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스는 생각했다. 나는 클레오파트라가 엮은 거미줄에 꼼짝없이 붙잡혔다. 내가 권력을 잡으려는 시도를 그만두지 않는 한 벗어날방법이 없다. 어느 정도는 우리 둘 다 같은 것을 원한다. 다름 아닌 옥타비아누스의 파멸, 그러나 그녀는 훨씬 더 나가서 로마 자체를 무너뜨리려 한다. 나는 그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녀를저지할 수 없다.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주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공동 지휘권도 포함해서.
- P13

고작 의원 300명이라니! 아헤노바르부스는 중립파 의원들은 고사하고 충실한 안토니우스파 의원들도 4분의 1이나 설득하지 못한 것에 낙담했지만, 이 정도면 옥타비아누스가 커다란 소란 없이 잠정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걸 불가능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그의 배타적인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 아헤노바르부스는팔라티누스 언덕 사람들 특유의 엘리트적인 관점으로 로마를 보는 팔라티누스 언덕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P30

"어쩌면 그게 핵심일지도요." 티티우스는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모든 로마인들은 20년간 안토니우스를 그야말로 자연의 힘 같은 존재로알았습니다. 그는 밤마다 열 번씩 발기를 했고, 가는 곳마다 상심한 여자와 사생아와 오쟁이 진 남편 들을 줄줄이 남겼고, 마지 수박처럼 머리통들을 부딪쳐 쪼개놨고, 사자가 끄는 전차를 몰았죠. 그는 빠른 속도로 신화가 되어가는 전설적인 인물이었어요. 그는 원로원에 변화를가져왔으며 파르살로스에서 용맹하게 씨웠고 필리피 전투에선 찬란한승리를 거머쥐었어요. 맹목적인 찬사가 쏟아졌죠! 그런데 지금, 그를사랑하는 우리 모두는 우리의 우상에게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요. 클레오파트라가 그를 철저히 지배하고 있다는 걸요.
치명타가 아닐 수 없습니다."
- P35

"항상 응징 따위는 초월해야 해요, 카이사르."
"잘 알고 있소."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필리피 전투 직후 술라나 대.
신성한 아버지 같은 인물들에 관해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들이 어느 부분에서 실수를 범했는지 파악하려 해봤소. 그러다 깨달은사실이, 그들은 원로원과 민회를 엄하게 다스리는 것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요란한 삶도 즐겼다는 점이었소. 그에 반해 나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되어 친근하고 상냥한 늙은 아빠처럼 로마를 통치하길택했지."
- P75

"자자, 카이사르, 이미 다 끝난 일이네. 나는 자네를 알아. 다시 말해자네는 분명 악티온을 대승리로 바꿔놓을 수 있을 거야."
"여러 날 머리를 짜냈는데, 자네에게 먼저 내 구상을 얘기해보고 싶네. 자네는 솔직하게 대답해줄 테니까." 그는 조약돌을 여러 개 주워 그가 앉은 바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익티온에서 있었던 일을 호메로스가 찬가를 짓고 싶어할 만한 이야기로 부풀리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이 보이네. 두 함대는 티탄족들처럼 북쪽부터 남쪽까지 완전히 한 덩이로 충돌했어. 그 때문에 포플리콜라, 루리우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죽었고 소시우스만 살아남았지. 아룬티우스야 자기 호소로 소시우스가 목숨을 부지했다고 생각하라지,  - P118

"그렇소. 새로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아테네의 티몬처럼 사람을싫어하고 여자를 혐오하는 임세가요. 방 한 칸짜리 집은 나만의 티모니움(‘티몬의 집‘이라는 뜻의 라틴어 옮긴이)이 될 터이니 그 누구도 가까이 와선 안 되오. 내 말 들었소? 누구도 안 된다고! 당신도, 카이사리온도, 내자식들도."
- P141

