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학한지 겨우 2주만에 몸상태가 장난 아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으나(그렇다고 특별히 멀쩡해보이는 부분도 없다) 체력이 완전 바닥난 기분.
하루종일 피곤하고 저녁이면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약먹은지 오래됐다.
40대 들어서면서 달라진 점.
원래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다 부모님 덕이다.
그런데 40대가 되기 전에 부모님께 받은 체력을 다 써버린 듯싶다.
이렇게 힘들줄 알았으면 아껴쓸걸.... ㅠ.ㅠ
결국 지금은 약으로라도 없는 체력을 만들어줘야 할듯...
그나마 약으로 만들어지는것도 다행일테고, 언젠가는 그걸로도 안되어 남은 뼈마디를 다 갉아먹고 살아야 할때도 올 터인즉, 지금이라도 아껴써야지....  

아! 근데 이렇게 내가 체력을 만들어서 하고 싶은게 뭘까?
그러고보니 지금 못하고 있는게 책읽기와 서재놀이구나....
그니까 결국 서재에서 놀려고 체력을 만드는거지? 음......

2.
인문도서 서평단 활동 중이다.
처음엔 재밌었다.
생각보다 책이 자주 많이 왔다.
빨빨한 신간을 공짜로 받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미리 알았어야 했다.
그것이 족쇄가 될 것임을....
때로는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이 보고 싶을때도 있을 것이며,
여행서를 보며 다른 시공으로 훌쩍 날아가고 싶을때도 있는것이 나라는 인간인데....
서평단도서는 이제 기쁨이 아니라 무거운 짐덩어리로 변하고 있다.
(아! 오해마시라, 서평단 책이 싫다는게 아니라 내 독서경향이 늘 미친년 널뛰듯하는게 문제라는거다. 지금은 소설이 확 땡기고 있는 중.....)
일단 다음번에는 절대로 서평단 신청안해로 마음을 굳혔으나 아직 남은 일정과 남은 책들이 문제로구나.....  

3.
소설 땡긴다는 얘기 했지?
요즘 그나마 읽은 책이 두권인데  정말 반하고야 말았다. 

 알라디너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듯...
새벽 세시.... 는 아프님 서재에서 서평 읽고(아프님도 여러분의 추천을 받고 읽은듯했고)
새들은 페루에..는 휘모리님 서재에서 만났다. 

물론 책 제목과 명성이야 그 전에도 익히 들었지만 역시 나랑 독서취향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급 읽고싶어지는 법인가보다. 

기대보다 훨씬, 아니 홀딱 반할만큼 좋다.  새벽 세시...는 후속편이 나왔으니 다음 번 주문에 넣을테고, 새들은 페루...는 한동안은 로맹가리의 다른 책들을 찾아볼 듯하다.
폴 오스터 이후 어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볼 생각에 이렇게 맘 설레보기는 처음인듯... 

4.
새로 나온 책들이 또 맘을 설레게 한다.

  

 

 

 

 

 

 

  김연수의 신작이 나왔고
돌베개에서는 오랫만에 <테마한국문화사>가 나왔는데 <불화>편이다. 아! 이 시리즈는 정말 두고 두고 좋은 시리즈다. 

실천문학사에서도 새로 박헌영평전이 나왔다.
안재성씨는 이제 아예 이쪽 계열의 사람들 평전으로 방향을 잡은 듯한데 한편으로는 익숙해져서 읽기 편한면도 있고 안재성씨의 성실한 노력도 높이 살만하다.
그래도 좀 다른 관점 다른 해석을 만나고 싶기도 한데 이쪽으로 글을 써줄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한정돼 있다는 느낌이다. 

아 그리고 이주헌씨
뭐 그냥 새책 나오면 무조건 자동으로 사니까.... ^^ 

5.
다음 주 부터는 서서히 바빠질 듯...
아마도 10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가 피크일듯하다.
목표라야 집으로 일 가져가지 않기!
그래서 집에서는 서재놀이랑 책읽기하고 싶다는 것 정도....
아 근데 지금 상태로는 이것도 쉽지 않네...
퇴근하고 집에가서 애들 딱 재우고 나면 그대로 퍼져서 자거나 아니면 멍한 상태로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날들... 역시 빨리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 오늘의 결론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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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9-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보약 드신다더니, 아직인가봐요. 같이 체력 비축해서 서재질(혹은 놀이) 열심히 해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 저도 무척 보고 싶던데요.

