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작가의 에세이집 시절일기 마지막에는 짧은 단편 소설이 이어진다. <ps 사랑의 단상, 2014년>

지나간 사랑이든 잃어버린 사랑이든 그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서랍 안쪽 기념으로 넣어두었던 네스프레소 캡슐 하나에, 언젠가 한강을 지나며 같이 보던 풍경속에 떠오르는 목소리 하나에, 추위를 잊기위해 잠시들린 국수집 케이블TV속 나레이터의 목소리에, 같이 앉았던 카페에 내리는 달빛에..... 그렇게 사랑의 기억은 유리컵 바닥에 남은 침전물처럼 의식아래 가라앉아 있다. 

그러므로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그 기억을 끌어올리면 된다.
˝한 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민 잊어버릴 뿐이니 사람은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그들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330쪽)

그리고 이어지는 세월호 아이들의 남겨진 이들의 사랑해에 울컥해지면서 사랑은 기억에 존재함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이 너무 많다. 김연수 작가가 기억의 표면으로 끌어내면서 문학의 위로를 보내는것처럼 각자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할 일이다. 기억이 곧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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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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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나 내용이 바뀐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알지만 그래도 막상 맞닥뜨리게 되면 잠시 당황하는 순간들이 있다.

김중혁 작가의 메이드인 공장이 딱 그렇다.

 

공장이라니....

60년대생에게 공장은 어린 시절 공부못하면 가는 곳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곳이었고,

20대 시절에는 세계를 변혁할 주인공들이 있는 곳이어서 미래의 희망의 상징이었던 곳,

그리고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도래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맺히고 있는 곳

어쨋든 공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고,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본적은 없는 그런 어떤 곳이면서 위의 전형을 벗어나본적이 없는 그런 곳이다.

 

책 앞쪽의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나와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이 작가 역시 비슷한 사회적, 세대적 경험을 공유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역시 김중혁이라는 이 귀엽게 삐딱한 작가는 세대적 공유경험을 살짝 뛰어넘어 준다.

그냥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는 듯이 그냥 우리 앞에 공장을 펼쳐준다.

 

"여기 보라고, 사람들이 있지 않냐고

종이와 콘돔과 브래지어가 이렇게 만들어진다네.

뭔가 좀 신기하지 않나?"

작가 김중혁이 독자에게 건네는 말은 딱 이정도이다.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고 있는 곳. 모든 걸 빼고 그냥 공장이 뭐냐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는게 김중혁의 쓴 이 책의 대답이 아닐까?

 

그런데 이 단순한 질문과 단순한 대답들이 참 유쾌하게 다가온다.

막연히 생각해도 내 손안에 들어오는 물건들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생각해보면 참 신기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뭐 나서서 나같은 사람이 공장을 견학하려고 기를 쓰고 찾아갈것도 아닌데

이렇게 작가가 살짝 대신 다녀오고 들려주는 얘기들은 호기심의 충족과 함께 약간 뭔가를 훔쳐보는 듯한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공장 역시 사람이 사는 곳!

결국은 물건의 얘기보다 그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맘에 와 닿는다.

사양산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도대체 지금 그걸 만드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야 할 듯한 LP공장 사장님의 뚝심과 배짱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꼭 성공하시라고 어디가서 빌어드리기라도 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또 세상을 살아갈만하게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스친다.

 

 

어디서나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거리와 고민들과 풍경들이 딱 김중혁 스타일로 조곤 조곤 풀어나가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의 에세이는 꽤나 편안하게 읽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가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일듯하다.

가볍게 읽히지만 세상 그 무엇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그 나름의 존중을 보내주는 작가의 마음이 문장들 곳곳에 알뜰히 배어있다.

아마 글 뿐만이 아니라 공장을 찾아가는 김중혁작가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싶다.

그러니 독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작가와 함께 두런 두런 공장을 둘러보자.

 

뱀꼬리

김중혁작가와 일군의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소설리스트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매주 김중혁씨가 '표지 甲'이라는 코너가 있다.

순전히 김중혁작가 개인이 좋아하는 표지를 선정하는건데

내가 보기엔 이 책 메이드인 공장이 표지 甲이다.

책을 읽고 나면 더 딱 그만인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김중혁 작가 일러스트 솜씨가 좋은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표지와 삽화들 진짜 훌륭하다.

