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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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최상희, 돌베개, 2023)

우산은 하나로 족하다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
예상은 빗나간다
대신 전해 드립니다

주인공은 같고 목차의 이 다섯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책이다.

“오른쪽 속눈썹이 없어졌다. 미술 시간이 끝날 무렵 민영이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p.9) 지브리 애니메이션 엔딩 표정을 요구하던 민영이가 ‘나’의 속눈썹이 없어진 것을 발견해준 것이었다. 민영이는 속눈썹이 없어 수행평가인 미술 성적을 망칠까봐 걱정을 한다. ‘나’는 “내가 속눈썹을 뽑은 적도, 다른 누가 내 속눈썹을 뽑은 기억도 없다.”(p.12) 속눈썹이 없어졌다면 제일 먼저 엄마한테 얘기할 것 같지만 이 책은 청소년책이다. 쿨하게 받아들이고 친구 민영은 차미를 찾아가보라고 한다. “뭘 잘 찾아준다고 했다.”(p.16) 그렇게 도서부인 차미와 오란을 만난다. 그 친구들은 결혼하지 않은 이모가 키우는 ‘탄이’라 불리는 고양이에게서 ‘나’를 본다. 그렇게 속눈썹을 찾기 위해 도서관 500번 ‘건강’ 카테고리에서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 보다 큰 시에서 운영하는 달마중 도서관을 함께 가기도 한다. 그렇게 청소년답게 그들 스스로 해결해보려 노력한다.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책장속으로 사라진 신비한 소녀가 차미임을 밝히자 “빛줄기를 타고 눈송이가 어린 새의 깃털처럼 떠다니다 천천히 낙하해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더이상 속눈썹이 “사라지는 것은 두렵지 않고 조금은 슬프지만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p.41)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땐 존재자체를 못느끼지만 속눈썹처럼 없어지면 안될 소중한 우정을 쌓기 시작한다.

나는 이 소설이 전체적으로 속눈썹처럼 우아했다. 그리고 간섭많은 부모님들이나 틀에 박힌 선생님들이 책방을 운영하는 이모를 닮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란이에게 이모가 계속해서 “미스터리한 인물이었”(p.88)으면 좋겠다. “할머니 말에 의하면 이모는 나사 몇 개가 빠진 인간이었다.”(p.89)지만, 이렇게 나사가 빠져 있어야 청소년들과 말이 통하는 어른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친구가 될 수 없는 엄마라지만, 그래도 나는 슬이의 나사빠진 어른이 되길 희망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오란의 말소리가 들린다. “신간 집착 대마왕이야, 뭐야.”(p.21)부터 시작해서 “수수부꾸미야, 뭐야. 책방 이름이 수수해도 너무 수수해.”(p.86), “녹주, 너 꽈배기야, 뭐야. 왜 그렇게 꼬였어?”(p.172) 등등 수 많이 나오는 오란이의 직유가 인상적이다. 그녀가 언젠가는 멋들어진 은유를 자유자재로 써먹기를 그리고 그 유머와 상징을 상대방이 알아채고 러블리한 그녀를 알아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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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내 친구 - 신나라 그림책
신나라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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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은 망자들의 날이라는 유럽의 축제 이야기 위에 다양한 귀신들(?),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날이다. 이 그림책에도 등장하는 고스트, 펌킨맨 잭- 오-랜턴, 빅토리아 시대부터 활약해온 드라큘라 백작, 다리가 두 개 더 있어 왕따 당하는 건가싶은 거미(난 갠적으로 거미가 넘 짠하다), 본스 본스 쿵짝 리듬이 먼저 떠오르는 해골같은 고전 캐릭터들에다 영화의 악역, 조커나 프나펑 같은 게임 캐릭터에 나오는, 취저에 맞는 캐릭터들을 픽하는 재미를 준다. 좋아하는 할로윈 캐릭터의 모양 쿠키, 따라입는 코스튬, 할로윈 인테리어 꾸미기에 1년치 먹을 사탕을 받는 trick or treat 행사까지! 할로윈을 향한 한 달 준비기간동안 커지는 기대감만큼 아이들에겐 생일보다도 더 흥미로운 행사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금, 할로윈 데이가 다가오는 10월이다. 나는 이 날을 겨냥하여 쏟아지는 과자회사들의 진화하는 마케팅을 보며 감탄을 금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니면 영어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손 큰 엄마들의 자본주의적 아이디어가 추가될수록 아이들만이 꿈꿀 수 있는 상상의 나라가 축소된 느낌이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 축소된 할로윈의 느낌을 <오싹한 내 친구>가 잘 메워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오싹해야하는데 참 따뜻하다. (오싹한 모먼트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춤출 짝이 없다고 끼워주는 드라큘라 친구, 먹을 간식이 없다고 나눠주는 친구들, 신발이 없어 당황하는 지우에게 예비신발을 빌려주는 프랑켄슈타인 친구 등등, 이 오싹한 내 친구 한 명의 등장으로 다정한 친구들이 대거 생겨난다. 전학을 와서 낯선 친구들 앞에서 서먹했을까? 담요를 덮고 자야하는 낮잠시간에 지우는 눈물이라도 비쳤을까? 그래서 담요친구가 나서준걸까? 지우는 끝까지 담요친구가 누구인지 모를듯하다. 아니, 누구인지 몰라도 될 것 같다. 7명의 친구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의 독자들만이 지우에게 친구가 생긴 이유를 안다. 요런 재미가 그림책 보는 맛이지!

