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정엄마가 제가 집에 있는 관계로 심심한지, 계속 재봉틀을 끼고 삽니다. 무려 여섯명이나 되는 손자들의 옷을 해준다고 난리도 아니지요. 지난번 드레스 이후로 긴팔 원피스를 하나씩 얻어 입었고, 오늘은 또 짧은 소매의 원피스입니다.



해아는 바지를 선물받았는데 오늘은 치마를 입고싶다고 해서 저렇게 입혔습니다. 저 분홍색 원피스 역시 할머니 솜씨. 그리고 예린이의 새옷! 소매없는 저 원피스. 앞에 반짝이 나비로 포인트를 줬죠. 사실 저 안에 입고있는 블라우스도 할머니가 전에 해주신 것인데 오늘 입혀보니까 작더군요. 그래도 무조건 저거 입을거라고 해서 소매가 댕강한걸 그냥 입혀 나갔습니다.



좀 더 가까이서 보면 요렇죠. ^^ 하여튼 요즘은 할머니땜에 옷 살일이 없어 좋기는 한데... 참 이제 그만하래도 재봉틀을 안놓는 엄마가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

며칠전에 예린이가 저에게 한 말

"엄마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고 사랑하는건 할머니고, 제일 예쁜건 엄마고, 제일 멋진건 아빠야!"

이렇다보니 제일 좋고 사랑하는 사람 순위에서도 밀리는 엄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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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1-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면 애들이 할머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건 당연해요. 바람돌이님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못 쫒아갈 듯...할머니 쵝오!!

조선인 2006-01-1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고고고곡 예린이 포즈가 장난 아닙니다. 저리 훌륭한 모델이 있으니 할머니도 신날 수밖에요. 부럽 부럽~

세실 2006-01-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할머니 손은 예술손이시군요~ 드레스 참 멋집니다.
해아의 표정도 느무느무 깜찍합니다. 절대 공주가 아닌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부러움을 느끼며.....

바람돌이 2006-01-1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아무래도 힘들까요. 제가 따라잡기가 ㅠ.ㅠ 어제도 할머니 집에서 잘거라는걸 완전히 애를 때려잡아서 데려 왔건만...ㅠ.ㅠ
조선인님/카메라만 들이대면 온갖 폼을 잡는 예린입니다. 어젯밤에는 저 옷도 얼마나 예쁘게 개어놓고 자는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혼자서 갈아입고 지금도 놀고 있습니다.
세실님/공주가 아니라뇨? 보림이가 들으면 섭할 소리를...예린이의 저 공주병도 좀 더 넓은 세상을 알게되면 꺾이겠죠 뭐.... ^^

urblue 2006-01-1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어쩜 솜씨가 저리 좋으신지.
예린이의 사랑을 되찾으려면 엄청 노력하셔야겠어요. ㅎㅎ

stella.K 2006-01-1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할머님의 옷만드는 솜씨가 굉장하시네요. 이참에 아동복 회사 차리시죠.^^
그래도 예린이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여우인가 봅니다. 나도 여우 같이 저렇게 말해 줄 딸 하나 있었으면...ㅎㅎ. 추천하고 가요.^^

깍두기 2006-01-1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바람돌이님 정말 노력하셔야겠습니다^^
전 2위로 밀려도 좋으니 누가 이렇게 좀 해주면 좋겠는디......

책읽는나무 2006-01-16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예린이는 정말 깜찍하네요!
말하는 것도 깜찍하고..^^
할머니한테 1등을 뺏겨도..제일 예쁜 사람은 엄마라지 않습니까!..^^
어머님 솜씨가 정말 좋으시군요! 부럽습니다..^^

2006-01-16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연사랑 2006-01-16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까만 원피스는 moch라는 브랜드 옷 같은데요. 우와~~
한 5벌 정도 만드셔서 알라딘 딸내미들에게 파셔도 될 듯~^^

2006-01-16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1-1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님/그냥 노력안하고 2위에 만족하렵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덕보는 것도 많거던요. ^^
스텔라님/여우 맞아요. 얼마나 약은지... ^^ 대신에 해아는 여우라기 보다는 무대포라죠.
깍두기님/저 노력안한다니까요. 2위의 즐거움이 만만찮아서리.... 가끔 아주 쬐끔만 섭섭하면 된다니까요? ^^
나무님/저의 친정 어머니가 저 바느질로 자식들 공부시켰잖아요. 지금은 그냥 손자들 옷해주는 재미로다가....
서연사랑님/그런가요? 어디 나가면 브랜드라고 우겨볼까나? ^^ 글구 제가 만드는 거면 그래도 되겠지만 할머니야 손자들만도 6명이니 그 옷 다해대는 것도 사실 부친답니다. ^^
속삭이신님/ 요즘 알라딘 배송속도가 좀 빨라진 것 같죠? 하여튼 말만 꺼내고 쓸데없는 말이 돼버렸네요. 죄송... ^^
 

오늘 예린이가 새로 다닐 유치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습니다.