바람돌이 2009-09-11 14:01   좋아요 0 | URL
언제였지?? 그 때 아마 그러다 좀 괜찮아져서 또 말았을거예요. ㅠ.ㅠ
지금은 낮에도 견디기가 좀 힘들어지네요. 뭐든 먹고 힘내서 열심히 놀아야죠. ^^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사인본 받고 싶었는데 아차 하는 순간 지나가버렸더라구요. 예전에 <밤은 노래한다>사인본 받았는데 김연수씨 사인 멋졌거든요.^^

마냐 2009-09-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 와중에 새들은 페루...결국 읽어봐야 할란가....라는

바람돌이 2009-09-11 14:03   좋아요 0 | URL
거의 하루에 한 두편정도 읽었어요. 너무 좋아서 진짜 빨리 읽고 싶었는데 몸이 안따라줬다는.... ^^ 솔직히 저는 표제작인 새들은 페루에서는 조금 아니었고 나머지는 거의 다 좋았습니다. ^^(첫 작품 읽고 잠시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는.... )

라주미힌 2009-09-1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그래도 뭐 왕성하게 읽으시네요 ^^;

바람돌이 2009-09-11 14:04   좋아요 0 | URL
겨우 2권인데요. 그것도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책장 아주 잘 넘어가요. ^^

BRINY 2009-09-1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학하고 2주간 허덕이다가 이번 주에 좀 나아요. 모레는 얼마만에 쉬는 놀토인지요!!! 방학중에 글쎄 보충수업을 놀토없이 했거든요. 바람돌이님도 이번 주말은 집에서 푸욱 쉬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바람돌이 2009-09-11 14:05   좋아요 0 | URL
내일이네요. 그놈의 놀토가... 전 이번 놀토는 친정어머님 칠순이 끼어있어 가족여행이 계획돼 있어요. 별로 쉬는거하고는.... ^^;;
방학을 제대로 보내야 몸도 회복되고 아이들도 예뻐보이고 하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저도 이번 방학에 그놈의 방과후 수업 한다고 바빴네요. ㅠ.ㅠ

hnine 2009-09-1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삼은 어떠세요?
전 언젠가 제 나이 말하면서 아직 창창한 나이죠~ 라고 덧붙이고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린 적이 있어요. 웃지 말았어야 하는데 ^^

바람돌이 2009-09-11 14:07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지금 홍삼 신청해놨어요. 한의원에서 시켜먹는 비싼 보약보다 전 홍삼이 딱 맞더라구요. 저희집 식구가 다 그래요. 요즘 평균연령을 생각하면 창창한 나이 맞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그쵸?? ^^;;

울보 2009-09-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잘챙기세요,,
누가 안 챙겨주면 스스로 챙기셔야 해요,
맛난것 많이 드시고, 전 집에만 있는데도 그러데,,ㅎㅎ

바람돌이 2009-09-11 14:07   좋아요 0 | URL
맛난건 알아서 잘 먹습니다. 제가 워낙에 먹는걸 좋아하잖아요. ^^
근데 그냥 3끼 챙겨먹는걸로 해결안되는게 있네요. 나이 말예요. ^^

조선인 2009-09-1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테마한국문화사, 며칠전 교보문고 책꽂이 앞에서 삐죽삐죽 만지작거리며 시간만 끌다가 눈물을 머금으며 돌아섰는데, 여기서 다시 보니 자동으로 보관함에... ㅠ.ㅠ

바람돌이 2009-09-11 14:08   좋아요 0 | URL
테마한국문화사 책 참 좋죠? 비싸긴 하지만 책을 보면 그정도 값은 한다 싶고, 또 이런 책 팔리지도 않을건데 만들어주는 출판사가 고마워서 열심히 삽니다. ^^ 근데 이번 불화편은 특히 비싸더라구요. ㅠ.ㅠ

하늘바람 2009-09-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빨리 만드셔야겠어요. 엄마가 아프니 집이 잘 안돌아가더이다.

바람돌이 2009-09-11 14:09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가끔은 엄마 너무 피곤해서 좀 잘게하면 우리 애들은 이제 그냥 알았어 하면서 지들끼리 노네요. 집이 엉망이 돼서 그렇지.... ^^

꿈꾸는섬 2009-09-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서른 중반인데도 매해 약을 먹어요. 약 먹으면 정말 기운이 솟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 약 드시고 얼른 원기회복하셔요.^^

바람돌이 2009-09-12 00:58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오늘 홍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좀 먹으면 나아지겠죠. ^^

치유 2009-09-12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 보며 홍삼 권해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주문하셨군요..^^_
저도 집에 쌓여서 안 읽혀지는 책보다 맘에 들어 빨리보고 싶은 책이 젤 좋은것 같아여.변덕이 심해지지만 .물론 욕심 만땅이지만요;;
빨리 회복하셔서 아이들 재우고 느긋한 시간도 갖게 되시길.

