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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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억의 총합이다. 적어도 마침표 앞에서는 그렇다.
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에 대한 기억은 남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기억 안에  온전하게 가둘 수는 없다.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추억들도 사실은 수많은 틈새를 자의적으로 메우고 바랜 지점을 덧칠하여 꺼내 보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기억은 허술하다. 그리고 방약무인하다.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은 그 사람의 눈매는 흐릿해지고 맨홀에라도 던져 봉인해 버리고 싶은 그때의 수치스러운 장면은 제멋대로 떠올라 밤잠을 설치게 한다. 이 책에 인용되어 있는 체스 노테봄의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는 표현은 기억에 대한 기가 막힌 형상화다. 우리는 기억을 부릴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삶 전체가 응축되어 기억의 저장고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대면하는 허무함과 당혹감의 핵심일런지도 모른다. 결국 가장 힘이 센 것은 무자비한 시간의 화살촉이 과녁과 어긋난 곳에 꽂히자마자 떨어지는 기억의 부스러기들이고 가장 무력한 것은 그것을 보자마자 생의 뒷덜미를 붙잡히고 마는 우리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드라이스마의 이 책은 기억의 오류와 비대칭성, 데자뷰, 죽음을 목전에 두고 목도하게 되는 삶의 파노라마, 삶의 진행에 대한 주관적 속도감 등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학설이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고 저자가 때때로 조심스럽게 개입하여 그 균형점을 조율하여 주고 있다. 읽는 즐거움과 앎의 즐거움을 함께 가질 수 있다.  

갑.자.기. 기억이 되돌아온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며 나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을 일부러 사서 먹어 보기도 했다. 작은 봉지에서 나온 조가비 모양의 엄지손가락 만한 빵은 기대와는 달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파티쉐의 환상에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언급되는 어린 시절의 프티트 마들렌은 작은 소품 정도로 동원되었던 듯하다. 프루스트는 차에 케이크를 적셔 먹다 콩브레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돌아옴을 느꼈고 나는 마들렌을 볼 때마다 건강하고 당찼던 삼순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후각은 기억 저장에 필수적인 해마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후각은 뇌와 특별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프루스트는 숙모가 그에게 주곤 했던 프티트 마들렌의 향을 음미함으로써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비내음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가 후두둑 듣고 무언가 끼쳐오는 그 한없는 비릿함과 그리움이 느껴질 때면 스냅 사진처럼 몇 장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되돌아온다. 후각은 그리움을 몰고 오는 감각인 것 같다. 가장 원시적인 감각을 통해 느끼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순수의 원형인 것인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질긴 상념에 불과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왔음에도 예전에 와본 듯한 묘한 느낌에 감싸이는 데쟈뷰에 대한 설명은 지극히 과학적이다. 그건 하나의 환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잦은 데쟈뷰 현상의 경험은 병리학적으로 진단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정한 형태의 정신분열증과 간질의 전조증상으로 환자들은 흔히 데쟈뷰 현상을 경험한다고 하니 이제 홍차를 찰랑이며 데쟈뷰에 낭만적으로 몸을 맡기는 사치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챕터에서는 기억이 시간 감각의 핵심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 주간에 시간이 전광석화처럼 휙휙 사라짐을 느낀다. 그런데 막상 직장에 복귀하면 벌써 날짜가 이렇게 됐어? 라고 하며 역설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내가 경험하는 시간은 정작 짧게 느끼고 회고하는 시간은 길게 느끼는 이 역설이 결국 삶의 진행 속도와도 닿아 있다. 첫사랑, 첫키스, 첫직장, 첫출산 등 수많은 처음으로 점철되는 이삼십 대와 중년 이후 노년기의 비교적 단조로운 시간들의 길이는 주관적으로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고여 있는 시간은 경험할 때는 길고 회고할 때는 더없이 짧아진다. 시간을 길게 늘이고 싶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로 시간을 채우라는 저자의 조언을 기억해 두고 싶다. 새로운 시도들, 관계들이 쪼그라들면서 우리가 기억할 거리들도 덩달아 줄어든다. 기억할 거리들을 질러주는 무모함이 휙휙 지나가 버리는 시간의 뒷덜미를 조금이라도 움켜쥘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행도 더 많이 가고 사람도 더 많이 만나고 일도 더 많이 해서 차곡차곡 회상할 꼭지들을 집채처럼 모아두고 싶다. 자서전을 쓴다면 거의가 휘하게 뚫려 있다는 중년 이후의 삶들을 실팍하게 살찌우고 싶다는 치기를 부려 본다.    

죽음 앞에서 몇몇이 경험한다는 과거 삶의 파노라마의 향연은 결국 살아가는 일이 기억거리들을 쌓아두는 일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내가 하는 말, 상대의 눈망울, 상대가 돌려준 말, 그리고 때로는 나의 눈물, 웃음 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차창 풍경처럼 뒤로 밀려나가고 있다. 잘 봐 둘일이다. 아무데나 드러누울지라도 그것은 나의 분신이기도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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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07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리에 누우려다가.

