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늘 병약해서 골골거리는 부잣집 도련님이 있습니다. 올해 꽃같은 나이 17살입니다.
어찌나 병약한지 조금만 많이 움직이면 지쳐서 새끼고양이처럼 잠들어버리죠.
앓아누워 온 집안 사람을 걱정시킵니다.
그리고 그런 병약한 도련님을 지키는 요괴가 두명 나옵니다.
튼튼한 요괴 두명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도련님에게는 꼼짝도 못하죠.
도련님 일이라면 조그만 것도 놓치지 않고 난리를 부립니다.
이 두 요괴는 도련님에게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항하고픈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련님의 유일한 친구가 있군요.
조그만 과자가게의 후계자. 말이 후계자지 과자를 잘 못만들어서 고민이 많습니다.

이정도라면 눈치채셨겠죠? 아주 만화적인 상상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이제 17세가 된 도련님은 병약하지만 마음만은 여느 17세의 소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스스로 서고 싶은 마음만은 똑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건 굳이 얘기하자면 곳곳의 요괴들이 눈에 보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거죠.
그런데 웃기는건 워낙에 어려서부터 그랬기 때문에 왜 자기만 요괴를 볼 수 있는지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더군요.

애지중지 보물단지처럼 키워진 도련님에게 위험이 닥칩니다.
에도 곳곳의 약재상들이 살해당하고 도련님도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뻔하지요.
힘센 무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도 아닌(뭐 보통보다는 낫습니다만) 우리의 도련님은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까요?
당연히 요괴들의 도움을 받겠죠?
하지만 재밌는건 도련님을 지키는 요괴들이란게 참 열심이고 힘도 강력하고 한데 막상 중요한 순간에선 별로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쩌면 당연하죠. 주인공은 도련님이니까요. ^^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든 좋아하지 않는 이든 누구든지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게 이 책의 강력한 장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 역시 추리소설을 딱히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편식이 심하기 때문이지요. 본격적인 추리소설들의 그 어둡고 시니컬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울때가 많습니다.
그런 저에게는 이 책은 딱 안성마춤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때가 일더미에 묻혀서 심신이 마지막 아우성을 지를때쯤이었습니다.
그럴때 손에 든 이 이야기는 그대로 저를 현실의 갑갑함에서 확 벗어나버리게 해주더군요.
살인사건은 잔혹하지만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그대로 대입되지는 않기에 그다지 끔찍하다거나 현실감있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즉 나와는 다른 세계, 요괴와 인간이 어울리는 뭔가 판타스틱한 다른 세계의 일이니까요.
거기다 어떤 면에서는 세상물정 모르고 어리숙하게 보이는 약하기 그지 없는 도련님이 주인공이니 설마 작가가 도련님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해피엔딩이 보장된 소설이라는거지요.

뭔가 지루하고 일상이 갑갑하다고 느끼실때 손에 들면 딱 알맞을 소설입니다.
적당한 정도의 비현실성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귀여운 도련님과 요괴들의 세상으로 잠시 피난을 갈 수 있는 책. - 요정도가 이 책에 알맞는 수식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 그리고 황당한 도련님의 출생의 비밀도 꽤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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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염병이 돈다.
이유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한 남자가 눈이 멀었고 곧 그 남자를 본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갑자기 눈이 먼다.
암흑의 세계? 아니다. 하얀 백지의 세계....
순식간에 온 도시는 눈먼자들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단 한명. 최초로 눈먼 남자를 검사했던 안과의사의 아내만 제외하고....
왜 눈이 멀게 되었는지... 또 왜 하필 의사의 아내만이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세상이 백색의 공포속으로 빠져든다.

인간이 흔히 규정짓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어느정도의 상황하에서 지켜질 수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눈먼자들은 우선 빈건물에 격리수용된다.
공동체로부터의,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차단.
이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눈 먼자들은 어디까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서로를 돕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있을까?
하지만 그들의 작고 소박한 공동체는 그것이 작기때문에 가능했다는것이 곧 드러난다.
눈먼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수용소는 포화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외부에서 들여주던 음식물은 모두가 나누기엔 한계에 이르면?
결핍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새로운 폭력과 권력을 낳고.....

