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뭇 생명들을 대신하는 탄원은 윌슨 특유의 사려깊음이 곁들여져 깊은 울림으로 연결된다. 독설도 마다 않는다. "사람이 점령한 에덴은 도살장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고 "논쟁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이제는 경제주의자와 환경주의자가 의기투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책을 채운다. 인류는 지구 환경의 '탕아 소유주'가 아니라 '성실한 관리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 지적이며, 놀라운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책 앞에 누가 감히 "노!"할 수 있겠는지….
배영대 기자
2004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과 본격미스터리상 대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 그해 말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 미스터리 부문을 대부분 석권한 인기작이다. 방금 사정을 하고 늘어진 한 남자의 질펀한 입담으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독자를 사로잡고는 곧바로 긴장감 넘치는 추리 세계로 이끌어간다.
중국 당나라 때 신화와 도교를 바탕으로 원숭이 아내, 신선, 협객, 귀신이 등장해 기이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서사를 펼친 ‘배형전기’를 옮겼다.
영국 개방대학 물리학과 교수 출신인 스티븐 웹의 ‘…모두 어디 있지?’는 과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SF 작가 등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찾아가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은 “모두 어디 있지?”라는 질문에 대해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풀이를 크게 세 범주로 정리한다.
첫번째가 외계인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주장이다. 영국의 거석 유적 스톤헨지, 남태평양 이스트섬의 거상을 우주인이 세웠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외계인이 존재는 하지만 아직 우리와 의사 소통이 안 된다는 부류이고, 세번째는 외계인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난해한 개념이나 독자를 가르치려는 작가의 욕망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불과 몇 문단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들은 무지개 송어처럼 꿈틀대면서 손에 잡혔다가 곧 미끄러져 나간다. 우리가 성인이 되면서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그곳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린 왕자>의 사막여우같이 한두 가지의 교훈을 전하려 하거나 <루바이야트>의 늙은 현자처럼 당신을 달콤한 허무로 초대하지 않는다. 그가 현대문명의 위기를 그렸다거나 환경생태문학의 선구자라거나 하는 얘기도 그냥 거창하게만 들린다. 그는 몇 가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나지막이 들려줄 뿐이다.
그는 1984년 49살의 나이에 자살했다. 얼굴이 날아간 그의 시신은 몇 주가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그의 몸 옆에는 술병과 44구경 총이 놓여 있었다. 집의 벽과 문, 천장에는 수백 개의 총알구멍이 나 있었다. 그때 미국의 대통령은 레이건이었다. 카프카의 말처럼 미국인은 너무 건전하고 낙천적이었다. 남들이 다 좋다는 시절에 그는 미국이 잃어버린 송어를 낚으러 일찍 떠났다.
이 책의 번역본은 1987년 한 문예지의 부록으로 처음 나왔다. 서울대 김성곤 교수의 번역은 훌륭하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절대 이 초판본을 그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절판되어서 중고서점에서도 찾기 힘든 이 책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근 역사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는 강의로 엮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역사학자와, 인문학적 깊이가 담긴 만화를 꿈꾸던 젊은 만화가”가 만나 만들어낸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앨피 펴냄)에 따르면 류근일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봉건적 자유주의자”에 불과하다. 그의 행적은 ‘과대포장된 순수 청년의 텍스트 놀음’이었고 ‘노블리스 오무라이스(?)’였으며 ‘김일성주의 비판에서 알리바이 찾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한국 노동운동사에 전설을 남긴 안쓰런 ‘생계형 전향자’ 김문수와 함께 엮어놓은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 인물 22명. ‘북으로 간 사람들’에는 박헌영, 홍명희, 그리고 문익환, 임수경이 등장한다. 김주열과 전태일, 박종철은 ‘변혁의 불씨들’로 묶었고 김종필과 이기붕은 ‘절대권력의 2인자 되기’로, 김용무, 이인, 오제도, 선우종원은 ‘절대권력의 조력자 되기’로 엮었다. 신군부 ‘전·노’에 대한 경멸에는 거침이 없다.
때로 너무 튄다 싶을 정도로 익살과 재치, 풍자와 야유가 범람하는 독특한 글쓰기는 어쨌든 읽는 재미를 주며 설정한 주제에도 충실하다. 과감한 생략과 단순화로 역사를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뒤로 읽어갈수록 해소된다. 그만큼 독특한 감식안과 나름의 진지성, 방대한 텍스트를 소화해낸 성실성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