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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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스물 세살의 신임교사 에린그루웰 선생님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203호 교실의 문제아들이 쓴 일기이다. 처음 영어선생님으로 부임한 그날로부터 졸업하는 날까지의 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언제 죽을지도  몰라 두려움으로 옷깃 안에 총을 감추고 살아가는 아이들, 죽는 것이 영웅이 되는 길이라고 여기는 아이들, 학교 내에서도 인종의 경계를 긋고 살아가는 아이들, 미래는 없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일기가 이어진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읽고 그 일기를 발견하여 출간한 미프씨를 만나고, 현대판 안네프랑크라 불리우는 줄리타를 만나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만나고, 관용의 박물관에 가고 수 많은 책들을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면서 아이들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현재의 그들은 자유의 작가 재단을 만들어 글쓰기 교육을 전파하며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203호의 기적을 이어나가려고 노력중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학원강사 시절 생각이 났다. 보습학원에서 초등학생 과학을 가르칠 때 사비를 털어 실험기구와 시약들을 하나씩 사서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실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적이 있었다. 용인에서 서울로 실험기구와 시약을 사러 올라올때의 그 벅찬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열심히 하자 학원에서 우리 교실에 싱크대를 하나 설치해주었다. 필요한게 있을 때마다 내 돈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상관없었다. 결혼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고 나오게 되면서 새로 부임할 선생님께 그 모든 기구와 시약을 넘겨드렸다. 그러나 "뭐하러 이런걸 해줍니까 그냥 책에 있는것만 가르치면 되지" 라는 말을 답으로 받았고 1년이 안되어서 모두 폐기 처분 했다는 소리가 전해져 왔다. 서울에 올라와 입시학원으로 가면서 실험은 커녕 가르칠 시간도 늘 부족할 판이었다. 그래도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나름 시간을 쪼개 음식을 준비해 집으로 초대도하고 국제만화카툰페스티벌도 데려갔다. 시험이 끝나면 고기 부페에서 회식도 하면서 선생님과 제자보다는 엄마와 자식간의 사랑 같은 것을 키워나갔다. 아이들과 가까워질수록 학습능률도 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합니다." 라는 소리와 "아이들에게 정 줘봤자 소용없어요 우린 그애들에게 선생도 아니에요. 그만 두면 그만인 아이들이라구요. 정들면 선생님만 아파요" 라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런 소리를 계속해서 듣자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내 관계에 선을 긋게 되고 사랑이 아닌 앵무새 같은 얕은 지식만 전달해주게 되었다. 점점 재미도 없엇고 지쳐갔다. 그렇게  학원을 그만두고 벌써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곳에서 어떤 말에도 굴하지 않고 아이들과 더 나은 길을 찾고자 노력하며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공교육 공간인 학교가 아닌 사교육 공간이었을 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사교육 공간이기 때문에 사랑을 맘껏 퍼주기에 더 좋았을 수도 있었는데... 

  프리덤 라이터들의 글쓰기는 살아 있는 글쓰기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문제에만 얽메이는 글쓰기였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행사에 참여하면서 점점 사회를, 국가를, 인권을, 생각할 줄 아는 큰 사고의 글쓰기로 변해갔다.  이 책은 책 읽기와 글쓰기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4년에 걸쳐 쓴  이 일기의 작가들은 모두 새 사람이 되었다. 시작은 이제 갓 부임한 교사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150명의 제자가 그 바톤을 이어 받았고 이들은 더 많은 이들에게 변화의 새 바람을 불어 일으킬 것이다. 나도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아주 작은 바람이라도 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더 이상 주저 하지 않고 세상사람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어서고 싶다. 나만 생각하는 사람에서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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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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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같았던 그녀의 단편집 [도마뱀]을 끝으로 그녀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과 손길을 뚝 끊었다. 딱히 그 소설이 맘에 안들어서가 아니라 그때는 그랬다. 괜시리 미웠다. 별것들이 다 소재가 되고 이야기 되는 그녀의 소설을 향한 질투였을지도 모르고, 다른 중편들에 비해 잘 전해지지 않았던 감동 때문에(무감동) 그녀의 글빨을 살짝 무시하며 정성부족을 따졌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난 그녀의 작품을 향해 우습게도 절독을 선언했다. 그렇게 2년여....3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친구의 서재에 꼽혀있는 이 책을 발견하곤 손이 먼저 뻗어버렸다. 그동안 그녀의 글이 그리웠던 것인지 아님 기대감 때문인지... 그렇게 책을 읽었다. 그렇게 슬픈 예감을 만났다. 이승환의 노래 '한 사람을 향한 마음'에 이런 가사 나온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이 책도 그랬다. 야요이의 예감도 사실이 되었고, 글을 읽고 내가 느낀 예감도  모두 틀리지 않고 다 맞아들어갔다. 그래서 뻔했기 때문에 실망한 부분도 있었고 책을 다 덮고는 나도 모르게 '뭐야 연애소설이잖아' 라고 단언해버리기도 했지만 또 다시 절독을 선언할 만큼의 실망은 되지 않았다.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고나 할까... (어째 문장들이  확실한 것 하나없이 뭐뭐라고나 할까....식으로 끝을 맺고 있네.  아무래도 내 감정이 복잡미묘하기 때문이겠지.)