좋겠다. 재주많은 사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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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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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에는 소설이 내 독서의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건 뭐 나의 능동적인 선택사항은 아니었던듯하다.

그 시절에 교과서 외의 책이라고 하면 당연히 소설이라고 생각했지 다른걸 선택할 선택지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20대와 30대 중반까지 이 시절은 논리의 시절이었다.

세상은 논리적으로 파악가능한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잘 사느냐에 따라 세상의 미래도 달라지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시절 나는 세상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논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나는 논리에 의해서 움직였고, 그것에 의해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철학과 경제학과 정치학과 사회학 온갖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이 내 독서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소설 또는 문학은?

그야말로 머리아픈 중간에 쉬어가는 곳이었을 뿐이다.

내가 이 시절에 해리포터 시리즈에 열광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현실의 무게를 잠시 덜어줄, 아무 생각없이 낄낄거리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의 잠시의 피서 그것이 문학이었다.

 

그러나 나이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좀 더 똑똑해진건지, 그도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회색분자 또는 기회주의자가 된건지 아직도 명확하게 진단내릴 수는 없지만, 다시 문학이 내게로 왔다.

논리만으로는 세상을 구하지도 변화시키지도, 사람을 설득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문학의 의미가 각별해졌다.

 

아마도 20대의 나는 절대로 이 소설을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에 안읽은게 다행이다.

 

소설 <환상의 빛>은 4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4가지 이야기 모두의 공통점이라면 불가해성과 모호함, 그리고 상실의 고통이다.

<환상의 빛>에서 아내는 남편이 왜 그 밤에 갑자기 철길을 걸었는지, 그리고 달려오는 기차를 피하지 않고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그녀의 슬픔은 오래도록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알 수 없기때문이다.

죽은 남편에게 "그래 당신이 그렇게 힘들었구나, 이제는 편히 쉬어'라고 사후에라도 위로를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할머니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기에 그 뒷모습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죽은자는 죽었고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삶의 지속성만으로 보자면 유미코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한 듯보인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고, 그의 가족을 자신의 가족으로 만들어가고, 그리고 새 남편의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모습은 유미코가 전남편의 죽음을 극복한 듯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내내 묻고 있다.

당신 왜 거기에 있었지요? 왜 돌아오지 않았나요?

나중의 어느날 유미코 그녀가 철길을 걷거나 또는 을씬년서러운 바다를 걸어들어가거나 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도 남은 이들은 유미코와 같은 의문을 내내 곱씹고 곱씹어야 하리라......

한 인간의 내면의 모두를 누가 감히 전부 알 수 있다고 할까?

 

<밤 벚꽃>은 그림같은 소설이다.

눈을 감으면 소설의 장면이 영화속 정지화면처럼 아스라히 떠오른다.

아스라히 날리는 밤 벚꽃과 상실의 고통을 삭이고 있는 어미, 그리고 이제 새로운 날을 시작하는 가난한  신혼부부의 애틋한 모습이 어찌 그리도 손에 잡힐듯 떠오르는걸까?

풍경속에 그들의 상반되는 마음자락이 모두 어쩌라고 이리도 잘 잡히는지.....

이런 특징은 다른 소설 <박쥐>와 <침대차>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역시  글을 읽다보면 소설속 장면들이 선명히 떠올라 그야말로 글이 아니라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박쥐가 날던 어두운 하늘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르고, 그 아래 소년의 손을 잡고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침대차>에서는 기차 침대칸에서 우는 노인의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싶은 소설과 내가 섞이는 경험을 한다.

 

4개의 소설 모두가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그 어느 소설도 그 상실의 원인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독자는 그 아픔을 같이 느끼고 같이 울어주고싶다.

논리적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마음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영화속 스틸화면으로 어느새 내가 들어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들이라니, 이야말로로 불가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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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03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 때 추리소설을 주로 읽다가 로멘스소설,,,만화,,,주로 만화를 읽다가 에세이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작년부터 소설을 읽으려고 하는데 저도 이 나이에 읽으려고 하니 읽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으면서 시건방지기만 해서 소설을 우습게(?) 알았던;;;; 암튼 [환상의 빛]을 담습니다.,,,그런데 왜 요즘 이렇게 제 주위를 `환상`이라는 단어가 배회하는 듯~~~?ㅎㅎㅎㅎㅎ

바람돌이 2015-02-03 11:14   좋아요 0 | URL
ㅎㅎ 환상의 여인... ^^
그러고보니 제가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놓지않는 장르가 하나 있네요. 만화... ^^
전 원래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읽은 2권의 단편집 <축복받은 집>과 이 책 <환상의 빛>은 진짜 좋네요.