"제 떡갈잎은 어딨습니까? 떡갈잎을 주세요!" 그 병사는 대단히 불쾌해하며 따졌다.
"떡갈잎?" 그녀가 낭랑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런, 얘야, 황금 투구 대신에 시시한 떡갈잎관을 달라고? 정신 차려!"
병사는 모여 있는 군중의 가장자리에 황금 군장을 던지더니 곧바로옥타비아누스의 군대로 가버렸다. 어찌나 화가 났던지 그 자리에 계속있다가는 자신이 여왕을 죽일 것만 같았다. 안토니우스군은 로마 군대가 아니었다. 무희와 환관들의 조합이었다.
- P172

"지혜란 대부분이 상식이지요." 옥타비아누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력에는 워낙 기복이 많았던 터라 두 가지가 없었다면 수십 번은 무너졌을 거요. 바로 내 상식과 운 말이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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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소설의 최고 매력은 그가 창조하는 캐릭터의 힘이라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제일 먼저 읽었으며 나를 오쿠다 히데오의 세계에 열광하게 한 책이자 동시에 아직도 오쿠다 히데오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은 <남쪽으로 튀어>이다.
















한 때 좌파의 전설의 투사였다는 우에하라씨!

소문만 무성하지 자기입으로 말한건 아니다.

이 분의 거침없는 입담을 보라

"세금은 못낸다면 못내"

"학교 안 보내"

"난 일본 국민이기를 그만둘거야"

"그자들이 집을 부순다면 나는 그 답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질러주지"


그의 대사들을 읽을 때마다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하다.

그런 그가 제목 그대로 남쪽으로 튀어 어딘가 먼 섬에서 착취가 없는 삶을 찾아내었을 때 보여주는 그의 반전까지

그야말로 이 소설은 오쿠다 히데오표 캐릭터의 힘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남쪽으로 튀어>를 제일 좋아하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그의 이름을 알린 책은 역시 <공중그네>를 비롯한 이라부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엽기적인 의사 이라부와 그에 못지 않은 간호사 마유미

이라부는 때로 바보같고, 아무한테나 처방이란건 그저 포도당 주사고, 누구에게나 심드렁하고, 어쩌면 애같고...

거기에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는 마유미는 이라부를 한심해 하면서도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시니컬하면서도 촌철살인을 번갈아가며 날려주시는 이 두 캐릭터의 힘이 이 소설 시리즈를 끌고 가는 힘이다.

이 캐릭터들은 권력에 대해 예리한 비판을 보이는가 하면, 논리고 뭐고 다 필요없어 좀 적당히 어울려서 살아라고도 하고, 또는 쓸데없는 겉치레에서 제발 좀 벗어나서 자신을 찾아보라는 보편적인 얘기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신경증에 시달리는 IT업계의 총아에게 글자찾기 게임을 처방하자, 이 인간은 또 죽어라고 어린아이들에게 이기려고 기를 쓴다.

우리의 마유미는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혼자만 이기면 놀아주는 사람이 있겠어?"라며 한 방을 날려주시고'

시골 섬마을에 간 이라부는 광적인 면장선거에 휩쓸리자

"이봐, 미야자키 씨. 데모크라시라는 건 말이야. 실은 최선의 방법은 아니야. 제대로 기능하려면 일정 이상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1만명 이하의 커뮤니티에서는 옛날 영주 비슷한 존재가 다스리는 쪽이 오히려 더 번창하지 않을까? 크흐흐."

이쯤 보다 보면 남쪽으로 튀어의 우에하라씨와 이라부, 마유미가 모두 겹쳐 보인다.

보통 시리즈물은 뒷편으로 갈수록 캐릭터의 힘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리즈는 오히려 뒷편으로 갈수록 캐릭터의 힘이 펄펄 살아난다.

공중그네는 공전의 힛트를 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뒷편은 왜 그정도의 성공은 못거두었을까 굉장히 아쉽다.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집 <라라피포>와 <걸>은 우리 주변을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라라피포라는 제목이 오죽하면 "a lot of people"을 빨리 발음할 때 들리는 소리를 음역한 것일까?

이 소설들 역시 현실적으로 봤을 때 별볼일 없는 인간들의 내면에 손을 내밀고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심드렁한듯하지만 유머스러한 캐릭터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의 백미다. 