바람돌이 2009-09-14 10:45   좋아요 0 | URL
배꽃님 네 주문했어요. 그냥 아는 분 통해서 했네요.
빨리 먹고 힘 열심히 내서 서재놀이도 열심히 하고 할게요.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중학교때까지는 잘 기억이 안나고 고등학교때부터는 난 언제나 듣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정말 맘은 열심히 듣고 싶은데, 듣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어림없이 나는 자고 있다는 것.
하루종일 학교 있으면서 하루 수업시간의 3분의 2이상을 잤던 것 같다.
심지어 나는 선생님이 농담이나 재밌는 얘기를 해줄 때, 그러니까 남들이 다 웃고 넘어갈 때도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성적이 유지됐던건 난 혼자서 책보면서 공부할때는 너무 너무 이해가 잘 된다는 것.
고등학교 수학을 수업시간에 제대로 들었던 적이 없다.
그땐 과외도 없었으니까 그냥 혼자서 교과서랑 참고서 갖고 공부하면 그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모든 과목이 그런 식이었다.

문제는 이런 습관이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거다.
난 지금도 강연회를 참 견디기 힘들어 한다.
몸 상태가 아주 좋고, 강연이 너무 너무 재밌으면 모를까, 대부분의 강연은 듣다보면 어느샌가 난 꿈나라로 가있다.
그러니 내 주변에서 모두 대학원 간다고 무슨 열풍처럼 몰아쳐도 내가 절대 대학원 꿈도 안꾸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강연만 이러면 안들으러가면 된다.
근데 이렇게 뭔가를 듣는걸 힘들어하는 건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중에도 자주 나를 곤란하게 한다.
서로 이야기를 잘 주고 받으면서 같이 얘기가 되면  괜찮은데 술자리건 아니면 그냥 일상 대화건 누군가 한 사람의 얘기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난 그 때부터 그 사람 이야기의 반 정도는 제대로 못 듣고 있다.
남의 얘기의 반 이상을 흘려듣는달까?
그렇다고 열심히 얘기하는 사람에게 나 이해 못했다고 다시 해달라고 할 수는 없고....
자기가 말한 내용에 대해서 그 사람이 확인 들어가면 참 난감하다.  

이건 꽤 오랫동안 나에겐 콤플렉스였으며 내가 좀 모자란게 아닌가? 또는 내 의사소통능력에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등등의 고민을 가져왔다.
별 어렵지도 않은 일상의 대화에서도 남의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래도 알아듣는척은 잘 하는 것 같다. 이건 내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 

그런데 얼마전에 지인들과 같이 놀러간 자리에서 이런쪽으로 온갖 잡지식이 많은 친구가 갑자기 무슨 테스트를 해주더만...
아주 간단한 테스트였는데 이걸 말로 설명하면 테스트 자체가 불가능해지니 말할 수는 없고...
하여튼 그걸 하고 나서 친구가 해준 말이
사람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들 다르다.
시각이 가장 우선적인 사람, 청각이 우선적인 사람, 특이하게도 촉각같은 기타 감각이 우선적인사람 등등....
나의 경우 당연히 시각이 우선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때 시각을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책을 읽는 것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 테스트 후에 옆에 있던 후배가 그랬다.
"나는 언니가 학교 다닐때 책보고 그 책 내용을 다 정리하고 줄줄이 말하는 거 보면 너무 신기했어, 나는 진짜 이해도 안되고 정리도 안되고 미치겠는데 말야. 근데 난 백번 읽는 것 보다 한 번 듣는게 훨씬 이해도 잘되거든" 아! 요 후배는 청각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도 난 이런 말은 그날 처음 들었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듣는걸 잘 못하는건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증거?
모든 사람이 모든 감각을 다 잘 사용할 수 없는건 너무 당연한거니까....
갑자기 오래 묵은 콤플렉스가 확 내려가는 느낌이다.
또한 난독증때문에 살짝 고민이 되는 사람들도 무시할 일이다.
당신은 남의 얘기를 못알아 들어서 나처럼 버벅대지는 않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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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8-2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왜 전화받으면서 일단 안경부터 고쳐 쓰게 되잖아요. 통화와 시각은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데도 불구하고요.

바람돌이 2009-08-27 23:30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전 안경은 안 고쳐쓰는데요. ㅎㅎ

조선인 2009-08-2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청각이 우선이에요. 치매라고 놀림받을 정도로 사람 얼굴을 구별하는데 애먹어요. 목소리는 기가 막히게 구별하는데 말이죠.

바람돌이 2009-08-27 23:31   좋아요 0 | URL
그레 사람얼굴 구별하고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사람얼굴 구별 잘 못하거든요. 근데 목소리 구별은 더 못해요. 가끔 예린이랑 해아 목소리도 헷갈려요. ㅎㅎ

프레이야 2009-08-27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전 청각, 시각 모두에 각각 해당하는것 같아요.
듣고 무슨 소린지 전혀 다르게 해석해서 엉뚱한 말 하는 사람 보면 신기했는데
바람돌이님이??ㅎㅎ 사람은 역시 다 다르군요..

