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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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러울 정도로 빨라 산속에서 혼자 흙집을 짓고 사는 분을 알고 있다. 전화로 질문을 하면 편지로 답신을 보내오시는 분이고, 햇빛이 있을 때에만 활동하시기 때문에 저녁7시면 하루종일 가장 수고한 발을 정성스레 닦고 저녁식사를 한 후 백열등 아래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으시고 9시면 잠자리에 드시는 분이다. 두달에 한번 전기세를 3천원 정도를 내신다고 하고, LPG 가스는 2년만에 처음 교체했다고 하신다. 난로에 천천히 밥을 하고 국을 끓이시는 그 분.. 나는 그 분이야 말로 느림을 몸소 실천하며 사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왔다. 모모를 읽으면서 이 분이 모모를 참 많이 닮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모를 읽으면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 있다. 카시오페아와 모모가 호라 박사가 계신 곳을 가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빨리가면 느려지고 느리게 가면 빨라지는 구간이 있었는데  난 이 부분에서 미하엘 엔데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느림, 여유, 더불어 삶 바로 이러한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다.

지금 잠시 숨을 고르고 뒤를 한번 되돌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알 수 있다. 불과 7-8년전만 해도 삐삐는 최첨단의 산물이였다. 그러나 지금 아직도 삐삐 사용하는 사람이 있느냐? 라고 물을 지경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들이 웹페이지가 넘어갈때 다시 클릭 안하고 참으며 기다릴 수 있는 한계가 3초에서 2초로 줄어 들었다고 한다.  우표값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도 드물고 e-mail의 영향으로 크리스마스면 북적이던 카드 코너도 예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무엇이 이토록 우리에게 빠르게 빠르게를 강요하는 것일까? 정말 회색신사들이 우리의 시간을 잡아 먹고 있는 것일까?

모모를 읽으며 숨을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자신에 맞게 잘 활용하며 사는 것이다.  타인이 시간을 이렇게 쓴다하여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하여 그 비결을 좇아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느리게 사는 진정한 비법인 것이다. 모모와 함께 미소짓고 행복해 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의 삶도 너무 성공한 사람만 좇아가다가 가랭이 찢어질 짓 하지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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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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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건가? 어쨋든 지금껏 사탕같고 솜사탕 같은 로맨스 소설은 많이 봐왔어도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책을 읽기전에 휘리리릭~~ 책을 넘기면서 이게 소설? 이게 로맨스 소설? 하면서 좀 의아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문득 고2때 지었던 나의 시가 떠올랐다

x, y 속의 우리

점의 좌표 (x, y)
x는 나, y는 너
우리는 서로 한 점에서 만난다

중심의 좌표 (x, y)
주위를 삥 둘러 원을 그린다
우리 주위에 사랑을 그린다

복잡한 x, y에 너와 날 담는다
연습장에 가득한 x, y 들
너와 나의 사랑을 빽빽히 담는다

직선과 포물선, 원과 삼각형
여러가지 것들이 머리에 가득하다
사랑과 우정, 너와 나
내 가슴에 흔들림이 밀려온다

처음으로 [사랑] 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고 누군가를 눈물 흘리게 좋아하던 이때, 난 웃기게도 좀더 지적인 시를 한번 지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지의 경지는 수학 공식이였던것 같다. 더 복잡하게 짓고 싶었는데 이 이상의 뭐를 하기엔 공식들이 너무 복잡했던것 같다. 나는 지적허영심과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책을 읽다가 궁금한것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따로 적어놓고 찾아보며 읽는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기 싫었다. 그래서 모르는 철학자가 나오든, 소설가가 나오든 상관없이 그냥 훌훌 읽어갔다. 웬지 이 사람이 내게 하고자 하는 말은 그 인물들을 다 알고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보다는 이것봐라~ 사랑이라는것도 이렇게 지적으로 해석할수 있고 분석할수 있단다! 라는 실험정신 가득한 소설로 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도 사탕같고 솜사탕같은 사랑이야기가 좋다. 그녀와의 잠자리까지 가는데 또 그녀에게 마시멜로한다라고 말할때까지 또 그녀와 헤어져 또다른 사랑을 느끼기까지 정말 수많은 철학자, 예술가, 소설가들이 언급된다. 만일 이 많은 사람들을 좀 알아봐 가면서 읽어보세요! 라는 책이였다면 이렇게 한줄 달랑 글써주고 이름만 언급하며 글을 쓰지는 않았을꺼라는 생각이다.  