그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은 12월까지만 다니고 지금은 집에서 엄마랑 열심히 놀고있지요. 전 사실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이 좋았습니다. 뭐 선생님들 친절하고 애들 데리고 소풍이나 견학도 정말 열심히 다니고, 쓸데없는 보여주기 행사로 아이들 고생시키지도 않고....

근데 예린이가 4살부터 다녔으니까 2년을 다녔군요. 작년에 아이들을 봐주시는 친정어머니가 예린이 어린이집을 바꿨으면 하셨습니다. 뭐 2년이나 다녔으니까 유치원으로 바꾸는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게 이유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여동생네 집 가까운 곳으로 옮겼으면 하는것였습니다. 이제 우리집 애들도 조금 커서 손이 좀 덜 가니까 친정엄마도 다니고 싶은 절에도 가끔 갈수 있는 여유를 가지시려고 하는거였죠. 아무래도 동생네 아이랑 같은 곳을 다니면 엄마랑 여동생 둘다 여유가 좀 생기니까요. 저에게 선택의 여지란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들 봐주는 두사람이 약간의 여유를 가지자는데 제가 어떻게 반대를 하겠냐구요.

결국 그러다보니 유치원의 선택의 폭이 너무 줄어들더군요. 조건은 딱 하나! 동생네 집과 친정 두곳다 차량운영이 될 것. 이러고나니 선택할 수 있는 유치원이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가보니까 규모도 있고 또 그동네에서 오래된 곳이라 나쁘지 않겠지 하고 그냥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그러고는 그동안 2번 정도 있었던 사전 모임에는 별게 없었고요. 이것도 사실 저는 직장땜에 못가고 늘 동생이 대신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격적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라고 갔습니다. 아이들은 따로 무슨 검사같은걸 하고 강당에서 복조리 만들기도 하고 즐거웠나 봅니다. 하지만 저와 제 동생은 하나도 안즐거웠습니다.

원장과 원감 선생님이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한 얘기의 기본 전제는 "어머니들은 집에만 계시니 지금 교육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시겠지만...."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제는 "어렸을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 2-3년을 미리 준비해서 영재교육을 시켜야만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면서 자기 유치원 출신 아이들이 이 근처 중학교에서 거의 전교 10등안에 다 든다. 뭐 이런 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유치원 본 수업이외에 방과후 영재교육을 소개했죠. 프로그램은 예능과정(바이올린과 성악), 영재교육과정(국어 수학 그림등의 학습지 교육이더군요.) 영어회화 이렇게 세가지로 나눠 수업을 하는데 이걸 해야만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뭐 새로울건 없는 얘기지요. 이 나라 전체가 내 아이가 잘되기 위해서라며 온갖 학습의 장으로 밀어넣는게.... 그런데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늘 아이들을 바라봐온 이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건 참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저 과정들의 가격도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주 5회 50분 수업에 싼게 10만원, 비싼 영어회화는 15만원입니다.)

유치원때 초등학교 공부를 하고, 초등학교때 중학교 공부를 미리 하고, 중학교때는 고등학교 공부를 미리 하고, 그래서 좀 더 좋은 대학에 간 것만으로 그 아이는 무조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 다음에는요. 대학에서 미리 취업을 걱정해서 취업공부에만 매달리고, 그리고 직장에선 좀 더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아둥바둥거리고, 그리고 결혼을 하면 또 자기 아이에게 자기와 똑같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게 될까요?

누구에게나 늘 미래는 불투명하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현재, 지금의 나이에 걸맞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겁니다. 나는 내 아이가 지금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유치원에서는 친구들과 선생님과 즐겁게 놀고, 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 공부를 하고 중학교에서는 중학교대로 그 과정을 따라가는..... 그래서 공부가 좀 처지면 내 아이는 불행한 것일까요?  글쎄요.

아마 오늘 많은 엄마들이 유치원 교사들의 꾀임에 넘어가 방과후 과정을 신청했을겁니다. 엄마들의 불안감을 한껏 올릴 수 있을 만큼 유치원 교사들의 말은 달변이었으니까요.

