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결 - 개정판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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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를 읽고 최애 작가가 되었고,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자기앞의 생>에 또 열광!

<유럽의 교육>에서는 지극히 건조한 문체로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한줄 희망을 놓지않던....

그러나 <레이디 L>을 읽으면서 잠시 손에서 떠나보냈던 작가!

<레이디 L> 전반에 걸쳐 흐르던 그 지독한 냉소를 좀 견디기 힘들었었다.

읽는 책마다 같은 작가가 쓴게 맞나 싶을 정도여서 오히려 매혹적인 작가가 로맹가리이다. 

최근 새파랑님 서재에서 로맹가리 유고작품집인 이 책의 매력적인 소개를 보고 다시 로맹가리에 불이 붙었다.


로맹가리 사후 그가 잡지 같은 곳에 발표했으나 책으로 묶이지 못했던 단편이나 미완결작으로 남은 그의 유고를 찾아내어 한권의 책으로 묶은 일곱 개의 이야기가 여기 이 책에 담겨있다.

왠지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남긴 유산을 안는 느낌이라 애잔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읽은 책은 첫 이야기부터 강렬하다.

<폭풍우>는 남태평양에 사는 한 부부와 이 섬을 찾은 이방인의 이야기다.

폭풍우가 오기 전 미칠 것같은 후덥지근한 더위에 대한 묘사는 과연 로맹가리라고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모든 문장이 무엇인가 일어날 듯한 긴박한 감정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문장이랄까?

그럼으로써 폭발하는 마지막 대사는 제목 그대로 폭풍우가 세상을 몰아치듯이, 독자의 감정을 몰아친다.

이 소설의 내용이 실제 상황이라면 자업자득이라며 냉소할지도, 또는 쌍욕을 퍼부을지도 모르겠지만,

로맹가리의 소설로 이야기를 읽노라면 인간의 삶과 운명에 대한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첫 이야기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다음 이야기인 <마지막 숨결>은 미완성작이다.

이 책의 역자는 미완성작이지만 충분히 완성된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쉰셋이라는 나이에 한 때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레지옹 도뇌르 3등훈장을 수훈했으나, 이제는 구세대로 밀려나버린 주인공은 어쩌면 로맹가리가 인지하던 자신의 모습과 겹친다.

이 글을 쓰면서 어쩌면 로맹가리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꼭 생물학적인 죽음을 가리키지 않을 수도 있다.

적을 향한 돌격을 노래하는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면 자유를 위한 투쟁에 젊은 시절을 바친 전사에게, '자유를 위한 투사'가 무슨 락그룹 이름이냐고 묻는 세대와의 간극은 극복하기 힘든 거리다.

한 인간이 시대에 따라 자기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어가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나 젊은 시절 강렬한 기억과 경험을 가졌을 경우에는 더더욱.....

힘든 시절을 산 어르신들이 자꾸 내 때는 말이야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그때 만들어진 자신의 가치관과 현재의 가치관의 충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과거의 한 지점에 박제되어버린 그의 연인 '일로냐'는 그런 과거 회귀의 극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과거의 유산이 현재를 이기지는 못한다.

주인공 남자는 그래서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의 손으로 닫고자 한다.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자신을 스스로 죽이기 위한 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것이다.

만약 마지막 순간에 고용한 살인청부없자가 그의 방에 나타났더라면 아마도 이 단편은 그 자체로 완결되었을 것이며, 그것은 사라져가는 한 세대에 대한 완전한 닫힘. 애도의 추모사가 되었을 것이다. 다만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그저 평범한 추모사말이다.

그러나 로맹가리는 그런 쉬운 마침표를 허락하지 않는다.

마지막을 결심하고 뒤돌아선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으로 인해 과거에 대한 마침표는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생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예기치 않은 부딪힘으로 항상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

어쩌면 이 작품은 미완성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어지는 3작품들은 분량도 많이 짧고, 내용이 어떤 특별한 상황 - 예를 들면 레지스탕스 추모의 날이라든가 뭐 이런 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상황들 -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느낌이라 배경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글들이었다.

또한 제법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역시 사랑스러운 여인의 캐릭터가 너무 작위적이라 공감수치가 확 떨어지는.... 이 글들은 작가가 굳이 책으로 이 이야기들을 펴내지 않은 이유를 알려준달까?


