친구를 대동하고. 외국인 여자친구와 다니는 남자들도 뵈구요. 불어가 참 섹시한 단어인데..저는 고등학교 때 제2국어로 배웠는데 죽을 쒔던 기억이 나요. 넘 어려워요--;; 외국어를 가장 빨랑 배우는 방법은 그 나라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ㅋㅋㅋ

비로그인 2010-09-02 23:21   좋아요 0 | URL
브레드피트를 봤다는 그 얘기에 나 어제 꿈 꿨어요.
울 동네 백화점 한식당에서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브레드피트 꿈을요~~ㅍㅍ

blanca 2010-09-03 16: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래도 달콤하셨죠?

꿈꾸는섬 2010-09-0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 정말 힘들죠. 그래서 하나면 좀 수월하지 않나요? 전 현준이 데리고 다닐때 락앤락통에 과자, 사탕 같은 것들 갖고 다녀어요. 공공장소에서 떼쓰면 정말 난처하잖아요. 그럴때 하나씩 물려주면 조용하더라구요. 물론 물도 싸갖구요. 그리고 녀석이 좋아할만한 물건을 하나 몰래 갖고 다니기도 했어요.^^ 점점 나아질거에요.^^

blanca 2010-09-01 11:0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제가 아이 9개월때 업고 핸드폰 대리점 갔다 마주친 애 둘인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애 키우기 힘들죠, 하지만 둘 낳으면 하나는 껌입디다 ㅋㅋㅋ라고.

pjy 2010-09-02 09:56   좋아요 0 | URL
둘 낳으면 하나는 껌~~~
우리엄마가 하나! 그러니깐 저를 낳아 키울때요~
첫째인 저는 독같이 무거워서 업어주기도 힘들었고,
blanca님말대로 둘째 태어나니 껌되더랍니다~ 다행히 바쁜 엄마옆에서 제가 천하장사처럼 유모차도 밀어주고 나름 편리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다가 셋째 낳았더니 낯을 가리고 엄마등짝에서 안내려와서 허리가 망가졌다고 치를 떠시던데요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09-0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별로 위안 안 되염, 에세이라면 모를까,, 소설은 영.....
내 생각에는 끝까지 읽어도 소설이 해석이 안 되다보니, 어떻게든 끝이라도 보려고 읽는거 같아여. ㅋㅋ

이쁜 분홍공주가 그리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말이죠. 음... 이쁜 짓 한 것도 있을건데? 왜 맨날 미운털 공주님으로 등장할까? 좀..... 공주님 이쁜 짓 이야기도 올려봐여. ^^... 그게 싫으면 차버린 남자에 대한 연애담이라도. 아하하.

blanca 2010-09-01 11:0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제가 완전 저질 체력이라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는 것 같아요. 빨랑 키워버리거나 얼집에 보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네요. 내년만 오매불망 기다리구 있어요--;;

2010-09-0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9-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런두런 이런 페이퍼 너무 좋아요, 블랑카님.
우울이 주기적으로 오다가 이젠 아예 매일 수시로 대놓고 와서 사람을 묶어놓고 이성을 잃게 해요.
어쩌나 세상도 사람도 마음대로 안 되죠. 그래도 또 받아들여야지, 이만큼도 감사해야지, 이래요 제가요.
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는 꼭 찜해뒀어요. 결국 사랑이 문제고 열쇠에요.

비로그인 2010-09-01 09:02   좋아요 0 | URL
우울 성토대회라도 열어야겄어~
프레이야님~~그노무 사랑이 문제예요, 진짜.

blanca 2010-09-01 11:07   좋아요 0 | URL
이 책 기대이상이었어요...우선 참 재미있더라구요. 거기에 카르마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생에서도 우리는 매번 같은 좌절, 행동들을 되풀이하지 않냐고. 카르마의 의미가 거기에 있다고. 참 와닿더라구요. 저도 맴돌아요. 매번.

stella.K 2010-09-0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 잘 안 사보는데 이번에 나온 <문동>은 좀 사 봐야겠군요.

글게요, 저 책이 곧 영화로 개봉할 모양인데 책으로 빨리 읽고 영화를 봐야할 것 같아요.
영화 먼저 보고 책으로 보면 왠지 흥이 안 나더라구요.
우울해하지 말아요. 나까지 우울해질려고 그런당~ㅋ
블랑카님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아름다워요. 진짜루!^^

blanca 2010-09-01 21:19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꼬옥 읽어 보세요. 특히 하루키의 글은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큰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책과 영화가 함께 나오는 경우 선후가 어떤게 더 좋은건지 저도 좀 애매할 때가 있더라구요. 저도 영화 기다리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교보문고 매대에서 스텔라님 책 발견하고 혼자 막 반가워했어요.^^

stella.K 2010-09-02 12:58   좋아요 0 | URL
아, 아직도 거기 그렇게 건재해 있군요.
이번주 지나고나면 어찌될지 모르겠어요.ㅜ



비로그인 2010-09-0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blanca님.


전 이제 우울이 오면 저항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단 하나, 이젠 우울이 찾아와도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찾아 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시가 내 머릿속에 박혀 버렸거든요. 나에게는 실비아 플라스에 견줄 만한 막강한 문학적 재능도, 엄청나게 이름을 떨칠 남편도,(뭐 나중에야 이름을 떨칠지 모르겠습니다만 실비아 플라스의 그 남자 만하겠습니까.), 하다 못해 남몰래 두고 있는 정부도 없으니까요. 처음이 없으면 마지막도 없는 법. 난 실비아 플라스 처럼 마지막 섹스를 나눌 정부도 없으니, 처음 겪는 우울도 아닌 셈이에요.

뭔가를 찾아내고 싶다고 작정하고 있었어요. 이 와중에 그건 뭣에 쓰려는고? 하는 수상쩍고 괴이한 표정을 한 사람들에게 `놀러를 가고 싶어서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진짜 제가 갖고 싶은 건,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 하얀 스커트의 나풀 나풀 아가씨가 지닌 발걸음 같은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전으로 돌아갈 수도, 지금 있는 것을 놓아 버릴 생각도 없어요. 지금 있는 것을 다 놓아도 된다고 말하면 그건 순전한 거짓말이고, 그러나 나도 좀 때깔나게 꾸미고 다니고 싶다, 라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여자였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이해한 사람들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 뿐이었어요. 그 말이 그렇게도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말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둘 다 이름인 듯한 이름과 성을 지닌 저 여인의 에세이, 참 좋아요. 정확히 말하면 그녀를 `먹보'라고 부르는 그 남자와 주구장창 성모 마리아며 욕의 향연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축구팬들이 좋아서 전 저 책을 원서로까지 샀어요. 단지 그 두 남자만으로도, 웃을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아직 위로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굳이 추천한다면, `먼 북소리'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작명이 취미인 듯한 저 작가의 책 중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긴 글의 덧글:거미여인의 키스는 모두의 추천도서죠!

blanca 2010-09-01 21:24   좋아요 0 | URL
쥬드님!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읽으셨어요? 저는 그녀의 일기만 읽어서. 처음에는 제가 쥬드님 글을 잘못 읽은 줄 알았어요. 번역본이 있나요? 원서를 읽으셨군요. 시는 아무래도 원서로 읽어야 그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대단하셔요. 저도 기회가 되면 꼬옥 읽어 보고 싶어요.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실비아의 일기를 읽으며 아내가 남편의 성취를 질투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봤어요. 이사도라 던컨은 반대의 경우였는데 젊은 남편이 자살까지 하잖아요. 부부라는 것이 성취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약간의 착각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할머니가 되어도 성적 긴장감을 가지고 싶어요. 그냥 그건 자존감과도 닿아있는 부분인 것 같아서.