제 마음에 오솔길 같은 흔적을 남긴 영화, <미스터노바디/MR. NOBODY> 가 갑자기 생각나서 댓글 남깁니다. 삶, 기억, 선택.. 영화를 보고 제가 머리에 담아 둔 느낌들과 blanca님이 쓰신 글의 분위기가 왠지 꽤나 비슷해서 말이지요.. ^^

흠. 출근할때 종종 들리는 빵집의 계산테이블에는 마들렌이 늘 자리하고 있는데요. 아마 언젠가 나이가 들어 마들렌을 먹게 된다면 그 빵집에서 풍기던 냄새와 상냥한 점원의 이미지부터 온갖 기억들의 나열이, 그 시기의 삶의 단편들이 펼쳐질 것 같네요 ㅎ

마치 푸르스트의 그 구절처럼, 오래된 책 속에서 메모 하나를 발견하고 거꾸로 시간을 감듯 말이지요..

blanca 2010-11-08 21:0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그러셨군요. 미스터 노바디는 보지 못했지만 삶, 기억과 관련된 영화라니 반갑네요. 출근할 때 빵집을 들르시는군요. 저는 예전에 출장다니다 슬쩍 백화점 지하에서 처량하게 혼자 샌드위치 하나 사 먹곤 했었는데 ㅋㅋㅋ 그 땐 너무 고되서 그 여유도 참 고맙더라구요. 마들렌, 정말 진짜 같은 마들렌을 홍차와 한 번 맛보고 싶어요. 월요일 시작이 너무 고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또한 상대적이라고 하잖아요?
결국 나에게 느껴지는 시간만이 진짜이기 때문에, 상대는 어떻게 체감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인가봐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보면,
지구 밖을 여행하는 조종사의 경우 빛의 속도에 근접할수록 늦게 늙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제3자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거고, 결국 당사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산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느낌을 받았는데. 장엄함? 머 이런거. ^^

아, 나두 이 책 읽어야겠다, 잼나겠어요~ 역시.

blanca 2010-11-08 21:02   좋아요 0 | URL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코스모스에서도 나왔던 것 같은데 결국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참 아름답고 신비한 이론이란 것은 알겠는데 쉬운 예시를 들어줘도 저의 굳은 머리로는 영 납득이 잘 가지 않더라구요.--;; 마고님, 이 책 꼬옥 읽으세요. 마고님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잼나고 유익해요. 이런 거 연구하며 사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2010-11-08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10-11-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내음과 어린시절, 공감하면서 저는 마당의 샘에서 흘러나오던 세숫비누향도 추가요.^^ 후각이 몰고 오는 그리움.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맛을 못 느끼듯 모든 감각에 앞서 가장 원천적인 모양입니다.

저는 점점 많이 버려야겠단 생각을 해요. 기억도 마찬가지로. 기억이 추억이 되는 건 노력이나 결심보다 어쩐지 우연의 요소가 많더라구요.

blanca 2010-11-08 21:06   좋아요 0 | URL
깐따비야님, 세숫비누향 하시니까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가 생각났어요. 비누향 나는 오빠 얘기가 나왔었던 것 같은데...그죠. 자꾸 기억을 붙들고 맴도는 것 그게 바로 노화인 것 같아요. 앞으로 만들어 나갈 기억이 더 중요할텐데...저도 그러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2010-11-0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8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는 어느 시인의 詩를 보고 난 뒤, 뭐든지 흐르는 것만 보면 '세월'을 느끼게 되는 이상한 계절적 mode에 빠져 지내는 요즘인데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보게 된 낙엽들-나뭇가지에 붙어 있을 때만 해도 아침 햇살을 받아 너무 찬란하게 빛나 보이다가 휙~ 하는 순간 사정없이 아스팔트 위로 나뒹굴자 말자 휭하니 부는 가을바람과 함께 뒤섞여 억지로 빠른 춤을 추듯이 총총거리며 어디론가 휩쓸려 가던-의 마침 행진을 보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몇 가지가 함께 떠올랐는데, 쌀쌀하고 쓸쓸한 날씨 만큼이나 인간 존재의 삶의 끄트머리를 겹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blanca님의 글을 읽으니 '흐르느 시간의 엇갈린 방향'을 서로 지켜보느라 너무 슬펐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생각나고,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도 떠오르네요(세네카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답게 '철학'을 공부하면 짧은 인생을 길게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하더군요.).

이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너무 좋은 글이네요.


blanca 2010-11-09 17:06   좋아요 0 | URL
oren님 댓글이 시 같아요. 이 책에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언급되어 있어요. 저는 보지 못했는데 봐야 겠다고 생각만 해 두고 있었는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함께 챙겨 보고 싶어집니다. 세네카의 좋은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요즘 낙엽을 보면 갑자기 시간의 경과를 확 느끼게 되더라구요. 소멸의 계절이 오니 허무감도 밀려오고 그런 와중에 oren님이 바람에 휩쓸려 가는 낙엽들을 춤춘다,고 얘기하시니 또다르게 낙엽을 보게 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oren의 발음이 오랜. 참 좋다,고 느꼈어요. 닉네임이 어떤 뜻인지 궁금해지네요^^;;

