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반대하는 너의 그혁명적인 사상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너를 첩자로 몰아 네 권위를실추시키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여자이기 때문에 널 미워했던 것일까? 그들이 생각하기에 사내들이 해야마땅한 인류 구원의 역사(役事)를 한갓 여편네가 하는 것을 참을수 없었던 것이었다. 소위 진보주의자, 공화주의자, 혁명주의자라는 것들이 그처럼 비열한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 P201

토마는 플로라에게 설명했다. 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을
‘강요‘ 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일하기 싫은 놈은 딴 데서 일자리를 구하면 되는 거다, 나는 아무 문제없다, 아비뇽에서 일손이딸리면 스위스에서 구해오면 된다, 저 알프스 산골 무지렁이들은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묵묵히 일만 하고 주는 월급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 짐승 같은 스위스 놈들조차 저축하는 법은 알고있단 말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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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06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갓 여편네가~~~ :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네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품절이네요.^^

바람돌이 2022-02-07 00:49   좋아요 1 | URL
저는 다행히 옆동네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봤어요. 플로라라는 여성 진짜 대단합니다. 아름다워요. ^^
 

"당신은 가족제도를 공격했고 가족제도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소이다. 기독교인으로서는 못할 짓이오, 부인."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답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같았다. 그러나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여자를 사서는, 애 낳는 기계로 만들고, 짐 나르는 짐승으로여기고, 게다가 후끈 달아오를 때마다 강제로 올라타는 짓거리가기독교인으로서 못할 짓입니다."
- P20

 ‘마후‘ 들의 존재를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테하마나는 그때마다 별 쓸데없는 것을 다 물어본다는 식으로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그래요, 당연하죠, 여자도 아닌 것이 남자도 아닌것이 있는데, 그래서 어쨌다고요?
- P80

"저는 명성과는 상관없습니다, 라그랑주 씨. 저는 효율성을 중요시합니다. 이름도 모르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대중 앞에서는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진짜 사람들에게 얘기하고싶습니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얘기해야 합니다. 제가 사람들과 진정으로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이 가톨릭신자들 앞에서 하는 연설과는 다르단 말입니다."
- P102

푸리에주의자들과생시몽주의자들은 한결같이 무식하고 비천한 그 희생자들을 불신했다. 그들은 천국에 있는 천사와 같이 순진했다. 그들은 고집했다. 사회개혁은 부르주아 이론으로 무장한 부르주아 계층의 양심과 물질에 힘입어 이루어질 것이다.
- P103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이런 식으로 걷어갈 권리는 없어요." 플로라는 계속했다. "상복 따위는 벗어던져버려요..
무덤에서 뛰어나오세요. 살아나가야지요. 공부를 하세요. 선을 행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세요. 배고픔, 질병, 실업, 무지 등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로 시달리지만 헤쳐나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어요. 부인의 문제는 문제가 아니에요. 부인은 이미 답을 얻은 거예요. 부인은 문제를 면제받은 거예요. 여성에게결혼생활은 노예생활이나 다름없습니다. 부인은 이제 거기서 해방된 거잖아요. 시시껄렁한 연애소설의 주인공처럼 굴지 마세요.
내 말대로 하세요. 사는 거답게 사세요. 고통이나 깨작거리고 있지말고 좀더 선한 일에 신경을 쓰세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선을 행하는 데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면, 즐기세요. 놀이도 즐기고,
여행도 하고, 애인도 사귀세요. 만약 부인이 폐결핵으로 죽었다면부인 남편은 분명 그렇게 할 거예요."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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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3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7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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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춘기 아들을 가진 분이라면 꼭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은책이다.

물론 남편이나 남자 애인이 이해가 안가는 분이 읽어도 좋다. 

남자분들은 자기 얘기를 읽듯이 읽을 수 있겠구나싶기도 하고....


이 책은 그야말로 한 남자 인간이 12살부터 87살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서 쓴 일기이다.

이런 일기 형식의 소설을 쓰겠다고 한 작가의 발상이 너무 기발하지 않은가?

사실 줄거리를 얘기할게 별로 없다.

초반에 몸의 일기를 쓰게 되는 계기가 가슴아픈데 1차대전에 참전했던 주인공의 아빠는 독가스로 인해 몸이 병들어서 돌아온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 남편의 병과 아마도 생활고에 치여 점점 자조적이고 독단적, 폭압적이 되어가는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빠의 옆에서 아빠와 동일시 되어가는 주인공 아들.

