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높새바람 15
이경화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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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그 별것 아닌 듯한 행동에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어"라는 명백한 메시지가 담겨있는걸 보면....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각별하게 다가갈 행동이다.

초임교사시절 내게 이름불러주기는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천성적으로 사람의 얼굴과 이름외우기에 젬병이었던 나는 한 반에 5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되도록 빨리 외워야 된다는건 고통스러운 임무였다고나 할까?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들의 얼굴이 어찌나 똑같이 보이던지...
그래도 항상 먼저 외우는 아이들이 있다.
일단 사고치고 말썽부리는 아이들.
그 다음에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반장이거나 하는 아이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외워지는 아이들은 착하고 얌전하고 성적도 적당히 중간이고 항상 묻혀있는듯 안보이는 아이들.

이 책은 이런 이름불러주기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의 이름을 먼저 불러줄것인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속에 나오는 김진숙 선생님처럼 힘들고 어렵고 말썽 많은 아이들을 먼저 보듬어안고 그들의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고 해야 하는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자기가 편한대로 공부잘하고 모범적인 아이들만 열심히 감싸고 부르는 좀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면 보면 김진숙 선생님은 아주 훌륭한 선생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식의 규칙이나 규정이 또다른 역차별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듯하다.
아이들은 전체가 아니라 항상 하나 하나 소중한 개인이라는 것.
그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
교사의 또는 어른의 잣대에 의해 쟤는 나 말고도 관심가지는 사람이 많으니까 내가 좀 신경을 덜쓰도 될거야라는 생각이 그 아이에겐 정말로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아이들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는데는 어떤 규칙이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귀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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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5-23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좋은 선생님 같은걸요

마노아 2007-05-2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을 반개만 줄 수도 있어요??? 처음 봐요.

홍수맘 2007-05-2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생각을 하는 선생님이 담임인 님의 반 아이들은 자신들이 복 받은 아이들이라는 걸 알까요?

바람돌이 2007-05-2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좋은 교사인지 아닌지는 아이들한테 물어봐야지요. ㅎㅎ
마노아님/고쳤어요. 이게 서재 2.0에서 작성했더니 별점주는 칸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올렸더니 세상에 이 좋은책에 반개라니....ㅠ.ㅠ 어쨌든 원래 서재에서 다시 고쳤어요.
홍수맘님/모든 아이들에게 맞는 교사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같은 사람이 맞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닌 아이들도 언제나 있었거든요. 어찌보면 그게 정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리가 따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7-05-2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은 분명 좋은 선생님 같아요.^^

바람돌이 2007-05-2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나쁜 선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좋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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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코는 명문여고를 다니는 아주 평범한 모범생 여학생이었다.
적어도 드 좀비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여학생답게 집에서 챙겨주는 과외도 열심히 받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언니처럼 따르던 과외선생님 아야코가 어느날 갑자기 자살해버린것.

하지만 가나코는 아야코의 자살을 믿을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뭔가 있을거야 분명히...
그래 분명히 뭔가 있어야 얘기가 돼지. ^^

그 죽음의 비밀을 아야코와 드 좀비스가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앗 드 좀비스와 가나코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는 책을 보면 안다.
그냥 우연히이긴 하지만.....

가네시로 가즈키의 전작들처럼 드 좀비스는 여전히 오지랖도  넓다.
조사를 할 수록 밝혀지는 대학의 비밀과 부정들!
일본 사회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이 가지는 그것도 일류 명문대학이 가지는 위치와 무게는 어느정도일까?
그것은 자본의 세계에서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최고의 디딤돌임은 분명하다.
그러데 단지 그것뿐?
이 글에서 다뤄지는 대학은 그정도가 아니라 대학 그 자체가 현실 자본주의 계급사회의 축소판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여기도 드 좀비스의 먹이다.
자본의 논리나 이 사회가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응징하는 것은 재미없다.
아웃사이더에게는 아웃사이더만의 응징방식이있다.

가네시로의 소설이 늘 독자를 끌어들이는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어차피 드 좀비스같은  아웃사이더는 세상에 널려있다.
조금만 냉정하게 스스로를 본다면 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그 언저리 어디쯤에 헤메고 있을거고...
단순히 아웃사이더의 신세한탄만이라면 이렇게 이 작가에게 끌리지는 않으리라...
그는 바로 수많은 아웃사이더의 염원을 모아 새로운 행동방식을 만든다.
주류사회가 전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타격을 가한다.
대리만족의 통쾌함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부정부패한 대학과 사회
이번에는 드 좀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한방을 터뜨릴까?
답은 역시 드 좀비스 답다는 것만 말해두자.....
또한 가나코의 멋진 피날레도 드 좀비스 다워지는 것도.....