웬지 이 책을 읽고 너무너무 좋았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은 다들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많은 이들의 한줄 말과 이름의 언급을 통해 아~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인데! 하는 생각과 이 사람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다. 아~ 이거 내가 어디선가 본 글귀인데! 또는 이 글귀 이거 한번 써먹으면 멋지겠군! 뭐 한번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읽지 않았을까? 지적 호기심과 거리가 먼 울 태양님보고 책을 좀 읽어달라고 했다. 너무 피곤해서 책을 들 힘도 없었거니와 태양님의 책 읽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울 태양님 번호로 메겨진 단락중 4단락을 읽고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그냥 네가 읽으면 안돼?라고 한다. 너무 재미만 추구하는 태양님에 대한 걱정이 되면서도 그래 이 책과 맞는 사람은 따로 있는거야! 라며 너무 다그치지는 않았다 (사실 살짝 다그쳤다. 이제 재미만 추구하는건 좀 그만 읽어! 많이 읽었잖아! 좀 새로운 분야에 대해 도전좀 해보라고~~ 어쩌구 저쩌구..^^;;)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뒤로 갈수록 더더욱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갖다 붙이는데 음.. 멋지다! 라고 느껴지기보다 이아저씨 말장난이 점점 세지네!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난 그냥 웃으면서 이 책을 보기로 작정했다. 고민하고 깊게 생각하기보다 그냥 웃으면서, 그녀와의 잠자리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는 그를 보며 이렇게 집중력이 떨어져서야! 라며 웃었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되면 그 것으로 사랑이 사라져 버릴까 무서워 마시멜로 한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웃었고, 그녀에게 애칭을 붙여주기위해 정치를 거들먹 거리는 것을 보면서 웃었다. 솔직히 이 리뷰의 제목을 재미있는 로맨스 소설! 이라고 쓰려다가 내가 왜 이렇게 웃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바로 책에서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는 지적인 분석이기에 지적인 로맨스 소설이라고 붙였다.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 다는건 참 재미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또 재미있다. 나처럼 지적 허영심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내 친구에게 얼른 선물해줘야겠다. 가끔 라캉을 들먹이고,  데리다를 이야기하는 그녀가 참으로 좋아할만한  소설인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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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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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고 '공중그네'를 읽지 않은 나는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유머는 유머로, 아픔은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 분석으로 들어가면 그 순간 순수함은 없어지고 전작에 비해 어땠다 저땠다 식으로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더풀보다 공중그네가 더 낫다는 의견들이 다반사니 호호호 이 어찌 행운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

본격적으로 인더풀 얘기를 해보면 이라부! 그는 천재인가, 아니면 엽기 변태에다가 아직 덜 자란 어른인데 모든 것이 우연으로부터 나와 힘을 합쳐 그를 도와주고 그의 환자를 낫게 해주는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첫 이야기 [도우미]를 읽으면서는 이라부가 일부러 그녀의 망상과 똑같은 행위를 그녀 앞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렇게 해줌으로써 주인공 히로미가 스스로 그것을 깨달아 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니 그녀를 치료해주겠다고 병원 밖인 탤런트  시험장에까지 가서 시험을 치룬 다는것이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그녀의 병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이라부 이기에 그는 과연 천재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 너무 섰다!] 편에서 보면 또 그것도 아닌것 같았다. 아내의 부정으로 이혼을 하게된 남자가 음경강직증(진짜 있는 병인가?)에 걸려 음경이 발기해 가라앉질 않아 내과 치료를 받다가 정신과로 오게 되었다. 별 치료는 하지 않는것 같은데 환자 스스로가 이라부의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 나간다. (그게 이라부의 치료법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이라부가 3개월 함께 산 아내에게 '이런 ››어빠진 화냥년' 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는 자신은 자신을 두고 바람을 핀 아내에게 그렇게 못했음을 후회한다. 또 이라부와 그의 3개월 함께 산 아내가 병원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확실히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통해 나음을 받는다. 이 싸움은 치료를 위해 혹시 이라부 선생이 꾸민 짓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봤다. 그런데 또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니 저 사람 하나 치료하겠다고 병원의 기물을 다 부셔가며 쌈질을 하겠는가..아니지 아니지..