프레이야 2010-11-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아무대나 드러눕곤 하는 기억을 되살려 다독이고 토닥거려주고 싶어요.
정말 그게 나의 분신이기도 한데 때론 그게 그리 미울 수가 없어요.
삶은 기억의 총합이니 분노한 개들의 총합이기도 하네요.
이럴수가 흑 ㅠ 명랑하고 행복한 개들의 총합이 되도록 기억을 잘 대해줄래요.
그동안 기억을 너무 홀대했어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사랑하는 한 사람^^

blanca 2010-11-10 00:1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갑자기 불현듯 엉뚱한 기억이 떠올라 회한에 젖어들 때가 있어요. 요즘은 더욱 그렇네요. 제가 기억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어요. 요새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그 무기력함을 많이 배워가는 중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며 깨달아 가고 잃어가는 것들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는 이 도시가 가진 제왕다운 풍모에 감탄하고 말았다. 자신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확실히 장식하고 있다는 걸 아는 데서 비롯된 당당함과 도도함, 즐거움과 위대함이 있다. 내가 할머니가 된다면 로마처럼 나이를 먹고 싶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그러나 다시 한 번 로마에서 살고 싶은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여행하러 오는 거라면 몰라도 사는 것은 이제 질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 먼 북소리>

 

 

 

 

 

 

 

 

이제 막 실패한 결혼과 길고 지독한 이혼 과정을 거친 후, 결국에는 가슴 아픈 실연으로 끝나버린 열정적인 연애 사건까지 겪은 삼십대 중반의 전문직 미국 여성은 로마를 찬미한다. 그녀에게 로마는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이탈리어를 가르쳐 주기 위해 공모하고 터무니없이 ,가슴아프게, 어리석을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들로 넘쳐나는 요정의 도시다.  

이질적인 문화에 둘러싸여 고립된 생활 속에서 자신의 근원을 파내기 위해 로마로 들어선 일본인 작가는 차를 잠시 주차하면서도 카스테레오를 뜯어 들고다니며 어깨에 맨 가방까지 사수하며 주변의 모든 시선을 잠재적 사기꾼과 도난꾼의 그것으로 의식해야 함에 지치고 만다. 엉망진창인 공공서비스, 타인의 고난에 대한 무신경함, 날치기, 사기, 도난 등이 끈끈하게 엉겨 있는 그곳에서 하루키는 독자를 상대로 드잡이라도 할 태세다. 행간에 배어 있는 그의 분노, 억울함, 짜증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리즈가 아름다움의 창조와 감상에 스스로를 바치는 진지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상찬한 바로 그 로마인들을 향한 것이라니. 이건 마치 어느 한 사람을 두고 두 명이 번갈아 와서 쟤는 순 허풍만 떨고 불성실한데다 도벽까지 있대, 같이 놀지마! 라고 하고 다른 한 명은 걔 정말 활달하고 재미있고 섹시하지 않냐, 고 추어주는 격이다. 

그렇담 빨라죠 아이스크림을 세상에서 가장 눈물나게 귀엽게 핥아 먹는 공주님이 거닐던 그 광장의 이미지 한 컷으로 로마를 기억했던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그래, 너희들 얘기도 맞지만 내가 한 번 직접 만나 보고 판단할게, 라고 말할 수밖에. 하지만 조만간 가능할 것 같지는 않으니 계속 걔의 뒷담화를 좀 적나라하게 해보자, 라고 독려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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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0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하 blanca님. 이렇게 콕 집어내시다니... 너무 재미있잖아요!! 못된 것들 같으니라구. 하핫.
음, 저는 하루키의 손을 들어주겠어요.

blanca 2010-11-04 12:3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런 거예요? 이 둘의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이지 직접 가보고 제가 판결을 내려주고 싶은 심정이라니까요. 한 명은 줄곧 욕을, 다른 한 명은 기가 막히게 칭찬을 해대니 직접 만나 보고 싶을 수밖에요^^;;

... 2010-11-04 13:42   좋아요 0 | URL
로마는 최고예요. 뭐라 말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 곳에서 산다고 가정하면..... 하루키의 말이 옳다고 느껴져요. 무엇보다 전 "로마처럼 나이를 먹고" 싶지는 않네요. 로마대신 들어갈 수 있는 도시/장소가 얼마나 많은데... ^^ 아무튼 재미있었어요, blanca님.

하이드 2010-11-0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뜩 드는 생각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걸까요? 먼북소리를 그리스 로마 여행하면서 읽었어요. 엄살없는 하루키인데 이 책은 좀 어둡죠.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초긍정녀에요. 부러워요. 근데 이번 결혼해도 좋아에 앙코르 여행 나오거든요. 아주 힘든 상황에 여행하는 그녀는 제가.기억하는 앙코르와 다른 모습을 보고 오지요. 책만 독자와 작가가 함께.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도 장소와 여행지가 함께 만들어나가나봐요. 제경우에는 무지.아팠을때 여행했던 터키에 대해 어두운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blanca 2010-11-04 12:37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아 남녀의 차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스 가셔서 그리스인 조르바 얘기 하셨던 것 같은데. 그 때 정말 나도 하이드님처럼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페이퍼 보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나 봐요. 결혼해도 좋아,도 읽어보고 싶어요. 터키. 그렇군요. 맞아요. 그 때 그 심정, 마음과 장소는 묘하게 결합하는 것 같아요. 먼 북소리에는 어울리지 않게 하루키의 엄살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참 의외였어요...

양철나무꾼 2010-11-0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귀여우세요,blanca님~^^
전 하루키는 읽었고,먹.기.사.는 못 읽은 고로...하루키 손을 들어주겠어요.
로마 여행이요?
전지금 에베레스트에 미쳐있어서 말이죠~^^

blanca 2010-11-04 12:37   좋아요 0 | URL
에베레스트라굽쇼?!! 우아. 저 귀여운 건 어떻게 아셨죠? ㅋㅋㅋ 양철나무꾼님의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관심사에 저까지 들썩입니다.