하지만 유고집이라는걸 염두에 두고 읽을 때 가장 아쉬운 글은 역시 마지막에 실린 <그리스 사람>이다. 

정말 미완성이라는걸 나타내듯이 곳곳에 인물들의 이름이나 행동이 종종 정리되지 못하고 헷갈리고 있기까지 하다.

또한 장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가가 각 장면들을 따로 쓰고 그 이어지는 부분은 나중에 보충하려고 써놓은 딱 초고 그대로인듯한 글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솔직히 이걸 작가가 제대로 정리했더라면 꽤 긴 이야기가 되었을거 같은데 이야기는 한 순간에 탁 끊어진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예고편을 본 느낌이랄까? 

마지막 문장에 한 문장을 더 써 붙인다면 To be continued.......


로맹가리는 자신의 유서에 마지막 말로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라고 썼다.

<그리스 사람>은 결국 작가로부터 버림받은 작품이다. 

민주주의를 처음 만든 나라에서 벌어지는 군부쿠데타와 독재,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저 수영을 잘한다는 것만으로 의도치 않은 일에 휘말리는 주인공 빌리와 그에 엮이는 사람들.

그냥 봐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수 있을것인가?

<마지막 숨결>처럼 이야기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결말이 내려졋을것이라는 기대를 와장창 깨면서 진정한 미완으로 남아버리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 <밤은 고요하리라>와 <노르망디의 연>을 얘기하면서 자살해버리고 말았다.

무슈 가리 아 정말 이건 아니잖아요. 

아예 쓰지를 말든가, 이건 끝내셨어야 당신 자신을 완전히 표현한게 될거란 말예요. 

그의 유서의 저 말을 이해하기 위해 로맹가리가 언급한 책들을 찾아야겠다. 



다음에 보기 위해 로맹가리의 유서를 적어둔다.




결전의 날. 

진 세버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상심한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다른 데다 호소하도록 초대받는 법이다. 사람들은 아마 신경쇠약 탓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 신경쇠약이라는 것은 내가 성인이 된 이후 계속되어왔으며, 내 문학적 작업을 완수하게 해주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인가?


아마도 <밤은 고요하리라>라는 내 자전적 작품의 제목과, '사람들이 달리 더 잘 말할 줄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내 마지막 소설의 마지막 말속에서 대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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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3 21:00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저의 소개로 읽으셨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도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작품이 <그리스 사람> 이었어요. 딱 미완성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ㅋ 저도 어서 레이디L, 밤은 고요하리라, 노르망디의 연을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폭풍우>와 <마지막 숨결>은 정말 좋더라구요 ^^

로맹가리가 그렇게 가서 너무 안타까워요 ㅜㅜ

바람돌이 2022-02-13 21:17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소개로 제 보관함에 넣은 놓은 책이 이 책만은 아니라죠. ^^ 그리스 사람은 진짜 아쉬웠어요. 로맹가리는 어쨌든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의 죽음조차도.... 로맹가리와 진 세버그와의 사랑을 그린 책에 보면 로맹가리가 자살한 해가 딱 그들의 아들이 미성년자를 벗어난 때였어요. 저는 어쩌면 로맹가리가 훨씬 전에 자살을 결심했지만 그의 아들이 미성년을 벗어나길 기다렸다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그리고 진 세버그와 헤어진 이후 진 세버그가 딸을 출산하는데 - 아마도 로맹 가리의 아이는 아니었던듯요. - 그럼에도 그녀의 아이의 법적인 부친을 자임해요. 작가들이 보면 일상에서는 무책임한 경우가 진짜 많은데 로맹가리는 어쩌면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었을듯해요.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 안타깝기도 하고요.

페넬로페 2022-02-13 2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바람돌이님과 새파랑님, 두 분께서 로맹 가리의 세계로 절 인도하시네요.
새들은 페루에서~~와 자기 앞의 생은 정말 같은 작가가 쓴 책이 맞나 싶었어요.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2-14 01:0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소개하신 새벽의 약속 저도 보고 왔어요. 지금 그 책은 제 읽어야할 책들 쌓아놓은 책탑속에서 제 손길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저도 빨리 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2-13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씨야 출신 유대인이
프랑스로 건너가 레지스탕스-
외교관 그리고 작가에 이르는
다양한 변신을 했다는 점만으
로도 그야말로 소설 같은 삶
을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전히 로맹 가리의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는 점도 놀랍네
요.

