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이 시간은 여느 때, 여느 날과 다름없는 오후 3시 15분일 뿐이다. 나처럼절실하게 이 시간을 붙잡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 P159

나는 깜짝 놀라 얼굴을 붉히고 먹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그러니까 한 60초가량이 흐르는 동안 나는 레베카와 나를 동일시한나머지 멍청하게도 나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몸과 마음 모두로 이제는 지나가버린 시절을 경험한 셈이었다.
- P309

그는 내게 조금도 속해 있지 않다. 온전히레베카의 것이다. 아직도 레베카 생각을 한다. 레베카가 있으므로앞으로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댄버스 부인 말대로 레베카는 아직도 이 집 안에 있다. 서쪽의 침실에, 서재에, 거실에, 홀 위쪽 발코니에. 정원 곁방에도 아직 레베카의 비옷이 걸려 있지 않은가. 정원에, 숲에, 해변의 돌집에도, 레베카의 발소리가 복도를울리고 그 향수 냄새가 계단에 어려 있다. 하인들은 여전히 그 명령에 복종하고 우리는 레베카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는다. 레베카가 좋아했던 꽃들이 방에 놓인다. 그 침실 옷장에 걸린 옷들, 화장대 위의 머리빗, 의자 아래의 슬리퍼, 침대 위의 가운……. 레베카는 아직도 맨덜리의 안주인이다. 여전히 드윈터 부인이다.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아니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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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침내 어른이 되었고 중요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수줍어서 어쩔 줄 모르며 문밖에서 애꿎은 손수건만 비틀던, 그리고무언가 말해야 할 때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중얼거려 상대를 맥 빠지게 했던 그 소녀는 그날 오후의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 소녀는 가련한 존재였다. 그날 내가 그 소녀에 대해 생각했다면 아마 그건 조소였으리라.
- P47

그 공간은 우리의 안식처가 되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말하고사랑했다. 모두가 어제까지의 일이다. 오늘 우리는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우리는 미세한 변화를 거쳐 다른 존재가 된다. 두 번 다시그때와 똑같을 수는 없다. 길 가다 점심을 먹기 위해 우연히 들른식당에서 손을 씻기 위해 들어간 어둡고 낯선 방, 그 방의 낯선 손잡이, 여기저기 찢겨진 벽지, 세면대 위에 붙은 금 간 거울 같은 모는 것이 그 순간에는 내게 속해 있다. 나와 그 화장실은 서로를 안다. 그것이 현재이다. 거기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나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금 간 거울은 그 모습을 비춘다. 그 순간은, 그 순간의 나는 그렇게 남는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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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일러주는 것과 그 사람들이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 P28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백과사전은 안이 비어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너를 속여 텅 빈 것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게서 너의 자존감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P39

시위행진에 참여했을 때의 꿈을 꾸는 덕분에 그는 매일 아침 병동에서 눈을 뜰 때마다 기운을 낼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아직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 P98

"그놈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 넌 모르잖아. 다른 놈들이 어디에서맛이 가는지도 모르고, 밖은 밖이고, 여기는 여기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니클 사람들은 전부 다르다고 말이야. 여기 있다 보면 사람이 달라지니까. 스펜서랑 그 패거리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세상에서는 그들도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 잘 웃고, 자식들한테 잘하는 사람인지도." 그가 썩은 이를 입술로 빨 때처럼 입술에 힘을 주었다. "그랬는데 내가 한 번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여기에서 특별히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야. 여기는 바깥이든 다 똑같아. 다만 여기서는아무도 가식을 떨지 않을 뿐이지."
- P107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써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도망지고 싶다는 생각을 금하는 것,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갯짓 같은 생각까지도 금하는 것은 곧 인간성을 죽이는 일이었다.
- P185

그를 망가뜨린 것은 스펜서가 아니었다. 2호실에서 잠들어 있는 새로운 적이나 감독관도 아니었다. 그가 싸움을 그만두었다는 점이문제였다. 소등 시간까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고개를 수그리고조심스레 행동하면서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자신이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니클에 한 방 먹인 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킹 목사가 옥중 편지에서 말한 검둥이들처럼 변해버렸다.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
- P196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없었다. 경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 P209