LAYLA 2010-11-0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ㅋㅋㅋ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곳은 어디라도 피곤한 면이 있는거 같아요. ㅋㅋㅋ

blanca 2010-11-04 12:38   좋아요 0 | URL
라일라님, 하루키 손 들어주시면 저 이탈리아 안 가봐도 되는 거예요?^^;; 사실 아주 가보고 싶진 않아요. 저 같이 소심한 인간은 날치기 한 번 당하면 그 자리에서 엎어져서 울지도 몰라요--;;

oren 2010-11-0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로마'에 처음 닿던 날의 감격을 잊지 못한 一人으로서 댓글 하나 남겨봅니다.
* * * * *
내가 로마 땅을 밟게 된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 괴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中에서

"어제 처음 로마에 도착한 사람도 하루만 지나면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로마에 살고 있었던 듯한 얼굴로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들을 맞는 로마 사람들도 그들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다."

"베네치아와 피렌체에도 고대가 그림자를 떨구고는 있지만, 고대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다릅니다."
- 시오노 나나미,《황금빛 로마》 中에서

blanca 2010-11-04 12:40   좋아요 0 | URL
oren님 반갑습니다. 로마는 곳곳에 유적이 있어 건물을 지을 때 땅을 깊이 파지도 못한다면서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꼬옥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서둘러야 겠습니다. 과거가 현재처럼 살아 움직이는 도시로서 로마를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프레이야 2010-11-0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에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는, 그러나 즐거운 페이퍼에요.^^
리즈는 천품이 밝은 여성 같았어요. 때론 우울에 점령당하기도 하지만 극복하는 과정이
책에서 참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타자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 크겠지요.
블랑카님 당장은 저도 어렵고 다음에 우리 가보고 얘기할까요? ㅎㅎ
가보기 전 상상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구요.
그래도 로마라면 오래전 첫사랑을 만나 실망할 일, 뭐 그 비슷한 일은 없을 거 같아요. 하하하.

blanca 2010-11-04 12: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두요 ㅋㅋㅋ 맞아요. 리즈 참 낙천적이죠? 본인은 아니라고 할 지 모르지만 참 건강한 사람인 것 같아요. 한 몇 년이 흐르고 정말 로마기행을 함께 하고 공동 페이퍼를 작성해 볼까요? 떨립니다...

다락방 2010-11-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로마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두 책을 다 읽어본 사람으로서 하루키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싫어하기 때문에 사실 하루키 손을 들긴 했지만, 뭐, 편파적 애정은 누가 어떻게 할 수 없는거니까요. 하핫;;
먼 북소리에서였나, 로마(였나 아니였나) 우체국 가서 우편물 붙이던 에피소드가 엄청 기억에 남아요. 하나의 소포가 무게를 잴때마다 요금이 달라져서 하루키도 신경질 내고, 직원도 결국 여러번 달라진 요금의 평군을 내어 하루키에게 돈을 달라고 했던 일이요. 그게 근데 로마가 맞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네요. 하핫. 갑자기 그 에피소드 생각이. 훗

blanca 2010-11-04 12:4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번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인상적인 대목을 정확하게 기억해 내시는 능력이 놀라워요. 맞아요. 우체국 ㅋㅋㅋ 로마 맞아요. 저는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책 내용이 생각이 안 나는 수준이랍니다.--;;

비로그인 2010-11-0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리즈의 편을 드는군요.
이혼하고, 정신이 너덜거리고, 열중할 뭔가가 필요하고, 그런 여자라면 로마가 아니라 대구라든지 부산, 서울에라도 빠질 겁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결국 하루키 편이로군요.

blanca 2010-11-04 12:44   좋아요 0 | URL
쥬드님! 아아...그래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댓글을 자꾸 되뇌게 되네요. 결국 하루키 편이라는 얘기도.

마녀고양이 2010-11-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먹기사 영화가 워낙 마음에 안 들었기에 무조건 하루키 편.. 이라고 하고 싶다가도
로마의 휴일 오드리를 생각하면, 다시 한번 곰곰히................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물빛이 그리 이쁘다네요.
블랑카님, 우리 남편들 팽개치고 같이 놀러갈까요, 로마? 아하하.
위에 프레이야 언니두 간다 하시네... 큭

blanca 2010-11-04 12:45   좋아요 0 | URL
마고님, 그 영화는 워낙 지루하다는 평이 ㅋㅋㅋ 물빛이요? 그 단어도 참 이쁘네요. 진짜 로마 기행 뜹시다. 가기 전에 오드리 햅번처럼 머리 자르고 가서 꼭 빨라죠 아이스크림 먹을 거에요. 플레어 스커트 입고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11-04 21:05   좋아요 0 | URL
로마계 하나 만들까봐... 아하하.

꿈꾸는섬 2010-11-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블랑카님 저는 로마에도 가보지 못했고 두 책 다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하루키를 좋아하니 하루키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blanca 2010-11-04 12:4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근데 하루키랑 김영하랑 라이프스타일 완전 비슷한 것 같아요. 약간 작품도 그런 것 같고. 와이프들 성격도 그렇고. 신기했어요. 하루키도 좋아하시는군요. 전 담생에는 하루키 같이 살고 싶어요 ㅋㅋ

꿈꾸는섬 2010-11-05 10:12   좋아요 0 | URL
20대때 좋아하던 언니가 광팬이었어요. 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되었죠.
ㅎㅎ김영하랑 하루키랑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군요. 둘 다 좋아하는 작가에요.
하루키 같이 살고 싶다...꼭 그리 되시길...

