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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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서울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온갖 행사들로 시끌벅적했던게 생각난다.
그 최대 이벤트가 타임캡슐이었던가?
600년을 이어오는 수도라.... 만만치 않은 역사의 무게다.
하지만 오늘의 서울은 그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을까?
가뭄에 콩나듯이 가는 서울이지만 온통 빌딩과 차도들로만 둘러싸인 궁궐이니 남대문 동대문이니 하는 것들이 600년 역사를 온전히 느끼게 하기는 힘들었다.
현대문명에 짓눌려 박제가 되어버린 과거라고나 할까? 

그래 600년 수도 서울이라고 한다면 이 정도 책은 지금보다도 훨씬 일찍 아주 옛적에 나와줬어야 했다. 이제야 나온 것이 안타깝고 안타까울뿐....
뭐라고 한 마디로 이 책을 정의하기는 상당히 난감하다.
제목 그대로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그리고 그 시공간을 살았던 사람들과 삶들, 삶의 조건들 찾아가기 정도? 아니면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에 근대가 어떻게 이식되고 뿌리내렸는가? 뭐 이런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까?  

책은 서울이 조선의 도읍이 되던 순간, 서울이라는 명칭의 유래를 찾는데서부터 시작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맥락만을 추적하지는 않는다.
도시의 역사를 쫒아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먼저 생각해봐야할게 결국 도시론이다.
어떤 지역 내지는 국가에서 도시와 농촌은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며 도시는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 그리고 그 역할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가는가하는 물음말이다.
주변의 농촌을 소비함으로써만 성립될 수 있는 도시라는 존재는 그 출발부터 기생성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근대화의 역사는 그러한 기생성을 더욱 더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을 배제시키고 소외시키는 과정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서울민국이라고 부르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자조는 이런 맥락에서 발생할 터이다.  

애초에 계획도시로서 질서정연한 정비를 보였던 또는 보이고자 했던 서울이 전란으로 인해 파괴와 전란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 그리고 풍수사상의 영향등으로 중구난방의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렇지만 전근대의 이러한 변화는 또한 부자와 빈자가 일상적인 연대를 이룰 수 밖에 없는 도시구조를 낳았지만 이러한 연대는 근대를 거치고 난 현대에 이르러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부자와 빈자의 철저한 구별, 비단 부자뿐만이 아니라 아파트값 떨어진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파트에 임대아파트 짓는걸 반대하는 주민들의 출현은 현대 도시의 비인간화가 어느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하겠다. 이런 연대의식이 사라진 도시는 대립의 현장일뿐 통합의 공간은 아니다. 

임진 병자 양난 이후 서울이라는 도시는 직업화 집단화된 거지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전 시대에도 분명 거지는 있었지만 그것은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었음과 비교하면 새로운 현상이다. 흔히 우리는 거지를 가난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 후기 생산력이 회복되고 오히려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수의 거지가 산출되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거지란 가난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빈부격차의 확대에서 오는 것임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우리 사회에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하여 눈여겨볼 대목이다.
17세기 중반 이후가 되면 늘어나는 서울의 유입인구, 특히 지방출신의 지배층으로의 편입을 막기위한 원천적인 봉쇄가 이루어진다. 과거에서 사륙변려체라고 하는 새로운 문체를 요구하게 되고 이것은 서울지배층의 전유물이 되는 것. 이래서는 지방출신은 어디 과거를 통한 한자리 얻기가 가능하기나 하겠나말이다. 다산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절대 서울을 떠나지 말것을 당부하는 논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일게다. 서울공화국의 탄생은 이 때부터 시작된것이겠다.  

