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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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고유한 것이지만, 때로는 공유하기도 한다. 이해의 단계로 들어서면 사랑이 되기도 하고 연민을 가지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가 각자의 언어만으로 서로를 증오하듯이, 몰이해는 아픔과 상처만을 남긴다. 신경숙은 여자에 대한 사랑을 불륜의 창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여자의 언어로 불륜을....

그녀가 열어놓은 세상에 다가서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의 틀이 산산히 부서지는 환희를 느끼게 된다. 아름답다. 그래서 아프구나.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그녀의 아픔이 내뿜는 고통의 향이 진동을 하구나. '나.....나처럼은.....되지 마.' 그래도 그 여자를 닮고 싶었던 그러나 자신을 찾으려 하는 주인공의 번뇌는 신경숙 문학의 백미라 하고싶다. 신경숙이 쓴 책을 처음 읽어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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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
막스 뮐러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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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기억속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망각의 그늘도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을 가진다. 그윽한 안개 속을 걷는 듯, 파스텔톤의 동화를 그려내 듯 회상에 잠기면 마음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막스 뮐러의 유일한 소설 '독일인의 사랑'은 이런 느낌을 갖게 한다.

일반적인 소설의 기법이 거의 없으면서도, 섬세하면서도 낭만적인 문체로 잔잔한 여운과 감동이 넘치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나는 너희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지만, 언제이고 내가 너희를 떠나더라도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래. 그래서 너희들 모두에게 반지를 하나씩 가져왔어. 지금은 이것을 너희들 검지손가락에 끼워 두렴. 그리고 너희들이 자라면 그 반지를 차례로 옮겨 끼는 거야. 나중에는 새끼 손가락에밖에는 맞지 않게 되겠지만 -. 그렇지만 평생동안 이 반지를 끼는 거야, 응?', '이 반지를 내게 선사하고 싶으면 그냥 네가 갖고 있어. 너의 것은 곧 내 것이니까.'....

이유가 필요없는 사랑, 타산이 없는 사랑, 소유의 경계가 없는 사랑. 나의 것이 네 것이 되고, 너의 것이 내 것이 되는 사랑은 불멸이란 존재로 남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름답다. 그래서 소설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반지는 아주 오래된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미 오래 전에 써 놓은 그녀의 필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 내가 그녀한테 했던말이었다. 당신의 것은 나의 것입니다. 당신의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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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금학도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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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인물에 강한 개성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였을 것이다.(엑스트라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면에서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이야기 흐름은 탄탄한 편이다. 그런데 좁게 보면 상당히 산만하다. 난 이외수라는 작가 모른다. 신비적이고, 동양적이라는 얘기 정도만 들어보고 읽어서인지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졌다. 이것을 이작가의 개성이라고 부른다면 할말은 없다.

예를들어 한참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프레온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친절하게' 프레온이란 무엇이다라고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신문, 방송을 유심히 봤는지 그 시대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필요이상으로 길게 설명한다. 소설인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가령 백화점에는 많은 물건이 있다. 이정도면 충분한데, 백화점에 신발이 있다. 신발 옆에 가방이 있다. 신발 옆에 가방이 있고, 가방 옆에 모자가 있다라는 식의 전개(마치 어린이들이 숙제분량을 늘리기 위해 말을 늘리듯) 또한 어수선하게 만든다. 단어의 나열도 압권이다. 정신적 가치나 우주의 진리, 행복, 인간의 삶에 대한 작가의 고찰은 읽는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데 너무 의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읽다보면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들도 보이긴 한다. 유아적 발상부터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한 초월적인 사상까지 럭비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튄다. 저자가 기인이라는데, 그런거 같다. 작가의 문체 또한 인상깊다. 짧고 딱딱 끊어지는 문장들은 꽹과리 같다고 해야하나... ~이었다. ~했다. ~였다, ~었다. ~했다. 등등

이작가의 사상, 동양적인 신비주의에 흥미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은 그리 없다. 중간에 심은하가 나와서 황당했다.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이상과 현실 너무 식상한 이분법적인 구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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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쓴 성이야기
이재경.이경미 지음 / 지성사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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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나 미혼여성이 아닌 남성인 내가 읽어서 그런가 너무 싱겁다. 성의학지식을 독학한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났나보다. 성에 관한 아줌마의 담론들이 주내용인데, 솔직히 말해서 여성잡지에 올라와 있는 수준의 글들이다.

단순한 흥미거리로도 만족하기가 좀 부족한 내용들이다. 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잘못된 의학정보도 있고. 솔직한 내용들이라기 보단 여기저기서 긁어온 내용들 같다. 하긴 주부들을 위해 썼다고 하니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썼겠지만, 거의 상식수준에 머물고 있다. 흔한 여성잡지와의 차별성이 전혀없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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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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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집필했다고 하는데, 경제학적 사고란? 모르겠다. 높은 산 위에서 강과 들녘을 바라본 느낌만 든다. 강은 그렇게 흐르고, 바람은 그렇게 불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먼 시선으로 그러나 피부에 와닿는 설명으로 담아낸다. 자연의 진리를 알지 못해도 추상적으로 느낄 수 있듯이, '비과학적인 경제학'을 '글쟁이'다운 글귀로 시원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유시민'이라는 네임벨류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경제학적인 시선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한껏 던져준다. 즐거운 내용은 없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책안에 나를 가두게 한다. 경제학자들을 향해 조롱을 한참 하다가도 측은하다는듯이 다독여주는 다정함(?)은 가끔씩 나를 웃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등생명체와 너무도 흡사한 것 같다.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완벽한 제도는 없고,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인간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건 바로 '생존 본능의 힘'이 아닐까. 사회와 경제, 그리고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투쟁. 우리 모두가 경제 주체이기에 나는 이 책을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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