바람돌이 2022-02-14 01:05   좋아요 1 | URL
유럽 작가들 볼 때 그들의 삶에서는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 우리나라 작가들과 딱 비교되는 지점이 저런 글로벌입니다. 자신이 온갖 배제의 경험을 뼛속까지 느끼고, 어떤 사회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경험들이 작가적인 성숙과 사유의 깊이로 이어지는 걸 자주 느껴요. ^^
저는 로맹가리의 읽어야 할 책 아직 아주 많습니다. 다 읽은 분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로맹가리를 읽을 즐거움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4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책 주문을 하면서 로맹 가리 책을 사다 모으리라 다짐하고 장바구니 넣었다가 막판에 다시 보관함으로 빼버린 로맹 가리였는데, 좀 아쉽네요^^
담달부터 다시 로맹 가리 책을 시도해야 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1 01:17   좋아요 1 | URL
로맹가리는 실망하지 않으실겁니다.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로 책을 쓰는 작가라 작품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워낙에 글을 잘 쓰는 작가라서요. 저는 한때 로맹가리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요즘 좀 뜸해졌어요. 그런데 이 책이 또 저에게 로맹가리 불을 당기네요. ㅎㅎ

다락방 2022-02-14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폭풍우> 읽고 대충격 받았던 게 떠오르네요. 너무 충격 받아서 ‘헉, 이제 이 여자 어쩌지?‘ 했던.. 휴. 로맹 가리, 대단해요.

잠자냥 2022-02-14 11:05   좋아요 2 | URL
아니 전 이거 사둔지만 몇 년째인데! <폭풍우> 궁금해서 오늘 챙겨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2-14 11:09   좋아요 2 | URL
아이참, 너무 기대하셨다가 실망하시는 거 아닌가 몰라요! ㅎㅎ

잠자냥 2022-02-14 13:45   좋아요 2 | URL
잘 읽었습니다. 그 여자 이제 어쩌죠….;

다락방 2022-02-14 13:58   좋아요 2 | URL
엄청 빨리 읽으셨네요. 아놔 ㅋㅋ 책귀신 잠자냥 님.
저도 그 단편 읽고 진짜 계속 그랬어요. ‘이제 이 여자 어떡하지?‘ 으으...

잠자냥 2022-02-14 17:09   좋아요 2 | URL
어쩜 좋아요. 어휴 그놈도 참….

바람돌이 2022-02-21 01:17   좋아요 0 | URL
그놈 나쁜 놈!!! ㅎㅎ

희선 2022-02-16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는 제대로 끝맺지 못한 소설을 책으로 묶은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죽은 사람이 말이 없는... 죽기 전에 그때까지 쓴 것만으로도 쓸 건 다 썼다 생각했던가 봅니다 쓰던 것도 다 쓰지...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 그런 것까지 마음 쓸 여유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2-21 01:19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 있을거 같아요. 자신의 미완성작이 출판으로 묶여 나온다는건 어쩌면 좀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을것도 같네요. 에휴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하나라도 더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게 행복이니 아이러니하지요.
 

인생이란 기묘한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 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체하고 싶어 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리처는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고 추측하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 P71

하지만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은 그녀의 눈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용모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지성이나 성격 때문도 아니었다.
그녀의 무릎 때문이었다. 그래서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녀의 배짱과 그녀의 품위. 아름답고 용기 있는 여자가 익숙하지 않은 장애와쾌활하게 맞서는 모습은 리처에게 있어 용감하고 고결한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취향에 맞았다. 그녀는 어려움과 맞서고있었다. 잘해내고 있었다. 불평하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결국 도움을 받게되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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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그녀는 심장이 멈췄고, 머릿속에서 온갖 상념이 들끓었다..…… 페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는 왜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그녀는 물속에서 비틀거리며 넘어지지않으려고 바위에 매달렸다. 주위에서 올려대는 굉음이 사방으로넓게 퍼지면서 하늘로 솟구처 올랐다. 야자나무와 종리나무가바람에 찢기면서 사방으로 미친 듯이 흔들렸다. 공기는 지독하게 뜨겁고 메말랐다……… 목구멍이 죄어들었다. 바람이 점점 더세차게 몰아쳤다. 폐가 가슴 속에서 오그라들었다. 입천장이 부풀어 오르면서 끔찍한 통증이 일었다...…..  - P40