하지만 이쯤에서부터였던 거 같다.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한게....

이후 <한밤중에 행진>이나 에세이 <오! 수다>를 보면서 이젠 그만봐야겠네라고 생각했으니......


그런데 참으로 오랫만에 오쿠다 히데오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새 소설이 나왔다.

일본열도를 뒤흔든 유괴사건을 소재로 죄의 근원에 도달하는 혼신의 장편소설이란다.(책소개에서)
















처음에는 추리소설인줄 알았다. 유괴사건이 소재라고 해서....

아 그런데 전혀 다른 소설이다. 

심지어 여태까지의 오쿠다 히데오식 캐릭터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음 굳이 비유한다면 추리가 빠진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또는 논픽션의 혼합이랄까?

때는 1963년 도쿄올림픽 한해 전이다.

올림픽으로 인해 사회가 붕 떠 있는, 어디에서나 공사가 한창인 시절이다.

이런 시절 유괴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이 일본 열도를 뒤흔든 이유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일단 전화기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해서 전화협박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사건이 가능해졌다는 것,

그리고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전국뉴스로 보도가 되었다는 것

기술의 발달이 묻혀질 사건을 전국적인 사건으로 만든것일 뿐...

이 소설에는 어린 시절 학대의 피해로 인해 선악의 개념이 없는 우노 간지라는 젊은이, 도쿄 올림픽 열풍속에서도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아사히카와 근방의 동네 산요의 조선인 가족들, 살인사건과 유괴사건의 범인을 쫒는 경찰들과 같이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그 누구도 두드러진 주인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캐릭터들은 모두가 너무도 평범하여 오쿠다 히데오가 이전에 보인 독특한 캐릭터는 전혀 없다.

그리고 유머도 없다.

모두가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한다.

범죄를 쫒는 경찰들의 업무는 지루할정도로 상세하게 펼쳐저 맞아 원래 수사란건 이런 고군분투일 뿐이지 하면서 보게 된다.

어디에도 극적인 인물도 상황도 없다.

독자는 사실 이 소설 속 누구에게든 감정이입할 수도 있고, 모든 인물에게서 거리를 둘 수도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1963년의 일본이다.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은 일본의 본격적인 부흥의 시작이었는데,전후 본격적인 부흥 직전의 일본사회를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풍경속에는 희망보다는 몰락해가는 좌파들, 사회 언저리의 밑바닥 인생들, 경찰을 통해 보는 경직된 관료제의 완성,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드러난다.


오쿠다 히데오가 캐릭터를 버리고 논픽션식 서술기법을 가져오면서 내놓은 죄의 궤적이 무엇을 의도하는지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올해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이대로 가면 정말 일본이 몰락하겠구나라고 느낀 사람은 나만일까?

저항하지 않는, 비판하지 않는 일본국민을 보면서 시민이 죽은 사회, 비판받지 않는 권력의  몰락을 느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1963년과 2021년의 일본은 다른 듯하면서 닮았다.

희망에 차 모든 어두운 것들을 덮어버릴 수 있었고, 사회 비판에 대해서도 냉소와 조소를 보낼 수 있었던 1963년이 어쩌면 지금의 일본으로 이어진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남의 나라인지라 그 내밀한 사정까지 느끼기에는 공감지수가 확 떨어진다.

이번 소설 <죄의 궤적>이 100% 공감하고 재미있기에는 역시 일본은 남의 나라다.


새로운 오쿠다 히데오는 이전처럼 나를 열광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신선하다.

앞으로 그의 소설을 조금 더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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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16 2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중그네랑 방해자 말곤 읽은 책이 없네요. 바람돌이님이 히데오 최고의 책이라고 하니 남쪽으로 튀어! 궁금해지네요 *^^*

바람돌이 2021-08-17 01:10   좋아요 3 | URL
저는 정말 남쪽으로 튀어가 최고였어요. 공중그네도 후속편인 인더풀과 면장선거가 더 재밌었고요. 그런데 살짝 회피하자면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는...... ^^;;

레삭매냐 2021-08-16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이 참 재밌긴 한데...