바람돌이 2009-08-27 23:32   좋아요 0 | URL
음... 가끔 모두가 발달한 특별한 이들도 있죠. 그게 프레이야님이었군요. ㅎㅎ 음 저는 그래도 엉뚱한 말은 잘 안합니다. 잘 못알아들었을땐 그냥 가만있거든요. 그래야 중간은 가죠. ㅎㅎ

꿈꾸는섬 2009-08-2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 다른 것 같아요. 전 특별히 뛰어난 감각 기관을 잘 모르겠어요.ㅠ.ㅠ
그냥 모두 평이한 수준인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9-08-27 23:46   좋아요 0 | URL
감각을 쓰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의 경우 감각별 차이가 좀 심한걸테고요. ^^

순오기 2009-08-2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도 상대방 이야기 길어지면 딴 생각하는데~ 때론 나도 길게 말하면서...ㅜㅜ
나도 시각이 발달한 경우일까~~
바람돌이님도 안경 쓰셨군요.^^ 엉뚱한 댓글~~ㅋㅋㅋ

바람돌이 2009-08-31 09:12   좋아요 0 | URL
음~~ 저의 경우 조금만 길어지면입니다.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하면서도 제대로 잘 못들을 때도 있습니다. ㅎㅎ
넵 저도 안경썼어요. 아주 오래됐죠. ^^

책읽는나무 2009-08-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그것 때문에 남모르게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에요.그래서 대충 고개 끄덕거리면서 듣는 척하다가 꼭 그글귀를 찾아 읽고서 혼자서 뒤늦게 이해해왔거든요.
그래서 속으로 나는 아무래도 청각보다는 시각이 발달되어있다고 혼자서 자화자찬하고 살았더랬죠.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들은 기억을 오래하는데 글이 아닌 말로써 전해들은 것은 돌아서면 기억을 전혀 못하겠더라구요.그래서 어려운 말은 꼭 적어야해요.
저도 수업시간에 명강의를 제외하곤 거의 멍~~ 딴생각하기 일쑤여서 선생님한테 지적 많이 받았어요.성인이 되니까 수다를 같이 떨어도 내가 오랫동안 수다 떠는 것은 괜찮은데 상대방의 길어지는 얘기들은 또 멍~~ 그래서 나만의 방법인데요.상대방의 눈을 안맞추고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상대방의 얘기를 텔레비젼 드라마를 본다는 느낌으로 허공속에 상대방의 얘기를 끼워맞추면서 나는 듣는 것과 동시에 보는거죠.그러면 상대의 얘기가 아주 생동감있게 느껴지면서 재미가 있더라구요.그래서 통화도 오랫동안 할 수 있어요.
귀로 듣는 것을 입으로 몇 번씩 되뇌면서 허공에 글을 써서 읽어보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긴 하는데 대단한 집중을 요하는 것들이라 몇 번 하고 나면 좀 지친다는 큰단점이 있죠.ㅎㅎ

근데 좀 특이한건 저도 시각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가지 자신없는 것이 사람얼굴 기억하는 것들이에요.차라리 이름 기억하거나 또는 그날 그사람이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거나 어떤 특이한 로고가 적힌 옷을 입었다거나 뭐 이런 것들은 기억하라면 하겠는데 얼굴은...ㅠ.ㅠ
그러면서 말뜻은 이해못하면서 사람 목소리는 시간이 오랫동안 지나도 많이 들어본 목소리는 기억을 좀 하거든요.하지만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또 아이들의 목소리는 좀체로 구별하기 힘들구요.님이 받으셨다는 테스트를 저도 한 번 받아보고 싶단 충동이 이네요.나라는 특이한 인간은 도대체 어느쪽인지 말입니다.
암튼..글이 길어지긴 했는데 나만 이런 게 아니고 님도 저와 비슷하단 것에 깜짝 놀라면서 동지를 만난 듯한 기쁨에에..잠시 흥분했네요.^^

바람돌이 2009-08-31 09:14   좋아요 0 | URL
나무님 방법 좋은것 같긴 한데 그거 참 어려울 것 같아요. 아 근데 왜 전 여태까지 그런 노력도 안했을까요? 왜 못하는건 못하는거라고 넘어가버렸는지.... ^^;; 우리 단점이 뭐 특별하겠어요. 이번에 알게된건 이런 저의 단점이 별로 특별하지 않다는거에 안도한걸요. ^^

2009-08-30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3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소설이 꽤 고팠다.
한달동안 꽤 바빴던 덕에 밀린 서평단 책이 한 두권이 아니다.
이게 한 번 밀리니까 따라잡기가 장난 아니다.
겨우 겨우 몇 권 읽고 서평쓰고, 그리고도 못 읽은 책은 이왕 늦은거 시간 맞출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읽자 싶어 미뤄놓고...
이렇게 서평단 책에 파묻혀 있다보니 간간이 약처럼 봐줘야 되는 소설을 한 권도 못 본 것. 