2010-11-04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06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둘 다 맞겠죠?^^
세상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엘리자베스 길버트처럼 믿고 싶은 마음.

blanca 2010-11-07 16:3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맞아요. 그 양면성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것 같아요. 저도 엘리자베스처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 되고파요.

후애(厚愛) 2010-11-06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랜만에 놀러왔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blanca 2010-11-07 16:35   좋아요 0 | URL
후애님, 환영합니다.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신거죠? 검사를 이번 주말에 받으신다는 것 같았는데...결과가 잘 나와야 할 텐데요...

알로하 2010-11-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북소리는 읽었는데 저는 그리스부분만 기억에 남네요. 먹고 기도하고~도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blanca 2010-11-11 16:13   좋아요 0 | URL
알로하님, 반갑습니다. 먹기사,도 꼬옥 한번 읽어 보세요. 같은 장소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재미있답니다.^^
 

터치폰의 최대 단점은 한 방에 훅간다는 것이다,라고 쓰고 싶었다. '한 방에 훅간다'는 표현을 정말이지 써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예기치 않게 전화를 걸면 안되는 사람(오 년동안 연락 한 번 없었던 사람, 전직장의 상사 같은)의 전화번호에 살짝 집게 손가락이 닿아 그 사람과 수인사를 나누고 되게 말아버리는 상황 같은 것이 생긴다. 통화음이 가기 시작하면 더욱더 정신이 없어져 종료 버튼을 어떻게 활성화시켜야하는 지 같은단순한 매뉴얼도 머얼리 떠나 버린다. 다른 사람이 구경좀 하자고 가져갔다 벌어지는 사단도 꼭 이런 것들이다. 왜 나쁜 예감은 틀리지를 않나. 그 사람은 이리저리 구경하다 또 통화 버튼을 스치고 만다. 이 정도면 가히 미칠 지경이다. 화도 못 내고. 발신음이 두 번 가는 동안 상대의 기지국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고 마음대로 종료시켜 버린다. 설마 부재중 통화가 뜨지는 않았을 거야,라고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알 도리는 없다.  

이래저래 화가 나서 끓여 먹은 라면 세 젓가락에 가열차에 깨서 울어대는 아이 소리. 가까스로 다독여 놓고 나오니 밤 열 시 반에 갑자기 벨 눌러 주시는 택배 기사님. 이 책을 가지고.  괜시리 겁나 양 다리를 쫘악 늘여 여차하면 튈 기세로(아이를 나두고?)  받아들고 제목을 읽으니 더욱더 우울해진다.

김훈도 공지영도 신간을 내고 께작께작 읽는 하루키의 <먼 북소리>도 나쁘지 않은데 갑자기 책이 너무 많고 건성으로 너무 많이 읽었다,는 우울한 자각이 엄습한다. 11월인 게다. 올해도 나는 누구 엄마로 그것도 그다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엄마로 한 해를 보내고 만다.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열심히 정성스럽게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고 싶은데 방법도 방향도 모르겠다. 되지 않을 꿈을 꾸는 일도 피곤하고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손 놓자니 사는 것 같잖고 정작 가장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소소한 재미들도 다 값없게 느껴지고 다만 카푸치노에 계피가루 뿌려 먹는 게 맛있다는 것만 알았고. 포도농사와 사과농사가 풍작이라 맛있다는 것밖에 모르겠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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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0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제 고민을 소소하게 들어주고, 꼭 해야 할 말, 내가 꼭 기다리는 말을 잘 표현해 주는 진중한 사람이요.

새벽 세 시에 전화가 오지 뭡니까. 받아봤더니 어떤 낯선 나라의 지하철 소리가 들렸어요. 아무리 귀를 쫑긋, 해봐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지하철 소리요. 낯선 나라에 삽니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지하철 소리를 감상했어요. 네가 모르는 일 분간,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라고 살짝 이야기하면서요.

새벽 세 시에 깬 잠은 다시 쉽게 들지 않는 법이지요.

blanca 2010-11-03 13:28   좋아요 0 | URL
지하철소리...쥬드님 그 전환 실수가 아닌 표현일 것 같아요. 너 듣고 있지? 나 여기 있어. 널 생각하며...

마녀고양이 2010-11-0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웃느라. 미안.

1. 한방에 훅간다는 표현 너무 잼나죠? 이리저리 쓸 수 있는 정~말 쓸모있는 표현!
2.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샀어요? 나두 사놨는뎅, 아직 못 읽었어요.
지금 충분히 블랑카님 잘 하고 계시는데요, 분홍공주님 아직 어린데, 그 시간을 타서
많은 책들을 읽으시잖아요. 안 그래도 어제 지인과 블랑카님 리뷰는 나이(?)보다 더욱
깊이가 느껴져서 좋다, 그런 글 표현 재능은 타고나야 한다 부럽다.. 이런 얘기했는걸!