책을 읽으면서 계속 헷갈린다. 그는 치료를 위해 일부러 저러는 것일까, 아님 진짜 우연일까!! 그러나 이것 한가지 확실한 건 그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학 책을 뒤적거려보고 지금까지의 여러 사례들을 검토해 본다든가의 식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지금 무엇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지 그 원인에 그 자신도 함께 빠져봄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해결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들 처음에는 이 의사의 외모만을 보고 비호감을 갖게 되고 다시는 병원에 오고 싶지 않은 감정마저 갖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해보면 해볼수록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그를 보면서 그들은 마음을 열고, 오로지 말할 상대라고는 이라부 선생밖에 없음을 느끼고 매일 같이 출근을 한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혼자있는 것을 못견뎌 하는 프렌즈의 유타를 통해서 나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고,  때로는 어린애처럼 또 때로는 친구처럼 구는 이라부를 통해서 미래의 나의 부모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논픽션 작가 요시오를 통해서는 책임감 이라는 무서운 감투 때문에 잔소리가 늘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고, 싫은 소리 못하고 살아 세상에서는 함구하고 오로지 남편만을 향해 화를 내뿜는 나를 보게 되었다(나의 음경강직증은 성기의 발기가 아닌 남편에게 향하는 짜증과 폭언이다) 나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기때문에 오히려 이라부 같은 의사를 만나면 더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의사가 정말로 있다면 한번 쯤은 만나고 싶다. 너무 이성적으로 살려고 해서 감성들이 자꾸 메말라가고 지적 허영심만 가득차지는 나의 이 병을 고침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엽기 적인 행각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함께 수영장 유리창을 깰 수 도 있고, 함께 돌을 던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웬지 쾌감이 밀려오고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쓸고 가는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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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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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회사를 그만 둔 남편과 나는 짧지만 긴 여행을 계획했다. 원래는 해외여행을 계획했는데 중간에 설날과 어머님 생신이 껴있는 바람에 오랜 시간을 낼 수  없어 딱 1주일로 잡고 전국일주 여행이라고 하기엔 좀 부끄러운 전국일주 여행을 떠났다. 강원도 봉평을 시작으로 오대산, 횡계, 태백을 거쳐 정선,  안동, 경주,  진주, 하동, 구례, 남원, 담양, 전주에 이르는 여행길을 다녀왔다.  우리는 되도록이면 유명한 곳을 찾아 나섰던것 같다. 두번 다시 하지 못할 여행길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언가 사람들에게 내비쳐지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돌아왔을 때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한 짓은 이 곳은 어느 드라마에 나왔던곳, 이곳은 어느 영화에 나왔던 곳 하며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여행 가방을 읽으면서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진정 이 여행길에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였을까, 내가 보고 온것은 무엇일까..하는 부끄러움으로 밤잠을 설쳤다. 휴식과 재충전을 목적으로 했던 여행은 좋은 경험은 됐지만 내 인생의 보석이 되어 있지는 못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이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귀한 여행을 통해 견고해진 터키석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터키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의 사진에 실려있는 '얌드록초'와 같은거라면 너무나 아름답고 푸르르며 눈부신 보석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이런 푸르른 보석을 내 마음에 툭~ 하고 떨어뜨려 주었다.