신분제가 해체되고 상인이 새로운 계층으로 등장하면서 등장하는 언어의 변화, 이른바 깝쇼체라고 하는 서울방언- 요즘은 어서옵쇼, 어디로 모실깝쇼 등등- 의 등장. 전차, 시계와 함께 들어온 자본주의적 시간관념과 생활방식의 추적,  남대문 동대문 시장으로 이어지는 근대적 시장의 형성과정, 그리고 근대화의 물결속에서 무수히 만들어지는 새로운 언어들의 등장과 유래까지 무궁무진한 읽을거리들을 담고있다. 그리고 그것이 한때의 읽을거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 이 책의 가치가 더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서울의 지리를 좀 더 알았다면 아마도 이 책읽기가 더 즐거울수도 있었을터이지만 그렇다고 서울로 이사를 갈수도 가고싶은 생각도 없는건 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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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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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쿠? 저주!
그래 이 정도라면 저주라 할만 하겠다.
아내와 예쁜 두 딸과 정부, 충분하고도 넘치는 부와 명예.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도미니카라는 나라의 카브랄 가문.
그 가문의 아벨라르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했고, 남들처럼 그 부와 명예를 더 늘리고자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렇게 평화롭게 살고 싶었을뿐...
그러나 때는 트루히요라는 희대의 독재자의 통치기다.
트루히요 - 박통과 전통을 합쳐놓은듯한,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보이는 독재자.
그 독재자 덕분에 아벨라르의 삶은 한순간에 박살이 난다.
정말로 아벨라르가 과도한 긴장과 술때문에 트루히요를 욕하는 엄청난 실수를 했는지 아니면 정말 그의 딸을 탐한 트리히요의 성욕때문이었는지 알려져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의 가문은 트루히요의 푸쿠-저주에 걸렸다는 것.
그것도 대를 이어 반복되는 저주 말이다. 
아벨라르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 벨라 그리고 벨라의 아들 오스카로 이어지는 가공할 저주.
그래봤자 갱스터를 사랑했는데 그 대가로 사탕수수밭으로 끌려가 죽음직전까지 가는 벨라나
이웃의 창녀여자를 사랑했을뿐인 오스카까지 사탕수수밭이라니...
이 가공할 푸쿠를 푸는 역주문 사파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걱정하는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던 그럼으로써 파멸한 할아버지 아벨라르.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에 배신당하고 생존을 위해 그 사랑에서 도망치는 수 외에는 없었던 엄마 벨라
그러나 오스카는 근본적인 왕따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던 바로 그 오스카가 사랑을 위해 스스로 사탕수수밭으로 걸어간다. 한순간의 사랑을 위해 남은 생을 모두 놓아버리는 그런 사랑이야기.
그 멍청한 오스카의 사랑이 트루히요의 푸쿠-저주를 푸는 역주문 사파였을까?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아마도 그렇다면 영화의 주인공 오스카는 아마 영화역사상 가장 로맨스에 안어울리는 인물 1위로 오를것 같은데 그런 오스카와 최고의 낭만적인 사랑이라...
그러나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인해 오히려 오스카의 사랑이 빛나는 아이러니라니... 
오스카의 사랑이 정말 저주를 푸는 역주문이었을까?
그 답을 작가가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독자에게 맡길 뿐....

 이 소설은 또 한편으로 정치소설이다.
섬나라 도미니카를 지정학적의미에서뿐만이 아니라 독재의 장막에 갇힌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트루히요독재시대의 도미니카와 사람들의 삶이 소설의 또 한축을 형성하며 펼쳐진다.
그 숨막히고 억눌린 삶들. 또는 고향을 버릴 수 밖에 없는 디아스포라의 삶들.
살아있되 죽어있는 억눌린 삶들은 오스카의 집안으로 대표되는 도미니카인 전체의 삶이다.
그래서 안되는 일은 모두 트루히요의 저주라고 체념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그런 삶들. 독재에 시달리는 어느 삶이 안 그럴까?
남의 나라일임에도 이다지도 친숙하게 느껴지는건 우리가 그 세월을 똑같이 통과해왔고 또 지금 그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자들이 살아나고 있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 이 소설은 유머소설이기도 하다.
특히나 오스카의 독특한 캐릭터는 전혀 사랑얘기의 주인공답지 않다.
100키로가 훨씬 넘는 거구의 몸매 하며, 왕따당하기에 딱 안성맞춤인 이상한 성격하며....
그의 도저히 적응불가능한 성격과 그로 인한 온갖 예측불가능한 좌충우돌은 독자에게 곳곳에서 예기치못한 웃음을 전해준다.  
하지만 독자들은 곧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감정을 발견하리라...
그토록 말도 안되고 이해안될정도로 멍청하며 대화 불가능의 비호감덩어리 오스카가 점점 사랑스러워지는 그런 감정의 변화말이다.