지역 도서관에 요 마커스 주삭의 <메신저>를 신청해놨었는데 우선 대출기관을 넘겼더니  대출중이다. ㅠ.ㅠ
내가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가던 날
동생이 혹시 <밀레니엄>2부 있으면 빌려다줘 해서 봤더니 왠일로 있다.
동생에게 책을 갔다주고 노닐다 보니 아니 <메신저>가 동생네 집에 있는거 아닌가? 나보다 잽싸게 먼저 도서관에서 빌린 이가 동생이라니.... 이런 배신이... ㅎㅎ 
하여튼 대출 기간 겨우 3일인가 남은 책을 내가 가져왔다.

오전에 옆지기와 아이들을 영화보고 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나는 집에서 밀린 청소를 할 터이니 그대들은 새로 나온 영화 <UP>이 재밌다하니 보고 오시오"
정말로 난 청소를 할 생각이었다.
사실 계속 밖으로 나도느라고 집안은  여기저기 똥무더기 쌓아놓은 것처럼 구석구석이 난리다.
방바닥 한구석에 쌍인 책은 수십권을 넘겨 이제 거의 백여권에 달할 것 같고,
부엌의 싱크대에도 갖가지 그릇들이 좁아요 좁아를 외치며 쌓여있고 아 곳곳에 예쁘게 쌓여있는 먼지도 있구나...
하여튼 내가 할 일은 옆지기가 절대로 못하는 청소 그니까 정리정돈이었던것.

가족들이 나가고 밀린 청소를 하기 전에 잠시 이 책을 손에 든게 화근이었다.
정말 첫 몇 페이지만 보고 청소를 할 생각이었다고...
근데 도저히 손에서 놓기가 싫어지다니...
결국 병원가고 영화보고 집근처에서 베드민턴치며 놀기까지 하고 가족들이 돌아올때까지 집안은 나갈때 그대로를 유지했다.
"도대체 뭐한거야"라는 비난에 계면쩍은 웃음만 날리고도 책을 마저 보고싶다니... 

아! 미안 미안... 대신에 내가 저녁밥 맛나게 해줄게. 우리 고등어조림해먹자. 응???
솔직히 밥하고 싶냐고? 아니!!! 그래도 어쩌랴. 청소도 안한 주제에  밥은 해줘야지...ㅠ.ㅠ
근데 바로 요 때 생각지도 못한 구원투수 나서 주시니 바로 울 예린이
엄마 저녁은 오랫만에 ***가서 돈까스 먹으면 안돼?라는 엄청나게 반가운 멘트를 날려주신다. 그럼 그럼 되고 말고... 오랫만에 우리 나가서 먹자. ㅎㅎ
이로써 밥하고 설겆이하는 시간을 벌었다.
근처 식당에서 돈까스를 맛나게 먹어주고 돌아오는 길에 만화방에 들러 아이들과 옆지기에게 만화를 가득 안겨줬다.
아아 이로써 우리집은 아주 조용한 독서천국이 되었다나 뭐라나?
결국 오늘 하루만에 47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우하하~~~ 

아이들 재우느라 9시반부터 잠들었다가 새벽 3시에 깨어서 이러고 있는 건 또 뭔지...
아 옆지기는 지금 이 시간까지 잠도 안자고 열심히 만화보고 계시는구나...
예린이가 자기 전에 그랬다.
엄마 나는 내일 아침에 내가 일어나자 마자 밥상이 차려져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응 엄마도 그랬으면 진짜 좋겠다라고....ㅠ.ㅠ
그래도 착한 예린이는 그러면 엄마 내가 내일 간단 밥상을 차려놓을게란다. 에고 예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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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09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몇번 살까말까 망설였던 책인데 오호 재미있나보군요 ㅎㅎㅎ

예린, 저래서 자식을 키우는군요!!
훌륭해 훌륭해~

바람돌이 2009-08-09 13:57   좋아요 0 | URL
딱히 극적이지 않음에도 손에서 놓기 힘들던데요. 그리고 세상의 마이너들을 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역시 즐거웠어요. ^^(다만 내공이 좀 약한 경우 드러나는 마지막 뒷처리가 조끔 딸리는 한계는 역시.... )

프레이야 2009-08-09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이 정말 예쁘네요.^^
독서의 적들 ㅋㅋ
페이퍼 보니까 생생하게 장면이 떠오르는 게 자꾸 웃음이 나요.
동감동감 이러면서 ㅎㅎ

바람돌이 2009-08-09 13:58   좋아요 0 | URL
애 키우는 엄마들 모두 동감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모두들 좀 쫒아낼까 말이죠. ㅎㅎ

마노아 2009-08-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러니까 이 페이퍼는 지름신 강림 권장과 더불어 천사같은 예린이를 소개하는 글이군요! 좋아요 좋아. 책도 좋지만, 딸 낳으면 예린이같이 자라주면 엄마는 행복해요. 알흠다운 풍경이에요!