그래서 나는 호기심을 안고 그 가게로 들어갔다. 사실 어떤 기대감에 들떠 있기도 했고, 쉰셋이라는 나이에, 게다가 숨가쁘게 분주한 삶을 살아온 후에 아직도 새로운 종류의 희망이나미지의 경험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덤벼든다는 건 그 자체로고무적인 일이니까.
- P46

그런데 그 순간, 나 같은 인간이 죽기 바로 직전에 가장 어울리는 책은 전화번호부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결국 나는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을 찾아내려 애쓰고 그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면서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사람들To이 전화번호부를 손에 든 채 죽어 있는 나를 발견하는 건 지극히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P85

어느 날 어떤 멍청이가 그에게 "어이 애송이, 자넨 도대체 뭘 해서 먹고사나?" 라고 물어오면, 그는 이제 더이상 꾸물거리지 말고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뭘 해서 먹고사냐니? 그건 정말 어이없는 질문이다. 당신도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건 살아 있다는사실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질문이다. - P161

그 질문은 삶 자체를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만약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 질문은 삶을 부차적인 것으로 밀어낸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또다른 공물을지불해야 한다는 듯이,  - P162

 인간은 놀라움이라는 감정을 간직하는 한 언제나 웃을수 있다고, 웃음, 그것은 그 대가로 고통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한,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 P172

그리스인은 언제나 둘 중 하나였다. 신아니면 민주주의. 물론 지금 그들 대부분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은 미국 박물관에 있었고, 그 나라는아테네의 대령들이 다스리고 있었다.  - P180

"자유, 페트로가 말했다. "자유야말로 언제나 가장 위대한 시지. 하지만 그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어. 그리고 영원히 쓰이지않을 거야. 아니, 어쩌면 언제가 쓰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러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죽음이 필요할 거야. 그리고 그때 시인이 아닌 모든 사람은 이렇게 말하겠지. 그 시는 쓸 가치가 없는 거였다고. 뭐, 그런 거지."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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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다른 곳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김현철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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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가인데 왜 그의 외할머니인 플로라 트리스탄은 이토록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 책은 플로라 트리스탄과 그의 외손자 고갱의 두 인생을 오가면서 서술된다.

그러나 독자를 압도하는건 고갱이 아니라 그의 외할머니인 플로라 트리스탄이다.

1803년에 태어나서 1844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 여성이 살았던 시대를 짐작하려면 영화 <레미제라블>을 떠올리면 될듯하다.

1830년 7월혁명으로 빈체제로 성립된 왕정을 무너뜨리고 루이 필립을 왕으로 세우며 입헌군주정을 시작했지만 당시 모든 민중이 같이 싸웠음에도 모든 이익은 오로지 부르조아들에게 돌아갔다.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7월 혁명이에도 프랑스에서 선거권을 가진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0.6%에 불과했던 것.

이 시기 노동자의 상태를 잘 보여주는 통계가 하나 있다.

1842년 영국 노동계급의 위생상태에 대한 보고는 당시 영국의 공업도시이던 리버풀의 노동자계급의 평균수명 15세, 맨체스터 17세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플로라가 살던 시대는 바로 이런 시대이다.

<레미제라블>에서 혁명가들은 공화정을 위해,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위해 목숨을 던져 싸운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주인이 아니다.

공화정이 되면 투표권이 주어지면 세상이 달라질 것인가?

1848년 2월혁명으로 프랑스는 공화정을 쟁취했고, 투표권도 얻었지만 노동자들의 세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시대에 플로라가 말한다.

모든 억압받는 여성과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 노동조합을 통해 모두가 평등한 새로운 세상을 노동자 여성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고.....

이때까지는 사상적으로는 공상적 사회주의가 태동한 시기였고, 마르크스는 아직 젊은이다.(책 속에 마르크스와 플로라가 잠시 스쳐가는 장면이 있는데 자기 책 출판외에는 안하무인인 무례한 젊은이로 잠시 등장한다.)