할로윈을 기다리는 꼬마친구들이 보면 좋겠다. 조만간 이사를 앞둔 친구들이 보면 좋겠다. 아니면 전학을 와서 서먹한 친구를 곁에 둔 마음 따뜻한 친구들이 봤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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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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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설정은 이렇다. 연도는 나오지 않지만 미래의 한국이다. 인간 7부제의 시대. 성향이 비슷한 7명이 하나의 바디를 공유한다. 즉, 이 일곱명이 서로 바디메이트인 것이다. 일주일 중 하루를 현실로 살고 나머지 엿새는 낙원의 세계에서 보낸다. 이 낙원이라는 곳은 메타버스 공간과 비슷한 개념으로, 현실에서의 나는 오감은 충만하겠지만 육체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낙원에서는 오감은 현실같진 않지만 그래도 한계가 없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단지 6일을 원하는대로 살다가 단 하루 해당되는 요일만 현실에서 이 공유바디를 가지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모두가 그러냐고? 아니다. 물론 잘사는 사람들은 비싼 환경부담금을 내고 365라 불리며 마 구역에서 한 몸뚱이 온전히 자기 껄로 잘 산다. 난 미래에 잘 사는 사람들은 다 화성이나 달에 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지구에 발붙여 산다는게 맘에 쏙들었다. 주인공 현울림은 그런 7부제에 따라 수인(수요일에 바디를 쓰는)이다. 이 책에는 수요일 장관 장수현씨의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낙원에서 넓은 세계를 누비며 혼이 더욱 풍요로워지더라도 수요일의 중요성은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수요일마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있게 할 테니까요”라고 써 있었다. 내가 설명한 설정이 이제 이해가 되셨으려나?