저도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넘 귀여운 책이더라구요. 이탈리아 스토리에서 계속 포복절도했잖아요. 축구 끝나고 빵집 가는 남자들 얘기 읽고는 ㅋㅋㅋ 거미여인의 키스가 저를 즐겁해 해 줍니다. 쥬드님의 긴 댓글 언제나 하나의 페이퍼를 선물받는 느낌 같아 참 좋아요!

기억의집 2010-09-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덕분에 저 문학동네를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사기로 결심했어요. 스컷님에 따르면 이번 신조사에서 하루키하고 3일간 인터뷰를 했고 그 인터뷰를 실은 책이 나왔다고 해요. 덤으로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404347 탄탄한 근육의 하루키도 볼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궁금했죠. 저 문동잡지의 하루키 인터뷰가 신조사 인터뷰일까하고. 블랑카님 글 읽어보면 그 인터뷰 같아요. 궁금해서 근질근질하네요. 어휴...근데 문동잡지값 왜 이리 비싼거에요? 한 만원으로 떡을 쳐도 되겠구만.

기억의집 2010-09-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문동에 하루키 사진 좀 도배했나요?

blanca 2010-09-02 14:42   좋아요 0 | URL
예, 그거 맞아요. 그런데 기억의집님 사진은--;; 아무래도 흑백 인쇄이다 보니 거의 큰 의미가 없어 보여요. 그래도 정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심지어 그의 에세이보다 더 그의 소설관, 세계관을 여실히 알 수가 있어 참 좋겠다 싶어요. 이것만 한 삼일 붙들고 참 맛나게 읽고 줄긋고 그랬답니다. 저는 하루키 팬이 아님에도요. 하물여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아, 책값.요새 왜이리 다들 만 오천원선을 넘어가려고 하는 건지....저는 게다가 오프에서 사서 다 주고 샀답니다. 흑흑....

2010-09-02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0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어제 하루키 이야기 하다가 말았네. 저도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진짜.. 몰골 휑하고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오천원짜리 티하나로 몇 년을 버티고 땟국물이 질질 흐르던 때라 외모도 볼품 없는데 애들 데리고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내 다시는 애들 데리고 안 나온다 속으로 다짐하던 때가 있었는데...지금은 그게 추억으로 남아요. 희안하죠. 애들이 크니깐... 애들 어릴 때 힘들었던 것들이, 고생스러웠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솓아올라오네요. 아마 나중에 블랑카님도 그 때 그랬지, 할거에요. 우울 털어버리세요^^ 문동 끝내 샀어요. 땡스투 갔을 거에요. 어제 중고샵갔더니 또 유혹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같이 질렀어요.

blanca 2010-09-03 16:49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지금이 젤 이쁜 시기라고 하고 저도 인정하는데^^;; 일단 종일토록 붙이고 다녀야 한다는 거 절제를 모른다는 거. 힘내고 또 열심히 사랑해 줄라구요^^ 그렇지만 때로는 하루키의 삶이 부럽기도 해요.

비로그인 2010-09-0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호선에서 보는 수많은 인파 가운데 한 분이 blanca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분홍공주님의 수많은 요구에 정신 없으신 장면이 떠올라서,, 비슷한 상황의 장면을 보게 되면 말은 걸지 못하더라도 그냥 아 님이시구나 하고 좀 웃으며 바라봐야겠습니다.

잘 버무려진 얘기들 좋고, 잘 듣고 갑니다 ^^




blanca 2010-09-05 11:0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아이 안고 타면 다들 좀 긴장하더라구요. 자리양보를 해야할 것 같은 번거로움때문인가봐요^^;; 정말 바람결님을 뵐 수도 있겠네요. 저는 잘하면 대문사진으로 바람결님을 알아 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고입 연합고사가 끝난 후의 시원하고 안온한 기분 속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밤 아홉 시경 이광수의 <단종애사>를 읽기 시작했다. 그 날 밤을 잊지 못한다. 생에 있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들이 있다. 바로 그런 날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장소이동을 했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거사를 꾸미고, 또 거기에 반해 정통왕권을 보위하겠다고 일을 도모했던 사육신과의 한판대결이 벌어지는 장면, 사육신이 그 끔찍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선왕에 대한 의리와 약속을 지키고 타협과 굴복 대신 장렬하게 죽어가는 장면들에서 나는 그 자리에 서성이고 있었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졌다. 그 피비린내 나는 고문의 현장에서 눈을 질끔 감아 버리고 서로 시조를 주고 받으며  형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수많은 구경꾼들 틈에 끼여 눈물을 훔쳤다. 새벽 네 시경 마침내 단종의 죽음이 임박하자 나는 광분한 독자가 되어 있었다. 책 속을 뚫고 들어가듯이 노려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던 그녀는 마침내 단종이 죽은 시체로 떠오르자 눈물범벅으로 그대로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나는 사춘기 후반 이후로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 터득한 것들은 여전히 유효한데, 나머지는 사소하거나, 없어도 그만이거나, 기껏해야 주석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p.74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삼십 대 중반으로 걸어들어 와 있었다. 이따금 나는 그 열여섯 살 겨울밤을 서성거린다. 돌아갈 때마다 그곳은 조금씩 퇴색되어 있다. 그 감동을, 그 순정한 몰입을 가두어 놓고 싶지만 그것은 세월의 무게에 자꾸만 가라앉는다. 젊음을, 미성숙을, 어린 시절을 만져보고자 하는 마음은 항상 그렇게 기약없는 배회 같이 되어 버린다. 지금 다시 친일 행적의 미묘한 지점에서 엇갈리는 평가의 가운데에 있는 그가 하필 유교적 이념과 명분에 목숨을 버린 이들을 추켜 세우는 그 역사 소설을 읽는다 해도 그때의 그 감동과 그 몰입은 요원할 것이다. 독서일기는 그래서 내 자서전이 될 수도 있다. 그때 읽은 책들을 지금 다시 읽고 느끼는 감상은 확연히 달라 있을 수밖에 없다. 활자들은 그대로인데 나의 복기는 시간의 더께에 눌린다. 고정불변의 사물에 시간과 더불어 변하는 인간의 감정의 덮개를 씌우는 행위는 독서가 유일할 것이다. 

눈이 멀어버린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 주었던 망구엘은 그저 책 읽어주는 남자가 아니었다. 저명한 작가이자 비평가였다는 작가 소개란은 차라리 사족 같다. 이 책을 집어들면 그가 쉰세 번째 생일을 맞아 좋아했던 책들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며 끼적인 글들은 한 편 한 편이 그의 소개 같다. 감탄 또 감탄이다. 소개된 책들 중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내가 감탄하고 눈을 반짝이며 그의 얘기를 따라갔으니 이 책들을 읽었다면 눈부신 조응의 순간을 경험할 것 같다. 사실 몰라도 괜찮다. 책을 소개하며 그는 자신의 삶의 얘기, 철학,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신랄한 비판 같은 시사적 이야기들로 스스로를 펼쳐 보여준다. 