결국 눈먼자들이 이전에 멀쩡하다고 생각하고 살던 세상과 눈이 멀어 갇히게 된 수용소속 세상은 다른 것일까?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고 지배하고자 하는건 결국은 눈뜬 세상이나 눈 먼 세상이나 다르지 않다.
인간이 얼마나 인간적 품위라는 것으로 또는 문명이라는 껍데기로 위장할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뿐....
결국 눈이라는건 또는 눈으로 본다는 것은 껍데기일뿐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나보다.
수용소속의 새로운 권력은 새로운 연대에 의해 깨진다.
가장 약한 자들의 연대에 의해서....
파괴된 수용소를 나서는 일군의 사람들.
그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돕고 기대는 관계
착취나 지배가 아니라 연민과 연대가 그 자리를 메꾼다.
그 속에 희망이 있다고....
인간이 품위라는건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연대에 있다고....

너무나도 고전적이고 너무나도 뻔한 주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진실은 뻔하지 않던가?
그 뻔함을 못보는 것이 인간의 눈멈이고, 그 세상이 바로 눈먼자들의 세상일진대....
우리는 여전히 눈먼자들의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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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7-02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새벽에 웬 댓글 놀이를...
눈먼 자들의 세상. 제목이 참 시니컬하죠?
읽기가 무서웠던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벌써 눈뜬 자들의 세상을 읽고 있는데...
이건 더 지긋지긋하네요.^^
정말 투표 용지에 1번, 2번, 3번,... 끝에 <찍을 사람 없음>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마도 85% 정도가 거기 찍지 않을까요? 백지로 내지 않고 ㅎㅎㅎ

무스탕 2007-07-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내내 무섭고 끔찍해 했던 책이에요. 정말 주제 할배한테 묻고 싶더군요. 왜 하필 '단 한명'을 여자로 설정했는지..
눈뜬자들을 읽어줘야 하는데 선뜻 손이 안나가고 있어요..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라부가 돌아왔다.
전편보다 더 막강한 포스를 내뿜으며...
사실 공중그네까지는 뭐 꽤 재밌네 정도였다.
그러던게 남쪽으로 튀어와 라라피포를 거치면서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에 열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면장선거>가 이라부 얘기라는 걸 듣고는 조금 실망이었다.
이라부 시리즈가 재밌기는 했지만 뭐 그리 열광할만한건 아니었다는 생각에....

그런데 예상을 뒤엎는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은 적어도 오쿠다 히데오에게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라부의 캐릭터가 바뀐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바보같고 포도당 주사나 팍팍놓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심드렁하고 애같고 뭐 그렇다.
그런데 손님은 바뀌었다.
막강 권력이나 유명세를 자랑하는 인간들이다.
앞의 3편의 이야기에서 이라부를 찾는 사람들은 프로야구의 구단주이자 일본 최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회사의 회장, IT업계의 총아로 돌풍을 일으킨 안퐁맨, 나이 사십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여배우 같은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현재 일본에서 실존하는 사람들의 패러디란다.
그러니 일본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아 살짝 질투도 난다.^^

이들에 대한 이라부의 처방은 어떤걸까?

오늘날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을 이룩한 선대들에게 그는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고 얘기하는 듯 하다.
당신들의 시대는 이제 갔다고....
"도쿄도 참 많이 변한것 같구."
"에이, 여기 살고 있으면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이곳에 살긴 하지만 쫓아갈 수야 없지. 마치 성장기 어린애를 보는 것 같군. 잠깐만 눈을 떼도 몰라보게 변해."
"그야 21세기니까 당연하지. 세상이 완전히 바뀐 셈이잖아..... 시대는 변하는거라고요~~"
이미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권력에 대해 날리는 일격이다.

그에 반해 일본의 새로운 세대에 대해 이라부는 어떤 얘기를 할까?
IT업계의 총아인 안퐁맨,.
매사에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그런데 그는 웃기게도 히라가나를 자주 까먹는 또는 기본적인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말이 생각나지 않는 신경증에 시달린다.
그에게 내린 이라부의 처방은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안팡맨(우리나라에서는 호빵맨) 글자찾기 카드게임이다. 뭐 해당글자를 찾는 애들용 게임같은데....
처음에 꼬마아이들에게 지는 바람에 온통 놀림을 받은 안퐁맨은 기를 쓰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다음 게임에서는 게임을 싹쓸이함으로써 꼬마녀석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 찰나 이번엔 엽기 간호사 마유미에게 한방 어퍼컷을 당하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혼자만 이기면 놀아주는 사람이 있겠어?"