나는 내 아이가 친구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그 나이에 걸맞는 여유와 즐거움을 가지고 누릴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아이의 권리를 박탈할 수 권리가 내게는 없으니까요. 다만 한가지 욕심이라면 아이가 음악이든 미술이든 예술에 대한 한가지 취미만큼은 가져줬으면 합니다. 예술이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건이니까요. 아마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학교 마치고 피아노든 아니면 미술이든 둘중의 하나정도는 지가 원하는 것 중에서 골라서 보내겠죠. 하지만 그걸로 끝내렵니다. 기왕이면 공부도 잘하면 좋겠지만 만약 그걸 위해 아이의 너무 많은걸 희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공부를 좀 못해도 당당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냥 내 소신을 가지고 나의 신념대로 아이를 키우기에는 외부의 억압이 너무 많네요. 부디 그런 외부의 억압에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내가 여전히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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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1-15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끼리 모여살까요?

조선인 2006-01-1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주님, 저도 껴주세요. ㅠ.ㅠ

세실 2006-01-1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맞벌이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06-01-1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어디쯤에서 모여살죠?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 독립해서 독립공화국 하나는 만들어야 될 것 같은데.... ^^

히피드림~ 2006-01-1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저도 아이에게 예술에 관한 소양은 좀 키워주고 싶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피아노같은 악기 하나는 배우게 할 생각입니다.^^

아영엄마 2006-01-1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기면 그 곳으로 이사갑지요~ ^^

책읽는나무 2006-01-16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친구도 다섯 살 배기 아이 유치원을 결정하느니라고 유치원 몇 곳을 돌아보고서 한 곳의 원장샘의 말을 듣고 와서 기겁을 하더라구요!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나봐요! 그리고 이유치원 출신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들어가도 똑부러지게 공부를 한다는 둥~ 아이들에게 과자나 사탕은 일체 안먹인다는 둥~ 과자나 사탕을 안주는 것은 좋긴 하지만...학습에 대한 열의가 너무도 대단하여 친구는 기가 질려 나와버렸다고 하더라구요! 실은 저는 다른친구에게서 그유치원이 괜찮아서 자기 아이를 그곳에 보낸다는 소리를 듣고서 그친구에게 그유치원을 소개시켜줬었거든요!
근데 그런 곳인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결국 그친구는 다른 유치원을 선택하여 입학날짜를 기다리고 있긴한데....유치원을 알아보는 친구를 통하여 들리는 소리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유치원 수업과정에 정말 할말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전 그냥 민이를 계속 미술학원에 보내버렸습니다. 뭐 지금은 그나마 몇 달 보냈던 미술학원도 그냥 끊어버렸습니다...쩝~
이제 다섯 살인데~~ 싶은 맘도 있고, 민이도 이제 슬슬 동생 맞을 준비를 시켜야겠기에....ㅡ.ㅡ;;

클리오 2006-01-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를 가지면서 단 하나의 희망이라면 애가 일찍부터 조기교육과 학원에 시달리지 않고 힘겨운 공부에 시달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안교육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학교도 학부모들의 뜻이 비슷하면 좀 변할 수 있으련만... 행복한 세상이 되었음 좋겠는데... 엄마들도 그런 걸 다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휴..

바람돌이 2006-01-1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저도 그래서 초등학교 가면 피아노정도는 시키고 싶은데 그것도 뭐 제 욕심인지도 모르죠. 애들이 할려고 하면요. ^^
아영엄마님/ ^^ 지금부터 찾아봐야 할려나요?
책읽는 나무님/전 이미 그 유치원에 돈도 엄청 내놨고 더군다나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서리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정규시간은 지난번에 봤을 때 그렇게 심하지는 않더라구요. 방과후 영재교육인지 뭔지는 내벼려두고, 일단 다녀보다가 정 안되면 길을 다시 찾아봐야겠지요. 쩝~~~
클리오님/학교 학부모들의 뜻이 정말 안변하는 것 아시잖아요. 학교에서 자기 아이가 공부를 좀 한다면 정말 안하무인에 자기 아이만을 생각하는 학부모 어디 한둘인가요?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학원이 필요한 아이도 있고 좀 줄여줘야 되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 얘기 해봤자 씨알머리도 안먹히더라구요. ^^

클리오 2006-01-16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우스운 것은 분당 일대에서는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남겨놓고 시키는 것을 엄청 싫어한답니다. 아이들 학원갈 시간 빼앗긴다구요. 그나마 학교에 의지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류층을 포함한 그 이하의, 더 '수준높은' 교육을 찾아서 시킬 능력이 없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교육은 점점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좀 심란하기도 하구요... 휴휴..

바람돌이 2006-01-1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클리오님! 그나마 학교 보충수업이나 이런거에 매달리는건 중류층 이하죠. 요즘은 잘사는 이들은 자립형 사립고니 해서 귀족형 학교를 더 만들려고 난리잖아요. 근데 또 이렇게 되면 보충수업이나 야간 자율학습같은 걸 계속 해야 된다는 논리고 빠질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한국의 공교육도 깝깝합니다.
 