앤의다락방 2015-02-1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책방에서 다뤘는데 너무 재밌겠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구입까지했는데 아직 다른책 읽느라 읽진 못했네요^ ^ 바람돌이님 서평보니 얼른 읽고 싶어지는 걸요!^ ^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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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련 에세이서적들을 보면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실제 여행을 갈때에 필요한 온갖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책과(그 중에서도 요즘은 맛집 기행이 대세인듯.... ),

또 하나는 실제 여행지를 경험했을때 저자 자신의 감성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책들이다.

실제 여행을 갈때 필요한 책은 전자지만 어디를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를 결정하거나 여행의 경험을 대리만족하거나 하고 싶을때는 후자의 책들이 더 유용하다.

 

이 책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는 읽기 전에는 전자, 즉 정보중심의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이 두가지가 미묘하게 섞여있다.

이탈리아의 여행코스나 현재에 대한 정보의 제공보다는 이탈리아 각 지역의 역사, 전설, 미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들은 실제 여행을 하는데는 별로 필요치 않다.

오히려 여행을 준비하거나 할때 아 여기 가보고싶구나 라는 마음을 일으키기 위한 정보라고 할까?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좋아하고 느끼는 이탈리아를 여러분도 꼭 한번 가보라고 충동질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런 책이다.

그러다보니 글속에서 각 지역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나 마음이 쏠쏠히 묻어나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시간과 지역과 많은 역사속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베네치아에서는 먼 옛날 아틸라가 이끌던 훈족의 침입을 피해 해안쪽으로 도망쳐온 사람들이 석호를 메워 두만개의 기둥을 석호바닥에 꽂아 인공섬을 만들어 오늘의 베네치아를 만들던 시절

르네상스기 한때는 세계 인쇄업의 중심지로서의 베네치아를 찾기도 한다.

베네치아의 가면 축제가 생긴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또 현실로 돌아와 베네치아의 다리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들 속에 토마스만의 작품과 비스콘티의 영화로 유명한 <베니스에서 죽다>를 만나기도 하며,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카사노바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한다.

베네치아를 가기 전에 꼭 베니스에서 죽다와 카사노바를 읽어야겠구나라는 마음이 절로 드니 저자의 말솜씨가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북부의 작은 도시들에서 관심이 가는 곳은 볼로냐이다.

세계 최초의 대학이 들어선 도시이며 요리가 발달해 뚱보들의 도시이자 붉은 벽돌건물과 사회주의자들의 세력이 강해 붉은 도시로 불리운다는 볼로냐

사실상 크게 볼거리가 없어 대부분의 여행자가 지나치는 도시인데 저자의 맛깔스런 소개를 듣다보면 볼로냐의 맛있는 소시지를 넣은 샌드위치 또는 스파게티를 먹으러 꼭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오래된 건물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도서관과 서점, 카페 등으로 활요하고 있다는 건물 살라 보르사는 지하의 로마 유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것을 유리 바닥을 통해 건물을 걸을때마다 훤히 보이게 한 구조라니 그것도 궁금하다.

문화를 박제시키지 않고 어떻게 생활속의 문화로 만들까라는 고민의 흔적을 한올 걷어올릴 수 있을 듯하다.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서는 도시의 아름다운 외면이 아니라 르네상스 정신에 주목하고자 한다.

피렌체의 역사를 간략하게 얘기하는데서 시작한 글은 건물이나 예술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만들었던, 또는 피렌체를 살아갔던 사람들에 주목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비교하고 그들의 관계에 얽힌 에피소드들 - 사이가 무지 나빴던 이야기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그리고 시뇨리아 광장에서 화형당한 사보나롤라를 만나며 그의 개혁정신과 실패를 얘기한다.

아 베키오다리에서는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말 한마디 건네보지 못하고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평생 2번 만났단다.

현대로 훌쩍 넘어오면 페라가모를 통해 이탈리아 패션과 장인정신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로마!

사실상 로마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양 역사의 중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으므로 책의 몇장으로 서술하기 어려운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전체에서 디테일면에서 가장 공감이 덜 가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로마라는 도시가 훌륭하지 않거나 감흥이 없는 도시라서가 아니라 저자 역시 이 도시를 감당하기에는 몇 장의 서술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된다.