가네시로 가즈키의 다음 소설은 여자 드 좀비스가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책의 말미에 붙여본다.
여자  드 좀비스라???
진짜 멋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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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2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보니 근질근질 합니다. 너무 유혹적이예요. ^ ^.

바람돌이 2007-04-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은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요? ㅎㅎ 재밌어요.

Mephistopheles 2007-04-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비스의 활약은 언제나 호쾌하고 명쾌하고 화끈...하다는..^^

마노아 2007-04-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알라딘에 붙박이 시켜준 책이 이거였어요^^ 카즈키, 참 통쾌한 작가죠^^
 
파도 -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
토드 스트래서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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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그렇게 사람을 잡아다 죽이는데, 같은 나라에서 어떻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평하게 살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게다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주장까지 해요?"

제 2차세계대전을 공부하는 역사수업시간에 학생이 던진 질문으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이기도 한 역사교사 벤 로스는 이 질문에 대해 "글쎄.... 나치는 철저하게 훈련 받은 조직이라, 그 앞에서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 지독한 불안과 공포, 가공한말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는 애매한 대답을 하지만 자신 역시 그 질문에 대해 궁금증을 느낀다.

누군들 궁금하지 않겠는가?
명백히 비이성적이고 우스꽝스럽기까지한 행동들을 모든 인간들이 인형처럼 반복하는 모습.
바로 옆에서 비인간적인 만행이 벌어지는데 그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다수의 인간들.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에게 왜 모두 똑같은 옷을 입느냐고 묻는 평범한 독일인.
천만의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때 나치가 아닌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무엇을 했을까?
열광하는 이는 왜 열광하고 침묵하는 이는 왜 침묵하고 방관했을까?

그리고 시작된 실험!
나치의 어린 친위대의 모형을 현실 고등학교에서 만들어 가는 것.
교사의 실험은 처음엔 단지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작은 별것아닌 약간의 신체적 훈련과 일체감을 같이 느껴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실험이 계속될수록 실험의 내용은 교사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아니 오히려 교사인 벤 로스마저도 실험의 한 도구로 전락되어가버린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까지 학교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파시즘의 집단적 광기로 폭발한다.

이제 벤 로스는 과연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실험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자신이 파도라 부른 파시즘적 운동과 분위기에 폭빠져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신만만 의기충천해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 과정이야 책을 볼 사람들을 위해서 남겨두도록 하자.

다만 이 책에서 소름끼치도록 절감하는 것은
파시즘의 씨앗은 어디나 존재한다는 섬뜩한 교훈이다.
2002년 월드컵의 거리응원과 나찌의 군중대회의 거리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나 오랜시간 동안 집단주의와 획일적인 군사문화에 익숙해있는 우리의 문화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신체에 각인된 집단주의, 전체주의는 늘 의식보다 먼저 반응해버린다.
민주주의와 개성, 자유에 대한 추구가 나의 의식이라면 질서와 규율의 추구는 나의 신체다.
그래서 나의 신체와 의식은 항상 질서와 규율/자유로움의 그 경계 언저리에서 헤매인다.
나의 어정쩡한 위치 그 어딘가에 파시즘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자유로와 보이는 삶을 살아가던 이 책의 아이들에게 숨어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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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7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꽤 매력적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드팀전 2007-04-17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파시즘은 20세기 가장 매력적인 연구대상인 듯 해요..2차대전 이후의 거의 모든 사회,심리,문화연구는 파시즘의 악령에 대한 일종의 경계와 두려움을 담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말이지요.그게 한편에서는 정도를 넘은 간섭으로 작용할 경우도 있어보이구요...저도 '군중'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편입니다만 좀 구분이 필요할 듯 보이기도 합니다.이와 관련된 읽을 거리들이 많으니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네요.파시즘의 씨앗과 파시즘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을까? 파시즘의 씨앗이라는 것은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 인류역사에 수없이 등장하진 않았을까? 군중성이라는 것을 파시즘의 씨앗이라 본다면 모든 집단행동은 파시즘의 요소가 있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편의상- '선'을 위한 군집행동은 통제가능하기에 문제가 없고 '악'의 의도가 있는 군집성만 문제삼을 수 있을까? '통제가능성'의 여부는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가? 파시즘의 씨앗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본성'의 한 단면으로 인정해야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독일''이탈리아' 등에서만 파시즘의 발호가 커진 것일까? '파시즘'이라는 용어가 인간 내부의 권위에의 의존,순응,폭력적 배제등의 부정적 요소들을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될 수 있을까? ....즉 '군중의 동의에 의한 집단의 광기어린 행동'은 모두 '파시즘'인가?...... 재미있는 질문들 아닌가요?