4장 - 인간기원을 둘러싼 신화와 과학의 격돌

글쎄 이 문제는 굳이 논쟁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에야 인간에 대한 진화론은 기본적인 상식으로 알려졌고, 그것이 고릴라든 침팬지든 아니면 보노보노 원숭이든 - 최재천씨는 침팬지라더만 - 그야 과학적으로 연구하면 더 밝혀질 것이고.... 종교계에서 창조론을 주장한다는건 지금이 만약 중세기독교 사회였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조론을 신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 생각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논쟁이겠지만...

내가 종교가 없어서인지는 알수 없지만 진화론은 과학의 문제이고 창조론은 믿음의 문제이다. 둘 사이에는 논쟁 자체가 성립되기 힘든게 아닌가? 진화론에서는 인간의 조상이 침팬지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뿐 생명이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선 사실상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자가 누구일까? 결국 아직은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간이 풀수 없는 문제이다. 종교쪽의 창조론 역시 이건 믿는 사람들끼리만 설득력이 있는거고 말이다. 결국 논쟁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서로가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허공을 맴돌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도정일씨의 의견 중 계속 강조되는 신화나 종교라는 것은 문자적으로 읽으면 안된다. 신화는 과학이 아니라 상징이고 은유이다. 그리고 신화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짐으로써 어떤 생물학적 설명보다도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혜가 담겨있다는 얘기에 공감이 간다.

5장 DNA는 영혼을 복제할 수 있는가

지금 현재 유전체 프로젝트의 문제점 - 지금 밝혀진 것은 어느 자리에 어떤 유전자가 앉아 있다는 위치만 찾아낸 것. 하지만 그 유전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유전자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현재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는 유전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것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재천 - 다른 실험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선무당이 사람 잡게 하는 꼴이란 얘긴데... 황박사가 생각나는군...쩝~~)

복제인간에 대한 두사람의 가상풍경이 재밌는데 최재천씨의 경우 만약 복제인간이 만들어진다면 처음에는 신기하고 하겠지만 결국 그것도 익숙해지면 세상에 쌍둥이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정도가 아니겠는가라는 낙관론을 편다. 물론 각 개개인의 입장에서만 보면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여기에 국가권력이나 자본의 힘이 개입한다면 상황이 달라질지 어찌 알겠는가? 유전자를 조작하고 그에 따라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을 맡기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그들을 노예로 부려먹는다면? 공상과학 같은 얘기지만 뭐 완전히 불가능한 얘긴 아닐 것 같고.... 그럼 세상은 너무 끔찍해지지 않을까?

실제로 도정일씨의 복제기술과 우생학의 결합 얘기는 끔찍하다. 자식에 대한 욕심이 엄청난 우리나라의 경우는 만약 과학이 우생학을 보장한다면 너도 나도 덤벼들지 않겠는가? 결국 개인적으로는 엄청 우수한 인가들이 많아지지만 그로 인해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다양성이 깨지면서 내외부 충격에 상당히 약해지는 그런 인간사회의 등장. - 그렇다면 인류자체가 절멸하는 것도 가능하겠군....

인간의 영혼은 DNA인가? DNA라면 유전도 되는가? 절충안 등장!  영혼은 복제되지 않고 유전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혼이란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그 존재를 믿고 싶어하는 성향자체는 인간의 DNA안에 들어 있다. 생물학적으로 복제되고 유전되는 것은 이 성향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이 발현되는건 개개인마다 다른 문화적 유전자 - 종교 사회 신화 등등....-에 의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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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1-1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만날 수 없을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신화와 과학의 만남을 주선해보자는 것이 두 학자가 만난 공통점 아닌가요. 과학이 신화를 파헤치고 신화를 통해 과학을 연구하는 것이 왜 성립할 수 없는 조건이 되는 건가요? 과학이 신화를 파헤친다는 건, 다시 말하면 과학이 인간의 기계적 측면이 아닌 영혼, 상상, 허구의 세상으로 발을 들이미는 건데요. 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받는 가스통 바슐라르가 이러한 작업을 하지 않았나요. 촛불의 시학, 물과 꿈, 공기와 꿈...

