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을 리뷰해주세요.
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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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한 권의 역사르포!
1755년 11월 1일 기독교 최고의 축일 만성절 신앙심 돈독한 수많은 이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시간 - 리스본에 대지진의 재앙이 일어난다.
(만성절이 뭔지 몰라서 찾아봤다. 켈트족의 새해 11월 1일에서 유래해 기독교에 흡수된 축일, 모든 성자들의 날이란다. 그 전날 10월 31일이 할로윈데이고...) 

<운명의 날>은 바로 이 날이 포르투갈의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얘기한다.
역사에서 근대의 시작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사실 참 어려운 문제인데, 포르투갈은 이렇게 자연재해때문에 근대의 시작을 아주 명료하게 설정할 수 있다니... 그것도 기이하다면 기이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 사실상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시대가 거슬러 올라갈수록 당연히 더 심할테고 때로 자연재해는 한 사회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포르투갈이란 나라는 오늘날 유럽내에서는 경제적으로는 뒤처진 편이다.
하지만 한 때는 이 나라도 엄청난 부를 누렸다 .
교과서에서 배웠던 항해왕자 엔리케의 아프리카 서해안 탐험, 그리고 바스코 다 가마의 희망봉 발견 등으로 인도항로를 가장 먼저 선점했던 국가이니 말이다.
당대 동양에서 생산되던 향료는 같은 무게의 금과 바꾸어질 정도로 엄청나게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거기다 신대륙 브라질에서 들어오던 금, 은까지.....
그렇다면 한때 서구유럽의 아시아, 아메리카 침략에 가장 첫 출발점에 서 있었던 이 나라가 이후 다른 유럽 나라들에 그니까 영국, 프랑스 등에 오히려 뒤처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치게 많은 부당이익, 상업적 이익은 오히려 이 나라의 발목을 잡게 된다.
즉 다른 나라들이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산업혁명으로 자국 내의 산업을 발달시키고 신흥부르조아지를 성장시키며 근대사회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을때 포르투갈은 여전히 중세에 머물러 있었다.
책은 이러한 포르투갈의 역사를 아주 잘 정리해놓고 있다. 

그런 포르투갈에 근대국가를 향한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대지진이었다는 것은 역사의아이러니라 하겠다.
대지진 이후 망연자실한 왕실과 귀족들을 대신해 복구과정을 주도한 것은 재상으로 임명되었던 폼발 후작 - 카르발류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진으로 파괴된 리스본의 복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통해 구귀족세력을 약화시키고, 특히 포르투갈을 중세에 머물게 하는데 가장 혁혁한 공헌을 하고 있던 카톨릭세력을 제거한다.
그리고 노예제의 철페(식민지인 브라질은 당연히 제외다) 유대인이나 종교간 차별을 없애고 모든 포르투갈 백성에게 관직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한 마디로 근대 포르투갈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행한 인물, 유럽의 최신 사상인 계몽사상을 포르투갈에 접목시켜 실현하고자 한 인물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저항세력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구귀족세력과 카톨릭세력의 반발이 얼마나 치열했겠는가?
그 반발에 대한 카르발류의 대응은 철저한 전제군주제의 확립을 통한 절대적인 탄압이다. 

여기서 카르발류의 모순점이 드러나게 된다.
계몽사상을 받아들이고 포르투갈의 근대화를 이루고자 했지만 그의 정치체제론은 절대군주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절대군주제를 통해 그의 이상을 이루고자 한 것.
근대사회는 일시적으로 절대군주제를 통과하지만 결국은 모순이 드러나고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영국이나 프랑스같은 사회는 그런 대립이 시민혁명을 통해 폭력적으로 해소되고 정리되게 된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그런 시민사회의 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근대로의 이행과정을 생략하고, 카르발류라고 하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 의해 강제 이행되고 있다.
결국 사회 내부에서 카르발류를 지지해줄 수 있는 확고한 기반세력이 부재하고,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왕에게 전적으로 기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이런 상황은 왕의 죽음과 함께 카르발류의 전격적인 몰락과 구체제로의 너무나 쉬운 복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카르발류라는 이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책 저자에 의하면 그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대재앙으로부터 수도 리스본을 구하고 재건한 포르투갈의 영웅적인 인물로 기운듯하다.
그렇다면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카르발류가 저지른 수많은 정치적 보복과 음모들, 그리고 누구든 저항하는 자는 가리지 않고 국왕에 대한 반역으로 강력처단했던 공포정치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중세에서 바로 근대를 강제 도입하고자 했던,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리라 확신했던데서 그는 그가 살았던 포르투갈이라는 사회를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그가 뛰어난 정치인었던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한 시대의 영웅으로까지 격상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스러운 것은 이런 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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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8-26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르발류에 대한 문제의식은 계몽적 전제군주 모두에 대한 문제의식이기도 합니다.매우 좋은 글인데 댓글이 하나도 없고 추천도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글 남깁니다.