바람돌이 2007-04-1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주제는 상당히 무겁지만 소설의 전개는 흥미진진하답니다. 재밌어요. ^^
드팀전님/이런 장문의 댓글이라니 부담스럽게시리.... ^^;;
지난 2002년 월드컵때 거리응원을 보면서 저 역시 흥분하고 행복해했었더랬죠. 근데 어느 순간 갑자기 그 영상이 파시즘의 영상과 겹쳐보이는 순간을 경험했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감정이었는데 그 순간 전 참 이것도 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햇었어요. 그냥 즐거운건 그대로 행복하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거기에서 꼭 뭔가 다른 생각을 끄집어내야하다니....
하여튼 문명과 이성을 자랑하던 20세기에 파시즘의 등장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겠죠. 그러니 온갖 담론들이 쏟아지고 저처럼 쓸데없는 걱정으로 웃기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요즘 우리나라의 파시즘 연구나 논의는 일상의 파시즘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듯 합니다. 그런 글들을 좀 보다보니 제 고민의 축도 그쪽으로 기울어있는듯하고요. 어쨌든 님이 얘기하신 주제들이 전부 묵직묵직해서 다 공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그래도 계속 고민의 축으로는 삼아야겠죠....

마늘빵 2007-04-1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바람돌이님 이 책 보셨군요! 저도 얼마전에 봤는데. ^^

바람돌이 2007-04-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리뷰보고 이 책을 선택한거였는데요.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바람에 땡스투는 못했지만.... ^^ 님덕분에 리뷰쓰기 힘들었습니다. ㅎㅎㅎ

마늘빵 2007-04-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때문에 보게 됐다니 이런 영광이. ^^
전 이 책 수행평가 도서로 주문해놨어요. 학교에다. 애들 읽히려고요.

바람돌이 2007-04-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민중.... 중학교 1학년이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좀..... 저희는 아직 예산이 없어서 도서관이 없어요. ㅠ.ㅠ

클리오 2007-04-1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내용도 맘에 드는데다 별 다섯의 리뷰... 덕분에 꼭 볼께요.. 나날이 쌓여만가는 보관함.. ^^

바람돌이 2007-04-1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지금 예찬이 자나봐요. ㅎㅎㅎ 저는 수업이 비어서.... 일단 소설적 재미도 있구요. 파시즘에 대한 진지한 연구나 어려운 책은 많지만 쉬운 책은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별 다섯이에요. 재밌어요.

국경을넘어 2007-04-18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시즘... 광기... 근대성... 뭐 이런 이야기하는 책들이 상당히 무거운데요. 개념에 개념을 쌓아서 도저히 올라가기 힘든 책도 있구요. 그런데 이 책은 쉽게 이야기를 풀어가게 되어있나 봅니다. 아이들하고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바람돌이 2007-04-18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고등학교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 딱 좋을것 같아요. 전 내년에 아이들과 세계사를 하게 되면 파시즘 부분 공부하면서 같이 읽어볼려구요. 그거 공부하고나면 중학교 2학년정도돼는 애들도 왠만큼은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도 같아서요.
 
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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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탕함과 애절함이 절묘하게 뒤섞인 목소리로 가수 송창식이 부르던 고래사냥은 딱 그때의 젊음의 표상이었을게다.
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노래는 민기의 아버지처럼 세상살이가 지치고 힘들때, 꿈마저도 이제는 모두 잊어 갈때 그저 추억처럼 회한처럼 어느 놀이터 구석에서 신세한탄대신에 불려지리라......
민기 아버지가 그러한 것처럼.....

세월은 흐르고 젊은이는 늙어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란다.
옛적 우리가 동해바다의 고래를 꿈꾸었다면
요즘의 아이들은 조그만 은빛 고래를 주머니속에 쏙 넣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동해바다의 고래든 주머니에 쏙들어가는 은빛고래든 결국 그들이 느끼는 무게는 마찬가지일터.
조금은 더 역사와 사회의 무게에서 빠져나온 요즘 아이들은 어떤 노래로 꿈을 꿀까?
힙합 춤과 랩으로?

일면 보기에 가장 평범해보이는 민기에게도 자기가 짊어짐 고민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다.
집에서는 공부 잘하는 누나에게 치이고
밖에 나가도 뭐 하나 특별할게 없다.
그나마 스스로 잘생겼다고 자부하는 얼굴로 연예인을 꿈꾸나 그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을 따는 일이다.
이런 애들을 보면서 어른들은 늘 호강에 받쳐서 요강에 똥싼다고 하던가?
하지만 어른들이 잊고 사는건 누구에게나 자신의 고민의 무게는 우주적이고 동일하다는 것이다.
하잘것없어 보이지만 민기에겐 누구보다 무겁고 힘든 똑같은 무게일터.....

