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미네르바의 글을 이전에 읽은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옛날 옛적에 경제학 책이랍시고 기본서를 읽을때조차도 돈과 관련된 부분만 나오면 갑자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게 내 머리를 죽어라고 쥐어박았으니...
지금에 와서 외환이니 금융이니 하는 글들을 찾아 읽을리가 없는것이다.
다만 인터넷 논객의 글 정도에 저리 부르르 하는 인간들의 얄팍함과 유치함에 분노했을뿐...
동시에 저들이 참 두려운 것이 많구나 그러니 저렇게 발악을 하는거지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 미네르바가 구속이 된 이즈음에 와서는 우리 사회의 얄팍함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곳곳에서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난리를 치는 이 현실이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듣기로는 그의 경제지식이나 식견이 상당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금 그의 학벌때문에 평가절하된다는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말이다. 드디어는 예상했던대로 진짜 미네르바라 아닐 것이다. 전문대 학력으로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학력이 곧 인격이고 능력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현실이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이 즈음에 행복한 청소부를 다시 읽는다.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가 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멋지게 반짝반짝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아저씨!
어느날 아저씨는 우연히도 자신이 닦고 있는 표지판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 아는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한 사람씩 한사람씩 공부를 시작한다.
먼저 음악가부터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베토벤-쇼팽-하이든-헨델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음악회를 찾아가고 휘파람으로 곡들을 연주하고...
그 다음은 작가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브레히트-실러-슈토름-케스트너
이들이 쓴 책을 찾아 읽고 연구서를 읽고...
그리고는 휘파람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열심히 표지판을 닦으며 자기 자신에게 문학가들의 얘기와 그들이 쓴 글을 강의한다.
청소부는 정말로 행복한 청소부가 되었다.
음악가와 작가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거리이름 표지판을 닦으면서 늘 그들과 이야기하고 만날 수가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청소부의 혼자말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듣게 되고 청소부는 곧바로 유명해지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청소부의 강연을 들으러 오게 되고...
드디어는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오게 된다.
청소부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교수직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그리고 오늘도 표지판을 닦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청소부의 강연을 듣기위해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을게다. 

사랑하면 알게된다.
진정한 앎이란 학력과 관계없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청소부가 있다면 곧 그의 학력으로는 그런 문학, 음악강연을 할 수 없다는 둥, 그가 말하는 내용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둥 얼마나 많은 험담으로 괴롭힐까?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대한민국의 얄팍한 인간들에게 진정한 앎은 어떻게 오는지 이 책을 보여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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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1-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카 페트의 동화 다 좋지만, 행복한 청소부 이야기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만들지요. 오래 전에 애들과 공원에서 이 책으로 수업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내 등 뒤에서 말없이 청강하셨던 오리지날 청소부 아저씨가 계셨지요..수업 끝나자 조용히 자리를 뜨면서 꼬부라진 등을 펴지 못하는 걸음으로 자루를 끌고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시던 그 할아버지 청소부..그 분도 행복할까요? 미네르바의 학력을 갖고도 난리법석인 우리나라에선 좀 힘들런지도 모를..일..

바람돌이 2009-01-13 23:40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정규직이었다면 좀 나았을테고 비정규직이었다면 행복하기는 힘드셨겠죠. 직업에 정말 귀천이 없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생계걱정은 없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왜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그렇다면 정말 청소부할아버지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춤을 추고 그런 사회말예요. 우리 나라의 절대적 부는 이미 그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말예요. 어디나 차별이 문제죠. 근데 그걸 정권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게 어느정도의 기득권층에만 들어갔다 싶으면 그 쥐꼬리만한 것도 절대로 내놓지 않을려하는 우리 모두 안에 들어있는 이기심은 더 큰 장벽이 될 것 같아요.

조선인 2009-0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슬프네요. 정말.

바람돌이 2009-01-13 23:41   좋아요 0 | URL
지금은요.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겠어요.