정치와 역사,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이토록 독특한 구성과 번뜩이는 재치로 잘 버무려놓은 독특한 소설. 이 책을 읽는 이가 정치와 역사, 사랑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든 그건 독자의 몫이리라..
하지만 어디에 방점을 찍든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는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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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2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와 사랑이 버무려진 발칙한 소설이었어요. 영화로 만들어지는군요. 저도 캐스팅이 몹시 기대가 되네요. 특히 검은 진주 벨라 역은 누가 맡을지 그것도 궁금해요. 각주 읽느라 눈이 충혈될 뻔 했어요. ^^;;;

바람돌이 2009-02-28 23:37   좋아요 0 | URL
벨라역은 한 배우가 젊었을때와 중년의 역할을 같이 할지 아니면 다른 배우가 각각할지도 궁금하네요. ^^ 정말 각주 읽는다고 눈 뻘개 졌었는데 전 그 각주가 또 굉장히 재밌더라구요. ^^

꿈꾸는섬 2009-02-2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읽으려고 하는 책인데 바람돌이님 리뷰보니 더 빨리 읽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바람돌이 2009-02-28 23:37   좋아요 0 | URL
처음엔 각주도 있고 책장이 좀 안 넘어가던데 뒤로 갈수록 재밌어지더라구요. ^^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

프레이야 2009-03-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보고 당장 담아가요^^

바람돌이 2009-03-02 00:36   좋아요 0 | URL
맘에 드는 독서가 되시길.... ^^
 
나폴레옹광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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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밖에서 롤러코스터를 보고 있으면 360도 회전하는 부분에서 아찔함을 느낀다.
아! 진짜 저렇게 뒤집어지면 정말 끝내주게 무섭겠다라는 생각.
하지만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타보면 진정한 공포는 그 360도 회전에 있지 않다는것을 바로 알수 있다.
정말로 심장이 짜릿짜릿하도록 무서운건 출발 직후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전에 끼릭끼릭 공중으로 공중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그 순간, 다가올 전율을 기대하며 온몸의 세포들이 발광을 하고 손가락이 하얗도록 안전대를 쥐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인 것이다.
그런데 그 롤러코스터가 꼭대기에서 내리막을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에 멈춰버린다면? 그리고 그것이 언제 떨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면? ㅎㅎ 

내게 아토다 다카시의 <나폴레옹광>은 딱 그런 분위기의 책이다.
무언가가 시작될 것 같은 기묘하고도 음습한 분위기, 마지막 반전과 절정을 향해 천천히 속력을 내기 시작하는 구조, 그러다가 절정의 순간에 딱 멈춰버리는 마지막 순간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이제 시작이다. 마지막 순간의 아찔한 공포는 머릿속에서 확대되어 상상이라는 녀석으로 스멀스멀 배어나온다. 진짜 무서운 것은 책을 읽을때가 아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난 이후 내 상상속에서 진짜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나폴레옹을 너무나도 숭배하여 나폴레옹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하는 <나폴레옹광>과 자신이 나폴레옹의 환생이라고 믿는 이의 만남은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얘기하지 않지만 독자의 머릿속은 이미 상상의 사건으로 소름이 쫙 끼치고 있을테다. 

이쪽은 아닌데 유난히 친한척을 하는 <뻔뻔한 방문자>는 정말은 왜 여자의 집을 방문했을까? 여자의 집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한 방문자의 진짜 목적은? 마지막 장면 사랑스런 아이를 바라보는 여자의 표정은 어땠을까? 혼란과 애정과 끔찍한 의혹같은 것들? 히치콕의 영화에서 볼 수 있을듯한 표정일까? 

자동차가 말을 한다고? 그리고 알아서 돈을 벌어온다고? 일면 우스운 상황에서 시작한 <딱정벌레의 푸가>는 전혀 웃기지 않은 결론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남자가 정말로 미칠상황이다. 독자는 또한 이 남자가 앞으로 어찌될지를 그려보며 그가 느낄 공포에 동참할 차례다. 

<이> 다정하고 착한 아내가 정말로 한 짓은? 작가는 아무 말을 하지 않지만 이야기속 남편은 충분한 공포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두고 두고 갉아먹으리라...  

책에 실린 13편의 단편 중 확실하게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는 몇 안된다. 다만 암시를 할 뿐.... 하지만 암시만으로도 아니 오히려 암시이기에 이후의 상황을 온전히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리고 독자의 머리를 쭈빗거리게 하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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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2-0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추..추리소설인가봐요? 여기도 죽이고 살리나요? 헤헷~무서워서 횡설수설..

바람돌이 2009-02-06 22:42   좋아요 0 | URL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추리소설이겠지만 그렇다고 정통 추리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요. 주욱.... 죽이죠. ㅎㅎ
근데 추리소설계의 로알드 달이랄까? 로알드 달의 단편을 추리버전으로 만들면 이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
 
달밤
안드레아 라우흐 지음, 한리나 옮김, 파비오 데 폴리 그림 / 느림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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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바탕에 원색의 글자디자인

이런 표지에 가끔 나는 열광한다. 아이들 책보다는 어른들 취향이 더 맞아줄 것 같은 디자인이다.  