영어권 마더구스에 나오는 “Wednesday’s child is full of woe,(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슬픔이 많다)”라는 가사가 있다. 왜 하필 주인공이 슬픔 많은 수인일까? 생각해보았는데 물, 불, 나무, 흙, 쇠 중 물이 그래도 고이지만 않으면 유연하고 모든 것을 잘 포용할 수 있다. 주인공인 울림은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부모님을 잃고 이모댁에 얹혀 살다가 이모 딸인 강지나에게 얽혀 살해당하기도 하는데 이런 슬픔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친구들과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마냥 당하지 않고 강해야 할 때는 강하게, 하지만 연민이 깃들어 있는 수인이 참 잘 어울렸다. 이런 당당한 울림의 성격이 이 책을 더 즐겁게 읽게 한 면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물의 이름이 다 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현울림- 현재 가장 울림있는 인물, 주인공 이름 답지 않은가? 이 소설의 빌런, 강지나- 아빠는 뇌과학자고 엄마가 365 낙원 회장인가 그렇다. 이 시대의 피라미드 꼭대기층인 인물이다. 그 외에 강이룬, 김달, 젤리, 무국적 브로커들이 사는 여울시. 인상적인 인물은 젤리였다. 젤리는 낙원세계를 표현하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예술가인데 젤리는 현실보다 낙원을 더 선호한다. 그 정도로 인위적인 것을 좋아하는 인물인데 사실 젤리만큼 인위적인 간식이 또 있나 싶은 1인으로서... 네이밍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여울시. 여울이라는 것이 얕지만 폭이 좁아 세차게 흐르는 사전의 정의에 따라 수인인 아이들(울림, 젤리, 달)이 여울에 갔을 때가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옛날 사람들이 여전히 ‘현실’이라 부르는 이 세계가 굴러가는 법칙은 간단했다. 노력은 쉽게 틀어지고 간절한 바람은 가볍게 짓밟힌다.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은 찰나의 순간, 사랑하는 것에도 반드시 끝은 있다.”(p.61)
어쨌든 이 소설은 SF의 장르인만큼 디스토피아적인 성향이 없을 수 없다. 낙원에서 영원히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울림이의 부모가 그냥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사라져버린 것처럼 그곳에서도 부당한 일은 존재한다. 잘 사는 사람들은 365로서 이 세계를 유지하는 책임이 있는 대신, 이룬이처럼 실험체로 사용되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이런 부분이 마냥 재밌지만은 않고 우리 사회구조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만한 소재를 청소년들에게 넌지시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늘 게임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그곳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 7부제라는 뜨엇한 이런 시대에도 사랑의 정의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7부제의 사람들은 끝없이 대여하는 소비를 한다. 소유할 필요조차 없는 존재들이기에. 그런 시대에도 울림이는 이룬이를 소중히 기억하고 사랑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중에도, 사랑의 가치가 변하지만 않는다면, 가장 힘든 일이면서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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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픽션 걷는사람 소설집 11
최지애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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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이렇다. 르누아르가 그린 것 같은 화사한 꽃밭에 벤치가 있다. 거기에 소설가 중섭씨나, H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왼쪽을 보고 앉아있다. 결혼한 미주를 질투하고 이혼한 미주를 위로해주던 선영씨가 오른쪽을 보고 개를 데리고 앉아있다. 한마디로 등돌리고 앉아 있는 그림이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소설이 생각난다. 거기서 그 여인은... 내 기억속에 휴양지에서 남자들이 꼬시고 싶어하는 그런 여성이었는데. 선영씨는 <달콤한 픽션> 끝까지 독신이었는데. 그럼, 저 개는... 달용이? 굳이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장면은 익숙하다. 저 둘이 커플이던 아니던. 이 표지를 보는 독자들은 자기들만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표지, 참 괜찮다.

* 이 책에는 내가 집 밖을 나서면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우리집 앞의 중랑천을 따라 만들어놓은 산책로에는 어르신들이 참 많으시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비가 와도 눈이와도, 위험하다고 중랑천 근처 출입을 금지하는 방송을 해도. 나보다 빠른 걸음을 걷는 분들도 계시지만 <선인장 화분 죽이기>의 남편 분처럼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다리를 조금씩 끌며 앞으로 나아가”(p.13)시는 분들도 계신다. 내 얘기와도 비슷했다. 동동이에게 ‘엄마가 섬그늘에~’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 <패밀리마트>의 화자가 비트코인에 임하는 자세, 책상 앞 포스트잇에 유명 명사들의 문구를 적어놓는다던가, “비에도 지지 마라! 나는 이런 말들을 수시로 곱씹었다”(p.106)같은 행동도 그랬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왠지 대필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 꼭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p.161) 시험기간에 보는 드라마가 꿀잼인 경험을 안한 대한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러고 싶다. 심지어 반려견의 이름마저 비슷했다. <달용이의 외출>에서 “사실 달용이의 이름은 원래 달용이가 아니었다. (...) 처음에 나는 다롱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여 주었다.”(p.227) 내가 친구 집에서 허락없이 데려온 새끼 고양이 두 마리의 이름도 알롱이, 달롱이라 붙여줬었는데. 결국에는 엄마는 한 마리만 키우라고 하셨다. 내가 알롱이를, 다롱이는 내 친구가 데려갔더랬다. 그랬다. 기시감 1도 없는 이 여러 단편들은 나와 저 사람들(내 책상 왼쪽, 베란다 창문으로 보이는 중랑천을 걷는 저이들)의 이야기였다.