고통을 견디는 능력, 엘우드를 포함해서 니클의 아이들은 모두 이능력과 함께 살아갔다. 이 능력 속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꿈을꾸었다. 그것이 지금 그들의 삶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들은 스러졌을 것이다. 구타, 강간, 그들 시이에서 가차 없이 벌어지는 적자생존, 그들은 견뎠다. 히지만 그들을 망기뜨린 자들을 사랑하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당신들의 물리력에 영혼의 힘으로 맞설 겁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엘우드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 P216

백인들이 흑인을 짓밟는 데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지.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되돌아왔다. 아주 작은 일들이 계기가 되었다. 이를테면 택시를 잡으려고 길에 서 있을 때같은 것. 일상적으로 당하는 굴욕을 그녀는 5분 뒤면 잊어버렸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큰 일들도 계기가 되었다. 백인들이 기울인 그 엄청난 노력 때문에 불빛이 꺼지고 황폐해진 동네를 차를 몰고 지나가는 일, 아니면 어떤 소년이 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 우리나라에서 우리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어. 언제나 그랬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모른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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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읽었다. 지금은 버지니아 울프씨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라고 한마디 인사를 건네야 할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좀 친하게 지내요라고도....

어제 1부를 다 읽고 간단한 감상을 남긴후에 30페이지정도 밖에 안되는 2부를 읽고 잤는데 아 2부는 정말 폭풍같은 2부였다. 눈앞에서 10년의 시간이 휘몰아쳐가는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다보면 삶의 주요부분이 휙휙 지나가는 장면 있잖은가. 책으로 그런 장면을 보는데 사실상 주요 사건은 짧은 몇마디 말뿐이면서 주변의 모든 세계가 폭풍처럼 그 사건들을 휘감고 나아가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지라는 감탄 감탄!!!

마지막 3부에 이르러 이제 그들은 드디어 등대에 도착했으나 사실상 예상 가능하듯이 등대는 보잘것 없는 그저 등대일뿐이다.
그러나 등대에의 도착이 새로운 자각한 여성 릴리의 탄생과 오버랩되면서 등대의 의미는 새롭게 읽혀진다.

좀 더 천천히 많이 생각해보고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에 대해 써보자라고 결심은 하지만........

릴리의 그림이 다락방에 걸렸다가 파괴 되어버릴지라도 그것은 그려졌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생기듯이 비록 제대로 된 글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리라.

그런데 갑자기 이것은 비극이라는 생각이 릴리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그녀는 관이나 시체나 수의 가비극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 - 아이들이 기가 죽고 강요당하고하는 것 - 이런 것이 진짜 비극이라는 생각을 그 순간에 했다. - P208

그들은 나머지 세상과는 격리된 채 그곳에 서 있었다. 그의 어마어마한 자기 연민, 동정의 요구가 쏟아져내려와 그녀의 발치에 웅덩이를 이루며 펼쳐졌고, 천하의 죄인인 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치맛자락이 젖지 않게 복사뼈 주위로치맛자락을 조금 더 바싹 끌어당긴 것뿐이었다. 말 한마디 하지않고 그녀는 그림 그리는 브러시를 움켜잡고 그곳에 서 있었다.
- P213

그리고 우리는 부인에게 래일리의 결혼이 당신의 소망과는 정반대로 되어버렸다고 말해야 할 것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고, 나는 이렇게 행복하다.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부인의 전 존재, 심지어는 그녀의 아름다움조차한순간 먼지투성이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 P242

어쩌면 완결성에 대한 바로 이러한 느낌이 십 년 전 그녀가 지금 서 있는 곳에 서서 이 장소를 사랑한다고 말하게 한 것인지도모를 일이다. 사랑은 수많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물의 요소들을 선택하여 그것들을 잘 배합함으로써 그들의 생애에는 존재하지 않는 전체감을 부여하고, 어떤장면이나 어떤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금은 모두 뿔뿔이 떠나버린), 우리의 생각이 정체하고 사랑이 넘나드는 압축된 공 같은 것으로 만드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 P265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때는 거의 대부분 그들이 괴짜라고 생각한다. 타인들은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들에 봉사하는것이다. 그는 그녀에게는 매질당하는 소년을 대행해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분이 나쁠 때에는 그의 야윈 종아리에 매질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만약 그녀가 그에 관해서 진지하기를 원한다면그녀는 부인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니, 즉 부인의 눈을 빌어서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 P272