야요이의 가출이 내 가출이 되길 잠시 소망해보았다. 평안한 가운데 가출하는 것, 돌아갈 곳이 있시 가출 하는 것,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상태로.... 지금의 내 상태는 매우 평온하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도 하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적은 돈이지만 돈도 벌고 있다. 그런데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수 있기 때문에 이곳을 잠시 뒤로 하고 도망치고 싶다. 사랑하는 당신도 두고, 집도 두고, 하고 싶어했던 공부도 뒤로 하고 가출을 하고 싶다. 나를 찾는 여행이든,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든 계획없이 무모한 여행을 가출을 하고 싶다. 그래서 야요이의 집나감과 돌아옴이 내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준 듯하다.

야요이에게 다가올 미래는 어떤걸까. 이 책이 만일 한국 드라마였다면 집안의 반대와 두 남매의 가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책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닫아버린다. 나도 그 다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현실에, 내 감정에 충실할텐데... 인생이 소설 같다면 참말 좋을텐데... 사춘기 시절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이입을 너무해서 주인공을 나로 만들어버리고 읽고 나면 머리가 띵할 만큼 울기도 하고 헤어나오지 못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다시 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 2의 사춘기라도 맞이 하는 것인가, 친구들은 "네가 지금 너무 편해서, 상팔자라서 그래!" 라고 말하는데 정말 내가 지금 늘어지게 행복해서 이러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무모한 가출...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 만일 내가 집을 정말 나가게 된다면 야요이 너 때문이다.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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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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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문학책을 내 손에 쥐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작가의 나이와 데뷔년도를 살피는 일이 되었다. 딱히 책을 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책을 낸 이들을 보면서는  이들은 이 나이에 이걸 했는데 넌 대체 지금 뭘하고 있는거니? 하는 자책하는 심정으로 내 인생에 채찍을 가하기 위함이고 또 때로 나보다 나이가 많을 때 데뷔한 작가들을 보면서는 그래 나도 아직 늦지 않았어! 아자아자!!!!위로 받으며 힘을 내기 위함이다.

내게 제일 좋아하는 은희경 : 1959년생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이중주] 로 데뷔 37살

최근 만난 작가 중 가장 젊은 김애란 : 1980년생 2003년 계간 [창작과 비평]봄호로 데뷔 24살

순수성이 너무 좋은 박완서 : 1931년생 1970년 여성동아에 [나목]으로 데뷔 40살

발랄 깜찍 정이현 : 1972년생 2002년 제1회 [문학과 사회]시인문학상으로 데뷔 31살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와타야 리사를 만났다. 1984년생 2001년 17살 [인스톨]로 데뷔

미친다. 대체 어떤 천재길래 17살에 귀여니같은 인터넷 소설이 아닌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를 할 수 있는거냐...책을 펼치는 순간 환한 빛을 받으며 그 빛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새하얀 미소가 두꺼운 쌍커플이 가지런한 이가 보인다. 우씨....이쁘기까지.... 책을 읽기도 전에 외모 컴플렉스 덩어리인 나는 질투의 화신이 되었다.

니나가와 하세가와 그리고 하세가와의 친구 키누요 이들이  주인공인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참 조용조용하게 일상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유머도 잊지 않는다. 문장들은 길지 않고 그래서 읽는 속도가 무지 빠르다. 얼마전 읽은 공지영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와 비교하니 담백하기 그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참 크래커]를 닮은 소설이다. 짭쪼롬하니 맛도 있고 다 먹고 나면 뭔가 상큼한게 먹고 싶어지기도 하고...

니나가와의 발로 쳐주고 싶을 만큼 위로해주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등짝을 본적이 있다. 웃기게도 내 측근이 아니라 내가 이뻐라 하는 배우 최강희 에게서이다. 헐렁한 바지와 지저분한 스니커즈화를 신고 고개를 푹 숙여 아무데나 주저 앉아 바닥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는 그녀의 등짝이 꼭 그랬다. 화려한 조명을 잔뜩 받고 있는 그녀였는데 하루에 미니홈피 방문자수가 1만명을 넘는 그녀인데 그녀의 등짝이 꼭 그랬다.