바람돌이 2009-08-09 13:58   좋아요 0 | URL
아 이책 좋아요. 리뷰도 어젯밤에 마저 쓰려했는데 해아가 깨서 엄마 들어와 하는 바람에 그냥 잤어요.

Arch 2009-08-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요. 대체 엄마들은 일이며 가사며 육아까지 어떻게 하는건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예린인 정말 예쁘니까 따로 예쁘다는 말은 안 할래요^^ 그래놓고 두번이나 말하고. 마술처럼 아침밥이 차려져 있으면 참 좋겠다!

바람돌이 2009-08-09 13:59   좋아요 0 | URL
일, 가사, 육아 모두 잘하는거 당연히 불가능하죠. 적당히 빵구 내면서 요령피우면서 하는거죠. ㅎㅎ
페이퍼에 썼지만 마술처럼 아침밥이 차려져 있었어요. 뭐 밥은 아니고 디저트지만... ^^

순오기 2009-08-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애들 커버리면 지들 방 알아서 청소하고 엄마는 청소 안하고 살아도 돼요.
전날 이런 사연이 있어서 공주님이 간단밥상을 차렸군요.^^
그런데 메신저가 그렇게나 재밌어요?

바람돌이 2009-08-09 14:18   좋아요 0 | URL
메신저는 음 지질이도 못난 인생들의 이야긴데요. 그럼에도 정말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요. 작가가 던지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맘에 들고요. 끝이 좀 아쉽긴 하지만 한 번 손에 잡으니까 놓치기 싫던데요. ㅎㅎ
 

방금 mbc PD수첩을 봤다.
평택공장이다.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이 플래카드에 "차라리 다 죽여라"라고 써놨다.
체제 전복도 혁명도 아니고 그저 살게 해달라고, 일하게 해달라고 하는 이들에게 예전의 동료들은 새총을 쏘고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고, 회사는 단전 단수를 한다.

한 의료봉사원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부상자를 위한 치료자체를 막지는 않았다고 이런 인권탄압이 어딨냐고 울먹인다.
평택에서 신자유주의의 분리정책은 성공한 듯 보인다.
생존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은 고립되었다.
옛 동료들은 내가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며 더욱 더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 동료를 공격한다.
나만이라도 살아야겠다. 결국은 모두를 자본의 노예로 죽음으로 끌고갈 이데올로기가 세상을 지배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쳐야 할까?
대화를 안 할려면 차라리 다 죽여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절박함이 그 한마디에 묻어있는듯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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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8-0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땅의 노동자 그 누구도 예외는 없을거라는게 두렵네요.

바람돌이 2009-08-05 00:47   좋아요 0 | URL
노동자든 소상인이든 누군들 예외가 있을까요? 두렵고도 두려운게 그건데 참...

마노아 2009-08-0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평을 보니 인권 낙후 국가로 찍혔으니 '이왕 버린 몸' 더 세게 나간다고 표현했더라구요. 오늘 그들의 모습은 내일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모르네요...ㅜ.ㅜ

바람돌이 2009-08-05 00:48   좋아요 0 | URL
조금 전엔 또 교과부에서 만든 역사교과서 지침을 봤어요. "대한민국은 농지개혁과 친일파청산을 위해 노력했다"라니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싶네요. 부디 다음 시기에는 오늘의 역사가 정말 제대로 평가되기를 간절히 바래요.

글샘 2009-08-05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시정부 말고 이승만의 대한민국의 정통성... 건국 60주년... 역시 친일파의 준동이 판을 치는 교과서 개편이더군요. 그나저나 평택이 걱정입니다.

바람돌이 2009-08-06 18:33   좋아요 0 | URL
오늘 평택이 최종합의안에 이르렀더군요. 한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건 뭐 노조가 완전히 항복한 꼴이니... 노조탓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나라가 너무 무서워요.

무해한모리군 2009-08-0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되고있는지. 그 놈으 협상 안봐도 뻔하게 형식적이었겠네요.
이리 치고 들어올려고..
사람이나 안상해야할텐데요.