그는 작가이지만 이 책에서 철저히 독자로서 자리한다. 또한 독자들의 권리와 권한에 대해 사려깊은 존중을 보여준다. 사실 작가가 서평을 쓴다는 것은 평범한 독자들과 더 멀어지기 위한 한 방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쪼개고 분석하고 덧붙인다. 우리는 모르는 수많은 관점과 인용이 난무한다. 그리고 우리는 결심하게 된다. 나는 안되겠다, 이 책은. 하지만 그가 소개하는 그 생소한 책들은 그 어떤 책일지라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비켜가지 못하게 된다. 더없이 고리타분할 것 같은 괴테에 대한 이런 상찬. 죽은 괴테가 활짝 미소지을 일이다. 

이 노인네에 대한 나의 애정은 힘과 섬세함의 이런 불안정한 결합에서 나오는 것 같다. 단정하고 적절한 조개껍질 같은 그의 문장이 그 속에 감추고 있는 어둠으로 나를 눈물짓게 할 때가 있다.
                                                                                                                                                    -p.145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한 생각이 방 안 가득한 양파 튀김 냄새처럼 스며들어 있다. 등장인물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동작도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는 이 작은 신의 눈에 포착되면 뭔가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
                                                                                                                                                    -p.148 

이 작은 신,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한 생각을 양파 튀김 냄새처럼 방 안 가득 흩뜨려 놓는 노인네! 괴테가 이런 식으로 소개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아마 괴테 책이 당시 광고를 탔다면 이 멘트가 화제가 되었을 듯싶다.  

이 책이 단순히 지리멸렬한 서평으로 전락하지 않은 데에는 작가 자신의 사회적 불의에 대한 예리한 감수성이 한 몫 한다. 이런 책에서 이런 구절들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다. 

오래된 이치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것, 모든 권력은 악용된다는 것. 광신은 어떤 것이든 이성의 적이라는 것. 선동은 불의에 맞서는 힘을 규합할 목적이라도 여전히 선동이라는 것. 전쟁은 신이 더 막강한 군대의 편이라고 믿는 승자의 눈에만 영광으로 비친다는 것.
                                                                                                                     -p.88 

찬물세수가 필요할 때가 있다. 병든 닭처럼 졸며 관성에 젖어 삶을 소진하고 있을 때 우리는 벌떡 일어나 찬물세수를 해야 한다. 그런 책이다.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얘기로 정신이 번쩍 뜨이기는 또 처음이다. 이 찰나에 깃든 생에 절절하게 매달려서 활자를 하나 하나 흔들어 깨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나는 늙어 있을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가 되어 또 지금 이 순간을 연상시키는 책의 한 구절에 호들갑을 떨게 될지 모른다. 그런 풍경을 그려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망구엘...고마워요. 


책들은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부분을 이루었던 것, 아무리 작고 하찮더라도 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별들 아래 제자리를 지키며 영원히 머물 것이다.  

그리고 돌을 쪼아내는 석공의 시각처럼,
우리의 부재로 전체는 한결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p.69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8-27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0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8-2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눈이 멀어버린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줬다는 부분에서는 보르헤스가 되고 싶었고,
쉰 셋부터는 책을 한달에 한권씩 읽었다는 부분에선,한달만 그의 책이 되고 싶어 했었죠.

이런 감각적인 리뷰라니,
저도 찬물세수가 필요하겠는걸여~^^

blanca 2010-08-27 13:48   좋아요 0 | URL
우아. 망구엘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보르헤스에게 발탁^^;;되었다고 해서 그냥 책이나 읽어 주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글 읽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글을 너무 잘 쓰더라구요. 지루할 줄 알았는데 책장도 넘 잘 넘어가고 제가 읽어봤던 책에 대한 얘기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대체 책 속의 C가 누군지 참 궁긍하더라구요. 아내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맨날 사소한 것들이 궁금해져서^^;; 큰일이에요.

마녀고양이 2010-08-2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봐도,, 블랑카 님은 단편 소설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요.
아마 짜릿할거야. 입에 착 달라붙고.
국내 여류 작가 소설을 잘 안 읽지만, 블랑카님이 쓰신다면 단번에,,, 서점으로 달려가겠습니다. ^^

blanca 2010-08-27 22:1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한테는 참 사람 참 기분 좋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어요^^ 제가 그런 영광을 가지게 된다면 마녀고양이님이 서점에 안가셔도 되도록 당연히 만들어 드려야 하지요^^;;

yamoo 2010-08-2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합고사 세대시군요^^

멋진 리뷰 잘 감상했습니다. 망구엘은 이름만 들어봤는데...이런 리뷰에 추천을 안하면 알라디너가 아니죠~^^

blanca 2010-08-28 21:15   좋아요 0 | URL
yamoo님 대문사진 보면 베니스에서 죽다,가 생각나요. 미소년 이미지. 연합고사 세대라고 하니깐 갑자기 되게 늙은 기분인 것 있죠--;; 수능 세대이기도 해요 ㅋㅋㅋ

비로그인 2010-08-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 님을 궁금하게 하려면 사소한 것을 잔뜩 늘어놓아야 하겠군요 ㅋㅋ
그 전에 유명인이 되어야 하는걸까요?.. (긁적) ㅋㅋ


blanca 2010-08-28 21:1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음 댓글이 약간 어려워요^^;; 제가 워낙 단순해서 무신 말씀이신지 긁적긁적--;;

비로그인 2010-08-28 22:48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약간 어떻게 보면 기분 상하실만한 그런..댓글을 달았네요.
혹 기분이 좀 좋지 않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올리신 글 가운데 비슷한 느낌의, blanca님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본문에서 말씀하신 내용의 뜻을 담은 "사소한 것")을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햇빛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보이고 사방으로 쏟아지지만, 쏟아져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쏟아짐은 일종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햇살은 '확장되다' 란 말에서 유래하여 '확장자들'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 숲, 천병희 역 p.145-146


예술이 고상한 정신을 앙양시키기 위해서나 자신감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예술은 브래지어가 아니다. 적어도 영어의 의미에서는 아니다. 그러나 브래지어가 프랑스어로 구명복임을 잊지 마라 - 줄리언 반즈 <플로베르의 앵무새> / 열린책들, 신재길 역 p.171


어떤 내용(사소한 것)을 어딘가에 끄적일때 이런 유명인의 구절을 인용하면 blanca 님을 더 궁금하고, 흥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미였습니다.

다음부턴 좀 더 오해를 하지 않으시도록 뭔가 흔적을 남기도록 할게요^^ :D

세실 2010-08-29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삼십 대 중반으로 걸어들어 와 있었다" 표현이 참 좋아요.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사십 대 초반으로 걸어들어 아 있었다" 이렇게 되네요. 하~~~

blanca 2010-08-30 14:45   좋아요 0 | URL
미모의 사서님이 오셨군요^^ 저는 사십 대 초반 여성이 은근 매력있더라구요.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고. 삼십 대 중반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세실 2010-08-30 23: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감사합니다. 음 제가 매력적이라 이거죠?

blanca 2010-09-01 00:08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

비로그인 2010-08-30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고향기가 나는 이름을 가진 남자...ㅋㅋ
예전에 읽다가 김현 님의 행복한 책읽기로 갈아탔었는데...

blanca 2010-08-30 14:44   좋아요 0 | URL
마기님!! 어어, 대문사진이. 가서 다시 확인해 볼게요. 망고향기가 나는 이름이라니! 넘 멋진 표현이에요. 첨에 무슨 말인가 했어요. 망구엘 아저씨가도 분명 좋아할 묘사일 것 같은데요. 그 유명한 김현의 책은 한 권도 못 읽어 봤어요..