그래, 여러 해 동안 만 건너편에서 보아왔던 등대가 저런 것이었구나, 헐벗은 바위의 헐벗은탑의 등대였구나, 제임스는 생각했다. 이 발견이 그를 흡족하게해주었다.  - P279

재빨리, 마치 그녀가 저기 있는 어떤 것에 의하여 상기된 것처럼 그녀는 캔버스를 향해 돌아섰다. 거기에 그녀의 그림이 있었다. 그렇다, 그 모든 초록색들과 파란색들을 가지고 선들이 달려올라가고 가로질러 가면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녀는이 그림이 다락방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그것은 결국은 파괴되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녀는 브러시를 다시 잡으면서 생각했다. 그녀는 층계를 바라보았는데 비어 있었고, 캔버스를 바라보니까 시계視界가 뿌옇게 흐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그것을 한순간 명확하게 본 것처럼 갑자기 강렬하게 그녀는 그림의 한가운데에 선을하나 그려 넣었다. 됐다. 끝났다. 그래, 브러시를 내려놓으면서, 극도의 피로를 느끼면서, 나는 드디어 통찰력을 획득했다고 그녀는생각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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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05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끝까지 보신 거 축하드려요 버지니아 울프 책은 한권인가 봤군요 많은 사람이 봤을 듯한 《자기만의 방》... 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잘 못 봤어요 그 책 봤을 때는 책만 봐서... 책을 보고 쓴다고 해도 좋은 생각은 못하지만,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좀 낫더군요 책을 안 보는 것보다 보는 게 조금은 낫겠지요 제목은 알잖아요


희선

바람돌이 2021-03-05 23:57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등대로는 읽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절대 못읽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ㅎㅎ 안읽는것 보다는 읽는게 당연히 낫겠죠? ㅎㅎ 올해는 버지니아울프 전집 완독이라는 목표가 생겼네요.
 

아 정말 의식의 흐름인지 뭔지....
그래도 이런 식의 서술방법에 조금 적응하는 느낌이다. 물론 하나씩 떼놓고 보면 하나도 어려울것 없는 문장들을 심연을 탐사하는 느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하지만 1부를 다 읽고 난 지금 버지니아 울프가 이런 서술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는 명확해진다.
표면에 보이는 것과 실제 속성이 전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그들의 변덕들.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서 하나하나의 인물들이 얼마나 상반되는 생각을 종횡무진 바꾸어 나가는지...
읽어나가다보면 내 머릿속을 해부당한 느낌이 든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머릿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유롭고 오만하고 독선적인가?

아들 제임스에게 날씨가 좋으면 등대에 갈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시작했던 1부는 내일은 비가 올 것이므로 등대에 갈수 없을 것이라는 램지부인의 말로 끝맺는다.
낙농업이나 병원경영을 하고싶었던 램지부인의 소망과 관심은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그러하다.
등대는 도달하지 못한 그녀의 꿈이었던걸까?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지는 책읽기이며 버지니아 울프가 왜 뛰어난 작가인지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또한 베풀려는, 그리고 남을 도우려는 그녀의 욕망이 결국 따지고 보면 허영이라는것도 신경 쓰였다. 진실로 그녀 자신의 만족감만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녀가 그렇게나 거의 본능적으로 돕고 베풀기를 원해서, 사람들이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오오 램지 부인! 사랑하는 램지 부인… 물론 두말할 나위 없이 램지 부인이지!"라고 말하고,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고, 그냐를 찬미하는 것이? 은밀히 그녀사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던가 - P62

"위선자적인 면이 약간 있지요?" 뱅크스 씨는 램지 씨의 잔등이를 바라다보면서 넌지시 한마디 던져 보았다. 그는 그의 우정,
그에게 한 송이의 꽃을 주기를 거부하던 캠, 그리고 램지의 모든자녀들, 그 자신의 안락하기 이를 데 없는 집, 그러나 아내가 죽은후로는 조금 지나치게 조용한 그의 집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가? 물론 그에게는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가 말한 대로 램지는 ‘위선자적인 면이 약간 있다‘는 데 그녀가동의해주었으면 했다.
- P69