바람돌이 2006-01-1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두학자가 만난건 그런 이유가 맞는데요. 저는 이 문제가 워낙에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보니까 접합지점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운 문제라 서로 다르다고 그냥 인정해버리는 편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물론 이 두사람은 둘다 종교적인 주장을 안하니까 그런대로 논쟁이 되긴 하더라마는.... 하지만 이 책의 논쟁 대부분의 주제가 워낙에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건드리니까 사실상 답은 없어요. 인문학쪽이 논쟁을 주도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과학에 의해 인간을 파악하기는 아직까지도 너무 힘드니까 인문학적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것 처럼 보이구요. 글구 저는 바슐라르 글은 하나도 안 읽어봤어요. 어려운 책 기피 현상이 심해서리.... ^^;;
 
 전출처 : 바람구두 > [대담]21세기와 한국의 민족주의 - 김동춘 vs. 임지현

[대담]21세기와 한국의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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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에 실렸던 기사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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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두 분께서는 한국 민족주의의 바람직한 대안으로 각각 ‘개방적 민족주의’와 ‘시민적 민족주의’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상대방의 민족주의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동춘(이하 김) : 임선생이 주창하는 ‘시민적 민족주의’는 개인주의와 민주주의적 가치가 존중되는 국가공동체를 전제합니다. 대체로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시민혁명을 경험한 나라들에서 발견되는 민족주의의 한 형태지요. 그런데 저는 시민성과 민족주의는 상호모순적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민족주의가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제3세계가 아닐까요? 민족주의는 실패한 근대화의 산물입니다. 그것의 핵심 역시 개인주의가 전제되지 않는 정서적 공동체성이지요. 시민적 민족주의에서의 민족주의란 엄밀히 말해 국민주의나 국가주의, 혹은 시민사회의 동의어입니다.

임지현(이하 임) : 저는 ‘시민적 민족주의’나 ‘개방적 민족주의’ 모두 일종의 형용모순이라고 봅니다. 김선생이나 제가 굳이 그러한 개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이 존재합니다. 알다시피 민족주의란 폐쇄성과 배타성을 불가피하게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민족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힘, 그것이 상상의 힘이건 실재의 힘이건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어떤 사람들은 제게 왜 민족주의를 폐기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저로선 민족주의 담론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게될 경우에 초래될 수 있는 파괴적 결과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민족주의는 억압적인가

사회: 임선생님은 제3세계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시더군요. 저항적 민족주의 안에도 억압성과 배타성이 내장되어 있다는 이야긴데, 김동춘 선생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 : 모든 민족주의 안에는 억압의 싹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소외와 억압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 다시 말해 억압이 개별화되지 않고 민족단위로 집단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칫 억압적인 질서를 용인하게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임 : 저라고 식민지시대에 저항적 민족주의가 가졌던 진보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제가 있습니다. 우선 식민지 시대라고 민족적인 억압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계급적인 억압이나 사회문화적 코드로서 존재하는 신분적인 억압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성적인 억압도 있습니다. 결국 식민지의 모순은 중층적입니다. 따라서 이때의 해방이라는 것도 중층적인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어야 합니다.

김 :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식민지 말기의 정신대문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정신대로 끌려간 여성들 대부분은 힘도 없고 못사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민족문제와 계급문제, 여성문제가 중첩됩니다. 유념할 점은 민족주의란 대단히 정치적인 운동이라는 것이죠. 다양한 억압과 모순들이 중층적으로 존재하긴 했지만, 결국 일차적 규정력은 일제의 강점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항상 ‘주적’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민족주의가 갖는 자기관성에 의해 해방이후에도 담론의 폐쇄성과 억압성은 재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1917년에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1945년 이전에 그러한 방식의 저항이 아니라 복합적 실천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봅니다.

임 : 글쎄요. 주요모순과 부차적 모순을 구분하는 것도 타당합니다만, 그러다 보니 한국의 민족주의가 정신대 여성들에 가한 억압이 간과되어 왔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문제를 좀더 현재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왜 정신대 피해여성들이 해방후 50년 동안 그 문제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여전히 일본제국주의가 힘을 행사하고 있어 그랬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러한 맥락에서 저항 민족주의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현재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근대성과 민족주의의 문제입니다.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김활란 기념관 논쟁을 떠올려 봅시다. 김활란은 친일파였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근대적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여성들이 전통적 속박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한 사람입니다. 제 말은 민족이라는 틀 안에 여타의 문제들을 종속시켜왔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한국사회의 결’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아무리 혁명적인 변화라 하더라도 사회의 미시적인 결이 바뀌지 않는다면 피상적인 변화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사회 : 그렇다면 임선생님은 해방이후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이겠군요. 김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 : 저는 흔히 지적되는 한국인들의 폐쇄성이나 자민족 중심주의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가주의의 소산이라고 봅니다. 임선생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죠. 국가주의는 권위의존적 인간형을 만들어냄으로써 시민의식의 성숙을 가로막습니다. 이것은 결코 역사문화적인 차원으로 거슬러 올라갈 문제가 아닙니다. 임선생 시각으로 본다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양면성, 요컨대 정치권력에 노예적으로 굴종하면서 한편으로는 대단히 폐쇄적인 한국인들의 이중성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습니다.