기억의집 2010-08-3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 문단 너무 매력적이에요. 저는 첫 문단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중학교 2학교 시절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야기 했던 것이 기억나요. 스냅사진의 순간처럼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순간이요.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저는 첨엔 좋았는데 후반에 갈수록 졸렸어요.^^

blanca 2010-08-30 14:4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그럼 그때 카라마조프를 읽으셨에요?!! 오, 마이 갓. 기억의집님의 여중생 모습이 궁금해져요. 망구엘의 책의 문제는 제가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거예요 ㅋㅋㅋ
 

그러니까 아주 웃긴 일이었다. 김영하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 공지가 떴다. 다다다 달려갔다. 세상에, 일착이었다. 그 순간 예리한 예감이 왔다. 따논 당상이구나! 

여유를 가지고 댓글을 작성했다. 다른 님과 함께 응모했고 당연히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알라딘을 십 년간 이용하며 책도 많이 팔아 주었고^^;;(내 기준) 딴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작가 한번 보게 해달라는데 관대하게 초대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주중, 게다가 집 근처. 양가의 거리를 감안해 볼 때 남편을 구슬려야 했다. 퇴근좀 일찍하고 세 살 아이좀 봐달라. 단 두 시간. 일생의 소원이다. 안되면 찍고 바로 오겠다. 남편은 슬슬 부아가 난다. 장담할 수 없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 등등. 그닥 잘 알지도 호감도 별로 안 느껴지는 남자 작가 한번 보겠다고 저자세로 나가는 모습이 더욱 얄미웠나 보다. 솔직히 싸웠다.--;; 그러니까 김영하 때문에 싸운 것이다.  

자, 자. 나는 준비에 돌입한다. 갑자기 카메라가 바꾸고 싶다. 이 디카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DSLR로 작가를 멋지게 가두어 두고 싶다. 지르고 싶어진다. 

왠지 파마도 해야 할 것 같다. 점점 도가 지나쳐 간다.
이건 김영하랑 단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한 착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둥....보기좋게 미역국 먹었다는. 

무리 안해도 되겠어. 떨어졌거든.
얼마나 나쁜 에너지를 쏘아댔으면. 

남편 은근히 흐뭇해 한다. 

괜히 미안해지는걸, 허허. 

나는 다시 나의 운을 저주한다. 나는 당첨되지 않는다. 절대, 네버!
(줄그었어요, 정말 그럴까봐^^;; 하반기에는 무언가 큰게 터지기를 ㅋㅋㅋ)


댓글(4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8-24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8-2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언젠가 되지 않을까요? 절대란 말은 ...쫌..

blanca 2010-08-24 22:43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조언이 맞는 것 같아요. 괜히 그런식으로 단정짓다 더 운없어지면 안되니깐 수정했습니다.^^;;

순오기 2010-08-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미안해요. 블랑카님~ 보기좋게 미역국 먹었다에서 빵~~ㅋㅋㅋ
저자세로 나갈 거 없어요, 세살 딸내미 데리고 광주로 오세요~~~~~~
김영하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 만들어줄게요.^^

blanca 2010-08-24 22: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는 아직은 무리일 것 같아요. 넘 아쉽지만 순오기님 서울 오셔서 함께 창덕궁을 거니는 호사 정도는 꿈꿔 봅니다.^^ 가을 단풍 보면서요.

순오기 2010-08-25 01:09   좋아요 0 | URL
그러게 아직은 너무 어려서 떼어놓거나 장거리 여행은 무리죠.
가을단풍에 창덕궁을 거닐수 있을지 몰라고
원주 토지문학관에 가게 될 거에요. 소나무집님과 문학기행 하기로 했어요.
9월 11일 양재동 갔다가 시간되면 알라디너를 만날까 생각중...
13일 파주 출판단지에서 점심 약속이 있으니까 거기 갈거에요.

stella.K 2010-08-2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죠. 여기 문화초대석이 엄청 문지방이 높아요.
웬만한 사람 다 떨어트려 놓는답니다.
뭐 저도 일일이 다 응모하는 건 아니지만 10번 떨어지고 한번 당첨?ㅋㅋ
그렇지 않아도 전 최규석 신청했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저 9월 달 되면 그것도 하필 화욜날 듣는 강의가 있는데 되면 제끼고라도 간다고
신청했는데, 아마 안 될 줄 알고 신청이나 해 보자 하는 거랍니다.
이러다 떨거덕 되면 어쩌죠? 이것도 착각 맞죠? 블랑카님.ㅋㅋ

stella.K 2010-08-24 22:47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저 아는 분 중에 블랑카님 같은 분이 있어요.
그렇게 자기 다리 냅두고 남의 다리 긁는. 그 사람이 갑자기 보고 싶네~ㅋㅋ

순오기 2010-08-25 01:0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최규석 만남, 꼭 당첨되도록 압력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인 거 알아요?
한마음으로 기도해줄게요.^^

stella.K 2010-08-25 11:17   좋아요 0 | URL
오, 고마워요, 오기 언니!^^

blanca 2010-08-25 18:1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그런 거였군요. 저는 쉽게 생각했었거든요. 오만했었나 봐요 ㅋㅋㅋ 왠지 스텔라님은 될 것 같아요. 저번에 박범신 작가 만남 후기도 넘 잘 읽었어요. 이번에는 최규석 부탁합니다. 남의 다리 긁는 ㅋㅋㅋ 그런데 중요한건 하여튼 좋은 기운을 넣어야 하는데 옆지기가 안되라고 빌었던 모양입니다. 안됐다니까 정말 해맑은 미소를 짓더라구요 ㅋㅋㅋ

stella.K 2010-08-25 19:11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말구도 여기저기서 할 것 같아요.
예를들면, 예스24나 뭐 그런데...
포기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분홍공주님 저라도 봐 드리고 갖다오시라고 말하고 싶네요.ㅠㅠ

꿈꾸는섬 2010-08-2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에게 위로를^^
ㅎㅎ정말 많이 가고 싶으셨군요. 이 글을 읽은 문화초대석 담당자 진땀 뺄거에요. 블랑카님께 죄송해서요.ㅎㅎ
블랑카님 다음에 더 멋진 작가 만남을 가지게 되실거에요.^^ 기대없는 삶은 너무 비참하잖아요. 우리 기대를 버리지 말자구요.^^

blanca 2010-08-25 18:1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ㅋㅋㅋ 둘다 한꺼번에...그런데 정말 신기한게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은 꼭 보게 되더라구요. 제가 중학교때 뉴키즈언더블럭의 막내 죠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이십 대에 보게 되었답니다. 그때 완전 감격했던 기억이 나네요.^^

gimssim 2010-08-2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네버'는 절대 안되요. '다음 기회에'로 바꿔야지요.
평균수명은 엄청 늘었구 이벤트는 많다...으흠...중전어록

blanca 2010-08-25 18:12   좋아요 0 | URL
중전님, 그래서 줄 좍 그었답니다.ㅋㅋㅋ 말이 씨가 된다고 해서. 옙, 수명은 길고 이벤트는 많다! 넘 좋은 얘기입니다!

pjy 2010-08-26 23:08   좋아요 0 | URL
평균수명은 엄청 늘었구 이벤트는 많다...에 저도 희망을 남겨두기로합니다^^

아시마 2010-08-25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난 예에에에에에에에 전에, 아직 한참 젊은 꽃돌이 김영하를 본적이 있지롱 용용용~!!!