* 달콤한 픽션의 세계가 아닌 이 현실에서는 부당한 것들 투성이었다. 아픈 아빠와 살 아파트가 필요했을 뿐인데 베트남부부와 아이들을 내쫓아야 하는 상황의 <패밀리마트>, 세월호 사건 이후 엉망진창이 되버린 가족을 그리는 <달용이의 외출>. 아픈 엄마를 모셔야 하는 고등학생 <까마귀 소년>.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다 같이 벌 받는 기분이 드는 것, 가족이 아프다는 건 그런 거였다.”(p.301)라는 문장이 보여주는 스윗 홈이 아닌, 홈. 그래서 이런 주문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자고로 모든 결말은 해피엔딩이어야 해!”(p.101)

* 최지애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했는데 읽다보니 여자 이기호 작가님 같은 느낌이 있었다.(기분이 나쁘시려나, 하지만 전 이기호작가님 작품 좋아합니다) 이 유머, 아니 이 웃픈 이야기들은 독자를 후훗, 웃게 하지만 이내 씁쓸해지는 그런 뒷맛. 여기에 까아아아악, 까아아아악 소리가 들리는 달콤씁쓸한 픽션.

*이상하게 지치는 날들이 계속 되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이 재미있으면서도 묘하게 나랑 똑같다는 데자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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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존재하는 개 - 개 도살,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파카인 지음 / 페리버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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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존재하는 개> 표지를 보면 누군가 목줄을 잡아당기고 있다. 하지만 이 개는 앞 두 다리로 버티고 있다. (뒷다리의 발은 앞표지에 의해 잘려 있는데 이 조차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동작을 하고 있는 개 종종 본 것 같다. 우리 집 앞에는 중랑천이 있어 산보하는 많은 개들을 볼 수 있다. 내가 본 개들의 이런 동작은 대부분 ‘집에 가기 싫어요’, ‘내 발로 걷기 싫어요’, ‘그 쪽으로 가기 싫어요’의 의지를 나타냈다. 중요한 것은 이 버티는 동작이 개들의 바디랭귀지로 “싫어요!”라는 것이다. 이 개는 무엇이 싫을까?

*글없는 그림책인 <아직도 존재하는 개>는 1장 도살당하는 개, 2장 구조되는 개, 그리고 3장 아직도 그곳에 존재하는 개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은 목탄이라고 해야 하나, 검은 연필로만 그려져 있지만 1장의 도살이라는 폭력은 레드로, 2장의 구조된 개들을 향한 온정은 그린으로, 3장 아직 남아 있는 개들은 검은색으로만 그려져있다. 이 ‘아직도 존재하는 개’들이 앞으로 레드와 그린 둘 중 어느 것으로 색칠되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개를 그린 그림책 중 특히 연필로 그린 작가들을 몇 명 알고 있다. 가브리엘 뱅상의 <떠돌이 개>. 이수지 작가의 <강이>. 이 두 책은 그저 버려지기만 했다. 파카인 작가님의 책처럼 최소한 죽음을 코앞에서 목격하고 이 후각이 좋은 동물들에게 피냄새를 맡게 하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앞선 두 책에 비해 이 책의 그림 선은 훨씬 짙고 어둡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림체다. 쉽게 강아지를 사서 기르고, 손쉽게 버리지만 (이런 게 크로키로 그려졌다면) 그 버려진 개들과 아직도 존재하는 개들에게 남겨진 상처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진하고 번진 목탄으로 그려졌을지도)

*음식물쓰레기가 문제가 될 정도로 먹을 것이 풍족한 이 시대에 과연 ‘보신’이라는 이름을 단 음식을 먹을 필요에 대해 생각해본다. 고백하자면.. 사실 개고기가 야들야들하긴 하다...(어렸을 땐 음식을 남기는 걸 죄악처럼 여겨서 주면 먹었..) 하지만 먹으라고 해도 안먹은지는 10년은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책을 그 당시에 봤으면 절대 안먹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1일 1회독 1년을 읽는다면 채식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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