책날개를 펼치면

역시 까만 바탕에 빨간 달이 나오고 신문지를 길게 찢어붙인 콜라쥬다.
이건 뭘까? 했더니 바로 다음 장에 답이 나온다. 


연못 속 갈대들이다.
오늘따라 달님은 기분이 별로 안 좋은듯....
달님을 위해서 조용히 해야 할 듯. 쉬잇..... 

밤하늘의 달님과 연못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달님은 조용히 쉬고 싶지만 숲속 친구들과 연못 친구들은 그런 달님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다들 달님과 놀고 싶은게지... 


연못속의 물뱀들은 물방울을 튕기며 고개를 내밀고 펄쩍 뛰어오르고...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별들을 물려는듯...
그 중 한 녀석은 기어이 별을 덥썩 물었구나.
아이는 저 물뱀이 별을 덥썩 무는 장면이 마냥 재밌나보다.
저런 까만 바탕에 종이 몇장 찢고 오려 붙였을뿐인데도 물뱀의 생동감이 넘쳐 반짝 반짝 빛이나는듯하다. 


음악가 나비도 찾아와 달님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톡톡 이슬이 떨어지는 장면은 달님이 흘리는 눈물이 떨어지는듯하다.
곡예사 생쥐는 아예 달님을 공삼아 곡예를 펼치고 싶은듯.... 


오늘 하루 조용히 있고 싶은 달님의 소원과는 정반대로 표범, 새,문어, 붉은 용
거기다가 이제는 코끼리까지 와서 신나게 노래부르면서 목욕을 하네...
그것도 음정도 하나도 안맞게... 

달밤의 연못은 조용할 틈이 없는데 기묘하게도 그림을 보다보면 마음이 착 가라앚으면서 아른한 달빛 속 연못풍경이 조용히 떠오른다.
책의 내용은 시끌벅쩍한데 책을 읽는 마음은 정반대로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고요함속에 아름다운 달밤이 떠오르는건 아마도 저 까만바탕이 콜라쥬 그림들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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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9-02-0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책입니다.....저도 그림이 끌리네요....

바람돌이 2009-02-06 22:42   좋아요 0 | URL
내용보다 그림과 그림이 주는 분위기가 왠지 사람을 은근히 끌어당기는 그림책이에요. ^^

꿈꾸는섬 2009-02-0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그림 좋더라구요.

바람돌이 2009-02-07 23:27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이랑 저랑은 그림책 취향이 비슷한가봐요. ^^
 
너도 갖고 싶니? 웅진 세계그림책 124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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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사진이 어쩌면 모든걸 말해주는지도 모르겠네.
저기 노란머리의 우쭐해 하는 아이가 제레미란다.
제레미는 참 가진게 많다. 온갖 새로운 유행의 물건을 다 가졌으니 자칫 세상을 다 가진듯 싶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제레미의 상자가 저렇게 하늘이 그려져 있는게지.
그 상자를 바라보는 고슴도치 머리의 심드렁해 하는 표정의 아이가 샘이야.
샘의 표정을 봐서는 그게 별로 부러운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제레미가 가진게 도대체 뭔지 그리고 샘이 왜 심드렁해 하는지 봐야겠지? 



당연히 제레미의 자전거지.
근데 샘이 걸어가고 있는 저 길을 봐
새들이 날아오르고 고양이는 우아하게 담장을 타고, 담속에는 무지개를 쥐고 가는 손도 보이네. 
곧 새 자전거를 타고 의기양양하게 제레미가 나타날거야.
과연 제레미는 샘과 같이 자전거를 타자고 할까?
아니면 뽐내기나 할까? 

 

 

 

 

 



제레미의 저 의기양양한 표정좀 봐.
멋진 자전거를 가져서 진짜 기분이 좋은가봐
샘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근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니?
봐봐! 벽에 귀들이 쫑긋하고 있잖아.
근데 샘이랑 제레미가 사는 이 동네는 정말 근사하다. 사슴뿔에다 빨래줄을 걸었네. 거기다 사슴의 머리에서 불쑥 나온 손은 누구의 것일까?
빨래줄이 걸린 오른쪽 기다란 막대에는 눈사람 아저씨가 빙긋 웃고 있어.
다음에 일어날 일이 뭔지 다 안다는 듯이말야. 

 

 

 

 



이런 뻐기며 달리더니 제레미의 자전거가 와장창 부서져 버렸네.
아프겠다!
근데 저 초록색의 문들을 열고 나가면 뭔가 다른 세상이 나올 것 같지 않니?
다른 도시나 다른 마을로 연결되는 비밀의 문일지도 몰라. 