남의 나라다.에 방점이
찍히는 것 같습니다.

공감하는 바입니다.

바람돌이 2021-08-17 01:11   좋아요 2 | URL
이번 책은 사실 제가 일본인이라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면이 많았어요. 바로 옆나라지만 일본과 우리는 진짜 많이 다르기도 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내밀한 감정까지 알 수는 없는거니까요. ^^

그레이스 2021-08-16 22: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남쪽으로 튀어,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정부주의자인 아버지의 모습을 아이의 시각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려서 ...
일본이어서 조금 더 특별했던것 같아요
피상적으로 보았던 일본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아서

바람돌이 2021-08-17 01:1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도 재밌게 보셨군요. 반가워요. ^^ 일본만큼 개인과 국가간의 괴리가 큰 나라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좀 해요.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다 같지 않은 것처럼 일본인들도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그 개인들의 목소리가 진짜 너무 작은게 일본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구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1-08-16 22: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글을 읽다보니,1964년 도쿄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의 차이점,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18년 평창 올림픽 사이의 연결점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 사이 한일 양국이 공동 개최했던 2002년 월드컵이라는 국제 스포츠 경기는 어떤 계기가 되었는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바람돌이 2021-08-17 01:15   좋아요 5 | URL
도쿄도 그렇고 서울도 그렇고 이 두 올림픽 이후 최대의 경제호황을 누렸던건 맞죠. 물론 그게 올림픽때문인건 아니지만 영향은 있었을 거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말씀을 들으니 일본과 우리가 참 비슷한 길을 걷는구나싶은 생각도 드네요. 아마 지적하신 부분을 생각해보면 일본이 먼저 했던 실패들을 우리가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

얄라알라 2021-08-16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바람돌이님 리뷰만 읽어도 재미가 뿅뿅. 어린아이들, 글자게임에서 이겨보겠다고 달려드는 모습 어떻게 묘사되어 있을지, 어떤 유머코드일지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1-08-17 01:16   좋아요 2 | URL
이라부 시리즈는 진짜 재미있어요. 분량도 얼마 안되어서 아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걸요. ^^

새파랑 2021-08-16 23: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남의 나라 ㅋ 예전에는 일본소설을 즐겨읽었는데 어느순간 예전만큼 잘 안읽게 되더라구요 ㅜㅜ (하루키 제외) 이 책은 신선하다고 하니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

바람돌이 2021-08-17 01:18   좋아요 4 | URL
저도 요즘은 예전만큼 일본소설을 안 읽네요. 그런데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궁금증은 더 커졌어요. ^^
죄의 궤적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신선하다는거지 다른 일본소설과 비교하면 오히려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중간쯤부터는 살짝 지겨워지기도..... ^^ 역시 저는 공중그네의 이라부 시리즈랑 남쪽으로 튀어의 캐릭터가 튀는 쪽이 훨씬 좋네요. ^^

초란공 2021-08-16 23: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를 웃게 만든 오쿠다 히데오네요^^ 히데오 아저씨 따라 우동 기행 떠나고 싶네요 ㅋㅋ 매일 맥주 마시고 ㅋ

바람돌이 2021-08-17 01:19   좋아요 3 | URL
맞아요. 독자를 웃게 만들죠. 제가 책 읽으면서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하는데 - 왠지 작가님들은 다 먼 아득한 곳에 계신거 같아서요. - 이 작가님은 만나보고싶더라구요. 소설속 캐릭터 같지 않을까 뭐 그런생각. ㅎㅎ

초딩 2021-08-16 2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남쪽으로는 책으로 꼭 보고 싶었는데 ㅎㅎㅎ자꾸 미루다 고대사가 되어버렸어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1-08-17 01:20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이렇게 책이 많이 나오는 추세를 생각하면 절판 안된게 신기한 고대사죠. ㅎㅎ
하지만 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책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 초딩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han22598 2021-08-17 0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저는 공중그네..십대때 읽었던 것 같은데..
별 느낌이 없어서. 그 이후로 오쿠다 히데오 작가에 흥미가 안생겼는데,
바람돌이님 재밌다고 하셨으니..˝남쪽으로 튀어‘ 읽어봐야할까봐요 ㅎㅎ
표지에 있는 남자도 심상치 않아 보이니 ㅋㅋ 이번에는 재밌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겨요 ^^