바람돌이 2009-08-27 01:02   좋아요 0 | URL
근대를 지향했던 중세의 군주들, 결코 중세의 특권들을 놓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이들이죠.
매우 좋은 글이라고 노이에님이 말씀해주신 것만으로 저는 오늘 하루 뿌듯할걸요. ^^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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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추천사에서 고병권씨는 "흰색, 모든 색깔들을 오염시킨 단 하나의 색깔. 모든 인종들을 유색인종으로 만든, 색깔없는 색깔.이라고 써놓았다. 
이쯤 되면 책의 내용이 대충 짐작이 간다.
흑인노예제나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적 내용정도로... 

어쩌면 아주 흔하디 흔한 주제인데 그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너무나 의외다.
"눈 부시게 하얀 천 위에 한 점 얼룩같은 사악함"이라고 책 뒷쪽에 쓰여져있다.
도대체 인종차별과 저 눈부시게 운운은 어느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
책의 주인공 2백년전 악녀는 아주 아주 의외롭게도 이제 14살 생일을 맞은 꼬마아가씨다.
예쁜 것들을 좋아하고 아직 가슴이 나오지 않는것 때문에 고민하고 사촌오빠에 대한 짝사랑으로 가슴 두근두근하는 너무나도 평범한 전형적인 소녀.
그녀가 평범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받은 선물때문이다.
14살 생일에 그녀는 자신만의 노예를 선물받는다.
9살쯤 되어보이는 꼬꼬라 불리는 작은 노예를, 그것도 집에서 가장 커다란 쟁반에 넣어서...
아 그리고 그 노예를 다스릴 작은 채찍도 같이... 

책의 내용은 이 생일을 맞고 노예를 선물받은 소녀의 40편의 일기로 이루어져있다.
딱 14살짜리의 일기처럼 쓰여져있다.
소녀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없다. 당연하다.
커피농장과 부모와 가끔씩 차를 마시러 오는 백인 아줌마들 그리고 집에서 부리는 흑인노예가 세상의 전부다.
닫혀있는 그 세상에서 부조리한 것은 전혀 없다.
아니 눈에 보일 수가 없다.
소녀는 노예의 노동을 당연시한다.
자신의 꿈을 깨웠다는 이유만으로도 채찍을 쓸 수 있다.
백인 주인여자들이 도망가다 잡힌 노예가 채찍으로 죽을만큼 맞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마실 수 있듯이 소녀 또한 그렇게 자라날 것이다.
아니 지금도 그러하다. 

소녀는 착하다.
그의 부모 특히 어머니에겐 더 그러하다.
노예를 겁간하는 아버지때문에 고통받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깊은 아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노예를 착취하는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도망친 노예를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하하 호호 차를 마실지도 모르지...
그렇게 백인지배의 체제와 사회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으로 자라날 것이다. 

자신이 살고있는 세상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비판도 없이 주어진 안락한 삶에만 안주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섬뜩한 일이다.
자신의 안락한 삶이 누구의 노동에 의해서, 누군가의 비인간화에 의해서 주어졌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은 이렇게 죄악이 되버린다.
"눈 부시게 하얀 천 위에 한 점 얼룩같은 사악함"은 더 이상 작은 얼룩이 아니다.
그 얼룩이 바로 세상의 지배와 착취를 두르는 강력한 벽이 된다.
14살 소녀의 얼룩조차도..... 