임 :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경계가 그렇게 뚜렷한 것인지 저로선 의문입니다. 저는 한국의 민족주의를 하나의 담론구성체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이나 북이나 혈연과 같은 원초론적·객관적 요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민족을 역사적 변수가 아닌, 초역사적 상수로 보고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핏줄이라는 요소가 개입하면,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배타적인 성격을 띠기 마련입니다. 핏줄이 다른 사람, 언어가 다른 사람은 같은 민족으로 간주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대단히 위험한 논리입니다. 한국에서 국가주의적 동원기제가 가능했던 것도 결국엔 담론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민족주의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김 : 저는 핏줄 같은 원초적 요소는 한국의 민족주의를 구성하는 부분적 자원일 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동원의 기제로 활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권력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동포’라는 개념입니다. 이것이 사회적 동원의 수사로 등장한 것은 60년대 박정희에 의해서입니다. 북한에서 ‘핏줄론’이 등장한 것도 70년대입니다. 이러한 예들은 혈통이라는 민족주의의 특정한 자원을 동원하고 강화한 것이 다름아닌 국가권력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줍니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경계는 무엇인가

임 : 그렇다면 저항 민족주의에서 발견되는 억압적 성격은 어떻게 설명합니까? 일본의 예를 살펴보죠. 일본의 좌파 지식인들이 제국주의 잔재 청산에 미온적인 이유는 자신들도 미국이라는 서구제국주의의 피해자라는 의식 때문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과거는 서방의 제국주의에 대한 일종의 저항민족주의인 셈이죠. 이것은 저항민족주의 역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그 정당성을 검증받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저항민족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 남한의 저항 민족주의가 줄곧 화제가 되는군요. 이번엔 북한의 민족주의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임 : 정치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남북은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민족에 대한 인식틀을 양자는 공유합니다. 몇 해 전 북한의 개천절 행사에 남한의 진보인사를 제쳐두고 극우인사인 안호상씨가 초청받은 적이 있습니다.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최근 김정일은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이 같은 것이라고 얘기했다죠? 비록 정치적 입장은 다를지라도 양자 모두 민족주의를 동원과 권력유지의 기제로 활용하고 있음을 예증한 셈입니다.

김 : 저는 정치권력의 논리로서 북한민족주의가 갖는 보수성은 비판해야겠지만, 그것이 갖는 나름의 정당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주권을 상실한 데 따른 자존심의 훼손이 북한의 초민족주의(hyper-nationalism)로 나타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북한 엘리트들이 보기에 미국과 남한의 관계는 과거 중국과 조선의 조공관계와 동일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시각은 21세기의 변화된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훼손된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죠. 이러한 점에서 박정희의 민족주의와 북한의 민족주의를 동일시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임 : 발생론적 정당성이 현재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로선 80년대 NL의 민족주의 역시 박정희식 민족주의와 별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어린시절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암송하면서 형성된 국가공동체에 대한 충성이 대학생이 되면서 방향을 전환한 것에 불과합니다. 저류에 흐르는 민족주의적 인식에는 변화가 없는 셈이죠.

사회 : 화제를 돌려보죠. 6.15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남북의 화해분위기를 타고 정서적 민족주의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임 : 같은 핏줄이기 때문에 통일돼야 한다는 논리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요즘 남북한의 동일성을 회복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의구심이 드는 것은 과연 그 동질성이 무엇일까 하는 점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보수적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나면,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변합니다. 그 사람들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북한에도 유교적 예절이 남아있고, 여성들은 모두 다소곳하고 정숙하며 남편에게 복종하더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남북의 동질성을 찾아나가서는 곤란합니다. 현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막대한 군비 지출, 혈육들이 만나지 못하는 끔찍한 상황, 남한의 레드 콤플렉스와 북한의 양키 콤플렉스,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것입니다. 통일이 아니라 탈분단, 탈냉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것은 권력이 주도하는 민족주의 열기에 휘말려들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통일이 되어야 합니까? 남북한 주민들의 보다나은 삶을 보장하지 않는 한 통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우리가 민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김 : 임선생의 지적은 타당성이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상층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 결정지어질 때, 반드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통일열기 속에서 민간인 학살문제나 북한의 정치범 문제는 거론될 여지가 봉쇄되어 버렸습니다. 분단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지요. 저는 통일문제를 인간고통의 경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핏줄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한다는 논리에는 저 역시 반대합니다. 하지만 임선생과는 강조점이 다르죠. 저는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 당사자화’라는 점에서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한 정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지난 1백년 동안의 일그러진 역사를 되돌리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상호화해와 평화정착은 남북한 민중들에게도 복리를 가져다줍니다. 여기에 계급적 입장이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쓸모 없다는 생각은 대단히 관념적인 판단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민주화운동세력이나 시민운동세력이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사회 : 통일보다 탈분단이 중요하다는 임선생님의 입장은 동질성보다 차이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논리로도 들리는군요. 그런데 과연 동질성에 대한 인정 없이 효과적인 교류와 협력이 가능할까요?