혜덕화 2009-01-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반 꼬마들에게 이 책을 읽어준 적이 있어요. 5학년에게 읽어줄 때와 1학년에게 읽어줄 때의 반응이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리학 박사 수료를 한 사람이 환경 미화원 시험에 응시했다는 기사를 어제도 오늘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래들의 80%가 대학을 가는 지금 현실에선 4년제대학을 나오고도 비정규직으로 몰리는 상황을 알리려는 의도도 크겠지만 고학력자가 겨우 이런 일을 하는 마음으로 쓴 기사같아 속상했습니다. 다들 행복한 청소부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해서 자립하려는 의지를 그렇게 기사화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살기 어려운 시절을 우리 후배들이 살아내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바람돌이 2009-01-13 23:43   좋아요 0 | URL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네요. 우리집 애들은 아직 이런 편견 자체를 모를 어린녀석들인지라 그냥 그렇게 당연한듯이 듣더라구요.
오늘은 그 물리학 박사 수료자라 결국 떨어졌다는 기사가 실리더군요. 정말 뭐하는 짓인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볼려는 그 사람에게 이건 지나치게 큰 상처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꿈꾸는섬 2009-01-1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는 말, 정말 절대적으로 공감해요.

바람돌이 2009-01-13 23:44   좋아요 0 | URL
행복한 청소부가 나오기 힘든 사회에 사는 어른들의 꿈이 반영된거겠죠.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많이 읽혀준다면 앞으로는 좀 나아질까요? 근데 그렇지 못한 교육, 반대의 상황이 너무 많은 사회라 걱정입니다.

혜덕화 2009-01-1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들은 그야말로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게 들었는데, 5학년쯤 되면 그런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죠. 청소부를 하면서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편견을 아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그림 동화책 하면 왠지 자기들이 더 어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몇 편 계속 읽어줬는데, 나중엔 저도 시큰둥 해지더군요.진도 나가기 바빠서 사실 여유롭게 읽어줄 만한 시간도 없었지만...^^

바람돌이 2009-01-16 01:10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얘기군요. 5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인제 스스로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할터인데 그러다 보니 그림책은 다 유치하다고 생각하겠네요. 어른도 읽는데 말입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1-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식으로 공부해보고 싶군요.청소부가 연구한 작가 중에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네요.그릴파르써와 슈토름.

바람돌이 2009-01-19 00:14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는 작가입니다. ㅠ.ㅠ 노이에자이트님은 이미 그렇게 공부하고 계신거 아닌가요? 경제사 말예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토름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많아요.사실 독일소설은 잘 안 읽히잖아요.그중에서 비교적 많이 팔리는 소설이죠.경제사...헤헤헤...어려워서 환장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09-01-21 01: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독일소설 책장 안 넘어가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 하이제나 아르투어 슈니츨러,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중단편이 재미있으니 검색해서 한 번 구경하세요.재미있어요.19세기독일 소설도 재미있는 게 꽤 많아요.

바람돌이 2009-01-25 02:30   좋아요 0 | URL
네 구경해볼게요. 노이에자이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실 2009-01-24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며칠을 가지 못했네요. 님 덕분에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긍심을 갖는것. 참 좋지요. 그러다보면 정말 플러스 알파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잖아요.
학창시절에 주입식 공부 하기 싫은 사람도 사회에 나와 독학으로 전문적인 책 많이 읽으면 진정한 전문가인데 자꾸만 현실은 외면하려 하네요.
님 마음이 따듯한 명절 되세요^*^

바람돌이 2009-01-25 02:32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따뜻한 명절 되세요. 그리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
정말 전문가든 뛰어난 또는 훌륭한 사람이란건 어떤 학교를 나왔는가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던데 말이죠...
 