도로시님이 추천해주신 책.
아마도 도로시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을것이다. 감사합니다.^^
아 근데 책의 내용이 워낙 짧아서 읽는데 30분도 채 안걸린다. 그에 비해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책의 가격은 심히 비싸다.
중학교 정도의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책값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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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를 리뷰해주세요.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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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대 중반쯤에 <임꺽정>을 읽었었다.
아니 읽다가 그만두었다. 3권쯤인가 읽다가 아 정말 젠장 하면서 때려치웠다.
대하소설 아예 시작을 안했으면 몰라도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건 이게 유일하지 싶다.
분량으로 따지면 임꺽정보다 훨씬 더한 토지도 다 읽었고, 장길산도 태백산맥도 다 읽었다.
그런데 왜 임꺽정은 던져버렸을까?
그 이유가 너무도 분명히 떠오른다.
딱 깨놓고 말해서 주인공 임꺽정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다.
내가 예상한 임꺽정은 의적이고 영웅이어야 했다. 조선이라는 봉건사회에 통쾌한 한방을 날려줄 영웅 임꺽정 - 적어도 홍길동정도는 돼야 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책에서 만난 임꺽정은 정말 불학무식하고(여기까지는 봐줄 수 있다.),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고, 아무데서나 행패고, 의적이 될 가능성은 씨알머리도 안 보이는 그런 놈이었던 것. 

내 20대 중반은 흑백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 아 행복했다. 무식하면 행복하다.
혁명이 성공하면 세상 인간들의 도덕성도 더불어 혁명적으로 변할 줄 알았던 시절.
그런 20대 중반의 꿈꾸는 낭만주의자에게 임꺽정이라는 리얼리티는 감당키 어려운 인물이었던 것이 당연하겠다. 
고미숙씨는 내가 임꺽정을 집어던졌던 바로 그 지점에서 임꺽정의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아 물론 세월이 많이 바뀌긴 했다.
80년대에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책은 못나왔다. (그걸로 난 나의 저 단순무식 20대를 변명한다)  
고미숙씨는 임꺽정에서 참으로 많은 얘기들을 꺼낸다.
그건 아마도 임꺽정이란 텍스트 자체가 참으로 많은 얘기들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80년대에 우리가 읽을 수 없었던 임꺽정속의 새로운 삶의 정수는 무엇일까?

임꺽정을 비롯한 청석골의 칠두령은 모두 정착민이 아니다.
출신은 다양하지만 정착민이 될 소질은 다들 애저녁에 글러먹었다.
아예 그런 기반을 타고나지 못한 이도 있고, 타고나기는 괜찮았으되 어쩌다보니 인생이 꼬여 길 위에서 한 생을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인 이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기가 죽느냐?
기가 죽는다는 것은 그들이 정착민, 주류사회에 편입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때 성립되는 이야기다. 아예 그런 생각이 없는 이들에겐 해당사항없음이다.
저자인 고미숙씨가 주목한 지점은 바로 여기인듯하다.
기존 주류사회에서의 추방, 아니 탈주를 통해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창조해내는 것, 그 공동체를 운영하는 원리를 이 시대에 맞게 변용해내는 것이 그것이다.

