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라지기 위해 탄생한 나라?
장 피엘 지음, 한정석 옮김 / 자인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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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당하는 것은 그리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것이 진보적 발전과 희망을 위한 것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겠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한국, 사라지기 위해 탄생한 나라'는 외국인 기자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을 낯낯히 파헤치고 비판한다. 물론 우리 일반인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끈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사안들이지만 개선이 잘 안되는 부분들이다. 워낙 문제가 복잡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리 쉽게 변화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비판은 현상만을 다루고 있지 그 이상의 문제에 대한 분석이 매우 부족하다. 취재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상이다. 비유하자면 사진만 찍고, 인터뷰만을 다루는 식이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처럼 문제의 본질에 심도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다루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니... 다큐멘터리처럼 현상자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강한 메세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처럼 책의 무게는 가볍다. 서양인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려는 인상도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규장각 도서 반환에 대한 시각은 철저하게 프랑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거부감도 든다.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하고 약소국의 문화재를 약탈을 한 과거의 역사를 교묘히 감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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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프로그래밍 - 컴퓨터 프로그래밍 미학 오디세이
임백준 지음 / 한빛미디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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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프로그래밍' 중에서 무게를 둔다면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전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일 것이고, 후자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사람일 것이다. IT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으로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물론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은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심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려는 노력과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데에 있다. 일에 대한 욕망과 열정보다는 외피의 화려함이 인간에게는 더 매력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말하는 프로그래머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통할 수 없을 것 같다. 비트의 세계, 그 세계와 끈임없이 대화하며 창조물(소프트웨어)을 만들어가는 창조주의 기쁨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밤새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설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을 보게되면 저자의 약력부터 보게 된다. 이 사람은 이 분야에서 무엇을 하였는가? 얼마나 많은 경험과 노력을 하였는가? 과연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함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현재는 벨 연구소가 있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부럽다. 그의 이력에 대한 부러움도 크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부럽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커피로 알고리즘을 만든다'. 프로그래머들의 고뇌와 일에 대한 열정이 숨어 있는 문장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듯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철학만을 얘기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많다. 프로그램 언어의 역사, 암호학, 이런 저런 알고리즘, 해킹, 기념비적인 사건들이 아침에 마시기 좋은 카페오레,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진한 에소프레소 등 커피의 특성에 비유하여 내용을 적절히 구성하였다. 그만큼 전산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중을 대상으로 집필한 편안한 책이다.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알고리즘 퀴즈들도 있는데, 이것들은 프로그래밍의 기초는 알고 있어야 하지만 풀지 않아도 무방하다. 엔지니어가 쓴 책이라서 글이 딱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장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용과 기사의 퀴즈 대결로 알고리즘을 설명한다던가(기사는 '정보처리기사'라서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 무협지의 일부분을 가져와서 프로그래머의 내공과 외공을 설명하는 등 필치에 유연함과 재치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것이 에세이인가, 입문서인가 정체가 불명확하지만, 에필로그는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있게 장식한거 같다.

['등산 안내서, 여행가이드북, 컴퓨터 매뉴얼을 쓰는 저자들이 단지 그런 책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설가나 철학자들보다 폄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중략)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세상과 공유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창조적 노동을 하는 프로그래머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면 세상이 따뜻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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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양장본)
법정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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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은 어떻게 채울 것이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기 위하여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법정 스님이 제시한 삶에 대한 철학은 간단하다. 나를 다스리고, 자연과 동화되면 세상이 달라진다. 타성, 물질, 인습, 권위, 욕구같은 일찍이 나를 얽매이게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면 한없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진리이지만, 정말 어렵고 힘든 길이다. 구도자의 삶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평화보다는 자신과의 끝없는 전쟁터가 있다.

'고이면 썩고, 비워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흐르는 물은 항상 그 청정을 유지한다. 우리의 인생도 어제와 다른 오늘은 청정하게 하고 활기차게 한다. 인간의 마음과 정신 또한 자유로워지고 트이게 된다. '말보다 뜻을 따르라.' 이제는 그 뜻을 따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과 증오, 독선과 물욕의 벽을 넘어 인생의 과정을 아름답게 완성해 나가야겠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법계가 청
정해진다'는 교훈으로 나를 지탱하여...

인용: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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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의 천국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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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느낌은 이렇게 출판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뻣뻣한 겉표지와 부드러운 종이질이 주는 고급스러움이었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지만, 그만큼 이정도 분량의 책수준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작용한다. 그러나 굵직한 폰트와 넓은 여백, 짧은 분량, 쉬운 문체로 읽는 속도를 낼수 있어서 좋았다. 출간될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는 가슴에 오래 남을 만한 것들이었다. 설령 그것이 진부한 주제일지라도 포장하여 담아내는 작가의 역량, 받아들이는 자의 태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것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에디의 천국>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천국에 대한 이미지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하여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에디의 천국>에서 보여지는 천국이 낯설게 느껴진다. 죽어서 간 곳에서 5명을 만나고 그들을 통하여 삶을 진정으로 통찰하는 과정, 그것이 천국이었다. 무작정, 되는 대로 살아가는 듯 하지만, 그것에는 모두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과의 인연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각자의 삶에 연관되어 있고, 서로의 희생과 사랑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 삶인 것이다. 죄, 오해와 갈등을 용서와 화해로 모두 털어버리는 마지막 과정은 마치 불교와 힌두교에서 말하는 업과 죄를 씻어내는 과정과도 비슷해 보인다.

'악연은 한 하늘 아래 살면서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 것. 결국 인연과 악연의 그 무서운 갈림길은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시인 이원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처럼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깨닫고 삶을 통찰하여 진정한 나의 것으로 만든다면 '미리쓰는 유서'에 이렇게 적을 수 있으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귀천>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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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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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다 해서 웃고 없다 해서 우는 사람, 한가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유한한 삶이기 때문에 진실로 풍요롭고 알찬 삶을 갈구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것에는 대부분 어려워 한다. 방법도 모르거니와 환경과 인습의 굴레에 굴복하여 자신에게 무책임해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일을 의무로 여기고, 일 이외의 시간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인생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몰입을 함으로써 발견할 수 있는 진정한 삶의 의미, 행복에 대해서 썼고 그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내면에서 외면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보다 외부의 변화에 주목하고,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창조적 여가활용을 하게 된다. 그것에 몰입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잊고, 보람, 긍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아닌 친구, 이웃, 타인과의 관계를 통하여 그리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속에서 얻은 경험들이 인생을 완성하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비교하고, 다른 학문, 철학, 과학이론들을 끌여들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마무리 한다.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변화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의미있는 것이고, 행복은 자신을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달린 것이다. 인도나 불교의 참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의 작은 발견과 노력, 변화만으로 가치있는 인생을 만들어 가는데 있다. 그것이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역시나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자기개발서들의 결론인 것 같다.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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