40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여배우.
그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미모와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이유로 인기절정을 달리는 이다.
하지만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에 대한 처방은 마유미가 펑코록으로 내린다.
젊어지려 발버둥 아등바등 / 마흔이 넘어서도 사랑 타령
가슴은 쳐져도 꿈속을 헤맨다 / 어이 거기 아줌마 거치적거린다고-
....................

와우 - 와우 - 젊어지려 발버둥 / 헤이 헤이 한가롭기 그지없네-
달리 할 일이 그리도 없나 -

어찌보면 이라부나 마유미의 처방은 중구난방인것 같다.
권력에 대한 예린한 비판을 보이는가 하면 논리고 뭐고 조금은 적당히 어울려 살라고도 하고...
또는 쓸데없는 겉치레에서 제발 좀 벗어나서 자신을 찾아보라는 보편적인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의 이런 중구난방같은 처방은 면장선거에서 절정을 이룬다.
인구 2,500의 조그만 섬에 강제로 보건 활동을 하러 온 이라부.
이라부라면 봉사정신을 좀 가져주지 않을까?
택도 없다.
오는 순간부터 투덜투덜.... 순전히 촌구석이네 어쩌고 저쩌고...
최고 좋고 비싼 호텔에서 뒹굴뒹굴...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돈 아끼지 않고 예의 주사를 팍팍 놔대고...
비산 CT촬영기를 제약회사를 우려내서 들여놓고는 온 동네 사람들이 장난감처럼 쓰게 하고....
자신의 포르쉐를 도쿄에서 가져와서는 아이들을 태우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
그런 능청맞은 이라부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으니...
바로 이 섬마을의 면장선거. 
섬전체가 반으로 갈려 목숨을 걸고 선거에 임한다.
여기서 갑자기 캐스팅보드로 부상한 우리의 의사 이라부!
그런데 이번엔 이라부조차도 고개를 절래절래 방문을 걸어잠그고 이불까지 뒤집어쓸지경.
하지만 이라부가 누구인가?
천하의 능청꾼은 전혀 아닌듯 해결책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 해결책이야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서 남겨놓고..
예의 그 이라부의 일침
"이봐, 미야자키 씨. 데모크라시라는 건 말이야, 실은 최선의 방법은 아니야. 제대로 기능하려면 일정 이상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1만명 이하의 커뮤니티에서는 옛날 영주 비슷한 존재가 다스리는 족이 오히려 더 번창하지 않을까? 크흐흐."

 이쯤 되면 <남쪽으로 튀어>의 그 우에하라씨가 이라부의 얼굴과 겹쳐진다.
중구난방 어떤 사상적 경향도 일관성도 논리성도 없어보이지만 무엇보다 강한 '다양한 삶의 방식에의 긍정', '나만의 방식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방식도 또한 옳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이끌어주는 신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보다가 그 책을 쓴 사람을 꼭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실제의 그는 어떤 사람일까
일본어가 된다면 팬레터라도 한 번 띄워 보겠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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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저 얍삽하고 날렵해보이는 인간은 누굴까? 
설마 이라부라고 그린 건 아니겠지?
이라부라면 좀 더 살집이 있어야하고 좀 더 능글맞아보여야 하는데.... ^^
남쪽으로 튀어의 표지 인물이 딱 주인공같았던 것 처럼 이번 표지도 딱 이라부같았다면 좋았을걸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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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2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이라부는 계속해서 업그래이드가 되는 변종 생물체 같습니다...ㅋㅋ

홍수맘 2007-05-2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라부에게 중독이 안 될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어요. ^ ^.

BRINY 2007-05-2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괜히 손댔다가 다른 작품들까지 사들일까봐 손 안댔는데...맘 흔들리네요.