페루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결혼이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바람에 태어날 때부터 사생아가 되어버린 그녀는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이 공장에 취직을 했다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남편이란 놈은 술주정뱅이에 폭력적이기까지 했으므로 플로라는 도망을 결심하고 실행하지만, 여성이 이혼을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의 추적에 시달리다가 남편으로부터 총까지 맞고 몸에 총알을 박은 채로 살던 플로라는 자신의 삶과 여성의 삶, 그리고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외가가 있는 페루까지 갔다오는 그녀의 일생은 플로라라는 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을 만들어가고 삶의 태도를 정립하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녀의 삶은 늘 길 위에 있다.

그 길은 현실의 길이기도 하고,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만들어가고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엮어가며 새로운 인간상, 새로운 인간관계의 틀을 만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당대 여성의 몸으로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며 노동자들을 만나,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과 여성과 노동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을 제시하는 그녀의 노력은 놀랍다는 말 외에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온갖 고난을 마다하지 않는 삶 - 심지어 그 삶을 바꿔 안락한 부르조아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팽개쳐버리는 결단과 용기를 갖춘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녀가 만들고자 한 것은 여성과 노동자의 천국이었지만, 우리는 그 천국이 그녀 당대에 또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제목 그대로 천국은 다른 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 되어가고, 그 너머 어딘가에서 우리는 다들 우리들의 천국을 만들어가고 있는걸거다.

온 세계가 그녀에게 빚을 졋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야 그녀를 만나다니 미안할 따름이다.


플로라의 삶에 압도당한 나머지 그녀의 외손자 빌어먹을 고갱의 삶은 관심이 하나도 안 생긴다.

책의 반이 고갱의 삶인데 그의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제국주의자 백인의 오리엔탈리즘 가득한 천국은 당연히 없다.

아마도 고갱의 천국은 그의 머릿속 관념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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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2-10 14: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사스러운 요사샘의 팬으로
오래 전에 이 책이 나오자
마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
다.

왜 요사샘의 신작은 나오질
않는지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바람돌이 2022-02-12 00:56   좋아요 0 | URL
저는 요사샘 책을 읽은게 처음이므로 앞으로 많은 책이 저에게 남아있습니다. ㅎㅎ
혹시 요사샘 계속 정치한다고 바쁘신걸까요? ^^

mini74 2022-02-10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갱의 외할머니에게 반했던 ㅎㅎ 너무 당당하고 똑똑하고 멋지고 그리고 안타깝고 ㅠㅠ 그랬습니다. 썩을놈의 남편은 분노를 부르고 ㅎㅎ

바람돌이 2022-02-12 00:58   좋아요 1 | URL
저 시대에 남편놈들이 대부분 저렇게 썩을놈들이었다는게 문제겠죠. 전 책보면서 19세기 유럽의 야만성이 확 와닿더라고요. 맨날 문화인인척 하는 그들도 별수 없었다는.... ^^

새파랑 2022-02-10 1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갱이 나빴군요 ㅎㅎ 아 이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인가 보군요. 전 ˝트리스탄˝은 첨 들어봐요 ㅜㅜ

바람돌이 2022-02-12 01:00   좋아요 2 | URL
플로라 트리스탄과 고갱 모두 실존인물입니다. 플로라가 죽고 몇년 뒤에 고갱이 태어났다죠. 가끔 이런 소설이 어떤 인문학적 책보다 한 인물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에 감탄하는데 이 책이 그랬습니다. 고갱에 대한 평가를 보면 대부분 인간성은 별로인데 그림은 훌륭한 뭐 이렇던데 이 책에서 묘사된 고갱은 정말 빌어먹을 인간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2-10 19: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 책
바람돌이님이 제 마음을 바쁘게 하시네요 ㅠ
ㅎㅎ

바람돌이 2022-02-12 01:01   좋아요 2 | URL
그런 책은 저에게도 많습니다. 심지어 집에 읽을 책을 쌓아놓고도, 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다는..... 마음은 바쁘고 욕심은 나는데 시간은 항상 제 편이 아니네요. ㅎㅎ

coolcat329 2022-02-10 2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갱은 참 정이 안가요 ㅎ
저도 이 책 있는데 올해 꼭 읽어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12 01:02   좋아요 2 | URL
저는 고갱 그림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에 묘사된 고갱은 진짜 나쁜 놈.... ㅎㅎ
올해 안에 올라올 쿨캣님의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

희선 2022-02-12 0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갱하고 외할머니인 플로라 트리스탄은 만난 적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플로라가 일찍 죽어서... 플로라 대단하네요 그때 여성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하다니... 고갱이 생각하는 천국은 자기 머릿속에만 있는 거 맞을 듯하네요 플로라가 생각하는 천국도 쉽게 만들기 어렵겠지요 지금도 다르지 않다니...