오늘 좋은 일 가득 생길거예요!

blanca 2010-11-03 13:30   좋아요 0 | URL
마고님 따라한거잖아요 ㅋㅋ 고마워요. 정말.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프레이야 2010-11-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블랑카님이 무지하게 화가 났군요.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어요.
화를 안 내는 것보다 내는 게 좋대요. 그러나 5분이상 화를 내고 있으면 내탓이라네요.
화를 내고 다스릴 줄 알아라는 말인데 블랑카님은 이런 멋지고 귀여운 글로 이미 잘 다스리고 있네요.
역시 사랑스러운 블랑카님.^^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에게 우리 이렇게 말해주자구요, 정말.
너 그러다 한방에 훅 간다!! ㅎㅎㅎ

근데 왜 이런 글에 추천 세 번 안 눌러지는거얌 ㅋㅋ
화풀리라고 기합 대신 세 번 누르고 싶은데..
아니 이미 풀리신 거죠?^^

blanca 2010-11-03 13:32   좋아요 0 | URL
프야님이 주신. 에너지가 왔어요. 기분이 나아진 이유가 있었군요! 화도 나구 자학도 하고 그랬거든요--;;

like 2010-11-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는 내용 졸업학기 교양 심리학 강의에서 들었는데, 아예 책 한권으로 나오는 군요.(살 날도 줄어가는데 시간마저 빨리 가는것처럼 인식된다며 씁쓸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원인은 잊어버렸네요~)

아직 계피가루 뿌려먹는 카푸치노맛은 잘 모르겠지만,오늘 우유거품 잘내는 비법을 조금 알게됬다는...

blanca 2010-11-03 20:4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강의를 들으셨어요? 카푸치노는 사먹는 카푸치노요^^;; 집에서 핸드드립해 먹다 넘 맛이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사먹고 있어요. like님은 우유거품까지 내실 수 있어요? 우아!

비로그인 2010-11-0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는 매일이 새로운데, 나이가 먹으면 매일이 똑같아서.
그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내가 마치 시계의 톱니, 아니 톱니를 잘 돌아가게 하는 흔해빠진 윤활유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습니다.

blanca님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적당한 온도의 빈 방에, 약간의 먹을거리와 함께 나 홀로 있을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잠시 책등이 다 휘어진 버지니아 울프의 자서전을 손에 들어 봅니다. 좁은 방이지만 방을 거닐고 있는 시간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딱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걸음걸이의 문장들이네요.

일상에서 blanca님의 속도에 맞는 뭔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시길요 ^^

blanca 2010-11-04 12:58   좋아요 0 | URL
아, 바람결님! 저 안그래도 버지니아 울프의 자서전에 관심이 있었어요. 나이가 먹으면 매일이 똑같다 는 말 동감가면서도 참 서글퍼져요. 저는 중년 이후에 더 재미있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너무 큰 꿈일까요? 바람결님, 그럼요. 무언가를 원할 때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그 평범한 여건이 때로는 참 큰 행복이자 사치일 수 있어요. 아이를 낳고 정말 여실히 느꼈답니다...

2010-11-03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1-0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좋아요. 삼년 전쯤 읽고 정말 좋아했던 책입니다.
그런데요, 전 지금 시간이 안가서 미칠 지경이에요. 그러면서 시간 가는 게 또 너무 아까워요.
상대적으로 젊은 내 시간이 가는 게 슬퍼요.

blanca 2010-11-04 13:02   좋아요 0 | URL
쥬드님....저는요. 시간이 안가서 미친다,는 말 너무 슬퍼요. 그 느낌을 알아요. 경우도 달랐지만. 쥬드님 맞아요. 소중하고 이쁜 시간들이 흐르면서 정말 가야 하는 시간은 고여 있는 느낌. 쥬드님을 안아드리고 싶네요....

비로그인 2010-11-05 15:28   좋아요 0 | URL
조금이라도 젊을 때, 일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사랑도 더 하고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이런 일들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다리는 일들은 더디게 드문드문 찾아오죠.
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알아 주시는 블랑카 님. 고마워요. 이런 종류의 의사소통은, 어긋나면 그걸로 끝이고 어긋남의 유무를 바로 알아챌 수 있는데 블랑카 님은 늘 제가 앞뒤를 뭉텅 잘라먹고 말해도 귀신같이 알아내어 주시곤 해요.
 

올해 들어 유달리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시기가 바로 뒤편이 아니라 스무 살 고 언저리를 맴돈다. 올해들어 나의 기억, 누군가의 기억을 덜 신뢰하게 되었다. 유년시절의 참혹한 기억을 되뇌는 그녀에게 나는 그 기억이 한층 비극적인 것으로 윤색됐을 수도 있다고 정말 그런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올해들어 나는 고유 명사에서 번번히 미끄러진다. 어떤 얘기를 누군가에게 아주 그럴 듯하게 해주고 싶은데 고유 명사 부분에서 자꾸 주춤추줌하며 스타일을 구기게 되었다.  