바람돌이 2007-05-2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을 보며님/저는 이라부가 갈수록 진화하는 것 같던데..... 근데 이건 제가 오쿠다 히데오에 뽕간 이후에 봐서 그런지도 몰라요. ㅎㅎ
메피스토님/이라부는 아무래도 <남쪽으로 튀어>의 우에하라씨쪽으로 당분간 변종진행이 될것 같습니다. ㅎㅎ
홍수맘님/그럴때는 쓸데없는 노력하지 말고 기냥 중독되어버리세요. ㅎㅎ 뭐 바람피는 것도 아닌데요 뭐.... ㅎㅎㅎ
브리니님/제가 그랬다가 오쿠다 히데오꺼는 인더풀 하나 빼고는 다봐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뭐 앞으로도 나오기만 한다면 무조건 사들입니다. ㅎㅎ

글샘 2007-05-2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중독되셨군요. ㅋㅋ 저도 남,튀와 공중그네, 더걸을 다 봤습니다. 인더풀을 안봤네요. ㅎㅎㅎ 요놈도 담에 도서관에 놀러오면 읽을 예정입니다. 이라부같은 인간, 참 멋지지 않아요?ㅋㅋ

바람돌이 2007-05-2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저도 인더풀만 안봤는데 뭐 아무래도 시리즈를 거슬러서 첫번째를 마지막에 보기는 좀 싱겁지 않을까 싶어 그냥 두고 있습니다. 근데 자꾸 이 작가가 좋아지니 인더풀도 봐야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ㅎㅎ 저는 이제 이라부보다 이라부같은 인간을 창조한 오쿠다 히데오라는 인물데 더 관심이 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
 
손수레 전쟁 -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을 알아야 한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7
진 메릴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목적은 전쟁이 뭔지를 알아야 평화를 알 수 있다고...
그런데 전쟁이란게 항상 너무 거창하기만 해서 보통의 사람들은 그 본질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동화의 형식으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노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얘기한다.
손수레 전쟁이란 다소 웃겨보이는 제목도 이런 의미에서 탄생한 것일게다.

배경은 뉴욕!
대도시가 그러하듯 이곳도 교통혼잡이 장난이 아니다.
이런 교통혼잡의 원인을 대형트럭들은 모두 길을 막는 조그만 손수레들 - 우리나라로 치면 노점상들이다.-에게 돌리고 늘 손수레들을 그 육중한 덩치로 위협한다.
그러던 와중에 아주 의도적인-그러나 실수를 가장한  대형트럭의 횡포에 의해서 한 손수레가 박살이 나고 꽃을 팔던 손수레 상인이 다친다.
이제 뉴욕시의 손수레 상인들은 트럭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다.
하지만 명시적인 선전포고는 아니고 아주 은밀한 선전포고다.
그 방법이 아주 기발한데 이런바 콩알탄 작전!
새총에 장전한 뾰족한 콩알탄으로 트럭의 타이어를 펑크냄으로써 교통혼잡의 주범이 누구인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는 것.
작전은 대성공이었지만 힘없는 그들에게 승리는 순간이었다.
곧 대규모의 트럭회사 삼인방이 움직이고 이 모든 교통혼잡의 원인을 손수레상인들에게 돌리려는 음모가 진행된다.
동시에 손수레 상인들을 지도하는 이를 찾아 납치하려는 계획까지.....

하지만 아주 우연한 이유에 의해 그들의 음모는 사전에 손수레 상인들의 귀에 들어가고 손수레 상인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결국 은밀하게 시작되었던 전쟁은 공공연한 전면전으로 번지게 되고....
결론까지는 책을 읽을 사람을 위해서 남겨두자.