조심! 조심! 콧구멍 후비기
다니엘라 쿨롯 푸리쉬 지음, 김영자 옮김 / 한림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집 둘째는 콧구멍후비기의 달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해 늘 콧물을 달고 다니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늘 콧구멍 후비다 엄마 아빠한테 손을 잡히고 한소리를 듣는 아이를 보면 가끔은 그냥 내버려둬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요즘 또 맛들인 중고샵에서 이 책을 보자 둘째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바로 장바구니로 직행시켰다.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체의 동물들 - 코끼리, 쥐돌이, 개구리는 모두 콧구멍후비기를 좋아한다.
왜 안그럴까?
어른들은 모두 안그런척하지만 사실 누구나 은밀하게 후비고 있을텐데....
그리고 그 은밀한 즐거움의 순간도 다 알고있잖아?
아이들은 단지 공공연하게 후빌뿐이다.
이 책에서도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협박을 해댄다.
콧구멍을 자꾸 후비면 손가락이 코에 끼어서 안빠지게 돼, 코가 부러질거야, 병균이 들어가서 코에 병이날거야.....
엄마 아빠의 말에 겁이 덜컥난 아이들이 찾아간곳은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런데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뭘하고 계셨을까? 


모두 모두 코를 후비고 계시다니... 



우리도 신나게 코를 후비자. 단 조심 조심...  

코후비는 버릇때문에 늘 잔소리를 듣는 둘째의 마음을 조금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위로가 됐겠지?
아 그러고 코 후비는거 그냥 내버려둘까 말까?
그냥 조심 조심 후비라고 할까?
근데 코 후비는 손가락을 쪽쪽 빠는 습관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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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1-12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잖아요.ㅎㅎ
근데 헐지 않을 정도로 후비는 게 어떨까용?
이 그림책 참 재밌죠.

바람돌이 2009-01-12 03:01   좋아요 0 | URL
예 재밌어요. 그래서 그냥 해아 코 후비는거 그냥 봐줄려고요. 뭐 그러다 크면 알아서 은밀하게 후비겠죠.... ㅎㅎ

ceylontea 2009-01-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이들은 아무리 말해도 콧구멍을 후비는 거 같아요.. ㅠㅠ; 큰애가 하니까.. 큰애하는 것은 모조리 따라하는 둘째도 하고.. ㅠㅠ; 저도 이번달에는 이 책을 사야겠어요.. ^^

꿈꾸는섬 2009-01-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콧구멍 후비는건 잘 안 고쳐지더라구요. 현준인 게다가 손가락도 빨아요.

바람돌이 2009-01-13 01:13   좋아요 0 | URL
해아도 손가락 빨아요. 그것도 코후비고 난 손가락...ㅠ.ㅠ

치유 2009-01-13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크면서 다 없어지는 버릇인걸요..

바람돌이 2009-01-13 02:13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쯤 가면 없어질까요? ㅎㅎ
 
I, Goya - 고야가 말하는 고야의 삶과 예술 I, 시리즈 2
다크마어 페겔름 지음, 김영선 옮김 / 예경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고야란 화가를 떠올리면 절로 야누스라는 단어가 같이 따라온다.  

고야를 떠올리면 같이 떠오르는 그림

<1808년 5월 3일>
스페인을 침략한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당하는 민중들.
(내 사진 솜씨가 워낙에 엉망인데다 대충 찍었더니 이런...그렇다고 다시 찍지도 않는 이 게으름..)
제일 처음 이 그림을 봤을때는 이 그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싶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화집을 통해 이 그림을 봤을때는 전율을 느꼈다.
(화집이 이럴진대 실제 그림을 본다면 어떨까?)
학살자들의 비인간성은 로봇같은 뒷모습으로 획일화되고 죽음의 공포에 맞닥뜨린 저들은 하나 하나 그 절망과 고통이 마음을 찌른다. 

이 그림을 보고 나는 고야가 아주 대단한 혁명적 화가일줄 알았다.
전쟁이라면 무슨 무슨 장군이니 왕이니 아니면 신화속의 영웅이 빠지지 않던 시대에 영웅도 없고 장군도 없이 그저 민간인학살이라는 전쟁의 죄악을 저렇게 고발한 사람이 혁명가가 아니면 누가 혁명가일까 말이다. 