음음, 사진도 찍어봤고, 이메일도 주고받아 봤지롱, 용용용!

내 메일 박스에는 무려, 영하님하가 5년도 더 전에, 아직아직 꽃돌이였던 그 시절에 보낸 메일이 고대로 있지로오오오오오오오옹!!!!!







심란한 일도 있고 덥기도 하고, 약간 제정신이 아닌데,

제가 왜 제 서재 놔두고 남의 서재와서 머리에 꽃달고 뛰어다니는 걸까요. -_-;;;;;;

blanca 2010-08-25 18:13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 주고받은! 이 대목에서 완전 심장 벌렁 ㅋㅋㅋ 박완서샘한테 사진도 드리고 김영하랑 메일도 주고받고 대체 아시마님 정체가 뭐였단 말입니까! 진심으로 아시마님은 항상 부러워하게 되네요. 심란한 일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원해요. 이쁜 두 따님과 메일함에 김영하의 편지도 있다면 맘껏 행복해해도 된다구용~

2010-08-25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2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반기에는 대박날겁니다.
무슨 일이든 간에,,,,,, 진짜 기쁜 일 10가지 이상 생길거라니까요!!!

blanca 2010-08-25 18:15   좋아요 0 | URL
아아앙.이런 사랑스러운 댓글이라니, 저도 로또 2등 되는 건가요? ㅋㅋㅋ

穀雨(곡우) 2010-08-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김영하작가님께 간곡한 메일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블랑카님 나름 슬픈(?) 소식에 빵 터져서 죄송하지만,
그 상황이 너무 재밌어요....^^
하반기에는 대박의 여왕으로 등극하소서......^^

blanca 2010-08-25 18:17   좋아요 0 | URL
슬프고 참 코믹한 상황이죠. 아무도 델구 간다고 얘기도 안해줬는데 카메라까지 살 생각을 했으니 참 초라해집니다.ㅋㅋㅋ 카메라 사고 머리 파마하고 일부러 애때문에 친정까지 갔더라면 생각만 해도 비극적인 풍경입니다.--;; 곡우님의 댓글에 힘 받아 갑니다. 참, 곡우님 혹시 제가 달았던 댓글 중에 이제 뱃속 아기와 함께 하겠네요,라는 이 비슷한 댓글 기억나세요? 그 댓글도 참으로 무안한 것으로 결론나고 말았네요 ㅋㅋㅋ남자분께 ㅋㅋㅋ

비로그인 2010-08-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분, 알아요. 갑자기 잡힌 데이트 약속이잖아요. 물론 단둘이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설레는 일이 분명 있어요.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두근거리는 상황은 흔치 않아요. 그런데 그 모든 기대가 엇갈렸을 때 전 그저 사과 폭격을 받은 그레고리 잠자 마냥 엎어져 있곤 합니다. 속상하시겠어요..

blanca 2010-08-25 18:19   좋아요 0 | URL
Jude님...이해하시는군요. 대신 이 운발이 하반기에 뻗치리라고 기대하며 이겨 내겠습니다.^^;; 사과 폭격을 받은 그레고리 잠자가 무슨 얘기인지 궁금해요^^;;

비로그인 2010-08-27 10:09   좋아요 0 | URL
그레고리 잠자는요, 카프카의 변신의 그 그레고리 잠자 입니다. 어느날 벌레로 변해있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 그나마 적응해 가려는데 아버지가 그의 등에 사과를 던지지요. 그걸로 상처가 나고 썩어 문드러져 가요.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요인 중 하나가 사과 폭격입니다. 물론 데이트가 어긋난 것과 사과폭격은 첨예하게 다른 문제일 거에요. 하지만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맞아버린 사과폭격은, 아, 얼마나 가혹한지요. 흐흑

blanca 2010-08-27 13:4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Jude님 제가 어제 책 읽다가 카프카의 그레고리 잠자라고 언급되어 있어 아~ 했어요. 전 변신을 독서 평설로 읽었다는 ㅋㅋㅋ 그래서 다 못읽었어요. 사과폭격이 그런 거군요. 이런 인용 넘 좋아요.^^

2010-08-25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8-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다행이시네여~^^
디카는 나중에 바꾸셔도 될테고,파마는 잘못하면 아즘 feel나잖아여.
다음 번에 가자구여~
제가 지금부터 좋은 기를 만날때마다 축적해 놨다가...다음번에 불어 넣어 드릴게여~^^

blanca 2010-08-26 20: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양철나무님~ 너무 오버했나 봐요 ㅋㅋㅋ 꼭 그러면 일이 안되더라구요.

순오기 2010-08-2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작가만남 당첨되고 싶으면 댓글만 적으면 안되고
페이퍼로 화려하게 작성하면 뽑아주던데... 다음엔 그렇게 해 보세요!!

blanca 2010-08-26 20:3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전 그냥 알라디너고 댓글 첨으로 달아서 ㅋㅋㅋ될 줄 알았다는 ㅋㅋ 저 진짜 단순하죠? 거기에도 공력이 들어가야 하는군요^^

yamoo 2010-08-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 둘쩨 주 인가 셋째 주에 김영하 작가 정독도서관에 왔었어요..시간과 장소 공지된거 보고 갈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약속이 겹쳐서 못갔어요..김영하 작가가 신작을 냈기 때문에 독자와의 만남을 자주 갖나 봅니다. 보면 또 있을 터이니 대형서점들을 기웃거려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김훈 작가를 서점에서 3번 봤습니다. 남한산성 신간 나왔을 때인데...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김훈 광팬하고 같이 가서 그 친구가 사인 다 받아 줬죠.

전경린 작가도 3번 봤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도 해 보고 사인도 받고 평소 궁금했던 점도 문의하고 그랬죠. 근데 자꾸 만나다 보니 좀 그렇다라구요..전경린 작가는 워낙 말이 없어서뤼..

김영하 작가..저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데..작가와의 만남에 발벗고 만나러 갈 정도는 아닙니다. 뭐, 움베르토 에코가 온다면야...하루 종일 돗자리 깔고 기다릴 각오는 되 있습니다..ㅎㅎ

blanca 2010-08-28 21:20   좋아요 0 | URL
yamoo님 제가 좀 속된 말로 빠순이(죄송합니다)기질이 십대부터 다분했답니다. 좋아하면 아주 광적으로. 김영하를 아주 좋아했던 것은 아닌데 뭐라 그럴까 선망의 대상이기는 합니다. 그러다 단편 읽고 완전 몰입하게 되었구요. 에코를 좋아하시는군요. 똑같은 작가를 세 번이나. 좀 그렇다는 사연이 궁금합니다.^^ 전경린 작가 글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내성적이군요. 작가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세실 2010-08-2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재미있네요.
음 그러보고니 저두 지난번 뮤지컬 이벤트 신청해 놓고는 당연히 되리라 생각하고 함께 못가준다는 친구에게 화를 내고, 누구랑 갈까 고민했다는..결국 미역국 먹었지요. 괘씸한 알라딘. ㅋ

blanca 2010-08-30 14:4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세실님도 그런 기억이. 저는 확신했기에 황당했어요 ㅋㅋㅋㅋ 근거도 없이 확신했었거든요.
 