이 셋의 관계는 전적으로 아들인 나의 입장에서 서술되므로 엄마의 생각이나 내면은 알 수 없다.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생활고 이런 것때문에 삶이 팍팍했을, 그럼에도 병든 남편을 떠날 수는 없었던 엄마에게도 할 말은 얼마나 많았을까싶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들의 몸이므로 그는 엄마의 마음까지 살펴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런 아빠가 죽고난 이후 엄마는 빌빌거리는 아들을 보이스카웃 훈련에 보낸다. 

그런데 여기서 훈련 도중 아들은 게임을 하던 상대편 아이들에 의해 숲속 나무에 홀로 묶이는 수모를 당한다.

처음에는 그리 무섭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미 한마리가 발등을 타고 오르고.... 그때까진 괜찮다. 개미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으니까....

잠시 후 개미 한마리가 더 발등을 타고 오른다. 2마리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몇 미터 앞쪽에 개미가 우글거리는 개미집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못움직이는데 저 개미들이 모두 내 몸을 기어올라 나의 눈을 파먹고, 내장을 파먹고......

상상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패닉을 불러일으킨다.

숲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너무 무서운 나머지 설사똥을 지려버리는 우리의 주인공.

그는 12살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내가 10살때쯤이었나? 그 때 우리 동네 애들은 머리에 이를 한움큼씩 달고 다녔다.

엄마는 그 때 내 머리를 참빗으로 거의 쥐어뜯다시피 빗어내리며 이잡기 작전에 돌입했고, 나는 너무 아파서 징징거렸는데 그 때 울 엄마 왈 "너 머리에 이 계속 키우면 그 이들이 너 눈으로 귀로 들어가서 눈도 파먹고 안에 내장도 파먹고 한다"라고....

아 그 공포라니..... 그 때부터는 말없이 머리를 그냥 쥐어뜯기는 수밖에 없었고, 이후 한동안 이가 내 몸속으로 내장으로 들어가는 상상은 나를 공포스럽게 했다. 

나는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뭔가를 한 기억이 없는데 이 주인공은 너무나도 창피한 그 기억때문에 자신의 몸을 바꾸기로 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몸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결국 몸의 가장 원초적인 부산물인 똥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 사건은 주인공이 아빠의 세계에서 벗어나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엄마는 소년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의 일생을 보면 시대적으로 봐도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일기는 그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오로지 자신의 몸의 변화, 몸이 느끼는 것들, 몸의 기쁨과 고통을  다룬다.

이 책이 재밌는 이유는 이런 몸의 일기를 쓰면서 금기가 없다는 것이다.

운전하면서 다 큰 어른이 코닦지를 가지고 노는 이야기며, 첫경험에서 얼어붙어 결국 발기불능이란 오명을 쓰고 고민하는 이야기며, 섹스 중 몸이 느끼는 변화며 어떤 것도 몸의 이야기라면 빼놓지 않는다.

온갖 건강염려증을 읽다보면 이거 내 얘긴가하면서 솔깃하기도 하다.


노년에 이르면 실제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온갖 병들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은 한편으로 애잔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인간이라면 결국 누구나가 저 과정에 이르겠구나하면서 동일시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빛나게 해주는건 역시 작가의 탁월한 유머감각이다.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지점들이 있다.

예를 든다면 나이들어 신장에 문제가 생겨 오줌주머니를 한동안 차고 다니게 되는데 이 오줌주머니는 일정 시간이 되면 비워줘야 되는 것이다. 안그러면 이번에는 설사똥이 아니라 소변을 발밑에 흥건하게 흘리게 되므로 말이다.

그런데 딱 쇼핑을 하고 있을 때 오줌주머니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화장실을 부탁하지만 점원이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떡했냐고? 

심술이 가득해진 이 할아버지 주인공은 가게의 새 사냥부츠에다 오줌주머니에 가득찬 오줌을 몰래 비우고 능청스럽게 나와버린다. ㅎㅎ 


이 책에서 유일하게 맘에 안들었던 장면은 노년의 이 주인공이 남미 학술행사에 갔다가 20대 아름다운 아가씨에게서 유혹을 받는 순간이다. 