재작년 생일선물로 태양님은 나를 목포에 데려갔었다. 좋아하는 공연이 지방공연을 목포에서 했는데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나를 목포에 데려가 주었다. 공연팀과 연락이 닿아 배우분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하룻밤 같이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은 목포보다는 해남과 더 가까운 곳이였다. 목포에서도 한참을 달려 끝으로 끝으로 달려가는데 하늘의 별들이 땅아래까지 닿아있었다. 이런 감격스런 장면은 처음 접해보았다. 그 숙소는 원래 식당이였는데 이 공연하는 동안 문을 닫고 배우들 숙소로 내어주었다고 하였다.  잠을 못이루고 나와 정원에 서있는데 별들이 내게 와르르르 쏟아져 안길것만 같았다. 가로등 하나 없이 칠흙같이 어두운 곳이니 이런 별을 볼 수 있는 거겠지, 이렇게 공기가 맑고 깨끗하니 이런 별을 볼 수 있는 거겠지 생각하니 또 다시 내가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카메라에 이 쏟아지는  별들을 땅까지 내려앉은 이 별들을 담고 싶었지만 그냥 눈에, 마음에 담는것으로 대신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왜 해남의 별들 이야기를 빼놓으셨을까 좀 서운한 생각이 들면서도 만일 그 별을 보셨다면 빼놓치 않으셨겠지 그래 내가 선생님보다 하나 더 본거다! 하는 웃기지도 않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고, 선생님이 보신 구례, 하동, 섬진강, 하회마을, 오대산을 똑같이 둘러보았어도 내게는 하나도 눈에 마음에 들어오지 않던것들이 선생님에게는 저렇게 와 닿았구나 생각 하니 또한 부끄러운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나의 여행 이야기도 많이 바뀔것 같다. 카메라에 담기 위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다녀왔다는 뻐김을 위한 여행이 아닌 내 안에 보석이 새겨지는 귀한 여행을 앞으로는 하게 될것이다. 귀중한 터키석, 귀중한 야크의 배설물을 선물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귀한 여행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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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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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에 시집을 와 8남매를 낳고 그 자식들이 자식을 놓고 또 그 자식들이 자식을 낳아 증손주를 본 울 할머니는 엊그제 일은 기억이 안나는데 여덟살 아홉살 시절 고무줄 하고 놀았던 일들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하였다. 김원일 작가도 그러했던것일까? 나이든 인생이 추억하는 또렷한 추억. 그런것일까? 아님 작가적 상상력?  아님 너무나 충격적인 일들이기에 벗어날수 없는 각인? 30여년이 흘렀음에도 생생한 회상으로 풀어놓은 말솜씨가 참으로 유수같이 자연스럽고 억지가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서술하진 않지만 대화로 충분히 그들의 내면 상태를 읽어낼 수 있었고,  한지붕 다섯가족의 면면들을 돌아가면서 등장시키며 참 다양하게 가난하다..를 보여주고 있었다. 열세넷 먹은 나로 눈 높이를 맞춰 때로는 순진하게 때로는 청승맞게 나의 심리를 표현해냈고, 그런 표현에서 낄낄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는 이 표지가 아니였는데 누런표지였던거 같은데 생각이 잘 안나네. 그때 마당깊은 집을 읽었을때의 나는 오로지 주인공과 나를 결부시켜 읽었던것 같다. 전후 라는것이 내게는 잘 모르는 이야기였기에 그저 가난한 군상들과 그 가난을 몸소 겪어 내는 주인공만 보았던거 같다. 그러면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참으로 교양머리 없는 대사, 생각들 이것들 때문에 참 많이 웃었던것 같다. (이 웃음 때문인지 새의 선물을 읽으면서 계속 마당 깊은 집이 생각 났었다) 느낌표 선정도서가 된 후에 다시 읽었을때는 경기댁가족, 준호네 가족, 평양댁 가족, 주인집 가족.. 하나하나 다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마음도 보이는것만이 아닌 그 내면의 무언가까지도 읽혀지는듯 했다. 무엇보다 드러내놓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영향이 지금의 이들을 만들었다는것 그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한주 어머니는 휴전 네 해 뒤에 돌아가셨지만 그 죽음 역시원인을 전쟁 탓으로 돌린다면, 이 땅에 알게 모르게 전쟁의 잠복성 종기를 오장육부에 오래 여투어두다 끝내 그 종기의 독성으로 죽게 되는 목숨이 그 얼마나 되랴. 따지고 보면 내 막내 아우 길수도 그런 죽음에 해당될 것이다.]

시절이 참 무섭다. 우리때는 반공영화니, 방위 성금이니, 참 궐기 대회 하느라 조회를 뻔질나게 했던 금강산댐 건설 등등.. 조금은 여전히 우리는 전쟁중이라는것을 알수가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 요즘 청소년들, 아니 요즘 젊은이들 알고 살까? 우리는 아직 전쟁중 이라는거.. 그저 잠시 쉬고 있는 휴전 중이라는거.. 난 아직도 가끔 무서운 꿈을 꾸곤한다. 전쟁이 나는 꿈.. 실제로 겪지는 않았지만 전쟁은 무서운 것이고 언제든 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산다. 난 이제 전쟁에 관한 소설 그만 나왔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난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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