희선

바람돌이 2022-02-12 01:03   좋아요 2 | URL
네 플로라가 죽고 몇년 뒤에 고갱이 태어났대요. 이 책에 보면 플로라가 그렇게 노동조합을 이야기하고 다닐때 실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예요. 대단한 인물이죠.
둘다 천국을 생각했으나 사실 이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통된데 그래서 아마 제목이 천국은 다른 곳에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데 그 다른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목의 다른 함의라고도 생각했어요.
 

웃기지 마, 플로라. 그렇게 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뭐, 그렇지 않아? 만일 그렇게 되었더라면 넌 네가 지금 그렇게나 경멸하는 돈만 많은 멍텅구리 여편네로 전락하고 말았을 거야. 천만다행이었어. 아레키파에서 그런 수모를 당했기 때문에, 넌 그에 대한반감으로 불의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불의를 증오할 수 있게 되었고, 또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되었던 거야. 아버지의 고향은 네게 프랑스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지 못했어. 그렇지만 널반항아로, 정의의 투사로, 천덕꾸러기‘ 로 만들어 놓았어. 천덕꾸러기‘, 그래 넌 자신만만하게 네 자신을 그렇게 불렀어. 네 자서전을 쓸 때 말이야. 그러니 어찌됐던 간에, 플로라, 넌 아레키파에감사할 일이 많아.
- P262

프랑스를 떠나 남태평양으로 가노라, 돈으로 썩어문드러진 유럽 문명을 버리고 순수하고 원초적인 세상을 찾아가노라, 겨울을모르는 그 땅과 하늘, 예술이 상거래 상품으로 취급당하지 않고,
삶 그 자체 · 일종의 종교 · 일종의 스포츠로 여김 받는 곳, 에덴동산에 살았던 아담과 이브가 그랬던 것처럼 예술가도 손만 뻗치면풍성한 나무에서 먹을 것을 부족함 없이 구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찾아가노라. 그러나 현실과 네 이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어, 코케.
- P280

코케, 너를 남태평양까지 끌어들인 그 문화에서 이게 살아남은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어. 편견에 휩쓸리지 않은 곧은 사랑, 양성을 구비한 사람이든 누구든 모든 사람을, 모든 형태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 지혜로운 너그리움. 그러나 이것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유럽은 머지않아 타아타 바히네‘ 마저 끝장내고 말 것이다. 고대의 신을, 고대의 신앙을, 고대의 관습을 끝장내버린 것처럼. 고대에 존재했던 그 건강하고 유쾌하고 힘이 넘치는 그 문명을 끝장내버린 것처럼 말이다.  - P289

그래, 플로라. 직접 경험한 역사는 잔인하기 이를 때 없었지만, 책을 통해 읽는 역사는 사이비 애국자들의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지.
- P346

"내 그림이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해주었으면 좋겠어, 폴, 예수가 말로 사람들을 위로했듯 말이야. 고전 회화에서 후광은 영원한것을 암시하는 거야. 나는 그 후광을 내 그림에서는 색의 방사와진동으로 표현하고 싶은 거야."
- P384

사슬을 끊을 것이다. 진짜 사는 것답게 자유롭게 살 것이다, 부족한 점을 채우겠노라, 지성을 개발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할 것이다, 많은 일을, 다른 여자들이 네가 살아왔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P403