이미 나이가 70대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더 이상 섹스는 하지 않지만 여전히 따뜻한 포옹을 즐기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 드디어 섹스의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자신만만하다. (사실은 발기가 안된다. 70대 할아버지니까 뭐 당연한거 아닌가?)

아 그런데 이 할아버지 20대 아가씨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버려 생애 마지막 섹스를 즐기는거 아닌가?

사실 난 동양권의 문화가 섹스에 대해서 지나치게 심각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의 섹스에 대해선 아무래도 관대해지지가 않는다.

그러니까 만약에 이 할아버지가 아내가 없거나 아니면 아내를 사랑하지 않거나 뭐 이렇다면 그래 그럴수 있지, 멋진 아가씨가 모든걸 다 받아들인다며 유혹하는데 안 넘어갈 이유가 없지 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주인공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얼마전에 봤던 영화 <돈룩업>에서도 주인공이 아내와 별 문제가 없음에도 그냥 여자의 손짓하나에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남편한테 남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무조건 별 생각없이 그냥 유혹에 넘어가서 섹스할 마음이 나는지 질문했더니 저런 유혹을 안 당해봐서 모르겠단다. 참내..... 


남자의 몸의 일기를 읽으면서 여자의 몸의 일기를 읽어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런 식으로 쓰면 그것도 일종의 표절이 되려나 싶어 안나오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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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31 08: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이 책을 안읽을테지만 여자의 몸의 일기가 나오면 꼭 읽을거 같아요 ^^

Falstaff 2022-01-31 09:00   좋아요 6 | URL
이 책, 굉장히 유명합니다. 페나크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특히 수십 년 동안 중등학교 교사를 해서 그런지 사춘기 시절에 관한 이야기가 탁월합니다. 여러가지 방면으로 재미나는 책입니다만.... ^^;;
이이의 말로센 시리즈라고 있습니다. 그 시리즈는 미들-하이틴을 위한 스릴러인데요,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한 두 권만 읽을 경우 그렇습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2-01-31 11:45   좋아요 6 | URL
유명하고 재미있는 책이군요 ㅋ 딱 이거만 읽어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01 01:44   좋아요 3 | URL
골드문트님 대단하세요. 제 글을 읽고는 미동도 없는 새파랑님을 설득하시다니..... ^^
진짜 이 책의 백미는 초반부와 사춘기시절인거 같아요. 뒷부분으로 가면 조금 앞부분의 긴장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저는 페나크의 책은 말로센 시리즈는 말고 소설처럼이랑 학교의 슬픔 읽어보려구요.

bookholic 2022-01-31 10: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우리 둘째가 사춘기 되면 이 책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씀을 이야기해주려고 생각했어요.^^

바람돌이 2022-02-01 01:46   좋아요 1 | URL
아이의 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몸이 그렇게 안좋은 상황에서도 자기 나름대로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소년의 유머감각은 아버지한테 그대로 물려받은듯요. ^^

미미 2022-01-31 11: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가지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페나크의 책을 3권 갖고 있네요! 70대 할아버지가 20대 여성에게 유혹을 받다니ㅋㅋ
‘몸의 일기‘라는 소재가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유머도 있다니 더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2-02-01 01:47   좋아요 1 | URL
가지고 있는 책이 많음에도 새 책을 늘 사는 우리들의 슬픔.... ㅎㅎ 재밌습니다. 정말로요. ^^

blanca 2022-01-31 13: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꼬맹이 아들의 사춘기 대비를 위해 이 책을 읽어야겠네요. ^^

바람돌이 2022-02-01 01:48   좋아요 2 | URL
완전 앞서가시는 블랑카님이십니다. ㅎㅎ 남자 아이들은 정말 여자인 엄마가 보기에는 이해불가능한 면들이 너무 많아 사실 미리 준비가 필요한거같긴 해요. ^^

그레이스 2022-01-31 14: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못읽었는데 읽어봐야겠어요
책장으로 걸어가요~^^

바람돌이 2022-02-01 01:48   좋아요 2 | URL
역시 좋은 책은 많은 분이 이미 사셨다는..... 서재 지인님들 책장에 무슨 책이 없겟어요. ^^

mini74 2022-01-31 14: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란 말이 생각나요 요즘 제 2의 사춘기를 지나는 거 같은 남편을 위해 읽어봐야 될 듯 합니다 ~