한창 오렌지족, X세대 마케팅이 활황이던 94년 우리는 끔찍한 존속살해 사건을 접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유학생 박한생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불태워 버렸던 사건이다. 거액의 유산을 노리고 완전범죄를 꿈꾼 오렌지족의 패륜은 연일 선정적으로 보도되었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가족에 대한 애정, 신뢰가 깡그리 실종된 극단의 예에 모두들 광분하고 비난의 일성들을 토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신을 낳아준 자의 피를 흘리게 하는 그 극악무도한 범죄는 오늘날에도 심심찮게 언론의 기삿거리가 되어준다.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인가. 대체 인간의 추락을 막아주는 방파제인 마지노선이 있기나 한걸까. 그럼에도 삶과 생명에 경외를 바칠 수 있을까. 아니 더 나아가 이런 인간을 창조했다는 신의 방관과 침묵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결국 신은 없는 것인가. 모든 고결한 가치는 하나의 허상과 이상과 기대에 불과한 것인가. 

여기 한 아버지가 있다. 그는 모든 악덕의 총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탐욕스럽고 인색하며 냉정하고 야비하다. 아들의 여자를 탐할 만큼 호색한이기까지 하다. 그는 두 번 결혼했고 처들의 막대한 지참금을 챙기는 대신 그녀들에서 얻은 세 아들은 방기한다. 그 아들들은 방탕하지만 신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미챠, 신과 불멸에 강한 회의를 제기하는 관념론자 이반, 논리 이전에 삶 그자체와 신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알료샤로 자라난다. 마침내 이 재앙같은 아버지는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미처 받지 못한 유산 문제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으며 그루셴카라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연적 관계를 형성했던 장남 미챠가 유력한 용의자선에 서게 되고 결국 유죄 선고를 받게 된다. 

 

인간 그 모순적 존재에 대한 심오한 고찰 

인간이란 너무 넓어, 라는 둘째 아들 이반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그 존재를 깊이 뚫고 마침내 그 심원에 닿은 깨달음이다. 악마와 신이 싸우는 전쟁터이며 양극단이 서로 만나는 곳, 그곳은 별다르고 대단한 곳이 아니다. 바로 한 치 인간의 마음이다. 극히 선할 수도 동시에 극단적으로 졸렬하고 야비할 수도 있는 게 인간이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 모순의 공간을 품고 삶의 전장에 나서는 일은 그래서 태생적 비애를 업고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가능할 수 있는 모든 대립쌍들을 뒤섞을 수 있고 또 한꺼번에 두 개의 심연을, 우리들 위의 심연, 즉 드높은 이상들의 심연과 우리 아래의 심연, 즉 가장 저열하고 악취 나는 타락의 심연을 관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3권 P.401 

이 악이 육화된 악마와 이반의 대면 장면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나는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이다.'라는 얘기와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삶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각종 종교도 결국 근원적인 악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모조리 선, 모조리 사랑, 이해, 배려가 점령한 세상은 그 어떤 규율도 성장도 뉘우침도 도약도 없을 것이라는 슬픈 진실의 응시는 적나라하면서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악의 자리를 감내해야 함을 보여준다. <달과 6펜스>의 서머싯 몸은 심지어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독창적으로 가장 위대한 작가의 자리를 점하게 된 것도 결국 그의 악덕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정부분 수긍이 간다. 우리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때로는 온몸에 돋는 소름을 경험해야 하는 대목은 언제나 그가 지독하게 천착하고 드는 인간  내면의 그 사악한 부분이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벌레, 움츠리고 있는 괴물을 불러 내기 때문이다. 그를 이은 수많은 후세의 작가들도 결국은 이 지점에 사로잡혀 헤매고 있다. 평범한 사람의 내면에서 갑자기 그로테스크하고 야비한 것이 출몰하는 대목에서 예술들은 끊임없이 배회한다.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는 것은 결국 악덕의 찌꺼기를 긁어 모아 전시하는 것과 결별할 수 없다.  이반은 아름다움이 소돔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이 선정적인 사건에 모두가 은근하게 기뻐하고 있다는 작중 리자의 말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관념적 사랑은 언제나 오케이지만 실천적 사랑에서는 머뭇거리는 평범한 우리들이 어쩌면 가장 악덕을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직시하는 자리에서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 더 높은 지점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대체 신은, 불멸은 있는가! 

결국 작가가 가장 던지고 싶었던, 천착하고 싶었던 문제는 이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도 내일도 우리들이 스러지는 그 지점에서도 결국 맞딱뜨릴 수 밖에 없는 그 근원적이고 답이 없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지난한 고통들과 마주칠 때마다 이 문제를 거머쥘 수밖에 없다. 둘째 아들 이반과 막내 견습 수도사 알료샤의 대화들은 이 문제들을 심도있게 파고든다. 이반은 신도 없고 불멸도 없는 자리에서는 윤리도 사랑도 다 붕괴되고 인간들에게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말한다. 필멸의 존재는 숭고한 도덕률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척의 만지기 싫은 빈민들에게 자선을 베풀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모든 것을 미친듯이 오만하게 하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으면 그만이다,라는 것이 무신론의 귀결로 그려진다.  작가는 고도의 책략을 가미한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기실 독실한 러시아정교인이었다. 즉 그는 유신론자였다. 방탕하고 도박에 취해 있던 그의 삶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신의 문제를 탐구하고 회의하다 결국은 그 신에게 귀의하는 결론은 상류계급 출신이었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비슷한 귀결이다. 신과 불멸의 문제에 천착하나 결국 그 신에게 다시 돌아가는 도식이 러시아적 색채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러나 신과 불멸을 어떤 인간세계의 각종 규범들과 윤리와 연결하여 고찰하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깊다. 우리는 은연중 신이 있기를 바라며 신을 필요로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그것을 간파하는 예리한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사실 너희들은 다 있기를 원하잖아! 라고 비웃는 것만 같다.  

 

낳아줌으로써 부모의 역할은 완수되는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의외의 지침이 숨어 있다. 바로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면밀한 고민 끝에 나온 조언이다. 아버지는 재앙일 수도 있다는 말, 누구나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 자녀들에게 가정이라는 은밀한 울타리에 기대어 무한하고 내밀한 권력을 휘두르고 때로는 학대하는 많은 부모들을 알고 있다. '무에서 사랑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들이여, 자신의 아이들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라는 인용어구들은 자식을 낳음으로써 부모로 존중받고 대우받을 자동의 권리를 부여받는 것이 아님을 얘기한다. 아이들은 무기력하고 무력한 존재들이다. 세 아들을 무참히 방기하고 하인의 손에서 자라게 내버려 두고 그들의 재산을 갈취한 카라마조프가의 아버지의 비참한 최후는 하나의 알레고리다. 정도의 차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우리는 부모의 의무와 연약한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해 주어야 할 기본적인 책무를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모두의 양심의 현현 같은 존재인 막내 알료샤가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교조적인 연설을 하는 장면은 빈약한 결말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작가가 일관되게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 아이들에 대한 존중에 한번 더 강렬하게 방점을 찍어준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을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아이들의 고통이 방치되는 것을 보고 무신론을 주장한 이반의 모습은 그것과 상통한다.  

 

지극히 윤리적인...