플로라, 네가 그때 조금만 달랐어도 넌 귀부인이 될 수 있었을거야. 『어느 사생아의 인생 역정』 이라는 책과 암살당할 뻔했던 일로 잠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으니까 말이야. 지금쯤 조르주 상드 같은 여자가 되어 있었을 테지. 상류사회의 귀부인으로, 사람들에게둘러싸여 존경을 받으며, 활발한 사회 활동을 비롯해 글을 써서 사회 불의를 고발할 수도 있었을 테지. 사교계의 존경받는 사회주의자, 아마 그 정도는 될 수 있었을 기야. 그러나 행인지 불행인지 그렇게 될 수 없었어. 너는 곧바로 알 수 있었어. 파리 사교계의 얼굴마담으로는 사회 현실을 조금치도 바꿀 수 없고, 정치적인 문제에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음을 말이야. 행동이 필요했던 거야.
하지만, 어떻게? 어떤 식으로?
- P418

노동자들과 여성들이 서로 다가서도록 만든다. 그래서 둘 사이의 담을 허물어 동맹군을 형성한다. 그러면 경찰도 군대도 정부도 그 동맹군을 진압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하늘 천국이 더 이상 꿈만은 아닐 것이다. 사제들의 강론 속에서나 신자들의 믿음 속에서나 가능했던 그 하늘 천국이 생생한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나날이 체험하는 그런 삶으로, "플로라,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플로라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오, 주여, 나와 같은 여성을 열명만 이 세상으로 보내주소서, 그리하시면 이 땅에 정의가 실현될것입니다."
- P465

선택받은 한줌의 사람들을 위한 지상 천국을 세우기 위해 이불완전한 세상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야.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단 말이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이 세상의 불완전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기아. 이 세상을 개혁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거야.
- P473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어느 날 엘리사와 샤를의 귀에 이런소리가 들렸다. 부부는 침대 발치에 앉아 플로라를 지키고 있었다.
"그냥 나를 본받아 행동해주세요."
- P525

플로라, 넌 진짜 그렇게 했어. 심장 근처에 총알이 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몸이 불편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네 기력을 갉아먹는 익명의 사악한 무리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넌 지난 8개월동안 그 일을 이루어냈어.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치자.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 확신이 부족해서, 용기가 부족해서, 이상이 부족해서그런 것이 아니었어.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치자. 그건 세상만사란원래 꿈속에서와는 달리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었어. 플로라, 참 유감천만이지.
- P530

천국놀이라니! 넌 아직 그곳을 찾지 못했어, 코케. 천국은 네 손아귀에서 잘도 빠져나갔지. 천국이 실제로 존재할까? 도깨비불은 아닐까? 신기루는 아닐까? 넌 다음 생에 가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테지. 왜냐하면 클루니 수녀회 수녀가 예언했듯이 네 자리는 지옥에준비되어 있을 게 확실하니까 말이야.  - P539

 그중 가장마음에 드는 그림은? 당연히 마음씨 착한 수녀>라는 그림이지.
몸집이 왜소한 가톨릭 선교회 수녀가 ‘마후‘ 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그림, 수녀는 두건과 수녀복과 덮개로 몸을 감싸고 있지, 수녀가 걸친 것은 인간의 육체, 자유, 맨몸뚱이, 자연의 본모습을 위협하는 상징물들이야. 반면에 반벌거숭이 ‘마후‘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이고 있어. 나는 자유로운 존재다. 남자든 여자는 무슨 상관이야, 내 성은 내가 만들어간다. 내 상상의 나래에 재갈을 물리지 말라. 서로를 도저히 용납할수 없는 두 개의 문화, 두 개의 관습, 두 개의 종교를 대비시켜 보여주는 그림이야, 힘이 없어 굴복 당한 민족의 고상한 예술과 도덕, 힘이 있어 정복한 민족의 저열한 타락상과 억압, 네가 바에 오호 대신 ‘마후‘ 와 정을 통했다면 그 마후‘는 여전히 네 곁에 남아 널 돌보아주었을 것이 틀림없어, 사실이 그렇거든. - P544

전기 작가들은 한결같이 코케의 삶을 공평치 못한 것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코케의 삶은 이 눈물의 계곡에서 천국을 찾으려 애쓰는 예술가들의 운명과 종종 비교되었다. 최근 이 섬에서 일어난사건 중에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폴 고갱이라는 작자가급사했다는 것뿐입니다. 유명한 예술가이긴 했지만 하느님의 원수인 동시에 이 땅의 모든 순결한 것들의 대적이기도 했습니다.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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