10대는 젊다. 그래서 외로움마저 쓸쓸함 마저 싱그럽게 보인다. 그리고 니나가와를 향한 핑크빛 하세가와의 마음이 그것을 더 싱그럽게 만든다. 모든 10대가 젊고 싱그러운 건 아니다. 내 십대를 생각해도 오히려 삼십대인 지금의 내가 더 싱그러우니까 (나의 십대는 음...좀 구질구질하지..) 하지만 이 소설의 10대는 젊었고 예뻤다. 다 읽고 난 후 책을 덮으며 뭐야 연애소설인거야? 라고 말해버린 나를 자책하면서 너도 늙었구나... 중얼거렸다. (요 책 다음에 바로 바나나의 슬픈예감을 읽었는데 책 다 덮고 또 그래버렸다. 뭐야! 연애소설이야? 라고...) 

하세가와의 곧은 두다리, 배구에서 달리기로 종목을 바꿀 수 있는 것. 누군가의 등짝을 발로 쳐주고 싶다에서 그치는것이 아니라 실제로 치고 있는 그녀. 그것이 바로 젊음이 아닐까? 이 시기의 하루는 오늘을 사는 나의하루의 10배는 되는 것 같다. 다이나믹하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그래서 결론은 이제 질투는 그만하고 내 인생의 속도를 조금 늦춰야겠다는 결심이다.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삶이 아니라 살아 생명력 넘치는 삶!! 펄떡  펄떡 힘센 물고기가 퍼덕꺼리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매우 조용하고 심심한 참 크래커 같은 소설에서 고래같은 힘이 느껴진다. 거대하고 질길것 같은... ^^ 와타야 리사!! 그녀의 성장과 오래 삭힘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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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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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가기]를 살까 말까 수없이 고민하다가 포기 해버렸다. [동물원 가기]를 사려고 서점에 갔다가 도로 내려놓고는 다른 책들을 집어 들어서 오히려 다른 책들만 쌓여갔다. 그러다가 마침 알랭드 보통의 신작 [행복의 건축]이 나왔고 이벤트로 [불안], [여행의 기술],[동물원가기]를 준다기에 얼른 샀다. [여행의 기술]은 이미 있는 책이지만 책이 워낙 재미있고 좋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지 뭐~ 하면서 주문을 했다. 드뎌 책이 도착했고 재빨리 [동물원가기]를 집어들었고 책을 다 읽은 지금 드는 생각은 안사길 잘했어.... 라는 결론이다. ^^;;

보통의 글솜씨가 나빠서도 아니고 책이 질적으로 떨어져서도 아니고 그저 다른 책들에서 이 글들을 보았을 때는 보석같은 글들로 여겨져 소중히 되풀이 읽게 되었는데 정수(quintessential) 의 글들이 모여 있다보니 그 가치가 조금 떨어지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 책은(이벤트로 받은 책) 커버가 양장커버가 아니어서 들고다니는데도 가볍고 불편함이 없었지만 실제 단행본으로 나온 책은 책이 지닌 가벼움(내용이 일상적인 이야기고 편한함)에 비해 너무 화려하게 포장되었다고 할까... (양장커버에 아래 위로 좌우로 이~ 만큼씩 남겨진 여백이란...)

알랭드 보통의 글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글은 여러번 반복해서 읽고 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물원 가기는 상업성이 너무 짙어서 거부감이 생긴다. (그럼에도 사 읽고 싶어 5번도 넘게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갈등했던 나라는 소비자란...) 그런 거부감과 거품때문에 별을 세개만 준다. 그러나 알랭드 보통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책읽기가 되어줄 것이다. 한 꼭지당 10페이지가 채 안되는 깔끔한 글들은 보통만의 맛있는 글을 맛보게 해주니까 말이다.  그림이 들어가면 확실히 가격이 올라가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호퍼에 관련된 첫 글을 읽을 때는 그림이 없음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행의 기술을 펴 호퍼의 그림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글을 읽었다.  사실 여행의 기술을 읽을 때는 그림이 컬러면 더 좋을텐데... (만일 컬러여서 가격이 오르면 또 고민했겠지 사...말어...^^)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원화를 찾아가며 책을 읽었다.