바람돌이 2009-08-06 18:34   좋아요 0 | URL
노조의 결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걱정이네요. 그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겨우 48%만 무급휴직이라.. 나머지 52%는요. 게다가 무급휴직이라 하더라도 이후 어떻게 될지는 또 알수없고..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사는걸 힘들게 만드는지....

네꼬 2009-08-0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고 끔찍해요. 모두가 다 불쌍해요. 오늘 협상이 타결됐다고 하지만 그 내용도 기가 막혀요. 일을 해서 먹고 살겠다는 건데, 우리 모두.

바람돌이 2009-08-06 20:48   좋아요 0 | URL
오늘 어떤 사람과 얘기하다 우리 애들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건 명문대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저 나중에 크서 성실하게 일하고 지 밥정도 지가 벌어먹을 수 있으면 그래서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얘기했어요. 근데 그게 얼마나 큰 희망인지 요즈음 절감합니다. 결국 이긴건 신자유주의고 정부네요. 모든 노동자들의 패배일 오늘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무섭고도 무서워요.
 

저녁 MBC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경기도교육감 공약사항인데 그게 의회에서 예산안이 완전히 삭감되어 당장은 실현 불가능해졌다는 것.
무상급식 반대측의 논리는 딱 하나다.
왜 전체 무상급식을 하느냐? 잘 사는 애들은 급식비 내게 해야 한다. 잘 사는 애들까지 급식비 지원하게 되면 정작 지원받아야 할 다른 곳에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일면 일리있어보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학교에는 당연히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야 무상교육이니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은 급식비 정도이다.
하지만 한달에 3만원 내외의 이 급식비조차도 내기 힘든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요즘에는 오히려 증가추세다.
이 아이들에게 매일 매일 밥을 먹는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물론 요즘에야 아이들 앞에서 누가 급식지원을 받니 어쩌니 하는 망발을 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문제는 그것을 아이는 안다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몰라도 공짜로 얻어먹는 아이는 안다는 것.
그 어린 아이에게 급식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괜히 나만 공짜로 먹어서 많이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
왠지 모를 주눅감 이런게 없으리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미 세상은 빈부격차 투성이다.
그런 세상에서 단 한곳 - 학교만이라도 아니 매일 밥을 먹는 그 시간만이라도 그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얻어먹는 아이, 돈 내고 먹는 아이의 차이가 없는 그럼으로써 급식시간은 모든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 말이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이 나라의 경제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한 복지정책이며, 또한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정책이다. 

중학교에서 학기초면 급식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조사한다.
아이들에게 급식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며칠 뒤까지 개인적으로 선생님 찾아오라고 얘기한다.
요즘 아이들은 교무실을 무슨 지 놀이터처럼 생각하며 드나드니 교무실에 선생님 찾아오는 것은 뭐 그리 티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 결국 담임이 학기초에 조사한 가정조사서를 기반으로 몇몇 집을 선정해 아예 부모랑 직접 통화한다고 일만 만땅이다.(전화해보면 정말 기가 막힌 사정의 집안들 투성이다.)
왜 아이들이 오지 않을까?
당연히 아이들의 자존심이다. 돈 겨우 3-4만원의 돈에 자존심을 팔고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돈이 없다고? 그 많은 예산이 어디서 나오냐고?
웃기지 마라
다른데서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학교에 얼마난 많은 눈 먼돈이 떠돌아다니는지....
방과후학교 바우처지원비라는게 있다.
방과후학교라는게 특히 중등이상의 경우 그저 사교육을 학교로 끌어들인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수강료를 학생에게 지원해주는 돈이다. 돈의 의도는 뭐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급식비나  한 달에 2만원쯤 되는 학교운영지원금 지원때는 온갖 증빙서류 갖추라고 난리를 부리면서 실제 지원해 주는 학생 숫자는 학급당 1명 내지 2명이다. 
그런데 신청하지 않으면 안해도 되는 방과후학교수강료 지원은 신청자 대비 거의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증빙서류? 담임의견서 하나면 달랑 끝이다.
이거야 말로 본말이 전도된 거 아닌가 말이다.
정규교육을 위한 지원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같으면서, 일종의 보충수업에 대한 지원은 이렇게 쉽다니....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 돈 제대로 다 못쓴다.
그런데도 실적은 있어야 하니 학교에서는 하기 싫다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방과후로 끌어들이기 위해 별 지랄같은 짓들을 다한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예산의 전형이다.
그 뿐이랴?
학력향상을 위해 요즘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돈이 내려온다.
그 학력향상이라는게 거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수업이 중학교로 내려온거다.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 시범학교인가 뭔가는 학교당 지원비가 억대에 달한다.
물론 이 돈들은 부정이나 부패로 교장손에 들어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워낙에 예산의 항목이 엄격하기 때문에 그런식의 부정이 저질러질 여지는 별로 없어보인다.(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실제로 이런 류의 돈들을 집행해보고 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돈들이 과연 필요한 예산인가 하는것이다.
실제로 방과후가 반드시 필요한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런 예산이 일단 잡히면 무조건 다 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 신청자지 필요없는 아이들도 하기 싫은 아이들도 무조건 잡아둬야 한다. 그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단 무시하고라도 저렇게 방만하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예산이 장난 아니라는 거다.  