바람돌이 2021-08-17 02:36   좋아요 3 | URL
공중그네도 저는 좀 심드렁했는데 뒤쪽에 나온 면장선거가 더 재밌었어요.
그리고 남쪽으로 튀어는 최고입니다. ^^

희선 2021-08-17 03: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 책을 다 본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있지만 《올림픽의 몸값》이나 《침묵의 거리에서》는 좀 다르기도 하더군요 그런 게 두 가지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죄의 궤적》은 1963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한해 전 이야기라니 《올림픽의 몸값》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1963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한해 전이지만 지금을 생각하기도 했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18 01:36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올림픽의 몸값과 침묵의 거리는 안봤어요. 중간에 오쿠다 히데오를 안보고 건너뛴 기간이 길었는데 이미 다른 책들이 나와 있었군요. 올림픽의 몸값은 저도 보고싶으니 찜해둡니다. ^^ 찾아보니 올림픽의 몸값은 양들의 테러리스트라고 제목을 바꿔서 개정판이 나왔네요. ^^

책읽는나무 2021-08-17 07: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오쿠다 히데오!!!!
라라피포 부터 안읽었네요ㅋㅋ
남쪽으로 튀어랑 공중그네등 재미나게 읽다 보니 이후의 소설들이 좀 재미없더라구요.
그래도 한 번씩 눈에 띄는 오쿠다 히데오란 이름을 접할땐 안 읽은 소설들 읽어 보고 싶긴 합니다.하루키처럼요.
이건 애정?으로 읽는 거겠죠?^^
간만에 옛날 생각 바람돌이님 덕에 했네요.
아...옛날이여!!!ㅋㅋㅋ
옛 생각하면서 재미나게 읽었던 책들 다시 읽어볼까?싶다가도 아서라~~지금 밀린 책도 얼만데.....늘 그렇게 고민중입니다^^

바람돌이 2021-08-18 01:2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먼저 나온 책들이 임팩트가 강하다보니까 사실 라라피포 이후에 나오는 책들은 약간 소품집 같은 느낌이었달까, 아마 그래서 저도 조금씩 안읽게 된거 같아요.
저도 옛날에 읽었던 책들이 하나도 기억이 안날때 다시 읽어볼까 하다가 안읽은 책들이 눈에 막 밟혀서 고민하고 그래요. ^^

2021-08-17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8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8-17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때는 히데오 작품 쌓아 놓고 읽었는데
죄의 궤적이 나온 것도 바람돌이님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번역자 송태욱님의 번역은 믿고 보는데 ㅎㅎ

[죄의 궤적]이 도쿄 올림픽 1964년도 한해 전의 이야기를 다뤘다니
이전에 히데오가 자전적인 작품 스무살 ,도쿄와 올림픽의 몸값을 통해서 그시절 일본의 사회 분위기 생생하게 보여 줬습니다
이번 올림픽 처럼 거리의 부랑자들 싹 숨겨 버리거나 올림픽 경기장 건설 노동자로 써버리고 가족 없이 떠도는(경제 난으로인햬 이들 행방 불명자들도 그런식으로 취급

유미리의 작품 중에 [우에노역 공원 출구]라는 작품에서 우에노 공원 부랑자들( 1963년도에 올림픽 건설 도로 노동 희생자들)삶으로 전락한 이들의 서글프고 충격적인 삶을 담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1-08-18 01:32   좋아요 1 | URL
아 전 번역자는 잘 안보는데 스콧님 덕분에 번역자도 신경쓰야 할 거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
일본 올림픽 전의 이런 얘기들은 전 잘 몰랐네요. 이 책에도 대략적인 분위기만 나오지 구체적인 사실을 얘기하지는 않거든요.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일본이 했던 짓을 우리가 뒤늦게 따라가며 거의 비슷하게 한게 어찌나 많은지.... 그것도 안좋은 것만 꼭 골라서요.
 

