그러나 이 그림

<양산> - 아 사진이란... 이 그림의 색감은 황홀할 정도다.
귀족임이 분명해보이는 청년과 아가씨.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을까? 아무 근심걱정없는 천진난만한 저들의 표정, 로코코의 귀족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이 그림과 앞의 그림이 같은 작가의 것일까? 

고야의 삶을 보면 인간으로서의 욕망 - 부와 명예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를 엿볼수 있다.
왕실과 귀족층과 유대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들의 초상화에서 그는 독보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스페인왕실의 궁정화가로서의 지위를 죽을때까지 유지한다.
어떻게 보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는 눈물겹기도 하다.
그의 고군분투가 눈물겨운 이유는 권력에 영합하면서도 그가 결코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그린 다비드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황제대관식을 동시에 찬양할 수 있었던 다비드- 권력지향형의 예술가의 전형이지 싶기도 한 사람이다.
하지만 고야는 다비드가 아니었다.
그의 예술가적 욕망은 늘 왕실이나 귀족이 아니라 자유주의에 닿아 있었으며 현실의 고통에도 무신경할 수 없었다. 


<카를로스 4세의 가족>
고야의 인간적, 예술적 딜레마가 한 눈에 드러난다.
왕의 가족들은 모두 한껏 치장하고 위엄을 뽐내며 화가 앞에 섰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 어떤 위엄도 위압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내의 평화와 애정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당대의 비평가가 "복권에 당첨된 것을 뽐내는 지방의 제빵업자와 그 아내"라고 혹평했다는데 정말 딱이다. 무능력해 보이는 왕, 왕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둘렀던 왕비의 욕심사나워보이는 표정....
이 그림이 바로 고야가 다비드가 될 수 없었던, 그의 일생을 걸고 넘어졌던 딜레마의 실체가 아닐까? (그럼에도 내게 너무나도 어려운 미스테리는 이 그림이 아주 흡족하게 왕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다. 정말 저 왕은 바보였을까? 아니면 왕이 싫어하던 왕비의 묘사를 보고 흡족해한 거였을까? 정말 이해 안된다.) 

혁명가도 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주 권력에 영합할수도 없었지만, 어쩌면 또 그래서 고야는 위대한 화가였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알겠는가? 인간의 그 복잡오묘함을...
더군다나 천재적인 이 화가의 내면이야... 


<겨울>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며 걷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좀 더 뒤에 나올 사실주의를 예고하는 건 아닌지... 


판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
고야의 진면목은 유화뿐만 아니라 판화작품에서도 드러난다.
당대의 계몽주의 사상을 옹호하는 것으로, 또는 당대 정치현실에 대한 풍자로도 어떤 식으로든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몇년전 고야의 판화연작시리즈를 운좋게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내가 고야를 좋아하기 시작한게 바로 이 판화작품들때문이었던듯하다)
인간의 온갖 어리석음,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판화연작들은 제목과 함께 이 화가가 또한 풍자의 천재였음을 동시에 당대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번득였는지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자신 안에 소용돌이 치는 욕망들의 부딪힘에서 일생동안 자유롭지 못했던,
그러나 바로 그 부조화와 불일치가 위대한 화가 고야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거인>
거대한 힘을 가졌으나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저 거인은 어쩌면 고야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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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단점 - 번역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곳이 제법 많다. 이게 번역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내가 능력부족으로 못알아들은건지는 모르겠지만....