임 : 지금 남북한이 갖고 있는 동질성이 어떤 겁니까? 언어가 통한다고 동질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남북한 어디에도 동질성 같은 건 없다고 봅니다. 차라리 인권이나 민주주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내고 이러한 사회를 공동으로 지향해 나가야한다는 주장이 더 구체적입니다. 저로선 민족적 동질성을 찾아내고 거기서부터 협력과 통일로 나아가자는 논리가 오히려 추상적으로 들리는군요.


동질성 전제 않는 교류·협력은 가능한가

김 : 이 문제는 요즘 저의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가 서양의 근대문명이 가져다준 성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러한 최소한의 진보조차 성취하지 못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것’을 강조하는 특수주의는 보수와 반동을 초래할 위험성도 농후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그 무엇은 인권이나 권리의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제공한 것은 종교였습니다. 불행히도 진보를 주창하는 세력들은 그것을 갖고 있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그 자원을 진보세력은 어디서 이끌어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우리의 전통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적·정서적 유산들로부터 추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결국 자신이 특정한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의식이니까요. 저는 남북한의 동질성도 바로 여기서 찾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언어와 언어 속에 담긴 사고의 원형들로부터 뭔가를 찾아 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민주국가의 상과도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 :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무엇을 찾는 작업, 이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신중성을 기해야할 문제입니다. 흔히들 한국사회에 공동체주의적 요소가 강하다고 하는데, 최근 공기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집단이죠. 스위스 같은 경우는 다릅니다. 거기서는 공기업이 살아남습니다. 왜 그럴까요? 잘 정비된 지방자치제도와 정치인 소환제도가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 때문입니다. 흔히 생각하듯 전통적인 공동체 정서가 공동체의 유지를 뒷받침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 그럼 임선생님은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가 민족주의와 양립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임 :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 말했듯 민족주의는 항상 배타성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저는 논의의 초점을 민족주의로부터 개인의 자유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고전적 자유주의가 전제하는 원자화된 개인의 자유가 아닙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개성주의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이것은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를 전제로 한 개인주의. 혹은 공동체성이 내면화된 개인주의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위험은 따릅니다. 내면화된 공동체성이라는 것도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참여나 사회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위로부터 주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김 : 저는 민족주의의 내용 자체가 계급적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민족주의는 결국 이 땅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민을 갈 수 없는 사람들, 이중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 속에 자리잡게 되니까요. 오늘날 그들의 대부분은 파산직전에 와있는 농민들, 그리고 50%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민족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가 결합되는 것도 결국 이들의 저항운동을 통해서입니다. 세계화가 야기하는 삶의 황폐화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은 비록 민족주의적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내용은 어디까지나 계급적이고 생존권적인 요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임지현이 보는 김동춘

이론과 실천의 통일 고민하는 완고한 공동체주의자
결점이 없다는 것. 그것이 김동춘의 단점일 수 있다. 김동춘은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고민하는 모범적 지식인이다. ‘역사비평’의 편집위원으로 5년 넘게 만나오면서 나는 항상 그의 균형감각이 부러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와 나는 철학적 세계관이 다르다. 내가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김동춘은 완고한 공동체주의자다. 이러한 차이는 성장환경의 상이함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는 경상북도 촌사람이지만 나는 도회적인 사람이다. 공부하는 분야도 다르다. 그는 한국사회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요, 나는 유럽사회를 공부한 서양사학자다. 김동춘은 내가 문화라는 상부구조적 현상에 관심을 쏟는 것에 비판적이다. 하지만 나는 문화를 토대라고 본다. 따라서 진지전에 대한 그람시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내가 볼 때 우리사회 진보세력의 오류는 기동전적인 전략에 지나치게 매달려왔다는 것이다. 물론 기동전이 전적으로 그른 전략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진지전의 문제의식을 갖고 기동전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우리 안의 파시즘을 강조한다고 해서 우리 밖의 파시즘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파시즘에 안과 밖이 어디 있단 말인가.

 

김동춘이 보는 임지현

물질적 기초보다 상부구조 관심많은 문화주의자
성장환경의 차이가 학문적 차이를 낳았다는 임지현의 지적은 옳다. 학문이란 논문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업 아니겠는가. 내가 볼 때 임지현의 한계는 사회의 물질적 기초보다는 상부구조적인 요인들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학자들은 항상 자기 한계 속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그 한계를 어설프게 극복하는 것보다 그것을 지속적으로 밀고 가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나는 임지현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동의하는 편이다. 현실의 억압과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지나치게 삶의 결이나 미시적인 요인들에 주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없지 않다. 임지현은 문화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항상 역사의 패배국면에서 출현한다. 대표적인 예가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이다.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이 우리 안에 내면화된 권위주의나 미성숙한 시민의식의 탓으로 돌려질 수 있을까. 나는 이러한 임지현의 시각이 지금의 정치사회적 국면을 헤쳐나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주의적 세계인식의 고리를 놓칠 공산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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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서연사랑님 주소랑 다 버린것 쓰다가 빨래를 널러 갔어요. 그러니까 생각나네요.