2권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인물은 역시 안토니우스다.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로마에서 중시하는 혈통으로 훌륭한 집안 출신에 군인으로 타고난 신체조건, 군사적 능력. 

지적인 능력도 카이사르와 비교가 안되어서 그렇지 나쁘지는 않다.

또한 자신감은 충만하다 못해 자만심이 넘쳐난다.

로마의 축제에서 반나체로 달리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안토니우스는 정말 나체로 달려 온 로마의 여인들이 그의 큰 성기를 보고 환호하게 만든다.

로마인들은 웃긴게 또 이런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낄낄거리면서도 남자다움, 로마인다움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만심이 이정도라면 다른건 안봐도 뻔하다.

덕분에 그는 2권 중반까지도 안토니우스는 여전히 옥타비아누스를 압도한다.


한 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의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자부심이 아주 크게 상처받은 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단 일도 의심하지 않았던 카이사르이 후계자가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어긋난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암살을 미리 알지만 방치한다.

왜냐?

카이사르가 죽어야 그의 재산과 명성이 자신에게 유증될거라 믿었으므로, 방탕한 생활로 인해 빚더미에 앉아 있던 그는 그 빚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유산 상속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카이사르가 죽자마자 바로 카이사르의 집으로 달려가서 어차피 내건데 일단 있는 돈부터 다 내 놓으라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인다.

그런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18살짜리가 나타나 자기 자리를 빼앗아 갔으니 그 상처입은 자존심이 얼마일까?

그 이후 안토니우스는 주기적으로 내가 보기에 알콜 중독에 빠진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괜찮으나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알콜과 함께 정신을 잃고 어이없는 짓들을 저지른다.

그러다 또 정신차리면 제대로 된 행동양식을 보여주고....


분명히 능력도 있고, 실질적 힘도 있는데 무력감에 빠지거나 과도하게 실패에 집착하거나 하는 것이 과하다.

결국 그의 자존감은 카이사르가 유언장에서 안토니우스에 대한 단 일의 언급도 하지 않았던 것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겠다.

2권에서는 그렇게 안토니우스가 무너져 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클레오파트라!

로마의 입장에서 보면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누스가 폄하하는대로 짐승의 여왕이고 로마를 노리는 적이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입장에서 보면 이집트를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최고의 대제국인 로마까지 손에 넣으려는 야심찬 왕이다.

아들 카이사리온의 핏줄과 안토니우스의 군대를 손에 넣는다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실현해나가는 냉철한 정치가다.

다만 클레오파트라가 아직 모르는 것은 자신의 군대가 아니라 타인의 군대를 이용한 정복이 자신의 뜻대로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일거다.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손에서 지금 무엇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이제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는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는데, 둘의 대결 결과는 사실상 안토니우스가 스스로 내준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또 하나 이제 13살이 되면서 사춘기에 들어선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카이사리온의 성장도 흥미진진하다.

아버지만큼 똑똑한 머리에, 벌써 어머니에 맞서 자신이 원하는 이집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현하려는 이집트의 파라오.

물론 딱 어린 만큼 그의 생각은 아직은 이상론에 머물러 있지만 만약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와의 전면전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어린 아이의 미래도 달라졌지 않았을까, 그에 따라 이집트의 역사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파스칼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거라고 한 말은 그냥 헛소리다.

문제는 그녀의 코가 아니라 그녀의 지성이다.