보통의 책들은 생각할 꺼리를 많이 마련해줘서 좋다.  쉽게 읽으려 들면  얼마든지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어렵게 읽자면 또 막 헤매게 만드는 것이 보통 책의 매력이다.  스물 넷, 다섯, 여섯에 연애소설 3부작을 완성했고 서른 네살에 유럽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주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상]을 수상했다는 그의 경력은 난 이 나이 먹도록 대체 뭘한거지 라는 한숨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 힘있게 살 용기도 더 해주는 것 같다.  

매주 금요일 동물원 옆 미술관으로 일을 하러 가는데 이번주에는 조금 일찍 출근해서 동물원에 먼저 들러야겠다. 동물들을 보면서 나도 내 인생을 좀 더 건설적으로 곱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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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elio 2007-10-1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말씀대로 이책으로 처음 알랭드보통과 접하게 됬는데
정말 많은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팬이 될것 같아요 알랭 드 보통.

동물원 옆 미술관에서 일하세요? 과천 쯔음에 있는?
거기 자주 가는데 우연히 만낫을지도 모르겠네요 ㅎ

이쁜하루 2007-10-1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마다 동물원 옆 미술관으로 일하러 가곤했는데
지금은 대학로에 있는 미술관으로 가고 있어요~ ^^
보통의 글솜씨는 중독성이 있죠! 히히
좋은 작가와의 좋은 만남 축하드립니다.
 
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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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나의 시 읽는 방식, 나의 시 감상법이 틀린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짧디 짧은 신경림 시인의 감상문이 내게 희망을 주고 소망을 주었다. 너의 감상법이 틀린것이 아니다. 잘 하고 있다. 그저 그렇게 마음에서 드는 생각들이 제대로 감상하는 거란다... 라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신경림 시인은 오로지 자신만의 기준으로 시를 선택했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시를 감상했으며 시인이 좋아하는 그림들을 집어 넣었다. (솔직히 그림은 시인이 좋아하는 화가들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웬지 시를 많이 닮은 그림들이기에 신경림 시인이 좋아할 것 같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함께 싣지도 않았겠지?) 매우 주관적인 선택과 선택된 시들의 향연이지만  정말 최고의 향연이며 풍성한 향연이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시를 어떻게 배웠던가, 한줄 한줄 밑줄 그어가며 이것은 무엇을 비유한 것이고 이 것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이다 등등 얼마나 분석하며 배웠던가. 그러다보니 시는 정말 재미도 없고 어렵기만 한 그런 분야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TV 문화프로그램에 나오신 김남조 시인이 하신 말씀 중에  어떤 수험생이 선생님의 이 시의 이 행의 뜻은 무엇입니까? 저는 이렇게 배웠는데 그게 맞나요? 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무런 답도 해줄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체 감상에 정답이 어떻게 있을 수가 이겠는가!! 지금까지 살아오신 수많은 시인들은 자신들의 시가 그렇게 해부되고 분석되어 갈갈이 찢겨지고 문제로 만들어져 정답을 찾는 것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그래서일까! 신경림 시인은 감상에서 말을 아끼고 분석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신경림 시인의 마음만을 살짝쿵 내려놓을 뿐이다. 어쩌면 신경림 시인의 그 짧은 감상평 마저도 군더더기 일지 모른다. 또 다른 정답이라고 여길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아~ 이시는 이렇게 느끼는 거구나..라고 말이다. 난 처음 꼭지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고 싶어 부분은 신경림 시인의 감상평도 같이 읽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시만 읽었다. 그리고 그림을 읽었다. 그리고 이동업 화백의 그림에 푹 빠져들었다. 다른 분들의 그림도 시처럼 간결하고 부연 설명이 없는 그림이였지만 이동업화백의 그림은 그야말로 시였다. 은은함이 출렁이고 파도가 되어 내 마음에 부딪혀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시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 오랜 동안 곱씹을 수 있어야 하고, 오랜 동안 생각 할 수 있어야하고, 남는 것이 없어도 기뻐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바빠 마음이 메마른 사람들에게 이 책 처음처럼의 시와 그림들이 싱그러운 물줄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얼마전 읽은 내려놓음도 좋았지만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라고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내려놓게 만드는 짧은 싯구절과 그림들이 참 편안한 마음을 준다. 시는 그림으로 따지자면 풍경화나 인물화, 고전주의 낭만주의 뭐 이런 그림보다는 따뜻한 추상....에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한눈에 봐서는 그 의미를 알기가 힘들고 이거 뭐야~ 라며 지나치기 쉬우나 곰곰히 가만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의 열정과 사랑과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시낭송을 하며 내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가져봤다. 그리고 어떤것에도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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