자 그러면 고미숙씨가 임꺽정과 그 무리들에서 발견한 새로운 공동체의 논리는 무엇인가?
소설 임꺽정의 주인공격의 인물들은 모두 달인들이다.
달인 하면 요즘은 생활의 달인이 떠오를듯한데 뭐 별반 다르지 않다.
열심히 배운다.
배움의 목적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배우는가 중요하지 않다. 배움의 방법 역시 마찬가지.
임꺽정은 유불도 모두를 아우르는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갖바치에게서 배웠지만 워낙 글머리가 없어 겨우 병법이나 배웠을 뿐이다. 그것도 이야기로만... 하지만 타고난 힘에다 말타기 검술은 달인의 경지에 이른다. 표창의 달인, 활의 달인, 돌팔매의 달인 등등...
이들은 모두 즐겁게 공부한 이들이다. 공부가 놀이이고 놀이가 공부인, 그럼으로써 생활 그 자체가 되는....
오늘날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출세, 돈, 안정된 직장을 위한 수단이 되는, 그래서 눈코 뜰새없이 시달려가며 공부해야 하는 이들에게 이들의 공부는 이해 불가능이다.
도대체 저것들을 뭐에 써먹냐고? 써먹긴 뭐 그냥 배우고 싶으니까 즐거우니까 배운거지라고 고미숙은 임꺽정속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대답한다.
이 대목은 결국 근대 교육이 시작되면서 공부의 근본을 잃어버림에 대한 질타이다.
배움이란게 즐거움이 되어야 하고 놀이가 되어야 하고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즐겁게 진입하는 삶의 기쁨이어야 한다는 그래서 여기에는 스승과 제자의 구별이 없다는 배움과 앎의 공동체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배움에도 두갈래 길이 있으니 임꺽정의 길과 임꺽정의 스승인 갖바치의 길이다.
갖바치의 길이 도가 깊어짐으로써 자신의 존재기반을 벗어날 수 잇지만,
임꺽정의 길은 적대감이 깊어질수록 자기가 증오해마지 않는 세력들과 맞물리게 되어있다... 괴물과 싸울땐 괴물을 닮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309쪽)
그러나 이거 별로 안 쉽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청석골을 움직이는 논리는?
근대에 들어오면서 잃어버린 논리 - 우정 그리고 의리
근대 이후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그 핵가족이 세계의 중심이 된 시대를 산 이들에게 임꺽정식의 우정은 도통 이해불가능이다.
친구가 너무 좋아 가족도 버리고 친구따라 강남간다는게 농담이 아니라 실제가 될 수 있는 시대라..... 이를 고미숙은 피보다 진하고 연애보다 더 에로틱하다 했던가?
우정과 의리는 횡적 연대이다.
돈이든 뭐든 핵가족의 범위내에서만 돌고도는 사회에서는 탈출구는 없다. 사회의 연대란것도 어찌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겠다. 우정과 의리의 회복이라... 고미숙씨는 핵가족에서 도는 돈이란게 그 범위를 벗어나 우정의 경제학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참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상적이기도 하다.  

청석골은 탈주자들이 만든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다.
이웃사촌에 사돈에 팔촌에 그도 아니면 어떠랴. 우정과 의리로 뭉친 의형제들이 있고 주변에서부터 확장되어 나가는 소통의 네트워크가 있고 경제적 착취가 있을 수 없는 공동체가 있다.
늘 축제의 현장으로 복작이는 그래서 사랑조차도 전혀 은밀하지 않고 부부싸움도 은밀할 수 없는 왁자지껄한 공간.
지식의 순환과 경제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창출.
고미숙씨의 그 시작이 지금 그가 몸담고 있는 <연구공간 수유+너머>라고 생각하는 듯도 하다.
더 많은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창출하고자 하는 계획까지 있는 걸 보면...
연구공간으로서 수유+너머가 시도하고 있는 실험은 신선하기 그지 없으나 글쎄 그것이 사회의 다른 분야로 확장되는것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을까?
그럼에도 일단은 보기 좋다.
그것이 가능할거라고 보는 그 낙관주의가.... 낙관이 반드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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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유공간너머의 탈주는 계속진행되나 봅니다. 어디까지 갈지 저도 궁금해요...^^ 그래도 그들의 시도는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도 읽으려고 찜해 놓았는데..계속 밀리고 있네요

바람돌이 2009-08-11 11:49   좋아요 0 | URL
수유공간너머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찮더라구요. 이론 지상주의니 뭐니...근데 전 뭐 그렇게 볼게 있나 싶어요. 어쨌든 그들은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그 공부와 함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나간다 싶거든요. 오히려 저런 실험이 신선하다고 느껴졌어요. 이 책 잘 읽힙니다. 고미숙씨의 책은 몇 권 읽어놔서인지 머릿속에 잘 들어오더라구요. ^^

글샘 2009-08-1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임꺽정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주인공들의 엉망진창인 삶이 오히려 더 좋더라구요. 위인스런 가식보담은... 고미숙의 이야기가 점차 나아지는 느낌을 받은 책입니다.