2. 장난 아닌 가격이지만 가격만큼의 가치를 하고도 남는다. 예경에서 이 I 시리즈를 계속 펴낼 생각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I, Van Gogh> 와 이 책 <I, Goya> 둘다 가지고 있는데 둘다 너무 좋다. 참고로 책 크기

오른쪽은 일반적인 판형의 책. 확실히 크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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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1-11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추천 누르고요~
바람돌이님 말씀에 완전 공감해요. 고야는 정말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죠. 고야의 작품 중에는 서로 분위기가 너무 다른게 많아서 어쩔 때는 같은 사람이 그린건지 도저히 믿을 수 없기도 하고. 말씀대로 자신의 지위나 특권과 암울한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며 고뇌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책 너무 좋네요. 이뻐요 흑흑 I, Gogh도 가지고 계신다니 부럽슴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바람돌이 2009-01-11 03:08   좋아요 0 | URL
여긴 새벽 3신데 거긴 몇신가요? 이제 컴 끄고 자려다가 키티님 댓글 봣어요. ㅎㅎ 고야가 이리 좋으니 프라도에 다녀오신 키티님이 얼마나 부러운지 아시겠죠? ㅎㅎ

마노아 2009-01-1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전 교보에서 잠깐 들춰보고도 왔는데 한참 어른거렸어요! 정말 키티님 앞에서 주름을 잡을 순 없지만 바람돌이님도 넘넘 부러워요!

바람돌이 2009-01-12 00:47   좋아요 0 | URL
확 지르세요. 손 떨리는건 잠시고 뿌듯함은 오~~래 갑니다. ㅎㅎ

프레이야 2009-01-12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고야의 유령,에서 고야도 그렇게 이중적인 고민을 하는 인물로 그려지더군요.
판형이 정말 크네요. 지르고 싶어지잖아용^^

바람돌이 2009-01-12 02:59   좋아요 0 | URL
아 영화 고야의 유령 보셨군요. 저도 보고싶었는데 아직 못봤어요. ㅠ.ㅠ
이 책은 사놓고 뿌듯해하는 소장용이에요. ㅎㅎ

꿈꾸는섬 2009-01-1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져요. 갖고 싶네요.

바람돌이 2009-01-13 01:13   좋아요 0 | URL
딱 갖고 싶은 소장용 책이에요. ^^
 
뉴라이트 비판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0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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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나이 얘기가 갑자기 나와서 어! 했었다.
60을 바라본다는 이 분. - 젊은 학자도 아니고 60을 바라보는 분 중에 지금 이렇게 첨예한 논쟁에 발을 담글 분으로 내가 모르는 이가 있었던가 싶어 앞의 저자소개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1950년생이라....  
이 연세에 논객을 자처하기란 참 쉽지않을터인데.... 

찬찬히 읽다 보면 이 분의 정치적 지향성을 알아내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중도우파 내지는 합리적 보수라고 할 수 있을듯...(우리 사회에서 수구꼴통이 보수파를 자처하는데 이건 정말 어불성설이다. 그것들은 그저 수구꼴통이라고 불러줘야지 보수라는 이름은 과하다)
그런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서 이분은 숨기거나 자신이 가진 생각보다 더 진보적인척 하려 하지 않는다.(그런 점에서 늘 자신이 진보의 최전선에 서있다고 착각하는 유시민 같은 이들보다 훨씬 솔직하며 그럼으로써 오히려 저자의 글의 진실성이 와닿았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출발점은 뉴라이트의 인간관이다.
뉴라이트 역사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보다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만 본다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기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 그것만이 인간의 본질이 된다면 그래 뉴라이트들이 하는 말이 다 맞을것 같기도 하다.
옆에서 이웃이 굶어죽든 말든 나만 잘 살면 돼. 나라야 망하든 말든 내 돈이 늘어난다면야 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모든 것을 올인시켜버리는 논리가 나올 수 있는거겠지.
또한 경제의 양적성장이 있기만 하면 그 기간의 통치는 모든 것이 정당한 통치가 되고 모든 국가가 정당한 국가가 되기도 하겠다. 일제시대도,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도 모두 말이다. 