 




자전거 때문에 그렇게 혼이 나고도 제레미는 끊임없이 새 물건들을 들고 나타나네.
이번엔 축구공이야.
근데 저 공원 좀 이상하지 않아?
어떤 아저씨는 물안경을 쓰고는 커다란 물고기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어. 거기다 이 들판에서 낚시하는 사람, 물고기로 골프를 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나무들 조차도 물고기모양이네..
혹시 이 얘기 이상한 나라의 샘 아닐까? ^^  

이렇게 축구공 자랑을 열심히 해대던 제레미는 어떻게 됐을까?
별로 성공할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
그건 책을 봐야 알 것 같지? 

 

 



이번에 또 제레미는 사탕을 잔뜩 들고 나타났네.
그리고는 정말 그 사탕을 혼자서 다 먹어버려.
배 아플텐데...
샘에게 자랑만 잔뜩하고 하나도 안 주다니 배아픈게 쌤통이다.
여전히 이 동네는 이상해
개조심이라고 써졌는데 개는 안보이고 고양이만 있는 집 - 아니면 혹시 고양이의 탈을 쓴 개??? ^^
빨래들은 정말 멋지네.
저 빨래들의 주인들은 누굴까?
정말 이상하지만 그래도 멋질것 같지 않니? 

 

 

 

 

제레미는 번번히 자랑을 하다가 곤란한 일을 당함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열심히 새로운 물건을 가져와서 샘에게 자랑을 해.
고릴라 탈을 써고 와서 샘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말야.
그 결과 제레미는 아주 혼쭐이 나게 되고....


이번에는 마을을 벗어나 숲으로 갔어.
제레미도 당연히 샘을 따라갔어.
왜냐하면 새로 산 해적옷을 자랑해야 했거든.
그런데 이 숲 역시 뭔가 이상해
찌릿 찌릿!! 나무들 뒤에 누가 숨어있잖아?
앗! 해적들이야.
진짜 해적들이 해적옷 입은 제레미를 어떻게 할까?
힌트는 저 해적 중의 한명은 후크선장이라는 것.
그런 제레미를 구해주는 것도 결국 샘인데...
그래도 제레미는 또 샘에게 자랑을 해.
"우리 아빠가 오후에 동물원에 간다고 했단 말이야. 너도 가고 싶지?"
하지만 샘은 듣고 있지도 않아.
왜냐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어 

 

 



숲속에 온갖 동물들이 샘을 기다리고 있거든.
부엉이, 고양이, 달팽이, 돼지, 사슴, 양, 개구리, 악어, 뱀, 코끼리, 거북이, 기린, 토끼...
샘은 이 모든 특별한 것들을 볼 수 있는 아이야.
샘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상상도 가능하단다.
그리고 그 상상의 문을 열면 이렇게 훌륭한 세계와 놀잇감과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멋지지 않니? 

아마도 앤서니 브라운 아저씨는 사실은 이 책을 어린이들을 위해서 만든게 아닐지도 몰라.
물론 일부는 어린이들을 위해서지.
너희들은 이 책을 보고 제레미 나빠. 혼자서만 다하고... 친구랑 같이 나눠가져야 하는데라고 말해서 엄마 맘을 뿌듯하게 해주잖아?
거기다 책을 보는동안 내내 깔깔거리고 웃는 너희들을 보면서 엄마 맘도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는 속이 뜨끔했단다.
왜냐고?
어쩌면 엄마도 저기 나오는 제레미랑 똑같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뭐든지 새 물건 새 장난감을 사주기만 하면 너희들이 잘 자라겠지 하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장난감이나 물건들보다 더 중요한건 너희들 마음속에 샘처럼 많은 이야기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엄마가 그 이야기들을 같이 들어주고 키워나가는 것인데 말이야.
그래서 이 책은 말야. 어린이 책이기도 하지만 어린이가 정말로 원하는게 뭔지를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 충고를 해주기 위한 책이기도 한 것 같아.
앤서니 브라운 아저씨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마음을 봐주세요.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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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직 못 봤어요~ 다음에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바람돌이님, 명품 리뷰예요~ ^^

바람돌이 2009-01-25 02:26   좋아요 0 | URL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중에서 우리집 애들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ㅎㅎ 순오기님 설 잘 보내시고요. 복 많이 받으세요. ^^

울보 2009-01-24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은 아직 안 읽었는데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멋져요,,

바람돌이 2009-01-25 02:28   좋아요 0 | URL
멋진 그림책이에요. 아마 류도 재밌어할거예요. ^^ 울보님도 설 잘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