바람돌이 2009-08-11 11:50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저는 그 때 왜 그렇게 읽는게 힘들었을까요? 지금의 저는 그 때와 또 다르니 재밌게 읽어질까요? 고미숙씨의 책만 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 말이죠. ^^

무스탕 2009-08-1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20대 초반에 읽었어요. 22~3세 정도였던거 같은데 회사를 다니며 읽었지요. 너무너무 재미있는거에요. 오죽하면 회사에 감사원 감사가 나왔는데 대기자로 감사장에 앉아있는동안 열심히 읽으니까 감사하러 오신분께서 '뭘 그렇게 읽냐?'고 묻더군요 ^^;
근데요.. 지금은 거의 생각이 안나요. 그렇게 정신놓고 읽었는데 이모양이라니.. ㅠ.ㅠ

바람돌이 2009-08-11 11:51   좋아요 0 | URL
오 무스탕님. 20대 초반에 읽으셨는데도 이 책을 재미나게 읽으시다니 갑자기 존경스러워집니다. 전 왜 그랬을까요? ^^;;

프레이야 2009-08-1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네요.
오래전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더랬는데요..

바람돌이 2009-08-11 23:21   좋아요 0 | URL
여긴 모두 임꺽정을 다 읽은 분밖에 없네요. ㅎㅎ 역시 알라디너들.. ^^;;

하양물감 2009-08-1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끝까지 읽었던 임꺽정입니다만.......내가 같은 임씨라서? 하하하...사실은 국문학도(?)로서 의무감으로 읽었다고 해야 하나....그렇네요...'장길산'보다는 흥미가 덜했다는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제법 캐릭터가 잡히잖아요^^이 책 관심깊게 점찍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9-08-11 23:22   좋아요 0 | URL
장길산도 전 뭐 그렇게 썩... 그래도 읽기는 다 읽은걸 보면 임꺽정보다는 나았다는 거겠죠? ㅎㅎ 임꺽정은 고미숙씨 이 책 때문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되었습니다. ^^

순오기 2009-08-15 03:56   좋아요 0 | URL
장길산은 아파트에 오는 이동도서관에서 빌려보다가 이사하는 바람에 7권까지 보고 끝.ㅜㅜ 임꺽정 못 읽은 사람 여기 있어요~ 하지만 청석골은 가봤어요. 시숙님이 그쪽에 사시거든요.^^
 
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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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면 손에서 놓기 싫은 책!!  

밥 딜런은 열아홉에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베테랑 가수로 활약하고 있었고,
살바도르 달리는 열아홉이 되었을때 이미 뛰어난 그림을 발표했다.
혁명적인 일을 한 잔다르크는 열아홉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가 돼 있었다.
하지만 열아홉살인 나, 에드 케네디는? 

에드 케네디는 어떠냐고?  저 자조가 말하듯 당연히 별볼일 없다.
도시 주변의 변두리 가난한 동네를 형제들 중에서 유일하게 벗어나지 못했고,
월세가 싼 판잣집에 살면서 택시운전을 하고,
그 외 하는 일이라고는 비슷하게 한심한 인생들인 3명의 친구들과 카드게임을 하는게 전부인 삶.
아 참 도어맨이라 불리는 무지막지하게 냄새나는 개도 한 마리 키우는구나.

그래, 젠장할... 이토록 하찮은 인생이라니....
근데 갑자기 인생이 바뀐다.
소뒷발질에 쥐잡은 격으로 은행강도를 잡은 것.
뭐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은행강도를 잡았다 해도 지역신문에 이름 나고 사진나고, 며칠간 잠시 우쭐했던 것 뿐이니까....
근데 그 때부터 이상하게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날아들고,  

아! 우리의 에드 케네디 이상한 사명감에 불타며 메신저가 되다. 

이제 메신저가 되었으니 뭔가 거창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소설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이게 뭐야
케네디가 한 가장 거창하고 스펙터클한 일이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자 하나를 혼내서 쫓아버린거다.
아 이정도면 안되는데....
영웅적인 메신저가 되려면 좀 더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고 뭐 그래야 하잖아.
그런데 미리 얘기했다시피 우리의 주인공 에드 케네디가 사는 곳이 도심 주변의 변두리 빈민가다.
일상적인 무력감과 소외감으로 덮여있고, 일상적인 자질구레한 싸움들이 일어나는 곳.
뭔가 거창한 사건이 일어나기에는 정말 작은 곳이란 말이다. 