뉴라이트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 통계 수치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다.
일제 시대에 우리 나라는 연 3.6%의 높은 성장률을 이뤘다. 그러니 일제의 지배는 우리 민족에게는 발전과 근대화의 계기였다는 뉴라이트의 통계 장난은 바로 저자에게 일격을 맞는다.
이 수치의 출발점이 되는 1910년도는 거의 아무런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시기다. 오늘날처럼 산업화가 이뤄질 만큼 이뤄진 상황에서도 연 5% 이하로 성장률 목표를 낮추는 것을 놓고 온 국민이 서운해 하는 판인데 아무 것도 없던 출발점에서 연 3.6%가 높은 성장률이라니..... 1960년대 이후 20여년간 한국 경제가 이룩한 연평균 7-8%보다도 높은 성장률이 근대화 출범 시점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산업화가 수십년간 연 4%대 미만의 성장률에 머물렀다는 것은 일제 통치가 성장을 도와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억누르고 가로막은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정도만 봐도 뉴라이트들의 통계수치 장난질이 얼마나 유치하고 근거없는 것인지 알아봐주시겠다. 또한 발전없는 성장, 즉 삶의 질의 향상이 없는 덩치만 커지는 성장이란게 과연 진짜 성장이랄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물론 이 비판은 뉴라이트에게는 안 먹히겠다. 그들에게는 가진자의 부가 더 증가하면 그것으로 족할테니 말이다. 

뉴라이트는 또한 한국근현대사를 자본주의 발전의 단선적역사로 본다. 그 기준하나로 일제 통치도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도 모두 정당화되는 것이다.(무섭다. 뉴라이트가 좀 더 있으면 전두환일파의 광주학살조차 옹호하고 나설지도 모르겠으니...)
그리고 앞으로도 자본주의의 무한한 성장, 경제성장률의 향상만이 이 나라가 살아갈 길이며 또한 지향점이라니...
세계경제는 이미 자원의 한계에 부딪혔고 그것은 경제발전 내지는 사회발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뉴라이트는 여전히 고속 성장의 계속으로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억지망상에 빠져있는 셈이다. 이미 미국 경제의 위기에서 고속성장의 한계가 눈앞에 빤히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이 고집하는 수치의 향상을 위해서 취할 수단이 뭐가 있을까? 대규모 민영화, 온국토에 대한 삽질... 결국 지금의 정권과 뉴라이트는 알려진바대로 쌍둥이였던 것이다. 그것도 우리를 미증유의 파멸로 이끌어 갈.....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좀 더 강도높은 비판이 없을까? 어쩌면 이렇게 점잖게 비판하지싶은 생각이 안드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희망이 보인다.
좌파가 아니라 이 책의 저자같은 보수조차도 설득하고 포섭할 수없는 주장, 아니 설득할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분조차도 너무나도 기가차고 분개해서 가끔 감정을 폭발시키게 하는 뉴라이트가 얼마나 갈 수있을까?
결국 그들은 자신의 논리에 갇혀 우물안에서 허덕이다가 자멸하리라...
다만 그 자멸에 너무 많은 것들을 끌고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되도록 빨리 자멸할수록 덤태기로 죽어나가는 이들이 좀이라도 줄어들터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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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10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저도 저 책에 관심이 있긴 했는데 저자가 보수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나이도 지긋하시군요.^^ 광주학살조차 옹호하려고 할 가능성이 다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_ㅠ 자멸해야하는데.. 시간을 오래 끌어도 문제. 많은 것을 끌고 가도 문제. 정말 그렇네요.
그래도 뭐 곧 그렇게 되리라 믿어야죠. 으흐

바람돌이 2009-01-11 00:18   좋아요 0 | URL
이 분의 일부 의견은 동의가 힘들지만(예를 들면 김대중, 노무현정부에 대한 평가 같은 것) 그럼에도 귀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우리 사회의 원로에 해당할 이런 분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저는 보수라 하더라도 이런 분들이 좀 더 이렇게 나서주신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지않을까 싶었어요.