이 소설은 존속살해를 다루고 있지만 지극히 윤리적이기도 하다. 악덕이 반드시 행동 차원에서만 징벌될 것인가, 하는 그 예민한 윤리의식은 마침내 사유와 욕망의 것으로까지 확장된다. 나쁜 생각, 즉 저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그 욕망마저도 때로는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유죄이자 존속 살해범일런지도 모른다. 인간은 약하고 비열한 존재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더없이 고결한 존재로의 도약이 가능하기도 하다. 내 안의 악마를 응시하는 행위는 그래서 소중하다.  

영원한 재판관은 그대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대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2권 p.90)

P.S. 방대한 분량, 대사를 통한 사건 전개, 때로는 너무 인위적이고 전형적인 인물들로 인해 1권을 종반부까지 읽어도 2권을 흔쾌히 잡기 힘든 책이다.--;; 서머싯 몸이 왜 그렇게 도스토예프스키를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라고 욕을 해댔는지 조금 수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안구가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흐릿한 안경알을 닦고 갑자기 세상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라고까지 과장할 수도 있다. 어느 지점에서 고민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다 나온다. 세상사가 답답하고 사람들에 환멸이 들 때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더운 열대야의 밤에는 완전 비추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8-24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읽으셨군요. 짝짝짝~~~~~ ^^
정말 힘들게 읽고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지만 요렇게 리뷰를 잘 쓰는 건 아무나 못해요.
지금은 예전에 경험한 감동의 물결만 남아 있을 뿐...

blanca 2010-08-24 20:5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독서토론회에서 읽으셨다고 꼭 읽어 보라고 했던 댓글 덕택입니다. 사실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망설였었는데 결국은 읽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 때문에. 예....감동이 어느 순간 정말 쓰나미처럼 밀려오더라구요^^

비로그인 2010-08-24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열린책들에서 나온 붉은색 표지(이건 예전 버전이라던가..하는)의 책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책을 좀 찾아 손에 들으니, 한참 열심히 읽던 기억도 나고 하네요 ^^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울리는.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공평한 시선을 갖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파편으로 이뤄진 것 같지만 하나로 거대하게 묶여 깊은 뿌리가 있음을 가늠케 하는 것이 계속 찾아 읽게 하는 그 무엇은 아닐까 하고요..

blanca 2010-08-24 20: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정말 놀라운 책이었어요. 말씀대로 인간을 총체적으로 해부한 것 같은. 나라는 존재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예전에 문학샘이 줄치며 읽었다고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해서 다 같이 엎어져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알것도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8-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단한 리뷰예여, 블랑카님...
나두 읽어야 하는데.

인간 관계의 원초에는 부모 자식 관계가 있죠. 결국 부모 자식 관계에서 인간의 극단적인 면을 볼 수 있는거 같아요.

blanca 2010-08-24 21:0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맞아요. 근데 참 더운데 읽기는 힘들기는 하더라구요--;; 제가 안읽고 꽂혀 있는 책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ㅋㅋ 참고 읽었는데 역시 왜 사람들이 그렇게 카라마조프 운운하는지 알것도 같았어요. 당분간 책 안읽고 눈좀 쉬려구요. 오늘은 우산 없어서 아이랑 비맞다 집에 와서 이쁜 핑크색 우산도 질렀답니다. 단순해지려고 해요^^

꿈꾸는섬 2010-08-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참 리뷰 잘 쓰세요.^^
교양수업때 이 책 읽고 분석하고 시험봤던 기억이 있긴 한데....블랑카님 리뷰 정말 좋네요.^^

blanca 2010-08-24 21:01   좋아요 0 | URL
우아! 그런 수업이 있었어요? 되게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대학교때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저는 그때 제대로 책도 안읽고 다녔던 것 같은데. 시험이라. 등장인물들 이름 써내라고 하면 참으로 난감해질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8-25 00:13   좋아요 0 | URL
ㅎㅎ백지 주시고 아는 거 모조리 쓰라던데요.ㅎㅎ
그땐 참 빼곡하게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요.ㅠㅠ
알리딘 서재에도 그렇게 빼곡하게 쓰면 좋을텐데 그게 안되요.ㅠㅠ

2010-08-24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2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윤리적이라는게 이상향으로 생각이 듭니다^^;
윤리적이어서 인간적이라고 하겠지만,실제론 참 비윤리적이어서 너무너무 인간적이라는 생각하니 말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없고, 자식이 원하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립니다..
이 책을 저는 과연 읽을수 있을까요^^?

blanca 2010-08-25 18:22   좋아요 0 | URL
pjy님 저도 요새 인간이 참 사악하다는 걸 느껴요...체념을 배우고 기대를 낮추는 게 나이듦의 과정인 것도 같아 참 쓸쓸하기도 하구요. 이 책. 솔직히 아주 재미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강추라는 말은 차마. 그래도 그 이상의 소득이 분명 있으니 시간이 좀 많이 나고 여유가 되실 때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층간소음으로 분란이 많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위아랫집 다 비슷한 또래들을 키우는데 멋쩍은지 서로들 도망질이다(사실 내가 항상 도망간다). 이유는 층간소음때문이다. 정말 들어서는 안될 소리들을 너무나 많이 듣게 된다. 아랫집에서도 인터폰을 한 번 받았고 윗집에도 인터폰을 한 번 했다. 아랫집은 또 그 아랫집에서 난리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는 아침 저녁으로 조회방송을 한다. 내용은 같다. 조용히 하라는. 층간소음으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서로 배려해서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자, 모 그런. 그런데 오늘은 윗집이 정말 국지전을 치르는 강도의 층간소음을 종일토록 가열차게 내는 것이었다. 둔감한 편인 내가 이렇게 사람이 층간소음으로 병원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밖에 내다보니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이사가는 정황이었다. 올레! 드뎌 해방되는 구나 싶었는데 웬걸. 이사가는 소음이라면 오후 세네 시 경이면 그쳐야 할 소리가 밤 아홉 시까지 주구창장인 것이다.  

온갖 의혹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사가는 것이 아닌 이사오는 것인가. 아니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절정의 층간소음을 만들어 내는 묘기를 부리는 것인가. 참다가 쓰윽 한번 올라가 볼까도 고민하다 그럼 너무 괴기스러울 것 같아서 관두고 경비실에 인터폰을 했다. 이사간건 맞단다, 이사오는지는 모르겠다고. 

두려움이 엄습한다. 더한 강호가 출현한 듯한. 그럼 나는 떠날테다. 결혼당시부터 오 년이 경과한 지금 다 무지막지한 소음 방출 묘기를 부리는 윗집들을 꾸준히 감내하며 보낸 인고의 시간들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윗집을 이고 아랫집을 밟으며 사는 게 정말 삶이라는 건지. 회의가 든다. 누군가가 몇 시에 잠자리에 들고 부부싸움을 며칠에 한 번씩 하는지까지 챙겨듣게 되는 이 의도하지 않은 엿보기가 견디기 힘들다. 

모옴이 거품을 물고 욕해 댄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다. 힘들다. 인내가 필요한 독서다. 고등학교 때 우리가(우린 여고생들이 아니라 사내들과 흡사했다) 열심히 변태라고 놀려댄 문학샘이 줄쳐가며 읽은 소설이라고 극찬한 이 소설을 언제가는 맞닦뜨리리라고 결심한 터에 접하게 된 책. 다 읽고 감동에 머리가 멍해졌으면 좋겠는데. 심장이 잠시 멈춘 듯했으면 좋겠는데. (안나 카레니나! 정말 그랬다.) 안 넘어간다. 흑흑. 2권부터가 진짜라고 하니 1권 말미에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려고 한다. 정말 기똥차게 재미있고 감동 팍팍인 고전은 없는 것인지.  