어쩌면 저자는 이 아쉬움때문에 <일생에 한번은 로마를 가라>쯤 되는 책을 다시 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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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01-2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번에는 이탈리아 가실 준비 하시나요?

바람돌이 2015-01-28 23:37   좋아요 0 | URL
눈치도 빠르셔라... 근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요. 그냥 다음은 이탈리아다 뭐 그러고 있습니다. 일단 돈부터 열심히 모아야죠. ㅎㅎ

rosa 2015-04-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 가신다면.. 토리노도 가보세요.
저는 유일하게 토리노에만 다녀왔지만.. 토리노가 참 특별하고 좋았습니다.
쁘리모 레비의 흔적을 쫓아다닌 일주일이 근 1년이 다 된 지금에도 계속 마음에 남아요.
멋진 영화박물관에서 더 뒹굴거리지 못했던 게 아쉽고.. ㅎㅎ
여행을 준비하고 또 떠나시는 바람돌이님이 진정 부럽네요.
저는 한동안 무조건 방콕해야 할 상황이라. ^^;;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 지치지 않는 독서교육을 꿈꾸는 보통 교사들의 새로운 교실이야기 배우는 사람, 교사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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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가 직접 해본 수업만 이야기 햇다. 보통의 교사들이 정규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같이 한 사례를 모았다.

화려한 독서교육 모형이 이 책에는 없다. .... 우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독서교육을 하려 했다.

사회구조를 문제삼으며 교육 불가능성을 탐색하기보다,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교사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두었다.

우리는 우리가 교실에서 실천하며 겪은 어려움을 기록하고, 실패를 고백하고, 그 실패속에서 찾아낸 성공의 길을 정리하려 했다.     --머리말 중에서 발췌

 

해마다 수많은 교육청의 수업모형과 수업연구 성과들이 쏟아지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외면받는 이유가 사실상 저 머리말에서 모두 설명이 된다.

즉 저 반대로 하면 딱 교육청 주도의 수업모델이 된다는 얘기다.

교육청의 각종 연구성과들은 대부분 교사들의 승진 점수와 연계되어 있고, 따라서 항상 단기간의 성과나 밖으로 보이기에 그럴싸한 이론적 배경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폼이 나야 한다.

 

하지만 교육은 절대로 폼이 날 수가 없다.

어떤 교육방법도 100%의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다만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적용하는 과정일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출발점은 바로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라는 점에서 정당한 출발선에 서있다.

또한 요즈음의 교육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를 진단하는데서도 올바른 출발점, 즉 교사와 학생의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현실에서 제대로 출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거시적인 교육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책의 고민의 대상은 미시적인 교실 현장이므로....)

 

실제로 학교에서 아이들과의 소통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것은 단순히 수업의 기법이나 내용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고있는 사회의 현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부모들이 겪고있는 불평등과 무기력과 희망의 부재를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체현하고 있다.

그것이 교실에서의 무기력으로, 교우관계에서 폭력적인 성향으로 나타나는 것이 교실붕괴니, 학교폭력이니, 중2병이니 하는 것들이다. 이들은 부르는 명칭만 다를뿐 그 본질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이 책의 교사들이 함께 읽는 책읽기를 하고자 하는 출발점이 바로 여기이다.

수업내용 아니 수업 자체에 아무 관심이 없는, 이 수업이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데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미 체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하게 만들것인가?

소통의 물꼬는 일단 한번 트이면 흘러가게 되어있다.

치명적인 실수가 아니라면 막히지 않는 것이다.

항상 시작이 어렵고, 그래서 시작이 중요하다.

함께 읽는 책읽기는 바로 그 시작을 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해준다.

 

이 책의 교사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그것은 이들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제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목에서 각 과목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된 독서교육의 사례들을 보며 나에게 맞는 방식을 구성한다.

어느 한 교사의 방법이 절대적일 수 없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교사들의 경험을 따라가다보면 내게 맞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의 생각이 모인다.

1월 2월은 다음 해의 수업을 고민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올해의 수업계획에 독서를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의 줄기와 전체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아마도 올해 나의 독서수업은 그리 큰 성과를 낳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쌓아가는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과를 바로 바라지 말것이며, 천천히 한걸음을 내딛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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