그 모든 것 가운데서 캔버스 위에 아무렇게나극적거려놓은 몇 개의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남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에 걸지도 않을 것이었다.
탠슬리 씨가 그녀의 귓전에서 "여자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 여자는 책을 쓸 수 없어………"라고 작은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 P72

그는 타고나기를 일상사에 대해서는 장님이고, 귀머거리이며, 방어리이지만 특이한 일들에 대해서는 독수리의 눈과도 같이 예리한 눈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꽃들을 주목해 보는가? 아니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은 주목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는 자기 딸들의 아름다움, 아니면 그의 접시에 푸딩이올라와 있는지 로스트 비프가 올라와 있는지는 아는가? 그는 그들과 식탁에 앉아 있을 때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소리 내어 중얼거리는 습관, 시를 소리 내어 암송하는 습관은 이제는 완전히 몸에 배어서 그녀는 겁이 날 정도였다. 때로는참으로 거북했기 때문에 - - P101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모임에서 그는 ‘램지 가에서의 체류‘를 냉소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가를 말해주고싶었다. 이들과 한번은 같이 있어볼 만하지만 다시는 아니라고말할 것이었다. 여자들이 그렇게 진부할 수가 없었노라고 그는 말할 작정이었다.  - P128

그녀가 알기로는 소위 행동규범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7조에(아마도)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녀의 직업이 무엇이든지 간에 여자라면 마땅히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도와서 우쭐대고 싶은 간절한 그의 욕망과 허영심의 넓적다리뼈, 갈비뼈를 드러내고 편안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 P129

"오오, 커피!" 램지 부인은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진짜 버터와깨끗한 우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그녀는 분발해서 대단히 힘주어 말했다. 열을 올리고 유창하게 말하면서 그녀는 영국 낙농업의 부정을 묘사했다. 다시 말해서 문간에 배달되는 우유의 열악한 상태, 그리고 그녀가 왜 이런 것들을 고발하려고 하는가를 증명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 문제를 파고 들어갔을 때 중앙에앉아 있는 앤드루부터 시작해서 마치 가시금잔화의 잔디에서 잔디로 튀어오르는 불꽃처럼 그녀의 자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남편도 웃었다. 그래서 부인은 높이 들었던 깃발을 내리고포대砲臺를 철거하지 않을 수 없었고 - P145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내일은 비가 올 겁니다. 갈 수 없을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다보았다. 그녀는 또 승리했기 때문에,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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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3-03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이 읽으셨네요. 전 이제 시작 :)

바람돌이 2021-03-03 11:33   좋아요 2 | URL
초반 진입장벽있더라구요. ㅎㅎ 아 저는 어제 이 글 쓰고나서 2부를 마저 읽었는데(2부는 한 30페이지정도밖에 안됩니다.)폭풍감격이었습니다. 와 소설을 이렇게 쓰기도 하는구나 싶으면서 굉장히 신선하더라구요. ^^

수이 2021-03-03 11:3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오늘 휘리리릭 날아보겠습니다

라로 2021-03-03 0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시면서 계속 이런 글 올려주세요. 바람돌이님의 의식의 흐름,, 아주 좋은 걸요!! 앞으로 울프의 책 읽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1-03-03 11:34   좋아요 3 | URL
ㅎㅎ 그냥 읽으세요. 읽다보면 그렇게 어렵고 그렇진 않더라구요. 이런 기법의 책을 많이 읽으면 어쩔지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신선하다는게 더 큽니다. 100년도 더 전에 작가에게 신선하다니.... 제가 무지한거란게 맞겠찌만요. ㅎㅎ 그나저나 라로님 대문 사진이 또 신선하게 바뀌셧군요. ^^

레삭매냐 2021-03-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독서 모임에 미쿡인 한 분이
계시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원어민들에게도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전 여적도 울프와의 만남
이 어렵게 느껴지네요. 그렇다고 합니다.

바람돌이 2021-03-06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계속 미뤄왔는데 읽으니까 반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