어제는 모처럼 서방이 집에 있었죠. 하지만 자기 공부해야 하니 나더러 애들 데리고 좀 나가달라고 하더군요. 뭐 좀 얄밉기는 하지만 내가 전에 한짓도 있고-일을 떠넘겼죠.-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아는지라 어제는 하루종일 애들 데리고 친정에서 놀다가 마트에 가서 장도보고 했어요.

저녁때 집에 돌아오니 자기도 좀 미안했던지 집안 청소를 간만에 맘에 들게 해놨더라구요. 더군다나 빨래도 다 개서 넣어놓고 세탁기에 넣어두었던 빨래까지 다 널었더군요. (음~~쬐끔 감동했어요.)

근데 그 때 퍼뜩 생각이 나더군요. 세탁기에 들어있던 빨래가 사실은 이틀전에 한건데 그 전에 한 빨래가 하도 안 말라서 못 널고 있었던 거거든요. 제가 널었으면 당연히 널기전에 피존 한웅큼 넣고 한 번 더 행궈서 널었을 건데, 서방이 못미더워 물어봤죠..

빨래는 한 번 더 헹궈서 널었냐고... 그 때 서방에게 약간의 망설임이 찰나에 지나갔는데...(이 때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순진한(?) 저는 당연히 헹궈서 널었지 하는 서방을 말을 믿고 말았어요.

오늘 오후 또 빨래가 쌓였어요. 아이들이 하루에 3-4번씩 갈아입는 옷이 장난이 아니예요. 그래서 오후에 빨래를 개려고 베란다로 나갔어요. 그랬더니 뭔가 그 콤콤한 냄새 아시는 분은 아실거예요.(아니면 알라딘에는 살림 잘하는 주부뿐이어서 저처럼 세탁기에 빨래를 이틀이나 넣어두는 분이 없으시다면 한 번 실험해보세요.냄새 끝내줘요. ^^)

당장에 알았어요. 이 인간이 거짓말을 했군...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어제라도 말했으면 다시 빨아서 방안에라도 널었을텐데.... 지금 이 많은 빨래를 다 어디다 넌단 말입니까? ㅠ.ㅠ 어쨌든 지금 세탁기 열심히 돌리고 있습니다. 남는건 또 세탁기에 내일까지 있어야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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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1-13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살림 잘하는 주부가 아니거든요.^^;; 저도 가끔 세탁기에 다 헹군 세탁물 놔두었다가 다음날 널곤 합니다. 어떨 땐 섬유린스 넣고 돌려놓고 까먹기도..^^;;

바람돌이 2006-01-13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의 말씀에 위안이 되어요. 세상에 나만 이런건 아니었어. 아자 아자~~

울보 2006-01-13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는 전업주부인데도 어쩔때는 세탁기 세제통을 안닫고 돌려서 세제 없이 빨래하고 널으려고 보면 세제통이 보여서 내머리를 친다니까요,,ㅎㅎ

바람돌이 2006-01-13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제통에 안넣어요. 그게 세탁기 성능이 안좋은지 맨날 보면 빠져나가다 말고 그러더라구요. 그냥 빨래에 휙휙 뿌립니다. ^^

세실 2006-01-1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전 뭐 저녁에 세탁기 돌려놓고 아침에 널어야지 했다가 늦잠자는 바람에 못널고 출근해서 하루 지난 저녁에 너는 경우가 다반사랍니다.
서방님 그 정도면 깜찍하세요~~~ 호호홍

바람돌이 2006-01-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저는 아침에 널어야지 하는건 아예 안널어야지 하는거랑 똑같답니다. ^^

진주 2006-01-1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공기가 너무 건조해서-저녁마다 빨래해서 널어요.
약간의 거짓말은 좀 하셨지만, 그래도 대단한 걸요. 바람돌이님댁 큰아가는 안 시켜도 스스로 빨래를 다 하다니! 어릴적부터 몬테소리 공부를 차근하게 잘 시켰나봐요? ㅋㅋㅋ

바람돌이 2006-01-1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몬테소리라뇨? 푸하하~~~
아마도 했다면 일년에 하루 이틀쯤식 시키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안 시켜도 우리 서방이 저렇게 착하게 구는건 1년에 한두번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