그래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말했듯이 무력감과 패배감, 소외감, 외로움이 덕지덕지 지겹도록 늘어붙은 곳에 말이다.
에드 케네디의 임무는 그런 그들에게 위로와 관심을 전해줌으로써 그저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대박 복권 당첨 같은게 사람을 살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게 아니다.
나 혼자라고 생각되어지는 순간, 나의 고민을 나 혼자 모두 안고 있는 순간 전해지는 동감과 위로가 얼마나 삶의 위안이 되는지...
그 누군가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래 세상은 살아지는 거다.
때로는 희망도 생겨지는 거다. 
그리고 또한 그 속에서 나도 구원받아진다.
내 옆의 이웃에게 손을 내밀때, 그것은 나를 위로하는 또 하나의 손과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하찮은 인생이란 없다.
거창하게 연대라고 할것도 없다.
너와 나의 마주잡음으로 세상은 그리고 나는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너 같은 녀석이 일어서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472쪽)  

에드 케네디는 사실 메신저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메시지였던 것이다.
전작인 <책도둑>에 비하면 훨씬 유쾌하고 발랄한 책이다.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그 따뜻한 시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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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11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보니 땡기네요^^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읽고 싶었어요

바람돌이 2009-08-11 11:51   좋아요 0 | URL
가끔은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그립잖아요. ^^

글샘 2009-08-1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책도둑은... 좀 그랬죠. ^^ 유쾌, 발랄... 좋겠네요.

바람돌이 2009-08-11 11:52   좋아요 0 | URL
뭐 사는게 재미없을때 읽으면 살짝 재밌어진다고 할까요? ^^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를 리뷰해주세요.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
제목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뭐 그런 당연한 걸 가지고 질문을 하지?라고 생각하다가 아 맞다 철학은 원래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는걸 뒤집어보는데서부터 시작하는거지라면서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철학적 질문들과 논리학적 질문들을 끊임없이 오간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방패로 삼는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서 논하기도 하고
진정한 양성평등이란게 가능한가? 내지는 완전한 평등이란게 진짜 말이 되는 상황인가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내 흥미를 끌었던 것들은 이런 철학쪽에 가까웠던 질문들 쪽이었다.
교과서속에서는 너무도 쉽게 내려지는 결론들이 사실 현실사회쪽으로 적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상황과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그래서 결론이란게 결코 쉽지 않음은 누구나가 경험하는 바일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그런 인간사회의 복잡다단함에 대한 질문이다.
어디에도 해답은 없다.
당신이 직접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라이다.
뭐 급할 것은 없다. 어차피 저자도 천천히 하라고 했으니.... 

이 책이 좀 더 이런 철학적인 질문에 많이 할애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더 많은 부분에서 묻고 있는 것은 논리학의 문제들이다.
내가 지금 있는 시간이 과연 현재인가? 현재라는 말은 성립가능한가?
가장 위대한 존재라는 모순없는 개념은 과연 가능한가? 같은 순수 논리학 내지는 언어의 문제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철학이든 무엇이든 기본적인 개념이나 논리학의 도움 없이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책에서 펼치고 있는 논리학이란게 그렇게 이 책의 목적에 부합하는 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나처럼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그 고민에 동참할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나의 삶과 고민의 폭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데 있었다면 더더욱 논리학의 질문은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짓말쟁이의 역설 같은 것들을 읽다보면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런 식의 논리적 추론 문제는 어릴 때 많이 풀어본 문제들 아닌가? 이런 추론은 그런 어릴적 퀴즈 문제가 오히려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던 듯하다.
이런 면이 상당히 유익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인데도 이 책을 즐겁게 읽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아 살짝 안타까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번역의 문제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그런데 곳곳에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잘못된 문장들이 진을 치고 있다. 한 두개가 아니니 나중에는 아예 멀쩡한 문장까지도 이해가 잘 안되면 이거 또 이상한 번역아냐하고 돌아보게 된다.  주어와 서술어의 불일치나 앞 문장과 뒷 문장의 명백한 모순도 자주 눈에 띄고, 또 좀 더 매끄럽고 읽기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문장도 그냥 원문을 순서대로 나열한듯한 번역들도 많이 눈에 띈다. 2쇄를 찍는다면 솔직히 몇몇 문장이 아니라 책 전체를 다시 교정을 보고 다듬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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