바람돌이 2022-02-01 01:49   좋아요 3 | URL
ㅎㅎ 저도 그 말 떠올렸어요. 남편은 갱년기죠. 저희집에도 1명 있습니다. 여성호르몬의 생성으로 인해 저보다 더 감성적이 되어가는.... ^^ 그런 면에서는 여기 이 책의 분은 조금 아닌듯해요. ^^

희선 2022-02-01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실제 어딘가 개미는 사람 뼈만 남기고 다 먹기도 하죠 아마존이었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야기에도 그런 게 나왔군요 그런 거 보고 개미가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모든 개미가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병든 아버지를 보고 그 뒤에 겪은 일 때문에 자기 몸을 잘 보게 되다니... 그것도 자기 자신을 잘 보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2-01 01:51   좋아요 3 | URL
베르나르의 개미는 저도 읽었는데 그런 개미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이 안나네요. 이놈의 기억력.... ㅠ.ㅠ
근데 개미집을 우연히 발견하면 전 저 개미들이 나에게 아무 피해도 못입힌다는거 알면서도 무섭더라구요. 그 무시무시한 군집이 주는 공포랄까? ㅎㅎ 이 책 보면서 저도 저의 몸에 대한 생각들을 좀 하긴 했습니다. ^^
 

모나의 사랑의 구두점, 이 쉼표를 내게 맡기면 느낌표로 만들어줄게.
- P177

한 사림은 왼쪽 집 벽에, 또 한 사람은 오른쪽 집 벽에 등을 기댄채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도시는 지구상에 베네치아밖에 없다.
- P183

인간은 극사실주의속에서 태어나 점점 더 느슨해져서 아주 대략적인 점묘법으로 끝나 결국엔 추상의 먼지로 날아가버린다.
- P215

열다섯살 때 나도 해변에서 내 또래 남자애들을 상대로 이두박근과 복근 시합을 벌였었다. 열여덟 살인가 스무 살 때는 수영복 아래쪽이 얼마나 불룩한지를 자랑했다. 서른 살, 마흔 살이되면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비교한다(대머리에겐 불행이다). 쉰살 때는 배(배가 안 나와야 한다), 예순 살 땐 치아(빠진 게 없어야한다), 이제 소위 원로라 불리는 늙은 악어들의 모임에선 등, 걸음걸이, 입을 닦는 방식, 일어나는 방식, 외투를 걸치는 방식을 비교한다. 한마디로 나이, 나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아무개가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지, 안 그래?
- P217

여럿이 어울려 있을 때 우리 얼굴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그 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 거기 속하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욕구다. 그걸 교육이나 맹종 혹은 주관 없는 성격의탓으로 돌리는 게 보통이지만 그게 티조의 가설이었다——난거기서 오히려 존재론적인 고독에 저항하는 시원적(始原的) 반응을 본다. 본능적으로 유배의 고독을 거부하고, 공동체에 끼어드려는 몸의 반사적인 움직임이랄까. 심지어 피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러하다.  - P223

여자들이 더 오래 살게된 건 아기를 낳다가 죽는 일이 없어지면서부터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명에서 여자가 남자를 앞지른 것은, 잃어버린 수천 년을 되찾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 P257

그 시절엔 여자 혼자서다른 여자들에 둘러싸인 채로 분만을 했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맡은 종족 번식에서의 능동적인 역할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신석기 초기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임신한 여자에 관해 얘기할땐,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했지. 마치 아이가 성령의 작품이라고 믿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 여자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이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거고, 정작 기다리기만 하는 건 남자인데 말이야. 그러나 남자는 기다린다는 걸 숨기기 위해 여자를속여 왔어. - P297

인간이 진정으로 겁을 먹는건 오로지 자기 몸에 관해서뿐이다. 자기가 말로 한 걸 누군가가 진짜 행동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는 걸깨닫는 순간,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
- P315

긁는 즐거움, 짜릿한 쾌감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시원함으로 끝나는 것뿐 아니라, 특히 가려운 지점을 1밀리미터 오자도 없이 정확히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란, 그거야말로 자신을 잘 이해하는것 아닐까. 긁어야 할 지점을 옆 사람에게 정확히 가리켜준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람은 날 만족시킬 수 없다. 누가하는 목표 지점을 살짝 비껴가기 일쑤다.
- P319