BRINY 2009-01-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얘기지만, 이 분의 아버지도, 형도, 사촌도 다 역사학자더라구요. 굉장~

바람돌이 2009-01-11 00:19   좋아요 0 | URL
이 분의 아버님이 김성칠씨라고 하더군요. 요즘 고등학교 교과서에 아버님의 글 역사앞에서라는 글이 실려있다고 친구가 가르쳐주더라구요. 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부전자전이랄까? ㅎㅎ

BRINY 2009-01-11 12:16   좋아요 0 | URL
사실 김성칠씨는 6.25때 돌아가셔서 그때 김기협씨는 어린 아기였잖아요. 그런데도 부전자전이란 게 놀라웠어요.
 
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매년 무슨 연례행사처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쩌구 하는 기사가 올라온다.
우리나라야 뭐 워낙에 하위권에 꽂혀있는게 당연하다 여겨지는데 가끔 생각지도 못한 나라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 올라와 놀라게 하기도 한다.
뭐 예를 들면 방글라데시같은 나라가 그렇다.
행복이란게 워낙에 주관적인 개념이라 이런 결과에 놀라는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너무 먼 거리에 있는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높았을때는 뭔가 속는 기분이 되곤한다.
그러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물론 누구나 예상하듯이 일단은 경제력 돈이다.
흥청망청 쓸만큼이 아니라 최소한 세끼 밥을 안정적으로 먹을 수는 있어야 하고, 비나 추위를 가릴 지붕정도는 있어야 하며 당장 내일 시체가 되어 나뒹굴거라는 두려움은 없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기아에 허덕이거나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얘기에는 이건 뭔가 음모가 있어, 아니면 종교같은 것들이 아편이 되어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거나라는 의심부터 드는 것이다. 

어쨌든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행복지수 순위에서 늘 앞자리를 차지하는 나라들은 어떤 면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싶어서...
<행복의 지도> 이 책은 바로 그런 나의 궁금증과 딱 일치하는 책이다.
에릭 와이너라는 저널리스트이자 이 책의 지은이인 이 사람
행복이 뭔지 궁금해, 왜 여태까지 행복을 취재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은 그리 적은거야 하면서 행복하다는 나라들을 맘먹고 여행한다.
아 그래! 이 책을 보면 뭔가 답이 있을거야
나도 덩달아 떠나게 되는 행복여행이다. 

어떤 나라를 갈까?
네덜란드? 관용과 자유의 나라? 어느정도까지는 마약까지도 합법인 나라.
하지만 관용은 훌륭하지만 그것은 쉽사리 무관심으로 변질될수도 있다니?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관용은 어디까지일까? 

