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른 책을 모두 제끼고 열심히 읽고 있는 책
마침 내가 맡고 있는 중1사회에서 지리부분이 끝나고 이번주부터 동양사 부분 시작했다. 이번주는 본격적으로 역사수업 들어가기 전에 워밍업! 역사가 뭘까? 왜 배울까? 하필이면 세계사는 그렇게 어려운데 왜 배울까? 뭐 이런 것들로 썰을 푸는 시간이다. 이 시간만은 딱딱하고 공자님 말씀같은 그러면서 가슴에는 하나도 안와닿는 그런 교과서를 완전히 무시한다. 그리고는 그냥 내 쪼대로 수업을 진행한다.
중학교 1학년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애기같은 아이들에게 무슨 얘기를 할까?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됐지만 뭐 지금은 이것도 하도 하다보니 대충 노하우란게 생기는거 같기도 하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 간단하다. 자신의 가치관의 정립, 세계사를 배우는 목적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차이로 인식할 줄 아는것. - 무지 어려운 말인것 같지만 사실 이것도 썰을 풀기 나름이란걸 요즘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1년동안 지리수업 하면서 간간히 해왔던 수업내용들도 있고 한 얘기들도 있으니 얘기를 풀어나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아이들의 사례를 찾아내고 그동안 수업하면서 얘기했던 것들 떠올리고 하다보면 공감의 지점에 어느정도는 맞닿게 된다.
진짜 어려운건 본격적인 역사수업을 들어갔을 때 이러한 역사수업의 목적을 실제 수업내용에 얼마나 관철시키는가이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뭐 죽을때까지 이렇게 고민만 하다 갈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굉장히 열심히 이 책을 보고 있다. 사실 새로운 내용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의 진도는 잘 나가지 않는다. 문장 하나하나 단락 하나하나가 전부 수업과 연계되니 이것 저것 떠오르는 것도 많고 이걸 수업시간에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도 많은 탓이다. 이것도 직업병이다.
지금 1권을 반쯤 봤나? 일단 그림 사진 삽화들 굉장하다. 이미지들만 가지고도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만약 세계사를 한번 보고싶은 어른들이라면 책의 내용보다도 삽화와 사진 그림들때문에라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른 세계사 책을 읽다가 궁금한 지도나 사진이 나온다면 이 책 하나만으로도 사전의 역할을 할만큼 충분하다. 도판의 상태 또한 뭐라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이고...
내용에 있어서도 교과서이기 때문에 아주 흥미롭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 또한 오히려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책이 재미로만 일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사의 입장에서는 정말 훌륭하다. 각각의 내용들이 논리 정연하고 지엽적인 사실에 집착하지 않고 그 시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고 서술됐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물흐르듯이 일관된 흐름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최대의 장점이라고나 할까? (사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교과서와 너무 비교된다. 모출판사 책을 쓰고 있는데 이 책이 지리 부분은 괜찮은데 역사부분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너무 엉망이라서 뒷쪽의 저자를 살펴보니 세상에 역사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가까운데 집필진에 역사전공자가 한명도 없다. 무슨 이런 교과서가 다 있냐? 이 출판사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굉장히 잘 만든 출판사다. 근데 중학교 역사는 뭐 이러냐? 올해 내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결국 내년에는 다른 출판사로 확 바꿔버렸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서구 중심의 세계사를 어느정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거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료의 부족이라는 결정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책의 서문에서도 서양주연, 중국 조연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 공감이 갈정도로 책의 내용이나 분량의 안배에 있어 신경을 많이 썼음을 역력하게 느낄 수 있다.
올해 세계사 수업은 이 책덕분에 좀 더 수월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들에게 말했던 역사수업의 목적, 세계사 수업의 목적을 좀 더 쉽게 얘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일은 교원평가 문제땜에 전교조에서 연가투쟁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투표가 있다. 솔직히 너무 어렵다. 학교의 문제가 모두 교사의 문제인양 떠들어대는 정부와 교육부, 학부모, 언론 등등.... 거기에다 대고 하는 연가투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른 선생님들에게 설득력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나는 꿈을 꾼다. 내년에 이게 진짜 학교 공식 교과서로 선정돼서 수업을 하는 꿈을.... 우리나라 정부가 내내 학교가 엉망이라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 하기전에 제발 투자좀 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