그.리.고. 삶에서 기억이 차지하는 그 커다란 비실재적인 공간의 허무함과 집착에 놀라게 되었다. 나는 결국 지금 이곳에 만질 수 없는 것들이 허룩하게 뭉쳐진 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은 삶 그자체를 불신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죽음 앞에서 우리는 기억만을 남긴다. 다 헛것이었어. 결국 삶은 기억의 덩어리, 추억으로 마침표를 찍고 마는 거야.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의 이 얇은 책은 기억의 그 매혹적인 오류와 부푼 부피감을 적시한다. 사례 중심의 평이한 문장들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의문을 가지고 있던 스무 살 언저리의 그 기억의 돌연한 귀환에 대한 현상이 나만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노년으로 갈수록 그들의 청춘 언저리의 기억들이 득달같이 뒤쫓아 오는 망각의 역현상에 대한 얘기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또렷해지는 기억들은 그 근처에 머무는 것들이 아니라 더 먼 곳 아득한 곳에서 미숙함, 열정, 아쉬움 등으로 둘러싸인 채 도사리고 있던 이십 대의 그것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은 채 그저 그 시기가 가장 기억하기 위한 최적의 메커니즘을 지닌 시기여서일 것이라는 추정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지금은 떠올리지 못하는 스무 살의 기억들이 여든이 넘어 되돌아 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묘한 기대감을 갖게도 한다.  

강남역 타워레코드 앞에서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달려갔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첫사랑의 가능성은 인광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뚜욱뚝 끊기고 만다. 닭갈비를 먹으러 가서 어색하게 서로 웃었던 것도 같다. 그 공백은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듯 나의 주름 사이로 다시 차오를지도 모른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타워레코드에서 뒤편의 닭갈비집으로 가면서 나누었을 그렇고 그런 호구조사나 안부교환의 사연을 기억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추억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두 극 사이의 접촉을 의미한다. <중략> 추억은 불러냄으로써 변화한다.  
   

 

누군가를 호명함으로써 우리는 그를 내 안에서 불러낸다. 정말 진짜 온전한 그를 그대로 내 앞으로 걸어오게 하는 대신 내가 이미지화하고 이상화하고 상상해 낸 나만의 그를 불러 세운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하고 그래서 끝나고야 만다.  

이 책에서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노년이 가장 적은 기억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역설을 끄집어 낸다. 노인들은 자신의 중년 이후의 삶을 복기하는 대신 어리고 여렸던 그래서 끊임없이 넘어졌던 시간들을 움켜쥐려고 한다. 자서전 분량의 비대칭은 청춘 시기에서 비롯된다. 이 역설은 대체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우리는 청춘을 상찬하고 상품화하는 메커니즘이 이러한 기억의 역설과 기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아연해지고 만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서 이렇게 된 것일까?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 나 대신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지 전혀 몰랐던 어리숙한 나의 귀환을 나는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종착역이라는 것을 알 때 돌연 방향을 틀어 다리를 절뚝거리며 한참이나 걸어 강남역으로 가는 모습은 서글프고도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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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3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쏭달쏭.

물음표와 마침표.
네. blanca님 딱 저는 그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만을 떠올릴 수밖에(그 선까지 밖에 나갈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가 봐요.

blanca 2010-10-31 21:54   좋아요 0 | URL
제 해석이 맞다면 사이라는 건 항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곳이기도 하잖아요. 바람결님이 계신 곳이 가고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철나무꾼 2010-10-3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밌는게요~
남자들은 노인이 되면 김영감,이영감...이렇게 부르는데,
여자들은 영자야,순이야...이렇게 이름을 부르잖아요.

추억을 끄집어 내게 되는 글,잘 읽고 갑니다~^^

blanca 2010-10-31 21:5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저는 벌써 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좀 드물게 만나게 됩니다. 누구 엄마로 불리게 되구요. 노인이 되면 다시 제 이름이 돌아오는 건가요....

2010-10-31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은 그래서 참 좋아...
내 거 잖아요.
형편없던 나에 대한 추억은 망각하고,
아름다운 추억은 더욱 아름답게, 그는 더욱 왕자답게, 그렇게 윤색할 수 있잖아요.

믿지못할 기억이지만, 기억 왜곡이 가능한 점은 어쩌면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blanca 2010-11-03 20:46   좋아요 0 | URL
마고님, 그렇죠? 기냥 맘대로 기억하고 다 좋았다궁 그랬다고 나한테 얘기할래요....신이 주신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말.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지음, 류현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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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든 후천적인 노력에서라고 주장하든 선택받은 소수의 얘기는 언제나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서사가 된다. 우리는 그럴 법한 얘기보다는 그랬던 얘기에 허풍을 곁들였을 때 흔히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미 완결된 얘기의 내밀한 속내를 들추어 내는 그 은밀한 즐거움과 누군가의 삶을 편하게 앉아 조망하고 판단하는 그 권력의 맛은 평전과 자서전의 식지 않는 인기의 한 대목을 설명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은 사실 모든 흥행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배우였던 부모님, 처절할 정도의 빈곤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희극배우로서 무성영화시대의 아이콘으로까지 부상한 드라마틱한 성공의 여정, 네 번의 결혼, 공산주의자로 몰려 끝내 할리우드에서 추방되다시피한 이력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막힌 삶의 굴곡들이 그의 입에서 더없이 무감하고 건조하게 뚜욱뚝 단속적으로 끊어져 나온다. 그 어떤 과장도 해명도 덧댐도 없이 그저 있었던 사실들을 성실하게 나열하고 갑자기 다른 기억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런 정직한 면면이 사실 이 자서전의 한계점이기도 하고 매력이기도 하다. 융이 살아 생전에 출판되면 자신의 삶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자서전이 나올 수 없다고 했던 얘기가 사실 찰리 앞에서는 조금 김 빠지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투박하고 정직하고 꾸밈없는 자서전은 낯선 만큼 독특한 이끌림을 가지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산 지 4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다 못 읽었고 가끔 꺼내 펼쳐보지만 이내 덮게 된다는 고백을 우리는 쉽게 친구에게 할 수는 있지만 자서전을 쓸 위치가 되어 자신의 삶을 윤색하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솔직하게 얘기하게 되긴 쉽지 않다. 찰리 채플린의 이런 고백들은 군데군데 불쑥불쑥 튀어 나와 듣는 이를 난감하게도 하고 또 안도하게도 한다. 이 자서전은 위대한 사람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희극영화를 미치듯이 사랑했던 영화인의 솔직담백한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담에 더 가깝다. 뭉툭한 그 끝이 예리하지 않아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한 셈이다. 