스위스? 모든 것이 신중하게 배분되고 적당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맞춰지는 나라.
스위스인이 행복한 건 다른 사람들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난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라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 했던 그들의 역사를 보면 어쩌면 당연한 태도지 않을까 싶기도 한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 무조건 줄타기를 교묘하게 함으로써 살아남는 것.
그런 역사는 스위스인들에게 이런 신중함. 눈에 띄지 않으려는 조심성같은걸 무의식속에 쌓아온 것은 아닐까? 그럼으로써 안전은 확보되지만 참 지루하단다. 유머감각 없고 딱딱한 사람들.
완전한 즐거움, 기뻐날뜀 이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평온한 일상의 잔잔함?
인간은 이런 것들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지...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부탄? -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그리고 기대하며 본 나라.
국가에서 국민의 행복지수를 측정하고 관리해주는 나라라니...
예전에 다른 글에서 이런 얘기를 듣고 그게 과연 가능할까? 정말로 부탄 사람들은 행복할까 하는게 늘 의문이었었다.
저자가 만난 부탄인들은 모두 행복하단다.
그런데 그들을 바라보는 기분이 꼭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다. 현실이 아닌듯한 또는 선승의 선문답을 듣는 듯한.... 현실적인 온갖 것들에 대한 무심함. 불교에 대한 믿음... 주변의 나라가 흔히 그러하듯이 야만적인 독재자를 만나지 않은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딱히 행복이라 할 수 있을지, 아니 그렇다고 불행하다 하기도 어려운 그런 아련함. 막막함이 부탄에 대해 느껴지는 것들이다. 아마도 저자도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쏟아지는 석유와 함게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돈을 거머쥐게 된 조그만 나라 카타르인들은?
돈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당연히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세금도 없고, 기본적인 경제생활은 국가가 모두 부담해주고, 일하기 싫은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모두 해주고....
카타르인이 할 것이라고는 국가라는 가족(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가족)체제속에서의 자기 자리를 잘 지키기만 하면 되는 나라의 사람들.
대신에 그들이 잃은 것은? 창조와 생산의 기쁨, 그들의 문화... 뭔가 현실감 없는 세상... 이건 꼭 묵시록적인 미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슬란드? 그 동토의 나라?
아 여긴 좀 그럴듯하다. 자연환경은 정말 행복과는 거리가 먼 얼음의 나라.
겨울이면 아예 낮이 없는 어둠의 나라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만큼 인구도 작아주어서 어쩌면 이들은 행복한지도...
고통을 대하는 미국과 아이슬란드의 방식은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의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이란 나라는 높은 인플레는 절대로 참을 수 없지만 5-6%대의 실업률은 잘 참는단다.
아이슬란드는 정 반대다. 높은 인플레는 모든 사람이 고루 고통을 분담하는 거지만 실업률은 특정 사람을 고통의 늪으로 몰아넣는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적 연대의식 - 어쩌면 이것이 아이슬란드의 행복의 비밀이 아닐까? 또한 엄혹한 자연환경속에서 형성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 이것은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 끝내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는 아닌것같다. 그저 실패하면 어때 하는 추임새정도랄까?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한 사람이 몇가지의 직업을 전전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란다. 아 이건 부럽다. 그럼으로써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설사 평생을 못 찾아도 찾는 것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매력적이다. 

불교적 윤회관으로 무장- 평정심 유지에 기가 막힌 재주를 가진 태국인들
절대 행복하지 않은데 변화를 시도하는 영국의 작은 마을
가능한 것도 불가능한 것도 없는 인도
그리고 정말 온 국민이 불행의 늪에 빠져있는 몰도바까지... 

행복한 나라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저자는 과연 답을 얻었을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나도 답을 얻었을까?
결국 행복한 나라에 대한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행복의 느낌이 주관적인 만큼...
그럼에도 우리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저 사람들에게서 뭔가 우리가 배워올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놓치지 말고 꼭 쥐어야 할 것은 찾은 것 같다.
공동체, 연대의 마주잡음.... 우리가 잊어가는 것들..... 우리는 불행으로 가고 있구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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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1-0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항상, 남의 나라 아닐까요?

바람돌이 2009-01-09 23:08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하겠죠?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니... ^^

로드무비 2009-01-0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행복하지 않은데 변화를 시도하는 영국의 작은 마을에
그나마 시선이 가네요.
멋진 리븁니다.^^

바람돌이 2009-01-09 23: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근데 저 영국 마을에서 시도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내면을 다스려라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리고 열심히 웃기 연습 -이건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처럼 한때 행해졌던 것 같은데... 결국 이웃의 회복 좀 더 나아가면 사회적 연대의 회복이 정답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프레이야 2009-01-10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처럼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쓰고 자주 볼 수 있는 나라도 없다고 해요.
비약일 수 있지만, 얼마나 '행복'하지 않으면 그렇게 자주 입에 올릴까요.ㅎㅎ
아이슬란드인들의 '행복'이 와닿네요.^^
공공의 책임과 연대, 쉽게 전이되고 전이되어야하는 '행복'..

바람돌이 2009-01-11 00:2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특별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어찌됐든 OECD가입국인데... (근데 요즘은 저도 별로 행복하지 않긴 하군요. ㅠ.ㅠ)
근데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어둠을 껴안기 위해서 엄청나게 술을 마셔댄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