그 외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데 또는 오히려 교육을 망치는데 들어가는 돈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경제능력에 상관없이 - 지원은 곳곳에 널려있다. (요즘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어려운 형편인걸 찾기는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확률과 비슷하다)
거기다 내가 모르는 돈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런 돈들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만해도 초등급식비 정도는 해결되고도 남을게다.  실컷 잘살고 공부잘하는 애들 지원 빵빵하게 해대면서 그래 급식비 무상지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사람은 밥으로만 살지 않는다. 때로는 밥보다 자존심이 더 무겁다.
그건 아이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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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7-2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정말 거 개새끼들... 지방자치고 뭐고 다 죽여버리고 싶더군요.

바람돌이 2009-08-01 00:35   좋아요 0 | URL
그 말하는 입이 옆에 있다면 정말 입을 쭉 째고 싶은.... ㅠ.ㅠ

조선인 2009-07-2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옳소 옳소 기껏 공들여 교육감 투표했는데, 지들이 뭐라고, 이 0000!!!

바람돌이 2009-08-01 00:35   좋아요 0 | URL
정말 열심히 투표한 경기도분들 분통터질듯... 이 동네는 그나마도 없답니다ㅠ.ㅠ

네꼬 2009-07-2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는 게 욕밖에 없어요.

바람돌이 2009-08-01 00:36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ㅠ.ㅠ

머큐리 2009-07-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뿌리하자고 했더니, 지방토호들이 별 쓰레기같은 짓거리만 하고 있네요...위건 아래건 없는 사람 생각 못하는 짐승들은 모조리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며...강력 추천합니다

바람돌이 2009-08-01 00:37   좋아요 0 | URL
강력추천은 추천이 몇개 달릴까요? ㅎㅎ
없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을 뽑지 못하는 이놈의 현실은 왜 가능할까 고민입니다.

마노아 2009-07-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아요!! 백 번 천 번 지당해요. 저 있는 학교 1년에 1억씩 지원받아서 하기 싫다는 애들 억지로 교실로 끌어당기고 있는데 애들 다 도망가지요...

바람돌이 2009-08-01 00:38   좋아요 0 | URL
정말 뭐하자는 짓인지... 학교는 돈 내려온다 그러면 비명부터 지르지요. 그게 다 일인데 정말 보람없는 일이 대부분이니.... 일할 맛이 안나지요.

꿈꾸는섬 2009-07-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뉴스 보고 분개했었죠. 밥이라도 마음 편하게 먹이면 큰일날까요? 게다가 학교에 눈먼 돈이 돌아다닌다니 정말 황당 그 자체에요.

바람돌이 2009-08-01 00:42   좋아요 0 | URL
한끼 먹는 밥에서조차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닐텐데 말이죠. 온갖 사업은 많은데 대부분이 딱 눈에 보이는 실적위주의 것들이니.. 교육의 성과란게 그렇게 쉽게 눈에 띄는게 아닐텐데 늘 눈앞의 실적에만 눈이 머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거죠.

BRINY 2009-07-2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초등이 아니라 고등학교인데, 올해는 담임의견서 낸 학생들은 100% 탈락이었어요. 작년에는 담임의견서만으로 100% 급식비 지원받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자존심때문에 신청조차 안하는 집도 있구요. 고등학교는 급식비 말고도 드는 돈이 정말 많은데...그런 집들 급식비 체납될 때마다 얘기하기 얼마나 곤란하지 몰라요, 그.들.은. 초등뿐 아니라, 중등, 고등 다 급식비 무상 지원이 필요합니다.

바람돌이 2009-08-01 00:44   좋아요 0 | URL
학교급식비지원이나 운영비 지원은 왜 그렇게 힘든지...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이면 당연히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돼야 되는게 원칙일텐데 말이죠.

Sati 2009-07-30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만아동의 체중조절 비용을 나라에서 대주기로 하지 않았나요?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삭감과 관련해서, '관계자들'은 "어릴 때부터 의타심을 키워주는 것은 좋지 않다"류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정신분열적 정부라고나 할까...

바람돌이 2009-08-01 00:48   좋아요 0 | URL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가르치는거지 그게 무슨 의타심?? 하여튼 뚫린 입이라고... 아이들하고 얘기하다가 이정도는 국가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야라는 말을 더 자주 해야 할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