그녀가 좀 덜 똑똑했더라면, 아니면 정말로 천재일정도로 똑똑했더라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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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17 0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가 싸우고 옥타비아누스가 이겼다는 걸 본 것 같기도 하네요 왕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있으려는 걸 보면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해요 왕은 어느 나라나 힘들 것 같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18 01:38   좋아요 1 | URL
저도 동감합니다. 저보고는 왕 하라고 해도 하기 싫을거 같아요. ㅎㅎ 그런데 그 자리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자식까지 죽여가면서 지키려고 하는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나라도 다 마찬가지더라구요. ^^
 

안토니우스가 작성한 것치고 그 서신은 아주 길었기에, 옥타비아누스(그리고 늘 옥타비아누스와 동조하지는 않던 일부를 포함한 다른 이들)은 누군가 서신 작성을 도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전문을 다들어야 했고, 이는 많은 이들이 졸게 되리라는 뜻이었다. 예전에 자신도 졸만큼 졸아본 아베노바르부스는 그런 경향을 잘 알았고 대처법도생각해두었다. 그는 사전에 서신을 여러 번 읽으면서 사람들이 맑은 정신으로 들어야 하는 부분들에 표시를 해두었다. 그리하여 중요하지 않거나 (그 서신의 최대 약점인) 동어 반복적인 내용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읽되 중요한 부분은 의사당이 요동칠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목청으로 유명한 그답게 그 부분이 끝날 때까지 외치듯이 읽었다. 그런 다음엔 단조로운 목소리로 돌아가 모두가 마음 편히 졸 수 있게 했다. 안토니우스파, 옥타비아누스파를 막론하고 다들 그 기술에 어찌나 고마워했던지, 그날 이후 아헤노바르부스에게는 벗이 많이 생겼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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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사령관들은 말을 잘 타지 않았다. 대체로 행군을 훨씬 더 선호했는데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편안함이었다. 말을 탈 때다리의 무게를 지탱해줄 받침대가 없는 탓에 다리를 늘어뜨리고 달려야 했다. 둘째로 보병들은 사령관이 그들과 함께 걷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야 비유적으로뿐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사령관과 눈높이를 공유했으니까. 셋째로 기병대가 제 위상을 착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로마 군대는 대부분 보병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보병이 기병보다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세기를 거치면서 기병대는 갈리아인, 게르만족, 갈라티아인 등 비로마인으로 이루어진 보조군이 되었다.
- P24

"아, 저런!" 옥타비아가 외쳤다. "마음이 무척 아팠겠어요."
"전혀요. 옥타비아누스의 아내는 과자를 조금씩 베어먹으며 말했다.
"애들 아버지가 싫어서 그애들도 싫어요."
"아이들이 싫다고요?"
"그게 어때서요? 아이들은 커서 결국 우리가 싫어하는 어른이 되잖아요."
- P106

이 모든 생각을 하는 와중에 클레오파트라의 마음속에서 남자이자애인으로서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단 한 차례도 수면에 떠오르지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어떻게 손에 넣을지궁리하기에 바빴다. 안토니우스와 함께했던 시간은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 남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 퍽 유쾌한 기분전환이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염증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단 한 번도 안토니우스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수단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를 통해 잉태했고, 나일 강이 범람했으며, 카이사리온은 결혼할 누이와 그를 도울 남동생을 얻었다. 지금 단계에서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었다. 그러니클레오파트라는 그가 가진 권력의 일부를 뜯어내야 했다. 어려운 주문이야, 클레오파트라.
- P145

그러나 안토니우스에게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큰 고민이하나 있었다. 여왕은 안토니우스의 파르티아 원정을 단호히 반대했으며 거기에 자신의 황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군대가 파르티아의 공격을 받아 형편없이 작아질 것을 우려했다. 이 군대가 진짜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 수가 너무 줄까봐걱정이었던 것이다. 이 군대는 로마와 옥타비아누스에 맞시 싸워야 했다. 그녀는 이 계획을 안토니우스에게조차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은 늘 그녀의 머릿속에 있었다. 카이사리온은 이집트와 동방뿐만 아니라 카이사르의 세계까지 통치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조차도.
- P168

안토니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기 시작했다. 뱃속이 쑥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고 그 자신 말고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음에 무력감이 엄습했다. 자신감을 되찾아 한껏 들뜨고 우울감과 분노가 사라진 요즘 그는 로마에서의 패권을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알아냈다고 생각했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외국 여왕이 지배하는 외국이라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물론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결혼할 만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이집트인도 알렉산드리아인도 아니었다. 로마인이었다. 그의 존재 모두가 로마의 것이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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