아이가 자꾸 방문을 닫고 혼자 논다고 눙쳐서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는데 역시나 아빠가 담배끊는다고 한갑씩 원샷하는 목캔디 한 갑을 다 먹고 있었다. 암담했다. 냉장고에는 몇 모금씩만 먹고 넣어둔 맥주 캔 잔뜩. 흔적을 항상 이곳저곳 흘리고 다니는 아빠 덕택이다. 잔소리 하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08-1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층간소음, 정말 두렵죠. 저흰 아래층에 수험생이 있어서 쥐죽은 듯 살아야하는데 아이들이 그럴 수 있나요? 아래에서 올라오면 정말 무서워요. 이사가고 싶다니까요.ㅜㅜ

blanca 2010-08-19 14:1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도 인터폰 한 번 받았는데 아이들은 한다고 해도 참 통제가 안되잖아요. 알면서도 윗집에서 밤 열시에 우다다다 소리 나면 저도 참 힘들더라구요. 요새는 그냥 아랫집 할머니 만나면 한 소리 하실까봐 아이 데리고 딴데 가는 척 ㅋㅋㅋ 한다니가요. 괜히 찔려서. 저흰 강화마루라 뭐 하나 떨어뜨리면 완전 천둥이 친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이야 2010-08-1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는 사람들 봤지만 전 한번도 이런 경험이 없어서 행운인가요? ^^
잔소리 벼르고 계신 블랑카님^^
아이가 목캔디 한 통을 다 먹고 괜찮은지요? ㅠ

blanca 2010-08-19 14: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부럽습니다. 목캔디요. 아무렇지도 않고 아침부터 또 사탕을 요구합니다. 중독됐나봐요--;;

비로그인 2010-08-1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라마조프는 잡힐듯 말듯, 보일듯 말듯. 새벽 세시 억지로 선배들하고 술마시는 기분같기도 하고.. 첨에는 꼭 그러했는데 언제 다시 보니. 둥근 탁자에서 서너명 모여 불밝히며 좀 편히 술마시며 얘기하는 기분도 들고 하더라고요.

그나저나 층간소음. 저의 생활패턴이라면 민원으로 당장 쫒겨날듯 하네요. ^^

blanca 2010-08-19 14:1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정말 예리한 표현이에요. 아파트에서 음악 듣는것 참 힘들죠. 전 단독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어쩌다 컴으로 음악듣다 문열려 있었다는 것 깨닫고 혼자 괜히 막 떨고 그래요--;;

마녀고양이 2010-08-1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랫집에서 의자다리에 붙이는 스티커 가지고 부탁한게 한번.
제가 윗집에 쫒아간게 한번.
서로서로 그렇죠. ^^ 아랫집의 아이들이 뛰어다닐 나이가 되자, 울 집으로 한번도 안 옵니다. 동병상련이랄까. ㅋ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읽으시는군요? 나두 읽어야하는뎅~

blanca 2010-08-19 14:1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ㅋㅋ 위아래로 가해자도 되보고 피해자도 되보고 하니 참 ㅋㅋㅋ 서로 괜히 좀 그렇고. 카라마조프는 정말 좋은 책임은 분명한데 재미는--;; 숙제하듯 읽고 있어요.

stella.K 2010-08-1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우리 윗집이 오랜만에 친척들이 왔다고 대놓고 참아 달라는데 어이가 없더만요.
그래놓고 새벽1,2시까지 난리를 뽀개는데, 나 같으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울엄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걸 꾸역꾸역 참아내는데 그런 페이소스가 없죠. 흐~
저도 기똥차게 재밌는 고전 좀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10년 전에 죄와 벌 읽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 책은 사 놓고 몇년째 못 읽고 있어요.ㅜ

blanca 2010-08-19 14:2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ㅋㅋ 요새는 미리 선수치더라구요. 좀 시끄러울테니 참아달라고. 카라마조프는 음 저도 사실 1권 조금 읽다 꽂아두려고 하다 참고 또 참아 종반부에 가니 속도가 좀 나더라구요. 그래도 3권의 두께보니 참 한숨나옵니다.

穀雨(곡우) 2010-08-19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읽겠노라고 턱 사들고 어찌 이리 지리하게 나아가는지 그래서 아직도 읽는 중...^^
층간소음은 정말 소름돋을 만큼 힘들어요.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콩콩 뛰는 그 소리가 밑에 집에 고스란히
전달될까 노이로제 걸릴정도라는....다행히도 윗집은 조용한데, 아랫집 눈치보고 사는 건...쩝
늘 뛰지마라를 달고 산다는....ㅠ.ㅠ 그나마 다른 집을 타고 넘는 소리는 잘 안들려요.
하지만 욕실에서 문 닫고 있으면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소리는 그렇더군요. 우와, 노래 디따 못한다...ㅋㅋㅋ

blanca 2010-08-19 22:14   좋아요 0 | URL
곡우님도 그러셨군요. 그래도 2권부터는 좀 진도가 나가네요. 저도 두 돌도 안됐을 때부터 조금만 뛰려고 하면 네가 뛰면 아랫집 할머니 머리가 아프다고 하도 주입시켜 놔서 ㅋㅋㅋ 누구는 아예 항의 오기 전에 아랫집에 인사갔다고 하더라구요. 애 데리고 인사시키고 너때문에 힘드신 분들이라고.^^;;

굿바이 2010-08-1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 신혼살림을 차렸던 빌라의 2층에.....일명 깍두기 머리를 하고 온몸에 동물원을 차리신 분이 살았습니다.
새벽에 들려오는 집단적인 소음을 다 참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했습니다.
아~ 다행이다. 내가 위층에 살았더라면, 나는 숨소리도 못냈겠구나. 까치발로 살았겠구나.... 엉엉

미치도록 재미있고, 파도처럼 감동이 밀려오는 고전은 저도 찾고 있습니다^^ 찾으면 바로 신고하겠습니다 :D

blanca 2010-08-19 22:15   좋아요 0 | URL
하하하...저도 그럼 절대 항의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런 분들이 의외로 순박한 분들도 있더라구요. 고전이란....저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이랑 몸의 달과 6펜스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대체로 다 상당히 지루하더라구요 ^^;;

따라쟁이 2010-08-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는 움베르트 에코가 그래요. 그 분 책은 일권도 아니고 백페이지만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좋다고 하던데, 백페이지가 이렇게 쉽지 않군요 ㅠㅠ

blanca 2010-08-21 15:03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그래서 저는 접근조차 안합니다.^^;; 사실 처음이 힘든 책은 대체로 다 읽어도 아주 흡족하진 않더라구요...

yamoo 2010-09-0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 좀 더 강력한 무기가 생기잖아요..우아함이라는..ㅎ 젊은 처자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아우라..ㅎㅎ
물론 젊음이 좋긴 하지만..그래도 앞으로 그렇게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1인 입니다요^^

거미여인의 키스..네요..읽지는 않고 갖고만 있는 책입니다~ㅎㅎ

blanca 2010-09-02 14:47   좋아요 0 | URL
yamoo님 지르셨나요? 거미여인의 키스 당장 읽어 보셔요! 이건 정말 천재가 쓴 것임에 분명하다고 감탄하는 중이에요. 우아함,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