그가 정치적인 배우로 인식되다시피 한 것도 그가 구태여 정치 현장에 대한 심오한 의식과 강렬한 투쟁 의지를 가졌기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결과론적인 우연에 더욱 가깝다. 사실 스스로가 영국인으로서의 긍지 같은 것도 갖고 있지 않고 애국심이라는 것 자체도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단지 그는 전체주의에 대한 당연한 알레르기를 솔직하게 고백했을 뿐이다. 그러나 단순하고 당연한 모습이 쉽게 용인되는 사회는 언제나 조금씩 먼 발치로 밀려 나가기 마련이라 그의 이런 모습은 수시로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전체주의를 거부하는 것이 바로 공산주의에의 동조로 치부되는 그 뻔하고 치졸한 색깔입히기는 그 시대에도 횡행했다. 어느 순간 그는 갑자기 정치적인 배우가 되어 있었다. 

헐리우드에서 영국 국적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은 그 시절에도 끊임없이 안티를 양산했나 보다. 결국 찰리 채플린은 미국을 부랴부랴 떠나 스위스에서 여생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 스무 살이 넘게 차이나는 유진 오닐의 딸 우나와 재혼하여 다복한 가정을 이루어 안정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게 되는 그의 모습으로 자서전은 대미를 장식한다. 찰리 채플린이 할리우드에서 추방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선입견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가 행복하다고 되뇌는 대목도 사실 그가 희극배우로서 눈부신 성공을 구가했던 나날들이 아니라 바로 이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의 궤적들을 되짚어 오면서 결국 '사랑'을 얘기한다. 칼 융이 하나의 화두처럼 희미하게 던지고 간 바로 그 사랑이 이 위대한 영화인의 목소리로 다시 재생되는 묘한 우연의 일치가 신기했다. 자신의 인생은 하나의 투쟁이었다고 평가하며 그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바로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를 만난 것이라고 고백한다.  

구질구질한 다락방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집에 놀러갔다 돌아온 소년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따뜻한 점심밥 대신 "너의 엄마 미쳤대!"라는 말이었다. 영양실조로 반쯤 정신이 나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연탄재를 나눠준 엄마 앞에서 울먹이던 아이는 그럼에도 삶의 황혼기에 서서 인생의 아름다운 의미와 사랑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래서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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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0-2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별이 세개인 것을 보니 그 재미가 채플린의 재미가 아니라 블랑카님의 글맛 때문인가봅니다?

blanca 2010-10-28 21:01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제가 요새 책에 집중이 좀 안되어서 제대로 못 읽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자꾸 각종 사념이 들어서, 큰일입니다.

2010-10-28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8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10-2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세 개 밖에 안 되네요.
오래 전에 그의 전기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전기 영화는 잘 만들어 봤자 본전치기라고는 하지만
전 그 영화 나름 재밌게 봤어요. 지금은 별로 기억엔 그다지 남아 있는 게 없지만...ㅜ
이거 대따 두꺼운 책인데 완독했네요. 축하해요!^^

blanca 2010-10-28 21:0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대따 두꺼운 책 읽었으니 칭찬받아도 되는 거죠? ^^ 전기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이제 두꺼운 책은 안읽을랍니다.^^;; 삼백 페이지 이하인지 확인하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0-10-2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멋진데, 별셋이라...
음,, 가로로 인쇄된 이상한 책을 읽은 영향일까요, 아니면 책 자체가 그냥그냥했나요?
나는 자서전이라면 홀랑 넘어가기 때문에, 무지하게 궁금해여.

blanca 2010-10-28 21:04   좋아요 0 | URL
ㅋㅋ 마고님, 이 자서전 리뷰들 보면 극찬 일색이에요. 제가 오독했을 수도 있는데 재미가 좀--;; 표지를 뒤집어 읽어서 그런 걸까요?

마녀고양이 2010-10-28 21:45   좋아요 0 | URL
음,, 추후 제가 읽어보고 판단해서 말씀드릴게요.
만일 제가 좋다하면, 제대로 된 책으로 다시 읽으셔여... 크크크.

양철나무꾼 2010-10-2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반품하세요~
읽으신 연후니까,제대로 된 책으로 가지고 계셔야죠~^^

전 책이 어떻든,찰리 채플린을 아주 애정해서 말이죠.

blanca 2010-10-29 15:4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ㅋㅋㅋ 비밀글로 하셨어야 그렇게 하죠 ㅋㅋㅋ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시는군요. 이 책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나름대로의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꽂아두기로 했어요. 할머니가 되어 이 거꾸로 된 책을 보면 기분이 묘해질 것 같아요..

2010-10-29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9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