그런데도 이 변치 않는 김정은 어찌 된 걸까? 몸 구석구석이 다퇴화되고 있는데도 삶의 환희는 변함없이 남아 있으니, 어제 모나가 내 앞에서 걸어가는 걸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티조가 말한 모나의 여왕 같은 자태, 늘 모나의 뒤를 따라 걸어가길 40년, 그사이에 물론 모나의 몸은 무거위겠고 탄력도 잃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몸만 무거워진 거지 걷는 자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난 모나가 걷는 걸 보면서 늘 똑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걸음걸이가 곧 그녀다.
- P367

하지만 내겐그 기억들만으론 충분치 않았다. 내가 그리워한 건 그들의 몸이었으니까! 내 앞에 마주하고 있어 손만 뻗치민 만질 수 있는 몸, 그거야말로 내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 몸들은 더 이상 내 풍경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집을 조화롭게 꾸며주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가구들과도 같았다. 그들의 육체적 존재가 갑자기 얼마나 그립던지! 그들 없는 세상이 얼마나 히전하던지! 당장 여기서그들을 보고, 그들을 느끼고, 그들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후추 님새 나는 아줌마의 땀, 티조의 허스키한 목소리, 거의 꺼져가는 아빠의 숨소리,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그레구아르의 탄탄한 몸.
- P448

그래, 나의 도도, 이젠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겁먹지 마, 너도 데려가줄게.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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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책 왜 이렇게 재밌냐?
곳곳에 번뜩이는 유머, 삶에 대한 통찰
4분의 1쯤 읽었는데도 올해의 내 책으로 지명될 것이 분명!!!

나는 지금 매일 매일 일본의 굴레 1,2장을 보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으므로 지금 일본의 굴레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 싫다. 어딘가 정희진 선생님 글에서 이 책 추천하는거 보고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진짜 대박이다. ^^


그때 이후 평생 써온 이 일기의 목표는 이랬다. 몸과 정신을 구별하고, 내 상상력의 공격으로부터 내 몸을보호하고, 또 내 몸이 보내는 부적절한 신호에 대항해 내 상상력을 보호하는 것. - P22

정을 하지 않았다. 아들아, 넌 미친 게 아니야, 넌 네 느낌과 놀고있는 거야. 네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다 그렇지. 넌 네 느낌에게 질문을 던지지, 아마 끝없이 계속 물을 거다. 어른이 돼서도, 아주 늙어서까지도, 잘 기억해두렴, 우린 평생 동안 우리의 감각을 믿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단다.
- P32

우리 목소리는 바람이 우리 몸을 통과하면서 연주하는 음악이다. (항문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바람 말이다.) - P36

조르주 삼촌과 아빠의 대화가 생각난다. 아빠가 몸을 잘 일으키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다. 거의 먹지도 못했다. 조르주 삼촌은 제발 기운을 차리라고 당부했다.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눈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채, 이젠 안 돼, 아빠가 말했다. 난 속이대머리거든! 네 머리털이 안 나는 것처럼 내 속도 다시 자랄 순 없어. 조르주 삼촌과 아빠는 서로를 정말로 사랑했다.
- P53

로베르는 나와 동갑내기지만 자기 몸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일 뿐이다. 그게 다다. 그의몸과 그의 정신은 함께 자라났고, 그 둘은 좋은 친구여서 놀랄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다시 사귀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베르의 몸이 피를 흘린다 해도 로베르는 놀라지 않는다. 반면에 내몸이 피를 흘리면 난 놀라 기절을 한다. 로베르, 그는 자기 몸이 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몸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피를 흘리는 것도 당연하지, 돼지를 잡을 때 돼지가 피를 흘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난, 뭔가 새로운 사건이 생길 때에만 비로소내게 몸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 P68

이 낯선 느낌을 없애주진 못할 것이다.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 몸을 채집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그것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것이 되어도 좋겠지만 말이다. - P112

인체 해부도는 여전히 내 눈앞에 놔둔 채로, 그런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게 있다. 인체 해부도의 다리 사이에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음경도 고환도 그려져 있지 않다! ...... 라루스씨는 고자다.(라루스 인체 해부도를 만든 사람)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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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27 0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일기인가 했는데, 소설이군요 소설이면서 일기기도 한... 소설에서 자기 몸을 바라보는 일기...


희선

바람돌이 2022-01-27 01:59   좋아요 1 | URL
자신의 몸에 대한 평생의 일기예요. 굉장히 재밌어서 단숨에 다 읽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