연호를 보면 생각나는 아이들이 많다.
아버지는 없고 엄마는 무책임하기 그지 없고 눈먼 할머니와 지하 셋방에서 대책없이 살아야 하는 연호.
이런 아이들이 그저 소설속의 아이들이기만 하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런데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세상에 널린 연호들은 연호처럼 그렇게 꿈꿀 자유마저도 빼앗긴다.
누가 뺏어가서가 아니라 아예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공개입양아 준희,  공부라고는 지지리도 못하고 뭐하나 잘하는 것 없으면서도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절대 버리지 않는 현중이
다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이다.
지금도 내 옆에는 수많은 민기, 연호, 준희, 현중이 들이 웃고 떠들고 숨쉰다.
그리고 아파한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뭔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모두들 주머니속에 작은 은빛 고래 하나 쏙 들어갈 수 있었으면....

그들이 꿈꿀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을 소중히 여겨 줬으면....

오랫만에 성장소설을 잡았는데 순식간에 책이 넘어간다.
이금이씨의 두번째 청소년 소설이라는데 갈수록 맘에 든다.
유진과 유진의 약간 어색해보이던 점들이 이 책에서는 말끔히 사라졌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요즘 아이들이 보인다고 할까?
이금이씨의 팬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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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님의 새 책이 나왔군요. 저도 <유진과 유진>을 잘 보았던 터라 더욱 반갑네요. 전 왜 아직도 이런 성장소설을 좋아할까요?
 
드림 버스터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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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이건 만화일까? 환타지일까? 아니면 SF인가?
하여튼 헷갈린다.
그런데 문제는 만화가 아니고 그렇다면 환타지나 SF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 든건 순전히 이 책이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기 때문이다.
가끔 실망스러울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주는 재미는 중독성이 강하다.
미야베 미유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책은 절대 내손에 닿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솔직히 1권의 첫 에피소드를 읽고는 꽤 고민을 했었다.
이걸 계속 읽어 말어????
지구와는 다른 시간대의 다른 세계인 테라
그 테라라는 곳에서 인간이 육체는 죽어도 의식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계획 - 프로젝트 나이트메어라는 -의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이 실패하면서 흉악범이었던 피험체들이 의식만 남아 지구로 도망간다는 설정.
그리고 그 피험체들을 체포하기 위해 지구 인간의 꿈속에 접속하는 드림버스터(꿈 사냥꾼???).
뭐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근데 별로 신선하지 않다.

더군다나 첫번째 에피소드는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너무나도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에피소드였기에....
여기서 책을 그만볼까 어쩔까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일단 든 책이고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니 좀 더 봐주자라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역시 미야베 미유키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별점을 준다면 한개정도
하지만 두번째 에피소드는 2개정도?
갈수록 나아진다.

이야기의 축은 두개로 나뉘어진다.
드림버스터들이 지구 인간의 꿈속에 접속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 한축이다.
이 축은 처음의 단순한 이야기 전개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해진다.
도망친 범죄자들의 변신형태나 그들의 심리상황도 훨씬 다양해지며, 그에 대한 주인공 드림버스터 센과 마에스트로의 감정과 대응도 다양해지면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뭐 그렇다고 사회파 추리소설가라고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본격적인 힘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힘이 딸린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본격적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힘을 보여주는 부분은 다른 세상 테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에서는 다른 세상이라고 하지만 뭐 지구라고 고쳐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세상에서도 끊임없이 사건들은 일어난다.
최하급의 계급으로 일확천금을 벌기위해 드리버스터가 되는 사람들.
그들 주위를 둘러싼 하층의 사람들
그 위에 드림버스터를 이용해 뭔가를 꾸미고 있는 사람들.
사라져버린 센의 친구. 또 사라져버린 신참 드림버스터와 그의 당황스러운 변신.
모든 에피소드들이 무언가 거대한 음모의 한부분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과연 그 에피소들이 어느 지점에서 만날 것인가?
그리고 그 거대한 음모의 정체는 무엇일까?
센과 마에스트로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흥미진진한 모험소설로 어느샌가 책은 바뀌어있다.

그런데 .....
이제 한창 재밌어지고 있는데 3권에 계속이라니....
정말 두권으로 끝나는 얘긴줄 알았다.
그렇다고 3권만으로 끝날것 같지도 않고....
만화도 아니고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거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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