이런 과정들이 전쟁의 어떤 면들을 반영하는 걸까?
전쟁이란 것이 평소의 여러가지 누적된 불만과 서로에 대한 불신 증오 이런것들이 어떤 한 도화선을 만나면 예기치 않게 폭발하듯 일어난다는 것.
거기에 권력을 가진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들보다 오히려 더 비겁한 수를 쓰며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는 것. - 이책에서처럼 그들은 자신의 죄를 힘없는 자에게 전가시켜 버리고 그것이 어려우면 심지어 납치라든지 하는 말도안되는 짓들조차 서슴없이 저지른다는 것.
그리고 전쟁의 종결이나 평화는 억압당한 자의 희생적인 저항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열심히 찾아내면 이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
평화를 얘기하기 위한 전쟁이야기인데 그 전쟁의 실질적인 시작은 이 책에서 보면 손수레 상인들이 시작하는 듯 보인다.
잘못보면 억압당하고 힘없고 그래서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이들이 전쟁의 시작자라는 얘기가 되어버리는 것.
물론 이 책은 끝까지 손수레 상인들을 지지하고 옹호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서문을 그런식으로 즉 평화를 위해서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는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저자의 서문대로라면 평화를 깨뜨리고 전쟁을 시작한 책임이 트럭의 횡포에 의해 생명마저 위협받는 손수레 상인들이 져야 한다는 얘기다. 아주 잘봐줘봤자 양비론이다.
오히려 저자의 서문은 진정한 평화는 자신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얘기되어졌어야 한다.
오늘날 누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나 이라크 침공과 한국 농민들의 반FTA싸움을 같은 전쟁이라고 하는가!

또 하나 전쟁의 본질을 쉽게 보여주기 위해 동화의 형식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이 책속의 전쟁은 너무 희화화되었다.
전쟁이라기 보다는 무슨 모험담 같은 분위기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이 무슨 모험담 같이 또는 뭔가 웃기는 것으로 얘기되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날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을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같이 이 책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열심히 읽었지만 역부족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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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오가와 요코의 책은 세번째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임신 캘린더> 그리고 그 다음이 이 책이다.
위에 말한 책이 분위기가 같은 사람이 썼을까 싶게 참 다른데 이 책은 어느쪽이냐 하면 <임신 캘린더>쪽에 가깝다.

뭔가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
그러면서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두편의 소설로 이루어져있다.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약지의 표본>
주인공 나는 21살의 여성이다.
사이다공장에서 일을 하다 기계에 치어 약지의 살점을 약간 떼이게 된다.
이후 새롭게 일자리를 얻은곳이 데시마루의 표본실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갖가지 추억들을 표본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다.
그 추억들은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마음아프고 그렇다고 버릴수는 없는 그런 것들이다. 
그것을 표본으로 만들고 보관해주는 곳.
어쩌면 사람들의 외로움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라고 할까?
그래서일까?
이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무덤덤한듯 하지만 실제로는 고독의 섬에 모두 홀로 떠있다.
주인공 나 역시 어디에도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데시마루가 구두를 선물한다.
그녀의 발에 너무 꼭 맞아버린 그 구두는 그녀에게 최초의 소속감을 준다.
원하든 원치않든 아니 그런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르게 그녀는 그 소속감에 중독되어버린다.
그녀는 데시마루에게 소속되고 싶어하지만 그는 아닌듯하다.
그는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묘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일뿐...
어쩌면 그는 인간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일지도....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그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소속에의 열망
이런 것들이 맘에 짠하게 와닿는 이야기다.

<육각형의 작은 방>역시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다.
수영장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주인공은 미도리라고 하는 중년의 여성에게 끌린다.
아무 이유도 없다.
그녀가 의사인 남자친구와 아무 이유없이 헤어졌듯이.....
아니 아무 이유가 없는게 아니겠지
그녀는 외로웠던 거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도 위로해줄수도 없었던 그녀의 외로움.
미도리씨를 따라가서 만나게 된 육각형의 작은 방은 결국 그녀의 내면의 목소리를 털어놓을 수 있는 마음속의 방이었을게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고독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일까?
결국 자기 내면에게 묻는 것 외에는 치유방법이 없다는것일까?
두가지 이야기가 모두 그런 외로움들에 대한 얘기다.
뭐 거창하게 얘기한다면 존재의 고독 같은것?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과 같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는 인간의 속성.
소통에 대한 열망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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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5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5-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께/ 저의 작은 댓글에 과한 인사입니다. 늘 님의 글을 보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르는데 님이야말로 저의 감사를 받으셔야지요. 사람의 행복이란게 그리 많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어느정도는 맘먹기에 달린것도 같아요. 버릴 것을 버리고 가질 것을 가질줄아는데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니라 항상 행복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님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신 분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